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약속한 대로 언니네와 함께 가기로 한 곳은 예전 우리 가게 하던 장소 뒷편에 있는 '대림미술관' 

국내 최초의 사진 전용 미술관이라고 하던데, 요새는 좀 더 다양한 전시회를 여는 듯 보인다.  

한때 대사관으로 쓰였던 건물은 그 후 가정집이 되었다가 다시 미술관이 되었는데, 4층짜리 건물에 정원도 훌륭하여 대체 어떤 사람이 살았을까 궁금했다. 일제 때부터 있던 집이라고 하던데, 평범한 인사는 아니었을 것이다.  



주제는 '지구를 인터뷰하다-사진으로 본 기후변화'다. 훌륭한 전시회인데 애석하게도 내일이 마지막 날이다.  

Earth Alert가 새겨진 로고 티셔츠를 5천원에 판매하는데, 그걸 사면 입장료 4천원이 면제다. 그래나 애석하게도 품절. 선착순 500장이었단다.   



안 그래도 색깔만 다르고 똑같은 디자인의 옷을 입고 나타난 우리 두 자매는, 안 그래도 쌍둥이 소리 듣는 터에 신발까지 똑같은 거 신고 마주쳐서 서로 민망해 하던 찰나, 티셔츠라도 사입고 싶었지만 도와주질 않는다.  



(유리에 비친 우리 두 자매. 속에 받쳐 입은 나시도 블랙으로 똑같다. -_-;;;)

4층은 재즈 콘서트가 3시에 있다고 하는데, 그때까진 개방 제한 공간이었고, 2층과 3층을 주제별로 묶어서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 촬영은 당연히 금지되어 있었다. 홈페이지에 사진이 몇 장 있지만 사이즈가 작고 몇 개 없어서 그 분위기를 미뤄 짐작하기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역시 실물로 보는 게 최고! 

놀라운 건, 이것이 환경 재앙을 주제로 한 사진이라는 것을 모르고 본다면, 사진들이 하나같이 너무 아름다워서 그저 예술 작품으로만 보아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라는 거였다. 역시 전문가는 이렇게 다르구나... 싶던 순간.  

위 사진 첫번째는 러시아인데, 얼어붙은 강 너머 매연을 뿜어내는 공장들이 즐비하다. 두번째 사진은 배가 드나들던 곳이 메말라서 사막이 된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아랄해'였을 것이다. 세번째는 미국의 어느 강이었는데 물이 부족해서 식수를 공급해놨더니 영양 과다로 물고기가 너무 많이 번식했고, 어느 해 너무 더웠던 하루에만 무려 800만 마리의 물고기가 떼로 죽었다고 한다. 둥둥 떠 있는 저것들이 모두 물고기 사체. 몇 해 뒤 이 사진을 찍은 국내 사진가가 다시 그 자리에 갔더니 모두 허옇게 소금이 되었더라는 이야기. 

그 밖에 우리나라 울진, 영광 등 원자력 발전소가 세워진 곳의 지나치게 한가한 여름 해변과 불안한 얼굴의 어부들을 보여주는 사진이 있었는데, 고등학교 때 수업이 생각났다. 당시 지리 샘은 일본 같았으면 원자력 발전소를 세운다고 해도 국민들이 나라를 신뢰해서 안심하고 찬성할 텐데 우리나라는 국가가 그런 신뢰를 주지 못해서 님비현상이 일어난다고.... 

글쎄, 님비현상도 문제라지만, 그것 이전에 원자력은 '신뢰' 이상의 문제로 여겨진다. 일본 아닌 그 어떤 나라라도 무려 '원자력'인데, 그 위험성을 무엇으로 무마시킬까.  

조카가 가장 인상 깊어했던 사진은 '투발루'였다. 7개의 섬 중에서 이미 2개의 섬이 가라앉은 곳. 자신들은 이산화탄소 발생의 주범이 아닌데도, 지구온난화의 피해를 가장 먼저 입고 터전을 버리고 떠나야 했던 사람들, 그나마도 받아주지 않는 나라들 때문에 더 마음앓이를 해야 했던 사람들. 조카도 벽걸이용 커다란 세계지도 퍼즐을 구입했는데 거기서 투발루가 어디인지 다시 한 번 얘기해줘야겠다. 집에 가서 벌써 찾아봤을까? 

황사를 얘기하면서 중국을 보여주었지만, 거기만큼 답답한 게 또 우리나라 새만금. 파도처럼 넘실대는 것처럼 보이던 진흙뻘. 죽어가고 있는 그 땅을 미리 보고 있는 듯한 기시감. 인도의 어느 할아버지는 집이 두 번이나 떠내려갔는데, 그 땅을 바라보는 한숨 섞인, 체념 어린 그 표정이 어른거린다.  

온통 암울한 얘기만 할 수는 없는 일. 부탄의 어느 가난한 마을에 제공된 태양력 조리 기구. 거대한 접시는 밤에는 쓸 수 없고, 날이 흐려도 못 쓰고, 태양이 이동할 때마다 방향을 틀어가면서 써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럼에도 그 조리가구를 들고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한없이 밝기만 하다. 아마도 인생의 만족도는 우리보다 그네들이 훨씬 높을 것이다. 

유익한 전시였다. 이전에도 가게 있을 때에 가본 적이 있지만 뭘 보고 왔는지도 까먹었는데 이번 전시는 좀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지구는 이렇게 뜨겁고, 봄 가을은 사라져 가고 있고, 열대지방 모기가 온대지방이라고 아직도 믿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발견되고 있는 판인데, 그럼에도 지구 온난화는 다 거짓말이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지. 정치적으로, 혹은 어떤 의도로 과장될 수는 있을지라도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는 절대로 못 믿겠다. 지구 전체의 나이에 비하면 우리가 살아온 고작 몇 십년의 세월은 한줌보다 작은데도, 그 시간 안에서 피부로 느끼는 기온의 변화인 것을.... 

첫번째 책은 최근에 나온 건데 읽어보진 못했다. 제목만 보면 지구 온난화는 거짓말이다!라고 외치는 느낌인데 내용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두번째 책이 바로 지구 온난화는 거짓말이라고 말하는 책이었는데, 읽으면서 엄청 분개했던 기억이 난다. 미국이 열심히 대처 중이니 걱정하지 마라~라는 구절도 있다. 헐~ 세번째 책은 사진만 봐도 감이 팍팍 온다. '승자는 혼자다'에서 나온 얘긴데, 이러다 인류는 정말 지구로부터 '퇴출'될지도 모르겠다. 무서운 일이다. 

원래의 계획이라면 광화문 광장으로 이동해서 분수대에서 애들 물놀이를 시키는 거지만, 아무래도 국장 중이라 분수대 가동을 안 할 것 같단 생각이 들었는데 예감 적중. 아주 작은 분수대만 틀어놔서 발목 적실 수준은 되었지만, 그냥 패쓰하기로 했다. 둘째 조카가 잔뜩 기대 중이었는데 좀 미안하더라. 다음 기회에 다시 오자~ 

그래서 꿩 대신 닭으로 간 곳이 바로 그 앞에 있는 KT 1층 전시관이었다. '녹색성장전시관'이란 이름에서 이미 눈치 챘어야 했는데, 그 약자인 'egg'만 눈에 들어와서 '어, 이승환 7집 앨범 제목이랑 같네!'만 생각하고 무심코 들어갔다. 앞서 보고 온 전시회처럼 그냥 정말 환경 전시관으로 여겼던 거다.  




들어서는 입구에 있는 자전거 발전기. 선풍기를 돌리기도 하고 휴대폰을 충전시켜 주기도 한다. 잠깐 돌려봤는데 제법 운동이 되더라는. 

입구 왼쪽으로 들어가면 보이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2인승인데도 꽤 묵직해 보인다. 어릴 때 보던 만화영화에 나오는 귀여운 자동차처럼 생겼다. 붕붕붕~아주 작은 자동차 꼬마 자동차가 나간다. 노래가 절로 나오네. 




풍력 발전의 원리와 에너지의 흐름을 보여주는 전시물이다. 아이들은 확실히 불 들어오는 것에서 껌벅 죽는다.  

하긴, 나도 불 들어오는 게 멋져보이긴 하더라. 



해당 층의 버튼을 누르면 그 층이 바깥쪽으로 나오는 장치인데, 다 나오진 않고 '파프리카' 심어진 농장 층만 이동했다. 불은 다 들어오고. 서로 누르겠다고 막 싸우던 녀석들.  

사진을 거의 언니가 찍어서 내가 못 본 것들도 보이는데 지금 보니, 오른쪽 사진의 제목은 '꿈을 이루는 희망 에너지 원자력'이다. 그 꿈은 대체 누가 꾸는 것일까? 또 누구에게 희망일까? 어려운 문제다. 에너지란...... 

둘째 조카가 도슨트를 같이 들으면 꼭 사고를 치기 때문에 나랑 홀에 남아 있고, 큰 조카만 제 엄마랑 들어가서 영상과 설명을 들었다. 그 사이 둘째 조카 다현이랑 나는 사진을 찍어서 이메일로 전송하는, 어떤 프로그램을 갖고 놀았는데, 내 메일로 두 장이나 보냈건만 집에 와서 보니 도착해 있지 않다. (무려 안내 직원의 '안내'까지 받아서 해보았건만! 그녀들의 유니폼은 이뻤지만 온종일 높은 굽 구두 신고 참 힘들겠더라...)
아씨, 보내줄 것도 아니면서 이메일 주소는 왜 적으라 그래? 스팸 메일 오는 것 아닌가 몰라...-_-;;; 

영상 설명이 끝났는지 모두들 밖으로 나왔는데 바깥 전시물들 설명이 이어진다. 그런데 얼라, 저건 뭐지??? 



으악! 전시 코너 중에 하나가 '4대강 살리기'다. 삼성 TV에 떡하니 나오는 4대강의 현재 모습과 사업 후의 변화될 모습이 비쳐진다. 하.하.하. 이건 너무 노골적이잖아. 

옆 코너엔 대통령이 4대강 살리기를 위해서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를 홍보하는 책자와 팸플릿과 사진들이 가득 들어 있기도.  

앞서 갔던 대림미술관의 감동에 비하면 너무 인위적이고 체감되지 않는 가상 느낌의 전시관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 이 체험관을 만든 의도에 대해서 생각하고 나니 기분이 확 나빠졌다. 게다가 이 전시관에는 화장실도 없다. 식수대도 없다. 옆 건물로 이동하란다. 거 참 기본도 하지 않는 '녹색 성장'이라니, 정말 누구를 위한 성장이라는 건지...;;;;; 

이 체험관 만들면서 세금 무지 썼을 것 같은데 영 입맛이 쓰다.  타미플루나 많이 비축해 두지..;;;;

생각보다 덥지 않은 날이었지만, 그래도 자꾸만 쌈박질 하는 어린 두 녀석 데리고 두 곳 전시관을 다니고 나니 완전히 녹초가 되었다. 허기져서 들른 버거킹에서 조카 녀석 콜라 엎질러 주시고, 햄버거 바닥에 떨어뜨려 주시고!!! 

버스 안에서 잠든 녀석을 언니가 안고서 집으로 돌아갔다. 돌아온 나도 일단 널브러져서 한 시간 반 동안 눈부터 붙였다. 그 사이 꿈도 몇 개를 꿔버렸다. 어이쿠! 

그나저나 조카의 체험 학습은 아직 한 개를 더 채워야 한단다. 아, 그 다음은 모르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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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08-23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끄럽게도 전 미술관은 한 번도 못 가 봤어요 ㅎㅎㅎ
경주 박물관은 가 봤어요 ㅋㅋㅋ
저도 불 들어오는 게 멋져요!
조카들이 많이 자란것 같아요^^

마노아 2009-08-23 10:21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부쩍 자랐죠? 어느 순간 돌아보면 이렇게 커버렸다니...하고 아쉬울 때가 있어요.^^
나중에 조카들이 미국에 놀러오게 되면 같이 미술관에 다녀오는 거예요~
얼마나 재밌어 할까요. 아우, 제가 막 다 흥분이 되네요.^^
물론, 한국에 오셔서 같이 미술관을 들러보는 것도 멋질 거예요. 꺄우~

hnine 2009-08-23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나라에도 사진 전용 미술관이 있었군요. 덕분에 알았습니다.
출품 작가 중에 아는 사람은 딱 한명 '주 명덕' ^^
이렇게 자세히 후기를 써주시니 제가 꼭 다녀온 것 같잖아요~ ^^
저도 2주 전에 아이 데리고 광화문 광장 다녀왔는데 분수대 위에서 물에 홈빡 젖어 노는 아이들이 신나 보이기는 했는데, 저러고 집에 올때 에어콘 쌩쌩 나오는 지하철 타면 감기 걸리지 않을까, 그 생각부터 나더라구요.

마노아 2009-08-23 23:33   좋아요 0 | URL
저는 가까운 곳에 있을 때 더 자주 못 다녀온 게 아쉬워요.
어제 갈아입을 옷이랑 수건 바리바리 싸들고 갔는데 물놀이 못해서 김샜어요.
게다가 주차할 데 없을 것 같아서 버스로 이동했는데 짐은 또 어찌나 무겁던지요.
으하핫, 정말 다음을 기약해야 했답니다.^^

꿈꾸는섬 2009-08-23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림미술관, 가보고 싶어요.^^ 아이들이랑 신났겠어요.^^

마노아 2009-08-24 00:45   좋아요 0 | URL
사실은 제가 제일 신났답니다. 호호홋^^

다락방 2009-08-26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널브러져서 한시간 반동안 잔거, 정말 꿀맛이었을 것 같아요. 완전 노곤했을거 아녜요. ㅎㅎ
마노아님이 고생이 많다~ 그래도 신나서 돌아다녔으니 다행이어요.
마노아님 같은 이모가 있어서 아이들이 참 잘 자랄것 같아요.
:)

마노아 2009-08-26 15:07   좋아요 0 | URL
으하핫, 제가 엄마 수업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ㅎㅎㅎ
오늘은 점심 시간에 10분간 엎드려서 잤는데 그것도 꿀맛 같았어요.
피곤한 시간에 잠깐씩 자 줄 수 있다면 참 좋은 건데 그게 늘 쉽지는 않아요.^^;;;

같은하늘 2009-08-26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곳이 가정집이었다니 어떤 인물이 사셨을라나... 궁금~~~
그나저나 마노아님은 모든 외출을 조카들과 함께 하시니 나중에 아이들 잘 키우시겠어요...^^
엄마인 저보다 훨씬 멋진 이모신걸요~~~

마노아 2009-08-26 23:21   좋아요 0 | URL
일제 때 저 정도 규모의 집에서 살았으면 정상스런 코스의 자본가는 아닐까 싶기도 했어요.
확신할 수는 없지만요.^^;;;
좀 전에 에버랜드 야간개장 사진을 보고 왔는데 조카들 가면 엄청 좋아하겠구나 싶었어요.
어휴, 그런데 다녀오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에요. 돈도 시간도 에너지도, 다 만땅으로 필요해요.^^
 
꽃 할아버지의 선물 - 5세+
마크 루디 지음 / 키득키득 / 2008년 6월
절판


시네큐브의 마지막 상영작을 보러 극장에 갔던 날, 로비에 비치된 동화책을 집어들었다. 문학동네 책이 많아서 문학동네 부스인가 했는데 다른 출판사도 몇몇 보인다. 애니북스의 십팔사략이 보였고, 키득키득 동화책이 몇 권 있었다. 이름이 재밌네. 키득키득.

한 할아버지가 낯선 동네에 들어서신다. 동네 어귀는 음산했고, 사람들의 분위기는 음침했다. 누구도 웃을 것 같지 않고 누구도 행복하지 않을 것 같은 이 길목의 한 집에, 할아버지는 정착하신다.

흉가와 다름없어 보이는 이 집에서 할아버지는 대체 무엇을 하시려는 것일까?
창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그늘진 얼굴이 동네 분위기와 꼭 닮아 있다.
이런 곳에서도 웃음이, 빛이, 행복이 쏟아질 수 있을까?
누군가 도전하기만 한다면???

할아버지는 집을 깨끗이 청소하셨고, 새단장을 시작하셨다.
뿐인가? 저 찬란한 꽃들을 보시라.
지나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이 스산한 동네에 뭔가 기적이 베풀어지려는 징조일까?

할아버지는 집 앞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꽃 한송이씩을 선사했다.
꽃을 받아든 사람들은 얼떨떨했을 것이다.
'꽃'이라니, 세상에 꽃이라니! 이따위 동네에 어울리지 않게!
그런데, 절대로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동네의 이 꽃 한송이가 기적을 만들어 주고 있다.
밝아진 동네 분위기가, 밝아진 사람들의 표정이 느껴지는가?

꽃과 풀이 늘어가면서, 사람들의 웃음이 번지면서,
확실히 창 속 사람들의 삶이 변화되고 있음이 느껴진다.
이 상태로라면 유쾌한 웃음도 결코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생각나는 책이 있다.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리디아의 정원'
봄을 선사했던, 낙원을 선물했던 꼬마 아가씨가 떠오른다.
그 아이도 무수한 사람들에게 변화를 안겨주었다.
이곳, 꽃 할아버지처럼.

이제 동네는 활기로 가득찼다.
새들이 지저귀고 에너지가 가득 넘치는 게 책 밖으로 마구 삐져나올 것만 같다.
시끌시끌, 와글와글, 북적북적...
이런 의성어와 의태어를 다 갖다붙여도 모두 말이 될 것 같은 풍경.
이제 지난 날의 그 음침한 동네를 떠올리는 건 몹시 힘든 일이 되어버렸다.
꽃 한송이의 기적의 위대함이란!

자, 그렇다면 이제 꽃 할아버지의 할 일은 다 끝난 셈인가?
어두웠던 화면이 차차 밝아지면서 최대의 빛 축제를 보여준 뒤, 책은 다시 어두운 밤의 시간으로 돌아간다.
그렇지만 같은 밤이라고 모두 침침하지 않다.
달라진 꽃 동네의 밤은 이제 따뜻하기까지 하다.

자, 이제 꽃 할아버지는 정주었던 집을 떠난다.
다시, 자신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작은 기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로 발걸음을 옮기실 테지.
그곳에서, 또 다른 사람들이 새로운 인생을 만날 것이다.
작은 것이 주는 소중함을 체험하면서.

대사 한 마디 없이 책이 훌륭하다. 휴대폰으로 찍어서 더 선명한 그림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무척 아쉽다.
책의 겉장은 두껍고 푹신푹신한 소재를 썼고, 모든 책장의 모서리는 둥글게 처리했다. 아가들이 보아도 그 자체로 장난감이 될 수 있게.

9,500원 정가로 이 정도의 표지가격을 뽑아낼 수 있구나 싶어서 좀 놀랐다. 키득키득의 다른 책 한 권도 더 보았는데 그 책 역시 이런 표지 형식을 따랐다. 표지에서 거품을 뺀다면 가격이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보통 동화책 한 권에 이 정도 가격을 하니, 사실은 이만큼 공들인 표지가 가능하다는 얘기도 되겠다.

그림도 내용도 너무 마음에 들어서 나중에라도 꼭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일단은 보았다는 것으로도 대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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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08-22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첫번째 그림을 보고는 갑자기 뱀파이어가 생각이 났어요. ㅎㅎㅎ
그런데 갈수록 그림들이 이뻐요.^^
혹시 할아버지가 천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마노아 2009-08-22 19:16   좋아요 0 | URL
음산한 분위기여서 뱀파이어가 떠오를만도 해요.^^
정말 이 할아버지가 사실은 천사였을 수도 있겠어요. 사람들에게 웃음을 선물해주는 고마운 천사요~

같은하늘 2009-08-26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침했던 그림이 점점 화사해지는 것으로 모든것을 알 수 있는데요...
정말 할아버지를 가장한 천사?!?

마노아 2009-08-26 23:22   좋아요 0 | URL
저런 천사 할아버지를 만나고 싶어요. 울 집도 좀 변화시켜 주었으면...ㅎㅎㅎ
 
Wink 윙크 2009.9.1 - No.17
윙크 편집부 엮음 / 서울문화사(잡지)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탐나는도다'가 공중파를 장식하고 있는데 아직 한 편도 못 봤다. 입소문도 듣지 못했다. 반응이 어떤지, 작품은 어떤지 자못 궁금하다. 표지를 장식한 정혜나 샘. 시원하니 좋다. 실물 사진을 보니 싱그러운 젊음이 사진 밖으로 뚝뚝 떨어진다. 넘치는 에너지를 옮아가고 싶더라니까. 

하이힐을 신은 소녀는 거의 호러 수준의 엔딩을 보여주었는데 작가님이 돌아가신 어머니의 부재를 이제사 느끼게 되었다는 후기를 보며 싸아했다. 그럼에도 늘 열심히 작품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할 따름. 

단행본 작업으로 한 호 쉬어가는 박희정샘. 마틴과 존이 없어서 너무너무 서운했다.  

게다가 초반엔 시쿤둥 했지만 갈수록 매력을 느껴가던 로열 러브가 연재 중단을 맞았다. 작가님 건강이 너무 나쁘시단다. 사람이 더 중요하니 떼를 쓸 수는 없지. 남은 이야기는 단행본으로 만나볼 도리 밖에. 

드디어 새로이 개업한 란제리 2호점. 의혹에 싸였던 한 인물이 기어이 등장하는 모양이다. 최부장 나리는 안경 쓴 모습이 역시 섹시해. 진무는 좀 더 분발하라! 

이번 호 최고의 감동은 '우리는 가난하지만' 

어린 하림이의 입장에서 아이가 보고 느끼고 상상하는 이야기를 환상적으로 보여주었다. 그 용궁 속 인어 떼들이라니... 

아이의 외로움과 순진함, 그리고 설렘까지 잘 담아내셨다. 작가님께 거는 기대가 아주 크다.  

다이 걸도 매회 더더더 재밌어지는데 극적인 순간에서 투비 컨티뉴드라니.....ㅜ.ㅜ(이번 리뷰엔 영타 쓰는 게 너무 귀찮아...) 

다음 호 표지를 장식할 하백의 신부. 그림의 완성도에 비해서 스토리 쪽은 줄타기를 좀 하신다. 좀 더 안정적이었으면. 

궁은, 어휴...  

마지막 씬은 구도가 좋았는데 드라마의 마지막 씬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런데 구도는 좋지만 그림의 비율은 뭔가 굉장히 어색했다. 종이 공간의 한계로 둘 사이의 거리가 너무 좁은 것도 방해 요소 중 하나. 무튼, 제발 극적인 전개를 취해서 스토리의 난전을 정리 좀 해주시라. 

절대마녀는 내가 윙크 보기 시작할 때 이미 내용이 너무 진행되어 있었고, 스토리도 그림도 내 마음에 차질 않아서 늘 리뷰에서 건너 뛰게 된다. 좀처럼 애정이 안 생기네.  

키친도 재밌게 보고 있는데 곧 단행본이 나온단다. 컬러 후기라니, 좀 많이 궁금한 걸! 

여전히 웃음 코드 좋은 강특고 아이들. 그리고 위기에 빠질 춘앵전까지. 

두루두루 재밌게 읽었다.  

그런데 중학생들에게 윙크 보냐고 물어보면 하나같이 아는 녀석들이 없다. 대체 윙크의 애독자 층은 어느 나이 대일까? 나처럼 뒤늦게 추억을 되살려 여전히 애정으로 윙크를 찾는 것일까? 그것 참 궁금한 일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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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학식이었다. 어제까지 방과후 학교를 달리고 하루 짬 없이 개학을 해버렸는데, 모처럼 교무실 순행길에 나서신 교장샘이 나를 딱 보더니 한 말씀 하신다. 

샘이 가장 오래 쉬고 오셨나요? 얼굴이 아주 훤하네~ 

아, 아침에 좀 부었더랬다. 아니래도, 면적이 좀 있긴 하지. 게다가 색깔도 좀 환한 편이잖아? 

아씨, 그래도 그렇지... 교무실에 달 떴단 소리네...엉엉...ㅜ.ㅜ  

2. 방학 직전 토요일 근무 급여를 못 받았다. 담당샘이 기안 올릴 때 누락시킨 것. 근데 그게 개학한 날짜까지 정산이 안 됐네. 이분이 1정 연수 받느라 학교를 못 오셔서 그렇단다. 대신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단 말인가. 아씨, 얼마 안 되긴 하지만 그래도 참 너무들 하네.  

방학 방과 후 학교 강의료는 9월로 가볍게 패스해 주시고... 후후후후...;;;;

3. 원래 내 자리 쉬고 계시는 샘한테 하루 종일 몇 통화의 전화와 몇 통의 문자를 받았는지...;;;; 

일정이 마구 꼬이는 순간이었다. 남은 연가가 하루. 이미 쓴 병가가 9일이란다.  

그래서 오늘 하루는 강사 계약에 놀토 주말 제끼고 담주 월요일부터 51일간 계약이다.  

다행히, 추석 보너스는 건질 모양이다. 후우...;;;;;

덕분에, 오늘자 계약과 오늘자 퇴직서와 담주 계약분까지 서류 세 개를 만들어야 했다. 행정실 샘도 그러신다. 3개월 못 미치는 기간 동안 계약만 다섯 번이라니. 이게 뭔 짓거리냐고. 

내 말이!  

4. 그래서 수업 마치고 칼퇴근을 했다.(실은 수업 마치고 1시간 뒤였지만) 

학원하는 친구가 오늘은 녹음실 가야 하고(친구는 작사를 한다.) 동업자도 가족 모임이 있어서 출근을 못한다나.  

부랴부랴 가서 4학년 초등생들과 즐거운 사회 수업 대타를~ 

플러스, 나머지 공부를....-_-;;;; 

3=6/2을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과 무진장 씨름했다. 그 옛날 대학 때 고등학생 과외를 했는데 그 녀석이 y=x그래프를 이해하지 못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후후후....;;;;;; 

5. 조카의 개학도 다가오니 체험학습에 발동 걸렸다. 내일은 피아노 학원에서 향상 음악회가 있는데 거기에 미술관 다녀오잔다. 아, 요새 너무 잠을 못 자서 음악회는 패스하고 미술관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거 끝나면 다음엔 광화문 광장이란다. 후후후후.....;;;;; 

6. 중고샵에서 건진 지식e 음반. 

배송료가 하나도 아깝지 않다. 방송 볼 때도 음악이 참 좋았는데 영상 없이 들어도 이렇게 좋군아(<<<'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영향...ㅎㅎㅎ) 

그나저나 지식 채널은 못 본지 한참이다. 워낙에도 본방이나 재방이 아닌 인터넷으로 주로 보긴 했지만. 

패널이 나와서 소개하는 형식의 지식채널도 있던 것 같은데, 원래 스타일만큼은 재미 없더라.  

뭐, 그랬다고... 

7. 어제는 외삼촌들 크리에 집에 돌아오자마자 30분 만에 다시 뛰쳐나갔다.(그럼에도 환승 할인 못 받아서 좀 억울..;;;) 

갈 데가 없어서 근처 도서관에 가서 어린이 책을 보았다. 보통은 '유아'쪽 책을 더 즐겨 보았는데 어제는 그냥 마음이 '어린이' 쪽으로 기울더라.  

 

 

 

 

 

 

 

 

 

 

 

 

 

의도한 게 아닌데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책이 세권이 포함되었고, 찰스 키핑 책이 두 권 끼었는데 여전히 난해했다. 다신 만나지 말자고 중얼거렸다.  

샬롯 졸로토의 작품 중에도 별로인 책이 있구나... 싶었고, '고양이'가 주인공인 책들은 왜 다 이렇게 재밌는 걸까 신기했다.  

오스카 와일드의 책은 '별아이'란 제목이었는데 이미지가 안 뜨길래 펭귄 클래식 책으로 구색을 맞췄다.(표지가 맘에 들어서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은 무척 거칠게 쓰여졌지만 진심이 팍팍 느껴지는 책이었다. '과테말라'가 배경이라는 것도 신선했고. 

 

8. 큰 외삼촌은 사실 얼굴이 너무 낯설었다. 아마도 몇 차례 만난 적은 있겠지만 원래 사람 잘 못 기억하는 나는 당최 기억에 없는 얼굴. 뭐, 삼촌도 내 얼굴 모르실 게다. 첫째냐, 둘째냐 물으시길래 막내라고 했다. 엄마랑은 아빠만 같은 남매여서 그렇게 가까워 보이지도 않는다. 아마 앞으로도 별로 안 마주치고 살듯 하다. 어제처럼 황당한 이유로 찾아오지 않는다면. 

9. 막내 외삼촌. 지난 번 전화 통화로 그렇게 알려드렸는데도 불구하고 집까지 찾아와서 자신이 보증 설 테니 우리집 보증금으로 대출 잡아달라는 말이, 어떻게 감히 나올 수 있을까, 참! 신기했다.  

달랑 한 장 짜리 보증금이라 대출도 안 되지만. 

암튼, 문제는 땅이었다.  

20년 전에 돌아가신 외할아버지가 자녀들 모르게 땅을 사둔 게 있는데, 그게 10년 전에 도로가 나면서 보상을 받은 거다. 아들 3명이 3천만원씩 유산으로 받고 딸들은 700만원씩 받았더랬는데, 2년 전인가 3년 전인가 문중에서 소송을 걸어 그건 할아버지 땅이 아니라 신씨 가문 땅이라고 보상금을 다시 찾아갔다. 60% 비율로. 우리 집도 400만원인가 뱉어낸 걸로 아는데, 삼촌이 그거 뱉어내느라 무지 욕보시는 거란다.  그때 당시 우리 교회에 십일조 냈던 300만원이 아쉬운 이때에 자꾸 생각이 나시는 게지. 그리하여 자꾸 찌르시는 거다.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 치사해서 다시 돌려주고 싶더래도 없단 말이다. 참, 거시기 하오! 

10. 날이면 날마다 더 놀라울 일이 생겨나는 원더풀 세상. 지루할 틈이 없다니까.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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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08-22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방학이 끝났군요. 정말 빨라요. 시간이 빨리 흘려 가니까 저야 좋지만...ㅋㅋㅋ
방학동안 책 많이 읽으셨어요? 휴가는 다녀 오셨는지요?
제 생각엔 집에서 책만 읽으셨을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_^
행복한 주말 되세요~~~

마노아 2009-08-22 19:17   좋아요 0 | URL
순식간에 방학이 끝났어요.
휴가는 거의 평생 생각도 못해보고 살았던 거라서 새삼스럽진 않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휴가 다녀오는 것 보면 부럽긴 해요.^^
책은, 들입다 읽었지요. 하도 일들이 많아서 책이라도 읽으며 집중을 해야 했거든요.^^
후애님도 주말 평안히 보내셔요. 잘 자고, 잘 먹고, 잘 쉬고요~

무스탕 2009-08-22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번 왕짜증!!
제가 그래요. 일 나갈때마다 하루를 일하건 보름을 일하건 뭔가를 쓴다니까요. 계약서 그런건 아니지만 여기도 공기업이라서 하여간 뭐를 써요. 돈도 며칠 지나야 주면서 귀찮게 굴고 있어.. -_-+

마노아 2009-08-22 21:47   좋아요 0 | URL
때마다 범죄경력서 조회도 해야 하고, 건강진단서도 내야 하고, 온갖 서류를 계속 싸짊어지고 가는 것도 참 그래요. 그나마 이번엔 같은 학교니까 서류는 많이 건너 뛰는데, 계속 나갔다 들어왔다를 반복하니 같은 서류를 계속 작성 중이랍니다. 돈은 제때 안주거나 건너뛰기도 하면서 말예요. 저 방학식 날 출근한 것 인정 못 받아서 급여 못 받는답니다. 억울해요ㅠ.ㅠ

순오기 2009-08-23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여곡절의 삶~~~
내가 읽은 책은 똑똑한 고양이 한권이네요.^^

2009-08-23 16: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8-23 1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09-08-26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도 참 이래저래 일이 많으세요...^^
그런데 그걸 이렇게 정리하시는 것도 대단하시고...^^
저는 본 책이 하나도 없는걸요...ㅜㅜ

마노아 2009-08-26 23:22   좋아요 0 | URL
사건 사고 많은 인생이지요. 누구나 그렇지만요.^^
본의 아니게 집을 뛰쳐나가서 시간 때우느라 본 책들이에요.
그래도 대체로 만족스러웠답니다.^^
 

달무리는 달 주위에 나타나는 동그란 빛의 띠로, 대기 중에 떠 있는 먼지나 얼음알갱이에 의해 햇빛이 굴절, 반사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그래서 달무리는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날 보다는 얼음알갱이가 하늘에 엷게 퍼져 만들어지는구름인 권운과 권층운이 낀 날에 쉽게 나타난다.  

옛말에 ‘달무리가 있으면 비가 온다’는 말이 있는데, 실제로 달무리가 나타나는 날은 비가 올 확률이 60~70%정도로 매우 높은 편이다.  

일반적으로 권운은 맑았던 날씨가 흐려지기 시작할 때 나타나고, 권층운은 태풍이나 전선이 다가올 때 나타난다.  

권운이나 권층운처럼 엷은 구름은 따뜻한 공기가 찬 공기를 타고 올라갈 때 생기며, 이 따뜻한 공기가 비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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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9-08-22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전 반대로 알고있었네요.
전 달무리가 지면 가문다고 알고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넹.. --a

마노아 2009-08-22 21:48   좋아요 0 | URL
응? 전 비온다고 들었는데... 흐린날 달무리가 지는 것 같았거든요. 그나마 못 보고 산지 한참이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