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범 3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8월
구판절판


"살인이 잔혹한 것은, 살인이 피해자를 죽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가족의 생활과 마음까지 서서히 죽여가기 때문이야. 하지만 그 가족을 죽이는 것은 살인자 본인이 아니라 그 가족들 자신의 마음이야. 정말 웃기는 이야기지만, 사실이 그래. 난 그게 싫어. 난 아무리 자신을 책망해도, 조금씩 죽어가도, 가만이 이를 악물고 보틸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인간이 아냐. 이제 더 이상은 싫어"-280쪽

"너를 가장 괴롭히고 있는 건 히구치 메구미가 아니야. 바로 너 자신이지. 그애도 그것을 아니까 그렇게 쫓아다니는 것이고, 네가 괴로워하는 것을 보고 어떤 마음의 위안을 느끼는 거야."
신이치는 고개를 들어 노인을 보았다.
"마음의 위안이요......?"
"그럼. 나만 불행한 게 아니다, 내가 나쁜 게 아니라고 그애는 생각하는 거지."
우리는 모두 희생자라고 히구치 메구미는 말했었다.
"너는 이제 도망치지 않는다고 했지. 그건 아주 대단한 일이야. 멋진 결단이야. 그렇지만 도망치지 않고 이 자리에 머문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야. 이제 그애에게 말을 해줘. 이제부터 나는 자책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그 자책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이야."-281쪽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신이치는 입술이 떨려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신이치는 오랜 병마에서 깨어나는 하나의 징후를 본 듯한 기분이었다.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던 검은 덩어리가 빠져나간 느낌이었다.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았다. 하지만 그 병의 원인은 제거했다.
신이치는 울었다. 길게, 많이 울지는 않았다. 하지만 마음 놓고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기쁨을 누렸다.
아리마 요시오는 신이치를 말없이 안아주었다.
누군가의 팔에 안겨보기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아주 억세고 따스한 팔이었다. 그것은 단지 부모나 어른의 팔이 아니었다.
고통스런 길을 함께 걸어갈 동지의 팔이었다.-281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카는 수학 수업이 가장 즐겁다고 한다. 문제집도 한꺼번에 많이 풀어버려서 곤란할 지경.  

남자 아이라서 수학 쪽에 더 관심이 많은 걸까? 고등학교 때까지도 이 관심이 유지됐으면 좋겠다. 

수학 소리만 들으면 머리가 쪼개지는 것보다야  낫겠지...;;;; 

요새 알라딘 상품 추천 메일이 이상하다. 언니는 필요로 하는 책을 상품 추천 메일로 내게 보내는데, 한 번 눌러 보낸 책이 메일로 같은 게 꼭 두 개씩 왔다. 고객센터에 문의를 했는데 다음 주 중으로 점검을 한다고 한다. 그런데 방금 전에는 같은 메일이 무려 4개나 왔다. 대체 뭐가 문제인지...-_-;;; 

   

 

 

 

고대영 김영진 콤비 신작이 나왔길래 눈여겨 보았는데 역시나~ 

표지만 보고는 '지하철을 타고서'인 줄 알았다.ㅎㅎㅎ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백질보충제의 오해와 진실! [제 993 호/2009-10-09]



추석이후 처음으로 공원으로 운동을 나간 태연과 아빠. 하늘은 끝없이 높고, 머리카락 사이로 스치는 바람은 선선하고, 성질 급한 나무들이 벌써 주홍색과 옅은 노란색으로 물들기 시작한 초가을의 공원은 그야말로 아름답다.

“와, 날씨가 짱 좋아요 아빠. 오늘은 운동 진짜 잘 될 거 같아.”
“새로 산 쫄쫄이 운동복까지 쫙 빼 입었더니 정말 운동할 맛이 나는걸! 어때, 아빠 슈퍼맨 같지 않니?”

아빠의 뿌듯함과 달리 아빠의 쫄쫄이를 본 태연의 얼굴은 화끈 달아오른다. 그도 그럴 것이 배는 맹꽁이처럼 뽈록 튀어나오고, 팔뚝과 허벅지살은 축축 쳐지는 데다 다리는 새처럼 비쩍 마른 완전 비호감 몸매가 여과 없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 술 더 떠 달리기를 시작하자 배와 옆구리의 살들이 물주머니처럼 마구 요동을 친다. 태연은 급히 달리고 있는 아빠 앞을 막아선다.

“아빠, 저기요…. 다음부터는 쫄쫄이는 입지 않는 게 어떠하실지….”
“살이 좀 쳐졌지? 나도 알아. 아빠가 원래 체질적으로 근육량이 상당히 부족한 흐물흐물 두부살이거든.”
“그럼, 차라리 단백질보충제라도 잡숴 보심이 어떠하실지….”

단백질보충제라는 단어가 나오자 과학상식을 설명해야한다는 열정에 급히 달리기를 멈추고 진지한 학습모드로 돌입하는 아빠.

“단백질보충제는 그렇게 쉽게 선택할 문제가 아냐. 지나친 단백질 보충이 우리 몸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거든. 물론 단백질을 많이 먹으면 근육이 잘 만들어져 멋있는 몸매를 만들기 쉬워지지. 근육이 많아지면 신진대사가 훨씬 활발해지기 때문에 젊음을 유지하기도 쉽고.”

“단백질하고 근육량하고 어떤 관계가 있는데요?”

“근육은 고무줄처럼 길쭉한 근육세포(근섬유) 여러 개가 묶여 있는 다발 같은 형태인데, 운동을 하면 이 근육세포가 손상돼 버린단다. 그러면 우리 몸은 혈액 속의 아미노산을 끌어와 손상된 세포를 회복시키고 덧붙여서 새로운 근육세포까지 만들어 내지.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근육이 굵어지는 거란다. 그런데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면 근육을 만드는 재료인 아미노산이 풍부해져 훨씬 빨리 근육을 만들 수 있게 돼.”

“아, 그렇구나. 그런데 지나친 단백질 보충이 몸에 해롭다니 그건 무슨 말씀이세요? 근육이 많아지면 좋다면서요.”

“일단 단백질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칼슘소모가 커져 골다공증이 쉽게 올 수 있단다. 그리고 신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단백질을 다량 섭취 하더라도 그만큼 운동을 엄청나게 하면 정말 건강한 근육맨이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남는 단백질은 대사과정을 거쳐 에너지원이나 체지방으로 축적되지. 그런데 이 과정에서 생긴 질소 노폐물이 암모니아 형태로 바뀌어 신장에 무리를 주게 된단다.”

“건강을 위해 사 먹은 단백질보충제가 오히려 건강을 망칠 수도 있는 거네요.”
“그렇단다. 또 단백질을 아무리 많이 섭취해도 운동을 하지 않으면 절대 근육량도 늘어나지 않아.”
“내 친구 진석이 엄마는 단백질보충제로 다이어트를 한다는데요? 또 유진이 엄마는 고기만 먹는 황제다이어트를 했다는데, 그럼 두 분 다 건강이 안 좋아지셨겠네요?”

“안타깝지만 운동을 안 하셨다면 아마 그럴 거야. 흔히 밥 대신 단백질보충제를 먹으면 탄수화물이 부족해져 체내에 저장된 지방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고 결국 살이 빠질 거라고 착각하는데, 이럴 경우 지방이 아닌 근육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근육량만 감소해 버리고 만단다. 골밀도는 떨어지고, 신장은 나빠지고, 아빠처럼 두부살이 돼 버리는 거지.”

“흑, 그건 너무 비극적이에요. 건강도 그렇지만 아빠처럼 근육 대신 지방만 가득 찬 몸매가 된다니, 그건 너무 잔인하다고요. 빨리 두 분을 찾아가서 이 진실을 말씀드려야겠어요.”

태연, 아빠의 손을 잡고 막 달려 나가려 한다.

“태연아, 네 맘은 이해하는데 나는 왜 끌고 가는 거냐.”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리려면 샘플이 필요하단 말이에요. 아마 아빠를 보시면 지금 당장 단백질 다이어트를 그만 두시거나, 운동하러 뛰어나오시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곤 견딜 수 없을 거라고요!”

“음…, 그런 이유라면 굳이 내가 안가도 되지 않을까? 널 보여드리렴. 두부살도 유전이거든.”

“아빠!!”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댓글(23)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라주미힌 2009-10-12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싸서;;; 그냥 밥대신 먹는것도 힘들죠 ㅋㅋㅋ

마노아 2009-10-12 11:10   좋아요 0 | URL
오, 비싸군요. 부르주아 식량이었네요.^^

라주미힌 2009-10-12 12:05   좋아요 0 | URL
2~3kg정도에 5~12만원.. 가격대가 형성되어 있으니.. 맛있는 꽃등심 먹는게 낫죠 ㅋㅋㅋㅋㅋ

마노아 2009-10-12 23:02   좋아요 0 | URL
헉! 정말 꽃등심이 낫겠네요. 예전에 친구가 그거 먹는 것 봤는데 그리 비쌀 줄 몰랐네요.^^

다락방 2009-10-12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남동생은 헬쓰하면서 이거 사 먹더니 아무 옷이나 입어도 멋진 몸매가 되어버렸어요. 전 그런 남동생을 보며 언제나 먹는것에만 열중하고................orz

마노아 2009-10-12 23:02   좋아요 0 | URL
아무 옷이나 소화시키는 몸매라닛! 그러나 저 역시 다락방님과 동급...ㅜ.ㅜ

2009-10-13 00: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13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13 1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13 1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09-10-13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집에 잘 들어가셨지요?
짧은 만남이었지만 행복했고, 즐거웠어요.
그리고 반가웠어요.^^

마노아 2009-10-13 12:58   좋아요 0 | URL
후애님, 어제는 참 충만한 기분이 들었어요.
너무 반갑고 기뻤고, 그리고 행복했답니다.
옆지기님은 또 어찌나 좋던지요. 제가 말을 붙일 수 없었다는 게 유일한 흠이었답니다.
후애님 너무 피곤하시지 않았으면 해요.^^

프레이야 2009-10-13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어여쁜 목소리 또다시 들을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좌충우돌 쉽지 않은 일들, 마음 상하지 마시고 힘내요.
그리고 버섯머리 정말 귀여워요^^

마노아 2009-10-13 21:19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 깜짝선물처럼 오셔서 더 기뻤어요.
프레이야의 뜻, 다시 새겨보아도 넘흐 좋아요, 맘에 들어요. 호호홋~!!!!
버섯동자는 오늘도 학교에서 큰 웃음 선사했답니다. 머리 스타일 하나로 이렇게 오래오래 사람을 웃길 수 있다니....ㅜ.ㅜ
응원해 주셔서 감사해요. 힘낼게요. 프레이야님도 화이팅~!!!

순오기 2009-10-14 02:12   좋아요 0 | URL
버섯머리~~ 잘 어울렸어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도 좋았어요.
버섯동자로 큰웃음 줄 수 있다니 사랑받아도 되지요.^^

라로 2009-10-14 1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버섯동자,,,,하지만 마노아님은 본판이 이쁘시니까 그정도지 제가 그 머릴 했으면,,,,ㅠㅠ
미모로운 마노아님을 만나게 되어 넘 기뻐요~. 마노아님의 선한 눈이 아직도 생각나요~.^^

마노아 2009-10-14 15:09   좋아요 0 | URL
저를 이쁘게 봐주시는 건 어디까지나 이곳 알라딘 뿐이에요.(>_<)
저도 나비님이 막 어른거린답니다. ^^

2009-10-14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14 15: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09-10-14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어제 택배을 못 보내고 오늘 언니가 택배을 보냈어요.
제가 감기에 걸러서 골골 거리고 있거든요.
늦게 보내 드려서 죄송합니다.^^;;

마노아 2009-10-14 20:40   좋아요 0 | URL
아앗, 후애님! 아프셔서 우째요..ㅜ.ㅜ 서울 다녀가신 게 너무 무리였나봐요.
감기 다 떨칠 때까지 갑갑하더라도 집에 계셔요.
그리고 실은 저도 오늘 부쳤답니다.^^;;;
어제는 뜻하지 않게 바빠부려서 오늘 보냈어요. 우리 비슷하게 도착할 거예요.찌찌뽕이에요~ (>_<)

꿈꾸는섬 2009-10-15 0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너무 재미있어요.^^
마노아님 머리 스타일 다시한번 바꾸셔요. 살짝 웨이브 넣으시면 더 활발해보이고 예쁘실듯,
나비님처럼 웨이브 넣으심 예쁘실 것 같아요.^^

마노아 2009-10-15 08:48   좋아요 0 | URL
아직 바꾼 지 얼마 안 되었으니까, 좀 자라면 웨이브 넣어볼까 해요. 저도 좀 궁금해요. ㅎㅎㅎ
 


한글 과학화에 눈뜬 안과의사 공병우 [제 992 호/2009-10-07]


세벌식 한글 타자기인 ‘공병우 타자기’를 모르는 사람도 서울 광화문 우체국 뒤편에 있는 ‘공안과’라고 하면 아마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공안과 초대 원장이었던 공병우 박사는 “눈병을 고치는 일이나 연구는 외국인이 해줄 수 있지만 한글 과학화는 한국인이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병원 운영을 둘째 아들에게 맡기고 50년 넘는 세월을 한글 과학화 연구에 바쳤다.

잘 나가던 안과의사가 갑자기 한글 과학화에 눈을 돌린 이유는 무엇일까. 1938년 서울 안국동에 한국 최초의 안과 병원을 개업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에게 뜻밖의 환자가 찾아와 한글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이나 늘어놨다. 알고 보니 독일 베를린종합대학에 조선어과를 창설하고 강사로 재직하면서 박사학위를 마친 한글학자 이극로였다. 이 만남을 계기로 공 박사는 한글에 대한 새로운 눈을 뜨게 된다.

공 박사는 곧바로 국내 최초로 시력 측정을 위한 ‘한글 시력표’를 제작했다. 때마침 광복이 되자 일본어로 된 자신의 저서 ‘신소안과학(新小眼科學)’을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한글타자기 개발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다. 이미 두세 가지의 한글타자기가 개발돼 있었지만 널리 쓰이지는 못했다. 당시에는 세로쓰기로 책이 출판됐기 때문에 이들 타자기는 가로로 글자를 찍어 종이를 90도 왼쪽으로 돌려세워 세로로 읽어야 했다. 따라서 글자를 다 치고도 손질이 많고 속도가 느렸다.



<공병우 박사. 사진 제공. 동아일보>


그래서 공 박사는 1949년 잔손질 없고 속도 빠른, 가로 찍어 가로 쓰는 한글 타자기를 개발해 냈다. 1950년에는 더 발전된 형태의 ‘공 속도 한글타자기’ 시제품 3대를 제작했다. 그의 한글타자기는 전쟁이 터지자 위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문맹률이 80%가 넘던 시절, 수많은 병사들이 무명 전사자로 처리됐다. 이에 해군 참모총장 손원일 제독은 공 박사의 세벌식 한글타자기를 긴급 도입했다. 당시 문교부 편수국장으로 재직하던 한글학자 최현배는 전쟁 중에도 부산에서 공병우 타자기를 이용해 ‘한글 타자기 경연대회’를 열 정도로 공 박사의 한글타자기는 혁명적인 발명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시련이 찾아왔다. 공 박사가 개발한 세벌식 타자기는 자음을 오른쪽에, 모음을 왼쪽에, 받침을 왼쪽 가장자리에 옮긴 것이었다. 글자를 찍으면 받침이 있는 글자는 세로 길이가 길고, 받침이 없는 글자는 세로 길이가 짧았다. 우리가 요즘 흔히 보는 안상수체나 샘물체와 비슷해 이 글씨체에는 ‘빨랫줄체’라는 별명이 붙었다.

1968년 과학기술처가 글자 입력은 세벌식보다 훨씬 느리고 복잡하지만 글자 모양이 네모 반듯하다는 이유로 네벌식 타자기를 표준 자판으로 공표하면서 공병우 타자기의 인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80년대 전두환 정권에서 컴퓨터에 두벌식 자판을 표준으로 채택했다.

이후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이 두벌식 자판을 쓰고 있다. 윈도우, 리눅스, 매킨토시 등 많은 컴퓨터 운영체제에서 세벌식 자판을 지원하지만 국가 표준 규격으로 세벌식이 채택되지 않아 두벌식 입력 방식에 비해 사용자의 수가 크게 적다.

그렇다면 두벌식과 세벌식 자판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두벌식 자판은 키보드의 왼쪽에는 자음, 오른쪽에는 모음을 배치해 ‘자음-모음’이나 ‘자음-모음-자음’ 순서로 글자를 입력하도록 돼 있다. 된소리와 일부 모음(ㅒ, ㅖ)은 시프트키와 자음을 함께 눌러 입력할 수 있고, 겹자음과 겹모음은 두 자판을 연속해서 눌러 입력할 수 있다.



<세벌식 자판은 자음을 오른쪽에, 모음을 왼쪽에, 받침을 왼쪽 가장자리에 옮긴 것이었다. 글
자를 찍으면 받침이 있는 글자는 세로 길이가 길고, 받침이 없는 글자는 세로 길이가 짧았다.
사진제공 동아일보.>


그러나 두벌식 자판을 사용하면 도깨비불 현상이 일어난다. 예를 들어 ‘우리’를 치는 동안에 ‘울’자가 나타났다 ‘ㅣ’를 치면 ‘우리’로 바뀌는 것을 말한다. ‘울’자까지 치면 아무 일도 없지만 ‘ㅣ’를 치면 잠시 뒤 ‘우’자가 찍히는 시간차가 생기는 불편함이 있다. 반면 세벌식 자판에서는 초성이 할당된 자판과 종성이 할당된 자판이 따로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생기지 않는다.

두벌식 자판은 세벌식 자판과 비교해 사용 시간이 길어질수록 손의 피로가 많이 쌓이고 타자속도도 더 느리다. 두벌식 키보드의 맨 윗줄 자판을 누르는 비율은 20%나 되지만 세벌식 키보드는 맨 윗줄 자판의 사용이 1%에 불과해 자판의 구성이 훨씬 인체공학적이다.

특히 세벌식은 ‘모아치기’가 가능하고 ‘연타’가 적어 속기용 한글 입력 방식을 제외하고는 글자 입력 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아치기란, ‘한’이란 글자를 ‘ㅎ+ㅏ+ㄴ’순으로 입력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한’으로 모아주는 것을 말한다. 같은 손가락이나 같은 손으로 연속해서 치는 연타 역시 타자속도를 떨어트리는 요인인데, 세벌식이 두벌식보다 연타가 적다.

공 박사는 1995년 88세를 일기로 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더 과학적이고, 더 빠르고, 더 외우기 쉬운’ 자판 연구에 매진했다. 그가 만든 한글문화원은 1980년대 중반부터 매킨토시 컴퓨터를 직접 활용해 한글 세벌식 글자꼴을 개발했으며, 훗날 아래아한글의 개발을 함께한 박흥호와 함께 세벌식 자판배열을 완성하고 세벌식입력기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공 박사는 고령의 나이에도 젊은 프로그래머 강태진, 정내권, 이찬진 등에게 한글과컴퓨터를 창업하도록 지원했다. 한자와 한문을 혼용하던 당시, 그가 가진 “한글 전용의 빠른 길은 일반인이 즐겨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한글 과학화를 통한 길뿐이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세종대왕은 워드프로세서가 없던 시절에 한글을 창제했지만, 공 박사는 한글을 우리 시대에 걸맞도록 재창조하는 일을 담당했다. 이번 한글날에는 세종대왕과 더불어 공병우 박사의 뜻도 기리는 것이 어떨까.

글 :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세벌식 사랑 모임 웹사이트 바로가기
출처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루체오페르 2009-10-12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멋지고 아름답고 고마운 님이시네요. 이런 분들이 계시기에 우리 후손들이 잘 살아가는것 같습니다. 다시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과학향기 항상 잘 보고 있답니다, 마노아님.^^

마노아 2009-10-12 23:02   좋아요 0 | URL
헤헷, 과학향기는 제 서재의 글들 중에서 가장 영양가 높은 글이에요.^^;;;;

카스피 2009-10-12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공병우 박사의 세벌식이 우수하긴 하지만 결국 표준화에 밀렸다고 볼수 있지요.

마노아 2009-10-12 23:03   좋아요 0 | URL
우리 쓰는 자판은 타자기로 칠 때 서로 엉키는 것을 막기 위해 가장 쓰기 불편한 조합으로 되어 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나요. 지금은 그런 타자기를 쓰는 세대가 아니니까 지금의 자판 조합은 손목에 무리를 주는 것 같아 불만스러워요. 저는 오타도 많이 난답니다..;;;
 
다나한 홍보진 크림 기획세트 - 50ml
소망화장품
평점 :
단종


한달여 사이 가격이 확 뛰었지만 그래도 손이 가는 제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