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네의 봄 - 4미터 그림책 4미터 그림책 (수잔네의 사계절)
로트라우트 수잔네 베르너 지음, 윤혜정 옮김 / 보림큐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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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미터 그림책 첫번째 시리즈 '수잔네의 봄'이다. 눈치 챘는가? 그렇다. 이 책은 네 계절 동안 수잔네 마을의 모습을 오로지 그림으로만 표현했다. 똑같은 공간에 사는 똑같은 사람들이지만,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상황에 따라 어떻게 다른 모습으로 표현되는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공간만 허락된다면 4미터에 이르는 책을 좌악 펴놓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위 아래로 차례로 비교해 보고 싶다. 그러나 공간의 제약상 따로따로 살펴볼 수밖에. 비슷한 시리즈로 찔레꽃 울타리가 있고, 이렇게 큰 책으로 '마고할미'가 있다. 같이 찾아보는 것도 재밌을 것이다.
3층집의 내부 모습을 들여다는 보는 재미가 솔솔하다. 봄답게 노란색으로 페인트 칠하는 중.
현재 시각은 12시 5분.

기차역처럼 생겼는데 전동차의 모습을 보면 지하철 같기도 하고...
책 뒤의 문구를 보면 기차역이 맞다.^^
암튼 떠나는 사람과 도착하는 사람들이 교차하고 있다. 아직 여행 시즌은 아니어서인지 그다지 붐비진 않고 있다. 현재 시간은 12시 15분.

비록 4미터에 이르는 책이지만 책장처럼 넘겨서 보아도 재밌다.
앞 면에서 나왔던 인물들이 시간의 이동에 따라 다른 장소에서 다른 모습으로 다시 등장한다.
그들의 동선을 따라 눈길을 따라가는 게 재밌다.
현재 시간은 12시 46분.

요 그림에는 시계가 등장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다음 그림의 시계가 12시 56분 정도니까, 10분 정도의 흐름 안에서 이해하면 되겠다.
쇼핑몰의 다양한 사람들과 주차장의 다양한 차들. 인종도 다양, 직업군도 다양, 연령대도 다양.
당연한 얘기지만 한 마을 안에서 마주칠 수 있는 무수히 다양한 사람들의 다채로운 모습들이다.

가축들은 울타리 안에서 평화롭고, 아이들은 놀이터 안에서, 오리와 백조는 호수에서, 수녀님들은 호숫가 공원 카페에서 차를 즐기신다.

이 책에 등장한 사람들의 이름을 알 수 있는 힌트가 맨 뒷장 표지에 담겨 있다.
차를 잘못 세운 지그린데 아줌마, 배낭 메고 어디론가 가시는 안드레아 할머니,
오늘따라 바쁜 경찰 아저씨와 킥보드를 타는 수잔네까지 모두 만날 수 있다.
오호라, 수잔네가 바로 너로구나!
킥보드 타다가 노랑 모자를 잃어버렸는데 한참 달리다가 뒤늦게 깨달은 수잔네.
그 다음 그림부터 안 나오는 걸 보니 모자 찾으러 되돌아갔나 보다.
이렇게 대사 한 마디 없지만 숨은 그림 찾듯이 이야기를 찾아내보는 수잔네의 봄 이야기.
다음은 여름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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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는 무엇을 들었을까? 그림책 보물창고 13
모디캐이 저스타인 지음, 천미나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4월
절판


찰스 아이브스는 귀를 활짝 연 채 태어났다. 태어나서 가장 처음으로 들은 소리는 아마 코네티컷 주 댄버리 마을에 찰스의 탄생을 알리는 아버지의 트럼펫 소리였을 것이다.

갓 태어난 아이가 앞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혹 소리도 바로 듣지는 못하는 것일까?
그림 속 아이의 표정은 경이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 아버지의 트럼펫 소리가 온 방안을 가득 메우고, 그 소리의 여운을 아이도 알아차리는 것처럼 보인다.

어린 찰리는 아기 침대에서부터 온갖 소리를 몸으로 체득했다. 엄마의 긴 드레스 자락에서 사라락 소리가 났고, 큰 시계 소리와 작은 시계 소리를 들었고, 마차 소리와 말발굽 소리도 들었다. 개 짖는 소리, 귀뚜라미 소리, 교회의 종소리까지.
뿐인가? 아버지가 트럼펫 부는 소리, 피아노 치는 소리, 바이올린 켜는 소리도 들었다.
아버지는 음악 선생님이자 마을 관악대의 단장이기도 했다.
아버지는 음악과 온갖 소리들을 좋아했고, 심지어 소음까지도 좋아했다. 찰리도 마찬가지였다.

이 책에는 온갖 소리들이 그림으로 화면을 꽉 채우며 장악하고 있다. 그림만 보고 있어도 소리가 그림 밖으로 뚫고 나올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한다. 우리 말의 의성어에 해당하는 영어식 표현이 그림 속에 잔뜩 담겨 있다. 화면이 너무 꽉 차서 답답할 정도로. 모디캐이 저스타인의 그림에 어울리는 기법이기도 하다. 이 그림을 그릴 때 작가가 얼마나 신이 났을지 상상해보는 건 어렵지 않다.
이 집안에서는 말들도 닭들도 오리들도 이 시끄러운 소음을 즐기면서 지내지 않을까?
저리 행복한 얼굴로 연주를 하는데 불협화음조차도 아름답고 청량하게 들리지 않을까 싶다.

빗속에서 천둥 소리를 듣고는 곧바로 집안으로 들어와서 피아노 건반을 눌러보는 아버지.
폭풍 속의 종소리가 어우러지는 그 화음을 잡아내고 싶었던 것이다.
엉뚱하면서 괴짜스러운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영향으로 아버지만큼 괴짜가 된 찰리.
그들이 만들어내는 놀라운 소리들, 소음들, 음악들.
찰리는 드럼을 배웠고, 트럼펫과 피아노도 배웠다.

어느 마을의 축제 때, 아버지는 두 관악대를 서로 반대쪽으로 행진시켰다. 각각 다른 곡을 연주하면서 말이다. 과연 어떤 소리가 날지 궁금했던 것을 바로 실험으로, 실행으로 옮겨보신 아버지.
그 굉장한 소음을 찰리와 아버지는 즐길 줄 알았다. 그리고 진심으로 재밌어 했다.
지켜보는 관중들은 아마 놀랐을 것이다. 당황했을지도 모르고 누군가는 시끄럽다고 역정을 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중에선 분명 이들 부자처럼 그 대단한 소음을, 소음이 만들어내는 화음의 즐거움에 몸을 맡겼을지도 모른다.

찰리는 자기만의 음악을 만들고 곡을 쓰기 시작했다. 가곡과 춤곡, 오르간 연주곡을 썼다.
찰리가 만든 음악의 가치는 아버지만이 알아주셨다.
찰리는 흥겨운 행진곡을 썼다. 죽은 애완동물에게 바치는 슬픈 행진곡도 썼다.
그렇게 열심히 작곡을 하며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고, 대학생이 되어서도 음악 공부를 계속했다.
그러던 어느 이른 아침에 울린 전화벨 소리.
찰리는 위대한 침묵의 소리를 들었다.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아름다운 아가씨를 만나 결혼에 이른 찰리. 아가씨의 이름은 하모니였다.
찰리의 연인에게 꼭 어울리는 이름이 아닐 수 없다.
보험회사에 다니면서 크게 성공한 찰리. 돈 때문에 음악을 만들지 않아도 되었던 찰리는 더 자유롭고, 더 독특한, 놀라운 곡들을 계속해서 만들어냈다.
찰리와 하모니가 입양한 어린 딸 에디스도 찰리가 그랬던 것처럼 아버지의 음악을 좋아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찰리의 음악을 들을 줄 몰랐다.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장난이라고 생각했고, 시끄러운 소음뿐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호기심에 들어보는 사람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림을 보시라. 연주하는 찰리와 그 옆의 하모니, 그리고 에디스까지. 얼마나 행복한 표정들인가. 그들의 천국이고, 천상의 하모니다.

찰리의 음악은 오래도록 인정받지 못했다. 그의 곡을 연주하려고 하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고 번번히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그의 진심이 우주에 닿았던 것일까. 마침내 그의 음악을 들을 줄 아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사람들은 찰리를 꼭 닮은 그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고, 또 듣기 시작했다.
찰리는 퓰리처 상도 받았다. 그의 음악은 뉴욕 카네기 홀에서 연주되기도 했다.
온 세상 만물과 산과 들, 이 모든 것을 한 곡의 음악에 담고 싶었던 찰리는 '우주 교향곡'이라는 미완성 작품을 남긴 채 세상을 떠났다. 그의 우주는 여전히 세상의 온통 다양한 소리들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 화음을 아직도 행복하게 즐길 것이다.

눈치 챘는가? 이 작품의 주인공은 실존인물이다. 찰스 아이브스. 정말 저런 아버지 밑에서 저렇게 성장했던 찰스 아이브스. 그의 음악은 오랜 기다림 끝에 사람들의 귀를 열었다.
지식e 2권에 '아버지의 아들'이란 제목으로 소개되어 있다. 문장이 워낙 짧기 때문에 이 내용은 책보다는 영상으로 보는 편이 더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짧은 영상을 마치고 참고자료로 이 책이 소개된다. <찰리는 무엇을 들었을까?>
정말, 찰리는 무엇을 들었을까? 그는 놀라운 소리를 발견했고, 만들어냈고, 그리고 그것들을 재현시켰다. 우리도 들을 수 있게.
"사람들은 익숙한 소리를 아름다운 소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생각이야 말로 음악 발전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

익숙하지 않은 소음 속의 화음, 그 오묘한 조화. 우리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함께 듣기를 원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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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쟁이 ㄱㄴㄷ (양장) 사계절 그림책
이억배 글 그림 / 사계절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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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익히는 걸 도와주는 동화책을 몇 차례 만났지만, 그래도 또 다른 책들에 눈길이 갔다. 큰 조카는 네살 때 이미 한글을 읽었는데, 네 살 둘째 조카는 아직 한글에 관심이 없다. 숫자도 1부터 5까지도 못 센다. 초딩1학년 큰 애에 온통 신경을 쓰느라 엄마가 신경을 못 써주기도 하지만, 본인도 그런 세계가 있다는 걸 모르는 눈치다. 내가 어릴 때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한글을 배우는 아이들이 태반이었지만, 요즘은 어디 그런 시대던가. 아직 초조할 때는 아니지만, 그래도 혹 흥미를 느꼈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책을 골라보았다.

단순히 한글의 자모음을 알려주면서 그 모양새의 닮은꼴만 제시해줄 게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레 한글을 배우게 해준다는 게 더 의미가 있다.
ㄱ 기웃거리는 아이의 모습,
ㄴ 누구야, 누구? 하고 손가락질하며 묻는 아이,
ㄷ 다다다닥! 달아나는 도깨비의 표정은 해학적이고,
ㄹ 리리리자로 끝나는 말은? 하과 물으면 자연스레 노래가 같이 튀어나온다.
ㅁ 모두모두 모여라. 마당에서 물장난 하자! 'ㅁ'이 벌써 몇 개가 들어간 겐가. 작가님 센스다!
ㅂ 방울방울 비눗방울, 보슬보슬 빗방울. 연달아 나오는 'ㅂ'의 향연이 즐겁고 재밌다.

ㅅ 씻기 싫어. 소나기 올 때 씼었단 말야! 하고 항변해 보지만, 어디 먹힐 수 있으랴.
ㅇ 아기는 울보, 아빠는 엉터리야! 하고 빽 소리쳐본다. 삐죽 나온 입술이 아이의 심정을 제대로 말해준다.
ㅈ 지금부터 진짜진짜 재미있게 놀자. 여태까지도 재밌었거든??

ㅊ 출렁출렁! 침대에서 춤출까? 어머, 먼지가 많이 날릴 거야! 하지만 그 심정은 나도 이해하지.
ㅋ 큰 소리로 쿵쾅쿵쾅,
ㅌ 탈탈탈탈, 트럭 타고 탈탈탈!
ㅍ 펄럭펄럭! 포대기를 펼치자. 의성어와 의태어가 유난히 발달한 우리 말의 재밌는 특징!
ㅎ 하아암, 하품! 한 권 더 읽어 줄까? 그렇지만 눈은 이미 풀려 있고, 분명 읽다가 잠이 들 테지? 하지만 꿈 속에서 한글 놀이 더 하게 될 수도 있는 거잖아? 한글놀이 하느라 수고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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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09-10-17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큰아이에게 신경을 쓰다보니 작은아이는 항상 뒷전이예요.ㅜㅜ
눈치껏 스스로(?) 배워가고 있다고 할까나... -.-;;

마노아 2009-10-17 08:48   좋아요 0 | URL
엄마들 얘기 들어보면 큰 아이는 사교육을 많이 시켜보지만 둘째 아이는 해봤자 별거 없다(?)는 걸 알아차리든지, 아니면 비용의 부담으로 술렁 넘어간다고 하네요.
확실히 둘째가 큰애보다 눈치가 빨라요. 오빠 혼나는 것 보고서 정리를 잘한다든지...^^ㅎㅎㅎ
 
발라아빌루 - 어부 나망이 사막 소녀 랄라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J.M.G. 르 클레지오 지음, 김화영 옮김, 조르주 르무안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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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르 클레지오의 소설 '사막' 중 일부를 발췌해서 동화로 옮긴 책이다.
발라아빌루. 제목을 읽을 때 입술 사이로 노래가 흘러 나온다.
지혜로운 어부 나망이 바닷가 근처 사막에 사는 소녀 랄라에게 들려주는 이야기가 액자식 구성으로 담겨 있다.

시간은 오후 햇빛이 지평선 너머로 사라질 즈음, 모닥불 곁에 둘러앉은 아이들이 어부 나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아주 오랜 옛날, 임금님과 공주님이 살던 시절의 이야기. 귀신과 마법과 저주가 공존하던 그 때, 왕국엔 저주가 내려 큰 가뭄이 들고 말았다. 한 이집트인을 통해서 들은 저주를 푸는 해법은 사랑하는 공주님을 재물로 바치는 것.

공주님은 숲 속 나무 기둥에 묶여버리고, 이제 늑대밥이 될 처지에 놓여 있는데, 공주님을 사모해 오던 한 청년이 자신의 몸을 내던져 공주를 구해낸다. 반지를 끼면 짐승으로 변할 수 있지만, 다시는 사람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그렇게 영원을 살아야 하는 단 한 번의 기회이자 저주.

그리고 이 위험천만한 상황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새의 노래 소리. 노래 소리에 모든 숲 속 동물들이 귀를 기울이고, 누구도 공주님을 해치지 못하게 된다. 뿐인가. 공주는 밧줄을 끄리고 아버지가 계신 성으로 돌아오고, 나라 안에 깔린 가뭄의 저주마저도 걷어진다. 그리고 날마다 공주님의 방 창가에서 노래하는 새 한 마리. 바로 공주를 사랑했던 그 청년의 헌신이 일궈낸 기적이었다.

공주님은 자신에게 갚을 길 없는 사랑과 헌신을 보내준 그 청년의 존재를 알고 있을까.
몰랐다고 해도, 그리고 앞으로도 줄곧 모른다 해도, 청년은 공주님을 원망하지 않을 듯하다.
그게 그의 사랑이었으니까.
지혜로운 어부 나망은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간다. 모닥불은 꺼져도, 이야기의 여운과 감동은 사막의 아이들에게 여전히 깊은 울림으로 남을 것이다.

뭔가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내는 동화였다. 실제 원작 소설에서는 어떤 느낌으로 한 부분으로서 전체의 조화를 맞췄을까 궁금하기도 하다.
그림도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분위기였다.
노래하듯 읽히는 제목 발라아빌루. 그 이름에 어울리는 그림이었고, 그 이야기에 걸맞는 제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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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0-16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안자고 리뷰쓰고 계시는구나! ㅎㅎ

마노아 2009-10-16 23:59   좋아요 0 | URL
밀린 리뷰를 썼어요. 이제 자려고 해요. 눈이 막 감겨요.(>_<)

같은하늘 2009-10-17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국적이고 환상적인 그림에 눈길이 먼저 가고...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르 클레지오의 작품이 궁금해지고...^^

마노아 2009-10-17 08:49   좋아요 0 | URL
소설은 길어서 좀 부담스럽지만, 이 책은 글밥이 적으니 부담도 없고, 그림도 있어서 더 좋고 그랬어요.^^
 
체리나무 - 할아버지와 나누는 대화, 달리 초등학생 그림책 7
알폰소 루아노 그림, 끌로드 마르탱게 글, 이진경 옮김 / 달리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성장'을 말하는 동화책을 사랑한다. 청소년 성장 소설도 훌륭할 때가 많지만,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동화책에서 그 '성장'을 표현하고 설득시키는 건 더 큰 에너지를 요구할 것 같아서. 

이 책의 손자는 할아버지에게 질문을 한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는 뭐든지 다 알지요?" 

할아버지는 뭐든 다 안다고 뻐기지도 않으시고 오히려 겸손하게 대답하신다. 

"얘야, 나는 나이가 들수록 아는 것이 점점 없어진다는 느낌이 든단다." 

손자는 말도 안 된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설명을 해주기 위해서 정원의 체리나무 앞으로 인도한다. 

체리나무의 열매는 아직 파래서 익지 않았다. 이 나무 역시 처음부터 아름드리 커다란 나무는 아니었노라고, 할아버지는 말씀하신다.  




씨앗에 불과했던 것이 쑥쑥 자라 잎이 무성해지고, 하얀 꽃을 피우다가 마침내 검붉은 열매를 맺는 체리나무. 

인생도 그 체리나무 같다고 말씀하시는 할아버지. 

-내가 살아오면서 배운 것들은 체리나무 잎사귀라고 할 수 있지. 

-그럼 꽃은요? 그건 뭐예요? 

-내가 지금까지 써 온 이야기들이란다. 

-할아버지가 나한테 해 주는 이야기들 말인가요? 

-그렇지. 그리고 내가 네 할머니에게 했던 다정한 말들도 다 꽃이란다.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내 사랑"이라고 부를 때처럼요? 

-너, 네 누나, 네 동생, 너희들 모두 "내 사랑"이지. 

-체리 열매는요? 그건 뭐지요? 

-그건 내가 아직까지 알지 못하는 모든 것들이야. 


아직 만나지 못한 최고의 사랑, 최고의 노래, 최고의 책, 그런 의미뿐 아니라, '익기 전'에는 쓸모가 없는 '열매'로서도 인생을 비유할 수 있겠다. 긴 시간을 살아낸 노회한 할아버지조차도 겸손하게 인생을 바라보게 하는 미지의 것들. 그러나 언제가 익고 말 열매.   



그림을 그린 이는 '글짓기 시간'으로 유명한 알폰소 루아노다. 정감이 가거나 예쁜, 선호하는 그림은 아니지만, 이 책의 진지한 분위기와는 잘 맞아 떨어진다. 책 속의 꼬마 아이가 꼭 체리 열매 때문에 체리 나무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고, 할아버지랑 기대어 앉아 있을 수 있어서 체리나무가 좋다는 고백이 제일 마음에 든다. 함께 시간을 나누어 온, 정을 쌓아온, 서로가 서로에게 의미있는 사람만이 해줄 수 있는 찬사가 아니던가. 

할아버지가 나누어 준 인생의 비유는, 소년이 자라면서, 성장해가면서 체득해 갈 인생의 진리와 지혜를 더 빛나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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