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패 들고 있는 자세 좀 보라지...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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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9-06-16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력과 자제력 부분에서 뜨끔했습니다. ㅎㅎ

마노아 2009-06-16 21:14   좋아요 0 | URL
오, 기억력에서 강하고 자제력에서 약하십니까? ^^;;;

마늘빵 2009-06-16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형이지만 기억력은 완전 꽝이라는...

마노아 2009-06-16 22:43   좋아요 0 | URL
저도 오형이지만 쓸데 없는 것만 잘 기억해요.^^;;

같은하늘 2009-06-16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보니까 얼마전에 들은 얘기가 생각나네요...
제가 원래 이런거 들으면 잘 기억 못하는데 맞는지 모르겠어요...

A형 : 소세지 -> 소심하고 세심하고 지랄맞다.
B형 : 오이지 -> 오만하고 이기적이고 지랄맞다.
O형 : 단무지 -> 단순하고 무식하고 지랄맞다.
AB형 : 쓰리지 -> 지랄맞고 지랄맞고 지랄맞다.

웃자고 하는 얘기니까 그냥 웃고 넘어가세요..ㅎㅎㅎ

무스탕 2009-06-16 22:39   좋아요 0 | URL
저 O형인데요.. 맞아요.. --;;;

마노아 2009-06-16 22:43   좋아요 0 | URL
아, 에이비형 어쩌라구요...ㅋㅋㅋ

세실 2009-06-17 16:00   좋아요 0 | URL
이런....내가 그렇게 지랄 맞은가? ㅎㅎ

무스탕 2009-06-16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O형이지만 기억력 꽝이에요.
아프님. 이런 공통점이 반가우면 우리 슬픈건데요.. ^^;

마노아 2009-06-16 22:44   좋아요 0 | URL
제가 길치인 것은 길을 기억 못하는 까닭일까요? ㅡ.ㅜ

마늘빵 2009-06-17 09:27   좋아요 0 | URL
기억력 진짜 꽝이에요. 심하다 싶을 정도로. -_-
근데 어렴풋하게 항상 안개처럼만 기억을 해요.
말싸움을 하면 기억 나는 걸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없으니 항상 졌어요. 어릴 때.

마노아님 저도 길치인데. 심하게. 10년 다닌 길도 원점에서 시작해야 찾을 수 있는...
저도 그럼 기억력 탓?

마노아 2009-06-17 23:36   좋아요 0 | URL
대체로 남자들이 여자랑 말싸움하면 소소한 것들을 기억 못해서 진다고 전에 라디오에서 이승환이 그랬어요.ㅎㅎㅎ
아, 남자도 길치가 있다는 사실에 어쩐지 위안이 가는 거 있죠.
제는 아는 길치는 모두 여자였거든요.^^;;;

순오기 2009-06-16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인차가 있는 거지요~ 뭐!
우리식구는 모두 A형~~~ㅋㅋㅋ

마노아 2009-06-16 23:48   좋아요 0 | URL
분석의 여왕 순오기님은 AB형에 합당한데도 말이지요.^^ㅋㅋㅋ

302moon 2009-06-16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형인데, 맞는 듯도 하고 아닌 듯도 하고(갸웃, 웃음)

마노아 2009-06-16 23:55   좋아요 0 | URL
알쏭달쏭, 맞기도 하고 좀 벗어나기도 하고 그러지요.^^

프레이야 2009-06-17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맞기도 하고 좀 아닌 것도 같고.. 재밌어요.
자제력 3위 맞아요.^^

마노아 2009-06-17 23:36   좋아요 0 | URL
혈액형과 이런 성격적 특성들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들 하지만, 그래도 이런 것 보면 재미도 있고, 맞는 것도 있고 예외도 있어서 또 계속 하게 되지요.^^

다락방 2009-06-17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B형인데
팀웍도, 자제력도, 사무능력도 없군요. 딱 맞아요. ㅎㅎ

마노아 2009-06-18 14:14   좋아요 0 | URL
B형은 제 생각에 개성이 넘치는 사람이 많더라구요. 다락방님도 그렇죠? ^^

네꼬 2009-06-17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B형인데
팀웍도, 자제력도, 사무능력도 없군요. 딱 맞아요. ㅎㅎ 2

다락님은 역시 내 친구. 히히.

다락방 2009-06-17 12:56   좋아요 0 | URL
ㅎㅎ
네꼬님. 근데 저는 팀웍도, 자제력도, 사무능력도 전무한 제가 쏙 맘에 들어요. 이거 왜그런거죠? 네꼬님도 그래요? 하하하하

(다른것도 그렇지만 자제력은 진짜 특히 더 없어요. 아 웃겨요 ㅎㅎ)

웽스북스 2009-06-17 15:42   좋아요 0 | URL
저는 AB형이지만 팀웍도 자제력도 사무능력도 없어요 (자제력이 왜 1위야 응?)
저도 이런제가 좋아요

(두분이랑 친구하고싶어서 비굴하게 구는중 ㅋㅋ)

마노아 2009-06-17 23:37   좋아요 0 | URL
전 오형인데 그래도 우린 같이 어울릴 수 있는 거죠? 오호호홋!

무해한모리군 2009-06-17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전형적인 a형인가.. 그런거야.. ㅠ.ㅠ

마노아 2009-06-17 23:37   좋아요 0 | URL
이런 혈액형 분석의 개그는 늘 A형이 담당하던걸요.^^;;;

비로그인 2009-06-17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진짜 A형 맞을까요? 정말 맞나요??? 저것 진짜일까요??? 네 네 네?(마노아 님을 졸졸졸 따라다니며 귀찮게 계속 물어본다)

마노아 2009-06-17 23:38   좋아요 0 | URL
쥬드님을 보면 사무능력 1위하고는 좀 거리가 있는 걸요! 그거 말고 다른 분야 1위를 어여 뱉어놓으세요!(응?)

세실 2009-06-17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혈액형에 관심 많고 혈액형 맞추기 좋아하는거 보면 분석력 뛰어난거 맞죠? ㅎㅎ
쓸데없는 자제력도 맞는거 갖구..가끔은 취한 모습 보여주고 싶은데 한번도 그런 적이 없다는. 히^*^
이런거 재밌어요.

마노아 2009-06-17 23:38   좋아요 0 | URL
AB형들이 사업가로 나서면 잘 해낼것 같아요. 수완 좋고 능력 있는 세실님도요~

꼬마요정 2009-06-18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AB형..
상패 들고 있는 꼬라지가 정말... 상을 줘도 옆에 끼고 있다는..ㅠㅠ
쓰리지가 맞군요..

마노아 2009-06-18 14:13   좋아요 0 | URL
A형만 두 손으로 잡고 있고 나머지는 자유분방하네요. B형이 상패 베고 누워있는 것 보고 엄청 웃었어요.^^ㅎㅎㅎ

새초롬너구리 2009-06-18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하하, 저 B형하는 꼬라지 완전 저판박이네요...

마노아 2009-06-18 14:13   좋아요 0 | URL
자유로운 영혼의 B형이군요!
 
사랑하는 밀리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22
모리스 샌닥 그림, 그림 형제 지음, 랄프 만하임 엮음, 김경미 옮김 / 비룡소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내 보관함 속에 오래도록 자리하고 있던 책이다. 아마도 '모리스 샌닥'의 책이어서 담아둔 것이었을 게다.  

그림 형제 중 동생 빌헬름 그림의 작품이다. 작품이 쓰이고 나서 한참 동안 알려져 있지 않다가 뒤늦게 발견되었다고 한다. '밀리'라는 소녀에게 보낸 편지의 형태로. 그게 아마 그림책 첫 장에 나오는 편지 글이 아닐까 싶다.  



엄마에게는 작은 집과 그 집에 딸린 작은 마당이 재산의 전부였다. 자녀들을 모두 잃고 남은 아이는 어린 밀리 하나 뿐. 그런데 바깥 세상이 시끄럽다. 아무래도 전쟁이 일어난 듯하다. 당황한 엄마. 어떻게 해야 아이를 살릴 수 있을지 고민한다. 함께 도망칠 생각을 왜 못했을까. 엄마는 밀리에게 주일에 받은 빵 한조각을 주며 숲으로 들어가라고 당부한다. 



사흘만 버티었다가 돌아오라고. 돌아오는 길에 신의 가호가 있을 거라고 안심시켜주는 엄마. 

엄마의 뒤쪽으로 날개 달린 작은 아이는 밀리의 수호 천사다. 아마도 밀리와 엄마에게는 지금 보이지 않는 듯하다. 

밀리는 정처 없이 걸었다. 숲길을 걷다가 발견한 외딴 집 한 채. 그 집에는 노인 한 분이 계셨다.  



나무 뿌리로 저녁을 해 오라고 주문한 할아버지. 밀리는 정성껏 저녁을 만들었다. 자신의 유일한 식량인 빵을 써가면서.  



할아버지는 하나 밖에 없는 침대를 어린 밀리에게 내주었다. 릴리는 거절했지만 할아버지 역시 거절했다.  

꼬장꼬장한 노인네가 아닐까 걱정했는데 친절한 할아버지셨다.  

우리의 옛 이야기 속에는 이럴 때 마주치는 사람은 '신선'이기 쉬웠는데, 이 작품은 서양의 정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신선일 리는 없고, 할아버지는 성 요셉이다. 그러니까 예수님의 아버지 그 요셉(목수시군요!) 



다음 날 할아버지는 나무뿌리를 더 캐오라고 밀리를 내보냈다. 숲에서 자신과 똑같이 생긴 소녀를 만난 밀리. 똑같이 생겼지만 더 예쁘다고 생각하는 밀리.^^ 

소녀는 사실 밀리를 지켜주는 수호천사다. 그림으로 보면 예쁜데, 만약 살다가 자기와 똑같이 생긴 사람을 만나게 되면 기분이 어떨까? 아, 시즌이 시즌인 만큼 공포스런 느낌이 먼저 떠오른다. 그게 아이이든 어른이든 말이다. 



사흘이 지나서 집으로 돌아가던 날, 할아버지가 주신 꽃 한 송이. 의미심장한 상징이 되어줄 꽃이다.  

즐겁고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간 밀리.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일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밀리가 기억하는 그 길이 아니었다. 달라도 너무 달라져 있었다.  

그리고 집만 달라진 게 아니었다. 보고 싶었던 엄마 역시 이렇게 달라져 있었다. 



밀리가 사흘을 보내고 돌아온 사이, 인간 세상의 시간은 무려 30년이 지나 있었다. 돌아오지 않는 밀리를 죽었다고 여기면서도 살아있을 거란 희망 한 조각을 놓치지 못하고 버텨온 가엾은 엄마. 우리의 옛 이야기에도 신선 세상에서 바둑 한 판 두다가 나뭇잎이 세 장 떨어졌는데 그 사이 300년이 지났더라는 이야기가 있지 않던가.  

엄마는 그토록 소망하던 아이의 얼굴을 다시 한 번 볼 수 있었다. 서로를 끌어안고 행복하게 잠들 수 있었던 두 사람.  

두 사람의 품에서 활짝 핀 빨간 장미.  

사람들이 이들 모녀를 발견했을 때 밀리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아이의 모습이었을까, 아니면 30년의 시간이 흘러가버린 모습이었을까.  

익살맞은 그림으로 익숙한 모리스 샌닥의 그림을 이렇게 진지한 이야기로 만나니 조금 어색하다. 부러 그렇게 그렸는지 모르겠지만 얼굴에 비해서 몸의 길이가 너무 짧아서 썩 예쁘게 보이지는 않았다. SD도 아니고 어정쩡한 비례랄까. 

원래 서양 전래 동화들의 진면목을 살펴보면 좀 잔인하거나 으시시한 구석들이 많이 보였는데, 이 작품도 좀 그런 편이다. 뭔가 안쓰럽고 몽환적인 느낌이라고 말하기에는 오스스 소름이 돋는 느낌. 아마도 엄마의 기다림의 시간이 안타깝고, 아이가 모르고 지나친 그 시간이 아깝단 생각이 들어서일 게다. 지극히 인간적인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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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09-06-16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이 보기에는 그림이 약간 어두워보이는데... 당부하는 엄마의 표정도 그렇고...
나이들어 버린 엄마의 모습도 안되보이고... 현실로 돌아온 밀리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정말 궁금해지는걸요...^^

마노아 2009-06-16 23:06   좋아요 0 | URL
일부러 그렇게 그린 것인지, 오래된 서양 미술을 보는 것 같지 않나요?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오래된 탓에 자글자글 갈라져서 떨어져 나갈 것 같은 유화를 보는 느낌이었어요.

순오기 2009-06-16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리스 샌닥~~ 앤서니 브라운이 진정한 그림책의 시초라고 말하더군요.^^
마지막 사진 아래 '바둑'이 '바닥'이라고 돼 있어요.ㅋㅋ

마노아 2009-06-17 01:52   좋아요 0 | URL
그래도 전 그림은 앤서니 브라운이 더 좋아요. 앤서니 브라운보다 데이비드 위스너가 더 좋구요~
바닥 고쳤어요. 냐하하핫^^;;;;
 
바다로 간 화가 풀빛 그림 아이 21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모니카 페트 글,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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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청소부 다음엔 '생각을 모으는 사람'인가 보던데, 그 책은 조카네 집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도서관에서는 '바다로 간 화가'를 읽고 왔다. '행복한 청소부'보다 훨씬 더 재밌게, 그리고 만족스럽게 읽었다.  

주인공 화가는 오랫동안 큰 도시에서 살았다. 도시의 큰 길들과 구석진 곳과 골목들을 그려냈다. 집과 뒷마당, 작은 가게들은 물론이요 햇빛에 바랜 차양과 먼지 낀 진열창 앞에 내놓은 과일과 채소들도 그렸다. 뿐인가. 양산 아래 식탁보가 나부끼는 거리의 카페들, 자동차, 버스, 전차, 역, 기차들에 굴뚝에서 솟아오르는 연기까지. 공원의 상수리나무들과 둥그런 화단들, 새똥으로 얼룩진 충혼비(이런 단어는 너무 어렵다. 한자를 같이 써 주던가!)와 동물원도 그는 그려냈다.  

화가는 또 광고 벽화도 그리고 영화관과 오프레 극장, 심지어 감옥까지도 그렸다. 그가 그려낸 사람들, 동물들은 끝이 없었다. 이 모든 것을 다 그려낸 화가. 그는 늙어갔고 검은 수염도 잿빛으로 변하고 말았다. 이제 화가는 무엇을 그려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화가는 사람들이 바다에 대해 하는 이야기를 들었고, 끝없이 넓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는 그곳을 너무도 그리고 싶었다. (이 대목에서는 제주의 바다를, 제주의 바람을, 제주의 모든 것을 너무도 사랑한 김영갑 씨가 떠오르고 말았다.)   


그렇지만 화가는 가난했다. 그가 버는 돈으로는 겨우겨우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정도였으니 바다를 보기 위해 여행을 떠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는 자존심도 세서 그냥 주는 돈은 받지도 않는다. 

한동안은 상상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그러나 마음 속에 바다가 꽉 차버려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잠도 오지 않았고 치료약은 오로지 바다를 직접 보는 것 뿐이었다. 결국, 화가는 돈을 모으기로 결심했다. 감자와 빵만 먹었고 물만 마셨다.(술을 먹지 않았다는 얘기겠지?) 머리도 직접 자르고, 수염도 직접 다듬었다. 무조건 걸어다녔고, 자전거도 팔아버렸다. 갖고 있던 자잘한 가구와 그릇, 손목 시계까지 모두 팔았다. 한 마디로 돈이 되는 것은 다 팔았다는 얘기다. (그래도 그림 도구는 팔지 않았겠지.) 

결국, 그는 바다로 갈 수 있는 돈을 모았다. 차표를 사서 바닷가에 도착했고, 배를 타고서 섬으로 들어갔다.  

그의 감격이 상상 되어지는가. 얼마나 벅찼을까.  

바닷물은 하늘까지 맞닿았고, 파도가 되어 밀려와 모래를 핥고는 다시 물러섰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들은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처럼 보였고, 그 멜로디는 화가의 가슴에 다시금 파고들었다.  

화가는 값싼 집을 빌렸다. 집의 외형과 내부까지 형편없기 그지 없었으나 창문을 통해 바다를 볼 수 있었다. 거기서 바다를 보고 있으면 마치 이 세상에 화가와 바다와 새로운 멜로디만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한마디로 무한 행복의 극치를 맛보았다는 것! 

이제 그가 할 일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그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눈에 들어오는 많은 것들을 그림에 담아냈다. 오래오래 소망하고 준비한 만큼 그 만족도와 충만감은 무엇에도 비교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는 여전히 가난한 화가였다. 그가 아무리 검소하게 산다 할지라도 돈은 점점 줄어들었다. 마음이 따뜻한 이웃들은 화가의 그림을 사 주었다.(빈센트 반 고흐가 생각나는구나!) 그 덕분에 몇 주 더 버틸 수 있었지만, 끝내 돈은 다 떨어졌고 그는 다시 도시로 돌아와야만 했다.  

그는 그림 한 뭉치와 돌멩이 한 줌, 조개 한 자루, 모래 한 봉지를 가지고 섬을 떠났다. 그가 섬에서 갖고 온 것들은 섬을 기억하게 해줄, 바다를 생각나게 해줄 것들이었다. 소박하기 그지 없다.  

그는 도시에 돌아와서도 기억에 의지해서, 채 그리지 못한 그림들을 그려냈다. 그가 기억하는 가장 아름다운 바다. 가장 아름다운 풍경, 가장 보고 싶은 모습을. 



완성된 그림은 이제껏 그린 그림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다. 화가는 침대 가에 그림을 걸어놓고 날마다 감상했다. 사람들이 그림을 팔려고 해도 묵묵히 고개를 저었다. 그의 최고의 재산이며 기쁨이었으니 포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 돈이 될 만한 물건도 더 이상 없고, 그는 너무 늙어버려서 멀리 여행을 갈 수도 없게 되었다.  

"도시로 돌아온 게 잘못이야. 하지만 난 슬퍼하지 않아. 바다를 보았고 또 그렸으니까." 

이 얼마나 멋진 탄식인가. 그는 더 늦기 전에 원하는 것을 향해 도전했고, 성취를 이루었다. 비록 욕망에 비례하진 못했지만 그는 자족할 줄도 알았다. 그의 마음도 어느덧 바다를 닮아 넓고 너그러워진 듯하다.  

날마다 그림을 바라보던 그는, 어느 날 문득 가장 좋아하는 그 그림속 집의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림 가까이 다가가자 문은 더 열렸다. 이렇게 놀라운 일이! 그는 문 안으로 들어갔다. 아늑한 방 안에는 이젤이 세워져 있었고, 그 앞에 의자가 있었다. 마치 어서 와서 그림을 그려달라는 듯이. 



이제 화가는 날마다 오후가 되면 도시를 떠나 그림 속으로 들어갔다. 모래 사장을 따라 산책을 했고, 정원 벤치에 앉아 꽃을 감상하기도 했다. 그는 그림 속에서 깊고 달콤한 잠을 이루다가 아침이 되어서야 도시로 돌아왔다. 꿈같고 환상같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그는 이제 도시로 돌아가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 자신은 그림 자체가 되어 영원히 행복해지는 삶을 택한 것이다.  

행복한 청소부에 이어 바다로 간 화가까지. 등장하는 주인공은 하나다. 그 사람은 자기만의 일이 있고, 그 일을 사랑하며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가 자신의 일에서 자족감을 느끼며 행복해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런데 읽으면서 느껴지는 정서는, 참 개인주의적이구나.... 싶은 것이다. 이 사람들에게 가족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지만, 가족 없이 혼자서 잘 사는 삶을 표현하고 있다. 당연히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다. 다만 정서의 차이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생각한다면 사람들은 이 사람들을 행복한 사람이라고 부르기 전에 '외로운' 사람이라고 부를 것만 같다. 여자건 남자건 홀로 사는 사람을 절대 못 보아 넘기는 성미가 있지 않던가, 우리나라에는.  

책 속의 인물들은 외로울지는 몰라도 자유로워 보인다. 지금으로서는 그게 더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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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09-06-16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을 보고 행복한 청소부 얼굴이 떨올랐는데 같은 사람이 그렸군요...^^
아무래도 예술가들은 조금 괴팍하다보니 그렇게 사는걸 행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마노아 2009-06-16 23:07   좋아요 0 | URL
예술가들이 가족과 함께 가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행복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어요. ^^

순오기 2009-06-16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성주가 2학년때 이 책을 읽고 화가를 거의 똑같이 그렸었는데~ 보물창고에 있어요.^^

마노아 2009-06-17 01:53   좋아요 0 | URL
오, 정말 반드시 지켜야 할 보물창고라니까요. 언제 문 열어서 이것저것 구경시켜 주세요.^^
 
행복한 청소부 풀빛 그림 아이 33
모니카 페트 지음,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김경연 옮김 / 풀빛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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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거리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 아저씨. 아침 일찍 출근해서 온통 파란색으로만 덮여 있는 옷을 입고, 파란 자전거를 타고, 파란 물통과 청소 도구를 갖고 일을 하는 아저씨. 아, 파란색 일색이라니 색 감각은 엉망이다. 그림도 나로서는 좀 무서운 느낌이 드는 스타일이어서 비호감인데, 파란색 옷을 벗어버리는 순간 느낌이 확 달라지니, 역시나 온통 파란색으로 주문을 한 작가 탓인가 보다.  



아저씨는 작가와 음악가들의 거리를 몇 해 째 청소하고 있는데, 저 작가들과 음악가들의 이름을 붙인 찬란한 거리라니, 엄청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우리나라도 몇 해 전에 골목골목 순수 우리 이름으로 예쁜 이름들을 지었지만, 그냥 행정 표시판이 하나 더 늘어났을 뿐 하나도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있다. 익숙하지도 않고 오히려 혼란만 준다. 계획을 착실히 세우지 않고 무작정 들이밀기만 해버려서 오히려 역효과만 난 셈이다. 당연히 세금만 낭비했다.  

암튼, 

이 거리에서 어느 날 아저씨는 충격적인 사건을 겪게 된다. 

엄마와 같이 서 있던 남자 아이가 아저씨가 글자의 선을 지워버렸다고 외친 것이다. 그 거리는 '글루커거리'인데, '글루크'는 독일어로 아무 뜻이 없지만 '글뤼크'는 행복이란 뜻이기에 아이는 글자가 지워졌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이의 엄마가 그건 작곡가 이름이라고 정정해 주었지만 아저씨는 당황했다. 사실 자신도 아이만큼이나 글루크라는 사람에 대해 몰랐던 것이다.  

아저씨는 이 순간 중대한 결심을 한다. 자신이 열심히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열심히 알아가기로! 

동전을 던진 결과 그림이 먼저 나왔고, 그래서 아저씨는 음악가부터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글루크-모차르트-바그너-바흐-베토벤-쇼팽-하이든-헨델 

아저씨는 신문을 꼼꼼히 살피면서 음악회나 오페라 같은 공연 정보를 수집했다. 어떤 날은 옷을 잘 차려 입고 공연을 보고 왔는데, 그 덕분에 머리 속에서는 음악 소리가 솟아오르는 것이 아닌가! 

크리스마스에는 자신에게 주는 선물로 레코드 플레이어를 구입했다. 거실에 누워서 음악을 감상하는 아저씨에겐 낙원이 펼쳐진 셈.  

일을 할 때는 자신도 모르게 그 가락을 휘파람으로 연주했다. 단조로운 휘파람이지만 나름 훌륭한 오케스트라가 되었을 것이다.  


다음에는 작가에 도전했다.  

괴테-그릴파르처-만-바흐만-부슈-브레히트-실러-슈토름-케스트너 

도서관에서 이들이 쓴 책을 빌려왔다. 책을 통해서 아저씨가 만나게 되는 보물들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그건 음악에서 발견했던 비밀들과 비슷했다. 

'아하! 말은 글로 쓰인 음악이구나. 아니면 음악이 그냥 말로 표현되지 않은 소리의 울림이거나!' 

아저씨는 작가들과도 음악가들과 같이 친구 사이가 되었다. 일을 하면서 특별히 마음에 든 구절들을 혼자 읊조리는 아저씨. 누군가 곁에서 보았으면 아저씨를 시인으로 알지 않았을까. 

지나가던 사람들은 그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런 표지판 청소부를 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표지판 청소하는 사람 따로 있고, 시와 음악을 아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고정관념이 무너지는 순간! 

시간이 흘러 아저씨는 꽤 나이를 먹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표지판을 돌보고 보살피는 성실한 청소부로 일하고 있었다. 

이따금 손가락 끝으로 이제는 너무도 소중해진 이름들을 어루만지며 일하는 동안 자기 자신에게 음악과 문학에 대해 강연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모습은 이제 거리의 명물이 되고 만다.  

사람들은 아저씨의 강연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고, 그 유명세를 타고 TV에서 취재를 나오기도 했던 것이다. 아저씨는 무려 네 군데의 대학에서 강연 요청을 받았지만 모두 정중히 거절했다.  

"나는 하루종일 표지판을 닦는 청소부입니다. 강연을 하는 건 오로지 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랍니다. 나는 교수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그리고 아저씨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표지판 청소부로 머물렀다.  

아저씨의 선택이 현명했다고 박수를 치고 싶다. 내가 비관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라도, 아저씨가 대학 강단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면 사람들은 그가 어떤 것이든 실수를 하게 되면 그럼 그렇지, 그 사람은 원래 청소부에 적당한 사람이야... 이런 식으로 말을 하지 않을까 싶다. 자신보다 잘난 사람에 대한 경계와 인정하지 못하는 배아픔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상상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아저씨는 지금 그 자리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니, 방해받지 않고 지금처럼 즐겁게 일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런 아저씨를 지나치다가 발견하고 또 일부러 찾아오는 사람들의 즐거움도 방해받지 않도록 말이다. 

그런데, 아저씨는 정규직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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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09-06-16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저씨의 선택이 현명했다고 생각되네요...
평범하던 사람들이 유명세를 타면서 힘들어지는 경우 많잖아요...
마음 편하고 행복하면 그게 최고지요...^^

마노아 2009-06-16 23:07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자기의 페이스를 지키면서 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

순오기 2009-06-16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멘트에 싸~~해요.ㅜㅜ

마노아 2009-06-17 01:53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뭐....ㅜ.ㅜ
 
동물 재판 웅진 세계그림책 65
다케다즈 미노루 지음, 아베 히로시 그림, 고향옥 옮김 / 웅진주니어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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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하고 거칠기 이루 말할 데가 없지만 어쩐지 친숙한 그림이었다. 작가 이름을 살펴 보니 '폭풍우 치는 밤에'를 그린 아베 히로시가 그림을 담당했다. 그래서 그렇게 낯설지 않았구나...^^ 

작품의 배경은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초원이다. 코비에라는 커다란 바위 언덕에는 무화과나무가 한 그루 서 있는데 하늘을 찌를듯이 높다랗게 뻗어 있다. 이곳은 초원의 동물들이 가장 좋아하는 곳이기도 하다.  



원색만 썼고, 그림도 투박 그 자체건만 정겹기 그지 없다. 뭐, 편애 모드다! 

무화과나무가 내려다보는 그 초원에서 무수한 동물들이 쫓고 쫓기며 살아간다. 초원의 적자생존 법칙에 의해서. 

단순히 '적자생존'이라고만 말하면 약자 입장에서 너무 억울하게 들리는데, 동물들의 세계에는 또 다른 질서가 있다.  

엄마 누를 사자에게 잡아 먹힌 아기 누가 사자를 고소하면서 무화과 나무 앞에서 동물들은 재판을 열었다. 피고와 원고 증인까지 두루 갖춘 정식 재판이다. 



엄마를 잃은 아기 누를 비롯해서 사자에게 가족을 잃은 짐승들이 모두 사자를 규탄했다.  

재판관은 사자의 입장을 물었다. 사자는 그 누가 죽여달라고, 먹어달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아기 누의 입장에선 눈에서 불이 튀어나올 지경. 대체 사자는 어쩌다 이렇게 뻔뻔한 말을 하는 것일까? 

독수리가 대신 대답했다. 사자는 느림보다 약한 놈만 잡아 먹었다고. 

동물들은 사자 때문에 자기네 개체 수가 늘지 않는다고 지적했는데, 바로 그 점이 사자를 제대로 변호해주는 증언이 되어버린다.  

수가 늘지 않으니 굶어죽지 않고 다 같이 살 수 있다는 것! 

몽골의 양치기 노인도 증언했다. 자신들의 가장 큰 적인 늑대 소굴을 발견하면 모조리 죽이지만 일부러 새끼 늑대는 한 마리 남겨둔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양들에게 병이 퍼지면 늑대로 하여금 병든 양을 잡아 먹게 해서 더 이상 병이 퍼지지 않게 방지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늑대가 오히려 양들을 보호해 주는 셈! 

동물들은 그 자연의 법칙을 제대로 이해했다. 사자가 동물들을 잡아 먹지 않으면 개체 수가 너무 늘어나 먹이 전쟁이 벌어질 것이고, 질병이 퍼질 때도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는 것이다.  

재판관은 이제 더없이 현명한 판결을 내린다.  

"사자가 엄마 누를 죽인 것은 무죄입니다. 다만...... 모두들 엄마 잃은 아기 누를 위로해 주시기 바랍니다." 

솔로몬의 재판보다 현명한 답이 아닐 수가 없다. 만약 자본주의에도 이런 온정이 있다면, 이런 양심이 있다면 우리 사는 모습처럼 이렇게 살벌하진 않을 거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처음엔 '질서'를 지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과 같은 속도와 행태라면 공멸을 불러일으킬 것만 같은 공포감... 

초원의 동물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사자가 누를 쫓아 달리겠지만, 그래서 동물들은 사자의 사냥을 무서워하겠지만, 또 그 덕분에 자연스런 흐름으로 살아갈 것이다. 인간이 개입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그런데 아프리카에 몽골 양치기는 어떻게 등장했을까? 일부러 아프리카 양치기가 아니라 몽골 초원의 양치기를 부른 것일까? 

그리고 '누'는 대체 어떤 짐승일까?  검색해 보니 '영양'인가 보다. 그림이 좀 어지러워서 못 알아봤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같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더불어 소개한다. 정성훈 작가의 '사자가 작아졌어' 

눈물 찔끔 나오게 했던 감동과 여운을 주었더랬다. 이 책의 감탄과 함께 즐거움을 선사해 줄 것이다.  



저 굵고 무성한 가지와 잎사귀들. 실제로 무화과나무는 이렇게 풍성한 나무일까? 성경의 한 구절이 좀 이해가 될 것도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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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꼬 2009-06-16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그래요, 나도 아베히로시라면 기꺼이 편애모드. 근데 꼭 편애 아니더라도 나는 좋기만 한걸! 이 책 재밌겠네요. 나 보관함에 담았어요.

마노아 2009-06-16 10:49   좋아요 0 | URL
재밌고 의미있는 책이에요. 네꼬님도 기꺼이 편애하실 거예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