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위층에 전세가 나왔다. 요새 전세 대란이라는데 한 달 가량 집이 안 빠지고 있다.  

40평 규모에 방 세개인데 1억에 나왔던가?  

뭐, 암튼. 건물이 워낙 낡았기 때문에 전에는 그렇게 탐난다고 생각해 보지 못했는데 요새는 그 집에 올라가 살았음 좋겠단 생각이 든다.  

지금 살고 있는 우리집은 교회랑 사택의 구분이 너무 모호해서 불편함을 넘어선지 오래니까.   

핵심은 돈이지만, 뭐 그런 돈은 없고, 당장 어디서 떨어질 데도 없지만, 그래도 공상은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만약 우리가 3층을 사택으로 쓰게 된다면, 엄마는 여전히 교회에 남을 것이고, 그럼 가장 큰 방이 엄마 방이 되면 늘 비어 있으니 비효율적인 것 같고. 그래서 저번에 넌지시 그런 얘기를 했다.  

엄마, 내 책이 공간을 많이 차지하니까 큰 방 나 주라~ 

엄마는 피식 웃으셨고, 그 얘기를 (시집 간)둘째 언니한테 하니까 그러는 거 아니라고 한다.  

원래 풍수지리학적으로 집에서 돈 버는 사람이 큰 방을 써야 한다나?  

연장자가 아니라 돈 버는 사람이야? 하니, 언니가 그런다. 그럼 그 방은 네가 써야겠네?  

그리고 어제, 퇴근 길에 칼국수 먹고 싶다는 큰 언니의 요청으로, 식구들이 다 칼국수 집에 모였다.  

팥칼국수랑 바지락 칼국수 그리고 왕만두가 메뉴.  차 타고 오는 동안 누가 쏠 것인가를 두고 서로 미뤘단다. 

그래서 엄마한테, 엄마! 내가 쏠 테니까 우리가 윗층 올라가게 되면 큰 방 나 줘~ 했더니 다들 웃는다. 

돌아가는 길, 운전하던 큰 언니가 팥죽 한 그릇에 큰 방을 쓰면 내가 섭하지~ 이런다.  

그래서 말해줬다. 원래 에서도 팥죽 한 그릇에 팔았거든. ㅎㅎㅎ 

졸지에 언니는 에서가 됐으니, 나는 야곱인가.  

암튼, 그리하여 요새는 새 방에 책장을 세우고 책을 꽂고, 창문을 열어보는 그런 상상을 하면서 잠든다.  

지금 살고 있는 사람이 한 달 뒤에 나가니까, 내 공상의 유효기간은 그때까지다. 집이 빨리 계약이 되면 더 짧아질 수도 있지만...  어쨌든 심심하지 않은 꿈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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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0-21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로또 한장 사요. 사람일은 모르는 거니까..로또 한장 사봐요, 일단. 그리고 당첨되면 윗층에 가서 제일 큰 방 차지하고 하고 싶은대로 해요. 중요한건, 반드시 로또를 '사야'만 가능하다는 거에요. '사지도 않고' 로또 당첨을 바라는 건 안되는거구요. 에 또...그리고 어떤 방법이 있을까?
꿈이 너무 행복해서 꼭 이뤄지게 해주고 싶어요. 그렇지만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으니 그저 로또를 사라는 뻘조언만 orz

마노아 2009-10-21 12:22   좋아요 0 | URL
아! 로또 생각을 못했어요. 당장 사야겠군요~!
몇 등을 해야 1억을 받을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소박(?)하게 2등만 하면 될까요? 으캬캬^^;;;;

세실 2009-10-21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큰 방보다 팥칼국수가 땡긴다는^*^ 먹고 싶어라~~~

마노아 2009-10-21 12:23   좋아요 0 | URL
어젠 팥칼국수를 먹었는데 다음엔 그냥 '팥죽'을 먹어보기로 했어요.
안 먹어본 게 더 궁금해요.^^

hnine 2009-10-21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집도 전세계약이 곧 끝나다 보니 전세대란이라는 말에 안그래도 좀 긴장하고 있었는데요.
누구와 공유하지 않는 나만의 방을 갖는다는 것, 저도 한때 로망이었는데 지금은...ㅋㅋ 빈 방 두고도 세 식구가 한방에서 바글와글 하면서 장난치다 자는게 더 좋네요 ^^

마노아 2009-10-21 12:24   좋아요 0 | URL
제발 옆방의 TV소리가 안 들리고, 우리 언니 전화 목소리가 안 들리고, 방에 창문이 하나는 있는, 그런 방에서 살고 싶어요. 가끔 야한 영화도 좀 봐주구요.ㅋㅋㅋ

Kitty 2009-10-21 1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집에서 돈 버는 사람이 큰 방을 써야하는건가요? 그럼 전데 ㅋㅋㅋㅋ 이참에 안방을 차지해버릴까요? ㅋㅋㅋ
계속 가족이랑 같이 사셨으면 마노아님 심정이 이해가 되기도 해요.
저는 너무 오래 혼자 살았더니 조용한 제 방이 싫어서 안방에 가서 늘어붙는다는;;;;;;;;;

마노아 2009-10-22 08:03   좋아요 0 | URL
혼자 살아본 적이 없어서 독립에 대한 로망이 있지요. 한 번 쯤은 경험해 보는 게 좋을 듯한데, 바로 시도하기에는 재정적 부담이 너무 큰 게지요.^^;;

L.SHIN 2009-10-22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입니다, 마노님.
누구보다 책을 좋아하고 많이 읽는 마노님에게는 역시 큰 방이 필요하겠죠~ (웃음)
저는 현재 20세기로 돌아가서 (일부를 제외하고는) TV와 컴퓨터가 없는 작은 공간에서 오로지
책들하고만 살고 있습니다. 15세기 (혹은 그 전부터)부터 20세기까지 학문과 과학, 그리고 기술이
꽃 피울 수 있었던 이유는 - 역시, '딴짓'할 수 없는 환경 덕 아닐까 하고 엉뚱한 생각을 해봅니다.(웃음)
실제로 저를 상대로 하는 이 '실험'에서도, 심심하면 결국 책을 보게 되더군요.

'열정보다 중요한 건 열정을 쏟는 방향'이라는 말이 참 좋군요.^^

날이 찹니다. 감기 조심하십시오.

마노아 2009-10-22 13:58   좋아요 0 | URL
우와아아아! 엘신님! 반가워요!
대체 이게 얼마만인가요? 와락~!(>_<)
딴짓할 수 없는 환경 덕에 학문과 기술이 발달했다! 공감해요.
중세의 대학을 보면 외워서 학문을 전수하는데, 그거 감당하려면 딴짓은 절대 못할 거예요.ㅎㅎ
지극히 아날로그적 삶을 즐기고계시는 중이군요.
그 정적인 고요함이 왠지 부럽습니다.
엘신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이름을 보니 너무 반가워서 막 웃음이 나와요.
좋은 하루 보내셔요~ 내 친구, 엘신님! ^^

같은하늘 2009-10-22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립적인 공간은 저에게도 필요해요.ㅜㅜ
그 방에 다른건 모르겠고 책장과 컴퓨터 하나만 넣어주었으면...
하루종일 한시도 작은넘과 떨어지지 못하고 지내는 신세~~~
상상만으로도 꿈자리가 즐겁다하시지만 현실로 이루어지면 더욱 좋겠어요~~^^
왜? 나중엔 더욱더 그런 공간을 만들기 어려우니까... >.<

마노아 2009-10-23 07:56   좋아요 0 | URL
그래서 엄마들이 아이들을 서둘러 어린이집으로 보내는 것 같아요.
그 몇 시간의 자유도 없다면 답답해서 우째요...ㅜ.ㅜ

카스피 2009-10-22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많아서 큰방으로 옮긴다고 하시니 넘 부럽내요.언제 창고겸 서재겸이 지하아니면 옥탑방을 면할지.....ㅜ.ㅜ
그나저나 에서와 야곱은 팥죽하나로 장자의 권리를 팔았다는 성경속의 그분들인가요?

마노아 2009-10-23 07:57   좋아요 0 | URL
책이 많아서 큰방으로 옮길 수 있는 건 아니고, 그렇게 됐다면 좋겠다구요.
거기 들어가려면 1억이 필요해요.ㅎㅎ..ㅜㅜ
팥죽으로 장자의 권리를 판 그 에서 맞아요. ^^

후애(厚愛) 2009-10-22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팥칼국수는 처음 들어보는데요.^^;;;ㅎㅎㅎ
맛 있을 것 같아요.
돼지꿈 꾸시도록 제가 열심히 빌어 드릴께요.^^

마노아 2009-10-23 07:58   좋아요 0 | URL
이번이 세 번째 먹어본 건데 맛있었어요.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바지락 칼국수의 칼칼한 국물이 더 맛나요~
돼지꿈~! 감사해요.^^
로또도 어여 사야 하는데 어디서 파는지 모르겠단 말이죠..;;;

꿈꾸는섬 2009-10-22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팥칼국수 맛나죠? 먹고싶어요. 이래서 어떻게 다이어트를 할까요? ㅠ.ㅠ

마노아 2009-10-23 07:58   좋아요 0 | URL
우리 모두의 공통점이에요..ㅜ.ㅜ

순오기 2009-10-23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큰방~~~ 책 때문에 필요한거죠.ㅋㅋ
꿈은 이루어진다~~ 고 주문이라도 외워볼까요?
에서와 야곱처럼~~~ ^^

마노아 2009-10-23 22:17   좋아요 0 | URL
소망이 깊어지면 이루어지리라~
주문을 외우겠어요. 야발라바히기야~~(>_<)
 

신간 출간 알리미를 신청했더니 문자도 오고 메일도 왔다. 백귀야행이 나왔다고~! 

사실, 17권 나왔을 때 흥분해서 팔짝팔짝 뛰고는 여태 안 읽었다. 

웃기게도, 완소 작가의 책이 나오면 너무 좋아서 냉큼 사두고는 읽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때가 많다. 

현재 세븐시즈가 그렇게 랩핑도 못 뜯은 채 방치되어 있음...;;; 

핑계는 그저 바쁘다는 거다. 당장 소장하고 있다는 안심으로 스스로를 달랜 뒤, 맛있는 건 나중에 먹는 법이야~ 이런 식의 합리화로. 그러다가 읽기도 전에 중고책으로 올라오면 살짝 아쉬워지기도 하지만. 

이번호 표지는 심히 여름스럽다. 실물을 보지 못했지만 표지의 광택을 생각할 때, 대강 어떤 느낌일지 감이 온다. ㅎㅎㅎ  

지난 주인가 곧 출간될 책으로 '피아노의 숲'을 보았던 것 같은데 다시 못 찾고 있다. 내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건가? 나올 때가 된 것 같기도 한데... 아니, 노다메가 먼저 나올 때던가? 흠...

갑자기 존 쿳시가 궁금해졌다. 턴 레프트님 서재에서 눈도장을 찍었는데 알고 보니 2003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다. 유명세에 힘입어 괜시리 한 번 더 시선이 간다. '페테르부르크의 대가'가 소재면에선 가장 흥미로웠는데 이 작가의 책들은 평점이 극과 극을 오가는 게 놀라웠다. 누군가의 별 다섯에 누군가의 별 하나라니. 페이지 적은 책을 먼저 볼 것인가, 좀 더 많이 팔린 책을 볼 것인가. 처음 만나는 작가는 재밌는 책을 봐야 다음 관심이 이어지는데 첫 책이 재미 없으면 여간해선 다시 손이 안 갈 때가 많으니...   

아, 안타깝다. 고대하던 지식e가 5권이 나올 예정인데, 표지 색깔이 슬프다ㅠ.ㅠ 

매번 원색의 강렬한 표지가 인상 깊어서 다음 번엔 어떤 색이 나올 지 나름 점쳐보는 것도 즐거웠는데 전혀 예상 밖의 무채색이라니. 뭐, 반전이라면 반전이지만. 실물은 모니터로 보는 것보다 예쁘겠지? (그래야만 해...) 

시즌5의 키워드는 ‘인간人間과 인생人生’이란다. 키워드를 보고 나니 저 회색빛이 오히려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든다.

20편의 꼭지에서 다루는 인물들은 다음과 같다. 

산악인 김세준, 축구선수 이동국, 팝 아티스트 낸시 랭, 판화가 이철수, 뮤지션 신해철과 한대수, 마임이스트 유진규, 통일문제연구소장 백기완, 우리 사회의 인종차별에 경종을 울린 보노짓 후세인, 환경 운동가 도법 스님, 용산 참사 유족 김영덕, 슬로 라이프와 행복을 이야기하는 나무늘보 클럽의 쓰지 신이치...  

오늘 용산 참사에 관한 법원 판결을 보면서 마음이 참람해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난감했다. 우리의 갈 길은 아직도 멀고, 끝은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한 시대를 살면서, 그래도 이런 책은 한줄기 빛이 되어주는 게 아닐까. 고맙고, 그래서 또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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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0-21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 쿳시의 [추락]은 저도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책이지만, 이번달에는 절대 절대 더이상 지르지 않겠어, 라고 하고서는 엊그제 이벤트에 끌려 책 두권을 또 주문했기 때문에 다음달이나 그 다음달이나 그그 다음달쯤에 장바구니에 넣던가 할려구요. 아, 새로운 책을 아는 것은 기쁨인가 슬픔인가 ㅠㅠ


뜬금없이) 나 마노아님 무척 좋아요! :)

마노아 2009-10-21 10:52   좋아요 0 | URL
저는 이번 주는 아직 주문 없이 조용히 지나가고 있어요. 그래봤자 수요일이지만, 좀 더 버텨서 혹시라도 다음 달 1일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자신이 없지만, 암튼 노력은 해보려고 해요. 새로운 책을 알아가는 기쁨과 함정의 고통이라니...ㅜ.ㅜ

아, 저도 날마다 다락방님이 더 좋아지고 있어요. 어제는 다락방님이 보내주신 엽서를 보면서 빙긋 웃었답니다. 굿나잇~ 이러면서요.^^

turnleft 2009-10-21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만인을 기다리며>나 <마이클 K>로 시작하는걸 권해드려요. 후자는 절판이라서 중고샵에서 구하셔야 할 듯.
저도 좋아하는 작가라고 떠들면서도 막상 읽은 책은 많지가 않네요. <페테르부르크의 대가>를 다음번에 읽어볼 생각입니다.

마노아 2009-10-21 12:45   좋아요 0 | URL
오, 턴님! 기다렸어요.^^
마이클k가 절판인 게 조금 의외였어요. 구하기 쉬운 야만인을 기다리며로 먼저 만나는 게 좋겠어요. 조언 고마워요~

... 2009-10-21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김혜수가 추천한 책"이라는 커다란 글씨의 띠지가 있는 <추락>울 가지고 있는데 아직 읽지 않아서 신간을 못 사겠어요.... 흑. 서점에서 살짝 들춰봤을때 사고 싶어지긴 하더라구요.

마노아 2009-10-21 14:53   좋아요 0 | URL
추락을 김혜수가 추천했군요. 그녀의 추천이라면 어쩐지 엣지!있을 것 같은 걸요.^^ㅎㅎㅎ

... 2009-10-21 15:38   좋아요 0 | URL
김혜수가 책을 굉장히 많이 읽는 편이라고 들었어요. 연예인이나 작가 추천에 관심을 안 갖는 편인데, 언젠가 김혜수가 추천한 "허삼관 매혈기"가 참 재미있었고, "추락"은 김혜수 추천때문에 산 책은 아니었지만 사고 보니 띠지에 커다랗게 써있데요.

마노아 2009-10-21 16:20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원래도 김혜수 좋아하지만, 더 좋아지려고 해요. 허삼관 매혈기는 사두고 못 읽은 책...ㅜ.ㅜ
또 어떤 책 추천했는지 찾아봐야겠어요. ^^
 
악의 추억
이정명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이정명 작가는 '뿌리 깊은 나무'와 '바람의 화원'으로 워낙 이름을 날렸기 때문에 이번 책도 우리나라 역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일 거라고 '당연히' 단정해 버렸다. 그런데 뜻밖에도 외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었다. 그것도 가상의 공간!
 
뉴아일랜드와 침니랜드. 진짜 지명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가상 속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 처음엔 집중이 쉽지 않았다. 몇 번이나 이름을 다시 들춰봤다. 내가 알고 있는 그 작가가 맞는지... 연쇄 살인 사건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인 것을 보면 분명 맞는 것 같은데 지속적인 이질감에 계속 어리둥절해 했다. 선입견이 주는 힘은 역시 무섭다.

작품은 꽤 재밌다. 사실 이정명 작가의 책은 늘 재밌었다. 재미있지만, 그것이 독자를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최선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언제든 기본은 했다. 그리고 미리 말하지만 늘 '반전'을 앞세운다. 추리 기법으로 진행을 해나가면서 궁금증을 잔뜩 유발시키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확 터트리는 강점이 있다. 다만, 그 반전이 너무 세서 오히려 다른 이야기가 조금 묻히는 느낌. 다시 말하자면, 소재의 신선함과 반전의 기발함에 혀를 내두르지만, 그것을 아우르는 전반적인 이야기의 힘은 약했다. 그래서 훌륭한 작가라고 생각하지만 언제나 만족도 면에서는 2% 부족했던. 더 잘 쓸 수 있는 작가인데, 기대치에서 조금씩 부족한 게 매번 좀 걸렸다. 그리고 그건 이번 작품에서도 예외없이 반복되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나의 관점에서 말이다.  

작품 속에서는 연속해서 충격적인 연쇄 살인이 일어나고, 사건을 뒤쫓는 형사가 나오고, 뭔가 알 수 없지만 심각한 단서들이 계속 쌓이고 있다는 것도 알겠는데 그것들이 '응집력'을 갖추질 못한다. 그래서 사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따로 노는 느낌을 갖게 한다. 뭐랄까. 의욕도 충만하고 재능도 충분한데 아직 연륜이 부족하다는 느낌? 이 신선하고 훌륭한 A급 재료로 왜 글은 B급으로 완성해낼까 싶은 안타까움이 쌓인다.

사냥개 같은 예민한 감각을 가진 복직 직전의 형사 매코이. 첫 출연 인물이 헐리가 아니라 매코이였다면 더 좋았을 텐데, 일단 헐리로 시작을 해서 꼭 그가 주인공 같은 느낌을 먼저 받고 시작했다. 프로파일러 라일라. 전문분야를 가진 심리 분석관인데, 그녀의 특별한 수사관으로서의 재능은 보여지기 보다 '제시'되기만 한다. 또 그녀가 매코이에게 좀 더 특별한 감정을 가졌던 것 마냥 '사랑'을 얘기하지만 뜬금 없었다. 아니, 연민은 느낄 수 있겠지만 언제 '사랑'까지 갔단 말인가? 싶은. 그것이 가장 마지막에 나오는 반전 때문에 깔린 일종의 포석이라고 할지라도, 독자를 좀 더 영민하게 속여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예를 들자면 영화 '텔미섬딩'에서 심은하는 가장 끝까지 자신의 표정을 숨겼다. 관객은 영화가 끝날 때에 가서야 그녀의 진짜 얼굴을 알아본다. 이 작품은 그 영화처럼 결말을 명확하게 설명해주고 끝나진 않았지만 말이다. 이야기의 얼개가 좀 더 촘촘하지 못한 것은 많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리고 이것 역시 나만의 불만이지만 작품의 배경이 한국이었다면 좋았을 것을... 했다. 물론, 그리 된다면 마약상이나 총기 사용 등 설정에 제약이 따르겠지만, '가로세로 낱말 퍼즐' 은 영어로 풀어야 한다면 독자들이 가져갈 수 있는 즐거움이 확 감소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한국어로 표현될 수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나라 작가라고 해서 꼭 우리나라 배경의 소설을 써야 하는 건 아니지만, 읽는 독자가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일종의 정보의 불일치가 작품의 매력에 다가가는데 또 방해가 되는 듯하다. 인물들에 대한 캐릭터 등도 만약 한국 사람으로 상상할 수 있었다면 더 입체적일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우리나라도 과학수사를 하고 있으니 프로파일러와 같은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이 아주 무리는 아닐 것 같은데 말이다. 가상의 공간도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못 만들 이유는 없으니까. 욕망과 선망의 도시 뉴아일랜드와 침니랜드는 오늘날의 대한민국의 도시로 대입시켜도 별로 비켜가지 않는다. 과밀화로 인한 온갖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지만 그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서 더 안달이 나있는 주변 도시와의 애증적 관계 말이다.

라일라의 과거와 상처, 그리고 레이첼의 등장이 부자연스러웠다. 이런 식의 '갑작스러운' 선포가 자주 발견된다. 사건의 흐름과 진행 속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해야 할 것들이, 등장인물의 '발언'으로 일방적으로 제시된다. 덜 세련된 표현이다. 그런 부분들이 작품 전반의 유기적인 끈을 느슨하게 만든다.

맨 마지막에 등장하는 캐더린 브릴의 캐릭터가 내용 중간에도 좀 더 등장했으면 했다. 좀 뜬금 없는 등장으로 보인다. 반전을 위한 반전을 깔기 위해서 내용에 무리수를 두지 않았으면 한다. 설령 반전이 좀 더 진부해진다 할지라도 그보다는 내용이 자연스럽게, 설득력있게 전개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책은 무척 재밌음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아쉬움을 자꾸 갖게 한다. 확실히 매코이 형사의 비밀이 언급될 즈음에 가면 쿠쿵! 하고 긴장감이 확 솟구쳤는데 그 전까진 지리하게 읽혔다. 그렇다고 가장 중요한 반전 코드를 시작부터 쏟아낼 수는 없는 것인데, 그러니까 그 지점까지 유기적으로 단서를 흘리면서 독자를 끌고 와야 하는데 그게 부진했다. 그리고 마지막의 매코이의 방황과 번뇌, 갈등을 좀 더 부각시켰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좀 더 동정표가 쏠릴 수 있는 장치 말이다.  

애들레이드의 정체에 관한 반전도 다소 충격적이었다. 주인공에 대한 연민이 더 짙어지는 부분.  

뉴아일랜드에 가득한 안개가 인공으로 만들어버린 섬에 의한 안개 때문이라는 것을 읽으면서 남일 같지가 않았다. 우리 강바닥 다 헤집으면 이 나라 어찌될까 싶고, 안개낀 도시의 위험천만한 범죄들이 막 연상되고 마니.... (소설 '도가니'가 떠오르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실, 난 이 책을 출간 전 '미출간 도서'로 먼저 읽었다. 편집이 끝나지 않은 책이어서 좀 더 거칠게 읽힌 건 사실이다. 완성된 책을 펼쳐보니, 퍼즐도 너무 그럴싸하게 잡혀 있고, 내지 편집이 훌륭하게 되어 있어서 종이의 디자인이 '긴장감'을 유발시킬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아버렸다. 표지도 내 맘에 든다. 다만, 제목은 무척 아쉽다. 처음 내가 받아본 제목은 '나에 관한 너의 거짓말'이었다. 제목이 너무 길어서 입에 감기지 않는 게 단점이었지만, 책을 읽고 보니 그 제목이 딱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지만 완성된 책의 제목은 '악의 추억'이라는 황당한 이름으로 바뀌어 있다. 다만, 마지막 즈음의 소제목에서 '너에 대한 나의 거짓말'로 교정되어 들어가 있다. 작가님도 그 제목을 버리기는 아까우셨나 보다. '악의 축'이 떠올라서 제목은 자꾸 미스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건 들어보지 못했는데 혹시 이 작품도 영화로 판권이 팔렸을까? 읽으면서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매우 재밌을 거라는 상상을 했다. 사이코패스, 이중인격, 안개 낀 도시, 웃고 있는 시체 등등. 시각적으로 관객을 사로잡을 것들이 많고, 매코이와 데니스 코헨을 연기할 배우를 상상하는 일이 아주 짜릿했다. 제대로 연기파 배우를 써야 할 테니까. 이병헌이 적임자란 생각을 했고, 그 외 연기파 배우 하면 빠지지 않는 김명민과 황정민도 생각했다. 아무래도 너무 젊은 배우는 곤란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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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0-21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뿌리 깊은 나무는 중고샵에서 사놓고 여직 못 읽었으니, 읽은 건 바람의 화원 하나뿐.
선입견, 정말 무섭지요~ 특히 사람에 대한 선입견은 더욱 더!

마노아 2009-10-21 08:09   좋아요 0 | URL
첫인상을 중시하지만, 선입견은 늘 조심해야지요. 이정명 작가 엄청 왕성하게 활동하는 듯해요.^^

2009-10-21 0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21 0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09-10-21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다시 보셨나요? ㅎㅎㅎ
저도 마지막 마노아님 생각과 같은 생각을 했어요.
책보다는 영화로 만들어 보여지면 더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

마노아 2009-10-21 09:06   좋아요 0 | URL
다시 보진 않았는데, 마지막에 혹시 좀 바꼈을까 싶어서 끝부분만 다시 읽었어요. 안 바뀐 것 같았어요.6^^;;
영화로 만들면 더 매력적일 듯 하지요.^^
 
대머리 사막
박경진 글 그림 / 도깨비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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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지나간 흔적, 그 대가는 곧 인간이 치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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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범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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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처음 접하게 한 것은 '화차'였다. 얼마나 흡인력이 있던지 잠시도 눈을 떼기가 힘들었던 독서였다. 그리고 다음으로 추천 받은 소설은 '모방범'. 400페이지 넘어가면 살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는 나에게 3권 총 1600페이지가 넘는 책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길고 긴 이 책이 실제로 일본에서 연재 기간은 5년이었다고 한다. 2001년도 작품이 국내에는 2006년에 번역되었고, 나는 2009년에 읽었다. 그리고 작품의 배경은 1996년이다. 십 년도 더 전의 일본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자본주의와 개인주의, 사회의 분화 모습을 생각한다면 지금의 우리나라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보아도 크게 어긋나지는 않을 듯하다.  

작품은 오가와 공원에서 산책하던 17세의 고등학생 신이치의 개가 쓰레기통에서 잘려진 여자의 팔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이어서 쓰레기통에서는 다른 여성의 핸드백이 발견되고, 핸드백의 주인인 마리코의 할아버지 아리마 요시오에게는 전화를 건 범인은 실종된 손녀로 인해 애간장을 끓이는 가족을 농락한다. 그리고 차례로 발견되는 여성들의 시체. 연쇄살인범은 도쿄를, 일본 전역을 공포로 몰아넣은 채 방송국과 유가족에게 전화를 걸면서 이들의 고통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게다가 얄궂게도 처음 토막난 팔을 발견해낸 소년은 얼마 전 강도살해로 일가족을 다 잃어낸 고통을 겪고 있던 참에 이런 일에 또 연루된 것이다. 경찰은 경찰대로 수사 본부가 발칵 뒤집히고, 방송은 방송대로, 유가족은 유가족대로, 그리고 사건에 연루되지 않은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이 연쇄살인 사건에 시선을 집중하며 그 진행사항을 눈여겨 본다.  

작품은 긴 호흡이었다. 등장인물도 어마어마하게 많았는데, 각각의 사람들과 사건들은 처음에는 별 상관 없는 것처럼 진행되지만, 어느 순간에 가면 한 지점에서 마주치게 된다. 작가의 그물은 촘촘하고도 섬세했다. 독자는 인내심을 갖고 그네들의 뒤를 추적해 간다. 1권의 후반부에 가면 범인은 이미 노출된다. '누가' 범인인가는 이 책에서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그네들의 행적을 따라가보면서 그 심리상태를 들여다보는 게 더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게다가 1권에서 이미 살인범의 최후를 보여준다. 그리고 나서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그들이 정말 '진짜' 범인인지, 왜 그런 일을 했는지, 그 과정들을 차근차근히 풀어간다.  

지켜보다 보면, 살인범의 행적에 분노가 치솟고, 그놈의 인면수심에 공포를 느끼고, 또 유가족의 고통과 남겨진 슬픔의 잔향에 마음이 쓰라리다. 그들의 고통은 진행형이지만, 앞으로도 그 고통은 옅어질지언정 사라질 수 없고, 또 극복되기도 힘들다. 그저 끌어안고 살아야 한다. 그들은 묻고 또 묻는다. 도대체 왜? 왜 우리에게?  그리고 가혹하게도, 범인은 그 심리를 알기 때문에 희열을 느낀다.


   
 
 “모든 피해자에게, 모든 피해자의 가족에게 영원히 풀리지 않을 수수께끼를 던져주는 거야. 왜? 우리 딸이 왜 죽어야 했을까? 범인은 왜 우리에게 왜 이런 고통을 주는 것일까? 왜, 왜, 왜? 그러나 아무도 그 이유를 몰라. 별것도 아닌 놈들이 잔머리를 굴려보겠지. 경찰도 눈을 부라리며 수사를 할 테지. 그러나 그들은 몰라.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걸 아는 사람은 나, 아니 우리뿐이지.”

– 2권 209쪽
 
   


그네들은 어떤 목적 없이, 이유 없이 살인을 저지르는 것처럼 보였다. 2권의 한 대목을 보자. 


   
 
 “진정한 악이란 이런 거야. 이유 따위는 없어. 그러므로 피해자는 자기가 왜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당하는지 모르는 거야. 원한, 애증, 돈, 그런 이유가 있다면 피해자도 납득을 할 수 있겠지. 자신을 위로하거나 범인을 미워하거나 사회를 원망할 때는 그 근거가 필요한 거야. 범인이 그 근거를 제시해주면 대처할 방법이라도 있지. 그러나 애당초 근거 같은 건 없었어. 그거야말로 완벽한 ‘악’이야.”
“난 잘 모르겠어.”하고 구리하시 히로미는 기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더 심한 범죄들도 많잖아?”
“더 심한 범죄? 더 많은 사람을 죽이고, 더 많은 돈을 빼앗는 것? 그런 건 아무 의미도 없어. 그건 어디까지나 범죄일 뿐, 악은 아니야.”
– 203쪽
 
   


이쯤 되면 저 극악무도한 범죄자는 인간이 아니라 '악마'로 보인다. 범죄가 아닌 '악'을 말하는 자라니. 영화 공공의 적 1편에서 부모를 죽인 이성재는 사람 죽이는데 이유가 있냐고 되물었다. 이유가 없이도, 목적이 없이도, '그냥'도 사람을, 그것도 부모를 죽일 수 있는 그런 무서운 세상을 살고 있다는 살벌한 충격. 그게 코믹 영화였으면서도 그 영화를 가볍게만 기억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이 작품 안에서도 그래 보였다. 적어도 처음에는. 설명되지 않으니까, 그들의 범죄에 어떤 원인이나 동기가 발견되지 않아서, 그저 미쳤다고 밖에는 스스로를 납득시킬 수가 없어서 답답했다. 독자도 이런데 희생자나 유가족은 오죽할까.  


   
  "살인이 잔혹한 것은, 살인이 피해자를 죽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가족의 생활과 마음까지 서서히 죽여가기 때문이야. 하지만 그 가족을 죽이는 것은 살인자 본인이 아니라 그 가족들 자신의 마음이야. 정말 웃기는 이야기지만, 사실이 그래. 난 그게 싫어. 난 아무리 자신을 책망해도, 조금씩 죽어가도, 가만이 이를 악물고 버틸 수 있을 정도로 강한 인간이 아냐. 이제 더 이상은 싫어" – 3권 280쪽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처한 상황과 다른 입장에서의 자기의 말을 한다. 여성과 남성이 이 연쇄살인사건을 지켜보는 시각이 달랐고, 희생자에게 느끼는 감정도 달랐다. 여성들만 노리는 살인 사건이었던 터라 여자들은 더 공포를 느꼈고, 남성들 중에는 그 범죄자의 기분(쾌감)을 이해할 것 같다는 반응까지도 나왔다. 게다가 희생자가 사회적 기준에서 건전하지 못한 행적을 갖고 있기라도 한다면 바로 도마 위에서 난도질 당하기에 바빴다. 마치 성추행 사건이 터지면 그 원인을 여자의 짧은 미니 스커트 때문이라고 비난하는 것과 같은 그런 분위기로. 

누군가는 저널리스트의 사명을 외치면서 르포를 쓰겠다고 덤비지만, 그 과정에서 진실을 보지 못했고 혹은 유가족의 상처를 건드리기도 했다. '알 권리'라는 잘난 이름 아래, 우리의 천박한 호기심이 희생자에게 또 어떤 상처를 입힐 수 있는지에 대해서 여러차례 되새겨보게 되었다.  

등장 인물 중에 아주 착한 심성을 가진 청년이 하나 나온다. 어렸을 때 뇌기능의 문제로 시각장애를 앓았는데, 눈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닌지라 아이가 시각장애가 있는지 누구도 몰랐고, 그래서 학습장애를 가졌으며 대인관계도 원만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메밀국수집에서 성실히, 열심히 일해왔지만, 내세울 것 없고, 외모도 보잘 것 없는 그 사람이 이 살인 사건의 대단원을 장식했을 때 쏟아지는 온갖 선입견들이 아프고 아팠다. 그러니까 이 잘나빠진 물질만능주의 세상에서는 그 사람의 인성과, 가치관과 노력 따위는 보이지 않고, 겉에 드러나는 것들만이 중요한 이 사회를 너무도 투명하게 보여주는 듯해서 말이다.  

길고 길었던 이 작품이, 마침내 '종결'의 장을 찍었을 때는,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어떤 결론을 도출해 내고 마친다.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그럼에도, 작품을 다 읽은 감상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참으로 외롭다... 이 한마디면 족할 듯하다. 가해자도 외롭고, 희생자도 외롭고, 그리고 그 가족들도, 그런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그리고 독자까지도 모두, 외롭다. 외로운 세상이다. 그래서 아프다. 그래서, 또 서로를 위로해가며 살아야 하는 세상이기도 하다. 

'모방범'이란 제목으로 검색하면 책이 더 나온다. 아마도 후속작인 듯하다. '모방범'을 모방한 또 다른 모방범이 등장하려나 보다.  

그래도 일단은 '낙원'보다는 '이유'를 더 먼저 만날 듯하다. '먼저'가 내게 얼마나 가까운지는 알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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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10-20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책 제게도 있는데 책장만 넘기다 아직 제대로 읽어보지도 못했어요. 언젠가 읽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에요.

마노아 2009-10-20 00:22   좋아요 0 | URL
이렇게 긴 책은 작정하고 읽어야 해요.^^

머큐리 2009-10-20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때문에 미미여사의 팬이 되어버렸어요...두껍긴해도 순식간에 몰입 당해버렸죠

마노아 2009-10-20 11:03   좋아요 0 | URL
필력이 대단해요. 미미여사 군단이 생길만 해요.^^

같은하늘 2009-10-20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동네, 미미여사하면 항상 맨 앞에 나타나는 책이던데...
언젠가는 저도 읽고 미미여사에게 빠질 날이 오겠지요? ^^

마노아 2009-10-20 11:03   좋아요 0 | URL
아마 풍덩 빠져서 헤어나오기 힘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