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삶 2009.6 - 개역개정판.새찬송가
생명의삶 편집부 엮음 / 두란노(잡지)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하루 한 번 차분한 시간을 가질 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색조의 마술, 분장화장품의 모든 것 [제 938 호/2009-07-08]


화장거울을 향해 앉아있던 유치원 꼬마가 관객 쪽으로 돌아앉았다. 귀여운 의상과 달리 꼬마의 얼굴은 짙은 숯검정 눈썹에 허연 콧물자국 범벅이다. 옆 친구는 시뻘건 눈두덩에 새파란 입술을 한 중국의 오락 캐릭터다. 예쁘장하기로 소문난 두 개그우먼의 깜짝 변신에 관객석은 한 순간에 웃음바다가 된다.

한 개그프로그램의 인기코너인 ‘분장실의 강선생님’에는 이같이 우스꽝스럽고 과장된 분장이 매주 등장한다. 시청자들은 골룸, 둘리, 방귀대장 뿡뿡이, 스머프로 변신한 여성 연기자들의 모습에 박수갈채를 보낸다.

하지만 정작 박수를 받아야 하는 주인공은 만화나 영화 속 캐릭터를 재탄생시킨 분장화장품이 아닐까.

이 코너에는 다양한 분장재료가 사용된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분장기법은 단연 대머리 분장. 골룸 분장 때문에 대머리 분장을 자주하는 개그우먼의 머리를 보면 얇은 막으로 된 볼드캡이 덮여 있다. 이 볼드캡은 고무를 농축한 라텍스나 글라찬이라는 액체 물질을 굳혀 만든다. 이들은 상온에서 빠르게 굳고 원하는 모양으로 만들 수 있는데다 쉽게 씌우고 떼어낼 수 있는 탄성력을 갖추고 있다. 골룸의 머리는 쫀득쫀득한 고무인 셈이다.

볼드캡은 착용할 때마다 새롭게 만든다. 사용자의 머리 크기와 비슷한 마네킹에 글라찬을 붓으로 얇게 바르고 하루 정도 상온에 두면 완성! 캡을 머리에 씌우고 고정할 때는 송진과 알코올을 혼합해 만든 피부용 접착제인 스프릿 고무를 사용한다.



<대머리 분장에는 여러 사람들의 손길이 필요하다. 분장팀이 볼드캡을 머리에 씌운 뒤 피부용
접착제인 스프릿 고무를 이마와 목에 바르고 있다. 사진 제공 KBS>


스프릿 고무는 골룸 머리에 몇 가닥 남지 않은 머리카락이나 긴 코털을 붙일 때도 쓰인다. 분장용 털은 누에고치에서 뽑은 실로 만들며, 사용한 털은 대부분 재활용하지 않는다. 다행해 선배가 사용한 코털을 후배의 얼굴에 붙이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분장화장품에 들어가는 성분은 일반화장품과 같다. 보습과 착색 기능을 높이는 수분과 유지성분, 이 둘을 섞는 계면활성제, 그리고 안료와 방부제 등이 그것이다. 수용성 크림형 제품은 물로 쉽게 지워지고, 오일 성분이 들어간 파운데이션형 제품은 일반 클렌징크림으로 지울 수 있다.

다만 분장용 화장품은 확실한 색상을 표현하기 위해 색소 함량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같은 파운데이션형 제품이라도 일반화장품은 색소 함량이 10% 내외인 반면, 분장화장품은 15%로 함유량이 높다. 일반화장품의 색소 함량이 높지 않은 이유는 과도한 진한 색이 인위적인 화장으로 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분장화장품에는 백색안료나 탤크, 방부제 같은 첨가물들이 섞여있어 피부자극도 크다.
일반화장을 할 때처럼 분장화장에서도 기초화장은 필수다. 동아사이언스 자료사진>


분장화장품은 유기물이나 무기물로 이뤄진 안료로 색을 낸다. 요즘 식물성 화장품이나 유기농 화장품에는 치자황, 자색고구마, 파프리카로 만든 천연 색소를 많이 쓰는데 이들은 모두 유기안료다. 실험실에서 합성한 유기안료는 저비용으로 다양한 색상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많이 쓰인다.

무기안료는 산화철이나 규산염 화합물, 점토 같은 광물에서 얻는다. 철은 산화되는 정도에 따라 적색, 흑색, 황색 등 여러 색을 띠는데, 불순물을 제거하면 화장품의 색소로 많이 이용되는 적색산화철, 흑색산화철 등이 된다.

무기안료는 사용하는 광물의 희귀성에 따라 그 값이 천차만별이다. 가장 비싸다고 알려진 울트라마린은 1kg에 1500만 원이나 한다. 고가인데도 무기안료가 사랑받는 이유는 유기안료에 비해 색이 오래 지속되고 외부의 온도나 충격에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기안료에는 인체에 축적되는 중금속을 포함한 물질이 있어 유해성이 확인된 카드뮴, 코발트, 연납, 수은, 비소, 크롬 등은 사용이 금지됐다.

최근 색조화장품은 기능을 높이면서도 인체에 안전한 재료를 사용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한 예로 1970년대부터 마스카라에 많이 쓰이던 카본블랙은 색이 진하고 착색력이 좋다고 알려졌지만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검출되면서 1985년부터 사용이 금지됐다. 이후로 화장품에서 검은색은 흑색산화철을 사용하고 있다.

분장화장품의 색소 함량이 높다곤 하지만 30~40%나 들어있는 미술용 물감에 비하면 적은 양이다. 이 정도의 양만으로도 색이 또렷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뭘까. 비밀은 합성착색료로 쓰이는 타르색소에 있다. 화장품의 색소 목록에서 황색 4호, 적색 202호, 청색 1호처럼 색상과 숫자 번호로 적혀 있는 것들이 타르색소다.

타르색소는 석탄의 콜타르에서 추출한 벤젠, 톨루엔, 나프탈렌에서 만드는데, 색을 나타내는 유기화합물을 포함하고 있다. 분자구조에 따라 다양한 색상을 만들 수 있는 타르색소는 천연색소에 비해 색상 종류가 많고 선명하다는 장점이 있다.

한때는 벤젠계 물질이 암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타르색소를 멀리 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물론 화장품에 포함된 타르색소의 양이 피부에 무해할 정도로 적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타르색소는 화장품의 경우 현재 71가지가 안전하다고 허용돼 있다.

전문가들은 복숭아털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체질이 있듯이 천연재료가 누구에게나 안전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천연재료를 잘 보관하지 않을 경우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분장화장품 세계에서도 더 보기 좋고 화려한 색을 원하는 욕심과 피부 안전지대를 지향하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화려한 분장세계 뒤에는 과학자들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이 숨어 있다.

글 : 김윤미 동아사이언스 과학전문기자
출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비밀 6
시미즈 레이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범죄피해자의 뇌를 적출해 생전의 영상 기억을 재현하는 기술로 사건을 해결해 내는 법의 제9 연구실.  

그 실장 마키 경감의 3년 전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러니까 오카베가 처음 이 팀에 합류하게 된 시점의 이야기. 

평범한 어느 날 편의점 직원이 같이 일하던 직장 동료 셋을 살해한다. 그 바람에 길가던 행인 역시 중상을 입고 이틀 뒤 사망. 

용의자는 자택으로 돌아가 목을 메고 자살한다. 집에는 치매에 걸려 잠들어 있던 아버지 하나 뿐이어서 진술을 해줄 수 없는 상태.  

희생자 하나의 뇌를 적출해 들여다본 기억만으로도 사건의 전개가 충분히 설명되는 듯했는데도, 마키 경감은 나머지 사람들의 뇌를 모두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지금 자신들이 본 것은 검사 측 증거 제시만 들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피고측. 변호사 측 주장도 들어봐야 한다고. 이유는 간단하다. 희생자들은 이미 죽었고, 죽은 자는 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일선에서 현장을 뛰던 오카베 경감은 법의 제9 연구실이 왜 필요한지, 이 사람들이 어떤 대가를 치르며 일하고 있는지를 절감하게 된다. 그가 마키 경감 옆에서 계속 근무하며 충성(?)하게 되는 배경이 설명되는 시점이다.  

무려 네 사람을 죽게 한, 그리고 자신도 죽여버린 그 여자의 이야기가 참 서글펐다. 희생된 사람 중에는 진정으로 그녀를 안타까워해서 도와주려던 이도 있었는데, 때로 누군가에게는 선의의 도움이 더 절망이 될 수도 있다는 비극적인 이야기. 현실이 너무 괴로워서 오히려 환상 속에 갇혀 자신을 방어하던 한 여자의 이야기는 오늘을 사는 외롭고 고독한 현대인들의 모습을 재현해낸 듯했다.  

두번째 이야기는 페이지가 너무 적다 싶었는데 다음 권으로 이어지는 시점에서 끝났다. 지금까지는 한 권에서 에피소드가 모두 끝이 나서 다음 에피소드가 궁금했지, 못 다 읽은 이야기 때문에 고심할 필요가 없었는데 난감한 기분이다. 대략 반년은 더 기다려야 하는 게 아닌가..ㅜ.ㅜ 

책 값은 이제 6천원으로 잡혀 있다. 어휴, 갈수록 비싸진다. 그럼에도 바로바로 사봐야 할 만큼 궁금증을 유발하지만. 



스포일러가 되지 않기 위해서 책 속 그림은 찍지 않았다. 대신 내지에 있는 컬러 그림만 한 컷.  

아름다운 마키 경감의 모습이다. 시미즈 레이코 특유의 미소년 타입의 인물이다. 키 163에 어린애 같은 얼굴이지만 대단한 능력의 냉혈 꽃미남이라는 것만 밝혀두겠다. ^^


댓글(4)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후애(厚愛) 2009-07-08 0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 사람도 그렇지만 죽은 사람의 뇌를 들여다 보는 건 전 절대로 못 볼 것 같아요. ㅎㅎㅎ
만화는 역시 좋군요.
꽃미남들이 많이 나와서요. ㅋㅋㅋ
마키 경감 너무 아름다워요~

마노아 2009-07-08 07:11   좋아요 0 | URL
설정이 소름돋으면서도 설득력이 있어요.
죽은 사람의 뇌에 충격을 주어서 200% 활성화 시킨다는 건데, 그래서 죽기 전 최장 5년까지의 기억을 재생시키는 거죠. 다른 건 몰라도 범인 찾는 데에는 크게 도움이 될 거예요. 사생활 침해를 벗어나긴 힘들어도요.
미키 경감 아름답지요? 시미즈 레이코 그림의 특징이기도 합니다.^^ㅎㅎㅎ

루체오페르 2009-07-09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특한 소재와 주제 때문에 관심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애니메이션도 보셨나요? 이와 비슷하다면 비슷한 신령사냥 이라는 작품이 있는데 이것 역시 뇌와 심리학에 신령이라는 소재를 접한 독특한 작품이죠. 일본 문화 컨텐츠의 저력이 이런 것들인것 같습니다.
비밀 1권에서 완벽한 대통령의 비밀 에피소드를 보고 뭔가 먹먹했고 똑같은 현실을 보는것 같아도 보는 사람의 감정이 담겨 세상이 투영되기 때문에 뇌의 기억영상의 분위기가 다르다는 부분을 보니 과연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제 생각엔 앞으로 몇십년안에 제 생애 안에서 이런 뇌과학뿐만 아니라 생명공학등의 신기원이 열리는걸 볼것 같습니다. 바로 몇십년전 상상도 못했던 컴퓨터,휴대폰등이 일상화되어 이제는 없는 세상을 못꿈꾸듯 지금은 상상도 못하지만 그때는 당연하고 꼭 필요한 그런 것들을요. 아마 그때가서는 실용성이 우선이고 윤리적인 문제는 정리되어가지 않을까 싶네요. 인류 역사가 늘 그래왔듯 ^^;

마노아 2009-07-10 11:30   좋아요 0 | URL
앗, 이 작품 애니도 있었어요? 몰랐어요! 애니도 무척 재밌겠어요. 기대가 됩니다.^^
1권의 대통령의 비밀 에피소드 인상 깊었어요. 이 시리즈를 엮어가는 첫번째 이야기로 제격이었죠.
뇌과학 분야는 계속 발전해 나가겠지만, 윤리적인 문제는 쉽게 정리될 것 같지 않아요.
꽤나 큰 진통을 겪어나가겠죠. 후회하지 않을 더 나은 방향으로의 진로를 찾는 건 보통 일이 아닐 거예요.
그래도 기대가 되기는 합니다.^^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 비룡소 세계의 옛이야기 9
그림 형제 지음, 낸시 에콤 버커트 그림, 랜달 자렐 엮음, 이다희 옮김 / 비룡소 / 2004년 6월
절판


내가 제일 안 좋아하는 공주가 바로 '백설'공주다. 백치미의 극치랄까. 너무 멍청하다 보니까 이쁜 줄도 모르겠다.
그치만, 이 책의 표지에 등장하는 백설공주는 예쁘다.
정말 서양 여자애를 가까이에서 사진으로 찍은 것 같은 느낌.
복숭아빛 발그레한 뺨에 솜털이 보송보송해 보인다.
눈아래 저 라인 좀 보라지. 너무 실감나게 그려냈다.

백설공주 엄마, 왕비 모습이다.
백설공주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된 배경의 그 모습인데,
꼭 타로트 카드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의 그림이다.
만화가로는 '규하' 씨 느낌이랄까.

양 페이지에 그림이 가득 차 있고, 다음 페이지에는 양쪽 가득 글씨가 가득찬 편집이다.
사냥꾼에게서 벗어난 백설공주가 도망치는 모습이다.
너무 어여뻐서 놔줬다는 설정은 맘에 안 든다. 가여워서도 아니고 양심 때문도 아니고 예쁘기 때문이라니...;;;
암튼, 이 화면에 네 계절이 다 녹아든 느낌이다. 멀리멀리 정신 없이 도망치는 모습이라서 그랬겠지만, 백설공주의 표정은 동물들과 술래잡기 하는 분위기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일곱 난쟁이다. 보통의 그림에서 혹은 '설정'에서 일곱 난쟁이는 비록 나이를 먹긴 했지만 '귀엽게' 묘사되곤 했다.
하지만 실제로 현실 속의 난쟁이들은 키만 작을 뿐 이미 어른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귀엽지는 않다. 그냥 어른의 체격에서 키만 작게 축소된 느낌이다.
그런데 이 책의 그림이 꼭 그렇다. 좋게 말하면 리얼한 건데, 어째 기대가 산산이 부서지는 느낌이다.
그리고 저 일곱 난쟁이들은, 어째 좀 무섭게 생겼다..ㅜ.ㅜ

허리끈을 졸라맸다고 바로 기절하는 백설공주. 운동부족이다...;;;
그림의 분위기가 독특하다. 잠들어 있는 해의 반쪽이 잠겨 있는 모습도 그렇고.
푸른 빛깔을 깔아놔서 꼭 눈의 여왕이 사는 성 같다.

독이 든 사과를 만드는 장면이다. 왕비의 동작은 꼭 춤을 추는 것 같고, 실내에 바람이 들어와 책장을 날리는 모습이 어째 으시시하다.
열린 창 너머 달, 박쥐, 테이블 위의 해골과 벌레 등등, 연출이 훌륭하다.
미술팀(?)에게 박수를...

이야기 구조는 우리가 다 알고 있는 바로 그 백설공주다. 그러니까 내가 복장 터져하는 못마땅한 멍텅구리 그 백설 공주.
그렇지만 비판이나 욕을 할래도 원작의 내용은 알아야 가능한 것일 테니, 조카가 백설공주 책을 읽는 것을 못마땅해 하지 말자.

저렇게 혼자 해내는 건 아무 것도 없고 아무리 당부를 해줘도 들어먹지 못하는 공주나,
죽은 시체라도 아름다우니 가져가겠다고 나서는 변태 왕자님은 이제 지양해야겠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9-07-08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설공주라고 불리는 여인에 대해 할 말이 무척 많아요. 백설공주, 왜 우리 나라에선 유독 공주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겠는데, 원전에서는 슈니 바이스, 눈처럼 하얀 아이 입니다. 한국의 백설공주는 멍청하고 아둔한데, 원전에서는 그렇지도 않아요. 왕비는 백설공주(눈처럼 하얀 아이)의 간과 허파를 갖고 오라 하여 그것을 먹었지요. 중세 서양인들은 간과 허파에 그 사람의 본질이 깃들어있다 생각하였기에 그러한 것이었으나 그녀가 실제 먹은 것은 멧돼지의 것이었으니, 멧돼지의 본질이 왕비에게 스며들게 된 것이지요.

일곱 개의 산을 넘어 일곱 해가 지나 일곱 난장이를 만납니다. 7,7,7이 되풀이 되는 것은, 7이 그만한 험준한 고비와 오랜 시간을 뜻하기 때문이어요. 그 7의 장벽을 지나서도 눈처럼 하얀 아이는 본래의 마음을 지니고 있어요. 그저 살려고 멍청하게 흘러흘러 일곱 난장이를 만난 것이 아니니, 눈처럼 하얀 아이가 나름 지혜롭다는 것이겠지요. 마노아 님이 복장터져 하시는(저도 어릴때 그랬어요) 그 부분은, 눈처럼 하얀 아이를 현혹하려는 마음에 마침내 슬기로운 마음머저 눈이 멀고 만 것을 뜻하는 것이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처럼 하얀 아이를 제가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눈처럼 하얀 아이가 정신을 차렸을 적에 아, 내가 왜 이랬지, 하는 식의(정확한 말 잊어버림 흐흑)자각의 한마디를 했기 때문입니다.

쓰다 보니 무척 긴 댓글이 되어 버렸어요. 전 한국이들이 다들 멍청한 백설공주! 라고 말하는 것을 독일어 원전을 읽고나서야 안타까워 견딜 수 없는 사람인지라 흥분해버렸지 뭐여요. 요즘 읽을만한 책으로는, `백설공주는 공주가 아니다'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고등학생 논술을 나름 겨냥한 것 같기는 한데, 이것이 가장 잘 된, 완역판 '눈처럼 하얀 아이'인 듯 해요.

마노아 2009-07-08 11:01   좋아요 0 | URL
일전에 '백설공주는 공주가 아니다' 리뷰 쓰셨던 것 기억나요. 우리나라에서 유독 공주라 불리면서 더 눈총을 받기도 하지만, 외국 작품을 번역한 책에서도 백설공주의 설정이 이렇게 나오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도 짝퉁이 활개를 치기 때문일까요?
간과 허파, 7이라는 숫자에 스며있는 의미 등이 인상 깊어요. 서양의 문화와 역사를 반영해 내는군요.
저는 권교정 작가가 윙크에서 데뷔할 때 백설공주 계모에 관한 메르헨...(아마 이런 제목이었을 거예요.)이란 작품을 썼던 게 기억나요. 동화 패러디를 잘하는 작가답게 그 계모가 사실은 아이를 엄청 사랑했고, 아이 역시 그 사랑을 알고 있더라는 이야기였는데 적어도 멍청한 백설공주와 나쁜 새엄마로 그려내진 않았지요.^^

서양 사람들이 알고 있는 백설공주에 대한 인식은 어떤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그래도 우리나라보단 낫겠지요?
추천해 주신 책은 꼭 볼게요. 안 그래도 찜해둔 책이에요. 당장은 아니어도 저도 꼭 보고 싶어요.^^

비로그인 2009-07-08 12:25   좋아요 0 | URL
저런 설정으로 그려진 것은요, 아예 초반에 `눈처럼 희고(하늘), 흑단처럼 검고(땅), 피처럼 붉은(사람) 아이를 가질 수 있다면' 이라고 눈처럼 흰 아이의 어미가 바랬기 때문이지요. 일단 희고 검고 붉은 아이여야 하니까요. 그나저나 저 그림, 정말 희고 검고 붉군요! 아차차, 그리고 하나 더, 왕자에게 눈처럼 흰 아이를 난장이들이 넘긴 것은, 왕자가 `나의 가장 소중한 존재로, 마음으로 받들겠습니다'라고 말했기 때문이어요. 아, 누군가가 저렇게 말한다면 안넘어갈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실컷 읽고 횡설수설)

마노아 2009-07-08 14:49   좋아요 0 | URL
천지인이 다 녹아 있는 형태로 태어났군요. 왕자님의 그 고백은 멋져요. 그런 고백들을 다 건너 뛰고 딴지 걸 대사만 책에 남아버렸을까요ㅠ.ㅠ
 
재미네골 : 중국 조선족 설화 재미마주 옛이야기 선집 1
재미마주 편집부 엮음, 홍성찬 그림 / 재미마주 / 1999년 12월
평점 :
품절


칙칙한 색감의 그림이어서 내가 좋아하지 않는 느낌을 풀풀 풍겼다. 그래서 책을 곁에 두고도 읽는 데 한참 걸렸다. 언니가 재밌다고 보라고 여러 번 강조했는데도 말이다.  

읽은 책을 꼭 다 리뷰를 적을 필요 없다고, 읽고 그냥 돌려주자는 생각에 책을 펴들었는데, 추천해주는 이유가 있었다. 너무 재밌는 것이다! 

이 책은 조선족의 설화를 풀어낸 것인데 재밌는 것은 '판소리'와 연동을 했다는 것이다. 책은 판소리 씨디가 들어있는 것과 없는 것의 두 가지로 출간되었는데 언니는 책만 있는 것으로 골랐다. 무척 아쉬운 부분이다. 



판소리 대본이 앞쪽에 실렸는데, 이걸로 들으면 읽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긴 하겠지만 느낌이 무척 신선할 듯하다. 그냥 오디오 CD도 아닌 '판소리'이니 말이다. 어른들이야 국악에 익숙하지 않을 경우 대개 고루하다고 느끼기 쉽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편견이 없기 때문에 좀 더 재밌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니까 어릴 때부터 다양하게 우리 것을 먼저 접하기를~ 

이야기 구조는 간단하다. 중국 길림성 조선족 마을에 '재미네골'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힘든 일이 있으면 네일 내일 따로 없이 서로 돕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누는 따뜻한 마음씨의 사람들이 살고 있다. 이 소식을 멀리 용궁 나라 용왕님이 듣고는 어떻게 그런 마을이 있는지 궁금하여 사신을 보낸다. 마을 사람 중에 한 명을 제물로 삼아서 데리고 오라고. 




사신은 마을에 들어서자마자 우두머리인 부락장에게 용건을 이야기 했는데, 부락장은 용왕님을 노엽지 않게 하려고 기꺼이 자신을 제물로 내놓으려고 한다. 그러나 이 솔선수범은 그만의 것이 아니었으니, 마을의 목수가, 대장장이가, 토기장이가, 또 농부가, 아낙네가, 고아 처녀까지도 모두 제가 가야만 한다고 나서는 게 아닌가. 다른 사람들은 마을에 모두 필요한 사람들이니 꼭꼭 남아야 한다면서.  

희생정신이 너무 투철하여 좀처럼 제물이 될 사람을 정하지 못하니, 뭍으로 올라온 바다 사신은 목이 타서 용궁에서 떠온 샘물만 벌컥벌컥 들이키기 바쁘다. 물이 다 떨어져서 더 버틸 수가 없게 되자 급한대로 처녀 손을 붙잡고 용궁으로 가버린 사신! 

용왕님은 소문이 정말 사실이란 것을 확인하고서는 기꺼이 처녀에게 금은 보화를 내려주는데... 

세파에 찌든(?) 이 독자는, 저 돈 때문에 이 행복한 마을에 욕심이 생겨서 저 아름다운 균형이 깨지는 것이 아닐까 지레 짐작을 해버렸는데...  



아따, 이 마을 사람들은 금은보화를 공평하게 나누어 더 재미나게 살았더라는 이야기~ 

그리하여 '재미네골'이라는 이름이 생겼더라는 이야기기기~~~ 

욕심 없이 먼저 희생할 줄 알고, 상대방의 귀함을 온 몸으로 알고 인정하는 그 마음씨.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우리네 사는 곳도 재미네골이 충분히 될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그 욕심 줄이고 희생도 할 줄 아는 마음 갖기가 힘이 들어서 탈이지.... 

책의 끄트머리에는 논술 세대를 위한 질문 몇 가지 코너가 있다.  

차분히 읽고 하나씩 답해 보는 것도 나름 재미 있을 지도... 

 

여전히 그림은 내 취향이 아니지만, 훌륭한 책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판소리 버전이 궁금한데 그 때문에 책을 다시 사야 하는 것일까... 고민스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