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버린 아이들 - 세상과 만나는 작은 이야기
김지연 지음, 강전희 그림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2년 7월
평점 :
절판


'북한'이라는 단어가 '굶주림'이라는 단어를 만나면, 게다가 '어린이'라는 단어까지 맞닥뜨리면 어쩔 수 없이 한숨부터 나오게 된다. 당연히 이 책에도 굶주린 아이들의 비극적인 사정이, 생이별이, 되잡혀갈까 봐 떠는 공포가 그려져 있다. 그렇지만 지레 갑갑해하지는 말자. 작지만 소중한, 희미하지만 빛나는 소망과 희망이, 이 책엔 그려져 있으니 말이다.  

한 겨울에도 여름 옷을 입고 추위도 모른 채 두리번 거리는 아이. 발가락이 삐져나올 만큼 해진 신발, 낯선 남자가 나타나면 잔뜩 움츠러드는 어깨. 탈북 어린이의 모습이었다.  

도저히 밥을 먹고 살 수 없는 굶주림이 이어지고 아버진 병까지 드셨다. 더 이상 굶는 아이를 지켜볼 수가 없어 '꽃제비'로 살아가라고 등 떠미는 아버지. 어느 아버지가 먹을 것이 없어 정처 없이 떠도는 꽃제비로 제 새끼를 밀어버리고 싶었을까. 오죽하면 그러랴 싶다. 어린 아이도 그 집에선 살아남을 수가 없다는 것을 체득하고 있으니 두만강을 넘어 중국 땅을 밟았을 것이다. 

그렇게 넘어간 중국 땅에는 저같은 아이들이 더 있었다. 그 아이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먹을 것을 찾아 다시 헤맨다. 그리고 알게 된 '나눔의 집' 소식. 한국에서 온 어느 부부가 탈북 어린이들을 거둬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학교도 보내준다는 기막힌 소식.  

해방과도 같은 그 얘기에 끌려 강물을 넘고 먼 길을 걸어 걸어 갔지만, 그 와중에도 추쇄꾼을 손을 피하기가 어려워 몇몇 친구들을 잃어야 했다. 내일은 나의 모습이 될 그 뒷모습을 새기며.  

다행히 아이들은 나눔의 집에 안착하게 된다. 그 곳에서 따스한 밥을 먹고 따스한 물로 목욕을 하고 이미 와 있는 탈북 어린이들과 서로 의지하며 지낸다.  

생일 케이크를 처음 먹어보던 아이들이 느꼈을 그 생경함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엄마와 함께 먹던 솜사탕 생각도 나고, 이 좋은 곳에서 함께 살지 못하는 부모님과 형제 자매, 그리고 친구들 생각에 가슴도 먹먹했을 것이다.  

당장은 따스하고 굶지 않으며 지내지만 당당한 자유를 안전하게 거머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나눔의 집 부부는 아이들에게 소망을 주는 것을 잊지 않는다. 하루하루 먹고 살며 무사히 살아내는 것에 안도하고 있는 그들이지만 그것에 그치지 않고 아이답게 더 큰 꿈을 키울 수 있게 이끌어주는 것이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얼마 전에 6.25가 지났는데, 누구도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여느 때와 달리 방송도 비교적 조용했었고. 그렇게 조금씩 더 멀어져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젠 통일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을 더 이상하게 여긴다. 세대 간의 생각 차이도 크다. 북에 두고 온 가족이 있는 사람이야 당연히 통일을 소원하지만, 전혀 적을 두지 않은 사람들은 시큰둥하기 일쑤다.  

전직 대통령이 돌아가시던 날, 엄마는 어디서 들은 얘기라며 그런 말씀을 하셨다. 노대통령이 재직 시절 북쪽에 돈을 많이 보냈는데, 그게 걸릴까 봐 자살하신 거라고. 근거는 둘째 치더라도, 그 얘기에 숨어있는 감정은, 북한을 많이 도와주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혹은 나쁘다고 여기는 그런 마음이 담겨있는 것이다. 그들의 핵무기에 대한 집착이 크다는 것을 알지만, 그 독재자 밑에서 굶주리는 무수한 국민들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는 것이 갑갑했다.  

그리고 더 무서운 것은, 목숨을 걸고 강을 건너 동포들이 사는 남한 땅으로 귀순한 북한 주민들이 이곳에서 오히려 더 큰 상대적 박탈감을 갖고 비관을 하게 되며 자존감을 잃고 살아가게 되더라는 현실이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비단 탈북 주민들 뿐아니라 이땅에서 고된 노동을 감당하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 또 날마다 번식해 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사회는 이제 밥을 굶지 않는 것만으로는 만족감을, 행복을 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는데, 그런 와중에도 밥을 굶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또 얼마나 비극적이던가.  

하루를 연명한 밥 한끼를 제대로 먹일 수 없는 국가. 그걸 국가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제목은 나라를 '버린' 아이들이다. 아이들조차도 그런 조국은 반갑지 않다. 버릴 수 있다. 버려야 자신이 살 수 있다면. 

모노 톤의 그림은 거의 흑백으로 진행되며 가끔 노란 톤의 배경이 끼어 있다. 부러 자제한 컬러 그림이 아이들의 거칠대로 거칠어진 마음결을 반영한다. 표지의 아이들은 모두 뒷모습이다.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이들은 제 그림자를 보고 있다. 이 어린 아이들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지 않는 세상을 우리가 만들어야 할 것인데, 포기할 수 없는 그 길이 아득히 멀다.  멀지만, 그래도 한 걸음씩 다가가야 할 테지.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너무 어둡게 그려내지 않아서 좋았다. 심각한 이야기지만 어린이들도 차분히 곱씹어가며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독후 활동을 겸하면 더 좋겠다. 다양한 형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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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07-04 0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가끔씩 미국 CNN 방송에서 북한을 보여 줄 때가 있어요.
어떻게 찍었는지 몰라도 배가 고파 시장을 기웃거리면 몰래 음식을 훔쳐 도망가다가 주인한테 붙잡혀서 맞는 아이... 땅에 떨어진 보리쌀을 흙과 함께 주워담는 사람들... 특히 길거리에 죽어있는 어른이나 아이가 있는데도 그냥 스쳐가는 북한 사람들을 보았지요. 보면서 울기도 했고요.. 죄없는 어린 아이들이 너무 불쌍해요..

마노아 2009-07-04 11:28   좋아요 0 | URL
굶주림 앞에서 이념이니 평화니, 정치니, 그런 말들이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어요.
특히나 아이들이 굶고 있다는 것에 어른들은, 정치 지도자들은, 힘있는 자들은 너무 책임이 커요.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참 문제가 많은 이 세상이에요.
인간의 욕심이 그렇게 만드네요...
 
초대받은 아이들 웅진 푸른교실 3
황선미 지음, 김진이 그림 / 웅진주니어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황선미 작가의 작품에선 '소외된' 사람에 대한 깊은 배려가 눈에 띈다.  

 '초대받은 아이들'이란 제목 아래 표지에는 주인공 아이가 어두운 표정으로 뚱하니 서 있다. 주변의 아이들은 모두 초대장을 받아들고 실실 웃고 있지만 소년만 표정이 좋지 못한 것이 초대를 받지 못한 게 분명하다.  

작품을 열어보니 예상이 맞다.  

주인공 민서는 학급 반장 성모를 좋아해서 녀석을 6개월이나 그림으로 그려냈다. 지난 해에는 여학우 연지를 좋아해서 그림을 그렸지만 올해의 주인공은 성모다.  

성모의 생일이 다가왔고, 선물로 줄 그림도 꽉꽉 채워져 있는데 민서는 생일에 초대받지 못했다. 전학온 친구도 초대 받았고, 말썽부리는 녀석들도 당당히 그 대열에 합류했는데, 그 사이에 끼이지 못한 것이 섭섭하고 마음이 아프다.  

생일날 집에 돌아와 마음 상해 있던 민서는 가방에서 분홍 초대장을 발견한다. 초대한 사람의 이름은 없고 성모의 생일 파티가 열리는 분식집, 바로 그 시간으로 자기를 불러낸 것이다. 성모가 아이들에게 준 초대장과 다르게 생겼음을 알면서도, 한 가닥의 기대를 갖고서 분식집으로 향했던 민서. 저 샌님도 불렀냐는 아이들의 반응은 민서에게 커다란 상처가 되고 만다. 

과연, 민서를 생일 잔치 자리로 불러낸 이는 누굴까?  

생일 파티라고 하면 거창하지만 나도 초등학교 5학년 때 같은 반 친구 여섯을 생일날 집으로 초대한 일이 있다. 몰려 다니던 친구들이었는데, 그 친구들과는 사이가 별로 안 좋은 또 다른 내 친구가 나의 초대를 기다리다가 마음 상했던 적이 있다. 그때 당시 내 마음이 어땠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초대한 녀석들의 눈치를 보느라 나와 놀고 싶어하던 그 친구의 마음을 저버렸을 것이다. 사실, 지금 내 곁에 남은 친구는 초대받지 못한 그 녀석 뿐인 것을. 정작 초대 받았던 아이들은 졸업 후 거의 만나지도 못했고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애들도 있다. 사실 이 사건도 난 기억하지 못했는데 나중에 친구가 그때 섭섭했노라고 말해줘서 알았다. 어찌나 미안하던지... 

고의로 그랬던 것이 아니라, 철이 없어서 그랬다. 나를 축하해주겠다는 고마운 마음을 가진 친구를 기꺼이 초대하는 게 예쁜 일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던 때. 그러고 보니 그때 언니였던가, 누구는 안 오니? 하고 물었던 것도 같다. 내가 만들어낸 기억인지 실기억인지 확신이 안 서지만. 

무튼, 이 책을 보면서 그때 기억이 난다. 민서는 초대받지 않고도 선물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이제 배웠고, 선물은 그 선물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에게 줄 때 기쁨이 된다는 것도 알았다. 겉으로 보여지는 사람을 끄는 매력이 다가 아니란 것도 알아버렸다. 친구들이 자신을 샌님 취급하는 것이 뜨끔했지만, 그게 자기답다는 것도 알아차렸고, 그 자체로도 인정해줄 수 있는 친구도 있다는 걸 이제 알 것이다.  

앞서 말했던 내 친구는 큰 애가 초등학교 2학년이다. 학급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생일 파티를 하는데, 그 달에 생일이 있는 아이의 엄마들이 모여서 학급 전체가 참여할 수 있는 생일 잔치를 준비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생일이 많은 달에는 부담이 줄고, 그렇지 않은 달에는 엄마 부담 백만 배라는 것.  

그런 분위기들이, 그런 풍토가 좀 못마땅하긴 했다. 이를 테면 소박하게 초코파이랑 요구르트 하나씩 돌리는 정도라면 모를까, 피자와 콜라를 돌리는 생일 파티는 곤란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민서 생일 날 할머니가 챙겨주시는 수수팥떡과 식혜는 신선하다 못해 감격스러울 정도였다. 물론, 그 가치를 알아차리기엔 민서와 친구들이 너무 어리지만.  

워낙에 아파트 사는 아이들이 대부분이고, 그 아파트는 평수에 따라서 너무도 극명하게 생활수준의 차이를 반영해버린다. 그리고 그건 엄마뿐 아니라 아이들도 알고 있다. 아이의 친구가 집으로 놀러오고 싶다고 한다거나, 혹은 툭하면 놀러와 버리면 고민을 해야 하는 엄마들도 많다는 게 씁쓸했다.  

이 책은 몹시 재밌고 감동과 교훈을 함께 주지만, 또 한편으로 민서처럼 그림 그리는 재주도 없고, 다정한 엄마 아빠도 없는 아이들은 이런 생일날 얼마나 서러울까를 생각했다. 그 아픈 아이들이 생일 날만 서럽겠냐마는. 

글씨도 큼직하고 그림도 정겹고, 내용도 아이들이 소화할 수 있을 만큼 쉽고 재밌다. 초등 2.3.4학년을 위한 책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저학년에서 고학년까지 두루 만족시킬 만하다. 물론, 나같은 어른들도.^^ 

덧글) 그때 초대하지 못했던 내 친구는 어느 해인가 두 해 연속 내 생일을 까먹고 지나가서 섭섭하게 만든 적이 있다. 그리고는 다른 친구의 생일 선물을 골라달라고 나한테 부탁하기도. 하핫, 그래도 잊어먹은 것보다 일부러 초대 안 한 게 더 나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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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07-04 0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서를 생일 잔치 자리로 불러낸 이가 누군인지 무척이나 궁금해요!!
저한테만 살짝 알려 주시면 안 될까요? ㅋㅋㅋ
초등학교 4학년때 처음으로 친구들을 생일파티에 초대한 적이 있어요.
항상 따돌림 받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도 초대를 했었지요.
왜 따돌림을 받았는지 그 때나 지금이나 잘 모르겠지만 제가 알고 있던 그 친구는 무척이나 순진하고 착했지요.
성인 때 한번 만나서 자장면을 사 먹었는데 친구가 울더군요. 고마웠다고 하면서...
그리곤 헤어졌는데... 그 친구집이 불이 나서 연락이 끊기고 말았어요.
미국오기 전에 찾다가 못 찾고, 친구들에게 한번 알아봐달라고 했지만 아는 친구들이 없네요.
어디에선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을거라고 믿고 싶어요..

2009-07-04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9-07-04 11:27   좋아요 0 | URL
때로 의도하지 않은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큰 호의로 받아들여지기도 해요.
그게 그 사람에게 큰 위로가 되기도 하구요.
반대로 의도하지 않은 행동이 누군가를 상처 입히기도 하지요.
사람 사는 모습이 모두 그러네요.
친구분 소식을 못 듣게 되어서 아쉽겠어요.
정말 어디선가 건강히 잘 지냈으면 합니다.
추억 속의 예쁜 모습 기억하면서 말이에요...

2009-07-04 1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04 15: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09-07-06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찜하고 있었는데...
저도 얼마전 큰아이 생일잔치를 했는데 초대장을 못 받은 아이들 생각도 났지만
집에 반 전체를 초대하는건 무리라서 20명 정도만 초대했던 일이...
우리 아이가 초대받지 못하면 기분이 어떨지 생각해보니 씁쓸하네요...^^

마노아 2009-07-06 23:49   좋아요 0 | URL
20명도 준비하는 엄마 입장에선 엄청 많은 손님이지요.
아이를 생각하면 생일 파티도 근사하게 해주고 싶은 게 당연한 마음인데 소외되는 아이들이 밟히기도 하구요. 균형을 맞추는 게 참 어려워요.^^;;
 

비행기가 추락해도 블랙박스가 남아있는 이유는 재질이 단단하고 높은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블랙박스는 보통 합금 또는 플라스틱류 재질로 만들어지는데, 합금은 순수한 금속보다 연성과 강도가 뛰어난 것을 쓴다.
이 덕분에 블랙박사는 자체무게의 3400배 정도를 견딜 수 있으며 섭씨 1100도나 되는 고온에서도 30분 정도 견딜 수 있다.
또 심해저이높은 압력도 한 달 가량 견딜 수 있는 있다.
블랙박스라고 하면 모든 조종기록을 저자하는 비행기록장치(FDR)를 나타내는데, 보통 비행기의 꼬리 부분에 설치된다.
이 곳에 설치되는 이유는 비행기 사고가 났을 때 충격을 가장 적게 받는 부분이기 때문.
블랙박스는 멀리서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형광 주황색으로 만들어지며,
사고가나면 항상 35.7kHz의 전파를 내보내도록 돼 있어 추적이 가능하다.
비행기에는 블랙박스 이외에도 조종실음성기록장치(CVR)도 있어서 사고가 나기 직전 어떤 대화를 했는지도 분석할 수 있다.
둘 중 하나라도 찾을 수 있도록 FDR과 CVR은 비행기의 각기 다른 곳에 설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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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07-03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혀 몰랐던 사실들을 과학향기에서 많은 걸 배우는 접니다.^^
조만간 제 머리속에 지식이 가득해질 것 같아요. ㅎㅎㅎ
감사해요~

마노아 2009-07-03 10:13   좋아요 0 | URL
이거 보면서 블랙박스가 발견 안 될 정도라면 사고가 엄청 크게 났다는 소리구나...했어요. 고온에서 30분은 버틸 수 있는데 그 이상은 힘들다는 얘기잖아요.
전파 추적이 된다는 것도 새롭게 알았어요. 저도 많이 배우고 있답니다.^^

메르헨 2009-07-03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행기 꼬리가 가장 영향을 적게 받는거군요...흠...새로운 사실을 또 알게 됩니다.^^
마노아님, 벌써 금요일이에요. 불타는 금요일 되시길...바랍니다.^^

마노아 2009-07-03 11:09   좋아요 0 | URL
불타는 금요일! 멋진 표현이에요. 주말을 환상적으로 불사르겠습니다. 메르헨님도 해피 금요일 보내셔용~
 


게임도 하고 건강검진도 받고 [제 936 호/2009-07-03]


2010년 초여름. 깔끔한 정장에 옆이 살짝 올라간 중절모까지 쓰고 한껏 멋을 낸 김갑수 노인이 거울 앞에 섰다. 아무리 뜯어봐도 한 점 흠 없는 노신사다. 만족감에 ‘씨익’ 웃음을 짓는 김 노인. 그러나 집을 나서면서 그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무너진다. 지난해 뇌졸중을 앓으면서 오른쪽 팔다리에 마비가 오는 바람에 지팡이에 의존해야만 하는 것이다.

김 노인이 도착한 곳은 고향친구 박민수 노인의 칠순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한 한정식 전문점. 식당 안에는 벌써 고향 친구들이 자리를 잡고 김 노인을 기다라고 있다.

“어이, 친구들 잘 있었는가?”

“갑수 오나? 늦었구먼. 지금 민수 아들내외가 칠순 선물을 꺼냈는디, 뭐가 들었을까나?”

“옷 아니면 여행상품권이겠지 뭐.”

그러나 아들 내외가 꺼낸 선물은 다름 아닌 ‘게임기’였다! 순간 좌중이 술렁이더니, 여기저기서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터져 나온다.

“역시 민수 아들이 효자는 효자여. 저게 TV화면을 보면서 네모난 판에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그 위피트인가, 아래피트인가 하는 그 게임기잖여.”



<일본 닌텐도 사의 가정용 게임 소프트웨어 ‘위핏(Wii Fit)’.>

“애들도 아니고 체신머리없이 뭔 게임기여?”

“이 친구 몰라도 한참 모르는구먼.”

말인즉 이랬다. 이 게임기를 만든 일본 기업 닌텐도는 사용자가 게임판 위에서 게임을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자신의 건강정보를 담고, 인터넷을 통해 이 데이터들을 자동으로 보건지도사에게 보내는 ‘원격건강지도시스템’을 개발했다는 것.

다시 말해 이 게임판이 측정기 역할을 해서 체중 변화와 몸의 밸런스, 일정시간 동안 걸을 수 있는 걸음 수, 기초체력 등의 정보를 모은 다음 자동으로 건강관리 전문가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체중을 얼마 줄여야 한다’, ‘균형 있는 몸매를 만들기 위해 어떤 운동을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다’ 등의 의견을 보내오면, 사용자는 TV화면에 뜬 전문가의 의견을 참고해 건강을 지켜나간다는 것이다. 게임기 사용자와 건강관리 전문가가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을 수 있어 평상시에도 아주 간단하게 건강관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요즘 저 게임기가 최고의 효도선물이여. 센스 있는 자식들은 벌써 다 사드렸댜. 부럽구먼 부러워. 우리 애들은 생각도 못하고 있는 것 같든디.”

“아직 칠순잔치 안 했잖여. 그때 선물하겄지.”

“하긴, 그럴라나?”

그때 잔치를 진행하던 사회자가 두 번째 선물을 꺼내들었다.

“게임기가 끝이 아닙니다. 오늘 박민수 어르신 자제분께서는 칠순잔치 건강 선물 삼종세트를 준비하셨다고 하는데요. 두 번째가 바로 이 휴대전화입니다. 이 휴대전화는 적외선 통신을 이용해서 집에 있는 체중계, 혈압계, 만보계 등에 기록된 어르신들의 건강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하는데요. 그렇게 수집한 정보는 보건소에 전달돼 원격 건강검진에 활용됩니다.

연세가 들수록 건강검진은 자주하는 게 좋다는 거 다 아시죠? 우리 어르신들, 하루하루 건강이 다르다는 푸념도 자주 하시잖아요. 그런데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전화기가 알아서 매일 건강정보 수집해 줘, 보건지도사가 개인별 정보를 분석해서 건강 관리해 줘, 거기다 건강에 도움 되는 전문적인 조언까지 휴대전화로 날려주니까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겁니다. 자, 박민수 어르신, 이 휴대전화로 지금의 건강 100세까지 지켜가세요.”

사회자의 넉살좋은 언변에 여기저기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온다. 그러나 이런 서비스가 있다는 걸 처음 안 김 노인은 눈이 휘둥그레진다.

“아니, 이런 서비스가 언제부터 있었던겨?”

“이 친구가 아들 따라서 외국 몇 달 댕겨오드니 아무 것두 모르네. 일본에서는 작년 그러니께 2009년 2월부터 이 서비스가 실시됐구, 인천 송도 시에서도 이미 휴대전화를 이용한 원격 건강검진 서비스를 하고 있잖여.”

“아, 그랬어?”

“아이구, 조용히 혀 봐. 지금 세 번째 선물 푸는 모양인디? 아니, 그 유명한 똑똑이 화장실아녀? 민수 아들이 참 속이 깊어. 멀리 사는 부모님 건강관리 할라고 저거까지 준비하고 말여.”



<다이와(大和)하우스공업과 토토(TOTO)가 공동으로 개발한 재택
건강시스템인 ‘인텔리전스 화장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세 번째 선물상자 속에서 나온 화장실 시스템은 김 노인도 탐내는 제품이었다. 일명 ‘인텔리전스 화장실’. 소변을 보는 것만으로 요당치, 혈압, 체지방, 체중을 측정할 수 있어 2005년 판매되자마자 세간의 관심을 주목시킨 제품으로, 2008년 12월 판매를 시작한 ‘인텔리전스 화장실 II’는 요 온도(심부 체온)와 BMI(체질량지수)까지 측정할 수 있어 더욱 인기다.

새로 첨부된 요 온도 측정 기능은 수시로 체온을 확인할 수 있게 해서 감기 같은 병에 걸린 사실을 빠르게 알 수 있게 해주고, 여성의 경우 특유의 호르몬 밸런스를 알려줘 월경 시기나 배란일도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또 BMI 측정 기능은 건강관리에서 체중보다 훨씬 더 중요한 체질량지수를 하루에도 수차례 알려줌으로써, 사용자로 하여금 게을러지지 않고 꾸준히 운동할 수 있도록 경각심을 불러 일으켜 준다.

“우리 옆집에 이 노인 있잖여. 그 건강염려증 환자라는 사람. 그 사람도 작년에 저 똑똑이 화장실 사고부터는 건강걱정이 한층 덜해졌다고 하드라고.”

“그려. 나두 이참에 하나 살까혀.”

“난 말여, 자네 작년에 뇌졸중 걸린 것도, 저 원격 건강관리 게임기나 휴대전화, 그리구 똑똑이 화장실 같은 걸로 매일매일 건강을 관리했으믄 어쩌면 막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들어.”

“다 지 복이지 뭐.”

말은 그렇게 했어도 김 노인의 얼굴빛은 어두워졌다. ‘수시로 건강을 체크하고 상담 받을 수 있는 이러한 시스템을 미리 알고 잘 갖춰뒀더라면’ 하는 후회였다. 김 노인의 눈에는 마비된 오른쪽 반신을 지탱해주는 지팡이가 유난히 크게 보였다. 그러나 이내 김 노인의 표정은 미소로 바뀌었다.

‘그려, 나는 좀 늦었지만 첨단 과학기술 덕분에 우리 애들하고 손주 녀석들은 언제 어디서나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는 유비쿼터스 의료 환경 속에 살 수 있게 됐고, 덕분에 큰 병으로 고생할 가능성이 훨씬 줄어들었으니께 얼마나 좋은감. 요즘엔 평균수명이 100살은 될 거라니께 나도 앞으로 30년은 그 덕을 볼 것이고 말이여. 살면 살수록 과학기술은 참으로 고마운 것이여.’

글 : 김희정 칼럼니스트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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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07-03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똑똑이 화장실은 제가 필요해요. ㅎㅎㅎ
그런데 가격이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마노아 2009-07-03 10:19   좋아요 0 | URL
영화 '아일랜드'에서 보면 이완 맥그리거가 클론으로 나오는데, 아침에 소변을 보고 나면 화장실에서 건강 체크가 바로 되어서 식단이 조정되는 장면이 나와요. 암 같은 질병은 통증으로 병을 진단하게 되면 너무 늦어버리니까 이런 식의 건강 체크가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더 건강해질 거예요. 정말 가격이 만만치 않겠지만요.^^
 
얼라이브 Alive - 단편
다카하시 츠토무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얼마 전에 MD님 추천 리스트에서 본 작품이다. 절판을 구하는 자...어쩌고 하는 멘트가 있었는데, 때마침 이게 중고샵에 있었다. 이럴 수가! 오밤중에 급하게 신간 하나 추가해서 이 책을 질렀다. 그러니까 1.000원짜리 품질 무보증 책을 한 권 건지려고 만원어치 더 샀달까. 으하핫, 그렇지만 절판된 진주를 구했으니 이 아니 기쁠 소냐. 

원래 '지뢰진'을 무척 인상 깊게 보았다. 형사가 주인공인데, 웬만한 살인마보다 더 냉철하고 피도 눈물도 없는 캐릭터다. 글씨가 많지 않고 그림이 압도적인 느낌을 주었었다. 그 작가의 책이라니 더 호감이 갈 수밖에.  

표지가 좀 무섭다. 제목도 역으로 생각하면 으시시하고 소재도 평범하지 않다.  

애인을 겁탈한 사내 셋을 죽이고, 다시 애인까지 죽이고 사형 선고를 받은 야시로 텐슈. 오전 11시까지 간수가 부르러 오지 않으면 그날은 살 수 있는 날이라 안심한다는 사형수 그에게, 간수의 호출이 도착했다. 지은 죄의 중함을 알기에 죽어야 마땅하다고 여기는 야시로지만, 그래도 죽는 것은 무서웠다. 그런 그에게, 죽음이 아닌 다른 선택의 기회가 찾아왔다. 어떤 '실험'에 응해준다면 살아서 이곳을 나갈 수 있다는 것. 

인권 포기 각서까지 써야 했지만,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어딘들 죽어야 하는 이곳만 못할까. 이곳보다 더한 지옥이 열릴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조건으로 사형수에서 석방된 또 다른 사내가 더 있었다. 그들 둘이 도착한 곳은 모든 게 다 제공되지만 나갈 수도 없고, 다른 사람을 만날 수도 없고, 시간조차 알려주지 않는 커다란 방.  

마음껏 먹고 마음껏 마시고 잠도 잘 수 있지만, 거기까지인 그곳. 점차 불안해질 수밖에 없는 그들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어느 날 창문 너머 묘령의 여인이 등장하니, 스스로를 '마녀'로 소개한 그녀. 자신과 놀고 싶으면 상대를 죽이고 제 방으로 건너오라고 유혹한다. 미칠 대로 미쳐가는 두 사람에게 던져진 충동적인 미끼다.  

야시로 말고 다른 한 사내는 즉각 반응을 했지만, 야시로는 좀 더 침착했다. 그런데 사실 그 사내야말로 미끼였다. 야시로를 자극시키기 위한.  

자신을 마녀라고 소개한 그 여자는 현재 어떤 존재에 빙의되어서 영혼이 잠식되어가는 중이다. 자신보다 더한 살의를 가진 강한 존재를 만나기 전까진 그 몸을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몸을 잠식해간 어떤 존재는 거대한 살인마로서 잘 이용하면 어마어마한 군사적 무기가 될 수 있는 존재였던 것이다. 그걸 끌어내는 게 정부의 목적이었던 것.  

그들의 실험은 성공해서 야시로에게로 힘이 넘어가지만, 그걸 통제할 수가 없었다. 평범한 여자였던 그녀와 달리 사형수의 기억과 잠재된 살의가 있었던 그에게는 말이다.  

그에게서 다시 그 힘을 빼오려면 더 큰 살의가, 더 큰 증오가, 더 큰 힘이 필요했다. 과연 누가 그 힘을 가져올 수 있을까? 

영화 다크 엔젤이 떠오른다. 덴젤 워싱턴 주연의 영화인데, 처형된 사형수의 살해 수법과 똑같은 범죄가 연이어 일어나고 그것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사형수의 몸에서 빠져나간 악령이 다른 숙주에게로 이동한다는 내용이었다. 마지막에 최종 숙주가 되었던 덴젤 워싱턴은 자살을 하려고 했지만 애석하게도 막판에 어느 벌레에게로 악령이 이동하는 바람에 결국 그는 죽지만 목적 달성에는 실패하는 엔딩이었다.  

이 작품도 그런 결말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만약 그렇게 끝난다면 이 작품이 단편이 아니라 시리즈가 되었을 것이다. 

짧은 페이지 안에 인간의 양면성과 선과 악의 대립, 그리고 적자생존 환경에서의 먹이사슬의 이동까지 그려내느라 포화상태가 되었다는 것이 흠이지만, 그걸 이 안에 쏟아낸 역량도 무시 못할 것이다.  

그림을 어찌나 잘 그렸는지 사형수의 심리 상태, 불안한 감금 상태, 그리고 애인의 죽음에 있어서 그가 가졌던 죄의식 등을 실감나고 긴장감 있게 표현했다.  

그나저나 이 작가님 지금은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는지? 지뢰진 말고는 잘 모르겠다. 작가님 탓이 아니란 내가 무심한 게 맞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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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07-03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읽으니 하나도 안 무서워요. ㅎㅎㅎ 그런데 책 표지가 무섭고 마음에 안 들어요.^^
영화 다크 엔젤을 티브에서 본 적이 있는데요. 마지막 장면에 덴젤 워싱턴이 죽고 그 악령이 벌레가 아닌 고양이한테로 이동한 것 같아요. 제 생각이 맞다면요.^^;;

마노아 2009-07-03 06:59   좋아요 0 | URL
그치요? 공포물이었으면 저는 못봤을 거예요.
아, 그런데 다크 엔젤 엔딩의 그 악령이 고양이한테 가요? 제 기억엔 개미 아니면 바퀴벌레였던 것 같은데 본 지 십년이 넘어서 확인을 못하겠어요.
암튼, 그 놈은 끝까지 살아남지요.^^

순오기 2009-07-05 0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블로거 특종이던데요~ ^^

마노아 2009-07-05 10:54   좋아요 0 | URL
끄트머리에 겨우 걸쳤더라구요. 하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