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개의 시선 - If You Were M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학생들과 함께 본 영화다. 2주 전에 봐서 생각이 좀 덜 선명하긴 하지만 여섯 개의 시선은 6편 중 다섯 편을 무척 재밌게 보았다. 일단 감독진도 나한테 익숙한 사람이 더 눈에 띄기도 한다.  혹여 학생들이 너무 지루해 하면 6개 중 다섯 편만 보여줄까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무척 진지하고 재밌게 잘 보았다. 다행다행! 

여섯 명의 감독들이 각각 '인권'에 대해서 얘기하는 단편 영화 모음이다. 각각의 색깔이 다른 만큼 느낌도 다르지만 유머 속에 공포와 경종을 울리는 감동을 준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임순례 감독의 실업고 3학년 학생의 취업을 위한 미모 전쟁을 다룬 '그녀의 무게'. 새학기 시작하자마자 첫째도 몸매 관리, 둘째도 몸매 관리라고 다그치는 여선생님과, 불시에 체중 검사를 하며 이래가지고 취업하겠냐고 학생 몰아세우는 남선생님까지. 그야말로 경악의 연속이었다. 면접 시험장에서 키작은 여학생은 아예 면접 대상으로 취급도 하지 않는 면접관. 안경 쓰고 온 여학생에겐 수술을 왜 하지 않았냐고 묻기까지 한다. 영화는 좀 더 자극적으로 묘사했겠지만, 표면으로 내놓든 감추었든 저런 식의 인물지상주의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요새는 대학 졸업하는 남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성형을 한다고 하더만....;;;; 

두번째는 '그 남자의 事情'. 어느 시간대인지 애매모호한 이상한 아파트. 가운데가 뻥 뚫려 있어서 서로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되고, 아파트 벽면마다 반공 시대의 오마쥬 같은 묘한 문구들이 넘쳐나는 그곳. 이 영화는 말해주는 게 너무 없어서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나 좀 이해가 안 갔었다. 한 남자가 성범죄자로 낙인 찍혀 있었는데 정보를 보니 '가상' 시스템에서 뽑힌 거였단다. 아무튼 주민들은 이 남자를 대놓고 피하고, 오줌 싸다가 집에서 쫓겨난 꼬마 아이가 소금 구하러 아파트 집집을 전전하지만 어른들이 아이를 놀리면서 보여주는 언어폭력도 상당히 심각했다. 이 작품은 클로즈업 기법만으로도 상당한 긴장감과 공포감을 조성시켰는데 특히나 소리의 울림, 공개된 듯 막혀있는 아파트, 벽면의 커다란 글자가 물결치듯 흐르는 느낌, 무표정한 사람들의 얼굴에서 숨쉬기 힘든 침묵을 읽어야 했다. 과거처럼 보이지만 미래에 더 가까울 그 모습들에서 공포를 느끼는 건 당연해 보였다.  


세번째는 몸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장애인이 주인공으로 나온 '대륙횡단'. 계속해서 짧은 단어의 소제목이 주르륵 나오는데 블랙 코미디로 웃음을 끌어내지만, 실상 그 상황을 겪어내는 사람의 입장에선 얼마나 황당하고 서러울까 싶어 웃기도 미안한 작품이었다. 여동생이 약혼을 하는데 식구들이 너무도 당연하게 그는 집 지키는 사람으로 남겨두고 나서는 모습에 화가 났다.   


영어 발음을 제대로 구사하게 해줄 욕심에 아이의 혀를 수술하는 '신비한 영어나라'는 설정도 끔찍하지만 수술 장면의 리얼함이  공포영화 보는 느낌을 주고 말았다. 이 미친 영어 교육을 어찌하면 좋을까. 미친 교육이 그거 하나는 아니지만......  


지진희가 출연한 '얼굴값'은 저렇게 멀쩡한 얼굴로 꼴값하는 사람이 무수히 많다는 생각에 참 한심하다는 느낌이었다. 주차 매표를 하는 직원이 예쁜 외모에 이런 데서 일하기는 아깝다고 시작한 그의 말꼬리 잡기가 끝내는 얼굴값 한다며 폭언을 일삼는 수준으로 번지는데, 일상의 소소한 에피소드에서 '차별'을 끌어낸 솜씨가 일품이었다. 게다가 마지막 반전은 납량특집 수준이었다.  



마지막 작품이 박찬욱 감독의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였다. 네팔의 어느 부족은 우리나라 사람들하고 너무 흡사하게 생겨서 서로 구별하지 못한다는 이야기, 게다가 말도 우리나라 사람이 정신나간 모양으로 중얼중얼 거리는 느낌으로 들려서 더더욱 구별되지 않는 사람들. 찬드라는 네팔에서 온 이주 노동자였는데, 어느 날 길을 잃고 돈도 잃어버린 채 식당에서 밥을 먹고는 경찰서로 인도된다. 그는 네팔 사람이라고 말을 하지만 사람들은 그녀가 정신 이상자라고 여겨 정신 병원에 보내버린다. 무려 6년 반이나 병원에서 있어야 했던 찬드라. 아무리 그 나라 말을 하는 사람을 찾는 게 어려웠다고 하더라도 이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이 웃지 못할 심각한 얘기를 박찬욱 감독은 또 특유의 재치를 발휘해서 웃기게 풀어나가니, 영화 보면서 웃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참 고민스럽기까지 했다. 전에 중고샵에서 '말해봐요, 찬드라'를 구입했었는데 실화라는 것만 알았지 이런 내용인 줄은 몰랐다. 책이 제법 페이지가 있었는데 영화에서 짧게 말한 것 이외의 더 많은 이야기가 있을 듯하다.  

영화에는 변정수나 지진희 같이 이름이 알려진 배우도 간혹 나오지만, 실제로 자기 이름을 걸고 자기 이야기를 얘기하는 사람까지 리얼리티를 짙게 반영하고 있다. 대사는 제법 아낀 편이지만 음악과 글과 효과음 등으로 몰입 효과가 좋았다.  

차별이라는 것이 어느 한 부분만 고쳐서 커다란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고 본다. 그건 총체적인 문제이고, 전반적인 수준이다. 그 나라 사람들의 인격과 관습과 또 교양의.  

모두가 다같이 바뀌어야 고쳐질 수 있는 것들이지만, 사실 그것들도 작은 부분들이 고쳐나갈 때 커다란 하나의 울림이 되어줄 것이다. 우리의 언어 습관이, 우리의 시선이, 또 의식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 혹은 알고 있다 할지라도 왜곡되어 누군가를 아프게 하고 이 사회를 병들게 하고 오염시키게 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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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09-21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 싶어요.^^ 이것도 종료.

마노아 2009-09-21 00:47   좋아요 0 | URL
2003년도 영화여서요.^^
 

네이버에 오늘의 한국인에 김혜린 작가님이 뜨셨다! 아앗! 하며 클릭했더니 신작 소식까지! 

무려 11년 만에 나오는 장편이란다. 제목은 인월. 팝툰 연재라고 하는데 이미 시작한 건지는 모르겠다. 

같은 교무실에 팝툰을 정기 구독하시는 선생님이 계시는데 빌려달라고 할까?  

설희는 단행본 기다려서 보는 데에 큰 불만 없는데 인월은 갈등이 생긴다. 내 윙크 빌려주고 교환해서 볼까? -_-;;;;; 

암튼 기사는 여기다.  

김혜린 작가님 

나도 다시 가서 읽어봐야지...(>_<) 

 

 

 

 

 

 

 

읽고 왔다. 팝툰 10월 호부터 연재 들어가며 4권 분량 예상인 고려말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란다. 인월은 달을 끌어들인다...라는 의미로 이성계 전설(?)에서 착안한 것이라고. 

팬들의 원성을 한몸에 받고 있는 '광야'는 언제고 끝내실 생각이라신다. 아라크노아는 손에서 떠났지만....(주르륵...T^T) 

생각보다 분량이 적다고 느껴지지만 연재하면 좀 늘어나지 않을까 내심 기대 중... 

인터뷰 내용 중에 황미나 샘 얘기도 나온다. 하하핫, 더 반갑네...^^ 

한눈에 반하다는 씨즌 2로 넘어오면서 관심이 좀 떨어졌다.  

3.4권은 사두고서 아직 보지도 못했는데 5권이 나와버렸다.  

3.4권 다 보고 5권을 구매했을 때는 또 6권이 나와 있지 않을까? 

필소굿 외전이 빨리 나왔음 좋겠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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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09-09-19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하하하~~ 만화에 대한 마노아님의 사랑은 끝이 없어요~~~
전 김혜린작가가 누군지도 모르는 1人...
그래서 보고왔는데 그림이 멋지네요~~~

순오기 2009-09-19 09:22   좋아요 0 | URL
저도 잘 몰라요~ 누군가 페이퍼에서 '북해의 별'? 작가라던가~
하지만 북해의 별도 몰라요~ ^^

무스탕 2009-09-19 09:27   좋아요 0 | URL
김혜린님의 작품을 읽어보세요.
전 누구에게나 자신있게 권하는 작가분이 '김혜린' 이에요.
이분의 책은 만화라는 고정관념을 제대로 한 판 뒤집어 주시는분이세요.
비천무나 불의검은 볼때마다 눈물 한 말은 잡아뽑는 명작이라지요.. ㅠ.ㅠb

마노아 2009-09-19 11:23   좋아요 0 | URL
김혜린 작가님은 우리나라 만화계의 격을 높여주신 분 같아요. '순정만화'라는 틀로 보기엔 선생님이 너무 크시지요.
작품이 많지는 않은데 하나하나 너무 깊답니다.
데뷔작 '북해의 별'은 충격 그 자체였어요. 첫 작품을 이런 깊이로 빚어낼 수 있다는 게 놀라웠지요.
게다가 역사물을 다루는 솜씨도 일품이에요. 진짜 강추강추랍니다!
북해의 별은 한때 대학교재로 쓰였다는 후문이 있습니다.ㅎㅎㅎ

무스탕 2009-09-19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혜린님의 행보가 이렇게 많은 분들에게 널리 알려져서 내년에 나올 책이 대박에 대박이 났으면 좋겠어요.
울 혜린님 사진 오랜만에 뵈니 얼마나 반갑던지... T^T
예전에 불의검 뮤지컬할때 뵙고 첨 뵌건데 그때보다 얼굴이 훨씬 좋아지셔서 제 맘이 다 좋더라구요 ^^
얼른 책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신간 소식에 요즘 린월드는 다시 생기가 돌아요.
(연재 시작도 안했는데 이러고 있어요. ㅎㅎㅎ)

인터뷰해주신분의 다른 글들을 읽어보니 아라크노아는 완전 물건너간 분위기더라구요.. ㅠ.ㅠ
이제 전 영영 세상에 빛을 못보게 생겼어요.. ㅠ.ㅠ
인월 잘 마무리 지으시고 어여 광야를 이어주세요~~~
(인월 연재 시작도 안했는데 이러고 있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마노아 2009-09-19 11:24   좋아요 0 | URL
무스탕님 생각이 제일 먼저 났지요. 어제 이 기사 보고서요.^^
저도 사진 보고 깜딱 놀랐어요. 전에 엄청 말랐었는데 이제 얼굴이 훨씬 좋아지셨더라구요.
인월도 기대되고, 광야도 끝내주신다고 하니 감읍할 따름이에요.
그나저나 아라크노아는 어쩝니까. 끝내 무스탕님은 이름 찾기 힘들겠어요..ㅜ.ㅜ
3월에 단행본 나온다는데 앞으로 반년이에요. 어휴... 역시 팝툰을 봐야 하는 걸까요??(>_<)

무스탕 2009-09-19 22:48   좋아요 0 | URL
무스탕.. 우엥~~~ ㅠ.ㅠ
전 어떻게든 팝툰 안보고 버틸라구요;;;
단행본도 완결되고 보려고 열심히 사 모으기만 하는데 월간지 볼 생각하면 자신없어요.
한 권도 안읽은 세븐시즈 14권을 꽂아놓고 혼자 므흣~♡ 해 했다지요 ^^*

마노아 2009-09-19 23:34   좋아요 0 | URL
아차차! 세븐 시즈 14권 사놓고 깜박 잊었어요! 요새는 왜 이리 바쁜 걸까요.
죽어라 책 사놓고 통 보질 못하고 있네요.
전 연재물 보는 재미도 못지 않다고 생각해요. 단행본은 단행본대로 묘미가 있구요.
근데 제가 같은 책 두 번을 잘 안 보는 편이라서 연재물로 보면 단행본 모아놓고 다시 안 보더라구요..;;;;
완결나면 보리라~ 하면서 무한정 기다리고 있답니다.^^
 

지난 주에는 월,화,수 3일 동안 중고샵에 책이 미친 듯이 올라왔다. 한 번에 그렇게 몇 천 권씩 올라오는 건 처음 봤다. 

눈도 같이 휙휙 돌아가고, 광 클릭질과 함께 타타타타 주문을 했는데, 그 와중에 같은 책 두 권 주문하는 만행도 저지르고...;;;;(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황금가지판은 표지가 모두 같고 번호로 구분을 해야 해서 좀 헷갈릴만 하다. 핑계는..... 암튼 한 권은 반품했다..;;;;) 

그리고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깜깜무소식. 

다시 이번 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미친 듯이 올라오는 책들의 향연. 

으아아아아, 이젠 속도를 따라잡을 수가 없어서 분야별로 클릭질! 

먼저 만화, 역사, 유아, 어린이, 인문에 마지막에 문학... 

그러다 어제 만화 코너에서 에로이카 1권부터 11권까지가 올라왔다. 순간 눈 번쩍! 베르사유의 장미로 유명한 이케다 리요코의 나폴레옹에 관한 책이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역사 만화!

잠시 고민을 했더랬다. 14권 완결인데, 절판된 책이라 구하기도 쉽지 않은데, 지금 놓치면 언제 다시 만날까 싶어 일단 주문을 하기로 결정했다. 품질무보증이라 책은 11,000원인데 배송료를 아끼려면 추가로 다른 책을 더 넣어야 했다. 그래서 나의 야곱의 책 두 권과 패트리샤 폴라코의 동화책도 한 권 추가해서 주문 완료. 

그리고 두 시간이 지나서 슬금슬금 다시 중고샵에 들어가봤더니 아까 안타까워했던 에로이카 12권부터 14권 완결까지 올라와 있는 게 아닌가. 아씨.... 등록할 때 잘라서 올렸나 보다. 시리즈는 몰아서 올려주시지...ㅜ.ㅜ  

앞서 주문한 것을 취소하고 몰아서 같이 주문하면 좋겠지만, 이미 출고 완료 되어주시고.....;;;;

그래서 다시 또 고민 시작. 책은 3천원인데 배송료를 안 내려면 새 책을 포함시켜서 만원을 넘기든가 아니면 중고책을 더 넣어서 2만원을 초과해야 한다. 아놔, 담달 카드값은 어쩌라고....  

그래서 나름의 편법. 보관함에서 배송 날짜가 제일 긴 책을 하나 고른다. 그리고 같이 주문을 넣는다. 금요일에는 알사탕 천 개와 함께 만화 김대중을 주문할 예정이므로 밤 12시까지 버티는 게 목표. 

배송 기간이 긴 녀석을 집어 넣은 탓에 다행히 상품 준비 완료로 안 넘어갔다.  

그리고 12시 땡 치자마자 주문 취소하고 만화 김대중 1권과 에로이카 3권을 주문해서 오늘 당일 배송을 받았다.  

2주 동안 중고책에서 지른 게 너무 어마어마해서 오늘은 하루종일 중고샵에 들어가질 않았다. 들어갔다 하면 살 게 보이고, 욕심이 나고 안 사고는 못 버티니, 안 보는 게 상책이었다. 그 사이 내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책이 올라왔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애써 누르며! 

그리고, 지금 또 다른 고민에 빠져 있다. 

지난 주 창비에서 전화가 왔다. 계간지 정기 구독하시라고. 내가 창비 온라인 회원이어서 무작위로 전화를 한 게 아닐까 싶다. 한참 얘기하는데 둘이 뭔기 핀트가 안 맞다. 그쪽은 계간 창비를 이야기하고 난 계간 창비 어린이를 얘기하고 있었던 거다. 사실 그 무렵 고민을 좀 하고 있었다. 올 한 해는 개똥이네 놀이터를 정기구독했는데 책이 훌륭하긴 하지만 월간지인지라 책값이 장난아니게 비쌌다. 1년 다시 연장해줄 엄두가 안 나는 거다. (내가 읽은 게 아니라 언니가 읽었다. 조카는 몇 개씩 골라서만 읽고...) 

창비 어린이도 평이 좋던데, 계간지여서 일단 값이 싸다는 게 강점! 

그래서 생각해 보겠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그제 다시 전화가 온 거다. 버스 타고 집에 오는 동안. 사람도 많고 소리도 잘 안 들리고... 뭐라뭐라 하시는데 사은품 책을 고르라는 거다. 불러준 책들은 엄마를 부탁해, 도가니, 위저드 베이커리인데 모두 내가 본 거였다. 다른 거 없냐고 하니 신간 중에 어떤 책이 좋다고 또 뭐라하신다. 잘 들리지를 않으니 알아들을 리가 없고... 

그래서 집에 가서 고를 테니 메일로 보내 달라니까 일단 택배 보내줄 테니 다시 변경하라신다. 내가 맘 바꿀까 봐 얼른 잡고 보려는 속셈? 

사실 난 2년 정기구독을 할 것인가 1년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이분이 너무 급하시다. 

그리고 어제 책이 도착했다.   음. 완벽한 신간이다. 게다가 작가의 첫 소설.   

온라인 서점을 클릭클릭해 봐도 리뷰가 전혀 없다.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얼마만큼의 재미와 감동을 줄지 전혀 알 수가 없는 거다.  

창비 홈페이지 들어가 보니 내가 보고 싶은 책도 더 있구만...ㅜ.ㅜ 이를 테면... 

요런 책들.  

이벤트 내용을 찾아 보니 2년 정기 구독이면 책 3권을 보내 주고, 내가 추천하는 한 사람한테 1년 동안 창비 어린이를 보내준단다. 오호라, 이건 참 구미가 당기는 선물인걸?  

책도 저렇게 세 권 받으면 딱 좋겠는데, 일단 한 권이 먼저 도착해 있고, 지금 나는 1년 구독을 할 것인지 2년 구독을 할 것인지 고민 중이다. 그렇다고 이미 온 책을 다시 보낼 순 없잖은가. 저 작가의 첫 책을 내가 처음으로 읽고 리뷰까지 쓰면 오히려 내게 영광일 수도 있겠는데, 워낙 읽은 책 쌓여 있는 와중에 바로 손이 가질 않는다. 미안하게도. 

오늘 하루 중고샵에 안 들어갔다고 막 대견해 해주려고 했는데 다른 데서 또 책 고민이다. 이 쓸데 없는 욕심. 

그래도 이번에 구해서 다행이었던 책은 요것. 

이미지도 안 뜬다...;;; 침묵의 함대 6권. 수년 전에 내 친구가 이 책 32권을 빌려갔다가 6권 한 권만 집에 두고 나머지만 갖고 온 거다. 정확히는 2년 전 추석 때였구나. 그리고는 곧 장가를 가버려서 자기 원래 집에 있던 책을 갖다줄 생각을 안 하는 거다. 이 책은 절판된 지 오래고 시리즈도 길어서 한 권만 찾아 맞추기 어려웠는데 수요일에 올라와서 이 책 때문에 또 중고책 구매...(책값은 천원. 그러나 얼마치 샀더라??)  

 

그밖에 이런 책들..

 

  

 

갤러리 페이크는 시리즈가 이렇게 길 줄 몰랐다.  

내가 구한 건 이빨 빠진 1.3권 이건만... 검색을 먼저 해볼 걸...;;;; 

모두들 내 보관함에 있던 것들이 위로 떠올랐다.  

오늘은 그동안 모인 상자 중 깊이가 좀 되는 녀석들만 접어서 임시 책장을 만들었다. 켁! 

담주에 홍대 와우 북 페스티벌에 가면 또 욕심이 생기겠지? 

궁금한데, 재밌을 것도 같은데... 참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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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9-09-18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중고샵 때문에 미치겠어요. 벌서 두 번 왕창 주문하고, 또 장바구니 가득차 있음 ㅠㅠ 전 보관함에 있는것만 비워도 이래요.

마노아 2009-09-18 21:35   좋아요 0 | URL
9월에 알라딘 주문만 13건. 반성 중이에요..ㅜ.ㅜ 중고샵은 헤어날 수 없는 늪이에요...-_-;;;;;

무해한모리군 2009-09-18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갤러리페이크 전질을 사려고 했는데, 이제 절판이라 좌절중 ㅠ.ㅠ

마노아 2009-09-18 21:48   좋아요 0 | URL
헉! 절판이에요? 그런 것도 모르고 이빨 빠진 책을 겁도 없이 먼저 사다니..ㅜ.ㅜ

머큐리 2009-09-18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비슷하군요...여기서 위안을 받습니다...ㅠㅠ

마노아 2009-09-18 22:00   좋아요 0 | URL
우리가 여기서는 '정상'군에 속할까요? 아..ㅠ.ㅠ

카스피 2009-09-18 2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정말 열심히들 사시네요^^
저는 이것 저것 생각하다가 솔라리스 양장본을 놓친게 후회되네요^^

마노아 2009-09-18 22:01   좋아요 0 | URL
사는 속도를 읽는 속도가 못 쫓아가서 문제지요. 보관도 힘들구요...;;;;
원래 놓친 것은 두고두고 생각나요.^^

꿈꾸는섬 2009-09-18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극기훈련, 싫어요.ㅠ.ㅠ 저도 애거사크리스티 올라오는거보고 사고 싶었지만 눈 딱 감고 참았답니다. 마노아님이 챙기셨군요.ㅎㅎ

마노아 2009-09-18 23:34   좋아요 0 | URL
하하핫, 그 사람이 저였네요.6^^ㅎㅎㅎ

같은하늘 2009-09-18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얘기들 때문에 전 중고샵 안들어가요.^^
창비어린이 좋은 내용 많지요? 함 보고싶네요...
창비홈으로 가봐야지...

마노아 2009-09-18 23:34   좋아요 0 | URL
오, 현명하신 선택이에요.^^
창비 어린이, 좋은 책이에요.^^

2009-09-19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9-19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09-09-19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로이카가 올라왔기에 잠시 눈독을 들였다가 에잉~ 하고 접었는데 마노아님께서 잡아가셨군요 ^^
요즘같이 중고책들 올라온다면 정말 곳곳에서 파산신청 할거에요..
전 위저드 베이커리, 에뷔오네5, 피버4 건졌어요.
으아~ 드디어 피버를 다 채웠어요~~ >_<

마노아 2009-09-19 11:27   좋아요 0 | URL
요즘은 중고샵 폭격이지요. 무섭다니까요. 물량공세가요. 동네 수퍼들이 대형마트 앞에서 긴장하는 그런 분위기랄까요.(응?)
오, 그런데 좋은 작품들 엄선해서 고르셨군요! 축하해요.^^

BRINY 2009-09-19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에로이카 마노아님께서 사셨군요.
이번 달은 잘 참고 있어요..중고샵은 매일 뒤지지만 일단 바구니에 넣어두고 판매완료되면, 그냥 나랑 인연이 없나보다~하고 흘리고 있어요.

마노아 2009-09-19 11:27   좋아요 0 | URL
에로이카가 여러 사람 눈을 반짝이게 했네요.
저와 인연이 닿았나봐요. 앙, 정말 견물생심이 어떤 건지 톡톡히 경험했어요.(>_<)

... 2009-09-19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중고샵에 왜 이리 괜챦은 신간들이 많이 방출되는 거죠? 저는 어제 새벽까지 우선 막 장바구니에 담아대다가 서너번 당장 안 읽을만한 것은 뺐는데도 어마어마 했어요.

마노아 2009-09-19 19:37   좋아요 0 | URL
놀라운 신간들과 기타 눈독들인 책들이 마구 쏟아져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요.
오늘도 아직 한 번도 안 들어갔는데 주말 내내 안 들어가기 결심 중이에요. 작심 삼일을 극복해 보려구요.^^ㅎㅎㅎ

후애(厚愛) 2009-09-19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구매하셨네요.^^
전 50권세트를 눈독 들이고 있어요. ㅎㅎ
50권세트 중고샵에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없네요ㅠㅠ
옆지기한테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이라고 하니까 그 유명한 미스터리 작가 애거서 크리스티 말이냐고 묻길래 맞다고 하니까 놀라서 애거서 크리스티 책들이 몇 권이 있는지 검색하는 것 있죠.
옆지기도 독서를 많이 하는 편이거든요.
근데 검색을 해 보니 책보다는 영화로 나온 게 더 많아요.

마노아 2009-09-19 19:38   좋아요 0 | URL
세트로 사면 많아서 더 읽을 엄두가 안 날 것 같아요.
저는 중고샵에서 보이는 대로 조금씩 모을까 해요.
옆지기님도 독서를 많이 하시는군요. 부부가 공동의 취미가 있으니 보기 좋아요.
옆지기님도 한글 책을 읽으시나요? 두 분은 우리 말로 대화를 하나요, 영어로 하나요?
섞어서 할 것도 같구요.^^
아, 그런데 영화로도 있군요. 전혀 몰랐어요!

후애(厚愛) 2009-09-20 09:50   좋아요 0 | URL
이상하게 전 세트가 욕심이 나네요. ㅎㅎ
무엇보다 보고싶어요. ㅋㅋㅋ
알라딘us에서 너무 비싸게 받아서 나간 김에 구입하는 것도 좋을 것 같기도 하구요.
옆지기 한글 책 못 읽어요.
옆지기는 영문으로 된 책들을 읽어요.
말은 영어로 거의 하고요.
장난칠 때는 우리 말로 하는데요.
옆지기가 우리 말을 잘 할 줄 몰라요.
대신에 제가 언니랑 조카들, 친구랑 대화하는 걸 듣고는 이해는 한답니다.
옆지기가 할 줄 아는 한국말은요. ㅎㅎㅎ
<마누라 밥 좀>, <배고파>, <안녕하세요>, <여보세요>, <나 이뻐?>, <소주 마시자>
<형님>, <임마>, <뭐 먹어?>, <아줌마>, <아저씨> 등등등...입니다. ㅋㅋㅋ
나중에 한국 나가서 살게되면 우리 말을 배우려고 하네요.^^

마노아 2009-09-20 19:13   좋아요 0 | URL
책꽂이에 꽂았을 때 세트의 포스는 정말 황홀하지요.^^
전 값이 너무 비싸서 세트는 엄두가 안 나고 하나 둘 소박하게 모으려고 해요.
옆지기님의 한국말 리스트가 귀여워요.^^ㅎㅎㅎ
한국에 있을 때 한국말을 해야 할 절박함이 없었으니 배우지 못했을 거예요.
나중에 한국 나와서 살 때 한국말 배우는 재미가 클 것 같아요.
우리 말은 쓰기가 가장 어렵고 말하기가 덜 어렵고, 읽기가 가장 쉬운 것 같아요.
외국 사람도 그렇게 느끼는 지는 모르겠지만요.^^
 


빙글빙글~ ‘전자석팽이’는 사랑을 싣고 [제 983 호/2009-09-18]


평일 오전의 대형 할인 마트는 주말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한산하고 쾌적했다. 식재료 코너 사이에 시원하게 뚫린 ‘도로’를 따라 카트라이더의 본능을 발산하며 짠돌 씨는 저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이제 스톱! 슬슬 카트라이더 놀이는 그만 하고 돌아가자. 장 다 봤잖아. 몇 시간 있으면 애들도 돌아올 테고….”
“조금만 더 하면 안 될…, 아냐! 아냐! 자기 말이 맞아. 얼른 돌아가자.”

짠돌 씨는 아내의 눈초리가 위험 수위까지 올라간 것을 용케 눈치 채고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카운터로 향했다. 그래도 남는 아쉬움에 입맛을 쩍쩍 다시며 괜히 주변만 살피던 그의 눈에 완구 코너가 들어왔다. 아차, 그러고 보니 노느라 중요한 걸 잊고 있었다.

“아, 참! 그러고 보니 막신이랑 막희에게 여행 못 가는 대신 장난감 사 주기로 했는데….”
“그랬어? 마침 잘 됐네. 그럼 여기서 사.”

아이들이 바라는 것은 어쨌든 멋지고 재미있고 신기한 장난감일 터. 무엇을 어떻게 고르느냐는 둘째 치고, 아내 손에서 돈을 얻어내는 것 자체가 넘을 수 없는 난관이다.

“…내가 어떻게든 해결해 볼 테니까 저쪽 문구 코너 가서 네오디뮴 자석 두 개랑 1.5v 건전지 한 쌍만 사 와.”
“도, 돈은?”
“그쪽 주머니에 고이 접혀 쉬고 계시는 비상금으로도 충분하거든요? 난 먼저 이 짐들 계산할 테니까 자석 사들고 와.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을게.”

눈초리를 뾰족하게 세운 채 총총 사라지는 김 씨의 등을 따라, 대형 마트의 에어컨 바람을 뛰어 넘는 시베리아 강풍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짠돌 씨는 저도 모르게 어깨를 움켜쥐며 문구 코너로 발걸음을 옮겼다. 으흑, 그냥 출근할 걸….

다행히 시베리아 강풍은 집에 도착하기 전에 멎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김 씨가 뭔가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거실에 멀뚱히 앉아 아내의 종종걸음을 멍하니 구경하던 짠돌 씨는 아내가 내민 종이와 가위를 보고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별 오려 줘. 예쁘고 균형 잡힌 모양 만드는 거 알지?”
“으응, 노력해 볼게…. 그건 그렇고, 아까부터 묻고 싶었는데 이걸로 뭘 할 거야?”
“일단 보기나 해. 생각보다 꽤 재미있을 걸?”

잠시 꼼지락 대던 김 씨가 “짜잔~”하며 내어놓은 것은 못과 자석, 전선이 붙은 작은 전지. 그리 거창하게 굴더니 겨우 이거냐고 짠돌 씨가 궁시렁 준비운동을 하는 순간, 자석과 자석 밑에 붙은 별이 힘차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눈이 휘둥그레진 남편이 전지로 고개를 들이미는 것을 보고 김 씨는 웃음을 터뜨렸다.

“자기 표정 걸작이야. 실험보다 자기 표정이 더 재미있다~.”
“이게 무슨 조화야? 자석이 대체 왜 돌아가는 거지?”
“전자기력 때문에 그래. 아마 중고등학교 물리 시간에 배웠을 텐데, 기억 나?”
“음, 어렴풋하긴 하지만…. 전류가 흐르는 선 주변에도 자기장이 생긴다는 그거?”

“정답~! 자석 주변에 자석의 힘이 작용하는 걸 자기장이라고 해. 그런데 자기가 말한 것처럼 전류가 흐를 때도 주변에 자기장이 생기거든. 그래서 전류가 흐르는 전선으로 전자석을 만들 수 있는 거지. 왜, 공사할 때 보면 철근을 커다란 판에 붙여서 번쩍번쩍 들어 올리는 커다란 차 있잖아? 그 판이 전자석이야. 우리가 흔히 자석이라 부르는 ‘영구자석’과 다르게 전자석은 전류의 양에 따라 자기장의 세기를 조절할 수 있고 영구자석보다 자기장 자체도 훨씬 강하기 때문에 여러 곳에서 쓰이고 있어.”

“그럼 전자석과 같은 원리로 이 자석이 돌아가는 건가?”
“이건 자기장 두 개가 만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야. 둥근 네오디뮴 자석 주변에는 가만히 있어도 자기장이 생기겠지? 그런데 자석, 못, 전지를 전선으로 연결하면 전류가 흐르면서 또 하나의 자기장이 생기거든. 이 두 자기장 사이에 인력과 척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못이 돌아가는 거지.”

“인력, 척력…. 아, 자석이 서로 당기거나 밀어내는 힘을 말하는 거지? 전류로 생기는 자기장에도 그런 힘이 있구나.”
“어엿한 자기장이니까 당연하지. 아까 얘기했듯이 전자석은 자기장의 세기를 아주 크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MRI 같은 의료 기기에도 쓰여. MRI 찍을 때 들어가는 커다란 원형 터널이 전자석이야.

“오오, 그렇군! 참, 하나 더 궁금한 게 있는데 왜 밑에 별을 붙였어?”
“자석만 두면 돌아가는 게 잘 안 보이거든. 별 같은 걸 붙여 놓으면 훨씬 보기도 좋고 재미도 있으니까….”
“왜 하필 별이야?”
“왜냐하면….”

묘하게 말끝을 흐리는 김 씨의 볼이 조금씩 빨개졌다. 짠돌 씨는 짓궂은 미소를 띠며 아내에게 좀 더 가까이 얼굴을 디밀었다. 아까 ‘별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을 받은 그 순간, 뇌 깊숙한 곳에서 살포시 떠올랐던 기억. 풋풋하고 달콤했던 그 가을의 풍경.

“내가 맞혀 볼까? 첫 데이트 때 종이별을 가득 오려줬던 거 기억한 거지? 그지?”

안 그래도 전기 팽이 보느라 얼굴을 가까이 했던 두 사람이다. ‘지이이이이’ 팽이 돌아가는 소리만 들리는 듯 들리지 않는 듯 이어지는 가운데 남편과 아내의 눈은 살포시 감겼다. 공기에 핑크빛이 맴돌고, 그리고…!

“학교 다녀왔습니다! 신종 플루 때문에 오늘 단축 수업…!”
“……”
“……”
“…인 줄 알았는데 제 착각인가 봐요. 다시 학교 가겠습니다. 두 분, 계속 하세요.”

얼굴을 가까이 하던 때보다 10배는 빠른 속도로 후다닥 떨어진 두 사람과 힘차게 열렸다 조용히 닫힌 현관문, 못과 자석이 분리된 채 바닥에서 뒹구는 팽이와 창문 너머에서 무심히 반짝이는 가을 햇살. 일상인 듯 일상이 아닌 듯 묘한 경계선에 선 어떤 것들이 흩어진 정오 무렵의 집안에는 미안함과 민망함이 적절히 배합된 아들의 목소리만 긴 여운을 남겼다.





[실험 Tip]
- 못에 찔리지 않게 주의하세요.
- 잘 돌지 않을 경우 건전지의 전압이나 자석의 세기를 올려서 실험하세요.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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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눈에 보는 ‘암 예방 백서’ [제 982 호/2009-09-16]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각종 만성질환이나 암과 같은 질병과 함께 여생을 보낼 확률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과거에는 암 진단을 받으면 불치병에 걸렸다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치료기법의 발전으로 조기 발견되면 거의 완치된다.

질병 치료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미리 대비하는 것인데, 암과 관련 있는 주요 위험요소를 교정하거나 피하는 것만으로도 암의 40% 정도를 예방할 수 있다. 암의 위험요소로는 흡연, 비만, 채소와 과일 섭취 부족, 신체활동 저하, 알코올 섭취, 암 관련 감염성 질환 등이 꼽힌다.

암으로 사망하는 인구의 20~30% 정도는 흡연 때문이다. 담배연기와 직접 접촉할 기회가 높은 구강, 인후, 식도, 폐에서 발생하는 암의 약 80~90%는 물론 췌장, 자궁경부, 신장, 방광, 대장과 직장의 암 발생도 흡연과 관련이 많다. 흡연자가 암에 걸려 사망할 확률은 비흡연자의 2배이고, 하루에 25개비 이상 담배를 피우는 경우에는 비흡연자보다 그 위험이 4배나 높다.

담배를 끊고 싶은 생각은 굴뚝같지만 당장 어찌해야 할지 모른다면 근처 보건소를 찾아 금연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담배를 끊게 하는 약(바레니클린)도 개발되어 있어 스스로의 힘으로 잘 되지 않거나 보건소 금연프로그램에도 실패하는 경우에는 근처 병원에서 약 처방을 받고 체계적인 금연을 시도해보는 것이 좋다. 간접흡연 역시 폐암 발생위험을 증가시키므로 비흡연자라 하더라도 담배연기가 많은 환경을 피해야 한다.

비만은 식도, 대장, 폐경 후 여성의 유방암, 자궁내막암, 신장암 등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자궁내막암으로 인한 사망의 약 40% 정도가 비만에 의한 것이고, 대장암의 경우는 26%, 유방암으로 인한 사망은 19% 정도가 비만 때문에 발생한다.

운동이 직접적으로 암을 예방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지만 규칙적인 운동과 일상생활의 신체활동을 꾸준히 높이면 각종 암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비만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 따라서 주 5회 이상, 한 번에 3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하고, 일상생활에서 신체활동을 늘려가는 방법이 좋다. 하루 1440분 중에 30분만 운동에 투자하면 지금보다 훨씬 건강해질 수 있다.

알코올이 몸에서 흡수되는 과정에서 생성되는 아세트알데하이드는 알코올과 직접 접촉하는 부위나 수분이 흡수되는 부위, 지방이 많은 부위인 구강, 인후, 식도, 간, 대장, 그리고 유방 등에 암을 일으킬 수 있다.

알코올 섭취량이 많은데다 담배까지 피는 경우에는 암 발생 위험이 훨씬 높아진다. 따라서 가능한 도수가 낮은 술을 선택하는 것이 좋고, 한 번에 많이 먹거나 자주 마시는 습관을 들이지 않는 것이 좋다. 건강을 위해서는 한 번에 소주 2잔을 넘지 않아야 하고 술을 마실 때 담배를 같이 피우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또한 가능하면 가벼운 식사를 한 후 음주를 하는 것이 좋다.

암과 관련이 있는 식습관으로는 짠 음식 섭취, 과일과 채소섭취 부족, 붉은 육류의 과도한 섭취, 뜨거운 음식 섭취 등을 들 수 있다. 짜게 먹는 습관은 암뿐만 아니라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의 위험을 높이기도 하므로 싱겁게 먹는 식습관을 생활화하는 것이 좋다. 한국식단에는 국물요리나 김치, 절인 음식, 장류 등에 나트륨이 많이 포함돼 있으므로 이런 음식들을 주의할 필요가 있다.

국물요리를 먹을 때는 가능하면 건더기만 건져먹는 것이 좋고,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습관은 버리는 것이 좋다. 또한 피자나 햄버거 등의 가공식품에도 나트륨이 많이 들어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하면 대장암, 위암의 발생률이 줄어든다. 이밖에 폐암, 자궁경부암 등 각종 암에 대한 위험도 줄어든다는 연구가 많다. 과일과 채소에 포함된 섬유질이나 각종 비타민과 같은 미세영양소들이 암을 예방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과일과 채소 속 섬유질을 더욱 효과적으로 섭취하려면 흰쌀밥보다는 현미, 귀리 등과 같은 잡곡과 채소를 많이 먹는 것이 좋다. 이런 종류의 음식은 당뇨환자의 혈당을 서서히 높여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소고기, 돼지고기 등의 붉은 육류 섭취는 대장암과 직장암 발생위험과 관련이 있으니 과도한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고, 가급적이면 채소를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다. 또한 뜨거운 음식을 많이 먹으면 식도암의 발생 위험이 높아지므로 차나 국물요리 등을 너무 뜨거운 상태에서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기검진을 꼬박꼬박 받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 제공. 동아일보>

암을 유발시키는 또다른 요인으로는 B형, C형 간염과 인유두종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 : HPV),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 있다. 간암의 경우 만성B형 간염이 52%정도, C형 간염이 20% 정도 관련이 있고, 여성에서의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바이러스가 대부분의 원인을 차지한다.

B형 간염은 예방접종을 하면 95%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으므로 항체가 없는 경우에는 반드시 예방접종을 하자. 특히 인유두종바이러스 중에 16, 18번은 자궁경부암 원인의 70% 정도를 차지하는데, 최근 개발된 백신은 이 두 가지 유형에 대해 90% 이상의 예방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적은 시기인 성관계를 가지기 전 연령대에 백신을 접종하면 예방효과가 크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위암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위내시경 검사 시 궤양을 동반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 감염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생활습관의 교정도 필요하지만 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한 정기검진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2년마다 한 번씩 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검진프로그램이나 직장검진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만약 기존에 다른 질병이 있는 경우라면 주치의와 상의해서 추가 검사를 시행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암 예방을 위한 생활습관은 고혈압이나 당뇨병, 비만, 그리고 고지혈증과 같은 각종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생활습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생활습관 변화는 미래 건강을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오늘부터라도 조금 더 많이 움직이고, 골고루 챙겨먹고 금연하면서 정기검진 스케줄을 체크해보자. 건강한 미래가 좀 더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글 : 박경희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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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9-18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암 관련 보험 하나라도 들어놔야 안심이 될것 같네요 ㅜ.ㅜ

마노아 2009-09-18 22:02   좋아요 0 | URL
어떤 부부는 결혼하면서 보험은 하나도 들지 않고 대신 건강을 위해서 운동하며 즐기며 살자!로 합의했대요. 어찌 보면 그것도 참 현명한 건데, 또 불안함 마음이 쉽게 가시질 않으니 문제예요...

같은하늘 2009-09-18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 지금 큰넘 때문에 열 올라서 맥주한캔 먹고 있는데... ㅜㅜ

마노아 2009-09-18 23:35   좋아요 0 | URL
릴렉스~ 가끔은 괜찮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