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k 2009.6.15 - No.12
윙크 편집부 엮음 / 서울문화사(잡지)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6월 책인데 표지는 8월 분위기다. 너무 푸르다랄까. 뭐 청량감 있어 좋기는 하다. 
DIY Girl이 무척 재밌었고, Royal Love의 전개도 흥미로웠다.  푼수 끼 있고 머리도 그닥 좋아보이지 않는 켈리지만, 솔직하고 적극적이고 또 순진할 때도 있다. 다분히 속물적인 부분들도 사랑스럽게 묘사된다. 레이가 화가 난 것은 스스로에 대한 실망이 아닐까?

마틴 앤 존은 또 다른 카리스마 고양이가 나타나서 점점 흥미로웠다. 이 시리즈는 영상으로 만들면 그림이 정말 죽여줄 것 같다. 박희정 작가님의 그 감수성을 과연 담아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긴 어렵지만.

하이힐을 신은 소녀는 엄청 충격적인 엔딩으로 독자들을 놀라게 했다. 심지어 담당 작가님도 완전 '깜놀'이었다고 밝히신 바 있다.
때가 때인지라, 보라돌이의 그 장면은, 여러 사람들을 감정이입하게 했을 것이다. 얼마 전에 우리가 온 마음으로 울어내야 했던 한 사람에게로. 다음 회에 잘 마무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궁, 막장 일일드라마 수준의 선정적인, 그러나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전개로 자꾸 끌고 나간다. 답답스럽다. 여기서 채경이가 더 바보스런 선택, 그러니까 방송에서 이혼하고 싶다고 발언을 했던, 그 수준의 어떤 행동을 보일까 우려가 된다. 조금만 더 현명해졌으면 한다. 개그 말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머리를 기대하고 싶다. 부디!

유일한 청일점 이우인 작가의 '우리는 가난하지만'은 참 풋풋하고 애틋하다. 읽을 때 '동심'으로 바라봐야 할 것 같은 최면을 스스로 걸게 된다. 

탐나는도다, 버진은 박규의 집에서 있을 수 있는 나름의 근거를 만들어냈다. 수상한 형님의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

이번 호를 쉰 '하백의 신부'는 이제 단행본과 함께 만나는 것인가? 확실히 연재를 해야 단행본이 빨리 나온다. 그러므로 잡지의 폐간은 만화가에게도 독자에게도 치명적인 독. 서울문화사는 건강하게 오래오래 윙크를 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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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빵 인형을 샀을 때 '동화책 속 세계 여행' 입장권을 한 장 받았다. 6월 10일까지 쓸 수 있는 표였던지라 혼자 갈 게 아니라면 토요일날 움직여야 했다.  

큰언니를 동대문에 내려주고, 둘째 언니는 초행길을 돌아돌아돌아... 정말 오래오래 돌고 돌아 예술의 전당까지 우리를 실어날랐다. 운전 시작하고 두 달이 못 되었는데, 언니가 운전하는 차를 처음 탔다. 각오했던 것에 비하면 견딜만(?) 했다. 차 안에서 너무 오래 있어서 뜨거웠던 것만 빼면. 

예상대로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한 명은 공짜, 두 명은 20% 할인 받고, 둘째 조카는 세돌이 안 되어서 무료 입장. 



그림자를 만들어주는 방에서 사진을 찍어 보았다. 어둡게 나온 것도 있지만 통 웃지 않는 큰 조카. 

본 버닝햄의 그림은 생각보다 무척 컸다. 실제 원화는 분위기가 그런가 보다.  

아니타 제람의 '내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세요?' 존 버닝햄 그림보다 반가웠다는...

전시회에는 아는 책이 1/3, 모르는 책이 2/3 쯤 되었나 보다. 그 중 읽은 책, 더군다나 내가 사준 책이 나오면 자랑질하기 바쁘다. 조카야, 이 책 갖고 있지? 누가 선물해 줬어? 막 이러고 다니기...ㅎㅎㅎ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은 생각보다 많이 작아서 놀라웠다. 존 버닝햄이 유독 컸던 것일까? 

아무튼 워낙 인기작이 많았던지라 그 앞에는 사람도 무척 많았다.  

유명한 '돼지책' 그림 앞에서 조카 사진 한 방!



사실 찬찬히 그림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 사람은 많고, 둘째 조카는 까칠하기 이루 말할 수 없고, 도착하기까지의 긴 여정이 우리를 이미 지치게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두들 아침부터 굶었다는...ㅜ.ㅜ 

두번째 그림은 내가 참 좋아하는 세르쥬 블로크의 '나는 기다립니다' 인연의 끈들이 일렬로 쫘악 이어져 있다. 반가웠다.

사진을 무척 많이 찍었지만 흔들린 게 너무 많아서 건진 게 그닥 많지 않다. 게 중 맘에 들었던 그림 한 장... 



그림이 재밌어 보여서 한 장 찍었다. 벽 색깔이 꼭 저 그림 원고지 색깔과 비슷한데, 거기에 직접 작가의 사인이 그려져 있기도 하고 이름이 적혀 있기도 하다. 따로 푯말을 쓰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은 작품들도 많아서 신선했다.  

앤서니 브라운의 '우리는 친구'에 나오는 고릴라와 고양이 친구다. 사람이 무척 많아서 거의 줄서서 사진 찍는 분위기였다.
나도 한 장 찍었는데, 내 사진은 제대로 흔들렸다ㅠ.ㅠ 



먼지깨비는 실제로 소품을 만들어서 사용했기 때문에 전시회에 출품하기는 딱 좋았다. 아이들도 무척 재밌게 보는 듯했다.(나도 재밌었다!) 

사진을 더 찍었음은 물론이지만, 그게 다 흔들렸다는 것도 물론이다ㅠ.ㅠ 

(사진 펑!)

구름빵도 실제로 쓰였던 소품이 나왔으면 좋았겠지만, 애석하게도 그림만 와 있었다. 그래도 구름빵은 영문판을 애니로 상영해 주었는데 한글 대사가 나오고 영어 자막이 깔렸다. 애니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조카가 찍어준 내 사진. 내가 찍은 것보다 잘 나온 듯하다. 다만 너무 어둡게 나와서 얼굴이 잘 안 보이는데, 그래서 다행이었다는 후문이다.  

연이네 설맞이도 옆에 보인다. 



'딸기'의 경우 그림이 참 인상적이었던 작품이어서 원화를 직접 보니 더 생생하니 좋았다.  

생각하는 ABC의 작가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의 '발가락'이다. 그림책을 나중에 넘겨보았는데 무척 흥미가 갔다. 

전시장을 다 보고서 나오니 당연하게도 전시회와 관련된 여러 상품들이 눈을 현혹한다. 3D 입체 카드라던가, 만화경 등은 내가 봐도 너무 재밌어서 갖고 싶은 마음이 잔뜩이었다. 먼저 나간 언니가 끌고 간 유모차에 내 가방이 있었는데, 만약 지갑을 갖고 있었으면 사달라고 졸라대는 조카의 보챔에 넘어가기 딱 좋았을 법했다.  

언니가 다 끝나고 뭐가 제일 재밌었냐고 묻길래 만화경 들여다본 게 제일 재밌었다고 대답한...;;;;; 

(사진 펑!)







전시장 로비에는 아이들이 앉아서 종이컵을 갖고 놀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 놓았다. 그림 그려진 저 컵에 본인이 다시 색칠해도 좋지만, 우리집 애들은 탑쌓기 놀이 정도로만 만족하는 듯했다. 

그리고 로비의 커다란 그림 앞에서 사진 한 방! 역시 거의 줄서다시피 해서 찍을 수 있었던 사진이다. 딴청부리는 둘째 조카 덕분에 내 사진은 대부분 심령사진으로 남고 말았다는.... 

(사진 펑!)(사진 펑!)(사진 펑!)

앤서니 브라운 그림은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아무도 관심 안 갖던 구석탱이 미피 앞에서 사진 찍었다. 저긴 화장실 앞이다..;;; 

전시장을 나오면 음악 분수대도 있는데 다음 연주회 때 까지 한 시간도 더 남아서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나왔다. 아그들은 배고파 하고, 주차 시간(2시간 무료)도 아슬아슬했기 때문. 애석하게도 10분 초과해서 1000원 더 내고 나왔지만. 

원래 버거킹을 가는 게 목표였지만, 주차할 곳 못 찾아, 노선 변경 못해, 이러저러한 이유로 결국 돌아돌아돌아서(정말이다!) 분식으로 아침 겸 점심 겸 저녁을 해결함.  

날이 너무 더워서 하루종일 밥 되는 음식보다 음료수를 더 많이 마신 듯하다.  

별로 한 일도 없는데 어찌나 피곤한지 지금도 눈이 가물가물.  

이런 전시회는 일가족이 다 동원되기 일쑤인데, 표값이 지나치게 비싸단 생각이 든다. 나는 공짜로 들어가긴 했지만. 

김밥이랑 음료수를 미리 준비했으면 파라솔에 앉아서 먹기도 참 좋았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음악분수대 시간도 미리 알아두고 가면 기막힌 타이밍에 멋진 쇼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린 시간도 다 알아보고 갔지만 길바닥에서 너무 시간을 많이 쏟아서 전부 어긋나고 말았다..;;;;  

어린이를 위한 전시회지만, 조카들보다 내가 더 재밌어 했던 것 같다. 둘째는 너무 어렸고, 큰 녀석은 기분의 변화가 다채로웠던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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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06-07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너무 멋졌겠어요. 원래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재미있어하고 흥분하고 그러더라구요. 현준이도 가보면 좋겠지만 너무 멀고 입장료도 만만찮더라구요.ㅎㅎ 가족들 모두 즐거웠을거에요.^^

마노아 2009-06-07 13:16   좋아요 0 | URL
가기 전에는 고민을 하게 되는데, 다녀오면 잘 다녀왔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모처럼 즐거운 가족 나들이였어요.^^

바람돌이 2009-06-07 0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인인건 집안내력이군요. ㅎㅎ 아이들도 무지 예쁘고요.
요 전시회는 언제까지 하는걸까요? 가을에도 하면 좋겠는데....

마노아 2009-06-07 13:18   좋아요 0 | URL
6월 23일까지 전시회를 열어요. 멀리서 원정 올 정도로 추천할만하진 않구요.
가까우면 다녀오면 좋을 정도였어요.
예술의 전당에서 본 것으로는 한 달 전쯤 다녀온 클림트전이 참 좋았는데, 그때 생각도 나더라구요.^^

후애(厚愛) 2009-06-07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동화책 속 세계 여행을 다녀오셨군요.
아 넘 부럽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볼 기회가 있겠죠?^^
이쁜 막내조카는 예전에 곱게 한복을 입고 웃은 조카가 맞지요?

마노아 2009-06-07 13:18   좋아요 0 | URL
동화 속 세계 여행~ 아, 멋진 이름이지요.^^
막내 조카가 그 녀석 맞습니다. 후애님도 언제고 동화 속 세계 여행에 풍덩 빠질 수 있을 거예요.^^

bookJourney 2009-06-07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술의 전당 가는 길이 험난(?)해서 더 힘드셨겠어요.
'동화 속 세계여행'에 저도 가보고 싶은데, 그동안 그림책 원화전을 보던 용이랑 슬이의 미적지근한 반응이 생각나서 선뜻 나서지를 못하고 있어요. ^^;

마노아 2009-06-08 00:44   좋아요 0 | URL
용이랑 슬이도 원화의 감동에 공감해 주지 못했군요. ^^ㅎㅎㅎ
오히려 규모가 크니까 더 깊게 감상하지 못하고 훑고 나오는 느낌이에요. 애들은 밖에 나와서 더 잘 놀더라구요.^^

무스탕 2009-06-08 0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토요일에 휴일이라서 더 사람들이 많았지요?
저런 좋은 구경거리는 평일에도 유치원 칭구들 덕분에 다글다글할거에요..;;
그래도 좋은 구경 하고 오셔서 좋으셨겠습니다 ^^
고릴라 모나리자 재미있어요 :D

마노아 2009-06-08 15:38   좋아요 0 | URL
고릴라 모나리자가 아무래도 눈에 확 띄지요? 우리는 친구의 고릴라 인형도 천장에 매달려서 어린이 친구들의 애정을 듬뿍 받았답니다. 저는 기다리다 못해 한 구석에서 사진을 찍었지 뭐예요.^^ㅎㅎㅎ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358460.html 

서해, 남해, 동해, 그리고 오해.   

4면이 바다인 나라에서 사는 기분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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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6-05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어준~ 멋져요!^^


마노아 2009-06-05 22:48   좋아요 0 | URL
역시 김어준이죠?

2009-06-05 2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05 2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9-06-05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갇힌 기분이죠. 그것도 정말 딥따 더러운 감옥에... ㅠ.ㅠ

마노아 2009-06-06 10:05   좋아요 0 | URL
하늘밖에 안 뚫렸는데 하늘도 시커멓구요...;;;;

비연 2009-06-06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요부위 불어터지는 소리..푸하하하하~ 정말 끝내주네요~

마노아 2009-06-06 22:57   좋아요 0 | URL
대단한 비유랄까요.^^

무스탕 2009-06-06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사면이 바다가 되어버린 나라에서 좌초되지 않고 잘 살아나갈수 있는 방법이 이해인데 말이에요..

마노아 2009-06-06 22:57   좋아요 0 | URL
이해를 넘어 화해까지 가면 좋겠는데 너무 먼 바다 이야기 같아요...
 


내가 진짜 원조 슈퍼컴퓨터 [제 929 호/2009-06-05]


5월 어느 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퓨팅센터에 슈퍼컴퓨터 4호기 설치가 한창이다. 수십 명의 과학자들이 떼로 몰려들어 행여 흠집이라도 날세라 신주단지 모시듯 다뤄주니 슈퍼컴퓨터 4호기는 오만방자해지는 자신을 주체하기 힘들다.

‘나는 과학자들한테 금보다도 귀한 존재야. 똑같은 연구를 해도 나를 활용하면 수십~수백배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는데 이정도 대접은 받아야지. 세계적으로 ‘슈퍼컴퓨팅 수준=국가 과학기술 수준’라는 공식이 생겨날 정도니 할 말 다 한 거지. 난 정말이지 중요하고 소중해. 우하하하~!’

한참 거만을 떨던 4호기의 눈에 마침 1층 전시관에 얌전히 놓여 있던 슈퍼컴퓨터 1호기 ‘Cray-2S’가 띄었다.

“어이 형씨, 거기서 뭐하쇼?”

“보면 모르냐. 사람들에게 슈퍼컴퓨터가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온 몸으로 설명해주고 있다. 근데 너 말이 좀 짧다고 생각하지 않냐? 나는 1호기, 너는 4호기. 난 서열상 너의 형의, 형의 형! 그리고 원조, 시초, 선구자, 첫발인데 말이야. 엉? 요즘 애들은 예의가 없어서 문제라니까.”



<슈퍼컴퓨터 4호기. 사진제공 한국과학기술정보
연구원>

“오래된 게 무슨 자랑이라고…. 난 말이요, 총 연산능력이 322테라플롭스, 다시 말해 1초에 322조번의 연산을 할 수 있단 말입니다. 이 정도면 세계 10위 안에 드는 성능이에요. 반면에 형씨 성능은 어떻소? 내가 듣기론 겨우 2기가플롭스, 즉 1초에 20억 번의 계산밖에 수행할 수 없지 않습니까. 게다가 디스크 용량은 고작 60GB. 허! 참! 요즘에는 일반인들이 쓰는 개인용 컴퓨터(PC)도 수백 GB에 달하는데 슈퍼컴퓨터라면 좀 창피한 줄 아세요.”

틀린 얘기는 아니다. 4호기의 말에 잠시 기가 죽은 1호기. 그러나 이 정도에 원조의 자긍심을 버릴 수는 없다.

‘무어의 법칙(Moores Law)’에 따르면 컴퓨터의 성능은 5년마다 10배, 10년마다 100배씩 향상된다고 한다. 지금은 4호기가 저리 오만방자하게 떵떵거리고 있지만 21년 전인 1988년 처음 국내에 슈퍼컴퓨터 1호기가 도입됐을 당시엔 그 역시 세계적인 슈퍼컴퓨터였고 현재 4호기의 위세쯤은 상대도 안될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다.

“그래 잘난 너. KISTI에 오는 동안 경호는 좀 받았냐?”

“경호…요?”

“아이고, 경호도 못 받았어? 난 1988년 9월 미국에서 김포공항까지 먼 비행을 마친 뒤 서울 홍릉에 있던 KAIST 시스템공학센터까지 가는 동안 국빈급 경호를 받았었는데. 대통령처럼 높은 사람들이 이동할 때 도로를 통제하며 앞뒤 양쪽으로 순찰차가 경호해주는 장면 너도 알지? 나는 그렇게 수많은 수행원을 이끌고 이동했는데. 그것도 혹시나 기계에 무리가 가면 큰일 난다고 시속 40km 이하로 주행하면서 말이야.”

“난… 그냥 트럭 타고….”

“저런… 쯧쯧. 그리고 지금 네가 있는 이 KISTI 건물이 좀 독특하게 생겼다는 생각 안 드냐?”

“특이하긴 하죠. 네모반듯한 보통의 건물과 달리 팔각형 기둥 모양으로 생겼으니까요.”

“바로 그거야! 잘 봐. 나랑 똑같이 생겼잖아. 난 내 생김새를 본 따서 건물을 만들도록 할 만큼 대단한 존재라고.”

“…….”



<슈퍼컴퓨터 1호기와 꼭 같은 모습으로 만들어진 KISTI. 사진제공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뭐 그렇다고 내가 항상 대접만 받았던 것은 아니야.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지. 난 열심히 일했어. 그 덕에 우리나라에서도 컴퓨터로 미래를 계산해보는 ‘시뮬레이션’이란 모의실험이 본격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지. 그래서 선진국에서만 가능했던 대규모 연구를 국내에서도 할 수 있게 됐어. 하지만 이 때문에 반역자로 몰리기도 했지.”

“반역자요?”

“너 혹시 1980년대 말 건설됐던 ‘평화의 댐’이라는 것 아냐?”

“아뇨…. 제가 아직 돌도 안 지나서….”

“이거 완전 갓난아기네. 아무튼 그때 당시 정부는 ‘북한의 금강산댐이 한꺼번에 방류를 하면 서울이 물바다가 될 수도 있다’며 국민적인 모금운동을 통해 평화의 댐을 건설했어. 그런데 한 과학자가 나를 갖고 금강산댐이 방류한 물이 어떻게 퍼져나가는지 시뮬레이션을 한 거야. 그랬더니 평화의 댐은 필요 없다는 결과가 나왔지. 과학자는 이를 주장했고 결국 정부의 눈 밖에 난 그 과학자는 당시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에 끌려가 갖은 고초를 당했지. 휴~ 옛날 생각에 괜히 눈에서 땀이 나네….”

“이렇게 대단한 분인 줄도 모르고 건방지게 굴어서 정말 죄송해요, 선배님. 선배님이 대한민국에 슈퍼컴퓨팅 시대를 열어 과학강국의 기틀을 마련하셨듯이, 저도 선배님의 뜻을 받들어 이 한 몸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바칠게요. 당신은 영원한 나의 선배님이세요~!”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http://scent.ndsl.kr/View.do?type=1&class=300&seq=4165&B4Class=All&onlyBody=FALSE&meid=1_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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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06-05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호기와 1호기가 주고받는 이야기가 재밌어요.ㅎㅎㅎ
돌도 지나지 않은 1호기... 귀엽기도 하고 불쌍하네요.
그런데 너무 어려워서 이해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요.^^;;

마노아 2009-06-05 13:57   좋아요 0 | URL
저는 그냥 알아들은만큼만 이해해요.^^;; 평화의 댐 얘기랑 건물 모양이 흥미로웠어요.

L.SHIN 2009-06-05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에~ 귀여워. '제가 아직 돌도 안 지나서..' ㅋㅋㅋ
늘 그렇죠. 구세대가 있으면 신세대가 있고. 다른 것들은 모양이 점점 작아지는데 인간은 점점 커지는 것도
재밌는 현상입니다만.(웃음)

마노아 2009-06-05 18:48   좋아요 0 | URL
인간의 욕심도 점점 커지구요. 저 돌쟁이 컴퓨터는 그래도 노인(?) 공경을 좀 배웠네요.^^

꿈꾸는섬 2009-06-05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미있네요.^^

마노아 2009-06-05 22:56   좋아요 0 | URL
과학향기는 수요일과 금요일이 유독 재밌답니다.^^

bookJourney 2009-06-06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KISTI 건물이 슈퍼컴퓨터 모양을 딴거였군요. ^^

마노아 2009-06-06 22:58   좋아요 0 | URL
건물이 저렇게 생겼다는 것을 이번에 알게 되었어요.6^^;;
 

얼마 전에 나귀 님 서재에서 그런 글을 본 것 같다. 열광하지 않는다. 환멸하고 싶지 않으니까. 

맞나? 비슷한 말이었던 것 같다. 크게 공감이 갔다.  

원래 기대치라는 것도 본인이 기대 크게 해놓고 지풀에 실망할 때가 많으니까. 

쉽게 열광하지 마라. 환멸이 쌓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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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04 16: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04 1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09-06-04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무슨 일 있으셨어요?

마노아 2009-06-04 18:57   좋아요 0 | URL
그냥 머리가 좀 시끄러운 일이 있었어요. 머리보다 마음이 더 시끄러워서 문제였어요.
불편해서, 글을 좀 지웠어요. 신경 쓰이게 해서 미안해요.

2009-06-04 2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05 0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04 2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05 06:4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