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해를 먹고 있어요 미래그림책 28
에릭 거니 그림, 루스 선본 글, 주영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며칠 전 시끌시끌한 개기일식을 만났었다. 60여 년 만에 관측된 개기일식이었고, 다음 일식은 2035년에나 있다고.  

미리 읽혀주었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아쉬운대로 일식을 보고 난 뒤 조카는 이 책을 만났다. 재밌고, 신나는 이야기와 함께. 



바닥에 떨어진 옥수수알을 콕콕 쪼아먹고 있던 암탉은 점점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해서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이럴 수가! 해가 딱 한 입 크기만큼 없어진 게 아닌가! 경악해버린 암탉! 

깃털을 휘날리며 수탉에게 달려갔다.수탉은 울타리에 올라서서 목청껏 소리를 뽑고 있었다.  

내일 해 뜰 때 소리를 제대로 내기 위해서. 

하지만 암탉의 전갈에 수탉 역시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아까보다 해가 더 줄어들어 있었다. 내일은 해가 뜨지 않을 지도 모른다는 것! 

너무 놀란 암탉과 수탉은 이번엔 오리에게로 달려갔다.  




헤엄치느라 바빴던 오리. 오리 역시 줄어든 해를 보고 기절하기 직전까지 가버렸다.  

다음 소식을 알릴 이는 진흙탕에서 쉬고 있는 돼지. 앞서 해가 사라지고 있는 것을 먼저 목격한 닭들과 오리가 알려준다. 

내일은 해가 뜨지 않을 수 있고, 이제 무더위도 오지 않을 수 있고, 햇볕조차 내리 쬐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 




염소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달리는 동물 친구들. 몸이 무거운 돼지가 아무래도 처지고 있다.  

발을 쿵쾅쿵쾅, 날개를 치면서, 허둥지둥, 깃털을 휘날리며, 푸드덕 푸덕, 쏜살같이 달려가는 친구들.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던 염소도 씹던 풀을 놓치는 순간! 아아, 해는 벌써 반이나 먹혀부렸다. 털푸덕!! 

그러나 이 와중에도 태연자약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거북 선생! 오래 살아서인가. 일식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달이 지구와 해 사이에 놓여서 해를 가리고 있을 뿐이라고, 금세 지나간다고 알려주었지만, 경험하지 못한 이들은 쉬이 믿지 못한다. 직접 목격하기 전에는. 도마만 의심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해가 거의 사라지자 서로 부둥켜 안고 지구 종말(?)의 순간을 함께 할 뻔 했던 동물 친구들.

세상은 잠시 고요해지고, 잠시 덜 더웠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 주 일식 때 낮기온이 슬쩍 내려갔다는 뉴스 기사가 생각난다.  

그리고 짜자잔!!! 




아무도 해를 먹지 않았다는 게 밝혀진 순간! 만세 삼창 불러주셔도 되겠다.  

이제 아무도 걱정하지 않는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또 뜰 테니까. 

이 태연늠름한 모습을 보시라.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다음 일식은 2035년이란다. 그때엔 평양에서 개기일식을 볼 수 있다고. 다음 번 개기일식은 남북이 통일되어서,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평양에서 일식을 관측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그게 꿈이 아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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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09-07-28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도 아이들과 열심히 일식 관찰했는데...
이런 책이 있는줄 알았으면 먼저 보았으면 좋았을걸 그랬네요...^^

마노아 2009-07-29 00:11   좋아요 0 | URL
사후 약방문이지만, 이제라도 읽으면 안 읽는 것보단 좋은 것 같아요.^^
 
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읽지 못했지만, 익숙한 이름인지라 무진은 한반도의 지도 어디쯤에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곳이 전라도인지 경상도인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전라도 어디쯤에 있는 곳이 아닐까 막연히 생각했다. 아주 안개가 많이 낀 어디메일 거라고.  무지한 탓이었다. 조금 머쓱해지고, 또 무진이 손에 딱 잡히는 어느 곳이 아니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러니까 이 책이 소설이긴 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내용이고, 그리고 지금도 어딘가에선 이렇게 장애아들의 인권이 유린되고 있을 테지만, 그럼에도 실제 지명을 이 책이 쓰고 있었다면 그 지역 주민들의 대단한 원성을 샀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책 속 서유진이 무진에 처음 내려온 강인호를 향해 호객 행위하던 십대 매춘부를 보면서 느꼈던 그 수치심처럼.  

(아, 무진은 광주의 옛 지명이란다. 공지영 작가가 모델로 삼은 사건도 광주에서 있었고. 그래도 이 작품에선 '무진'이라고만 말하자. 그래야 덜 미안할 것 같다.)

워낙 명성이 자자했던 터라 읽기도 전에 다 읽은 느낌이었다. 소재의 위태위태함을 알고 있기에 읽기도 전에 이미 마음이 불편했던 소설이었다. 당연히 읽고 싶기도 했지만 당연히 읽고 싶지 않았던 그 소설 도가니. 작가 공지영은 작품의 제목을 무척 잘 지은 듯하다. 다음 연재 때에도 동제목이었는지 모르겠지만(아마도 같았겠지?), 읽다 보니 온갖 도가니가 다 떠오른다. 광란의 도가니, 환멸의 도가니, 쓰레기의 도가니...... 

서른 네살 강인호는 사업의 실패로 반년 동안의 백수 생활 끝에 아내의 도움으로 무진으로 내려간다. 아내 동창의 친척이 운영하는 사립재단의 농아 학교, 그곳에 기간제 교사로 들어간 것이다. 특수교사 자격증은 없지만 차차 마련하면 될 일이고 조금만 더 고생해서 정교사 되어 생활의 기반을 잡자는 게 그들 부부의 생각이었다.  

무진은 온통 안개에 덮여 있었다. 바로 전 날 자애학원 학생이 철로에서 죽어버린, 한 달 전에 학생 하나가 벼랑에서 떨어져 죽어버린 그 암흑 속의 학교에 젊은 강인호가 발을 들여놓은 것이다. '사립발전기금' 5천 만원. 그게 강인호의 취직 조건이었다.  치욕스러워하는 그에게 아내는 돈 있다면 불쌍한 아이들에게 정말 기부할 수도 있는 돈 아니냐며 더 이상 자존심 상하게 하지 말라고 한다. 강인호가 정말 몰랐을까. 그 학교에 발을 들여놓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는 것을 말이다. 그들 부부가 몰랐을까? 그 돈이 그곳에 있는 정말 불쌍한 아이들에겐 한 푼도 쓰여지지 않을 거라는 걸. 

면피는 되었다. 그들에게도 지켜야 할 가족이 있다는 명분이 있었고, 어쨌든 강인호는 그 학교에서 수화를 배워온 몇 안 되는 선생 중에 하나였고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고 했으니까. 그런데 첫날부터 문제가 심상치 않다. 농아 학교 여자 화장실에서 울린 비명같은 괴성. 자신의 동생이 죽었다고 우는 아이. 그 아이를 죽게 한 사람이 누구인지 우린 모두 알고 있다고 말하는(표현하는) 학생들.  

그랬다. 그곳엔 너무도 짙은 어둠이, 안개가 끼어 있었다. 교회의 장로이기도 한 두 쌍둥이 형제가 운영하는 사립농아 학교. 시 예산의 40억을 끌어다 쓰면서 앙상하게 마른 학생들에게 돼지죽같은 저녁을 내주는 그런 몰염치한 인간들. 아이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성추행을, 성폭행을 일삼아오던 인면수심의 인간들이 견고한 옹성을 짓고 있는 학교가 자애학원이었다.  

그리고 독자를 더 버겁게 만드는 무진 시의 그 거대한 커넥션이었다. 학교와 교회, 경찰과 검찰, 병원과 교육청, 시의회, 총동창회가 모두 하나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어, 말 못하는 농아가 학교장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하는데도 낯빛 하나 바꾸지 않는 이 거대한 장막 앞에선 한숨을 쉬는 것조차도 한심스러웠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란 명 비유가 이럴 때 딱 맞아 떨어질 것이다.  

강인호는 투사가 아니었다. 그는 적당히 세속에 때 절은, 평범하거나 혹은 그보다 조금 못 미더운 인성을 지녔던 사람이었다. 한때 교직에 몸담았던 적이 있었고, 그리고 군에 입대한 후 자신을 찾아온 졸업생과 잠자리를 같이 했던 과거도 있었다. 훗날 그 학생이 자살을 했다는 걸 알았지만 커다란 죄책감도 갖지 못했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완전무장도 하지 못한 채, 정신적 무장은 더더욱 하지 못한 채 이 길고도 어려운 싸움에 주역으로 뛰어든 것이다. 독자는 그가 과연 끝까지 버텨낼 수 있을지 조마조마했다.  

반면, 그의 파트너(?) 서유진은 달랐다. 무진 인권 센터 간사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이혼한 뒤 두 아이를 홀로 키우는 억척 엄마였다. 게다가 둘째 딸은 선천성 심장 기형으로 병을 안고 사는 아이였다. 민주화 운동을 하다가 돌아가신 목사님 아빠. 그 후 천형처럼 지고 산 가난과, 불우한 결혼 생활, 그리고 딸 아이의 장애까지. 세상의 모든 짐을 다 지고 산 것처럼 불행해 보였을 법하건만 그녀는 꿋꿋하고 씩씩하다. 핑계를 댄다고 하면 누구보다 많은 핑계가 있을 그녀인데, 세상을 바꾸려는 게 아니라 세상이 자기를 바꾸지 못하게 하려고 싸운다는 그녀 앞에서 독자는 경외와 부끄러움을 함께 느낀다.  

작품은 기승전결을 기막히게 잘 탔다. 강인호가 무진으로 뛰어들면서 가려졌던 사건들이 하나 둘 드러나고, 학교 관계자들이 구속되는 중반 이후를 지나면 재판정에서의 숨막히는 공판이 긴장감을 확 조성한다. 말 못하고 지체 장애도 갖고 있는 아이들이 똘똘 뭉쳐서 힘을 내는 장면은 눈물 겹기도 하거니와 유독 똑똑했던 아이 연두가 보여준 활약상은 엄지 손가락을 높이 치켜들고 싶을 만큼 대견했다.  

모두가 숨 죽이고 나 몰라라 했지만, 이게 서울에서 온 취재 팀에 의해 전국 방송을 타고 난 후 무진을 들었나 놨다 하는 사건으로 변하는 건 순식간의 일이었다. 그게 미디어의 힘이었다. 뿐인가? 피고 측의 협박과 거짓말과 모략 속에서 선한 사마리아인이 순식간에 파렴치범으로 바뀌게 만드는 것도 역시 미디어의 힘이었다.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어주려 애쓰는 강인호는 아이들을 현혹시키는 사악한 전교조 출신 교사가 되어버리고, 대책 위원장을 맡은 최목사는 과거 교회 세습을 반대했던 전력을 들추어 교회와 성도들의 비난을 받게 된다.  

이 끔찍한 사건 앞에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했던 많은 쳐죽일 집단과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추악했던 것은 교장 형제가 장로로 있는 교회의 행태였다. 그곳의 젊은 목사가 보여준 일장 연설(설교)은 최목사가 표현한 대로, 예수가 다시 살아온대도 제일 먼저 앞장서서 다시 십자가에 못박을 만한 수준이었다. 그들 교장 형제가 그 교회의 재정을 책임지는 십일조를 내는 사람이 아니었대도, 그렇게 핏대 세우며 후안무치의 인간들을 일방적으로 옹호했을까. 거기에 대고 할렐루야 아멘이라고 외치는 무지한 성도들을 보고 있는 것이 숨막히게 갑갑했다. 그건 비단 소설 속의 한 극단적인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서유진이 말했다. 상식적으로 그게 말이 되냐는 강인호의 질문에, 상식... 그게 없다고.  

상식이 통하지 않는, 아니 상식 자체가 아예 없는 일이 대한민국에선 속속 발생하고 있다. 아니, 원래부터 그랬을지 모르지만 유독 지금 눈에 많이 띄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상식이 없는 세상 일은 가난한 자들의 삶 속에서, 장애를 가진 이들의 삶 속에서 더 많이 발견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세상이 그렇지 뭐...하는 말로 간단히 체념한다. 내 일이 아닌 사람은 내 일이 아니어서 그랬고, 피해자들은 그 험난한 가난의 굴레 때문에 불의와 타협하고 합의하고 침묵한다. 이미 벌어진 일을 어찌 하겠냐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라는 반격하지 못할 변명을 단 체 말이다.  

그래, 맞는 말이다. 그건 사실이다. 다만 진실이 아닐 뿐. 이 싸움이 무리라고 해서, 도저히 이길 가망이 없다고 해서 미리부터 포기하는 건 비겁한 변명이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심난하여 힘들어하자 친구가 말했다. 왜 머리 아프게 그런 책을 읽느냐고. 그것 아니어도 죽겠으면서 왜 사서 고생이냐 했다. 그런 말을 해준 친구는 장애를 갖고 있으며 특수 학교 생활을 해보았고, 책 속 사건 같은 비리도 목격했던 사람이었다. 진심이기보다 나름의 염려였겠지만, 그래도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제일 좋은 것은, 이런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는 아름다운 세상이 이미 갖추어져 있는 것이고, 그게 꿈같은 일이라면 그런 세상을 만들려고 애쓰고 동참하는 일일 것이고, 하다 못해 그조차도 안 된다면 마음이라도 보태고 외면은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그런다고 세상이 바껴?"라는 말로 기부터 죽이고 기운 빠지게 할 일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소설가의, 글쟁이의 역할이 새삼 크다는 생각을 했다. 공지영 작가가 사회파 소설가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사진 작가가, 그림 그리는 이가, 목사가, 교사가, 스포츠 선수가 저마다 할 일은 따로 있다. 그들은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게 마땅한 일이다. 그리고 그게 아름다운 세상, 안전한 세상,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일일 것이다.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을 돕는 일,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을 돕는 일은 자신의 일을 다 마친 다음에 남는 시간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그 모든 건 동시에 일어나고 진행된다. 그리고 그건 '그들'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나'의 일이라는 자각을 갖는 순간부터 시작될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이 광란의 도가니가 감사와 축복의 도가니가 되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분명히 말하는데 나, 우리 아버지 때문에 불쌍하고 불행한 적 없었어. 가난으로 말하자면, 타락한 세상에 어떻게든 잘 보이고 싶어하는 사람도 해고당하고 사업 망하고 빚보증 서서 망해. 아니면 처음부터 쭉 가난하기도 하고. 아버지가 정권에 아부하면서 목회를 하셨대도 우리가 가난하지 않았을 거라는 보장은 없어. 아버지를 일찍 여의는 것으로 말하자면 동서고금 너무나 많은 아이들의 운명이야. 아버지들이 고문으로도 죽지만 병으로도 죽고 사고로도 죽고 자살도 하니까. 우리 아버지의 삶과 죽음은 인류의 반 이상이 겪는 그 어쩔 수 없는 가난과 편모라는 핸디캡 속에서 오히려 내가 왜 귀하고 자랑스러운 사람인지, 그 이유가 되어주셨어. 아버지 때문에 나는 그냥 남루하고 그냥 불쌍한 편모슬하가 아니었다구. 내가 불쌍하고 불행한 적이 있다면 그건, 나도 가끔은 뻔히 아니라는 걸 알면서 그것과 타협하고 싶어질 때야.”
– 2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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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7 2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27 2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9-07-28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와- 마노아님.
이 리뷰는 추천이 괜히 많은게 아니에요. 리뷰를 읽으면서도 욱, 하잖아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 마노아님.

마노아 2009-07-28 18:04   좋아요 0 | URL
아, 저도 뜻밖에 추천이 많네요. 추천 5개 이상이면 메인에 떠서 이리 되었나봐요.^^;;;

turnleft 2009-07-28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마노아 2009-07-28 18:05   좋아요 0 | URL
네, 턴님!

같은하늘 2009-07-28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입하고 아직도 보지 못하고 있는 이 책...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얘기에 가슴이 아파서
아이들과 씨름하느라 시간도 없어서...
이젠 책을 들어야 할 것 같아요...

마노아 2009-07-29 00:11   좋아요 0 | URL
많은 분들이 읽으면서 통증을 호소할 것 같아요.
참 먹먹하더라구요...

순오기 2009-07-29 0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약주문으로 사놓고 손 못대고 있어요. 이동네 실화였잖아요~ ㅜㅜ
'무진'은 광주의 옛이름이예요~ 무진주, 무진...역사선생님이라 알텐데...^^
지금도 광주엔 '무진'이란 이름을 붙인 것들이 많아요.
공지영씨가 괜히 무진이라고 설정한 게 아니라는 얘기죠.

다락방 2009-07-29 08:42   좋아요 0 | URL
아, 그래요, 순오기님?
저도 순오기님덕에 이제야 알게되네요. 무진이 광주의 엣 이름이군요!!

마노아 2009-07-29 10:49   좋아요 0 | URL
김승옥의 무진기행에서 무진은 가상의 공간이고, 공지영은 오마주의 형태로 무진을 썼다길래 같이 가상의 공간이라고 생각했어요.
광주에 무진 들어가는 이름이 많은 게 괜히 그런 게 아니군요.
기사를 좀 더 찾아보니 그 학교 이름도 보이네요.
리뷰를 수정해야겠어요.
그런데 실제로 광주에 안개가 많이 끼나요?
역사 선생님도 모르는 게 많아요.^^

순오기 2009-08-04 18:56   좋아요 0 | URL
광주 특별히 안개가 많이 낀다고 느끼진 못했어요.
이거 이주의 마이리뷰 먹으라고 기를 보냈는데~ 블로거 특종이 됐군요.

마노아 2009-08-04 23:34   좋아요 0 | URL
이주의 마이 리뷰는 뽑혀본지 근 2년 되가는 것 같아요. 그나마도 이젠 제도가 바뀌어서 상금도 팍 줄었더라구요.^^
순오기님이 기를 팍 넣어주셔서 그래도 블로거 특종은 되었어요. 냐하핫^^
 
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구판절판


장경사로서는 사실 이들의 행보를 불안해하던 참이었다. 신고가 접수되었다는 통보를 하고도 경찰측에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말미를 주었을 때 회유를 하든 합의를 하든 하다못해 깡패라도 동원해서 협박을 한 후 어디론가 쫓아 없애버리든 사안을 마무리했어야 했다. 그러나 역시 오래된 권력은 나태해진다. 그건 어쩔 수가 없는지 그들은 그저 어제처럼 오늘도 아무 일 없을 거라는 생각에 아무 대비도 하지 않은 듯했다. 그토록 힌트를 주었건만 이제 그로서도 더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오랜 경험을 가진 그로서는 늘 하는 생각이었지만 나쁜 놈들이 아니라 어리석은 놈들이 수갑을 찬다. 맹수는 다리를 다친 사슴 한 마리를 잡을 때도 결코 방심하지 않는 법이다.

-149쪽

두 형제는 겁먹은 얼굴로 장경사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장경사는 그러나 조만간 다시 이런 처지가 역전되리라는 것을 계산하고 있었다. 세상은 동화처럼 그렇게 녹록지 않은 것이다. 지금은 그들이 어린아이처럼 그의 바짓단을 붙들고 있지만 이 계절이 끝나면 지나온 긴 날들처럼 앞으로 많은 날들을 그들은 그 앞에서 지폐를 흔들며 거만하게 굴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이번 기회에 자신이 그들의 은인이라는 것을 각인시켜야 했다.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인간들보다 우월할 기회는 거의 없다. 아니 동등할 기회조차 거의 없다. 이것이 현실이었다.

-153쪽

진실이 가지는 유일한 단점은 그것이 몹시 게으르다는 것이다. 진실은 언제나 자신만이 진실이라는 교만 때문에 날것 그대로의 몸뚱이를 내놓고 어떤 치장도 설득도 하려 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진실은 가끔 생뚱맞고 대개 비논리적이며 자주 불편하다. 진실 아닌 것들이 부단히 노력하며 모순된 점을 가리고 분을 바르며 부지런을 떠는 동안 진실은 그저 누워서 감이 입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세상 도처에서 진실이라는 것이 외면당하는 데도 실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면 있는 것이다.

-165쪽

"민주화되고 나면 더 이상 이런 일 안할 줄 알았어요. 화가 난다기보다는 뭐랄까요? 견고한 저 성벽이 정권이 바뀐다고 변하는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예수가 다시 온대도 또 십자가에 못 박혀 죽겠구나 싶기도 하구요. 저런 사람들이 예수의 이름으로 또다시 예수를 죽이겠죠."

-189쪽

가진 자가 가진 것을 빼앗길까 두려워하는 에너지는, 가지지 못한 자가 그것을 빼앗고 싶어하는 에너지의 두 배라고 한다. 가진 자는 가진 것의 쾌락과 가지지 못한 것의 공포를 둘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가진 자들이 가진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거짓말의 합창은 그러니까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포함하고 있어서 맑은 하늘에 천둥과 번개를 부를 정도의 힘을 충분히 가진 것이었다.

-246쪽

"이 세상은 늘 투명하고 맑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에게 안개는 장벽이겠지만, 원래 세상이 안개 꼈다고 생각하면 다른 날들이 횡재인 거죠. 그리고 가만히 보면 안개 안 낀 날이 더 많잖아요?"

-253쪽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대해 너무 이상한 믿음을 가진 거 아니에요?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 유명한 이유는 그게 천지창조 이래 한번 일어난 일이라서 그런 거라고는 생각 안 해요?"

-254쪽

"그들이 원하는 것은 정직도 정의도 아무것도 아니에요. 어쩌면 그들은 더 많은 재물은 가끔 포기할 수 있어요. 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 거예요. 한번만 눈감아 주면 다들 행복한데, 한두 명만 양보하면-그들은 이걸 양보라고 부르죠-세상이 다 조용한데, 그런데 당신은 지금 그들을 흔들고 있어요.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변화를 하자고 덤빈단 말이지요."

-255쪽

"세상 같은 거 바꾸고 싶은 마음, 아버지 돌아가시면서 다 접었어요. 난 그들이 나를 바꾸지 못하게 하려고 싸우는 거예요."

-257쪽

"분명히 말하는데 나, 우리 아버지 때문에 불쌍하고 불행한 적 없었어. 가난으로 말하자면, 타락한 세상에 어떻게든 잘 보이고 싶어하는 사람도 해고당하고 사업 망하고 빚보증 서서 망해. 아니면 처음부터 쭉 가난하기도 하고. 아버지가 정권에 아부하면서 목회를 하셨대도 우리가 가난하지 않았을 거라는 보장은 없어. 아버지를 일찍 여의는 것으로 말하자면 동서고금 너무나 많은 아이들의 운명이야. 아버지들이 고문으로도 죽지만 병으로도 죽고 사고로도 죽고 자살도 하니까. 우리 아버지의 삶과 죽음은 인류의 반 이상이 겪는 그 어쩔 수 없는 가난과 편모라는 핸디캡 속에서 오히려 내가 왜 귀하고 자랑스러운 사람인지, 그 이유가 되어주셨어. 아버지 때문에 나는 그냥 남루하고 그냥 불쌍한 편모슬하가 아니었다구. 내가 불쌍하고 불행한 적이 있다면 그건, 나도 가끔은 뻔히 아니라는 걸 알면서 그것과 타협하고 싶어질 때야."
-2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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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의 소원 비룡소의 그림동화 116
소피 블랙올 그림, 시린 임 브리지스 글, 이미영 옮김 / 비룡소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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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붕어와 새장이 가득 늘어서 있는 노점을 지나면 커다란 저택이 나오지요.  

 

얼마나 큰지 짐작이 가나요? 앞에서 보면 다섯 채, 옆에서 보면 일곱 채가 들어갈 크기예요.
옛날에 이 집에는 식구수가 많은 한 가족이 살았답니다.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그 집의 어느 꼬마의 이야기에요.  



이 집의 주인은 캘리포니아에서 금광을 찾는 바람에 큰 부자가 되어 중국에 돌아오신 분이에요.
옛날 중국 부자들이 하던 대로 많은 여자들과 결혼을 하고 그 바람에 아이들도 엄청 많이 낳은 사람이지요.  

한 때 이 집에는 무려 백 명이 넘는 아이들이 살았답니다. 



아이들 중에 루비라는 소녀가 있었어요. 빨간 색을 좋아했기 때문에 루비라고 불렸죠.
중국에서 빨간색은 '축하'의 색이에요. 설날에 행운의 돈이 들어 있는 빨간 봉투를 받고, 신부들은 결혼식 날 빨간색 옷을 입지요. 

그런데 루비는 날마다 빨간색 옷을 입겠다고 우겼어요.
많은 아이들 속에서 유독 튀는 루비를 찾기는 쉬운 일이지요? 

손자 손녀들이 많기 때문에 할아버지는 가정교사를 집으로 오게 했어요.
교육 받지 못하는 많은 아이들에 비해서 이 집에 태어난 아이들은 일단 교육받을 복은 타고 났네요.  



어느 날 루비의 할아버지는 창밖을 내다보다가 정원 벽에서 유난히 잘 쓴 붓글씨를 보았어요.
누가 썼는지 알아보겠죠? 볼이 발그레해진 루비는 칭찬을 듣고 있는 모양이에요. 

공부가 끝나면 뛰노는 남자 아이들과 달리 여자 아이들은 요리와 집안일, 자수를 배워야 했기 때문에 루비는 다른 아이들보다 몇 배는 더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를 했어요.  

중국의 많은 다른 아이들에 비하면 글자를 알고 있는 루비는 복받은 셈이지만, 많은 다른 남자 아이들에 비하면 억울한 마음도 클 거예요. 

그 마음을 할아버지가 알아차렸네요. 



할아버지는 남자아이들에 비해서 차별받는 것이 무어냐고 자상하게 물으셨어요.
루비는 부러 작고 하찮은 일들만 얘기를 했죠. 

이를테면 등 축제 때 여자 아이들에게는 평범한 종이 등을 주고 남자 아이들에게는 금붕어나 수탉이나 용 모양으로 된 빨간색 등을 주는 일 말이에요.  

모두가 무심코 그렇게 할 때, 혹은 그 일에 대해서 부당하다고 여기지도 못할 때 루비는 그게 차별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아이죠. 

루비는 평범하게 살 수도 있을 거예요. 보통의 그 집 아이들처럼 나이가 차면 시집을 가서 아기를 낳고 사는 일 말이에요. 

하지만 루비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았어요. 많은 다른 아이들보다는 부유하게 자라서 유복하게 살았지만, 그게 루비가 원하는 최상의 삶은 아니었지요. 루비는 더 공부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다른 아이들이 시집을 갈 때 루비는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었죠. 루비의 소원이 무엇인지 알아차린 할아버지도 참 근사하지요? 



루비는 그 대학의 첫번째 여학생을 입학을 하게 된 답니다.
여전히 빨간 머리 끈을 하고 빨간 옷 입기 좋아하는 루비는 누구일까요? 

간절히 원하면, 우리도 루비처럼 소원을 이루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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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7-29 0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좋았어요~ 똑똑한 루비를 알아 본 할아버지의 처방도 훌륭했어요.^^

마노아 2009-07-29 10:41   좋아요 0 | URL
넉넉한 집안에서 태어난 건 순전히 운이지만, 그 안에서 교육에 뜻을 품은 건 루비의 힘이죠.
할아버지도 참 근사했어요.^^
 
장갑 - 우크라이나 민화 딱따구리 그림책 1
에우게니 M.라초프 글 그림, 김중철 옮김 / 다산기획 / 199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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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읽기엔 더울 수 있지만 겨울에 읽으면 무척 따뜻할 동화다. 

숲속을 걷던 할아버지가 그만 장갑 한 짝을 떨어뜨린 채 가버리셨다. 

이 장갑이 숲속 동물 친구들의 보금자리가 되는 과정이다. 

점점 더 몸집이 큰 동물이 하나씩 늘어간다. 한 마리씩 세어가며 동물들의 크기를 짐작해 보면 재밌을 듯하다.



처음에 둥지를 튼 이는 먹보 생쥐였다. 

다음 타자는 팔짝팔짝 개구리.

세번째로 도착한 이는 빠른 발 토끼였다. 

모두들 예의바르게 자신에게도 한 자리 줄 것을 요청한다.



네번째 등장한 것은 멋쟁이 여우였다. 옷차림새가 보통이 아니다!

다섯번째는 잿빛 늑대.



여우까지는 괜찮았는데 늑대까지 등장하니 이게 먹이 사슬은 아닐까 슬그머니 염려가 되었다. 
게다가 늑대 표정은 어딘가 좀 풀린 듯한 느낌이어서 말이다...;;;;

다음 번 손님은 놀라지 마시라. 무려 멧돼지다!



장갑 안에 기둥 박고 지지대 세우고 가까스로 버티고 있는데 멧돼지라니!
이 장갑이 거인이 쓰던 장갑이란 말인가!

그런 물리적인 한계 따위는 잠시 접어두자. 이것은 어디까지나 재미난 이야기니까. 
게다가 우크라이나의 민화라지 않은가!

송곳니 멧돼지까지 들어찼으니 더는 공간이 없을 텐데, 아직도 마지막 손님이 남아 있다.
멧돼지를 가볍게 누를 만한 덩치를 상상해 보시라.

머리 속에 그려졌는가? 딩동댕~ 
바로, 느림보 곰이다!

아흐 동동 다리~ 장갑이 터지겠네.
끝까지 앞서 들어간 동물들이 잡아 먹힐까 봐 걱정이 되었는데 그런 마무리는 아니었다.
곰까지 들어차려던 찰나, 극적인(?) 반전이 있었으니...

대체 장갑 공동체(?)의 운명은 어찌 되었을까... ^^
부랴부랴 겨울잠이라도 자러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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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7-27 13: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27 1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09-07-27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대체 장갑이 얼마나 큰걸까요 :)
일곱마리나 들어갈 수 있는 장갑... 정말 대단한 장갑이에요!
저도 저런 장갑하나 있었으면 좋겠어요.ㅎㅎㅎ

마노아 2009-07-27 14:00   좋아요 0 | URL
슈퍼 장갑이에요. ㅎㅎㅎ
장갑 하나를 휴대한 게 집 몇 채를 휴대한 셈이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