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로션을 사고 나서, 마찬가지로 동제품 저렴한 스킨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엄마가 쓸 영양크림도 주문했는데, 엔프라니 하나 때문에 사은품이 저만큼 따라왔다. 클린징 크림은 대따 크더라. 유통기한이 얼마 안 남았나? 무지 많이 주네. 뭐 고맙지만...  

스킨이랑 로션이 각각 5,000원도 안 해서 품질이 너무 떨어지면 어쩔까 했는데 괜찮은 듯 했다.  

언니는 써보니 어떠냐고 묻자, 자긴 얼굴 로션인 줄 모르고 바디로션으로 썼단다. 아쒸...(ㅡㅡ;;;)


 

윙크가 도착해서 보는데, 뒷부분 제본 불량이 도착했다. 난 윙크 다 보고 나면 꼭 파는데 이건 못 팔게 됐잖아! 

게다가 마지막 편 만화랑 작가님들 후기는 읽을 수가 없었다. 아씨... 우짜지? 

모든 작가님과 기자님들이 '근조' 글을 후기로 남기셨다. 여전히,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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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6-04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거 파본이니 당근 교환해야죠.
나도 영양크림 사야되는데 알라딘에서 파는 거 괜찮나요?
여름엔 얼굴에 거의 안 바르지만 학교갈 때는 그래도 살짝~

마노아 2009-06-04 09:21   좋아요 0 | URL
교환해서 오가는 비용이 더 큰 것 같아서 절반만 가격 보상해 달라고 했어요.
출판사 책임이니까 비용을 더 들이는 쪽을 선택할 지도 모르겠지만요.^^
전 화장품 거의 다 알라딘에서 사서 썼어요. 괜찮던걸요.
딱히 뭘 가리는 편이 아닌지라... 그냥 무던히 쓰고 있답니다~

L.SHIN 2009-06-04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낚였다....입니다! ㅡ.,ㅡ
난..마노님이 '화장하고 윙크한 사진을 올렸다'라고...그런데,,만화책인겝니까.

마노아 2009-06-04 09:22   좋아요 0 | URL
'화장과 윙크'가 아니라 '화장품과 윙크'였답니다.
그동안 윙크 리뷰를 쭈욱 써온 저로서는 전혀 낚시질 의도가 없었다는 것을 강조합니다.ㅎㅎㅎ

하늘바람 2009-06-04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알라딘 화장품 비싸요

마노아 2009-06-04 12:08   좋아요 0 | URL
평소에 화장품을 별로 안 사봐서 비싼지도 몰랐어요.
적립금 모아서 산다고 생각해서 더 그런 느낌이 안 들었나봐요.

행복희망꿈 2009-06-04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은 정말 알라딘의 최고고객이시네요.
책과 화장품까지~
저도 제목보고 얼른 달려왔는데~ㅎㅎㅎ

마노아 2009-06-04 12:09   좋아요 0 | URL
아하핫, 본의 아니게 정말 낚시형 제목이었군요.^^;;;
알라딘 기프트 제품도 꽤 재밌답니다.^^
 
Feel So Good 10 - 완결
이시영 지음 / 시공사(만화)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99년도에 처음 이 작품을 접했다. 잡지의 폐간과 함께 오랜 기간 연재 중단했던 것이 어느 날 갑자기 7년의 공백을 깨고 단행본이 나오더니 이제 완결의 빛을 보게 되었다. 이시영 샘 만세!!! 



출연진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시은이 시문이 남매가 가운데에 있고, 그 주변에 그들의 연인이, 또 그들의 가족이, 관련된 사람들이 잔뜩 포진해 있다. 하다 못해 유진의 형제들, 사도들까지도.  

작가님은 이 작품이 엔딩을 보았지만 아직 더 할 얘기가 많이 남아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치애의 가족 이야기도 몇 커플 남아 있고, 이를테면 유진이 세상을 떠돌아 다니면서 보았을, 겪었을 것들이, 또 시은이가 졸업 후 시문이의 매니저 생활 하는 이야기도 남아 있는데, 이건 무척 기대되는 설정이다. '지구에서 영업중'에서도 몇몇 에피소드는 이미 운을 뗀 상태고, 사두고 읽지 못한 '순애보' 시리즈에도 여기 나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렸을 것으로 예상된다.  

책의 마무리는 무척 훌륭했다. 그토록 오랜 기간 잡고 있던 책이 완결까지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지켰다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무척 파격적인 내용이 들어가 있는데, 스포가 되기 때문에 차마 언급은 못하겠지만, 그마저도 1권 시작할 때 이미 결정된 것이었다고 하니 더 충격적이다.  

작가님은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셨는데 나 역시 동의한다. 남겨진 자들이 어떻게 살아가는가가 결국 전체 이야기의 엔딩이 되지 않겠는가. 

맘에 들었던 장면들을 몇 컷 찍어보았다. 



자길 두고 절대 죽지 말라고 징징거리던 어린 시문에게, 역시 어린 시은이가 해주는 위로는 개똥 철학이 아니라 제대로 한 방이었다. 저때 시은이 나이는 열 셋이었다.ㅎㅎㅎ 



이전 이야기에서도 말했지만, 평소 그런 내색 안 하던 사람이 저렇게, 자신의 강함을, 카리스마를 온 몸으로 표현하는 씬에서 전율을 느낀다. 사도 중의 사도 큰 형님께 도전하는 저 포스를 보시라. '스케일'이 다르다니까! 



역시 한 카리스마 하는 치애 엄마의 포스다. 막강 오라를 내뿜던 아빠 '유 난' 작가도 그 앞에서는 깨갱깽깽! 



제본 부분 때문에 사진이 원래 맛을 못 보여주고 있는데 가장 감동적이었던 내용의 일부분이다. 뒷부분이 더 끝내주기 때문에 앞부분 샷을 올린다.^^ 



10년 세월이 흘렀으니, 유진의 머리가 저만큼 자랐다는 게 어색하지 않다. 뒷머리는 허리까지 온다.  

순정만화의 매력은 이런 것. 남정네가 저리 긴 머리를 하고 나오면 오히려 섹시하게 보인다는 거다! 

어째 분위기가 '지구에서 영업중'에서 온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꿈을 꾸는 사내의 모습과 닮았다. 

사실 냉미남이라는 것에는 똑같지만 성격은 너무도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eel so good~이라던 작가님 말마따나, 정말 so good~!이었다.  

외전은 천천히 기다리기로 하고 최근 좀 덜 이뻐했던 '한 눈에 반하다'에 다시 애정을 모아볼까 한다. 몇 권까지 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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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06-04 0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결이 10권이군요.
역시 시리즈가 많아서 구입은 못할 것 같아요ㅠㅠ
금방 검색을 해 보니 1~6권은 품절이네요.
99년도에 나온 순정만화가 2009년도에 완결이라니... 정말 인내심이 강하십니다.^^

마노아 2009-06-04 09:24   좋아요 0 | URL
같은 작가의 '지구에서 영업중'이 10권 완결나고 외전이 한 권 나왔는데, 이 책도 그리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아르미안의 네 딸들도 10년 만에 완결했고, 불의 검은 12년 만에 완결했고, 바람의 나라는 15년째 연재 중이니 기다릴 만합니다. 완결만 내주면 그저 감사할 따름이라지요.^^ㅎㅎㅎ
 


의학혁명의 첨병, 분자 나노현미경 탄생 이야기 [제 923 호/2009-06-03]


“우리 이렇게 살 바엔 차라리…, 헤어져.”
가슴이 철렁했다. 드라마의 한 장면이나 인기 연예인 부부의 파경 소식이 아니다. 박사과정을 마친 후 부푼 가슴으로 시작했던 스위스 연방공대(ETH Zurich)에서 박사후연구원 과정에 들어갔을 때의 일이다. 화학과 물리를 합친 ‘나노분광학’을 전공한 덕분에 유난히도 힘들고 길었던 박사과정 내내 묵묵히 뒷바라지를 해왔던 아내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이야.

1990년대 후반 아내에게서 이런 폭탄선언을 들었을 당시 필자는 6개월째 집에도 제대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던 신세였다. 실험실에서 ‘나노라만’ 신호를 얻는데 매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구공과 당구공이 서로 부딪히면 충돌 전후의 에너지가 변하지 않는다. 물리학에서는 이를 ‘탄성충돌’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당구공과 진흙공이 충돌하면 진흙공에 에너지의 일부가 흡수돼 충돌 전후의 에너지가 서로 차이가 난다. 이를 ‘비탄성충돌’이라고 한다.

생체물질에 레이저를 쏘면 내부에서 생체분자와 레이저의 광자가 부딪히는 비탄성충돌이 일어난다. 이때 생체분자는 진흙공, 광자는 당구공에 해당하는데 충돌 후 생체분자가 레이저의 에너지 일부를 흡수한다. 생체분자의 구조에 따라 충돌 전후의 레이저 에너지가 조금 달라지는데 이 차이를 측정하면 광자가 어떤 생체분자와 부딪혔는지 알 수 있다. 광자와 생체분자의 충돌 전후 에너지 차이가 바로 ‘라만신호’다. 즉 라만신호는 몸 안에 있는 생체분자를 자세하게 분석하는데 쓰인다.

분석할 생체물질의 크기가 마이크로미터(1㎛=100만분의 1m) 수준이면 일반적인 원자현미경으로도 얼마든지 라만신호를 측정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마이크로라만’ 신호만으로는 생체현상 연구에 한계가 있다.

생체물질을 분석할 수 있는 분해능이 나노미터(1nm=10억분의 1m) 크기 정도로 작아야 생체분자가 몸속에서 이루고 있는 화학결합이 무엇이며 얼마나 센지 등을 알아낼 수 있다. 나노반도체나 차세대휴대폰 동영상 장치의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나노 불순물을 분석할 때도 마찬가지다.

나노라만 신호를 분석하려면 결국 직접 필요한 장치를 개발해야 했다. 말은 쉽지만 나노라만 신호라는 게 형광 같은 다른 분광 신호의 100만분의 일도 안 될 정도로 아주 미약하다. 세포에 레이저를 쪼면서 나노라만 이미지 한 장을 얻는 데 무려 9시간까지 걸리곤 했다. 그렇다고 성급한 마음에 레이저를 너무 강하게 쪼면 마치 라식수술 할 때처럼 세포가 벗겨지거나 더 심하면 까맣게 타버리기도 했다.

게다가 나노라만 신호를 분석하려면 세포를 중간에 두고 위에 있는 원자현미경의 탐침과 아래에 있는 레이저의 초점을 서로 1나노미터 정도로 아주 정확히 맞춰야만 한다. 그런데 레이저의 초점 크기가 약 200나노미터 내외로 워낙 작아서 이것을 10나노미터도 채 되지 않는 원자현미경 탐침 끝부분의 중심과 잘 맞아 떨어지게 하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마치 양궁경기에서 화살촉 끝부분을 과녁의 정중앙에 정확하게 맞히는 것과 같다.

어쩌다 정확하게 맞춰도 실험실 내부의 온도나 습도, 소음, 진동 등 주변 환경 변화에 따라 다시 어긋나 버리기 일쑤였다. 게다가 당시 우리 실험실이 취리히 시가전차가 지나가는 철로 바로 옆 지하실에 있었다. 그나마 시가전차가 끊길 즈음인 자정부터 아침까지가 그래도 신호가 어느 정도 나오는 때라 어쩔 수 없이 밤새도록 실험실에 앉아 있곤 했다.

당시 아내도 태어난 지 얼마 안 되는 둘째 아이 육아 스트레스에다 대부분의 이웃들이 영어를 못하고 독일어를 사용하는 예상치 못했던 언어장벽을 겪고 있었다. 달력 사진에서 보던 것과는 달리 멀쩡한 사람도 우울하게 만드는 침울하고 긴 스위스의 겨울 날씨, 저녁 8시 이후에는 설거지도 못하고 쥐죽은 듯 조용해야 하는 스위스식 주거규칙, 어쩌다 해먹는 한국음식 냄새를 윗집에서 못 견뎌하는 등 너무나 다른 문화 충격들을 혼자서 감당하고 있을 때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내에게서 그런 말이 나올 만도 했다.

‘궁하면 통한다’ 했던가. 발등에 떨어진 가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연구를 마무리 지어야만 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좀 더 빨리 나노라만 신호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고안한 것이 바로 세계 최초의 ‘분자 나노현미경(MINE, Molecular Integration Nanoscope)’이다.

분자 나노경은 탐침 끝부분과 레이저 초점을 컴퓨터로 정확히 맞출 수 있고, 은나노 탐침을 써서 미세한 나노라만 신호도 획기적으로 증강시킬 수 있는 차세대 융합 장비다. 생체분자의 물리적인 3차원 나노 형상뿐 아니라 분자화학적 분광 정보까지도 얻을 수 있다. 분자 나노경의 등장으로 과학자들은 이제 눈으로 볼 수 없는 미세한 나노 세계의 다양한 분자화학적 현상들을 선명한 컬러로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글쓴이가 분자 나노경(MINE)을 관찰하고 있는 모습. 미세한 생체분자의 신호를 포착해 분자
화학적 3차원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사진제공 한국화학연구원>

앞으로 분자 나노경은 알츠하이머병이나 백혈병 같은 난치성 질환의 근본 원인이 되는 유전체 또는 단백체의 병리현상 연구, 암세포를 죽일 수 있는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활용될 전망이다.

보통 10년 이상 걸리던 글리벡 같은 신약개발 기간을 크게 단축시키고, 많게는 2조원까지 소요되는 천문학적인 신약개발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 현미경(왼쪽)과 분자 나노경(MINE)으로 본 유방암 세포. MINE으로 찍은 사진은
선명한 컬러로 나타나며 20nm 크기의 미세 구조까지 구분할 수 있다. 사진제공 한국화학연구원>

이제는 희미한 옛 추억이 됐지만 아내의 그 때 그 한 마디가 당시에는 분자 나노경을 개발해야만 했던 절박한 동기가 됐다. 현재는 분자 나노경에 이어 수 펨토초(1펨토초=10조분의 1초) 안에 일어나는 생체물질의 변화까지 볼 수 있는 성능을 연구 중이다. 또한, HD급 디스플레이소자에 대한 나노분석 기능 등을 결합해 새로운 첨단 나노 검사장비를 개발하는 일에 몰두 하고 있다.

이 같은 기술이 보편화 되면 난치병 환자들은 더 빠르고 저렴하게 신약을 투여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다급한 마음에 만들어 낸 신기술이 의학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니, 과학은 언제나 한치 앞을 알 수 없다. 그래서 과학이란 학문은 더 재미있는지도 모른다.

글 : 서영덕 한국화학연구원 융합바이오센터 분자고등검지그룹장

http://scent.ndsl.kr/View.do?type=1&class=200&seq=4161&B4Class=All&onlyBody=FALSE&meid=1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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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훔치는 도둑
프랑수아 크로자 그림, 제라르 몽콩블 글, 김진경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7월
평점 :
품절


제목이 무척 마음에 들어서 사전 정보 없이 구입한 책이다.  뒤쪽으로 높다란 성이 보이고, 큰 나무를 휘감은 용과 나무 꼭대기 위에 둥둥 떠 있는 배가 그려진 표지 그림도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내용은 무척 심심하다. 음, 기대에 많이 못 미쳤다. 



자연을 꼭 끌어안은 아름다운 정원에 앉아 있는 한 소년. 파랑새가 멀리 다른 곳으로 갈수 있는 비법을 알려준다. 그저 두 눈을 꼭 감기만 하면 된다고. 꿈나라 여행을 일러주려나 보다. 그림은 정성스레 그린 듯하지만, 시간대를 알 수가 없다. 더 찬란해서 해 쨍쨍 내리 쬐는 오후의 나른한 시간인지, 해질녘의 석양 무렵인지, 이슬 촉촉한 새벽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러니까 열심히 그리긴 했는데, 매력이 없고 심심한 그런 느낌이다. 



정원도, 집도 사라진 숲길에, 전혀 다른 복장을 하고 있는 소년이 걷고 있다. 발 밑에 누워있는 이까의 보드라운 감촉을 소년은 느낄 수 있을까.  

축축한 이끼가 아닌 보드라운 이끼라는 표현이 마음에 든다. 이끼하고도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다.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찬 숲 속에 빛이 부옇게 들어오고 있다. 빛이 들어오는 설정은 좋은데, 책이 낡아서인지 광택이 없어서 너무 바랜 느낌으로 다가온다. 새책이라면 좀 다르게 보였을까?  



낡고 부서지기까지 한, 황폐한 성 안에 들어가본다. 천장이 어마어마하게 높은 이 성에서 소년의 발자국 소리가 크게 울릴 것이다. 두마리의 뱀이 서로 얽혀 있는 기둥 위에는 용을 향해 창을 겨누고 있는, 혹은 찌르고 있는 기사/용사의 모습이 보인다.  

한쪽 벽에 화려하게 그려져 있는 벽화. 벽화 속 사람들이 소년을 향해 손을 내민다. 그 손을 잡는 순간, 소년은 그림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또 다시 만나게 되는 낯설고 신비로운 세계. 



흥겨운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지만, 이미 많이 실망하고 들어간 나로서는 그닥 흥미를, 흥을 못 느끼겠다. 뭐랄까, 파티를 즐기고 있는 '척'하는 느낌이다. 이 속에선 음악이 들리지 않는다. 소년의 웃음도 어쩐지 어색하다.  

광대복장을 한 다른 출연진들처럼, 그저 한바탕 속고 속이는 그런 '쇼'가 펼쳐지는 느낌의 그림이다. 

소년은 탑 꼭대기 위로 올라가 보았다. 넓디 넓은 세상이 보인다.  

검은 새는 이제 일러준다. 명령을 해 보라고.  

탑들에게, 저 새들에게, 돌로 만든 용들에게. 이곳의 주인은 바로 소년이라는 것을, 그래서 그림자도 빛도 네 앞에선 고개를 못 든다고 일러준다. 표현은 멋있다. 포스가 없지만. 



갑자기 장면이 전환되어 소년이 서 있던 탑은 어두운 바다를 비추는 등대가 된다.  

무서운 괴물이 가득 타버린 배가 다가오고 있다. 이 괴물들은 꿈을 사냥하는 녀석들이다.
꿈을 잡아먹고, 꿈을 깨뜨리고, 꿈을 빼앗아가는 것. 바로 빛을 훔치는 도둑들이다. 

괴물들이 성에 들어가서 친구들을 잡아 먹기 전에 용사를 깨워야 한다. 이 괴물들을 모두 해치워줄 존재. 바로...... 



이 세상 모든 꿈들의 엄마, 꿈의 여왕, 꿈 지킴이라고 해도 되겠다. 용감무쌍 용 처녀(?)가 꿈 도둑들을 혼내주었지만, 그 역시도 천하무적은 아니다. 꿈의 주인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꿈이 깨어지는 순간, 꿈의 세계는 순식간에 무너진다. 그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소년은 현실 세계로 돌아와야만 한다. 

그런데, 돌아온 현실 세계는 어떻게 되어 있을까? 떠나기 전 모습과 똑같은가? 변화가 있다면, 어떤 일이 생겼던 것일까? 그걸 상상해 내는 게 독자가 할 수 있는 최대의 기쁜 선택인 듯하다. 

이 책이 내게 다소 실망스러운 것은, 이렇게 상상의 세계 혹은 꿈의 세계를 여행하고 돌아오는 이야기 구조는 데이비드 위즈너의 책에서 이미 많이 접했고, 그 퀄리티가 너무 높았던 까닭에 기대치가 한껏 올라가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 중에서는 가장 심심한 편이었던 허리케인도, 이 작품에 비하면 월등히 재밌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비교수치다. 누군가에게는 이 책이 꿈과 모험이 가득한 환상 동화로 자리매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느낌과 판단은 각자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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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09-06-03 0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정말 멋지긴 하네요...^^
처음부터 기대가 너무 커서 실망도 크셨나봐요......

마노아 2009-06-03 07:44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예요. 제가 기대를 괜히 너무 많이 했나봐요.^^;;;

후애(厚愛) 2009-06-03 0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들이 참 이뻐요. 그리고 저도 제목이 마음에 들어요.
저도 동화에 나오는 소년처럼 멋진 세계를 여행하는 꿈을 꾸어 봤으면 좋겠어요.^^
상상할 수 없는 아름다운 곳으로요.ㅎㅎㅎ

마노아 2009-06-03 07:44   좋아요 0 | URL
멋진 꿈을 상상해 보고 날마다 생각하면 혹시 그 꿈이 재현될까요? 그런 재주 있으면 좋겠어요.^^
 
식객 15 - 돼지고기 열전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6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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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에게 마찬가지로 해당되지만, 창작자들 역시 작품의 완주를 위해선 휴식이 필요하고 충전이 필요하다. 오랜 연재로 지쳤을 작가에겐 꼭 필요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당당히 쉬겠다고 말하고 쉴 수 있는 파워는 물론 아무에게나 주어지진 않지만. 허영만 화백 정도의 위치라면 출판사나 신문사에서도 군소리 없이 다녀오십시오! 했을 듯하다. 



에베레스트, 몽골, 일본, 그리고 뉴질랜드까지. 오오옷, 부러운 휴식 여행이다. 이런 휴식과 충전으로 더 멋진 식객이 그 후로도 줄곧 탄생하고 있는 것일 테지. 

몽골 사람들은 원래 생선을 안 먹는데, 그래서 외국인들에게 고기잡이 체험을 시키는 게 아닐까? 자기들로서는 있어봐야 그림의 떡이니까.  

에베레스트를 등반할 정도의 체력이라면, 평소에 자기 관리가 엄청 엄격했을 듯하다. '한국의 글쟁이들'을 읽으면서도 느꼈는데, 전업 작가들이 오히려 출퇴근 하는 직장인들보다 더 시간 관리가 엄정하다. 그런 자기 절제가 있기 때문에 프로 글쟁이로서, 또 그림 작가로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일 테지? 



고사지낼 때 쓰는 돼지 머리의 눈이 웃고 있는 까닭을 설명해 주는 장면이다. 돼지도 죽을 때는 고통에 겨워하지만, 저렇게 나뭇조각을 입에 걸어놓아서 입이 자연스레 벌어지게 만든 것이다.  

   
 

 고사는 모두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소원이 달성되고 계획하는 일이 잘되라고 신에게 소원을 비는 의식이다.

돼지머리가 고사에 쓰이게 된 배경은 여러가지가 있으나 개업식에 쓰이는 이유는 우리말과 연관이 있는 듯하다.
1. 윷놀이에서 '도'는 돼지를 상징하는 동시에 '시작'을 의미한다. 시작이 반이므로 돼지머리를 차려놓고 일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2. 돼지는 '도야지'라고도 하는데, '도야지'는 잘되기를 바라는 뜻의 '되야지'와 발음이 비슷하다. 그리고 '돼지'라는 말 역시 잘된다는 뜻의 '되지'와 발음이 유사하다.
3. 돼지의 한자말 '돈'은 우리말 '돈'과 발음이 같다. 다산성인 돼지가 새끼를 많이 낳듯 많은 돈을 벌어 부귀영화를 누리기 바라는 마음으로 돼지 주둥이에 돈을 물린다. – 243쪽

 
   


이번 편은 '돼지고기 열전'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돼지를 도축하는 사람을 소재로 한 '두당', 원조 족발집 이야기 '족발', 그리고 순대에 올인한 여고생의 '순대일기', 고사 이야기가 나온 '돼지머리', 부산에서만 제 맛이 나는 '돼지국밥'이 이야기밥이다.  

도축장면은 좀처럼 견학하기가 힘이 들다고 하는데, 작가는 놀라운 기회를 잡아서 제대로 취재를 하고 올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런 에피소드는 작품 속 포인트 잡지사 맛 칼럼을 쓰는 '진수'를 통해서 재현되었다. 차장수를 하면서 반찬과 식재료를 취급하는 성찬과, 음식 취재를 하는 진수는 이름만큼이나 천생연분이다.  

두번째 에피소드 족발에서 그렇다면 육수를 훔쳐간 사람은 큰 아들이었다는 얘길까? 엔딩 부분이 좀 이해가 잘 안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순대일기가 맛깔스러웠다. 여고생에 순대를 너무 사랑해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순대 공부를 하다니, 너무도 파격적이고 신선한 설정이 아닌가! 



"만지면 넌 순대다!" 

어마어마한 협박이 아닌가.ㅎㅎㅎ 

작품 속 엄마는 고2 학생이 순대만 쫓아다닌다고 걱정에 근심이지만, 저렇게 이미 똑부러진 딸이라면 대학이 문제가 아니라 이미 떡잎부터 보인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돼지 머리 에피소드는 무척 가슴 아프게 읽었다. 번번이 사업 실패하는 큰아들을 건사하느라, 잘 나가는 둘째 아들과 셋째 아들을 닥달하고 금식을 무기로 삼는 엄마의 횡포라니. 상황의 차이는 있지만, 남 얘기 같지 않아서 속이 쓰라렸다. 작품 속 동생은 사장님이기라도 하지...ㅜ.ㅜ 

가장 짠했던 에피소드는 '돼지국밥'이다. 사업의 실패로 자살까지 결심을 했던 사내가, 어머니의 쪽지 한 장으로 생으로 발길을 돌려버린다. '자살'이라는 단어가 최근 우리에게 던져준 충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후 사정 캐묻지 않고 묵묵히 그 자리에서 아들을 지켜봐주고 돌봐주고 또 살게끔 하는 모정이 뜨거웠다. 



알았으면 대답해보라고 다독이는 엄마에게 이미 같이 늙어가는 아들이 울먹이며 '응'이라고 대답한다. 울컥... 살아있는 정이 스며드는 순간이다.  

대사가 사투리로 표현되면 가독성은 떨어지지만 현장감이 살아나고, 캐릭터에 대한 몰입도가 증가한다.  

작가는 전국구로 움직이며 도처에 취재진을 끼고 있다. 그의 지인들이, 친구들이, 또 팬들이 그의 소식통을 자처하는 까닭이다. 그 마당발로 지금껏 일구어낸 작업과 성취의 결과물일 테지. 차곡차곡 쌓아온 작가의 내공과 땀과 도전의식은 이제 작가 혼자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닌 독자가 함께 가져갈 수 있는 기쁨이 되었다. 우리 모두의 복이다. 

   
 

 돼지머리를 제물로 바치는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분분하나 그 정점에는 돼지가 하늘과 교감하는 신통력을 보유한 동물로 자리잡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소의 신통력도 이에 못지 않으나 유독 돼지가 널리 애용되었던 이유는 경제적인 면이나 실용적인 면에서 소에 비하면 돼지의 비중이 덜 하였기 때문이라는 실질적인 이유가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소가 자비를 기원하며 하늘에 바치는 제왕의 제물이었다면 돼지는 보다 나은 미래를 희망하며 하늘에 기대었던 백성의 제물이 되었던 것이다. 돼지머리의 값어치는 그 미소로 결정된다고 한다. 제왕의 제물은 근엄하나 볼품없는 백성의 제물은 궁색하여 웃음이라도 만드는 묘책을 마련한 것은 아닐까? 이래서 돼지머리의 미소는 절박하지만 해학적이다. – 2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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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09-06-03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네요...^^ 말로만 들었던 식객인데 급 보구싶어지는군요...
'돼지머리의 미소는 나무조각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도 알게 해주고...^^
예전에 남들이 고사지낼때 웃는 돼지를 사야한다고 하기에 정말로 도살당할때는
고통스러울텐데 웃는 돼지가 있을까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ㅋㅋㅋ

마노아 2009-06-03 07:44   좋아요 0 | URL
식객 시리즈 모두 재밌어요. 재미와 감동과 교훈을 같이 주지요.
그러고 보니 저는 고사 지내는 장면을 직접 본 적이 없네요.^^;;

루체오페르 2009-06-03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식객 말로만(?) 들었는데 이런 내용이었군요. 흥미롭네요. 글 잘 봤습니다~^^

마노아 2009-06-03 21:45   좋아요 0 | URL
만화로 진행되는 부분은 옮겨오기 힘들어서 부연 설명을 옮겨보았어요. 본 작품은 더 재밌답니다. 만나보셔요.^^

순오기 2009-06-04 0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집 식객은 전부 성주서재에 짧은 리뷰로 끝냈어요. 23편은 썼나 안썼나 ~ 확인해봐야겠어요.
우리집에서 대출실적 1위가 식객이지요.^^

마노아 2009-06-04 09:23   좋아요 0 | URL
식객은 두고두고 함께 보면 좋을 책인데, 그걸 혼자만 보고 달랑 팔아버리려니 속이 쓰려요. 팔아봤자 몇 푼 안 되는데 말이죠. 그래도 뭐 아쉬운 건 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