설희 3
강경옥 글.그림 / 팝툰 / 2009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래 기다렸던 설희다. 앞 내용이 잘 생각이 안 나서 2/3 쯤 읽다가 결국 1.2권을 다시 들춰봤다. 1권과 3권은 사인본이고 2권만 아니다.  

만화책은 보통 랩핑되어서 도착하는데, 이 책은 랩핑이 없었고, 뒷면 바코드 부분이 지저분한 게 묻어 있다. 뭐지? 설마 반품 책은 아니겠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는데 뭔가 좀 거시기 하다. 킁!) 

지난 이야기에서 다짜고짜 세이네 집에 들어가서 3주를 얹혀 살던 설희 + 세이. 

이제 집을 구해서 나오게 되었는데 그 집이 엄청 으리으리하다는 거다. 



p동이라고 나오고 산동네 즐비한 부촌이라고 하니 아마도 평창동인가 보다. 저 동네, 정말 저런 집들이 흔하니까. 

(그치만 성북동 가면 거기가 더하다는 거!)  

게다가 근처에 있는 K대라고 하니, 그럼 국민대인가????

무튼, 처음엔 으리으리 너무 좋은 집에 눈이 돌아가고, 다음엔 이 집을 자기 혼자 청소해야 한다는 사실에 경악하는 세라.(방만 7개란다!) 



다행히 청소 별로 안 따지니까 일주일 두 세 차례, 안 쓰는 방은 일주일에 한 번 청소해도 된다고 한다. 그렇지만 밥만큼은 절대로 잘 해줘야 한다고 당부하는 설희!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먹는 것에 엄청 집착하는 설희다.  

사진의 방은 세라에게 쓰라고 한 방이다. 창이 많아서 맘에 들어하는데, 내 눈에도 창이 많아서 방이 무척 마음에 든다. 저런 방에서 자면 꿈도 환상일 것 같다.^^ 

세이는 2권 끄트머리에서 이상한 꿈을 꾸고 놀랐는데, 그 꿈이 이어지는 이상한 꿈을 다시 꾸게 된다. 



설희가 죽지 않고 재생되는 삶을 살고 있으니, 저 시대적 배경은 그냥 한복을 입은 게 아니라 정말 조선시대 쯤 되는 것으로 보인다. 좀 더 이야기가 진행되었으면 좋겠지만 호흡이 긴 지 별다른 얘기가 언급되지 않았다.  

대신 짜증나는 두 명의 캐릭터 아영이와 정현이가 상당한 페이지를 장식했다는 거. 

세이와 아영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어서 헤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이쁘다고 주장하는 여자 아이는 상당히 사람을 질리게 한다. 

그리고 강경옥 샘 그림이 이쁜 그림체는 아니어서 이쁘다는 설정 하에 나오는 아영이가 내 눈엔 전혀 안 예쁘다.(기필코!) 



지난 번에 범퍼 망가진 페라리는 고친 게 아니라, 아예 페라리를 다시 샀단다. 엔초 페라리. 이게 25억 짜리 자동차란 말인가! 

확실히 지나가면 눈을 뗄 수 없을 듯하다. 그림으로 봐도 눈이 번쩍 뜨이는 것을!  

설희는 확실히 평범한 아이가 아니어서인지 가끔 핵심을 짚어내는, 정곡을 찝는, 게다가 선문답같은 질문을 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세라는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혼자서 너무 결사적으로 살아온 세라로서는 설희 같이 너무 돈이 많고, 미래에 대한 아무 계획도 꿈도 없는 상대는 부러움과 질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사실 이 땅을 살아가는 고단한 사람들 모두에게 천문학적인 숫자의 유산을 상속받은 설희는 모두 부러워할 만하다.ㅎㅎㅎ  



마커스가 영화 개봉에 맞추어 내한했다. 물론 실상은 설희를 만나러 온 것이었고, 그 바람에 세라도 마커스를 만난다. 이때의 놀라움이란! 비교하자면, 어느 날 자고 일어나 보니 내가 사는 집에 브래드 피트가 나오면서 Hi~!하고 미소 짓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 아니겠는가. 좀 더 가슴 설레는 비교로 바꾸자면(트와일라잇의 에드워드~) 

좀 더 특별한 일상을 꿈꾸었던 세라로서는 설희 덕분에 여러모로 특별한 경험을 하고 있다. 그 바람에 좀 사건에 휘말릴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다. 

스토커 기질이 다분한 아영이 덕분에 이래저래 맘 상하고 술도 잔뜩 마셔버린 세라.

그런데 술에 취한 세라가 망가지는 것을 보는 게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그걸 지켜봐주는 설희도 모처럼 더 예뻐 보였다.  

오래 기다렸고, 무려 6,500원이나 하는 책인데 좀 더 읽고 싶었건만 순식간에 끝나버렸다.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ㅠ.ㅠ 

대표작 리스트를 보니 '버츄얼 그림동화'와 '무엇이 필요하십니까'는 미처 읽지 못한 책이다. 아니 왜 못 보았을까? 단행본으로 안 나왔나? 당장 검색 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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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7 0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5-17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09-05-17 1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정만화인가요? 마커스 정말 잘 생겼어요.ㅋㅋㅋ
홀딱 반해 버렸습니다^^
설희와 세라 중에 누가 말괄량이 아가씨인가요? 세라 같기도 하고...

마노아 2009-05-17 12:47   좋아요 0 | URL
하핫, 마커스 분위기 있지요? 바람둥이였는데 설희한테는 정말 순정적으로 나오더라구요.
설희와 세라 둘 다 말괄량이는 아닌데, 설희는 종잡을 수 없는 구석이 있어서 가끔 엉뚱한 짓을 해요.^^

건조기후 2009-05-17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츄얼 그림동화 좀 섬뜩해요. 강경옥표 호러^^: 무엇이 필요하십니까는 저두 처음 봐요. 찾아봐야지..
설희가 벌써 3권이군요. 사야지사야지 하면서 만날 까먹었는데 이제 통장잔고가 바닥을 향해가는지라 책주문을 극자제해야할 상황이지요ㅠ 알바를 좀 더 뛰어놨어야했는데. 돈 나가는 건 어쩜 이렇게도 순식간인지..ㅎ

마노아 2009-05-17 12:48   좋아요 0 | URL
리뷰 보니까 무섭단 얘기가 있어요. 중고샵에 책이 모두 1권만 있고 2권 있는 샵은 상태가 '중'이고, 좀 더 시장을 지켜봐야겠음돠. 만화책은 너무 쉽게 절판이 되어서 탈이에요. '무엇이 필요하십니까'는 단행본 검색이 안 되어요. 이유가 뭔지....???
책값 마련하느라 제가 이벤트에 목숨 걸고 달려들잖아요.ㅎㅎㅎ
 
포토리뷰 대회
베트남에서 보물찾기 세계 탐험 만화 역사상식 20
곰돌이 co. 지음, 강경효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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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에서 살아남기를 재밌게 보았는데, 이번엔 필요에 의해서 베트남에서 보물 찾기를 구입했다.
사실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춘 책이라서 어느 정도의 유치함은 각오해야 한다.
과장된 만화 캐릭터의 행동까지도.
가끔은 진행보다는 얘기하기 위한 소재가 삽입되지만, 크게 눈살을 찌푸리지 않는 전개가 진행되니 작가님의 내공이 훌륭하다.

봉팔이는 부와 명예를 위해 보물과 유물을 찾는 자칭 유물 에이전트다. 이번엔 요리 비평가 스미스 씨의 전 재산을 유산으로 물려받는 조건으로 베트남 왕조의 전설의 요리를 찾아 떠난다.

그리고 주인공 지팡이와 지구본 교수는 세계 요리 대회의 심사 위원으로 초청받아 베트남으로 출발한다.
이은주 조교의 팔불출 행각은 여전히 이어지고, 그녀의 봉팔이에 대한 사랑도 여전하다.
베트남은 아시아 3대 요리라 조명을 받는다고 한다. 태국, 중국과 함께.
(중국 요리가 정말 맛있는지는 동의 못하겠음!)
베트남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요리 대회를 소재로 삼은 것은 탁월한 선택!

간혹 간혹 쉬어가는 페이지를 내어서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몰아서 설명한다.
베트남은 어떤 나라인가, 그곳의 자원과 경제 활동은?
그리고 우리나라와의 관계가 첫번째 설명 창에 소개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계단식 밭이 있지만, 여긴 계단식 논이 많다.
확실히 기후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최고의 요리법이 담긴 응웬 왕조의 전통 비법서가 전쟁 와중에 사라지게 된 경위를 설명하는 부분.
저기 저 남자가 봉팔이에게 최고의 요리를 다시 먹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그 스미스 씨.

어린이 책이라고 해서 복잡하고 어렵고 심각한 전쟁 이야기를 돌아가거나 피해가지 않는다.
호찌민의 제법(!) 잘 나온 사진을 실었다.(모처럼!)
한국이 이 베트남 전쟁에 참가해서 잘못했던 것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있고, 그에 대해 사과한 사실도 담아두었다.
그게 없었다고 하면 이 책은 나쁜 책이 될 뻔 했다.

모험과 탐험이 주 소재이다 보니, 최고의 요리법이 담긴 응웬 왕조의 전통 비법서를 찾는 과정은 추리기법으로 풀어 나간다. 중요한 키워드는 노래!
그 바람에 베트남의 전통 악기를 소개하는 장면도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한 줄 악기인 단바우의 소리를 듣고 싶다.

6개월 이상 열심히 다니고 있는 피아노 학원에서는 방학 때마다 아이들 대상으로 특강을 하는데 금년엔 드럼이 편성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성인반도 개설되는지 물어볼 생각이다. 드럼과 기타는 나의 오랜 로망!!

아이들에게 얼마만큼의 인기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계속 출간되는 것을 보니 이 시리즈에 대한 호응이 제법 높은가 보다. 다음 시리즈는 오스트리아라고 한다. 이원복 교수의 먼나라 이웃나라 같은 만화도 훌륭하지만, 이 책은 그보다 좀 더 저학년 아이들에게 적당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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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9-05-18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닛-! 이런 책도 보세요?! 이거 울 정성이가 완전 팬이잖아요 ^^
처음부터 베트남까지 다 있어요. 나오면 바로 사 줘야지 안그랬다간 귀찮아요 -_-
저도 드럼이 로망이야요. 내년에 정성이 드럼 배우기로 했는데 저도 어떻게 같이 다닐수 있는 수를 내든지 해보려구요. ㅎㅎ

마노아 2009-05-18 20:54   좋아요 0 | URL
프하하핫, 아마존에서 보물 찾기도 읽었어요.^0^
유치함 속에 깃든 맛깔스런 정보의 우물이랄까요.^^
드럼과 기타, 건반만 있으면 그야말로 밴드지요. 아유, 우리 꼭 성공해요!
 
포토리뷰 대회
티코와 황금날개 마루벌의 좋은 그림책 45
레오 리오니 지음, 이명희 옮김 / 마루벌 / 2004년 10월
구판절판


프레드릭의 작가 레오 리오니의 동화다.
꼴라쥬 기법은 아닌 것 같은데 그냥 그림처럼도 안 보이는, 독특한 그림이다.
이 책의 주인공 티코는, 어렸을 때에 날개가 없었다.
다른 새들처럼 노래도 하고 팔짝팔짝 뛰기도 잘 했지만, 날지는 못했다.

다행히도 친구들은 티코를 사랑해 주었고, 열매를 가져다 주었다.
티코는 늘 자신은 왜 다른 친구들처럼 날지 못할까 고민했다.
친구들의 애정과 관심과 배려가 날고 싶은 티코의 열망까지 덮어주지는 못했을 것이다.
큰 고니의 하늘도 떠오르고 깃털 없는 기러기 보르카도 떠오르는 대목이다.

날마다 황금빛 날개가 생겨서 흰 눈이 덮인 먼 산까지 날아가는 꿈을 꾸던 티코에게 기적이 생겼다.
진주빛이 나는 이상한 새 한 마리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한 것이다.(그런데 난 보라빛으로 보인다...;;;;)
티코는 늘 꿈꾸던 황금 날개 한 쌍을 갖게 해달로 부탁했다.

소원은 이루어졌고, 이제 티코는 황금 날개를 펼치며 날 수 있게 되었다.
이제껏 가고 싶었으나 가보지 못한 모든 곳들을 다니며 티코는 자유를 만끽했다.
그런데...
친구들은 티코의 행운과 행복에 시새움을 보였다.
황금 날개를 가져서 으스대고 싶은 거냐고 화를 내더니 휙 날아가 버리는 것이다.
티코가 받았을 상처와 의문이 그려진다.
다르다는 것이 나쁜 것일까... 티코는 혼란스러웠다.
날개를 가지면 온 세상이 더 아름다워질 거라고 여겼는데, 지나치게 훌륭한 날개 덕분에 티코는 오히려 더 외로워진 것이다.

그러다가 티코는 남다른 행보를 걷게 된다.
가난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자신의 황금 깃털을 하나씩 뽑아서 그들을 도왔고,
깃털을 뽑은 자리에는 황금색이 아닌 비단처럼 부드러운 까만색 깃털이 새로 돋아났다.
너무나 특별한 황금 날개를 가졌던 티코는, 이제 평범한 검은 깃털을 가진 새로 거듭나고 있다.
착한 일을 하나씩 할 때마다.

가난한 서커스단에는 꼭두각시 인형을 살 수 있게 황금 깃털을 내주었고,
가난한 할머니에게는 담요를 짤 수 있는 물레를,
넓은 바다에서 길을 잃은 어부에게는 나침반을 살 수 있게 해주었다.
오스카 와일드의 행복한 왕자도 떠오른다. 자신의 금붙이 피부를 떼내어 가난한 사람들을 도왔던 그 행복한 왕자.
자신의 겉 모습은 흉칙하게 변해버렸지만, 진정 행복하게 죽었던 그 행복한 왕자.
티코 역시 그랬다. 자신은 검은 날개를 가진 평범한 새가 되어갔지만 오히려 더 만족했다.

그리고 이제, 자신들과 똑같아진 티코를, 친구 새들도 반가워 했다.
'까마귀의 소원'과 비슷한 느낌이 있지만, 반영하는 메시지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상대였을 때에는 오히려 자애로웠지만, 자신보다 더 훌륭해졌다고 생각하지 배척하는 친구 까마귀들의 모습은 사실상 우리들의 모습 같았다.
알게 모르게 나보다 못하다고 여기는 친구에게 더 친절하다가, 나보다 잘난 모습을 보이면 시새워하고 눈 흘기는 모습 말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인정받기란 참 어려워 보인다.
티코가 만약 황금빛 날개를 계속 빛내며 살았다면, 친구들의 배척에 외로움에 떨기보다 사람들 눈에 띄어 바로 사로잡혀 깃털을 빼앗겼을 듯하다.
그렇지만 현명한 티코는 자신이 검은 깃털을 가졌을 때에도 모두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그건 틀리다는 게 아니라는 것도.
무엇보다 가난한 이들을 도우며 아낌 없이 제 가진 것을 내줄줄 알았던 티코의 마음씀씀이가 예쁘다. 황금빛 날개보다도 더.

그런데 이 책은 절판이다. 2004년 작인데 왜??? 가격 올려서 재출간 되려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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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5-17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가 참 귀엽네요

마노아 2009-05-17 11:51   좋아요 0 | URL
레오 리오니 표 그림이지요.^^
 
포토리뷰 대회
유리 구두를 벗어 버린 신데렐라 뜨인돌 그림책 12
노경실 글, 주리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09년 3월
절판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림이 너무 예뻐서 꼭 보고 싶었던 책이었다.
처음엔 하늘바람님 서재에서 보았고, 그 다음엔 교보문고에서 훔쳐보았고, 그리고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예약 걸어서 2주를 기다린 뒤였다. 호호홋!
초반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다.
엄마 없이 사는 신데렐라는 훌륭한 집에서 아빠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지만 외로웠고, 멀리 장사를 나가신 아빠를 오래오래 기다렸다는 것.

쪼로쪼로로로 삐이삐삐삐 호로호로로로

새들의 노랫 소리를 작가가 표현한 부분이다. 우리 말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오랜만에 돌아오신 아버지는 새엄마와 언니 둘을 데리고 왔다.
신데렐라를 안아주는 새엄마가 너무 크게 표현되어 있어서 비례가 좀 불편하지만, 어쨌든 엄마와 언니들의 성격은 표정에서 이미 드러난다.
하지만 나를 감동시킨 것은 정교한 레이스 옷조각이라는 거!
그림이 동화책의 느낌보다 만화책의 느낌이 강하다.
순정만화의 한 대목을 보는 듯한 느낌.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듯하지만, 나로서는 무척 마음에 든다.
그런데 남자 아이들은 이런 그림을 싫어할까???

아버지는 다시 배를 타러 나가시고, 하필 그 배는 난파당하고, 아버지는 실종!
신데렐라는 그야말로 재투성이 소녀가 되어 새엄마와 언니들의 온갖 구박을 받아야 했다.
깜죽거리는 저 언니들을 보라.
확 끄집어내어서 머리카락을 쥐고 흔들어 주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한다.
아이를 저렇게 방치하고 멀리 여행을 떠난 안목 없고 대책 없는 아버지라니.
소공녀 세라에서도 그렇지만, 이야기들의 패턴은 대개 비슷하다. 꼭 착하고 예쁜 아이는 든든한 보호자였던 아버지가 사라지는 순간 나쁜 여자들의 앙갚음의 대상이 되어서 죽도록 고생한다. 많은 동화 속에서 등장하는 그 이야기들은 여성과 남성에게 기대되고 또 부여되었던 이미지들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기분 나쁜 일이다.

그런데 우리의 신데렐라는 좀 남다르다.
자기 몸보다 훨씬 큰 쇠똥을 굴리는 쇠똥구리에게서 큰 깨달음을 얻어버렸다.
물론, 어느 묘한 할머니의 조언이 있기는 했지만 깨달음은 어디까지나 신데렐라의 몫.
힘들어도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 누군가 도와주면 혼자서 일어설 수 없다는 것.

이제 신데렐라는 달라졌다. 언니들이 미모를 가꾸어서 돈 많은 남자한테 시집갈 생각만 하고 있을 때, 과거 왕자님을 기다리곤 했던 신데렐라는 이제 독서를 하면서 꿈을 키운다.
어른이 되면 불쌍한 아이들을 가르치겠다고 다짐하는 예쁜 신데렐라.
그나저나 이 그림 속에서는 거울조차도 예쁘다는!

얼마 전 갑자기 등장했던 그 할머니의 등장으로 왕자님의 무도회에 갈 수 있게 된 신데렐라.
(그런데 그 할머니는 한 컷도 등장하지 않는다!)
호박이 변신한 마차도 아름답고, 레이스가 찬란한 신데렐라의 드레스도 훌륭하다.
(그런데 이 그림 속 신데렐라는 앞의 그림보다 얼굴에 살이 좀 올랐다...;;;;)

아름다운 궁전에서 왕자님과 춤을 추게 된 신데렐라.
왕자님 얼굴에 '흡족하다'라고 써 있다.
이런 무도회 장면을 볼 때면 고등학교 때 꾸었던 꿈이 생각난다.
왕자님의 무도회에 참석을 했는데, 모두들 자기랑 결혼해 달라고 아우성치는 여자들 속에서 내가 당당하게 나랑 결혼하고 싶냐? 하고 물었던..ㅋㅋㅋ
꿈 속에서는 그 모든 대사가 노래로 진행되었는데, 청혼의 순간에는 꼭 노래가 있어야 한다는 나의 다짐(?)이 그때에도 이미 굳어 있었나 보다.

시간은 금세 12시를 향해 달려가고, 유리 구두 한짝을 흘려버린 신데렐라가 다시 재투성이 소녀가 되어버린다. 마법이 사라져가는 모습이 너무 드라마틱하게 묘사되어서 그림이 환상적으로 보인다.
우스개 이야기 속에는 호박으로 만든 종이 한 장이, 코피 난 왕자님 콧속에 있다가 왕자님 코를 무너뜨리기도 하건만, 이 이야기 속에 그런 코믹은 없다. 다행히... ^^

왕자님은 유리구두의 주인공이 신데렐라라는 것을 알고는 '실망'한다. 왕자가 직접 신발 들고 나타난 것도 놀랍고, 실망을 감추지 않은 것도 신선 그 자체다. 왕자는 재투성이 소녀의 진짜 아름다움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언니들과 마찬가지로 그저 외모에 현혹되었던 한 사람에 불과했으니까.
그리고 이제 이 책의 하일라이트!
신데렐라는 유리 구두를 던져 버린다.
신데렐레의 깨달음과 당찬 발언, 그리고 동화의 미덕인 해피엔딩이 어떻게 진행되는 지는 아마 짐작이 가능할 것이다. 자신의 짐작과 어떻게 맞아 떨어지는 지는 책을 통해서 확인해야 한다.
기존의 신데렐라 동화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기획으로 만들어진 책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제목에서부터 내용의 진행이 예상되지만, 그 뻔할 수 있는 이야기의 단점을 아름다운 그림체로 극복했다.
표지의 신데렐라는 책을 두 권 들고 있는데, 그 야무진 모습이 예쁘다.
하지만 이렇게 책 읽을 기회도 잡지 못하고 재투성이 소녀로 살아야 하는 많은 여자 아이들이 있다. 그러니까 그런 아이들에게도 힘이 되어줄 수 있게 신데렐라는 얼른 어른이 되어서 그 아이들의 힘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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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05-16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 적에 동화책으로 신데렐라를 많이 보았는데요. 아버지가 배를 타러 나간 사실은 처음 알았어요..ㅋㅋ
그림들이 너무 아름다워요. 살아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저도 신데렐라 그림책이 갖고 싶네요^^

마노아 2009-05-16 14:27   좋아요 0 | URL
배를 타고 나갔는지는 모르겠는데 하여간 집 밖으로 멀리 갔던 것 같아요. 아니라면 딸내미가 그렇게 고생하는데 모른다는 게 말이 안 되지만, 동화책엔 말이 안 되는 내용이 많았기는 했어요.^^;;;

하늘바람 2009-05-17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 저 책 그림이 다시 떠올라요 . 참 이뻤어요. 그림

마노아 2009-05-17 11:51   좋아요 0 | URL
완전 제 취향이었어요. 왕자님이 별로 안 멋있었다는 게 유일한 흠이에요.^^
 
님은 먼곳에 - Sunny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수애의 단아한 이미지를 참 좋아한다. 내가 기억하는 최고의 배역은 해신에서의 정화 아씨였는데, 바닷가에서 최수종과 이별하는 장면에서의 명장면이 눈에 어른거린다. 수애는 쌍커풀이 속으로 약간 감춰져 있어서 늘 서구적인 얼굴이 대세인 배우 얼굴들 중에서는 또 구별되는 편이다.  

이준익 감독의 작품들은 늘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황산벌, 왕의 남자, 라디오 스타, 즐거운 인생까지. 황산벌이 좀 별로였지만, 대체로 만족스러웠던 그의 작품이 '님은 먼 곳에'까지 이르렀다. 내가 좋아하느나 수애가 나오고, 또 음악을 소재로 했다는 것도 맘에 들고, 여러모로 기대작이었는데 들어간 제작비에 비해 흥행은 참패했고, 그래서 나도 아주 뒤늦게야 접하게 되었다. 감상부터 얘기하자면 나로서는 괜찮았다... 이겠는데, 극장에서 보았다면 조금 싱거웠을 수도 있겠단 생각은 든다. 솔직히.^^ 

삼대 독자인 박상길에게 시집간 순이. 상길은 대학을 졸업했고, 애인이 있었다. 맘에 없는 결혼을 하고 도망가다시피 자원 입대한 군대.  

그리고 시어머니의 등쌀에 떠밀려 한 달에 한 번 면회를 오는 순이. 

그런 순이를 남편 상길은 늘 거리를 두고 대한다.  

"니 내 사랑하나?" 

이 한 마디가 물음이 전부였다. 그리고 오지 말라던 남편.  

애인의 변심으로 꼭지가 돌아버린 상길은, 고참을 패다가 함께 잡혀가고, "영창 갈래, 월남갈래?"라는 질문에 월남행을 선택한다. 가족들에게 말도 없이. 

그러니 고약한 시어머니의 횡포가 어찌 없었을까. 시집에서도 쫓겨나, 다시 친정에서도 쫓겨나. 어쩔 수 없이 다시 시댁에 간 순이는, 월남까지 찾아가겠다는 시어머니를 달래느라 자신이 월남으로 가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민간인인 그녀가 대체 어떻게? 

순이의 장기이자 취미인 노래 부르기. 그렇다. 춤이 안 되는 순이는 가수로서 위문 공연단에 소속되어 월남으로 향한다. 물론, 거기에도 우여곡절이 있다. 사기꾼 짓을 다분히 했던 정만(정진영)을 믿고 가는 길이었으니 보는 내가 다 조마조마할 지경.  

그런데 이준익 감독은 배우 정진영을 무척 좋아하나 보다. 장진 감독이 정재영을 무척 편애하는 것처럼. ^^ 황산벌, 왕의 남자, 즐거운 인생에 이어 님은 먼 곳에까지 단골 출연이다.  

옆의 사진은 영화 홈페이지에서 가져왔는데 아마도 실제 위문단 공연 사진이 아닐까 싶다. 짧은 치마와 하이힐이 눈에 들어온다.  

월남에 도착해서는 공연을 할 수 있는 클럽을 찾아야 했고, 또 밴드 멤버도 구했다.(기 보다는 사기친 돈을 갚으려면 같이 움직여야 했다..;;;) 



정경호는 자명고의 '호동 왕자'보다는 이런 배역이 더 잘 어울린다.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도 꽤 괜찮게 나왔는데 생각보다 별로 안 뜨고 있는 배우다.^^;; 

수지큐를 열창하기로 되어 있던 첫 번째 무대는 실패로 끝난다. 야유하는 미군 부대를 뒤로 하고 도망치는 이들은 진로를 바꾼다. 한국 부대를 뚫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대 성공이었다. 일단 한국말로 노래를 불러도 되니 팝송의 압박이 덜했고, 동포라고 생각하니 마음도 더 편해지는 것.  

처음 왼쪽의 영화 포스터를 보고는 순이가 과격하게 옷을 입었구나(벗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영화에서는 더 파격적인 옷도 나온다. (어찌나 말라주셨던지, 무장 부러웠다는!) 

제대로 뭔가 되어가는 듯 보였고, 이제 곧 남편이 있는 호이안으로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는데, 베트콩의 습격을 받아 한국 진지는 초토화되고, 그 과정에서 이들 밴드도 베트콩들에게 포로로 잡혀버린다.  

자신들은 한국인이라고, 그저 돈 벌러 왔을 뿐이라고 하자, 상대방은 이렇게 말한다. 한국군과 똑같은 목적으로 왔다고. 

정만은 한국군이 평화를 수호하러 왔다고 항변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한국군이 실제로 알았든 몰랐든, 그들은 남의 나라 독립 전쟁에 끼어들어 돈 벌고 왔다라는 것을. 

감독이 영화를 통해서 베트남 전쟁의 진실에 대한 이야기를 힘주어 말하지는 않는다. 그저 스쳐 지나가듯 전쟁의 잔혹성을 보여주었을 뿐이지만, 전투 씬의 리얼함과, 절박한 상황들에 대한 연출은 솔직히 부족했다고 본다. 그리고 그건 아마 감독의 역량 탓이라기보다 의도한 바라고 보여진다. 전쟁을 얘기하고 싶은 게 아니라 사랑과, 후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그래서 순이는 당당했다.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돈 벌러 온 것도 아니고, 그저 남편 찾으러 왔을 뿐이었다. 

그걸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었다.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옷도 벗었다.  

그래서, 이쯤에서 아마 영화를 보는 사람들은 의아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듯하다. 도대체 순이가 그렇게까지 해서 남편을 찾으려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설마 순이가 남편을 전쟁터까지 쫓아올 정도로 사랑했단 말인가. 그 남편을 만나서 무엇을 하고 싶었을까. 

영화를 보기도 전에 결말은 이미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순이가 보여준 싸대기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어쩌면, '오기'로 시작했다는 생각이 든다. 제 아들 귀한 것만 알고 있고, 며느리를 아들 만들어줄 대상으로만 여기는 시어머니에 대한 항의, 자신을 받아주지 않는 친정 아버지, 그리고 말 한 마디 없이 전쟁터로 훌쩍 떠나버린 괘심하고 무책임한 남자에 대한 분노도 포함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험한 여정에서 노래하며 남편을 찾던 순이는, 오히려 그 시간 속에서 더 남편을 사랑하게 되었던 듯하다. 남편은 자신을 험한 전쟁터에서 앞을 뚫고 나가게 해줄 목표이자 기댈 언덕이었다. '님은 먼 곳에'를 부르며, 사랑한다 말할 걸~하고 부르는 순이에게서는 "니 내 사랑하나?"라는 남편의 물음에 그 어떤 답도 못해줬던 자신에 대한 후회가 남아 있다.  

전쟁은 로망이 아닌 것을, 피와 살이 튀는 그 살육의 현장에 남편 찾아 삼만리를 외치는 순이의 행보는 지극히 영화스럽다. 게다가 그 일병 박상길을 찾아내기 위해 군인들이 명령에 복종하여 움직이는 장면들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다분히 떠올리게 한다.  

그렇지만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영화이므로, 관객은 너무 박하게 흠을 잡을 필요는 없겠다.  

수애가 실제로는 가수 데뷔도 준비했었다는 기사를 본 듯한데 진짜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가수해도 좋을 만큼 노래를 잘 불러서 그의 가수 연기가 전혀 거슬리지 않았다. 특히나 김추자의 '님은 먼 곳에'는 작품 속 순이의 마음을 다 담았다고 해도 좋을 만큼 애잔하고 절절하게 들렸다.  

정만이 베트콩의 포로로 있다가 다시 미군에게 붙잡혔을 때 두려움에 벌벌 떨며 '성조기여 영원하라'를 부를 때의 느낌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녀의 노래에는 '계산'이 없었다. 잘 보여서 살아남기 위한 의지가 아닌,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그리움의 노래였으니까.  

이준익 감독의 다음 작품은 박흥용 작가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다. 영화 제목은 원작의 한글 맞춤법과 달리 '구름을 벗어난 달처럼'으로 쓴다. 주인공은 황정민과 엄태웅. 엄태웅은 특별출연에서 이제 주연으로 상승했나보다.^^  

근데 주 주연은 황정민일 듯.ㅎㅎㅎ 

그리고 수애는 조승우와 함께 찍은 '불꽃처럼 나비처럼'에서 다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작년에 찍은 것 같은데 왜 아직 개봉을 안 할까??? 

명성황후 역할이라는데, 그 단아하면서 단단한 이미지가 잘 어울릴 듯하다. 그래도 인물을 너무 미화하지는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베트남에 대한 자료를 찾다가 이 영화를 생각했는데, 사실 나의 베트남 공부에 별 도움이 안 될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알고서 봤지만 역시 도움은 안 되고... 그래도 그게 꼭 나쁘지는 않은 즐거운 영화 감상이었다. 수애가 더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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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05-16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해신에서 본 정화 아씨를 좋아해요! 해신 마지막회 너무 슬펐어요ㅠㅠ
제가 한국 영화를 아예 못 보지만 이곳에서 영화 리뷰라도 읽게 되어 너무 기뻐요.^^
그리고 저렇게 사진까지 올려주시니 더 고맙고요...

마노아 2009-05-16 14:26   좋아요 0 | URL
한국 영화와 드라마를 접할 수 없으니까, 이렇게라도 만나면 반가운가봐요. 보는 족족(?) 더 열심히 쓸게요. 해신 때만 해도 최수종을 보며 잘 생겼다! 감탄했어요. 이제는 세월의 흔적이 많이 보이지만요.^^

노이에자이트 2009-05-16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추자가 부르는 님은 먼곳에가 나중에 나온 조관우 것보다 부르기가 더 낫더군요.제 애창곡!

마노아 2009-05-16 21:46   좋아요 0 | URL
아, 제가 이 노래를 어떻게 아는가 했더니 조관우 버전을 들어 아는 거였군요. 김추자 버전은 못 들어봤어요.
지금 검색했는데 장사익 버전이 있네요. 듣기 좋아요.^^

노이에자이트 2009-05-17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 취입순서는 김추자 조관우 장사익 순이에요.김추자는 한국가요사에 길이 남을 명가수지요.수애가 영화에서 부른 또다른 노래 간다고 하지마오는 김정미 노래인데, 김추자 김정미 모두 신중현이 키운 가수지요.물론 두 노래 모두 신중현 작곡.제가 정말 아는 게 많지요? 으흐흐...

마노아 2009-05-17 23:21   좋아요 0 | URL
오, 장사익이 가장 마지막 버전이군요. 전 들어보니 수애 버전이 제일 좋았답니다.ㅎㅎㅎ
간다고 하지마오...는 어떤 노래인지 모르겠어요. 다시 검색해 봐야겠네요. 오, 역시 신중현이군요! 팔방미인 노이에자이트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