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된 아기한테 책은 아직 장난감도 되지 못할 거예요.
그렇지만 엄마 아빠가 책을 읽어주고, 또 그걸 통해 아이한테 따뜻한 정서를 옮겨줄 수 있을 거예요. 
제가 아기를 키워본 게 아니라, 그냥 책 선물만 해본 거라서 엄마들의 지지를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장담은 못하겠지만,
그동안 선물해 본 것들로 담아볼게요.  

아기용 책 초 베스트 셀러예요. 

오른쪽 까꿍 놀이는 아기가 까르르 웃을 수 있는 책인데 사실 돌은 되어야 할 거예요. 그래도 일찌감치 장난감으로 쓰는 거죠. 

그리고 앞의 두 권은 아기 사랑의 고전이랄까요.ㅎㅎㅎ 책 읽어주는 엄마들이 더 감동한답니다. 

 

첫번째 책은 아기의 출생부터 돌까지, 엄마 아빠가 해줄 수 있는 놀이와 노래를 시간 순으로 담았어요. 그림이 심심하지만 무척 친절한 책이에요. 

두번째는 아빠한테 권하는 책이지요. 역시 아기가 자랄 수록 도움이 될 거예요. 

세번째 책은 눈 부분에 구멍이 뚫려 있어서 동물 흉내내며 놀 수 있는 시리즈 책이랍니다. 다른 시리즈보다 요게 가장 쉬운 것 같아요.  

 

 

 

 

 

 

나비잠 시리즈는 모두 영유아에게 적합해요. 그림도 순해서 아기들 눈높이에 좋을 듯하구요. 

가운데 책은 사운드 촉각 책이랍니다. 아기가 좀 더 개월 수가 지나면 이것저것 만지고 소리에 관심 기울일 때 좋을 거예요.  

깜짝깜짝 색깔들!은 팝업북이에요. 색깔 공부를 현란하고 신기하게 하는 거지요. 물론, 100일 베이비에게는 무리지만, 돌쟁이만 되어도 충분히 즐길 거예요.  

마지막 무당벌레는 촉각책인데, 열어보면 온갖 소리나는 다채로운 것들이 쏙쏙 숨어 있어요. 거울도 있고, 책도 있고 기타 등등.  요 녀석은 시리즈인데 제 생각엔 무당벌레가 제일 예뻤어요. 남자 아이니까 꿀벌도 괜찮을 것 같긴 하지만요.^^ 

아기 책은 이때부터 친해져서 차츰차츰 자기한테 필요한 것들을 흡수해 갈 테지요. 그밖에 모빌 초점 책도 있지만, 바느질이 좀 허접해서, 이런 건 그냥 완구점에서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싶구요. 

아기 엄마한테 제가 제일 기쁘게 선물하는 책이에요. 네가 태어나던 날에... 베이비 샤워 책인데, 온 우주가 너의 탄생을 축하하며, 너로 인해 존재하고, 너 때문에 의미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책이에요.  

읽으면서 엄청 신났고, 또 고마웠던 책이랍니다. '베이비 샤워'로 검색을 하면 이런 종류의 책은 더 많답니다. 

부랴부랴 페이퍼를 만들었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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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5-19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와~ 마노아님. 무진장 훌륭해요! 일단 땡스투 눌렀고 차례차례 보며 몇권 담아봐야 겠어요!!

마노아 2009-05-19 11:55   좋아요 0 | URL
헤헷, 도움이 된다면 저의 기쁨이지요.^^ㅎㅎㅎ

하늘바람 2009-05-19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서 태은이 보여준 책은 4권밖에 없네요. 아쉬워라. 이젠 커서 좀더 이야기가 있는 걸 좋아해요

마노아 2009-05-19 14:14   좋아요 0 | URL
태은이가 책을 좋아하네요. 울 둘째 조카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니에요ㅜ.ㅜ

하늘바람 2009-05-20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은이에게 책을 읽히려면 제가 아주 쇼를 하는 걸요.

마노아 2009-05-20 06:23   좋아요 0 | URL
엄마의 노력과 수고로 아이의 세계가 넓어지는 거지요.^^
 
김씨표류기 - Castaway on the Moon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개봉 전부터 기대를 했던 작품이다. 감독의 전작 천하장사 마돈나가 준 예쁜 감동 덕분이다. 게다가 출연하는 작품마다 실망을 주지 않던 정재영 주연에 아무 것도 꾸미지 않아도 참 예쁜 정려원이 주인공이 아닌가. 

김씨가 표류했다길래, 정재영이 김씨인가 보다... 했다. 알고 보니 정려원도 '김씨'다. 이 영화는 '두 명'의 '김씨'에 대한 이야기이다. 세상으로부터 스스로를 단절시켜야 했던, 외롭고 고단했던 인생에 지친 두 사람의 희망 찾기 노래이다. 



원금 7,500 만원이 이자 포함해서 2억 천 만원으로 불어버린 신용불량자 이 사람. 

그는 자신의 인생을 정리하고자 한강 다리에서 강물로 뛰어내린다. 그러나 죽는 것도 맘대로 되지 않아 그는 밤섬에 표류하게 되고, 생태 보존 지구로 지정되어 있어 드나드는 사람 없는 이 '무인도'에서 그는 홀로 살아남게 된다. 언제든 다시 죽을 수 있다고 믿었던 그는, 일단 허기도 달래고, 일단 이 지루함도 좀 즐겨보고, 일단 이 심심함마저 만끽하기로 결심한다.  

독버섯일 수도 있지만, 죽으면 그것도 대로 나쁘지 않겠다고 여기며 닥치는 대로 버섯으로 연명하던 중, 그는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서 고기잡이를 위해 애쓰고, 새를 잡으려고 용을 썼다. 그가 밤섬에 표류해서 초반에 살아남기 위해 서바이벌 투쟁을 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코믹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이 영화, 결코 코믹이 아니다. 또 다른 김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녀는 3년째 히키코모리로 살고 있다. 집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자신의 방으로 누구도 들이지도 않는다. 온통 에어백으로 둘러싸인 방안에서 자고, 컴퓨터 안의 가상 세계에서 자신 아닌 다른 사람들의 이미지를 훔쳐와서 자신으로 포장하고, 거기에 달리는 댓글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 세상 속에서 그녀가 받은 상처는 쉽게 아물 수 없는 것들이었고, 그 소통의 단절에는 가족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그녀의 인생에서 다른 사람은 모두 아웃이다. 일년에 두 번. 봄과 가을 민방위 훈련 날에만 천체 망원경으로 거리를 관찰하는 그녀. 늘 달을 찍던 그녀의 카메라에 낯선 생명체가 잡힌다. 그녀는 그가 외계인이라고 생각했다. '변태' 외계인. 



카메라, 엄청 좋아보이더라. 무진장 비싸겠지? 달도 찍을 수 있다고 하는데... 무튼, 저 카메라를 통해, 그녀는 컴퓨터가 아닌 바깥 세상의 사람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물론, 그가 자신과 같은 사람이 아니라 외계인일 거라는 단정 아래 가능한 일이었지만. 

작품 속에서는 대한민국의 정규교과 중 초등과정만 떼어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수준의 영어 문장들이 나온다.  

Help 

Hello 

How are you 

Thank you 

.... 

A로 물어보면 반드시 B로 대답하곤 하는 우리 주입식 교육의 냉소적인 모습을 감동과 코믹으로 포장해준 감독의 센스에 감탄했다. 

게다가, 아기자기하고 소소한 연출로 짠하게 울리는 씬이 많았다. 영화 ET를 떠올리게 하는 손가락씬이, 그리고 사진 속 그의 눈물을 닦아 주려고 하는 그녀의 손동작이 말이다.  






자신의 옷을 입혀 놓은 허수아비. 외로운 남자 김씨에게 유일한 말벗이 되어주고 침묵으로 보답해주는 고마운 친구였다. 그리고 여자 김씨가 세상으로 한 걸음 나가는 첫번째 발자국이 되어준 옥수수 씨앗.  

서로 아무 연관도 없고, 각자의 상처에 대한 치유에 아무 보탬이 되어주지 않았건만, 그들은 서로를 기다리고 또 반가워하며, 조금씩 세상 속으로 향하는 소망의 길을 열어간다.  

천하장사 마돈나에서도 그랬다. 동구의 귀여운 댄스로 마감한 마지막 씬에서, 동구가 원하던 성전환 수술을 했는지 관객은 알지 못한다. 다만,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부정하지 않았고, 스스로에게 솔직하려고 노력했으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했다. 세상은 여전히 그를 호모 새끼라고 부르며 비아냥 거릴 수 있지만, 적어도 그는 그런 비딱한 시선에 굴복하지 않을 단단한 자신을 만들어냈다. 관객은 그 사실을 알아차리며 감동과 격려의 박수를 보낼 수 있었다.  

이 작품 역시 그러했다. 그가 섬 밖으로 뛰쳐나가도, 그가 신용불량자였던 현실의 더께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시 세상 속으로 노출된 그를 세상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존재에 대한 긍정을 가능하게 해준, 소망을 실어줄 수 있게 용기를 준, 자신을 지켜봐준 그 관심에 그들은 고마워할 것이다. 그리고 그 에너지는 어떤 식으로든 그들이 살아갈 새로운 힘을 만들어줄 것이다.  

새삼스럽진 않지만, 두 사람 모두 연기를 잘해 주었다. 워낙에 인정받는 정재영보다, 정려원의 발견이 더 반갑다. 저렇게 폐인 모드로 있어도 그녀에게선 빛이 났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에서 전지현이 맨 얼굴인 척 하며 미모를 자랑했던 것과 비교가 되는 더 멋진 아름다움이었다.  

제목과 포스터가 좀 웃기게 보이고, 일견 코믹 영화처럼 느껴지는 광고가 있었지만, 결코 그게 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다.  

이 영화의 포스터를 다시 들여다 보시라. 작은 문구 하나에도 영화의 핵심 주제가 들어 있다. 자, 이제 그가 보낸 희망의 메시지를 무언으로 일축하지 말고 열렬히 환영의 신호로 답해 주자. 그가 이름을 묻는다면, 내 이름은 무엇이라고, 당당히... 그리고 따뜻하게 대답해 주자.  



ps. 영화의 ost가 무척 좋다. 특히 후반부에서 정려원이 나올 때 깔린 음악들이 무척 인상 깊었는데 어떤 음악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금년에 보았던 영화 중에서 단연코 가장 따뜻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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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씨표류기 - 1등이 아니어도 괜찮아
    from 영화중독자 칼슈레이 : 손 끝으로 보내는 당신을 향... 2012-11-18 19:34 
    [김씨표류기, Castaway On The Moon, 2009]                                    ...
 
 
바람돌이 2009-05-18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보고싶은 영화가 줄줄이 개봉이군요. 박쥐보면서 영화 너무 좋은데 나 너무 힘들어했어요.
이 영화는 그런 힘듬없이 볼 수 있을 것 같아 더 기대돼요. ^^

마노아 2009-05-18 23:23   좋아요 0 | URL
눈 한 번 안 찡그리고 보실 수 있지요.(아, 혹 비위가 약하신 분이라면 좀...;;;)
후훗, 아무튼 추천 영화예요.^^

turnleft 2009-05-19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에 업무 때문에 email 보내는데, 앞에 "Hello Jack," 이러면서 시작하잖아요.
실수로 "o" 를 빼고 써서 보내버려서 얼마나 당황했는지.. -_-;;

마노아 2009-05-19 10:19   좋아요 0 | URL
크허! 한 글자 차이로 어마어마한 의미의 차이가....;;;;
완전 후덜덜이에요.(>_<)

후애(厚愛) 2009-05-19 0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코믹인 줄 알았는데 아니군요.
좋은 영화들이 너무 많이 나와서 심술이 나려고 해요.ㅋㅋㅋ
정려원은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처음으로 보았는데 이번에는 이미지가 완전 다르게 나왔네요.
근데 저는 저렇게 다소 지저분하고 헝클어진 머리 정려원이 더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저도 저런 카메라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요.ㅎㅎㅎ

마노아 2009-05-19 10:20   좋아요 0 | URL
안녕 프란체스카에서도 제법 재밌게 나왔는데, 그후 정극 연기자로 변신했어요.
아, 저렇게 가느다란 몸은 어떻게 해야 나오는 걸까요?
정말 신 인류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카메라 근사하죠? sony라는 것 밖에 몰라요.ㅎㅎㅎ

행복희망꿈 2009-05-19 0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소개를 TV방송에서 한 번 본적이 있어요.
남자배우는 저는 처음보는것 같은데요.^^ 아닌가?
저도 이번달에는 꼭! 영화 한 편 보고싶어요.
이 영화도 참고로 할께요. ㅎㅎㅎ
저도 저렇게 멋진 카메라 있었으면 좋겠어용~~~
마노아님~ 이승환을 정말 좋아하시나봐요? 자주 보이는데요.^^

마노아 2009-05-19 10:21   좋아요 0 | URL
오, 남자 배우 유명해요. 실미도에도 나왔고, 바르게 살자, 아는 여자, 신기전, 강철중, 아들, 웰컴투 동막골, 박수칠 때 떠나라, 나의 결혼 원정기 등등등. 주로 장진 감독과 작업을 많이 했어요. 심각한 얼굴로 웃긴 배역 소화하기가 많았지요.
어휴, 이승환은 나의 감동이지요.^^

행복희망꿈 2009-05-19 15:01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영화본지가 하도 오래되어서리~~~
마노아님은 이승환의 몇분안되는 광팬?!^^
아니~ 너무 많지만 역시 마노아님도 대단하신 팬?

마노아 2009-05-19 15:09   좋아요 0 | URL
정재영이 드라마는 출연 않고 영화만 해서 그런가봐요.
저는 아마도, 이승환의 광팬 400명 안에는 들지 않을까요?
전국 투어까진 못하고 있지만 마음은 늘 구름이랍니다.^^

프레이야 2009-05-19 0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서재지붕이랑 대문사진이랑 바뀌었네요. 좋아하시는 승환님 사진으로ㅎㅎ
이 영화 주말에 희령이랑 봤어요. 참 좋더군요. 역시 희망의 메시지가 울컥하게 하더군요.
언뜻언뜻 던지는 대사들도요~ 이 영화 보고 와서 자장면 만들어 먹었어요. 수퍼 파는걸로..

마노아 2009-05-19 10:22   좋아요 0 | URL
주말에 이승환 공연이 있었는데 비오는 날의 야외 공연이었어요. 저는 못 갔는데, 다녀온 사람들의 감동이 2년 전 제 경험을 떠올리게 해서 뭉클했거든요. 그래서 지붕이랑 다 바꿔봤어요.^^ㅎㅎㅎ
이 영화 보고 나면 짜파게티 매출이 늘 수밖에 없겠더라구요. ㅎㅎㅎ

2009-05-19 1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5-19 1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5-19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려원 누나 우리 옆집에 산다면 좋겠네...샤크라일 때도 좋아했는데...목소리도 이쁘고...

마노아 2009-05-19 17:06   좋아요 0 | URL
샤크라일 때는 거의 보질 못해서 어땠는지 모르겠어요. 배우 쪽이 적성에 더 맞아 보여요.^^

무스탕 2009-05-19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발 다음달까지 극장에 걸려있길 바랄뿐이에요.. T_T

마노아 2009-05-19 23:10   좋아요 0 | URL
다음 달까지 남아 있을 것 같아요. 블록버스터가 몰려오고 있긴 하지만요.
근데 이번 달에는 시간이 없는 거예요?

무스탕 2009-05-19 23:19   좋아요 0 | URL
네.. ㅠ.ㅠ
이번달 말일까지 꽉-! 입니다요. 일도 좋고 돈도 좋지만 요런 자그마한 호사를 제때 누리지 못하는건 정말 속상해요 -_-

마노아 2009-05-19 23:41   좋아요 0 | URL
아아, 쉬어가면서 일해야 해요. 저도 오늘 행사 있어서 학교 못 가서 안타까웠는데(일당 없음.ㅜ.ㅜ) 몸이 아프니 쉬어서 다행이더라구요. 이런 날 출근했으면 어쩔 뻔 했어요. 내일이 두려워요ㅠ.ㅠ
 


평화의 상징 비둘기는 서럽다 [제 916 호/2009-05-18]


사랑과 평화의 상징이던 ‘비둘기’가 요즘 ‘골칫덩이’ 취급을 받고 있다. 쓰레기를 뒤지며 이것저것 주워 먹어 잘 날지 못할 만큼 살이 쪘다는 의미로 ‘닭둘기’, 배설물과 깃털로 각종 세균을 옮길 수 있다는 뜻에서 ‘쥐둘기’라는 별명까지 생겼을 정도다.

엽기적인 별명을 넘어 비둘기는 이제 법적으로도 ‘해로운 동물’로 지정될 모양이다. 환경부는 최근 집비둘기를 ‘유해야생동물’로 규정하는 ‘야생동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내놓았다. 비둘기로 피해를 보는 사람은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만 받으면 포획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으로, 법제처 심사를 거쳐 6월경 공포될 예정이다.

환경부의 발표에 네티즌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것 같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 입법예고안이 발표된 후 인터넷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101명 중 83%가 환경부의 개정안에 ‘찬성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적어도 사람들이 비둘기를 해롭다고 생각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한국동물보호연합, 동물사랑실천협회 등 국내 동물보호단체들이 ‘정부가 과학적인 근거 없이 비둘기의 유해성을 단정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람들이 비둘기가 사람에게 해롭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먼저 건강에 나쁘다는 생각 때문이다. 비둘기의 배설물은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건조된 뒤 가루가 되고, 공기 중에 날리게 되면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각종 병균을 사람에게 전파할 수도 있다. 비둘기의 우리에서 발견되는 빈대, 진드기, 벼룩 등도 사람에게 옮을 수 있다는 주장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 인수공통 전염병의 매개체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한 몫하고 있다.

또한 비둘기의 배설물은 도시 미관에도 좋지 않고, 건물이나 유적지 등 기타 시설물 자재를 부식시킨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배설물이 석회암 구조물에 손상을 주는 것은 과학적 실험으로 증명돼 있다. 비둘기의 배설물이 물과 닿으면 다양한 종류의 곰팡이 진균류가 성장하고, 대사과정에서 산성 물질이 나온다. 이 산성물질이 석회석을 녹여 구조물 곳곳의 색이 바랜다. 심할 경우는 미세한 틈을 만들기도 하는데 그 틈 속으로 물이 스며들어 얼면 구조물에 금이 갈 수도 있다.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둘기. 콘크리트 등 도시구조물 변색 원인이 되고 있으며 ‘인간의
건강’에 위협을 준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비둘기는 ‘집비둘기’로 분류되는데, 원래는 바닷가 암벽지대에 사는 새라고 해서 영어로는 ‘Rock Dove’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학명은 납빛 비둘기라는 뜻의 ‘콜룸바 라비아(Columba lavia)’이다.

이 비둘기의 특징 중 하나가 강력한 번식력과 빠른 성장 능력이다. 집비둘기는 1년에 1~2회, 매번 두 개의 알을 낳는데 주변 환경이 좋으면 1년에 4번에서 6번까지 알을 낳기도 한다. 성장도 매우 빨라서 갓 태어난 새끼가 34~36시간 만에 몸무게를 두 배로 늘리고, 4~6주가 지나면 거의 다 자라 독립을 한다. 새끼 비둘기는 태어나자마자 ‘피존 밀크’라는 특별식을 공급받는데, 이는 암수 모두로부터 공급받는 젤 형태로,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하고 각종 면역성분이 함유된 농축 영양덩어리여서 성장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비둘기가 이렇게 까지 빠르게 번식하고 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도시환경에서 주어지는 풍부한 먹이 때문이다. 시민들이 던져주는 모이와 여기저기 널린 쓰레기는 비둘기가 하루에 필요한 먹이의 양인 20~50g을 단번에 먹어치울 수 있게 한다. 이런 환경에 있으니 도시 비둘기들은 어렵게 먹이를 구하러 다닐 필요가 없어 여유시간이 많아지고, 이 시간의 대부분은 번식을 위해 노력할 수있게 된다. 풍부한 먹이가 안정된 성장과 높은 번식률을 보장해 주는 셈이다.

‘비둘기와 인간의 전쟁’이 그렇게 최근의 일만은 아니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20세기 초부터 이 ‘납빛 비둘기’ 구제를 시도했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이 났다. 독약이나 마취제, 총포, 덫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했지만 허사였다. 일시적으로 비둘기의 개체 수가 감소하는 듯 보이다가 이내 예전 수준을 회복하거나 오히려 늘어나는 결과를 보였다. 또 영국에서는 ‘비둘기용 피임약’을 모이에 섞어줘 개체 수를 줄이려는 시도도 해 봤지만 이 역시 허사였다. 약을 먹지 않은 다른 무리의 비둘기가 재빨리 유입돼 별 효과가 없었다.

이처럼 사람이 비둘기의 개체수를 줄이지 못했던 이유는 뭘까? 안정적인 번식의 근원인 먹이 공급은 차단하지 않고 ‘사냥’ 에만 나섰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반부터 비둘기 방제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를 시작한 스위스 바젤대학도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 총포와 덫, 독약 등으로 비둘기를 살상하는 것은 별 효과가 없으며 개체 수는 먹이의 양과 가장 관련이 깊다는 것이다.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바젤 시 당국과 동물보호협회는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말자는 캠페인을 시작했고, 50개월 뒤 2만 마리로 추정되던 이 지역 비둘기 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스위스 바젤대학의 연구결과
비둘기에게 모이를 주지 않는
것만으로도 개체수를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스위스 같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비둘기와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20세기 초부터 유럽 각지에서 벌어졌던 비둘기와의 전쟁은 비둘기의 생태 습성을 과학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무작정 덤벼들면 결국 실패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과학적인 연구와 논의를 통해 생명을 경시하지 않으면서도 개체수를 자연스럽게 줄일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기이다. 인간은 비둘기를 통해 도심에서 동물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글 : 서영표 동아사이언스 과학전문기자

http://scent.ndsl.kr/View.do?type=1&class=100&seq=4144&B4Class=All&onlyBody=FALSE&meid=1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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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05-19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대부분의 동물들이 무섭지만 정말이지 조류는 특히나 더 무섭더라구요. 히치콕의 '새'를 보고난 이후 더 심해진 것 같아요. 비둘기들에겐 정말 미안하지만 떼로 날아다니면 좀 겁나더라구요.

마노아 2009-05-19 10:49   좋아요 0 | URL
전 얼마 전에 학교 보도 창으로 들어온 비둘기가 다시 날아온 곳으로 나가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그 동안 비둘기는 자기가 들어온 구멍으로 다시 못 나가서 정말 새대가린가봐... 했거든요.
그녀석만 특별히 똑똑했던 걸까요?
암튼, 저도 비둘기 무서워요ㅠ.ㅠ
 
연애, 오프 더 레코드 - 여자들끼리만 공유하는 연애의 모든 것
박진진 지음 / 애플북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예전에 '연애 교과서'라는 아주 재미 없는 책을 학교 도서관에 신청까지 해서 본 적이 있었는데(내 돈 주고 사서 보기는 아까웠..;;;), 그때 실망이 무척 커서 비슷한 종류의 책은 거의 보지 못했던 듯하다.  

알라딘에서는 무척 유명한 책이었고, 저자의 서재에 드나들면서 글밥에 많이 반했던지라 덥썩 물어 읽게 되었다.  

누가 지었는지 모르겠지만(저자가 직접 지었을까?) 제목을 참 잘 지었다. 연애, 오프 더 레코드.  

게다가 부제도 보라. '여자들끼리만 공유하는 연애의 모든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 이 책은 여성들에게 권하는 책이다. 사랑할 때 해야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 연애의 A부터 Z까지. 그 남자에 관한 속설과, 그 남자의 진심을 끌어오는 것과, 그 남자의 이런 반응에 대해 우리가 취해야 할 마땅한 전략과 전선과 전술과 자세까지 친절하게 얘기해 준다.  

온 국민이 찬양해 마지 않는 '쿨함~'의 미덕에 대해 저자는 시니컬한 반응을 보이지만, 정작 말하고 있는 저자는 쏘우 쿨~한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게 어울린다. 이런 연애 상담 지침서에 미적지근한 태도로 '이렇게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라고 말하기 보다는 '이렇게 해보라!'라고 말하는 게 더 어울리지 않던가! 

저자는 여자와 남자가 기본적으로 생겨먹기를 다르게 생겨먹었고, 때문에 가치관도 다르고 반응도 다르고 또 추구하는 바도 다르다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라고 충고한다. 백 번 옳은 말이다. 뭐, 안다고 해서 그게 바로 행동으로 옮겨지는 건 또 아니지만, 지피지기라고, 그의 사랑이 식어서가 아니라, 그는 우리와 다른 인류라는 것만 알아차려도 많은 연인들의 애태우는 마음엔 단비가 되어줄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웃겼던 대목은 여기다. 

   
 

 만약 지금까지 결혼하지 못한 건 '진실한 사랑을, 진실한 남자를 찾지 못해서예요'라고 한다면 내일부터는 머리를 산발한 채 쇠창살을 쥐어뜯으며 '나는 미친 게 아니라 순수한 거에요'라고 외쳐야 할지도 모른다. 이 나이가 되면 모든 게 다 죄가 된다. 순수한 것도 순진한 것도, 그리고 톡 까진 것도 죄가 된다. 순수하면 나이 헛먹었다고, 또 톡 까졌으면 그렇게 놀아 처먹었으면서 멀쩡한 놈씨 하나를 못 낚았냐? 하는 소리밖에 더 듣겠는가.(242쪽)

 
   


거의 마지막에 실린 이 챕터의 제목은 '결혼하지 못한 죄를 사하여 주소서.'다. 으하핫, 이제 순수한 것도 순진한 것도 모두 죄가 되는 나이 대에 접어들다 보니 눈에 확 들어온다. 나보다 다섯 살 더 많은 노처녀 언니를 둔 까닭에, 시집 안 가냔 압박이 모두 걸러져서 내게까지 넘어오지 않지만, 압박을 온 몸으로 받아 피 철철 흘러도 좋으니 제발 언니 시집 좀 가주라!라고 외치는 나로서는 저 제목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 언니의 결혼하지 못하는 죄를 사할 수 없도다! 뭐, 남말 할 처지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만 밝힐 수 없는 여러 사연으로 내 맘이 그렇다. 정말 능력되면 내가 먼저 가고 싶다.ㅎㅎㅎㅎ 

지하철에서 읽을 생각으로 가볍게 들고 나갔는데, 문득 사람 많은 곳에서 읽자니 좀 거시기한가? 하고 한 번 둘러보게끔 되었다. 책도 너무 예쁘고, 이런 책을 숨어 읽을 세상이 절대 아님에도 스스로 걸러지는 레이더 망이라니, 쯧!하고 한 소리가 나온다.  

기초 영문법 뗀다고 바로 영어의 달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는 봐줘야 공부했다고 말할 수 있지 않던가. 이 책도 그렇다. 이 책이 당신의 연애를 책임져주지 않지만, 당신의 연애에 조금 더 밝은 길잡이는 되줄 것이다. 재밌고 가볍게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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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18 15: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9-05-18 20:12   좋아요 0 | URL
헤헷, 감사합니다. 부끄러워요.(^^ )( ^^)

플라시보 2009-05-27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노아님. 서재질(?)을 한참 할때는 참 많이도 들었던 이름을 이렇게 제 책의 리뷰에서 보다니 기분이 매우 좋습니다.^^ 그런 생각을 했더랬어요. 혹시 이 어줍짢은 책으로 그나마 알라딘에 존재하던 나를 좋게 봐 주시던 (혹은 궁휼히 여기시던) 몇몇 분들이 '얘는 서재나 하지 왜 책은 냈다니?' 하는 반응이 오지 않을까 하고. ㅎㅎ 책을 낸다는 아주 기쁜일 (개인적으로 제 오랜 로망이었던) 앞에서 잠시 추춤했던것은 오직 알라딘 때문이었습니다.^^

님의 서평을 읽으니 저도 웃음이 납니다. 제가 써 두었던 대목을 누군가가 다시 인용을 해서 자신의 사연을 덧붙여 놓는다는것. 매우 근사하네요. 책을 내서 참 좋은 일 중에서 단연 랭킹 탑입니다.^^

간혹 제 책이 얼마나 팔리고 있는가 싶어서 (확인할길은 오직 알라딘 뿐인지라^^) 클릭을 할때, 새로운 서평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이곳이 얼마나 저에게 관대한 곳인가를 다시한번 느낍니다. 이런 책은 두고두고 읽히는 밀리언셀러가 아닌지라 나올때 잠깐 반짝 하는것 (물론 저는 반짝이나마 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다인데. 이렇게 1년이 지나도 서평이 올라오는군요. 더구나 마노아님이! ㅎㅎ

나이가 드니 모든게 죄가 된다는 것은 정말이지 살면서 절실하게 느끼는 바입니다. 성공하지 못한것, 돈이 많지 않은것, 좋은 인간이 되지 못한것, 남들처럼 비슷하게 살지 못하는 것, 착하지 않은것 (혹은 착한것. 전 해당사항 없습니다만) 등등등. 사람들이 나이를 먹는것을 두려워하는 것은 비단 외형적으로 낡는것 이외에 세상이 우리에게 '그 나이를 먹었으면 이쯤은' 하고 바라는 눈높이가 점점 높아져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 그래서 여자들이 나이가 차면 후딱 결혼을 해 버리려고 하는 것이겠지요? 그 모든 눈총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것은 '전 결혼했고 아이가 있어요' 일 테니까요. 그럼 더 이상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죠. 그래. 넌 인생 통틀어 아주 중요한 숙재를 해 냈으니까 패스.

이건 좀 다른 얘기인데요.
그냥 고백이라고 해야하나? 현재 심경이라고 해야하나.
전 어쩐지 알라딘 서재에 글쓰는 것이 더 적합한 인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나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나를 까발리고 내 성질 있는대로 다 보여주던. 지금은 꼴에 책을 냈다고 서재문을 거의 닫다시피 하고 있거든요. 그저 리뷰나 쓸 밖에...그것도 아주 아닌 책을 발견했을때 신랄하게 까대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그냥 좋은 책들만 씁니다. 비평을 하기에는...뭐랄까 이미 저도 그 물살을 탄것만 같아서요. 가장 비판받아야 할 나 자신을 빼놓고 제가 누굴 비판하나 싶어서요. 글의 형태도 어쩌면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제가 책을 낼 정도는 아니지 않습니까? 아하하 블로그에 쓴다면 '그래 너 기특쿠나 이렇게 많이 써대다니' 할지 모르겠지만 책이란 엄연히 누군가가 그 댓가를 지불하고 읽는 것이니까요. 생각 같아서는 제가 아주 부자라서 제 책은 무료 배포라도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두번째 책이 나오면 첫번째 책을 한 서른권쯤 사서 무료배포 이벤트라도 해 볼 생각입니다. 으하하)

서평 너무 감사드리구요. 이젠 더이상 서평은 안달리겠지? 하는 시점에 달린 서평이라 더욱 반가웠습니다. 내내 행복하시구요. 항상 웃고 사시길 바랍니다. 예전처럼 알라딘에 많은 글을 쓰지는 않지만 여전히 서재는 들락거리고 남의 서재도 기웃거립니다. 이곳은 마치 고향 같아서요. 마노아님은 고향에 살고 있는 친구이구요.^^ 그럼 안녕히..

2009-05-27 1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클립스 - 나의 뱀파이어 연인 트와일라잇 3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윤정숙 옮김 / 북폴리오 / 2008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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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0쪽이나 되는 책이었는데, 찔끔찔끔 들여다 보면서  겨우 다 읽었다. 트와일라잇 시리즈 중에서 가장 재밌게 본 것은 뉴문이었고, 그 바람에 이클립스도 몹시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1편에서는 벨라가 뱀파이어 에드워드를 만나 서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진행되었고, 2편에서는 인간과 뱀파이어의 사랑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새삼 깨달은 에드워드가 떠나면서 완전히 폐인이 되어버리는 벨라가 늑대인간 제이콥에게서 위안을 얻는 내용이 진행되었다. 결국 서로 떨어져서는 살 수 없었던 두 연인이 극적으로 상봉하면서 끝난 이야기가 3편에서는 공공의 적으로 인해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의 공존 및 협력이 가능했던 사건들이 진행된다.  

이유는 나오지 않았는데 여주인공 벨라는 좀 특별한 구석이 있다. 그저 인간으로서는 지극히 운동신경이 둔하고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지는 불운을 달고 다니는 학생일 뿐인데, 뱀파이어들의 특별한 능력이 그녀에게 미치지 못하고(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힘을 가진 에드워드는 그녀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사람에게 공포의 환각을 주입시켜 고통을 주는 제인은 그녀에게 환각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사람과 접촉하면 그 사람의 속을 다 꿰뚫어 보는 3천년 묵은 뱀파이어 아로도 그녀에게서 생각을 읽어내지 못했다), 그녀에게서 나는 체취는 특별히 뱀파이어들의 갈증을 더 솟구치게(미치게) 만든다. 그래서 에드워드가 그녀 곁에서 금욕(?) 생활을 하는 것은 사실상 상당한 인내를 요구하는 것이었다. 그걸 극적인 절망을 겪으면서 극복해낸  에드워드에게 격려의 박수를 주고 싶다. 기특한 것! 

뱀파이어 가족들은 벨라가 워싱턴의 포크스 마을로 오면서 인간 생활에 더 깊이 개입하게 되었고, 그것이 늑대인간의 피를 이어받은 퀼트 부족을 자극시켜 그들의 각성으로 이어졌다. 소년들은 거대한 늑대인간으로 변신해서 본능적으로 적대감을 갖고 있는 뱀파이어를 견제하게 된다. 뿐인가. 벨라를 죽이려다가 오히려 죽임 당한 뱀파이어 제임스의 연인 빅토리아는 벨라를 죽이기 위해서 뱀파이어 군단을 조직하고, 더 큰 전쟁이 이곳 포크스에서 벌어지게 된다. 벨라는 늘 본의 아니게 사건의 중심에 휩싸이게 되고, 사실상 누군가를 위험하게 만들곤 했다.  

한낱 인간일 뿐인 그녀는 지극히 약하고 또 인간을 먹지 않는 퀄렌 가족들에게조차 큰 자극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을 뱀파이어로 만들어주기를 소망한다. 이제 18세가 된 그녀는 이미 17세의 에드워드보다 나이가 많아졌고 그 격차는 계속 벌어질 터였다.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기왕이면 에드워드가 자신을 변신시켜 줄 것을 원했다. 하지만 에드워드는 사랑하는 벨라가 자신과 같은 뱀파이어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누리고, 그리고 평화롭게 죽음을 맞이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그녀 없는 삶을 살아낼 수 없는 그는, 영생의 삶을 스스로 정리하고 그녀의 뒤를 따라가기를 원한다. 서로 좁혀지지 않는 의견 차이로 인해 조건을 제시할 수밖에 없었는데 에드워드는 자신과 결혼해 달라고 했고, 벨라는 끔찍해 한다.(아니 왜!)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떠오른 생각인데, 혹시 에드워드는 제이콥으로 인해 더더욱 그녀와의 결혼을 당기고 싶었던 것일까. 결국엔 벨라가 자신의 진짜 마음을 눈치 챌까 봐? 

벨라가 에드워드가 없는 동안에 얼마나 고통스러워했는지, 얼마나 넋을 놓고 살았는지 독자는 다 안다. 그래서 제이콥에게 그녀가 가지는 고마움과 애정도 충분히 이해한다. 그런데 제이콥이 그렇게 무대포로 덤비고 나올 때 그걸 적정 선에서 제지하지 않는 벨라가 무척 괘심했다. 뿐만 아니라 결국엔 제이콥을 향한 자신의 마음의 진짜 정체를 알아버릴 때의 충격이란 아무리 여주인공이라도 확 분노가 치밀...;;; 

그런데 이 착하디 착한 또 지나치게 예의바른 뱀파이어 왕자님은 어땠는가. 흔들리는 그녀의 마음을 다 이해해 주고, 비난하지도 않으며, 그녀가 어떠한 선택을 하든 그것을 지지해주려고 하다니. 그런 에드워드를 아프게 한 벨라가 밉다! 

보통의 사람들은 따라갈 수도, 범접할 수도 없는 극한의 아름다움을 지닌 존재. 게다가 빠르고 강하고 불멸의 삶을 살고 있는 뱀파이어. 100년을 넘게 살았던 만큼 그는 지혜로웠고 음악적 재능이 충분했으며, 게다가 부자였다.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은 인간의 기준으로 볼 때 대단한 것이었고, 이미 그것들을 갖고 있는 그에게는 그것이 자랑할 만한, 지킬 만한, 소중한 무엇이 될 수 없었다. 사랑하는 그녀가 추워서 벌벌 떨고 있을 때, 자신의 체온으로 녹여줄 수 없어(그들은 냉혈족이라 불리는 만큼 차가운 체온과 숨결을 지녔다.) 그녀를 사랑하는 또 다른 남자가 안아주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한다는 건 그에게는 치욕이자 절망이었을 것이다. 그녀의 생명을 앗아가려는 다른 뱀파이어와 맞닥뜨려 최선을 다해 싸워 이겼지만, 그 무시무시한 힘을 드러내보이는 것이 또 다른 공포를 안겨주었을까 봐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는 이 여린 마음의 뱀파이어라니. 이 책이 할리퀸 로맨스 소리를 들으면서도 무수한 여심을 자극하며 초 베스트셀러로 군림하는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통통 튀는 앨리스는 졸업 파티보다 더 자극적이고 매력적인 파티를 준비하면서 잔뜩 신이 났는데, 과연 다음 이야기에서 앨리스가 준비하려는 최상의 선물이 제대로 전달될 지 의문이다. 워낙 사건 사고가 많은 벨라의 운을 생각할 때 말이다.  

1.2권은 같은 번역자여서 차이가 없었는데, 3권은 벨라와 앨리스의 대사가 존댓말에서 반말로 바뀌어서 어색했다. 우리 말같지 않아서 분명 존댓말의 구분이 있진 않았겠지만, 정서상으로 벨라가 앨리스에게 존댓말을 쓰는 게 나로서는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었기 때문이다. (앨리스는 에드워드의 누나다. 당연히 친누나는 아니다.) 

그리고 내 기억이 맞다면 1권에서는 벨라가 160 키에 50kg이라고 했는데, 3편에서는 45kg으로 나온다. 설마 그 동안의 고생으로 인해 체중이 무려 10%가 감량이 된 것인지, 한국인들이 최적의 몸무게로 여기는 연예인 표 체중을 보여주기 위해서 삭감을 한 건지 원작을 보지 못한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 (다만 기분은 좀 나빴다. 버럭!) 

원작은 4권이 완결이라고 알고 있는데 아직 번역본은 나오지 않았고, 영화 2편 '뉴문'은 12월에나 개봉한다. 아, 멀고도 멀었구나.  

트와일라잇 화보집이랑 dvd를 구입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겠다. 일단은 화보집부터 지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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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5-17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 이 책이 너무 좋은데 리뷰를 도통 쓰질 못하겠어요. 아주 좌절하다가 마노아 님의 리뷰를 읽는데 어쩜 이렇게 잘 써주셨는지요! 부럽습니다. 벨라가 밉긴 미웠는데 그 이유를 조목조목 쓰지도 못하겠고, 에드워드가 너무 좋은데 왜 좋은지(뭐 잘생겨서죠, 이런 말이나 하다니. 흑) 쓰질 못해서 괴로워하던 찰나에 이런 리뷰라니요. 심봉사 눈 뜬 듯, 심마니가 심봤다, 하듯 추천 남기고 갑니다.
벨라의 체중에 대해 저도 모르게 모니터에 마시던 보리차를 뿜을 뻔 했어요 후훗

마노아 2009-05-17 23:23   좋아요 0 | URL
아, 오늘 좋은 노래를 들으면서 평소 같았으면 떠올리던 남정네가 아니라 내내 에드워드 생각만 났어요. 이 멋지구리 클래식한 매력 덩어리 남자를 어쩜 좋을까요. 벨라 대신 내가 확 낚아채고 싶어요.(>_<)
아, 두 분 모두 벨라의 체중에서 화들짝!이었군요. 전 다들 저처럼 분개할 줄 알았어요.ㅎㅎㅎ

다락방 2009-05-17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넘어갈수가 없는 리뷰에요.(이클립스잖아요!)

위에 Jude님처럼 저 역시 어어, 벨라의 체중 얘기도 책에 있던가? 했어요. 그런데 기분은 좀 나빴다는 마노아님에게 적극공감 초공감 급공감이에요. ㅎㅎ (아, 이럴때의 마노아님은 완전 사랑스러워요!)

국제도서전에서 트왈랏 화보집 보고 왔거든요. 음, 저는 굳이 사지 않아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마노아님은 화보집부터 지르실건가요? 전 20일날 나온다는 DVD 나 질러야겠어요. 그리고 아예 틀어놓고 살아야겠어요. ㅎㅎ

마노아 2009-05-17 23:25   좋아요 0 | URL
으헤헷, 다락방님! 저 드디어 이 시리즈 다 봤어요. 아껴 보느라 욕봤답니다. 4권 어쩜 좋아요. 대체 언제 나온대요. 이미 수입은 했겠죠? 영어 못하는 사람은 버닝도 힘들어요.
오, 국제도서전 다녀오셨군요. 트왈랏 화보집이야 뭐 사놓고 보면 돈이 아깝겠죠. 그래도 질렀어요. 보고 중고샵에 팔 거예요.ㅋㅋㅋ
일단 궁금하니까 질러야겠더라구요.
dvd는 아직 발매 전이니까 적립금 모아 다시 지르려구요. 앙, 뉴문 너무 보고 싶어요. 언제 6개월이 흐르죠???

후애(厚愛) 2009-05-18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클립스 읽어 보셨군요^^
저도 언젠가는 꼭!!! 읽을거에요.ㅋㅋㅋ
그동안에 품절이나 절판만 안 되기를 빌어야지요..^^;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4권까지 나오나요?
시리즈로 계속 나오면 좋을텐데요^^

마노아 2009-05-18 09:43   좋아요 0 | URL
초 베스트 셀러라서 쉽게 품절이나 절판은 안 될 것 같아요.
4권이 완결이라고 알고 있어요. 벌써 아쉬워요.(>_<)
1편 읽을 때는 이게 뭐임! 이랬는데 갈수록 매력적이더라구요.^^ㅎㅎㅎ

레와 2009-05-18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의 리뷰를 읽으니 기억이 새록새록..^^

뱀파이어'계에 최고봉은 쟝끌로드지만,
꽃돌이 꽃미남은 에드워드를 따라올 자가 없어요. 아직까지 그리고 영원히~ (강선생 버젼으로..ㅎㅎ)

아.. 보고싶다. 에드워드~

마노아 2009-05-18 20:12   좋아요 0 | URL
에드워드는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연약하되 강한 아름다움이 있잖아요. 아우, 완전 최고예요!
(근데 강선생 버전을 몰라요.ㅠ.ㅠ)
영화가 너무너무 궁금하답니다. 빨리 개봉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