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수술하는 시대… 다빈치가 다가온다 [제 943 호/2009-07-20]


요즘은 주위에서 로봇에게 수술을 받았다는 사람을 적잖게 찾아볼 수 있다. 과학소설에나 존재했던 수술로봇이 직접 환자에게 응용되고 있는 셈이다.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고, 사람이 손으로 수술하는 것 보다 경과가 좋아 인기가 높다고 한다.

사람 손을 대신해 예리한 메스를 잡아 암 덩어리를 잘라내고 정밀하게 실과 바늘로 찢어진 부위를 꿰매는 수술로봇. 흔히 ‘다빈치’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이 로봇은 1999년부터 보급되기 시작해 작년까지 세계적으로 946대가 팔려나갔다.

이 중 대부분인 870대는 미국 및 유럽의 병원에 설치돼 있으며, 아시아에 48대가 보급돼 있다. 일본에 6대가 도입되어 있고 중국은 11대, 그리고 우리나라에 20대가 있다. 한국이 아시아에선 가장 많은 수술로봇을 갖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에 수술로봇이 가장 처음 도입된 것은 2005년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그해 7월 15일 첫 로봇 수술에 성공했다. 이후 2007년부터 국내 유수의 병원(서울대병원, 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한강성심병원, 고대병원, 부산 동아대병원 등)들이 앞 다퉈 다빈치를 도입하고 있다.

올해 6월, 아시아에선 두 번째로 ‘로봇 수술 트레이닝 센터’가 개장했다. 이곳은 로봇 수술 조작법을 배우는 곳으로 의사나 간호사들이 수료과정을 거쳐 정식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

다빈치는 크게 두 개의 부분으로 구성돼 있는데, 팔과 몸통으로 구성돼 있는 로봇 카트(the robotic cart), 의사가 로봇을 조종하는데 쓰는 수술콘솔(the operating console)이 그것이다. 로봇카트와 수술콘솔은 전선으로 연결돼 있어 수술실 환경에 따라 어느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어도 관계는 없다.

로봇 카트는 약 2m의 높이로 무게가 544㎏이나 나가는 꽤 거대한 물체다. 본체에는 4개의 팔이 붙어 있다. 가운데 있는 팔에는 환자의 몸속을 들여다보는데 사용하는 복강경(endoscopic stack) 카메라가 붙어 있고, 그 주위로 수술용 기구를 다루는 팔이 3개가 더 붙어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수술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다빈치는 의사의 손동작을 그대로 흉내 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양쪽 손의 엄지와 검지를 수술콘솔 안에 있는 골무에 끼우고 움직이면 로봇팔에 붙어있는 수술집게도 그대로 움직인다. 밑에 있는 발판을 밟고 팔을 앞, 뒤로 움직이면 로봇팔도 따라서 작동한다.

단지 사람 손처럼 자연스럽지 않아서 미세한 감각 같은 것을 느낄 수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손으로 환부를 꿰매던 실을 잡아 당겨보면 팽팽한 느낌을 단박에 알 수 있지만 다빈치로 수술할 때는 그런 것을 느낄 수 없다. 화면을 보면서 실이 당겨지는 화면을 보고 어림짐작을 할 뿐이다. 또한 수술 도중 환자를 움직이게 하려면 로봇팔을 환자의 몸속에서 꺼내야 하기 때문에 수술을 중단해야 한다.

이렇게 수술할 경우 수술을 받는 사람의 몸에는 4개~6개 정도의 구멍을 뚫어야 하지만 칼로 수술 하는 것 보다는 훨씬 상처가 적다. 로봇수술을 받으면 환자의 회복이 빨라지는 이유이다.



<다빈치가 설치된 수술실 전경. 사진 제공 삼성서울병원>


다빈치를 이용해 수술할 경우 가장 큰 이점은 환자의 몸속을 훤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압도적으로 넓은 수술시야이다. 3D 카메라로 환자의 몸속을 비춰 보여주니 입체화면처럼 멀리 있는 곳과 가까이 있는 곳을 구분할 수 있고, 수술하는 곳을 10배까지 확대해서 보는 것도 가능하다. 의사가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환자의 몸에 더 큰 상처를 내는 일이 없어진 것이다.

또 수술의사의 손이 떨려도 로봇 팔에는 떨림이 전달되지 않기 때문에 손이 다소 떨리는 사람도 정밀한 수술이 가능해 진다. 최신형 디지털 카메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손떨림 방지 장치가 설치돼 있기 때문이다.

현재 다빈치는 어떤 치료에 활용되고 있을까? 가장 우위를 자랑하는 것이 전립선암 수술이다. 전립선을 제거하는 경우 기존의 수술보다 부작용이 훨씬 적어서 근래에 미국에서 폭발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다빈치의 반 이상이 비뇨기과 수술용으로 판매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에 설치돼 있는 다빈치는 전립선 및 신장 수술과 같은 비뇨기과 수술이 대부분인 미국, 유럽과는 달리 다양한 질환에 적용되고 있다. 올해 4월까지 이 병원에서 시행된 총 2,314건의 로봇 수술 중 비뇨기과 수술은 971건이지만, 위암, 대장암, 갑상선암 수술을 중심으로 한 외과 수술은 1,147 건으로 오히려 더 많았다. 이 외에도 이비인후과, 흉부외과, 심장외과 영역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다빈치는 전립선암에 대해서는 이미 표준 치료로 인정되었으며, 신장암(부분신장절제술) 및 방광암도 곧 표준치료로 등록될 예정이다. 이것은 많은 수술건수를 통해 안정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또한 흉부외과와 이비인후과에서는 가슴뼈를 손상시키지 않는 장점이 있어 심장수술과 식도암수술 등에서 조금씩 사용되고 있다. 외과영역에서는 대장암(직장암) 등을 다빈치로 수술하는 사례가 많지만, 현재 자료를 축적하고 있는 과정이어서 아직 모든 의사의 동의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이러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로봇수술이 정착되려면 한계가 많다. 우선 수술비용이 비싼데, 대략 1,000만원을 넘어간다. 독점적으로 다빈치를 공급하고 있는 제조회사에서 수술비용을 정하고 있기 때문에 병원에서 마음대로 가격을 낮출 수도 없는 실정이다.

영화나 소설처럼 로봇이 스스로 생각하고 치료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앞으로도 로봇은 당분간 외과의사를 위한 기구로 남을 것 같다. 그러나 로봇의 장점을 이용해 더 나은 치료방법을 발전시키려는데 그 의의가 있다. 곧 원격치료도 가능해진다니, 미국에 있는 환자가 아플 때 한국의사가 수술을 하는 것도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먼 미래에는 사람보다 로봇 의사를 볼 때 더 안심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글 : 이진한 동아일보 의학전문기자
도움말 : 세브란스병원 로봇내시경수술센터 이강영, 나군호 교수



 
 

KISTI NDSL(과학기술정보통합서비스) 지식링크

○관련 논문 정보
물리 엔진을 이용한 수술 로봇의 동작 범위 분석 시스템 개발 [바로가기]
실시간 OS 기반 복강경 수술 로봇의 위치 제어 성능 강화에 관한 연구 [바로가기]
복강경 수술로봇을 위한 실시간 운영체제 기반 제어 시스템의 개발 [바로가기]

○관련 특허 정보
수술도구 위치 설정용 다자유도 로봇(한국등록특허) [바로가기]
골내강 삽입형 고정장치를 이용한 골내강 수술로봇(한국등록특허) [바로가기]
원격 수술 로봇(한국공개특허) [바로가기]

○해외 동향분석 자료
日, 의료 로봇의 현황과 전망- 2009년 [바로가기]
말벌에서 영감을 얻은 뇌 구멍 뚫기 수술 로봇 - 2009년 [바로가기]
영국, 외과의사를 돕는 몸속 침투 로보트 - 2008년 [바로가기]

 
 
출처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후애(厚愛) 2009-07-20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로봇수술이 있는 줄 몰랐어요.
전 왜이리 모르는 게 많을까요? ㅎㅎㅎ
그런데 수술비용이 정말 엄청나네요;;;

마노아 2009-07-20 16:04   좋아요 0 | URL
저도 모르는 것 투성이를 날마다 발견해요.^^
아, 그런데 정말 수술비가 비싸요. 저게 좀 더 상용화되면 오히려 수술비가 싸질까요? ..;;;;

같은하늘 2009-07-20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EBS의 명의라는 프로그램에서 로봇수술하는거 봤는데 신기하더라구요...
사람이 손을 움직여서 하던데 직접하는것 보다 정교하게 할 수 있다니 너무 신기~~~

마노아 2009-07-20 23:50   좋아요 0 | URL
오, 방송에서 보여줬군요. 로봇하면 SF만화의 그 친근한 모습이 먼저 떠오르는데 수술하는 로봇은 오히려 더 현실적으로 다가와요.^^
 
Wink 윙크 2009.8.1 - No.15
윙크 편집부 엮음 / 서울문화사(잡지)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윙크 창간 16주년 기념호다. 무려 16번째 생일이니 거창한 선물이 따라오려나? 기대했지만 정가 3,300원짜리 잡지에는 무리한 요구다. 사실 선물이 없는 건 아니다. 책 속에 여러 선물 잔치에 응모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데, 딱 한 번 독자 엽서를 써 본 결과, 나같은 노땅 독자에게는 기회가 절대 오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생겨 다시는 응모하지 않고 있다. 무튼, 선물과는 거리가 있어도 윙크의 창간 16주년은 나로서도 엄청 축하할 일이다. 진심으로 기쁘다. 만수무강하기를! 

표지를 장식한 '하이힐을 신은 소녀'. 페이지가 무려 19장 38페이지다. 거기에 표지까지 했으니 계영샘은 정말 손이 빠른 듯하다. 다른 연재 작가들을 보면 박희정 작가가 22페이, 궁이 20페이지다. 계영샘은 거의 2배 가까운 작업량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니 단행본이 일년에 세 네 권이 나올 수 있었던 것! 이제 다음 호를 쉬고 새 연재작을 준비한다고 한다. 놀랍다. 예쁜 남자도 무척 기대 중... 그런데 이게 서현주 작가와 동업한다는 그 작품인가??? 최근 힘든 일을 많이 겪으셨을 텐데 오히려 작품에 더 매진해서 슬픔이 치밀어 오를 시간을 주지 않는 건 아닐지 걱정이다. 작가님, 건강히 작품 활동 오래 해주세요. 화이팅!!! 

제일 재밌게 본 편은 '란제리'였다. 점 치는 그 여자가 요사스러운 짓을 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반전의 재미와 코믹을 보여주었으니 큰 기븜이다. 란제리 2호점 '민'을 기대하겠다. 

'DIY Girl'도 아주 재밌었다. 역시 진지함과 코믹이 적절히 잘 섞였고 이번 편에는 여름을 겨냥한 것인지 타이밍이 그랬는지 '호러'도 같이 끼었다. 그나저나 제목에서 왜 일부는 대문자고 일부는 소문자일까? 그게 늘 궁금했다는....;;; 단행본에는 그 이유가 나왔을까??? 

강특고 아이들도 재밌었고, '우리는 가난하지만'은 그림도 점점 더 맘에 들어가고 있다. 담당 기자의 마감 독촉 문자에 예비군 훈련 중이라는 답문자는 참으로 신선한 반응. 작가님 후기에서 송채성 작가가 군대를 배경으로 야오이를 쓰고 싶었다고 했다는데 우리나라 군대 현실을 생각할 때 잘 상상도 안 가지만, 작가님이 이미 고인이 된 까닭에 웃기도 전에 슬퍼진다. 그런데 동인 성에서는 이미 군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나왔을 듯하다. 실제로 발생하는 군 부대 내부의 성추행은 그 사람의 성적 성향보다는 '추행'과 '폭행'에 더 가깝지 않을까? 

모처럼 돌아오신 로얄 러브의 이한아 작가. 무척 므흣한, 그리고 난감한 상황에서 엔딩을 보여주셨다. 다음 회에서 까칠남 레이가 한 폭발할 듯하다. 켈리는 이제 어쩔까나....;;;; 

마틴 & 존은 이번에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진행된다. 15프랑에 딸을 추행한 사제와 합의한 아버지가 이제는 더 어린 아들을 15프랑에 같은 사제에게 팔려고 한다. 부패한 성직자도 화가 나지만 자식을 술값 몇 푼에 팔아 치우는 패륜적인 아버지가 기막히고, 그 동생을 지키려고 애쓰는 누이의 정이 눈물겹다. 결론을 이미 알고 시작한 내용이라 그녀의 사나운 팔자에 미리 애도를... 

그런데, 이번 윙크는 내지의 빅뱅 브로마이드(펼칠 수 있게 접혀 있는)가 구겨져서 도착했다. 예전에 파본된 윙크가 도착한 적이 있었는데 그건 불량이었고, 내지가 잘못 접혀서 온 것도 불량일까? 아님 사람 손이 탄 것일까? 별 상관은 없지만 그저 궁금했다. ^^


댓글(3)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스탕 2009-07-19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윙크가 꽤 오래됐군요!! 우리나라 만화시장의 부흥을 위해서도 윙크는 장수하고 번창해야해요!!
저도 윙크 16번째 생일 축하 만땅입니다 ^^

바람돌이 2009-07-19 22:57   좋아요 0 | URL
그래도 윙크가 오래 살아남았네요. 많이 힘들텐데... 한 7,8년전까지 윙크를 봤던듯 한데, 요즈음은 관심가는 만화가 살짝 줄더라구요. 나이탓인가봐요. ^^

마노아 2009-07-19 23:00   좋아요 0 | URL
윙크는 이제 만화잡지는 물론 순정만화계에선 더더욱 대모 역할을 하고 있어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잡지들이 창간됐다가 폐간됐는지...ㅠ.ㅠ

저도 꽤 수년 동안 윙크를 보지 못했다가 알라딘 중고샵 오픈 이후 다시 윙크를 보게 되었답니다.
쌓이는 책을 팔 공간이 생겼거든요.^^
 
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주목받는 작품이 등장하면 아무래도 시끄러워지기 마련이다. 입소문이 파다하게 퍼지고 리뷰도 주렁주렁 달린다. 궁금한 마음이 생기면서 기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오히려 읽고 난 다음에는 감동이 덜할 때가 있다. 그러니까 그 경우는 '유명세'가 오히려 작품에 독이 되는 것. 기대 잔뜩 하고 나서 보았던 트랜스 포머 2가 생각보다 별로였던 것처럼.  

그런데 이 작품은 기대치가 좀 있었던 것에 비해서, 또 유명세에 비해서 깎아내릴 것이 별로 없었다. 작품 자체의 힘도 있겠지만 내 생각엔 기대를 엎어버린 전혀 다른 소재의 이야기를 만난 탓일 게다. 그러니까 이 책이 성장소설이고 또 청소년 문학이기 때문에 좀 더 반짝반짝 빛나는, 마음이 훈훈해지는 그런 이야기일 거라고 예상했는데 전혀 다른 방향의 이야기였기에 허를 찔린 것이다.  

주인공은 열 여섯 살 남학생. 여섯 살에 엄마 손에 의해 청량리 역에 버려진 기억이 있고, 그 후 어머니가 자살하신 뒤 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사인 배선생과 재혼. 의붓 여동생과 함께 네 가족이 살게 되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부터 언어 장애가 생겨 하고자 하는 말이 모두 더듬더듬 나오는데, 이상하게도 글로 써서 읽으면 똑바로 읽을 수 있다. 아버지는 그저 밥 차려주고 자식을 돌봐줄 여자가 필요했을 뿐, 좋은 남편이자 아버지가 되지 못했고, 그 모든 갈등은 새엄마의 구박과 멸시와 모멸로 이어졌다. 그리고 마침내는 여동생을 성추행했다는 누명까지 쓰게 되고 새엄마와 경찰들에 쫓겨서 위저드 베이커리로 뛰어들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된다. 

위저드 베이커리. 동네에 생긴 빵집 이름이다. 오밤중에 빵 먹을 사람이 누가 있겠다고 24시간 영업을 표방하는 이상한 빵집. 게다가 주방장 겸 점장은 똘끼가 보이는 인물로 빵의 재료를 묻자 갓난 아기의 간을 말려서 빻은 가루라든지, 고양이 혓바닥 3종 세트, 티티새의 똥을 얇게 펴 발랐다거나 라푼젤의 비듬을 사용했다는 등, 하여간 정상으로 보이진 않던 곳이었다. 그렇지만 그곳이 24시간 영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빈 몸으로 무작정 뛰쳐나온 이 열 여섯 학생이 숨을 수 있는 도피처가 되었던 것.  

아이라고 해도 어색하고 소년이라고 해도 어색한 이 친구는, 빵집 주방의 오븐에 숨어드는데, 그 오븐 너머 異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점장의 방에는 너무도 안락해 보이는 멋진 침대가 놓여 있었고, 온갖 수상한 약품(?)이 들어있는 실험 도구들, 바닥에는 마법진이 그려진 듯한 양탄자가 깔려 있었다.  

본의 아니게 집으로는 돌아가지 못하게 된 이 친구가 위저드 베이커리에 얹혀 살면서 나름 밥값으로 하게 된 일은 위저드 베이커리 닷 컴으로 들어오는 온라인 주문의 접수를 받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수상한 빵집은 쇼핑몰도 갖고 있는데, 그 쇼핑몰에서 요상한 빵들을 파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런 것들??? 



쇼핑몰에는 취급 주의사항과 부작용에 대한 상세한 안내문이 있었다. 그러니까 누군가 다른 사람을 혼내줄 마음으로 부두 인형을 주문했는데 본시 '저주'란 부메랑 효과가 있어서 자신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따른다는 친절한 경고문까지 실려 있는 것이다. 대개의 사람들은 안내문을 읽고도 기대 반 농담 반의 심정으로 제품을 주문하고 100%에 이르는 효과를 체험한 뒤 상품 후기까지 남기고 있었다.  

주인공 친구는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있으면서 제품을 사용했다가 낭패를 본 사람들, 혹은 제품의 또 다른 A/S(?)를 원하는 손님들을 만나면서 마법이 해내는 역할과 대가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점장이 위저드 베이커리를 차린 이유는 물질계와 비물질계의 '균형'을 위해서라는 뭔가 거창하고 설명하기 힘든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이 깨뜨린 불균형이 이 세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에 대해서는 당연히 아무 관심도 없고 책임도 없다. 심지어 자기가 뿌린 저주 때문에 엄한 사람이 목숨을 잃는 상황에 가서도 죄책감과 반성은 없이 오로지 자신의 껄끄러운 마음이 편해질 방법만 추구한다.  

마법이라는 것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우리의 소원을 예쁘게 들어줄 것만 같고, 좀 더 세상을 이롭게 변화시킬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정작 뚜껑을 열어보면 그렇지 않다라는 것에 적잖은 실망을 느끼게 된다. 그러니까 저 오래도록 살아온 성격 뾰족한 마법사조차도 과거 어느 시점에 잘못 사용한 타임 리와인더의 부작용을 톡톡히 알고 있을 정도이니.  

누군가의 욕망과 소망이 적절히 섞인 마법이 담긴 빵을 팔면서 점장은 다른 존재들로부터 많은 원망을 사게 되었고, 그 바람에 한 달에 딱 하루 24시간을 잠드는 그 유일한 수면 시간에도 편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조금만 수면에 방해를 받아도 바로 '몽마'의 공격을 받게 되는데, 그 모습이 안타까워 대신 몽마의 공격을 받은 우리의 주인공은, 그 덕분에 지옥을 경험하게 된다. 애써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엄마와의 기억. 엄마가 세상을, 자신을 버렸던 일들. 아버지의 무관심, 새엄마의 학대, 그리고 자기 없는 자기 가족의 단란한 모습까지.  

기막히게도, 이 아이가 겪은 그 무수한 고통의 시간은, 아이가 살아온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보통의 어른들이 감내해야 할 몽마의 공격에 비해서는 '약했다'는 것이다. 이 친구가 겪은 그 비극적인 시간의 무게를 짐작하면서도, 남은 시간 동안의 삶에는 더 큰 어려움과 괴로움이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서글펐다. 저마다 사연 없는 삶이 없듯이, 누구에게나 그렇게 기억하고 싶지 않고 마주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 있다는 게 말이다. 

적절한 스릴러적 긴장과, 또 몽환적 환상이 잘 아울러져 있으면서도 소년이 돌아가야 할 집이라는 결코 안락하지 않은 보금자리의 문제점 때문에 작품은 결말로 치달을 수록 공포를 담은 기대를 동반하게 된다. 그리고 마침내, 소년은 집으로 돌아갈 시점을 맞는다. 타임 리와인더를 쓰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하는 바로 그곳. 

시간을 돌린다는 건 엄청난 희생을 수반해야 한다는 맹점이 있다. 이 땅에 존재하는 무수한 사람들의 시간을 다 함께 돌려야 한다. 돌아간 시간 속에서는 미래의 내가 되돌리고 싶었던 시간을 아직 알지 못한다. 재수 없는 경우 그 엄청난 희생을 치른 대가로 똑같은 경험을 반복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녀석이 돌아가고 싶은 시점은 어디일까. 의붓 여동생이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하기 직전? 새엄마와 아빠가 결혼하기 전? 엄마가 자살하기 전?  

그때로 돌아가면 그 순간들을 막을 수 있을까. 아니면 똑같은 고통을 두 번 겪으면서 상처를 재확인해야 하는 것일까. 

코키 폴의 동화책 속에 등장하는 마녀 위니의 그림은 매력적이지만 어둡고 칙칙하다. 어린이 그림책 답게 늘 유쾌한 결론을 이끌어내지만 시작할 때의 위니는 늘 인상을 찌푸리고 있고 뭔가 불만으로 가득 차 있다.  이 책의 마법사는 좀 시니컬한 편이고 성격도 모난 편이지만, 그래도 주인공의 아군으로 등장하는 것만큼의 역할은 제대로 해낸다. 오히려 그가 신데렐라를 도와주는 마법사 아줌마처럼 일방적인 도움만 주었다면 오히려 그게 더 수상했을 것이다. 

작품은 재미 있다. 그러나 그만큼 아프기도 하다. 소재의 선정도 그렇거니와 내용의 전개를 지켜볼 때도 역시 마음이 무겁다. 아동 성범죄, 아동학대, 가정 불화. 그 모든 이야기들을 다 집어넣고도 원하는 해피엔딩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에서 또 한 번. 

주류는 아닐지라도, 이 작품 속 주인공과 같은 가혹한 환경의 아이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비정상적인 부모, 혹독한 새 가족, 위로받을 수 없는 학교, 반드시 보호받아야 할만큼 어리진 않지만 충분히 자신을 방어할 만큼 다 자라지 못한 낀 세대의 아이들. 동화처럼, 마법처럼, 이렇게 마법을 펼쳐줄 마법사 하나 만난다고 해서 그네들의 삶이 한 순간에 바뀌지 않는다.  그리고 대개의 사람들은 그 마법사를 만나지도 못하고 살게 된다. 하여 작품은, 지극히 소설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사용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현실적이고 사실적이다. 그렇기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고,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픈 것이다.  

몇 가지 자연스럽지 못한 전개도 눈에 띄긴 한다. 베이커리를 도구로 썼음에도 영혼을 홀릴 것 같은 기막힌 빵과 과자의 묘사는 부족했고, 시점이 오고 갈 때의 전환도 조금 뻑뻑했다. 그러나 소재는 참신했고, 그걸 풀어내서 도출해내는 결론은 성숙했다.  

위저드 베이커리의 '메이킹 피스 건포도 스콘'이 미안한 사람에게 사과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제품이라면, 나는 사과받고 싶은 사람에게 사과를 받아낼 수 있는 스콘을 하나 주문하고 싶다. 사과라도 받으면 혹 용서할 수 있는 빌미가 될지도 모르는데, 도저히 사과 없이 용서하자니 내 속이 너무 끓어서 말이다. 그런데, 사과를 받아야 함에도 내가 먼저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일까? 아, 그건 또 너무 가혹하구나...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바람 2009-07-19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대단한 리뷰네요 전 느낌만 적고 말았는데 말이에요 깨갱이에요. 마법에 대가가 필요하다는 것 이게 해리포터보다 훨씬 현실적이었어요

마노아 2009-07-20 00:24   좋아요 0 | URL
해리포터보다 현실적이란 얘기에 공감해요. 그건 정말 환타지잖아요.
대가가 필요함에도 마법을 갈구하는 게 또 우리 인간이기도 해요.^^
 

며칠 전에 갑자기 차단기가 내려가면서 전기가 나간 적이 있었다. 그때는 온 동네가 다 나간 거였고, 5초 뒤 다시 들어왔기 때문에 별로 신경 안 썼는데, 어제는 우리 집만 완전히 나갔다. 그래서 다시 차단기 올리면 불이 들어오고, 그러다가 몇 차례 더 꺼졌다.  

주말이라서 별로 손을 못 쓰고 버텼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차단기 올리면 5초 단위로 꺼지는 거다.  

머리는 감았는데 드라이어는 못 쓰겠고, 치렁치렁한 머리가 더운데 선풍기를 못 쓰고, 정수기 불이 안 들어오니 수돗물밖에 먹을 게 없고, TV도 냉장고도 컴퓨터도 다 못 쓰는 거다.  

한국전력공사는 휴일이어서 연결이 안 되고, 동네 전파사로 가기 전에. 일단 어디서 문제가 되는가 싶어서 전체 모든 코드를 다 뽑은 채 하나씩 꽂아 보았다. 누전이 되는 곳이 있다면 거길 꽂는 순간 다시 차단기가 내려갈 것 같아서. 

냉장고, TV, 정수기, 컴퓨터 기타 등등... 하나씩 꽂아 봤는데 아직까진 별 이상이 안 보이고 있다. 조마조마하게 컴을 쓰고 있는 중. 

그런데 전기 요금이 평소보다 두 배가 나온 걸 보면 확실히 누전으로 보인다. 어제 그제 비가 억수로 왔던 것도 관련이 있지 싶고.... 

웃기게도, 얼마 전 노트북 고장난 것에 이어서 어제는 청소기 흡입구 날개가 한쪽 부러졌고, 압력밥솥이 고장나서 밥이 타고 있으며, 주방엔 형광등을 교체했는데도 불이 희미하게만 들어오고 환하게 안 들어오고 있다. 또 뭐가 하나 고장났는데 뭐더라? d아, 가스렌지! 점화가 잘 안 되고 있다..;;; 

암튼, 가지가지 한다고 했다. 마치 양념 하나 떨어지면 통으로 다 떨어지는 것처럼. 

아까는 창가에서 책을 읽었는데 저녁엔 TV도 안 되고 컴도 안 되는 집에서 책도 못 보고 어쩌나 걱정이 됐다. 

엄마는 냉장고 안에 음식이랑 김치 어쩌냐고 걱정을 하셨다.  

전기 하나만으로 인간은 충분히 괴로워질 수 있구나. 퓨휴휴휴....  

 

(그후) 

 

전파사 사장님이 오셔서 차단기 교체하고 가셨다. 방금 형부와 통화를 했는데, 차단기가 의심스러워서 차단기를 사왔단다. 가격이 2천원. 사장님 출장비 2만원 받아가셨는데... 형부, 좀만 일찍 말해주지...우리 오늘 통화를 몇 번 했는데....;;;; 

사람 마음이 간사하다. 좀 전에 전기 다시 들어왔다고 무장 기뻐했는데 본전 생각이 난다. 뭐, 그게 인건비지 뭐겠냐마는... 

(다시 또 그 후...) 

저녁 9시 쯤에 다시 한 번 전체 차단기가 내려갔다. 집안은 온통 암흑뿐...;;;; 만약 리뷰 쓰고 있다가 날렸음 욕을 했을 거다...;;;; 

전파사 아저씨(사장님에서 뚝 떨어졌다!)와 통화를 해보니 내일 다시 오겠다고 하신다. 아까 검사 결과 누전은 전혀 없었다고... 

하지만 이 집이 원래 벽에 전기도 흘러서 컴퓨터 하드도 몇 번 날려먹은 기억이 있어서 곧이 믿기질 않는다. 

일단 내일 한국 전력공사에 누전 검사 신청부터 해두라고 엄마한테 당부해 놓았다. 힘들구나..;;;;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후애(厚愛) 2009-07-19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머니랑 깊은 산골에서 살 때 전기가 없어서 촛불로 지낸 적이 있어요.
아궁이에 불 떼서 밥하고, 솥에 남겨진 누렁지가 정말 맛 있었어요. ㅎㅎㅎ
컴퓨터도 그렇지만 이제는 전기 없이 못 살것 같아요.^^*
인간에게 꼭 필요한 전기에요.
힘 내세요. 아자아자~ 화이팅!!^^

마노아 2009-07-19 17:40   좋아요 0 | URL
아, 지금 극적으로 전기 생환(?) 했어요.
전파사 사장님을 수소문한 끝에 모셔왔더니, 차단기 고장이래요.
그래서 계속 차단기가 내려갔다고. 고쳤더니 이렇게 다시금 전기가 들어오네요.^^
지금도 두메 산골에는 전기 없이 살까요? 잘 상상이 안 가요. 일찍 일어나고 일찍 잠드는 새나라의 어린이를 저절로 만들어줄 거예요.^^

순오기 2009-07-19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거기는 싼데요, 우리동네는 4만원 받아가요~~ ㅜㅜ

마노아 2009-07-19 20:45   좋아요 0 | URL
헉 그렇게 비싸요? 너무 해요..ㅜ.ㅜ

다락방 2009-07-19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억. 2천원과 2만원의 간극이라니!!

그러게요 사람마음이 좀 간사하죠. 그래도 앞으로 책 볼 수 있고 냉장고속 음식 걱정 하지 않아도 된다고 스스로 위로하세요. 그것말고는 달리 위로할 방법이 없잖아요. 잘했어, 잘한거야,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요. 토닥토닥

마노아 2009-07-19 20:46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엄마가 그랬어요. 형부 기다리다가 냉장고 음식 다 상하는 것보다 낫다구요.
형부를 어제부터 애타게 찾았는데 오늘 밤늦게나 올 수 있다고 했거든요. ^^;;;

무스탕 2009-07-19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서 잠시 염장;;을 지르고 지나가자면..
울 신랑이 전기쟁이라서 이런건 걱정도 안하고 고친다는거 아닙니까!
아니. 고장나기전에 미리미리 바꿔놔요. 하하하~~
=3=3=3


(다시 돌아와서..) 정말이지 전기 나가니까 답답하더라구요.
얼마전에 울 아파트 단지는 물론 일대 아파트 단지들이 많이 정전이 됐었는데 30분정도 전기가 안들어왔어요. 잠깐이니까 생활에서 불편한건 거의 없었는데 맘이 참 불안하더라구요 -_-
(저도 머리감다가 불이 나가서 A~C~~~했었어요 ^^;)

마노아 2009-07-19 23:02   좋아요 0 | URL
으하핫, 정말 걱정 꽉! 붙들어 매고 계시겠어오. 부러워요!!!
우리 이사온 지 만 9년 되어가니까 차단기 갈 때가 된 것도 같지만, 그것만의 문제가 아님이 증명되었으니 어째 영 불안해요. 이렇게 댓글 달다가 갑자기 콱! 나갈 수 있다는...ㅜ.ㅜ
아, 이사가고파요..ㅜ.ㅜ
 
무더운 여름나기 비법공개!

여름은 어차피 덥고, 그 더위는 점점 기승을 부릴 터. 뜨거운 여름을 탓하지 말고 시원하게 보낼 방법을 생각해 보자. 

다음 주면 방학이다.  

월요일엔 방학 중 방과 후 학교를 진행할 학교에 가서 도장을 찍어야 하고, 화요일엔 방학식 직후 친구가 새로 차린 학원에 가서 친구 대신 한 타임 땜빵을 할 작정이다. (학생은 하나!) 

 

 

 


수요일은 가을산님 알려주신 대로 내 일생 최초일 개기일식을 꼭 감상하리라 두 주먹 불끈 쥐고 있으며, 그 주 금요일에는 조카 데리고 서울 역사 박물관에서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는 것이 목표다.  

물론, 둘째 조카의 상태(?)와 언니의 협조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역사 박물관 행은 좌절될 수도 있다.  

큰 언니의 노트북이 망가지고 2주가 지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운영자가 컴이 망가졌다는 것은 막대한 영업에 지장을 주는 바. 어여 고쳐갖고 오라고 했지만 묵묵히 내 컴으로 버티고 있는 중이다. (나는 어쩌라고!) 

그 덕에 점차 퇴근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 웬만하면 퇴근 전에 봐야 할 것들은 다 보고 가야 한다.(그 중 대부분이 알라딘...;;;) 
그리하여 이 페이퍼도 수업 다 끝난 지금 쓰고 있는 중...^^  

언니의 상태를 보건대, 내가 방학했다고 컴을 뚝딱 고쳐올 것 같지 않고, 그렇다면 나의 여름 방학 처세술은 시원한 도서관에 가는 게 여러모로 속 편하다는 결론이 나오겠다.  

8월엔 2주 동안 총 여섯 차례에 걸쳐서 중학교 1학년 대상의 방과 후 학교가 진행될 예정이다.
내가 구상하고 있는 것은 중국사. 작년엔 수업 시간이 모자라서 당나라 시작하다가 끝났지만 올해는 청나라까지는 가보리! 

그러기 위해선 공부를 좀 더 해줘야 한다.
작년에 참고했던 고우영 십팔사략을 복습해 주고, 십팔사략에 다 실리지 못한 뒷부분은 다른 책들을 참고해야겠다.  

 

 

 

 

  

 

 

8월 첫 주엔 친구의 학원에서 3일 동안(친구가 휴가 간 기간..;;;;) 특강을 해주기로 했다.
그때까지 학생이 하나면 그 학생과 과외 수준으로 수업을 할 것이다.
초등 4학년인데, '특강'이라고 하면 좀 과하고, 옛 이야기~ 들려주는 가벼운 티타임이 될 듯하다.
친구가 제안하기로, 신화 이야기, 별자리 이야기, 역사 인물 이야기... 정도였는데, 내 계획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초등학생에게 해주기 좋은 신화와 별자리 이야기는 어느 정도 선일까? 고민을 좀 해야겠다.

사실, 이번 여름 방학 때 맘 잡고 공부하고 싶은 분야는 서양사다.
일단 세상에서 가장 재밌다는 세계사로 시작을 해주시고, 종횡무진 서양사는 정리를 좀 해두고 싶다.
세계사 신문을 모두 갖고 있었는데 일이 생겨서 처분해 버렸다.
3권만 읽고 1.2권은 읽지 못했는데 샀던 책을 다시 사자니 좀 아까운 생각이 든다.
중고샵을 뒤져봤지만 상태와 가격이 성에 차지 않는다. 이런 책은 자료의 성격이 크기 때문에 도서관 대출은 탐탁치 않다.
결론은 마일리지와 적립금에 기대기???  

 

 

 

역사책은 내가 좋아하는 만화로 된 책들이 제법 나와 있는 편이다.
사두고 읽지 못한 먼나라 이웃 나라 네덜란드, 스위스, 미국, 일본 편을 읽어주면 좋겠고,
십자군 이야기 1.2권을 중세 파트와 함께 공부하면 좋겠다.
중고샵에서 건진 '성경으로 여는 세계사'는 무척 구미가 당기긴 하는데 오래된 책 특유의 떨어지는 가독성이 조금 걸린다.
1권은 종종 보이더만 뒷권은 잘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기다리리! 
하워드 진의 미국 민중사를 같이 읽으면 좋겠지만 엄청난 두께에 일단 식겁!
먼저 가볍게 만화로 만나보자.(내용은 가볍지 않을 듯!)

 

 

 

 

진지하게 공부만 한다면 머리가 얼마나 아플까. 가끔 안구 정화가 필요하다.  

굳이 '기생수'와 '나의 지구를 지켜줘'를 고른 까닭은, 읽고서 팔수도 있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이다. 기생수는 이미 읽었던 책을 애장판으로 소장한 것인데 보관과 경제적 이유로 다시 팔까 고민 중이다. '나의 지구를~'은 아직 보지 못했기 때문에 소장용일지 일회용일지 아직 판단 유보.  

 

 

그림이 많은 책은 일단 눈을 유혹한다. 만화가, 사진이 많이 등장했다고 해서 책의 함량이 떨어질 리 없다.
(가끔 그럴 수도 있지만...) 

새 책으로 샀는데 두꺼운 표지가 아치형으로 휘어진 채 도착한 걸 뒤늦게 알아버린 '유명 건물로 배우는 세계의 역사' 

책을 반품할 것인가 고민을 했는데 50% 할인할 때 샀던 책이라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산지 시간이 좀 흐르기도 했고. 

보고서 조카의 8월 생일에 안겨줘야지. 

히로시마는 그림이 빽빽했다. 읽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아마 먹먹할 지도.
'저녁 뜸의 거리'를 읽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일까?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그리고 역시 그림이 사로잡는 '고딕성당'과 '서양 복식 문화사'.  이 역시 서양사 공부에 도움이 되리!(되어야만 해!!!) 

  

 

 

 

시원한 여름을 보내기 위한 최고의 선택이 에어컨 빵빵 터지는 곳에서 신선 놀음하듯 책 보는 것이라고 의심치 않지만,
가끔은 몸을 움직여줘야지 어찌 늘 갑갑한 실내에만 있을까.  

보테로 전은 어제 다녀왔고, 이제 가고 싶은 곳은 과천에서 진행 중인 '한국 만화 100년 전' 
지하철로 움직이는 긴 코스를 그냥 놓칠 수는 없다.
우리 만화계의 큰 획을 그은 김진 샘의 바람의 나라 스페셜 에디션 3권이 이 날을 위해 아직 비닐도 뜯기 전이다.(...;;;;)  

 

 

 

 

 

 

 





여름답게 블록버스터도 속속 개봉하거나 개봉 직전이다.
영화 값이 과하게 올라간 탓에, 가급적 조조를 깔끔하게 이용해줄 생각이다.  

지난 달 말에 '트랜스 포머 2'편을 보던 중 음향 고장으로 소리가 나왔다 안 나왔다를 반복하는 망극한 사태를 경험했다.
당근 데스크에 항의했고, 결제된 표값은 취소, 영화 예매권 두 장을 받아왔다.(내가 요구한 게 아니라 그렇게 해줬다.)
그때 같이 간 친구와 보기로 한 해운대.  

그리고 어제 몹쓸 학생 하나가 해리포터의 최대 반전을 얘기해서 나의 미움을 잔뜩 사버렸는데, 그래도 대미를 장식해야 하니 봐줘야 하지 않을까. 아저씨가 된 해리는 거시기 하지만... 

(영화 포스터는 큰 이미지로... ㅎㅎㅎ) 

 

 

 

 

 

 

사실 보고 싶은 작품들은 더 있다. 시원한 냉커피를 패트병 가득 채워놓고 얼음 동동 띄워서 홀짝홀짝 마시며 영화 감상하기. 

 

 

 



너무 오래된 영화는 성에 안 차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주윤발보다는 율 브린너가 더 보증수표이지 않을까?  

내일은 역사다큐반  CA 시간인데 학생들과 미션을 볼까 했는데 주변 샘들이 모두 반대한다. 욕 먹는다고...;;;;
실은 나도 자신이 없다. 흑...ㅜ.ㅜ 

눈이 너무 현란해졌나? 

그렇다면 조금은 정적인 분위기로 가줘도 좋을 것이다. 내가 사랑하는 상뻬의 그림책. 느리게 읽으면 더 좋다.
가사 없는 음악이 함께 한다면 더 멋질 것이다.  

 

 

 

 

3년 전인가, 세계 지도 1,000피스 짜리를 맞추다가 토할 뻔한 적이 있었다.
온통 푸르고 푸른 다 똑같은 바다 모양 퍼즐에 머리가 어찔어찔...  

그때 상자에 담아둔 걸 다시 푸르지 못했다.
다음 번엔 기필코 남친과 함께 담소를 나누며 맞추리~ 했지만, 그때는 아직도 오지 않았다.(쿨럭..;;) 

그래서 말인데, 1,000조각은 좀 힘들고, 500조각이라면 다시 도전해볼 만하지 않을까?
이도 저도 아니면 조카를 위해 사둔 코코몽 퍼즐이라도...(ㅡ.ㅜ) 

 

 

 

 

 

지난 주에 언니가 복합기를 구입했다.
복합기 사면 색칠해 보겠노라고 생각해 두었던 '채색에 미치다'를 복사해서 연습용으로 갖춰 놓으리. 아, 색연필도 필요한가?
몇 해 전에 미술부 활동 한답시고 사둔 화구 박스에 색연필이 있었던 게 떠오른다. 아름다운 그림은 나의 로망~
 
  

 

 

 

 

장대한 썰을 풀어냈다.
계획은 거창하고 로망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다 해낼 절대적 시간은 분명히 부족할 것이다.  

그래도 공부는 계속 할 것이고, 책도 계속 볼 것이고, 가끔 영화도 즐기면서 살리라.  

그리고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눈길이 가는 녀석들이 있으니... 내 언젠가 너희들도 반드시 애무해 주리라!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09-07-17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역사공부가 확 눈에 띄어요, 마노아님. 아마도 제가 영 젬병인 분야라 그런가봐요. 저는 선생님이 중요한거 다 찝어줘서 남들 다 세계사 백점 받을때도 혼자서 여러개 틀린 사람이어요. 세계사, 국사는 제게 멀기만 해요. 잘 알고 싶은데 제 머릿속에는 당최 남아있질 않아요. 잘 들어오지도 않구요. 그래서 역사를 잘 아는 사람들은 무조건 제 존경의 대상이지요.


그나저나 가장 마음에 드는건, 사랑스럽고 섹시한 남자를 찾아내서 묵혀뒀던 천피스 퍼즐을 맞추는거에요. 머리 맞대고. 빨대 하나 꽂아서 시원한 아이스커피(여름이니까~) 마시면서 말이죠.그럼 나오던 토도 들어갈텐데요.

이렇게 계획이 가득한 마노아님의 페이퍼 반드시 실현하실 수 있기를 바라요. 자, 기운내자구요!!

마노아 2009-07-17 16:44   좋아요 0 | URL
제 생각에, 어떤 특정 과목이 자기하고 정말 궁합이 안 맞을 때가 있어요.
저는 영어랑 생물이 그랬거든요. 못하기도 했지만 하기도 싫었던 기억이 나요.

아, 사랑스럽고 섹시하기까지 한 남자를 꼭 찾아야겠음돠! 머리 맞대고 재잘재잘 대면서 즐겁게 퍼즐을 맞추는 겁니다. 하루에 다 끝낼 필요도 없어요. 꺄우~

계획은 창창한데 체력 안배도 잘 해야겠어요. 하핫, 방학은 짧지만 여름은 기니, 착실히 실현해 가겠습니다. 기운 업 할게요.^^

이매지 2009-07-17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우. 정신이 아찔해져요 ㅎㅎ
저도 항상 중국사는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은 하는데 결국 포기하게 되더라구요.
(사실 국사 말고는 제대로 아는 게 없다능 ㅎㅎ)
마노아님 페이퍼를 보니 갑자기 저도 역사에 빠져보고 싶어지네요~~

마노아 2009-07-17 16:46   좋아요 0 | URL
좀 산만하지요? ^^
저도 동양사 서양사 한국사 중에 한국사를 제일 많은 시간을 투자했던 듯해요.
가장 멀리 있는 게 서양사..^^;;;
이매지님은 올 여름도 책과 사랑에 빠지실 거지요? 가열한 행진을 하자구요~

후애(厚愛) 2009-07-17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계획이 정말 대단하세요.
전 보는순간 머리가 지근지근 아파오는 것 있죠?^^
요즘 책에 푹 빠져 봤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그게 잘 안 되네요.ㅠㅠ
머리속이 복잡해서 그런지 아무리 책을 읽어도 내용이 눈에 안 들어와요..

마노아 2009-07-17 16:55   좋아요 0 | URL
몸이 아픈데 책까지 집어넣기는 너무 무리예요. 정말 어찔어찔 눈이 핑그르르 돌 거예요. 이렇게...@.@;;
계획은 창창한데 절대적으로 무리인 스케줄이에요.
그래도 하는 데까지 해보려구요. ^^

머큐리 2009-07-17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럽부럽~~ 여름 방학도 부럽~ 공부계획도 부럽~ ㅎㅎ 여름방학 끝나면 서양사 특강 해주시는거죠?? 화이팅입니다

마노아 2009-07-18 00:19   좋아요 0 | URL
앗, 그렇지만 급여 없는 방학은 앙코 없는 찐빵이라는 거~
암튼 여름방학 공부에 매진해 보겠음돠! ^^ㅎㅎㅎ

hnine 2009-07-17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한 1년치 계획 분량 되시겠나이다~ ^^

마노아 2009-07-18 00:19   좋아요 0 | URL
저도 1년에 걸쳐 해나갈지도 모릅니다.^^;;;

무스탕 2009-07-17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방학이 모자라겠어요 ^^
전 세계의 역사를 꿰고 계신분들, 정말 부러워요. 우리나라 하나 알기도 벅찬데 조선이 세워질무렵 중국에선 뭘 했고 그 중국을 바라보던 인도는 어떻구 그 인도를 호시탐탐 노리던 옆 나라는 어떻구 그 옆나라가 빈틈을 보이면 그 옆에선 또 뭘 할테구 그러면 그 아래에선 어쩌구 저쩌구... 해서 그 여파가 다시 일본,러시아까지 오는, 그렇게 지구를 한바퀴 도는 사슬같은게 파노라마로 좌라락~ 펼쳐지며 역사가 이어지는게 정말 환상이에요 @_@

마노아 2009-07-18 00:20   좋아요 0 | URL
어이쿠, 무스탕님 풀어주신 썰이야말로 파노라마입니다.^^
그러고 보니 요새는 동시대 역사를 같이 표현해 주는 역사책도 제법 보여요.
아, 오늘 서점 갈 생각이었는데 못 갔다!
담에 가면 그런 책들도 구경 좀 하고 와야겠습니다.^^

비로그인 2009-07-17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추천이요~ 히라노 게이치로, 일식을 다들 칭찬하던데 저는 `달'이 더 좋았더랬습니다. 그리고 서양사에 대해서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베르사유의 장미 마리 앙투아네트'와 지안 출판사에서 나온 '귀족의 은밀한 사생활'추천합니다.정말 세 작품 다 별 다섯을 주고 싶었어요. 그것은 그 작품이 완벽하다는 것이 아니라 평론을 하는 사람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지키고픈 정도를 책이 담고 있다는 뜻이지요.---라고 쓰고보니 츠바이크는 이미 있군요! 역시나!

마노아 2009-07-18 00:21   좋아요 0 | URL
으하핫, '일식'은 일식 구경 얘기하느라 그냥 끼워본 거예요. 그치만 '달' 추천은 고이 접수할게요.
아, 귀족의 은밀한 사생활 읽었어요. 완소 책이에요!
읽으면서 어찌나 만족스럽고 행복하던지요. 그 저자분 다음 책 소식은 없나 몰라요. ^^

프레이야 2009-07-17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방학 앞두고 벌써 이렇게나 영양가 있는 계획을요^^
헉! 전 만날 계획 없이 살지요. 그저 되는대로, 내키는대로..
여름엔 정말, 시원한 곳에서 책보며 맛난 것 먹고 쉬는 게 최고에요.ㅎㅎ

마노아 2009-07-18 00:22   좋아요 0 | URL
이벤트 도전하다가 아예 방학 계획을 세웠답니다.^^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방법으로 괜찮아 보이지요?
시원한 곳에서 시원한 것 마시며 책 보기, 예술이에요!

순오기 2009-07-17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운 여름나기~ 에어콘 빵빵한 극장 가기, 도서관 가기~ 그러면서 우리식구들 냉면먹고 해리포터 보고 왔어요.
해리는 아직 어린애였어요~ 론은 많이 컸드만...^^

마노아 2009-07-18 00:22   좋아요 0 | URL
오, 해리는 아직 뽀송뽀송한가요? 다행입니다.^^;;;;
냉면과 영화 한 편! 멋진 궁합이에요. 이 밤중에 막 시장기 도는 거 있죠.^^

꿈꾸는섬 2009-07-18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찬 계획 세우셨네요.^^

마노아 2009-07-18 09:02   좋아요 0 | URL
일단 계획은 창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