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방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신경숙을 처음 만난 것은 '풍금이 있던 자리'였다. 처음 접한 작품이었는데 그 깊은 우물같은 지독한 우울함이 싫었다. 이니셜이 남발하는 인물들도 싫었고,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게 진행되는 진짜 하고 싶은 말들의 메아리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외딴방을 읽은 후 너무 우울해서 싫어졌다고 이 책 가지라고 한 지인의 말이 잘 이해가 되었다. 지인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더 우울해지기 싫어서 다시 만나지 못했던 신경숙을, '리진'과 '엄마를 부탁해'를 통해 결국 다시 만났다. 작품의 출간 간격이 있어서인지, 첫 책에서 만났던 그 느낌이 많이 상쇄되어 있어서 슬프긴 했지만 그때처럼 우울하진 않았다. 그리고 이제, 나는 '외딴방'을 만났다.  

각오했던 것보다 덜 힘들었다. 여전히 우울함이 깔려 있고, 슬픈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데도 그때처럼 뿌연 안개가 가리고 있지는 않았다. 사건들과 인물들은 좀 더 구체화 되었고 선명해졌다. 그것이 작가가 꺼낼 수 있는 것을 다 꺼낸 것이라고 여겨지진 않지만. 

작품은 두 개의 축을 동시에 진행시킨다. 정읍에서 상경해서 낮에는 구로 공단의 여공으로 일을 하고 저녁에는 산업체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열 여섯부터 열아홉의 나와, 소설가가 되어 지금 이 '외딴방'을 쓰고 있는 나가 동시에 나온다. 물리적으로 두 사람은 같은 사람이지만 그 사이에는 쉽게 건널 수도 넘을 수도 없는 불화의 강이 하나 존재한다. 그 존재는 '희재 언니'로 통한다. 37개의 방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그 집 3층에 살고 있는 그녀의 1층 집에 살고 있던 희재 언니. 정확한 나이도 모르고 고향도 모르고, 사실은 아무 것도 몰랐을 수 있는 그 언니가 작가의 삶에 그은 획은 무서운 것이었다. 누구라도 쉬이 자유로워질 수 없는 낙인과 족쇄와 천근 같은 마음의 무게를 남겼으니. 

작가가 열 여섯 나이로 공장에 들어갔을 때가 79년이었다. 같이 상경한 외사촌이 열아홉, 그리고 이들 두 동생들의 보호자가 되어준 큰 오빠가 스물 셋이었다. 지금의 기준으로 보면 모두 어리고 어린 나이다. 부모의 보호와 그늘이 필요했을 때에 그들은 '산업역군'이라는 달갑지 않은 훈장을 어깨에 이고 지고 부모가, 사회가, 세상이 떠안긴 가난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안간 힘을 썼다. 시골 집에서는 동네에서 가장 제사 많이 지내는 집인지라 먹을 게 많았고, 마당도 넓고 동네 한 가운데에 있던 풍요로움을 알고 지냈는데, 서울에 도착한 그들은 최하 빈민층이었다. 쉽게 납득되지 않았던 그 체감온도를 스스로 이해시키기도 전에 한 장 연탄과 한 줌의 시금치에 발발 떠는 현실이 그들을 맞이했다.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작가의 가족 이야기는 '엄마를 부탁해'에서의 내용과 많은 부분 겹친다. 고시 공부를 하고 싶었지만 장남으로의 막중한 책임에 눌려 공무원직도 포기하고 동생들을 보살폈던 큰 오빠나, 약사가 된 여동생,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엄마의 이야기는 모두 사실일 것이다. 너무 비좁은 방에서 나란히 누워 자다가 잠결에 오빠를 치는 바람에 야단을 듣고 주머니에 손 찌르고 자던 습관 등도 모두 작가의 실제 경험일 것이다. 그리고, 작가가 되고 싶었던 그 소녀의 이야기도 작가의 것일 것이다.  

그래서, 이미 작가가 된 그녀에게 모교의 한 교사가 여전히 산업체 학교에서 야간 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꿈 이야기를 하는 대목은 참 뜨거웠다.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이었지만 나름의 꿈과 희망과 포부는 야무졌다. 물론 부유한 지역의 아이들이 말하는 꿈과는 차이 나는 부분들이 있었다. 이를테면 '나는 일.류.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라든가 "의사가 되고 싶어요"가 아니라 "나는 미용기술을 배우고 싶어요", "전문대학에라도 꼭 가고 싶어요"라고 말을 하는 그 아이들의 꿈이 더 작고 가난하다고 감히 말할 수는 없으니까.  

작가 신경숙이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된 것은 오래 전 같이 공부했던 하계숙의 전화를 받으면서부터다. 너는 왜 우리 이야기는 쓰지 않냐고. 그때 그 시절을 부끄럽게 여기냐고. 너는 좀 다른 삶을 사는 것 같다고 말한 것이 작가의 목에 걸림돌이 되었다. 뱉어내려고 해도 빠져나가지 않고 무시하려고 하면 통증이 되어버리는 굴레. 작가는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하지 못한 게 맞을 것이다. 그 지독했던 가난과 지독했던 탄압과 외로움, 그리고 무엇보다도 희재 언니의 죽음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자신 때문에.  

소설은 작가에게 글쓰기란 무엇인가를 묻는 치열한 자기 검열이 됨과 동시에, 그녀의 성장소설도 되어주고, 노동소설도 되어주고 70년대, 80년대, 90년대의 실체적 사건들을 다루는 현장 르포의 느낌으로도 독자를 만나고 있다. 그 모든 이야기들은 한켠 충분히 얘기되어지면서 동시에 충분히 비껴가고 있다는 느낌도 주어진다. 평론에서 백낙청 교수가 말했듯이 노동현장에서 일어날 법한 분쟁과 거친 사건들이 채 드러나지 않는 것처럼. 

큰오빠가 어린 동생들을 보호하면서 느끼는 부담감과 답답함, 외로움과 고독의 무게가 참 애틋하게 보였다. 그는 충분히 사랑받고 충분히 기대와 인정을 받고 자란 사람이지만, 장남으로서 받았던 그 사랑은 장남으로서 감당해야 할 업으로 다시 그를 눌렀다. 그 시절 그만 그렇게 살았던 것은 아니었다. 그 시절 이후에도 많은 장남들이, 장녀들이 그렇게 살았다. 굳이 첫째가 아니어도 가족의 짐을 어깨에 지고서 무거운 삶을 산 사람이 어디 그뿐일까. 가족이기에 아프고, 가족이기에 힘이 되는 그 사연들이 당연히 이해되면서 또 당연하게도 나는 싫었다.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더욱. 

작가의 동네 친구 '창'의 이야기가 나온다. 만약 이 작품 속에서 허구적 인물이 등장한다고 하면 그건 창이 아닐까 짐작한다.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래서 창과의 이야기가 가장 진행도 더디고 이야기도 하다만 것처럼 된 것이 아닐까. 창이 아니더라도 현재의 '나'에 가끔 등장하는 '그'도 있다. 터미널까지 그녀를 태워다 주었던. 역시 실체를 보여주지 않는다. 가끔 그런 글쓰기와 전개는 독자를 답답하게도 만드는데, 이제는 그저 신경숙식 화법이라고 이해할까 한다. 말해주지 않는 것을 미뤄 짐작하라는 의도이기 보다 거기까지만 말하고 싶은 의도로 읽히기 때문이다.  

실제 연재 기간이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작품 속 진행 시간으로는 1년. 그 시간 동안 신경숙은 자신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꺼내고 싶지 않았던 '외딴방'을 수면 위로 올려보냈다. 의도적으로 피하려 했던 인물들을 다시 꺼내놓았고, 그 사람들과 조우했으며, 그들과 화해를 했다. 그건 그녀의 과거이기도 했으며, 곧 그녀 자신이기도 했고, 그녀의 살아온 시간 모두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랬기에, 이제 작가는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용서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녀 탓이 아니었다는 면죄부와 함께. 

작품 속에서 은사님은 그리 말씀하신다. 너무 많이 쓰고 있다고. 너의 글쓰기는 네 살 파먹기이니, 너무 많이 파내면 네가 아프다고. 

그 말에 동감한다. 그리고 바꿔 말하면 이렇게도 들린다. 그녀의 작품은 매력적이지만 우울하고, 아름답지만 아프다고. 그래서 읽는 독자도 제 살을 파먹는다고. 그러니, 많이 읽으면 내가 아프다고.  

읽으면서, 나는 좋았다. 신경숙에게 더 다가간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제 너무 가까이는 가지 말자고 말한다. 조금 쉬었다가 다시 만나자고. 그녀의 외딴방이 아닌 나의 외딴방을 들여다볼 시간이 필요해진 게 아닐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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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06 1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06 2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치유 2009-08-06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상하게 신경숙이 싫었는데 책만 잡았다 하면 빠져요.

그리고 다 읽고 나면 왜 그리 힘이 드는지..

그래도 신경숙 책 나오면 또 지르고요..

마노아 2009-08-06 23:43   좋아요 0 | URL
그치요? 힘든데도 자꾸 찾게 되는 마력이 있어요.
그리고 또 후회하고, 또 찾고 막 그래요.^^

전호인 2009-08-06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그리 많이 읽는 편이 아니어서 제 기억에 엄마를 부탁해가 그녀와의 첫 만남이었던 듯 합니다.
너무 감명깊게 읽었기에 님의 리뷰를 읽으면서 욕심이 나네요. ^*^

마노아 2009-08-06 23:44   좋아요 0 | URL
엄마를 부탁해는 정말, 헐떡이며 보았던 것 같아요.
그만 봐야지... 하다가도 새로이 소식 들리면 다시 찾게 되는 작가예요.^^;;;

순오기 2009-08-06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책은 읽기가 두려워요~ 많은 사람들한테 이야기를 들었고, 우리 언니 오빠의 이야기이기도 해서...

마노아 2009-08-06 23:45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그 안에 내 얘기, 우리 얘기가 많아서 읽기 벅찰 때가 있지요. 어휴.. 아프더라구요..ㅜ.ㅜ

꿈꾸는섬 2009-08-06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멋진 리뷰에요.^^

마노아 2009-08-06 23:45   좋아요 0 | URL
섬님, 감사해요.^^

머큐리 2009-08-06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경숙하고 멀어진지 오래되었지요...그래도 외딴방은 신경숙 소설중 가장 잘 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초기 몇작품들 중에서요 요즘 작품은 읽지를 않아서..) 그런데 왠지 그녀에게는 왠지모를 위화감이 있어요...겨안는 듯하면서 배척하는 듯한 이상한 느낌..뭐라 표현을 못하겠네요...

마노아 2009-08-06 23:46   좋아요 0 | URL
저도 신경숙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닌데, 그 위화감을 느끼곤 해요. 오히려 온몸으로 체험한 그녀가 더 깊은 얘기를 할 것 같으면서 비켜가고, 오히려 훨씬 유복했던 공지영이 더 밑바닥 얘기를 많이 하는 것 같기도 하구요...

예인 2009-08-07 0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소개를 보니 신경숙의 소설이 일고 싶어지는 군요.

마노아 2009-08-07 02:04   좋아요 0 | URL
책을 읽다보니 많이 사랑 받는 이유를 알 것 같았어요. 동시에 기피되는 이유도 알겠구요.^^
 
Wink 윙크 2009.8.15 - No.16
윙크 편집부 엮음 / 서울문화사(잡지)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이번 호 표지는 '탐나는도다' 출연진들이 장악했다. 여주인공 버진 역을 '미쓰 홍당무'의 서우가 맡았다는 것 말고는 다른 배우들을 모르겠다. 진짜 외국인이 출연하는 모양인데 만화도 앞 부분을 보지 못해서 정확한 정황을 모르겠다. 하멜 표류기에서 착안한 이양인과 제주 잠녀의 사랑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암튼, 그렇게 이번 주말부터 드라마가 방영되고, '춘앵전'은 뮤지컬화가 확정됐단다. 오홋, 창작 뮤지컬의 좋은 소재가 될 듯하긴 하다. 그런데 또 김두한이 미화되는 건 아닌가 우려도 되고... 별로 많이 등장하진 않지만..;;;; 

보면, 맘에 들고 기대에 차는 작품은 늘 정해진 것 같다. 유난히 서사적 구성이 탁월했던 마틴 앤 존은 다음 호 쉬어간단다. 단행본 작업 하시나??? 어여 돌아오셔요, 박희정 샘! 

DIY Girl도 여전히 스토리 그림 모두 매력 만점이었고, '우리는 가난하지만'도 날마다 더 마음에 쏙 든다. 작가님 후기에 이 무더위 속에서도 '괜찮아' 스위치를 켜며 버티자는 얘기가 인상적이다. 아무래도 지구가 화났다는 이야기엔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면서 더워 못 참겠다고 '삼나무 책상 발판'을 검색해 보고 오는 길이다. 샤워하고 나면 꼭 책상 밑 내 자리에 보일러가 후끈후끈하게 돌아가서 말이다..ㅜ.ㅜ 

하백의 신부는 그림이 엄청 이상했다. 위에서 아래로 짜부시킨 느낌의 컷이 세 컷 정도 등장했다. 작가님 왜 그러셨어요! 

'궁'은 이야기하기도 지치니 패쓰. 하지만 작가님 후기는 맘에 들었다. 그렇게 공분해주셔서 감사감사... 

이번엔 윙크 신인 만화가 공모전 당선작 두 편이 실렸다. 두 편 모두 설익은 내가 나지만 열정이 느껴진다. 개그가 깔리는 건 공통 분모. 그림은 개인적으로 '저승강'이 더 마음에 들었다.  

그나저나 참 재밌게 읽었는데 인쇄 불량으로 그림이 전반적으로 바래게 나온 게 너무 많아서 별 하나 뺐다. 설마 작가님들이 디지털 원고를 많이 하셔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건 아니겠지? 그랬다면 작품 전체가 그래야 하는데 페이지 건너 뛰며 인쇄가 흐릿하게 나왔다. 서울문화사는 반성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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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9-08-06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늘 소식 잘 얻어 듣고있어요. ㅎㅎ
탐나는도다 드라마 한다고 엠본부 광고를 봤어요. 근데 춘앵전도 그렇게 되었군요. 음..

마노아 2009-08-06 11:48   좋아요 0 | URL
홀로 윙크를 보고 있는 외로움을 무스탕님이 달래주고 있어요. 공감할 거리가 생기잖아요.^^ㅎㅎㅎ
 

1. 1일 자가 되면 신한카드 6% 추가 할인 때문에 지르고 싶은 책을 사게 되는데, '대한제국 최후의 숨결'을 검색하다가 좋은 책이 많은 중고샵을 발견했다. 소장 책이 5,500권이 넘는 걸 보면 헌책방을 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암튼 1일자를 기다리다가 정작 대한제국-은 이미 팔렸고 나머지 책들을 주문했다.  

 

 

 

 

 

 

 

 

 

 

 

 

 

 

오늘 도착했는데 '군인은 축음기를 어떻게 수리하는가'는 큰 상자에 빈 공간이 너무 많아 책이 쏠리면서 반대로 꺾여서 책의 절반이 다 접혀서 도착했다. 에어쿠션만 넣어놨어도 충분히 방지할 수 있는 문젠데 전문업자가 왜 이런 실수를 했을까. 

'을지로 순환선'은 한 번 젖었다가 말린 흔적이 있어서 붙어 있는 페이지도 있고 얼룩도 남아 있다. 마른 채 왔지만 마르면서 책이 울었다.   

다른 책들은 처음부터 '상' 상태였기 때문에 그냥저냥 괜찮다. 선물로 토이 5집이 붙어서 왔다. 나 이미 갖고 있는데...;;;; 

아마도 책 상태가 거시기한 것을 알고 선물을 껴줬거나, 아니면 원래 많이 사면 준다거나 한 거겠지? 암튼, 선물까지 앵겨줬는데 반품을 할 순 없잖아? 게다가 갖고 싶었던 책들이라고...ㅜ.ㅜ 

2. 왜 여직 이미지가 안 뜰까? 윙크 8월 15일자다.  

이번엔 인쇄불량이다. 중간중간 꽤 많은 흐릿한 인쇄 페이지가 보인다. 처음엔 피곤해서 눈이 침침한가 했다. 아니라 몇장씩 흐리다가 정상 페이지 나오고 다시 불량 페이지 나오고 반복이다. 멀쩡해 보이는 페이지도 가장자리로 갈수록 흐릿한 인쇄가 발견된다. 지난 번엔 제본 불량이 왔는데 이번엔 인쇄가 불량하구나. 서울문화사 왜 이러노!   

 

3. 조카는 월요일부터 수영 강습을 다니게 되었는데 완전 초짜가 자기 혼자 뿐이고 강사샘이 무서워서 울고 돌아왔다. 언니는 내일이랑 모레 조카 데리고 수영장 가서 물이랑 친해지게 놀다 오라는데, 백만 년만에 수영복을 꺼내보니 이게 바랜 건지 배 부위가 속이 비친다. 아놔... 수영복 상태 불량....  

 

4. 며칠 전에 친구 집에 놀러갔다. 친구네 아파트는 공사 시작하고 18년 만에 완공이 되었다. 그간 건설 회가사 주르륵 줄도산...;;;; 

기어이 18년을 기다려서 입주한 친구네 아파트는 평수가 42평인가 그렇고 게다가 로열층이고, 하여간 신경을 좀 쓴 아파트 같아보이긴 한데... 대따 우스은 문제점들이 있다.  

친구 방은 안방 빼고는 오빠 동생 방보다 훨씬 크다. 그런데 붙박이 장이 세 개가 있는데도 큰 행거가 두 개 밖으로 나와 있어서 넓은 방을 비좁게 쓰고 있다. 옷이 그렇게 많아? 하니까 사정이 있단다. 옷장 문을 열어보면 안다나. 

첫번째 옷장 문을 여니 아무 것도 없고 옷장 뒤쪽으로 문이 하나 있다. 응? 

열어 보니 창고로 연결되는 문이다. 말인즉, 창고를 사용하기 위해선 옷장을 비워놔야 한단다. 아놔... 뭐 이런 황당 시츄에이션? 

그 다음 옷장 문을 여니 옷들이 정면으로 나를 바라본다. 엥? 

보통 옷을 거는 봉이 가로로 걸려 있는데 이 옷장에는 세로로 걸려 있는 거다. 그래서 옷을 1렬로 쫙 걸고 양 옆은 공간이 붕 뜬다. 이렇게 옷장을 지어놔서 옷장 안에 옷이 다 못 들어가고 밖으로 행거 쓰는 중.  

세번째 장은 반으로 나눠서 오른쪽은 칸칸이 옷을 올릴 수 있게 되어 있고 왼쪽은 역시 세로 봉이 걸려 있다. 여긴 공간이 좁아서 뒤에 옷 꺼내려면 앞에 옷을 다 꺼내서 빼야 한다는 사실. 좁아서 뒤의 옷은 뭐 걸려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아니, 뭐 이런 날림 아파트가 다 있나?  

친구 말이, 짓고 보니 옷걸이가 옆으로 비껴서 안 걸릴 만큼 깊이가 얖은 것 같다고 한다. 실제로 친구 옷걸이를 집어넣어 보니 문이 안 닫히더라.  

행거가 밖으로 두 개 나오는 바람에 책장 짜려던 것을 포기했다고 한다. 올 구정 때 내가 빌려준 만화책  열 상자가 차곡차곡 책상 아래에 쌓여 있다.   

 

5. 그 친구가 이번에 학원을 차린 친구인데 어제부터 휴가 돌입했다. 그래서 어제 오늘은 내가 특강 뛰었다.ㅎㅎㅎ 

그런데 오늘 수업을 하기 전부터 수업 끝나고 나서까지 계속 손가락이 떨렸다. 무슨 말을 하면 머리가 징하고 울리고 양쪽 관자놀이가 땡기는 것이다.  설마 며칠 철분약을 못 먹어서 그런 건 아니겠지? 더위 먹었나?

아, 내 몸도 상태불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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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8-05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8년을 기다려 입주했는데 그런 황당한 옷장이라니욧!
집이든 사람이든 상태가 양호해야지 불량상태는 안돼요~~~ 어여 개선해보세요!^^

마노아 2009-08-05 22:42   좋아요 0 | URL
세로봉 옷장이라니,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올걸 그랬어요. 아파트 만든 사람들 반성해야 해요..;;;;;;

꿈꾸는섬 2009-08-06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그렇게 설계할 수가 있죠? 나도 요새 우리집 싱크대 설계한 사람 매일 욕하면서 쓴다죠. 허리가 아플 수 밖에 없는 구조에요.

마노아 2009-08-06 11:48   좋아요 0 | URL
울집 싱크대도 너무 낮아서 허리가 아파요. 아마 오래되어서 그런 것 같아요. 벽돌 괴어났답니다..;;;;

무스탕 2009-08-06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꼬님이 극찬하신 축음기가 목록에 있네요. 궁금하여라.. +_+
1일에 신한카드 할인 소식은 꼭 이렇게 눈으로 봐야 생각이 나버려요 ㅠ.ㅠ
어이없는 아파트 시공사.. 도대체 후루꾸가 집지어 파는것도 아닐텐데 뭔 작태래요?!

마노아 2009-08-06 11:49   좋아요 0 | URL
맞아요, 바로 그 책! 어제 무거운 책으로 꾹꾹 눌러놓은채 지금껏 그대로예요. 지가 펴져야지 버티면 어쩔껴... 막 이러면서요.^^
저도 늘 신한만 썼는데 할인행사를 뒤늦게 알고 얼마나 안타까웠는지 몰라요.
아, 그런데 후루꾸가 뭡니까? 검색하니까 '요행'이란 말이 나오는데 그 의미예요?

무스탕 2009-08-06 16:44   좋아요 0 | URL
음.. 저도 평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인데 지금 찾아봤어요.
후로꾸가 맞는 발음이라 하고 가짜, 엉터리라는 뜻이래요.
전 사이비, 돌팔이 그런 뜻으로 사용했었거든요 ^^

마노아 2009-08-06 17:38   좋아요 0 | URL
아핫! 문맥으론 저도 그렇게 이해했는데 검색한 단어가 다르게 나와서 왜 그럴까 했어요.
근데 말이죠. 사이비가 참 많은 세상이에요...-_-;;;;

하늘바람 2009-08-06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을지로 순환선 아주 이낭적인 표지네요 젖었다 말라서 울면 책이 참~
님 몸이 건강해야 뭐드 합니다

마노아 2009-08-06 15:12   좋아요 0 | URL
제가 원래 여름을 타는데 그래서 그런게 아닐까 싶어요. 몸이 건강해야 뭐든 한다는 말에 백 번 공감해요.(>_<)

같은하늘 2009-08-06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8년만에 입주한 아파트가 참~~~
저도 신한만 사용하는데 왜 이걸 몰랐을까나? ㅜㅜ
전 한비야의 <그건, 사랑이었네> 새책 구입했는데 표지가 접혀와서 울컥했다는...
거기다 앞의 몇장은 제본이 불량해서 떨어져 나갈듯...
허나 비야언니의 싸인을 받아왔기에 소중하게 간직하려하지요.^^
책의 상태가 안좋으면 마음이 상해요.ㅜㅜ

마노아 2009-08-06 23:47   좋아요 0 | URL
그 아파트 이름이 '라온 유'랍니다.ㅎㅎㅎ
신한카드에서 알라딘 접속하면 3% 추가 할인이고, 매달 1일은 6% 추가 할인이에요.
그것 때문에 매달 1일은 알라딘 지르는 날이 되었답니다.^^;;;
아, 비야 언니 책이 그리 오다니, 이런 망극한 일이!
하지만 사인본이니 바꿀 수도 없네요. 어휴...(>_<)
 
칼바니아 이야기 9
토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 치키타 GUGU가 열심히 나오는 것을 보고 오랜만에 칼바니아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지난 3월에 8권까지 읽고 벌서 몇 달이 지난 건지...;;;; 

너무 재밌어서 아껴 봐야지 하다가 그리 되었다. 아끼는 만큼 오랜만에 본 재미도 역시 절정. 

기본적으로 개그 감성이 받쳐주는 사람이 있는 듯하다. 개그맨 뿐아니라 가수이면서 입담을 더 과시하는 엔터테이너들 마냥 말이다. 주변에도 그렇게 입만 벌렸다 하면 쇄골이 땡기도록 웃게 만드는 친구들이 있는데 언제고 녀석이 시트콤을 쓰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토노 작가도 그런 감성이 있는 듯하다.  

네 개의 에피소드가 이어지는데, 기본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연출 기법이 허를 찌르는 전개의 사용이다. 그러니까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전개를 하는데 알고 보니 그게 오해였고 진실은 이거였다... 하는 식 말이다. 

첫 에피소드에서 사람을 야만인 산적을 얘기하는 듯했는데, 사실 폭력에 있어서는 에큐를 따라올 자가 없으니 처음 본 소녀가 제일 '야만인'이었다고 말을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관광객을 유치한답시고 예쁘고 로맨틱한 것만 찾던 영주 가에서 유치한 백조 사업(?)은 에큐 덕분에 시작하자마자 무산되게 생겼다. 일단 백조들이 호되게 혼이 나서 사람 가까이 가길 싫어하게 되었으니. 기본 생태계와 사람들의 생계 수단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빌어진 해프닝들이 잘 마무리된 것은 다행인 일. 

두번째 에피소드에선 암시장에 변장(?)을 하고 등장한 에큐가 사고치는 내용이 나오는데, 또 다른 암시장의 소년이 공작가의 사람을 혼동하면서 혼자 삽질하는 장면이 제법 재밌었다. 하긴 탐스런 붉은 머리 라이언과 에큐의 대머리 아버지 탄탈롯을 비교하면 어린 눈에 병으로 인한 부작용이라고 생각할 만도 하다. 인물뿐 아니라 뼈대가 다르건만! 

세번째는 파마 왕자 형제 이야기인데 아버지 국왕의 이름이 '트랜스 파마'여서 순간 '트랜스 포머'로 보았다. ㅎㅎㅎ 

늘 침착하고 차분하고 좀 있어 보이는 콘라드 왕자가 어린 동생에게 질투를 느껴 해꼬지 하는 장면은 훔쳐보는 재미가 컸다. 그렇게 심각하고 점잖은 얼굴로 코믹이 되다니. 허준의 스승 유의태 역할을 맡는 근엄한 얼굴 이순재가 야동 순재가 되는 순간 시청자들이 더 즐거웠던 것처럼.  

타니아는 매력적이고 성실하고 훌륭한 여왕이지만 아직은 관록이 부족해서 좀 더 공부가 필요해 보인다. 콘라드 왕자는 그걸 알고 있는 듯. 기다릴 수 있는 그가 더 노련해 보인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코디의 금발'인데 가발로 만들어진 금발도 여전히 금빛으로 찬란히 빛날까 문득 궁금해졌다. 뭐, 만화적 상상력을 동원하면 아니 빛날 까닭이 뭐 있겠는가.  

그런데 칼바니아 이야기 안에서 여왕 타니아보다 공작가의 영양 에큐가 더 많이 등장하는 듯하다. 진정한 주인공이랄까. 아무래도 캐릭터의 특성상 에피소드가 더 많이 나올 수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부디 약이 잘 들어서 1년 뒤에는 가슴도 커지기를...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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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하고 사고 없는 지능형 자동차 ‘키트’를 꿈꾸며 [제 964 호/2009-08-05]


1980년대 인기를 끌었던 미드 ‘전격Z작전’에는 ‘키트’라는 똑똑한 자동차가 등장한다. 완벽한 인공지능을 갖추고 있어서 사람과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고, 자동운전 기능을 제공해 사람이 운전을 하지 않아도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면서 과연 ‘키트’를 실제로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졌을 것이다.

최근 IT기술과 전자제어 기술의 발전으로 키트가 조금씩 현실화 돼가고 있다. 특히 무인자동차 분야에서 다양한 첨단기술과 시스템들이 시도되고 있다. 2007년 미국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에서 개발한 보스(Boss) 자동차는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개최한 ‘제3회 97㎞ 도심지 무인주행 경연대회’에서 35대의 경쟁차량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도심지에서 장애물을 피하고, 더구나 교통신호까지 지키면서 완주할 무인 자동차는 없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총 6대의 차량이 완주했다. 1, 2회 대회는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에서 열렸기 때문에 사실상 도시에서 열린 최초의 무인자동차 경주였던 셈이다. 이런 무인자동차가 당장 현실화되어 도로를 주행하지는 않겠지만 대회 참가 차량에 달려 있는 첨단기술들이 우리들의 자동차에도 접목될 가능성이 높다. 대회에서 1위를 했던 GM도 빠르면 2020년께 상업용 혹은 군사용으로 무인자동차를 출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 출시되고 있는 지능형 운전자 지원 시스템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일단 안전운전 장치들이 대폭 강화되고 있다. 충돌 예방 시스템은 항공기의 레이더처럼 전파를 보내 앞 차량과의 거리와 속도를 계산해 충돌이 예상되면 경고음을 내거나 속도를 줄인다. 메르세데스-벤츠가 2005년 선보인 통합 안전시스템 프로 세이프’(Pro-Safe)는 주파수가 24GHz인 레이더를 이용하여 앞 차량이나 장애물을 감지한다. 충돌이 예상되면 등받이와 앞뒤 좌석 받침을 똑바로 세우고 안전벨트를 조여 운전자를 최대한 보호한다. 또한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자동으로 제동을 하면서 최대한 충돌을 예방한다.

볼보자동차도 시티 세이프티(City Safety)라는 충돌 예방 시스템을 출시했다. 시티 세이프티는 차량 앞 유리 윗부분에 레이더 시스템을 달고 앞차와의 거리가 6m 이하로 좁혀지면 1차로 브레이크 기능을 작동시켜 속도를 줄인다. 그래도 운전자가 속도를 줄이지 않아 앞차와의 거리가 1∼2m로 좁혀지면 브레이크를 작동시켜 강제로 차를 멈춘다.

운전자의 눈에 보이지 않는 ‘사각 감시 시스템’도 있다. 카메라나 초음파 센서가 물체를 감지하면 램프를 켜거나 영상을 통해 운전자에게 알려주는 기술이다. 운전자가 사이드 미러를 보거나 고개를 돌려 직접 확인하지 않고도 재빨리 주변환경을 파악할 수 있게 도와준다. 운전자가 골목길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장애물이나 보행자를 미리 파악해 사고를 막을 수 있게 된 셈이다.



<볼보자동차코리아가 출시한 소형 스포티 세단 ‘뉴 S40’. 볼보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사각
지대 정보시스템’이 적용됐다. 사진 제공 볼보자동차코리아>


아무리 첨단시스템이 보편화 된다고 해도 아직 운전은 사람이 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운전하는 사람이 졸거나, 한눈팔지 않도록 안내해 주는 기능도 적극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실제로 고속도로 교통사고의 원인 1위는 졸음운전인 것으로 조사됐는데, 독일 하노버의대와 폴크스바겐 교통사고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운전자의 주의력이 떨어져 차선을 이탈해 생기는 사고가 전체의 18%를 차지했다. 그래서 2007년 다임러-크라이슬러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공동 연구를 진행해 졸음방지 센서를 개발했다. 자동차 백미러에 달린 센서가 운전자의 눈동자 움직임을 계속 감지하다가 일정 시간 동안 움직이지 않으면 졸음운전으로 판단하고 차를 멈추거나 라디오 소리를 키운다. 폴크스바겐에서 만든 차는 운전자의 눈을 지속적으로 찍어 운전자가 깨어있는지, 졸고 있는지 판단해 경고한다.

졸다가 차선을 이탈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장치도 있다. 자동차가 도로위의 차선을 알아보고 차선을 이탈하면 경고를 울리는 장치다. 장거리 운전 중 차선을 이탈하면 경보를 울리는 방식으로 운전자가 차선을 유지하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렉서스의 차선유지보조 시스템은 날씨와 도로 상태를 감안해 카메라로 흰색 차선을 감지하면서 운전자가 안전한 위치를 찾도록 경고하고 전자식 조향장치의 제어기가 자동으로 방향을 조절해 차선을 이탈하는 위험을 막는다.

어두운 밤에도 대낮처럼 훤히 볼 수 있는 기술들도 개발되고 있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적외선 카메라로 전방 300m까지 물체를 감지해 실내 모니터에 보여주는 나이트 비전(혹은 나이트뷰 어시스트)라는 기술을 개발했다. 혼다는 한발 앞선 기술을 보여주고 있는데, 원적외선 카메라 2대로 장애물의 위치나 움직임을 감지해 모니터에 보여줄 뿐 아니라, 음성으로도 알려주는 인텔리전트 나이트 비전(Intelligent Night Vision)을 개발했다. 이런 정보를 계기판에서 보여주지 않고 앞 유리창에 3차원적으로 투영해 주는 HUD(Head Up Display) 시스템도 나왔다.

운전하는 사람이 편안하게 안전하게 목적지 까지 갈 수 있도록 돕는 기술도 각광받고 있다. 장거리 운전의 피곤함을 덜어주기 위해 자동차가 어느 정도는 스스로 달려갈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미국에서는 크루즈 컨트롤(Cruise Control)이라는 일종의 자율주행 장치가 달린 차량이 인기인데, 가속 페달을 밟지 않아도 원하는 속도에 맞춰 놓으면 자동차가 알아서 일정 속도로 운전해준다. 시속 70km로 설정하면 계속 시속 70km로 달려가기 때문에 국토가 넓어 직선 도로가 많고, 교통 체증이 심하지 않은 나라에서는 매우 유용한 장치다.

반면 국내에서는 도로에 차량이 많고 자주 막히기 때문에 단순한 크루즈 컨트롤 장치는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 그래서 개발된 기술이 적응형(Adaptive) 또는 스마트(Smart)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이다. 앞차와 가까워지면 자동으로 속도를 줄이고 멀어지면 속도를 회복하는 시스템이다.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을 번갈아 밟을 필요가 없어 운전자의 피로가 확연히 줄어든다. 최근 국내에서도 현대자동차의 고급차량에 스마트 크루즈 시스템이 장착됐다.

초보나 여성운전자들에게 가장 큰 곤욕은 주차일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런 주차고민은 자동차에 내장된 컴퓨터에 맡기면 해결될 것 같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자동으로 주차하는 기능이 2006년부터 해외에서는 등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벤츠가 지난 해 9월 국내에 출시한 ‘뉴 제너레이션 마이 B’. 다양한 첨단 편의기능은 물론
자동 주차 기능까지 추가됐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도요타가 개발한 주차 보조(Parking Assist) 시스템은 운전자가 후진기어로 바꾸고 평행주차 단추를 누르면 컴퓨터가 알아서 운전대를 움직여 주차시킨다. 운전자는 차에 앉아 속도만 조절하면 된다. BMW의 리포트 파크 어시스트(Remote Park Assist)는 운전자가 차에 타고 있을 필요도 없다. 차에서 내려 리모컨에 있는 스위치를 누르면 된다. 단, 차고 벽에 반사경을 설치해야 차안의 카메라가 장애물과의 거리를 계산해 자동차의 위치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전용 차고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휴가를 떠나는 여름, 모처럼 가족들과 산이나 바닷가로 떠나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즐겁다. 하지만 교통체증의 답답함과 운전의 피곤함을 생각한다면 자동차에 시동을 거는 순간이 매번 즐겁지 만은 않을 것이다.

자동차 회사들은 앞으로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라 불리는 시스템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한다. 자동차 끼리 자동으로 안전운전에 필요한 신호를 주고받게 되며, 주변 건물이나 도로와의 통신도 강화하는 기술이 곧 보편화 될 예정이다. 행복해야 할 휴가기간, 지겹고 힘든 운전에서 벗어나 즐거운 자동차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날이 곧 다가올 것이다.

글 : 정도현 자동차부품연구원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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