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버딕의 미스터리 문지아이들
크리스 반 알스버그 글.그림, 김서정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정말 미스터리 그 자체인 동화랍니다. 상상력이 빼어나서 늘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게 하는 알스버그의 책이에요. 

머리말에서 알스버그는 이 책이 나오게 된 배경을 이야기합니다. 이 책에 실린 그림들은 피터 웬더스라는 사람의 집에서 처음 보았는데, 30 년 전 그의 사무실에 해리스 버딕이라는 남자가 그림들을 들고 찾아왔답니다. 이야기 열네 편을 썼고, 그 이야기에 딸린 그림들을 그렸다고요. 이야기 한 편당 그림 한 점씩을 가져왔으니 책으로 만들 만한지 봐달라고 청한 거지요. 

피터 웬더스는 그림에 매혹되어서 글을 보고 싶어 했는데, 화가는 다음 날 오겠다며 그림만 두고 가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답니다. 그리하여 완벽하게 미스터리로 남은 해리스 버딕. 게다가 그의 그림들도 미스터리 그 자체. 이야기를 끄집어내지 않고는 못 견디게 만드는 힘이 있지요. 이에 알스버그는 그 그림들을 자신의 그림으로 다시 옮겼다는 게 이 그림책의 시작입니다. 자, 그림들을 좀 지켜볼까요?





첫번째 그림의 제목은 이렇습니다.

 '아치 스미스, 소년의 놀라움' 

아주 작은 목소리가 물었다. "얘가 그 애야?"

그리고 두번째 그림은 이렇지요.

양탄자 밑에서

두 주일이 흐른 뒤 그 일은 또 일어났다.

어떤 생각이 드나요? 약간의 오싹함과 미스터리가 팍팍 몰려오지 않나요?

특히나 얘가 그 애냐고 묻는 존재에 대한 궁금증과 두려움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잠을 자고 있는 아이의 평온한 얼굴과 대비되어서 더 긴장감을 일으키지요.  두번째 그림도 마찬가지에요. 양탄자 밑에서 무언가가 솟아 오르고 있고, 참다 못한 남자는 당장이라도 의자를 내리칠 기세지만, 그러고 나면 그 속의 녀석은 어디론가 도망쳤다가 다시 나타나고 말 거예요. 남자는 히스테리를 견디지 못해서 이사를 가버릴 지도 모르지요.

좀 더 그림을 지켜볼까요?



세번째 그림의 제목은 이렇습니다. 

7월의 신기한 날

있는 힘껏 던졌지만, 세 번째 돌멩이는 통통 튀어 다시 돌아왔다.

네번째도 들어보세요.

베니스에서 길을 잃다

엔진의 힘을 끝까지 올리면서 뒤로 물러나려 했지만,
그 큰 배는 뭔가에 끌려 계속 운하 안으로 나아가기만 했다.


세 번째 그림은 일단 이뻐서 찍어 봤습니다. 어릴 때 시골 큰 댁에 가 보면 동네에 우물이 있었는데 턱이 없이 바닥 높이였어요. 거기에 막대기를 세로로 꽂으면 물이 다시 튕겨내어서 막대기가 위로 올라오곤 했지요. 어떤 과학적 원리가 있는지 알지 못했지만 그저 튕겨내는 나무 막대기가 신기해서 자꾸만 우물 속에 던져보곤 했답니다.  이 책을 읽었더라면 그 속에서 누군가가 다시 되던진다고 여겼을 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했다면 아마 무서워서 다시는 나무막대기를 던져보지 못했을 겁니다. 지금은 그 우물이 이미 메워지고 없을 테지요...

네번째 그림은 무척 오싹했습니다. 시커먼 운하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그림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게다가 배 옆으로 보이는 건물들이 휘어져 있는 것도 공포감을 느끼게 했어요.

문득, 미하엘 엔데의 단편 소설이 생각났어요. 어떤 복도 끝에서 문 밖의 사람을 보면 원근법이 반대로 작용해서 멀리 있는 사람이 오히려 크게 보여서 무서웠더라는 고백 말이지요. 꼭, 그런 느낌을 전달해 주는 그림이네요.

몇 장의 그림을 더 보지요.



제목은 이렇습니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

그의 가슴이 쿵쾅거렸다. 손잡이가 돌아가는 것이 똑똑히 보였다.

하프

사실이네, 하고 그는 생각했다. 진짜 사실이야.

왼쪽의 그림은 어딘가 이상한 구석이 있어요. 계단을 내려오는 다리의 주인공은 거인처럼 보여요. 벽에 걸린 스케이트도 마찬가지로 크구요. 그런데 집은 아주 작아요. 천장도 낮고 벽에 나 있는 문도 작지요. 그런데 이 문은 갑자기 생긴 듯 보여요. 벽에 균열이 가 있는 것이 말이지요.  손잡이가 돌아가는 것을 보고 긴장한 것은 이 거인일까요, 문 너머의 사람일까요? 거인은 문 앞에 다다르지 않았으니 놀란 건 오히려 거인일 수도 있어요. 초대받지 않은 누군가로 깜짝 놀랐다면, 이 거인은 어쩌면 몹시 겁이 많고 소심한 사람일지도 몰라요. 문 너머의 누군가... 정말 궁금하고도 무섭네요.

하프 편에서는 개(아마도?)를 데리고 온 어떤 남자가 보이네요. 아마도 하프가 저 혼자 울리고 연주한다는 소문을 듣고 온 건 아닐까요? 수선화와 에코 전설이 떠오르기도 해요. 

이런 식으로 그림은 모두 열 네장입니다. 6장만 사진으로 담아봤어요. 궁금증을 남겨야 하니까요.^^

알스버그는 해리스 버딕의 미스터리라고 했지만, 이 작품은 그야말로 알스버그의 미스테리겠지요? 
피터 웬더스라는 인물은 가공의 인물이고, 알스버그가 베꼈다고 말하는 그 그림도 시작은 알스버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게 아니라 정말 그런 인물이 있었던 거라면 그야말로 미스테리 걸작이지요. 스티븐 킹이 영감을 받아갔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 아닐 거예요. 미국에서는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이 글쓰기 교재로도 쓴다고 하는데, 아이들의 인원 이상의 다양한 이야기 거리가 등장했겠지요. 게 중에는 알스버그의 생각을 뛰어넘는 이야기도 있었을 거예요. 그런 이야기들이 궁금해지는 순간입니다. 

글은 별로 없지만, 게다가 흑백 그림이지만, 무수한 이야기와 상상력이 숨어 있는 이 미스터리한 책, 참 놀랍고 대견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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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09-14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화도 미스터리가 있었군요.^^
그런데 그림들이 어둡네요.
그림들이 어두워서 그런지 공포영화가 떠오릅니다. ㅎㅎㅎ

어제 스티븐 킹 책을 검색하다가 표지들이 무서워서 포기를 했어요.
내용은 그렇다치고 책 표지만큼은 상큼하게 나오면 구입할 건데 표지까지 겁을 주니 말이지요. ㅋㅋㅋ
제가 마음에 드는 책들은 거의 표지가 으시시했거든요.^^

마노아 2009-09-14 14:43   좋아요 0 | URL
은근히 섬뜩하더라구요. 그야말로 미스터리 그 자체였어요.
스티븐 킹 책은 한 권도 못 읽었어요.
다만 책 추천사에 이름을 여러 차례 보긴 했지요. 모든 책이 다 훌륭하다고 쓰더만요.ㅎㅎㅎ

후애(厚愛) 2009-09-14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 위에 있는 이미지 말인데요.
<위험한 경제학> <신채호>... 책들을 어떻게 올리는지 좀 가르쳐 주세요.^^
또 무식이 들통나는 접니다.^^;;

마노아 2009-09-14 14:44   좋아요 0 | URL
그 녀석들 랜덤이어서 자꾸 바뀌어요.
관리자 모드에서 'TTB2'광고 설정을 하는 거거든요.
본인이 원하는 책으로 설정할 수도 있는데 이건 광고 효과가 적어서 수익금이 적구요.
랜덤으로 돌아가는 건 그나마 좀 낫다고 하네요.
이게 말로 설명하기가 힘이 들어요.^^
서재관리에서 들어가서 클릭클릭 해보셔야 합니다. ^^;;;;

후애(厚愛) 2009-09-15 06:14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그럼 서재관리에 들어가서 열심히 클릭클릭 해봐야겠어요. ㅋㅋ
감사합니다.^^

마노아 2009-09-15 11:19   좋아요 0 | URL
TTB2 광고 설정이 시작입니다. 계정 추가하고 위치 잡고, 광고로 넣을 책 선정하고~ 요런 단계예요.^^

hnine 2009-09-14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도, 이 책이 태어난 동기도, 미스테리가 가득한데요.
미스테리 동화라, 제목을 어디 적어두어야겠습니다. 한번 읽어보게요.

마노아 2009-09-14 14:44   좋아요 0 | URL
예전에 섬사이님 서재에서 보고는 보관함에 담아뒀는데 요번에 도서관 가니까 있더라구요.
냉큼 빌려왔어요. 미스터리의 향기가 몽글몽글 피어올라요.^^

카스피 2009-09-14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림 자체가 미스터리한 느낌을 주고 있네요^^

마노아 2009-09-14 19:55   좋아요 0 | URL
2차원 평면 그림으로도 3차원의 효과를 주는 기분이었어요.^^

같은하늘 2009-09-18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이런 신기한 그림책도 있군요.
이런 신기한 책을 자세히도 아시는 섬사이님도 신기해요.ㅎㅎ

마노아 2009-09-18 15:14   좋아요 0 | URL
알라딘엔 정말 고수님들이 넘흐 많으셔요.^^
 
세 가지 질문
레오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원작, 존 무스 글 그림, 김연수 옮김 / 달리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오랜만에 동화를 읽으니 좋다. 게다가 마음에 쏙 드는 동화였으니 더 기분이 좋다.  

레오 톨스토이 원작을 동화로 각색해 냈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질문에 대한 화두이다.  



니콜라이에게는 세 가지 질문이 있었다. 그 답을 알 수만 있다면 언제나 올바른 행동을 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여, 친구들에게 질문을 던져 본다.

가장 중요한 때는 언제일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니콜라이의 친구들은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니콜라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답을 주지는 못했다. 

왜가리 소냐도, 원숭이 고골리도, 그리고 개 푸슈킨도.

이제 눈치 챘는가? 니콜라이부터 소냐, 고골리, 그리고 푸슈킨까지. 모두 톨스토이와 관련된 인물을 이름으로 쓰고 있다는 것을.

원작에서는 니콜라이가 어린 소년이 아니라 황제이니 친구들의 이름도 다르게 나올 것이다. 물론, 상황도 같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좀 더 어린이 눈 높이에 맞추어서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늙은 거북이 할아버지는 현명하니까 분명 답을 주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니콜라이는 삽질...이 아니라 밭을 갈고 있는 레오 할아버지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

가장 중요한 때, 가장 중요한 사람, 가장 중요한 일에 대해서 말이다. 

할아버지 대신 밭도 갈아주었지만 니콜라이는 쉽사리 답을 얻을 타이밍을 얻지 못한다. 긴급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갑자기 몰아친 폭우, 쓰러진 나무에 다리가 깔린 팬더 곰을 구해낸 레오. 기운도 좋다. 번쩍 들어 안고 레오 할아버지 집으로 고고!

그런데 할아버지 집이 꼭 우리나라 집처럼 생겼다. 원작의 배경은 러시아이고 이 책을 각색한 사람은 미국인인데도 말이다.  물론, 팬더 곰이 나오는데 다른 무에가 문제가 될까.

팬더 곰 하나 구한 걸로 끝나지 않는다. 팬더 곰의 어린 아기도 구해야 했으니까.



고생한 레오에게 따뜻한 차 한잔을 대접해 주는 레오 할아버지. 그림 밖으로도 따뜻한 기운이 번질 것만 같다.

소년은 아직도 자신이 가졌던 질문에 해답을 찾지 못했고, 그래서 답답하기만 하다.

그러나 빙그레 웃어주는 레오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니콜라이가 이미 해답을 알고 있다고 말씀하신다. 아니, 어떻게???



학창 시절에 죽고 못 살만큼 꼭 붙어 다니며 우리 우정 변치 말자 꼭꼭 믿고 있던 그 친구들. 지금은 연락 잘 하고 지내는지? 

직장 생활 중 단짝처럼 붙어다니며 같이 밥 먹고 같이 영화 보고 함께 좋아 지내던 그 동료들, 지금도 줄곧 연락하고 지내던가?

한 직장에서 오래오래 계속 근무했다면 혹 모르겠지만 길어야 2년 밖에는 함께 있지 못했던 나는, 일년에 몇 차례 전화 통화하고 일년에 한 번 정도 얼굴 보는 게 고작이다. 학교 시절 친구들은 결혼할 때, 아기 돌잔치 때나 소식 전하며 얼굴을 본다. 

그건 꼭 무심해서라기보다,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다들 그렇게 바쁘게, 제 삶을 사느라 정신 없이 지낸다. 우리가 문학소녀일 때 그 모습 그대로 같이 늙어가진 않는다. 그래서 언제나,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 더 소중하다.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사람,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더 중하다고 여긴다. 지금 충실하지 않으면, 지금 만족하지 않으면 그 결핍이 계속 누적될 것만 같았다. 

이 책의 메시지도 그렇게 읽힌다. 지금 이 순간, 지금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일... 그것들이 참으로 중요한 인생의 세 가지 질문의 답이며 다시 질문이 된다. 

원작에서는 니콜라이 황제가 팬더 곰을 구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해치려고 한 상대를 구하게 되면서 깨달음을 얻어간다고 한다. 궁금해서 검색을 해 보았더니 '인생이란 무엇인가' 3편(행복)에 들어 있는 단편이라고 한다. 어이쿠, 페이지가 무려 1006쪽! 책꽂이에서 무척 빛이 날 것만 같지만 일단 겁부터 엄습하는구나. 

도서관에서 해당 단편만 먼저 보고 오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일단은 이 작품이 가장 궁금하니까. 
표지가 예뻐서 산 크로이체르 소나타가 단편집이라는 걸 이 책 읽으면서 알아차렸다.(민망함..;;;) 

러시아 미술사에서 본 톨스토이의 초상화가 떠오른다. 형형했던 그 눈빛. 뿐인가. 일리야 레핀의 그림 속에서도 톨스토이는 구도자의 모습을 닮아 있었다. 역시, 거장 답다. 그러니 이렇게 반한 나머지 헌정과도 같은 동화책이 나올 테지. 읽어야 할 톨스토이의 작품이 많다는 게 기분 좋아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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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9-09-14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그림 예쁘네요!! 번역이 김연수씨면 소설가 김연수씨를 말하는 걸까요?

마노아 2009-09-14 14:45   좋아요 0 | URL
그 김연수 씨가 맞아요. 종종 번역가로서도 만나게 되더라구요.^^

카스피 2009-09-14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어려운 질문을 이쁜 그림과 함께 그린 동화책이네요^^

마노아 2009-09-14 19:08   좋아요 0 | URL
글도 좋도, 그림도 좋고,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흠뻑 좋아요.^^

같은하늘 2009-09-18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오한 그림책이군요...

마노아 2009-09-20 23:32   좋아요 0 | URL
조카 주려다가 제가 갖기로 한 책이랍니다. 하하핫^^

비로그인 2009-09-20 2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제가 서점에서 본 책이 이 책 맞아요.

마노아 2009-09-20 23:32   좋아요 0 | URL
오, 더 반가워져요.^^
 
멀쩡한 이유정 푸른숲 작은 나무 13
유은실 지음, 변영미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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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언니가 나한테 꼭 읽히고 싶은 동화책이 있다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주인공이 '길치'라고 한다. 호곡! 

이 책에는 단편이 다섯 개가 실려 있다. 언니가 나를 향해 꼭 읽어보라고 한 '멀쩡한 이유정'을 제일 먼저 읽었다. 이 책의 표제작이기도 하다.  

이유정은 초등학교 4학년인데 새 집으로 이사하고 3주가 되도록 두 살 어린 동생을 따라 등하교를 한다. 심각한 길치이기 때문이다. 멀쩡한 이유정이 그 정도도 못하겠느냐마는, 유정이에게는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어느 날 의리 없이 먼저 가버린 동생 때문에 온통 헤매며 집을 찾아가는 유정이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책을 통해 펼쳐진다. 정말, 남일 같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의 일이다. 중학교 때 멀리 이사를 가는 바람에 그 고등학교에는 전교에서 나 혼자 입학했다. 당연히 아는 사람도 없고 동네도 낯설다. 버스에서 내려서도 한참을 걸어야 도착하는 학교. 그 사이사이 골목길은 어찌나 많은지... 늘 뭔가 공상에 잠겨 있던 나는 앞에 똑같은 교복을 입은 우리 학교 학생을 쫓아가다가도 금세 그 학생을 놓쳐서 헤매기 일쑤였다. 물론 또 다른 같은 교복 여학생을 찾아서 기어이 학교까지 도착하기는 했지만, 15분이면 갈 거리를 늘 30분 걸려서 도착했다. 1학기 내내. 2학기 들어서는 안 헤매고 잘 찾아간 듯하다. 그러니까 학교 가는 길을 익히는데 한 학기를 꼬박 바쳤다는 이야기.  

그런 종류의 에피소드는 늘 무궁무진했다. 첫 직장의 학교는 전체 학급이 60학급에 다다를 만큼 아주 규모가 컸는데 당연히 건물도 많았고, 그 건물들은 내게 미로처럼 보였다. 찾아가려는 교실까진 무사히 갔는데 교무실로 다시 되돌아 오는 일은 어찌나 어렵던지. 결국 다시 큰 길로 나가서 운동장 가로질러 오기 일쑤였다. 그런 미로 스타일의 학교가 그 후로도 얼마나 많던지...;;;; 

그래서, 유정이의 당황스런 마음이 너무도 십분 이해가 된다. 그리고 유정이의 학습지 선생님까지. 

작품집이 굉장히 유쾌하다. 두번째 단편을 빼면 대체로 좀 심각한 상황을 소재로 삼았는데도 전혀 어둡지도 않고 우울하지도 않고 유머와 감동을 같이 전한다. 개인적으로는 첫 번째 에피소드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할아버지에 대한 자랑을 하고 싶었던 손자 녀석은 할아버지가 술주정뱅이였다는 얘기를 할머니로부터 듣고는 이만저만 실망하는 게 아니다. 믿었던 외할아버지도 노름꾼이었다고 하니 할아버지 자랑 프로젝트는 물 건너가게 생겼다. 숙제를 해가야 하는 아이더러 거짓말을 쓰라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부끄러운 얘기를 고스란히 적을 수도 없는 엄마와 할머니의 고민이 그렇게 시작된다. 그러나 걱정은 마시라. 두 분이 짜낸 지혜가 얼마나 만족스럽던지. 그렇게 쓴다면 나도 내 가족에 대해서, 내가 아는 사람들에 대해서 보다 낭만적으로 쓸 수 있을 것 같다.  

그건 단지 '긍정적으로' 말하기의 범주라기 보다, '지혜롭게' 넘어가기의 느낌이다. 그리고 그 편이 더 사실적이고 현실적이고 마음에 드는 처방이다. 인위적인 긍정 주문이 아니어서 말이다.  

두번째 단편 '그냥'은 좀 안쓰러웠다. 우리의 교육 현실이 갈수록 태산이지 않았던 적이 어디 있겠냐마는, 요즘 들어 더 심각하게 위기를 느끼면서 그 까닭은 이 사회가 병들었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려버렸다. 도대체가 인생의 관심사라곤 아이들 사교육과 아파트 밖에 없는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엄마가 동생을 출산하게 되어 고모 집에 맡겨진 진이는 뭐든 내키는 대로 해보면서 거기에 대해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못하고 '그냥'이라는 말로 대신한다. 엄마라면 어림 없었지만 고모는 그 '그냥'을 용인해 주시는 분이다. 학원 가기 싫을 때도 있고, 학습지 하기 싫을 때도 있고, 그저 내키는 대로 길을 걷고 아아아아~ 타잔 흉내를 낼 수도 있는 일인데, 사소한 것 하나하나 모두 금지되고 규격화된 삶을 벌써 사는 아이의 갑갑함이 절절하게 전해졌다. 그리고 기분 좋은 '이모'가 아닌 '고모'가 등장한 것도 좀 기뻤다. 보통은 '이모'가 '고모'보다 더 가깝게 받아들여지곤 했던 것 같아서 말이다.^^ 

세번째 단편이 처음에 말했던 '멀쩡한 이유정'이고 네번째는 제일 마음이 아팠던 '새우가 없는 마을'이다. 엄마 아빠가 모두 집을 나가버리고 할아버지와 함께 생활 보호 대상자로 살고 있는 '사나이' 이기철! 가진 것 없고 배운 것 없어도 손주를 향한 마음은 누구 못지 않은 이 당당한 할아버지의 좌충우돌 왕새우 먹기 프로젝트는 안타깝게도 성공하지 못한다. 버스 타고 40분을 나가야 갈 수 있는 마트에서 판다는 왕새우. 카트를 빌려서 담아야 한다는 왕새우. 할아버지는 그만 겁이 나시고 만다. 해본 적이 없고 본 적이 없으니 두렵고, 값이 비쌀까 겁나고, 갔다가 더 실망만 하고 눈앞에서 돌아올까 겁이 났던 할아버지. 너는 나중에 새우가 있는 마을에서 살라는 당부는 한 편으로 웃음을 주면서 더 깊은 안타까움을 남긴다. 그렇다고 이 이야기가 우울하거나 슬플 거라고 예상하면 곤란하다. 더 진하고 예쁜 마무리가 있으니 말이다. 

마지막 단편은 '눈'이다. 어린 나이에 이미 아버지를 잃은 영지는 하나님이 공평하지 않다고 이런저런 불만에 싸여 있다. 엄마는 공기가 모두에게 공평하다고 말했지만, 동네 공기가 나빠서 폐가 좋지 않은 엄마를 볼 때 공기도 절대로 공평하지 않다. '눈'은 공평하다고 여겼는데, 이웃집 가난한 꼬마 아이는 장갑도 없어서 눈사람을 못 만들고 있으니 눈도 역시 공평하지 않다는 게 영지의 결론. 엄마는 영지가 세상을 공평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를 했지만 영지는 제 장갑을 나눠줄 생각을 하니 그 기도 역시 공평하지 않다고 여긴다.  

고3 때 살았던 집은 아주 가파른 달동네에 있었는데 하루는 학교에 가려고 집을 나서니 눈이 꽝꽝 얼어서 도저히 내려갈 엄두가 안 났다. 일찌감치 깨어서 집 앞 상태를 확인한 곳은 드문드문 연탄재라도 뿌려놓았지만, 대부분은 급강하 길이어서 고민을 하다가 썰매 타듯이 쭈그리고 앉은 채 장갑 낀 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내려가리라 결심을 했다. 그런데 내 뒤로 내려오는 중학생 여자 아이는 장갑조차도 없었다. 교복 치마 입은 두 여학생은 넘어지면 더 곤란한 상황. 그래서 장갑 한 짝씩 나눠 끼고서 조심조심 그 언덕을 내려왔다. 마지막에 장갑을 돌려받기는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장갑을 내줄 생각은 못했던 듯하다. 그 아이가 장갑이 없는 건지 그 날만 잊은 건지도 사실 모르겠고. 

어쨌든, 영지가 그랬던 것처럼, 그날 나 역시 세상을 공평하게 하는 일에 아주 작은 도움은 되어준 것일까?  

조카는 이제 글밥이 제법 있어도 개의치 않고 즐겁게 읽는 듯하다. 요는, 글의 양이 아니라 재미인 듯! 조카도 이 책을 무척 재밌게 읽었다 한다. 나 역시 유쾌함과 감동을 같이 받으며 즐겁게 독서를 마쳤다. 작가님의 다른 책도 좀 더 찾아볼 생각이다. 최근에 뭔가 나왔던 것도 같고...  

그리고, 이 책의 그림을 당당하신 변영미 작가님께도 감사의 한 표를 던진다. 글에 꼭 맞는 유쾌한 그림들. 모자라지도 않고 넘치지도 않는 이 감각이라니! 서로에게 환상의 호흡이 되어주신 듯하다. 감사의 배꼽 인사. 꾸벅~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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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9-13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멀쩡한 이유정' 제목은 친숙했는데 내용은 전혀 몰랐어요.
길치~ 그건 어떻게 극복이 안되나 봐요.ㅜㅜ

마노아 2009-09-14 14:40   좋아요 0 | URL
길치의 운명에서 벗어나려는 집착을 버리는 게 더 빠를 것 같아요..ㅜ.ㅜ

세실 2009-09-14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치 2 여기있습니다. 네비가 나와서 정말 다행이어요~~~
요즘 이런 류의 책 참 많아요. 그만큼 세상이 각박하고, 어려운 아이들도 많다는 이야기겠죠.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 크는 아이들이 갈수록 많아지니 원....

마노아 2009-09-14 14:41   좋아요 0 | URL
운전 못하는 저는 네비의 지언도 없어요.(>_<)
아이들 책이라고 각박한 세상 현실을 쉬쉬하지 않고 그 안에서 다독일 수 있는 내용을 보여주는 게 더 좋더라구요. 안타깝기는 해도요...
 

친구 집들이에 다녀왔다. 이사하고 첫 방문이어서 집들이라고 말을 했지만 그저 얼굴 보고 반가워 수다 떨고 온 셈. 

담주면 친구 언니네 둘째 딸 돌잔치가 있어서 한 번 더 볼 수 있다. 모처럼 자주 본다고 기뻐했다.  

친구의 두 딸에게 내가 예뻐라 하는 책을 한 권씩 선물했다. 즐겁게 읽을까?  

큰 딸이 9살이고, 둘째가 7살인데 세계지도 퍼즐을 사주기로 약속했다. 그러고 보니 전에는 아틀라스 세계사 책을 선물했고, 그 다음에는 입체 지구본을 선물했는데 계속 내 취향의 선물을 안겼다. 아이들이 어려서 좀 어려울까? 그래도 녀석들이 세계지도와 친해졌으면~

 

 

 

 

 

 

돌아와 보니 택배 두 상자. 하나는 책 상자, 하나는 엊그제 주문한 외장하드. 



거미 여인의 키스는 순전히 다락방님 덕분...ㅎㅎㅎ 조만간 하루키 소설을 지르는 건 아닐까 우려(?)가 된다.^^ 

외장하드는 실물도 이쁘장하다. 그런데, 어떻게 설치하지?? 

설명서를 읽어봤는데 무슨 외계어 같다..;;;;; 

1번 사용 방법에 '외장하드 절정기능은 삼성 하드디스크를 권장 합니다.' 

라고 적혀 있다. '절전'의 오타겠지? 그런데 왜 삼성 하드디스크를 권장할까? 이 제품이 삼성 계열사인가?  

집에 usb 4port HUB가 있는데 2.0이 아니다. 외장하드를 연결하려면 2.0 포트로 갈아줘야 하나?  

한참 미친 듯이 책을 팔아치우면서 책 꽂을 공간을 만들었더랬다. 세워진 책들 위로 누운 책이 보이지 않을 만큼. 

그런데 어느새 세워진 책들 위로 누운 책들도 꽉 차버렸다.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렸을까..ㅜ.ㅜ 

더는 책장을 사도 둘 데도 없는데 말이다. 다시 책장을 사려면 화장대 용으로 쓰고 있는 식탁을 치워야 한다는 얘기인데 어쩌지...? 

그 와중에 다음주 세일하는 책장이 눈에 띈다. 아쒸... 이러면 안 돼 안 돼 안 돼...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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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12 2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13 0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09-09-12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욕심을 버리지 못해서 요새 남편에게 한소리 듣고 있어요.ㅠ.ㅠ
거미여인의 키스 저도 아직 못 봤는데 보고 싶어요.^^

마노아 2009-09-13 00:27   좋아요 0 | URL
같은 고민하는 무수한 알라디너들을 우리 같이 알고 있는 듯해요.^^

후애(厚愛) 2009-09-13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눈에 보이는 건 이쁜 외장하드와 바로 책장입니다.
외장하드 색이 너무 고와요. 그리고 저도 저 책장 너무 마음에 드는 것 있죠?^^
제가 지금 한국에 있었다면 바로 주문했을거에요. ㅋㅋㅋ

마노아 2009-09-13 10:43   좋아요 0 | URL
저 책장은 여백의 미를 살리려면 벽지도 예뻐야 할 것 같아요. 그렇지만 책을 빽빽히 꽂을 때는 뒷 공간이 잘 안 보일 거예요. 높이가 높은 것은 마음에 든답니다.^^

세실 2009-09-13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장하드 참 예뻐요. usb도 쓰지 않는 전 그저 386세대^*^ ㅎㅎ
방 하나를 도서관으로 만들었는데도 책이 넘칩니다. 무언가 특단의 조치를 해야 할듯 해요.

마노아 2009-09-13 12:53   좋아요 0 | URL
아날로그가 그리울 때도 분명 있지요.^^
아, 방 하나를 도서관으로 쓰시다니 역시 남다르십니다! 우리의 책 욕심은 약이 없어요.^^

2009-09-13 1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13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09-09-13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친구의 딸이 9살이면 마노아님은 언제 결혼하는 겁니까...? 국수 먹여주세욧!
이런 사람 젤 싫죠?ㅋㅋ3=33=3

마노아 2009-09-13 16:40   좋아요 0 | URL
제 친구가 좀 일찍 시집을 갔습니다.^^ㅎㅎㅎ
저도 과년한 편이지만 시집 가라는 압박은 별로 없어요.
제 위로 아주 꽉 찬 울 언니가 버티기 때문입지요.ㅎㅎㅎ

조선인 2009-09-13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준 스펙이라면 1.0 인터페이스라도 인식은 가능할 겁니다. 다만 전송속도가 느려지니 2.0을 권장하는 거고, 가끔 1.0을 인식하지 못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마노아 2009-09-14 14:41   좋아요 0 | URL
컴퓨터에 바로 연결하면 2.0구분 필요 없는 거겠죠? 허브 연결하면 느릴 것 같아서 컴 본체에 바로 꽂아서 사용했어요.

조선인 2009-09-15 08:14   좋아요 0 | URL
정답이십니다. ^^

마노아 2009-09-15 11:19   좋아요 0 | URL
외장하드 사자마자 컴이 대폭 바이러스 먹어서 어제 생쇼 했어요. 옮긴 녀석들은 압축해서 담았더니 그 자리에서 재생이 안 되더라구요. 그냥 복사해서 옮길까봐요. 불편하더라구요.^^

무스탕 2009-09-14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마틴존 표지는 코스툼 분위기가 납니다 +_+

(다락방님은 글쎄 알라딘에 터잡고 살고 있는 지름신이라니까요. =3=3=3)

마노아 2009-09-14 14:42   좋아요 0 | URL
실제 연재물에선 진짜 고양이와 개가 주인공이랍니다. 그 녀석들을 의인화해서 표지를 장식하게 했어요. 다락방님은 책임지셔야 합니다. ㅎㅎㅎ

같은하늘 2009-09-18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장하드 정말 이쁜걸요~~~^^
저 세계지도는 저도 탐나는데 너무 비싸서 눈물을 머금고 있는데
선물로 받는 아이들은 얼마나 좋을까요? ㅎㅎㅎ

마노아 2009-09-18 15:15   좋아요 0 | URL
적립금 모으느라고 아직 주문을 못했어요. 내일은 주문하려고요.
아, 그런데 이번 주에는 중고책 주문을 많이 해서 적립금이 사실 별로 없답니다. ^^
 

산도르 마라이의 책 '열정'과 '유언'을 무척 재밌게 읽었다.  

마르크 뒤라스의 '모데라토 칸타빌레'를 읽었을 때와 비슷한 감정인데, 애석하게도 뭐가 어떻게 좋았는지 설명하기는 참 힘들다.  

더 애석한 것은 열정과 유언은 그나마 줄거리가 기억이 나는데 모데라토 칸타빌레는 내용이 생각이 안 난다. 어떤 영상만 컷으로 남아 있을 뿐.  

이 세 책은 비슷한 시기에 읽었을 것이다. 누군가의 서평을 보고서 반해서.  

뭐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 산도르 마라이의 신간이 나왔다. 책의 이미지가 깔끔하다. 어떤 책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실물을 먼저 보고 싶다. 오프 서점을 언제 나가보려나. 요새는 피곤에 쩔어서 잠이 들었다가 피곤에 지쳐서 깬다. 내일은 놀토다. 친구 집들이를 가야 하긴 하지만 아침 잠은 좀 자겠구나. 만세!!! 

선비, 왕을 꾸짖다 

제목이 마음에 든다. 삼국시대부터 조선 시대까지 유명한 상소문과 그 해설을 담아냈다고 한다.  

좀 더 일차 사료에 다가갈 기회가 아닐까.  

역시 표지와 글자 색이 눈에 띈다.  

두껍고 비싼 책인데 실물 확인하고서 장바구니로 보내야겠다.  

아니면 도서관으로 고고씽~ 


 백무현 화백의 만화 김대중이다. 

만화 박정희와 만화 전두환을 몹시 인상깊게 보았는데 이 책 역시 뭔가 제대로 보여줄 것만 같다.  

이 책은 장바구니로 바로 보내야겠다. 기왕이면 3권 표지도 다른 그림이었으면 좋았을 것을... 싶은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알고 보니 3권은 미출간이라 예약도서다. 그래서 표지가 2권이랑 같게 나왔나 보다.)

표지에는 그야말로 청년 김대중이 있다. 울컥거린다. 

 
한일병합사1875-1945 제목이 속 쓰리지만 사진 자료가 볼 만할 듯하다. 

월요일에 도서관에 책 신청 마감했는데 일주일만 빨랐어도 같이 신청했을 것을...ㅜ.ㅜ  

비슷한 컨셉으로 외국인이 찍은 사진에 우리 학자가 해설을 붙인 '꼬레아 에 꼬레아니'다 눈에 띈다.

두 책 모두 책이 비싸서 선뜻 살 엄두가 안 난다. 일단 서점에서 확인하고 지역 도서관에서 빌려 읽든가, 아니면 작정하고 구매를 해야겠다. 비슷한 강준만 교수의 한국 근대사 산책은 무려 10권인데 1권만 정가제 시행에서 벗어나 있다. 언제 다 벗어나나. 그 전에 읽어야하는데 말이지비... 

재밌게도, 강준만 교수의 신작도 같이 나왔다.  

책이 너무 자주, 금세 뚝딱 나오다 보니깐 이젠 별로 놀라지도 않고 요란을 떨지도 않는다.  

이 책 한 권을 통해 수 십 명의 진보 인사들이 말하는 대한민국 '행복'을 읽을 수 있을 듯하다. 

행복을 읽으려다가 우리가 얼마나 불행한지를 깨닫는 건 아닐지... 

박노자 교수도 워낙 부지런히 책이 나오고 있어서 결코 따라가질 못하고 있다. 

집에 쌓인 책도 좀 되어서 또 사볼 엄두는 나질 않고, 그래도 제목만은 익혀둔다.  

전통적인 남성, 그리고 강요된 남성, 착각되어지는 남성 등등... 

'우리' 안에서는 보지 못하는, 혹은 인식하지 못하는 것들을 날카롭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볼 예정이다.(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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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09-11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산도르 마라이의 사랑을 읽었는데 좋질 않더라구요. 다른분들은 다들 좋다고들 하시던데..그리고 뒤라스의 연인은 무척 재미있게 읽었는데 모데라토 칸타빌레는 뭘 말하려고 하는지 와닿지가 앟았어요.

그런데요 마노아님. 이건 급질문인데요,
혹시 세종대왕에 관련된 책으로 읽을만한게 뭐가 있을까요? 세종대왕이 갑자기 궁금한데 말이죠.

마노아 2009-09-11 14:20   좋아요 0 | URL
저도 모데라토 칸타빌레를 이해 못해서 저렇게 다 까먹은 게 아닐까 싶어요.^^
그냥 그 분위기가 좋았는데 뭐가 어떻게 좋은지도 말하기가 힘들어요. 으하핫!

갑자기 세종대왕이 궁금해진 까닭이 뭘까요? ^^
저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세종 편을 권해요. 시리즈 4편이에요.
우리가 '대왕'이라는 칭호를 붙이는 것처럼 원래 훌륭했던 건 알지만, 정말 '거인'이더라구요.
게다가 박시백 화백은 '유머코드'가 강해요. 정사 실록을 옮겨온 역사인데도 무척 재밌게 읽힌답니다.
그밖에는 교양 한국사 시리즈 중 세종 편에서 황희 정승 일화와 관련해서 당시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들이 좀 나오는데 이건 책 한 권 딱 잘라 말하기가 힘드네요.
개인적으로는 소설 '초정리 편지'가 제일루 좋았어요. 거기의 세종대왕은 어찌나 푸근한 할아버지던지요. 으캬캬캬! (쓰고 보니 추천할 만한 책이 별로 없네요. 읽은 게 이리 없다니..ㅠ.ㅠ)

다락방 2009-09-11 15:23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조선왕조실록 세종 편이고 시리즈 4편이라면, 그 전의 시리즈를 전혀 읽지 않아도 내용에 상관없이 읽히는건가요?

마노아 2009-09-11 16:05   좋아요 0 | URL
앞에부터 읽으면 더 재밌겠지만, 4권만 따로 읽어도 이해하는데 문제 없어요. ^^

후애(厚愛) 2009-09-11 14: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선비, 왕을 꾸짖다> 관심이 가서 금방 보관함에 담아 두었어요.^^
역시 먼저 눈으로 확인을 하고 구입하는 게 좋겠죠?
저도 만화 김대중 3권 표지를 다른 그림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드네요.
표지 때문에 처음에 전3권이 아니라 전2권으로 착각을 했을 정도이니...^^;;

마노아 2009-09-11 14:21   좋아요 0 | URL
만화 박정희와 전두환은 모두 2권인데 김대중 전대통령의 일생을 생각하면 3권은 나와야 할 것도 같구요. 만화 노무현은 아직 이른 걸까요? 기왕이면 나중에라도 보고 싶은 마음이에요.^^

꿈꾸는섬 2009-09-11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들이 정말 많네요. 만화 김대중 저도 보고 싶어요.^^

마노아 2009-09-11 23:51   좋아요 0 | URL
다음 주 중에 만화 김대중 알사탕 천 개 주는 날이 있더라구요. 그날 주문하려고 해요.^^

BRINY 2009-09-12 09:21   좋아요 0 | URL
정말요? 아..알사탕의 유혹

마노아 2009-09-12 23:46   좋아요 0 | URL
달콤한 유혹...ㅜ.ㅜ

후애(厚愛) 2009-09-12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질문이 하나 있어요~~~
한국에 나가면 제가 보고싶은 책들을 구입하려고 하는데요.
제가 보고싶은 책들중에 중고책이 있는 것도 있는데요.
그런데 어떻게 중고샵을 이용하는지 몰라서요.^^;;

즐겁고, 행복한 주말 잘 보내세요~~~ ^^

마노아 2009-09-12 23:48   좋아요 0 | URL
새책 살 때처럼 장바구니에 담아서 결재하면 되어요. 중고책이 알라딘에서 파는 거면 2만원 이상일 때 무료배송이구요. 새책과 같이 사면 1만원 이상일 때 무료 배송이 되어요. 개인 판매자에게 사면 각각 배송료 설정이 다루구요.
일단 중요한 건 두 가지에요. 결제수단이 있는지와 배송 받을 주소요. 배송지는 후애님 언니네 집으로 설정하면 될 듯 한데 한국 알라딘을 결제할 수 있나요? 키티님은 미국에 계시지만 한국 집으로 중고책들을 배송 받으시더라구요.
오늘은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전 권 세트에 알사탕 천 개 주던데 후애님 생각이 문득 났어요.^^
후애님도 주말 즐겁게 보내셔요~
전 멀리 사는 친구네 다녀와서 좀 피곤한데 기분은 아주 좋아요.^^

후애(厚愛) 2009-09-13 08:47   좋아요 0 | URL
자세한 설명 고맙습니다.^^
언니집에서 주문을 하고 언니 이름으로 결재를 하려고요.
무통장 입금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중고샵이 안 되면 그냥 새책을 구입을 하려고요.
아 조선왕조실록 이번에도 못 구입할 것 같아요.
구입하고 싶은 책들이 너무 많아서 조선왕조실록은 포기해야 할 것 같아요ㅠㅠ
다음에 기회가 생긴다면 그 때 꼭!!! ㅋㅋㅋ
제 생각도 다 해 주시고 고마워요~~ ^^

마노아 2009-09-13 10:42   좋아요 0 | URL
중고책은 무통장 입금이 안 될 거예요. 카드 결제나 아니면 적립금 결제로 해야 해요.
초기에 무통장 입금을 허용했더니 중복 결제가 되어서 난감한 일이 벌어졌거든요.
저는 늘 카드 결제해서 무통장 입금은 아쉽지가 않았는데 후애님 언니는 어떨지 모르겠어요.
신한카드나 국민카드 있으면 카드사 홈페이지 통해서 알라딘 접속할 때 3%나 5%추가 할인이 있어요. 매월 1일이면 신한카드의 경우 6% 추가 할인이구요.
조선왕조실록은 너무 길지요? 다음 기회를 노려야겠어요.^^

후애(厚愛) 2009-09-14 07:14   좋아요 0 | URL
중고책인데 결재가 어렵네요.
외국카드 결재도 안 되고요.
그냥 새책으로 구입을 해야겠어요.^^
조선왕조실록은 정말 길어요.
그저 품절이 안 되기만을 빌 뿐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마노아 2009-09-14 14:47   좋아요 0 | URL
남은 방법은 언니분께 먼저 결제를 부탁하고 한국에 오셨을 때 드리는 건데 여러모로 좀 그렇죠?
적립금이라도 있으면 괜찮은데 아쉬운 부분이에요.

세실 2009-09-12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비, 왕을 꾸짖다. 저도 제목이 맘에 들어요.
제목 보면 참 기발한 책들 많아요. 보관함에 살짝^*^

마노아 2009-09-12 23:49   좋아요 0 | URL
제목에서 일단 시선을 끌어야 구매가능성도 높아지는 것 같아요. 마찬가지로 그래서 표지 디자인도 중요하구요. 제일 중요한 건 물론 내용이지만요.^^

순오기 2009-09-13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 김대중도 사야지요~~ 그런데 별로 닮아보이지 않아요.ㅜㅜ

마노아 2009-09-13 17:07   좋아요 0 | URL
1권은 젊었을 때 모습을 닮았는데 2권은 좀 안습이긴 해요...ㅜㅜ

같은하늘 2009-09-18 12:49   좋아요 0 | URL
저 그림은 저도 마음에 안들던데...
왜 3권까지 같은 그림을 썼을까요?

마노아 2009-09-18 15:15   좋아요 0 | URL
3권이 아직 미출간본이라서 2권 표지를 그대로 갖다 쓴 게 아닐까 싶어요.
3권은 다른 표지로 나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