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메이드] 패브릭 북커버 - 그래니체크 - 와인(일반 사이즈)
하이디스튜디오
절판


침흘리던 북커버를 드디어 장만했다.
사이즈가 두 개인데 일단 큰 책부터 주문했다. 책이랑 같이 주문하면 무료배송!
오른쪽에 있는 건 앨범이고 왼쪽이 북커버다.
파스텔 톤의 다른 북커버가 더 맘에 들었지만 갸는 비싸서 그냥 제일 싼 걸로...;;;;

같이 도착한 조용헌의 소설이 딱 이 사이즈라서 한 번 테스트로 씌어봤다.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딱 저 사이즈다 보니까 씌울 때 책장이 꺾인다.
실험해본 책은 중고로 산 책이라서 그냥 막 집어넣었지만,
새 책을 깨끗이 보려고 커버를 씌우는 건데 책이 꺾이면 막 화날지도...
앞장부터 넣었는데 뒷장부터 넣었어야 했나?
좀 더 연습이 필요해 보인다.

두꺼운 책을 끼울 때를 대비해서인지 버튼에 여유가 있다.
버튼을 두 개로 박아서 책 두께에 따라 달칵!하고 단추 채우는 걸 고를 수 있다면 좋았으련만.

사고 보니, 옆의 책 사이즈의 작은 북커버도 탐난다.
저 사이즈는 올리브 색으로 재구매하려 한다.
생각해 보니, 두껍고 무거운 책은 들고 다니면서 볼 일이 많지 않으므로,
가볍고 얇은 책 사이즈가 더 필요했던 거였다!
솜씨가 좋다면 직접 만들어서 쓰는 것도 좋겠지만, 그런 솜씨는 없고, 그렇게 부지런하지도 못하고, 그래도 북커버는 필요한 듯하고... 내겐 딱 좋은 책 사치품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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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9-10-25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거 사이즈 잘못 알고 주문해가지고는, 제가 가지고 있는 어느 책에도 맞지 않아 지금 책상 속 어느 구석에 처박아 두었답니다 흑흑..

마노아 2009-10-25 18:18   좋아요 0 | URL
호곡, 규격 사이즈가 아닌가봐요? 두 가지만 있으면 대강 맞춰서 쓸 수 있는 건줄 알았어요.
어휴, 아쉬워요..ㅜ.ㅜ

하늘바람 2009-10-25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쁘네요 저도 탐나요 북커버 맘만 있지 전 그냥 보거든요. 특히 다이어리를 끼워다니고 싶어요. 참 이쁘네요.
제껀 없어서도 마노아님 만들어 드리고 픈데 잘 못 만들어서 어디 부탁 하는 것도 만만치 않고 그러네요 언젠가 기회가 오겠지요

마노아 2009-10-25 18:18   좋아요 0 | URL
우헤헷, 지난번 후애님 북커버 넘흐 아름다웠어요. 마음만으로도 이미 선물 받은 것처럼 기뻐요. 하늘바람님.^^

Kitty 2009-10-25 2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저도 눈독들이고 있는건데 또 들썩들썩하네요.
무늬가 좀 취향이 아니라서 망설이고 있는데 다른 무늬는 다 배송료가 있네요 ㅠ_ㅠ
미국에서 가져온 1불짜리;; 책커버가 있긴 한데 후지고 또 후져서 집에서 책볼 때만 썼던거라
여기서 전철에서 책 읽으려니 꺼내기가 심히 쪽팔려요 ㅡㅡ;;

마노아 2009-10-25 21:32   좋아요 0 | URL
저도 디자인이 아쉽긴 했는데 받아보니 그럭저럭 괜찮아요. 일단 때가 별로 안 타게 생겼다능...^^;;;;
다른 제품들 배송료 때문에 과감히 포기했어요. ㅎㅎㅎ
능력 있음 직접 만들고 싶어효..ㅜ.ㅜ

같은하늘 2009-10-27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는 대중교통에서 희안한(?)책 제목 때문에 눈총 받는 일은 없으시겠네요. ㅎㅎ

마노아 2009-10-27 11:08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그게 핵심입니다.ㅎㅎㅎ
 
엽서속의 기생읽기
국립민속박물관 지음 / 민속원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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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는 우리 민족의 장구한 역사상 민족의 정통성과 역사가 단절되는 시기였다. 이로 인해 식민지적 경제의 파행성과 왜곡된 근대화 과정 등으로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등 여러 분야에서 심각한 후유증이 남게 되었다. 일제 강점기의 과거사 청산은 사회사적 검토의 대상으로 일제시대 '기생'의 이미지도 포함하고 있다. 기생을 매음하는 창기로 자리 잡게 한 것은 일제의 치밀히 계산된 문화침략 중의 하나이다. 일제는 조선을 강점하면서 광범위한 직제 개편을 위해 기생들에게 일본제국 군대와 일본인을 위한 매춘의 사회화를 강요한다. 그것이 바로 '기생단속령'과 '창기단속령'이라는 지침이며,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생의 이미지는 일본의 윤락녀 이미지로 차츰 탈바꿈하게 된다. -10쪽

그러나 우리나라 권번 기생은 대한제국 황실의 관기 예악문화를 전승하고 보전시킨 공로를 인정받아야 한다. 그들은 현금, 가야금, 장구, 아쟁, 해금, 대금, 소금, 가곡 등의 기악과 성악은 물론 궁정무용인 춤, 가인전목단, 선유락, 항장무, 포구락, 무고, 검무, 사자무, 학무 등의 정재와 그 밖의 글씨와 그림을 익혀온 예악문화의 실현자이자 종합예술가들이었다. 특히 1920년대 초반에 서양춤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전까지 조선춤, 서양춤 할 것 없이 모든 춤을 기생들이 추었다. 기생으로서 갖추어야 할 예능종목은 물론 일반교양까지 포괄하는 다양한 내용으로 짜여졌다. 전문 음악가이자 무용가라고 할 수 있는 종합예술가들이 바로 당시 기생들이었기에 전통문화예술을 발전시켜온 주역의 대우를 받아야 한다. -10쪽

기생의 어휘에서 '생'은 어떤 생업으로 생계를 삼고 있는 것을 뜻한다. 언제부터 정확하게 '기생'의 어휘가 쓰였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성리학이 통치이념으로 자리 잡은 조선 중기부터라고 추측된다. 왜냐하면 사대부와 기녀의 관계는 밀접했기에 유사한 방식의 어휘와 소통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서생'은 글을 써서 생계를 삼아 공부하는 사람이고, '유생'은 유학을 공부하는 것으로 생계를 삼은 선비라고 지적할 수 있다. 따라서 조선 중기부터 용례가 보이는 '기생'은 '기업(妓業)으로 생계를 삼고 있는 기녀'라 할 수 있다.-174쪽

"신라 중엽에 처음으로 원화를 받들었는데, 이것이 기녀의 근원이라고 하였다. 즉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제 24대 진흥왕 37년(576) 봄에 처음으로 원화를 받들었다."

이능화는 이로 미루어보면, 원화는 오늘날 기생과 같은 것이고 화랑은 오늘날 미동과 같은 것이고 풍류낭도는 오늘날 외입장과 같은 것이라 하였다. 또한 이에 장덕순은 "애초의 원화제에서 남자 300명 속에 낀 두 미인은 남자들의 총애를 받으려고 서로 경쟁했을 것이 뻔했고, 그래서 죽이고, 죽는 비극이 일어났다. 이것은 미상불 기생족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한다.
원화의 신화적 기록에 의하면 그 역할은 무녀와도 그리 거리가 있지 않다고 여겨진다. 물론 '서로 아름다움을 질투하였다'는 문구와 상징적으로 두 여인을 뽑아 무리를 이끌었다는 것도 무녀기원설과 서로 통한다.-175쪽

일제 강점기 당시 사회변화에는 기생에 대한 호감과 배척이라는 이율배반적인 성격도 들어 있었다. 한쪽에서 보면 기생들은 적어도 봉건적인 유물로서 배척해야 할 대상이었으나, 실제적인 면에서는 현대적인 대중문화의 스타이기도 하였다. -1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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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속의 기생읽기
국립민속박물관 지음 / 민속원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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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를 통해 기생들의 춤, 악기, 패션 등을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기획의 책이다.
도판이 많고 글밥은 많지 않다. 일제시대로 인해 왜곡되어진 기생 문화의 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게 제일 큰 수확이다.

평양의 기생학교 생도(生徒).
평양 기생학교에 입학하는 나이는 12세 내외로, 3년제 교과 과정으로 되어 있다.
평양 기생학교 이전 노래서재의 모습인 듯하다.

어리지만 이들도 당시 유행하는 바짝 치켜올린 느낌의 짧은 저고리를 입고 있다.

기생 오산월.
평양출신 기생 오산월의 사진 회엽서이다.
요즈음의 칼라사진처럼 보이지만 인화 과정에서 채색하는 방식의 사진이다.
당대 최고의 미인 오산월은 사진엽서를 가장 많이 남긴 기생으로 알려져 있다.

기생 장연홍.
기성권번 기생 장연홍(1911년생)은 14세에 기생이 되어 뛰어난 미모와 지조로 당대 이름을 날렸던 명기로 21세에 중국 상해로 유학길에 오른다.

눈꼬리와 눈썹이 아래로 내려가서 수더분한 인상을 주는데 젊은 나이에 유학길에까지 오르다니, 사실은 강단 있는 여성이었나보다.

기생 박설중월.
평양출신 기생 박설중월은 일본에도 널리 알려진 명기였다.

배우 박은빈과 닮았다.

샤미센을 연주하는 기생.
일제강점기 후반 조선 기생의 모습으로, 1910년대 중반에 이미 샤미센을 연주할 수 있는 기생이 있었고, 어떤 기생은 일본 민요도 불렀다. 일본인을 접대할 일이 점점 많아지자 권번은 조선 기생에게 일본 노래와 춤도 가르쳤다.

이 사진은 저 샤미센 하나 때문에 더 서글퍼 보인다.
치마의 주름이 눈길을 끈다. 저고리는 많이 길어졌다.

평양 기생학교의 레뷰댄스(Revue Dance).
가극의 신생면(新生面). 레뷰댄스는 1913년 일본의 천승곡예단에 의해 조선에 처음 들어온 이후 1920년에 기생의 레파토리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이후 권번의 정기연주회나 박람회 등에서 어깨를 드러내고 짧은 치마를 입은 기생들의 약간은 곡예적인 레뷰댄스를 볼 수 있었다. 중앙에 신사 차림의 스틱맨 역시 기생의 남장이다.

조선기생 최옥희와 일본 기생 이마응.
덕수궁을 배경으로 조선기생 최옥희와 일본기생 이마응의 내선일체를 연출한 사진엽서이다. 전형적인 제국주의적 시각을 볼 수 있는 엽서이기에 조선총독부의 발행 책자에 가장 많이 사용되었다.

기생 이옥란.
조선권번 기생 이옥란은 콜럼비아 레코드사에서 조선 후기의 12잡가 중 하나였던 '유산가'로 음반을 취입한 대중스타였다.

보는 순간 배우 '박보영'이 떠올랐다. 쌍커풀 없는 눈매 때문인 듯.
가만히 보면 가르마가 약간 옆으로 이동해 있다. 당시 유행하는 스타일인 듯.

짧은 저고리와 풍성한 치마가 인상적이어서 찍어보았다.
당시 유행하는 스타일이 이랬다. 점차 저고리가 길어지고 활동하기 편한 형태로 바뀌어 가는데, 이때는 아직 저 스타일이 더 대세였던 듯. 겨드랑이 아래쪽으로는 거의 저고리가 남아있지 않아 꼭 볼레로를 입힌 느낌이다.
자세히 보면 손에는 토시를 끼고 있다.
당시 담비 토시가 가장 고가의 인기품이었다고 한다.
이 사진은 조금 나아보이지만, 책에 실린 전신 사진을 보면 5등신이 그렇게 많을 수가 없다. 이 사진도 6등신까지는 되지 않고 5.5등신 정도로 보인다.
평균 키가 작았을 것이고, 평균 머리 사이즈는 지금보다 컸을 것이다.;;;;

기생들 중에는 신문물을 받아들여 한복과 조화롭게 차려입은 기생이 많았다.
왼쪽 가르마, 머리핀, 스카프, 시계 등은 신여성의 표현이기도 하다.

쌍커풀이 진해서 유독 서구적으로 보인다.
당시엔 새빨간 립스틱도 유행했다. 얼울은 하얗게, 입술은 빨갛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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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10-24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기와 시조, 노래와 춤에 능한, 말하는 꽃이었다지요.

마노아 2009-10-24 13:51   좋아요 0 | URL
아, 이 댓글을 보고 나니 '신 기생뎐'을 아직도 못 읽었다는 게 퍼뜩 생각났어요. 아우...(>_<)

hnine 2009-10-24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사진 속의 인물들은 무척 어려보이네요. 마지막 사진의 여성은 차림새도, 화장도,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가 드러나게 활짝 웃고 있다는 점이 다른 사진들의 여성과는 많이 달라보여요.
저도 이 리뷰 보면서 이 현수님의 '신기생뎐' 생각했어요. 그 소설 쓰기 위해 기생집의 주방일을 했던 분 (소설 속에도 등장하는데 이름을 잊었어요.)을 자세하게 취재했다고 하더군요.

마노아 2009-10-26 23:15   좋아요 0 | URL
앗, 댓글을 빼먹었네요. 죄송...ㅜ.ㅜ
첫번째 사진 속 아해들은 동기인가보요. 12살에 입학 가능하다고 하니 그 나이일지도 모르겠구요.
신기생뎐 취재 대상이 그렇군요. 아, 봐야 하는데...언제 보죠...ㅜ.ㅜ

이매지 2009-10-24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나는 기생이다>라는 책이 떠올랐어요 ㅎㅎ
그러고보니 저도 아직 <신기생뎐>을 못 읽었네요;; ㅎㅎ

마노아 2009-10-24 22:01   좋아요 0 | URL
불쑥불쑥 밀린 책들이 떠오르면서 막 죄책감을 느끼는 게 우리들의 공통점이기도 해요.^^ㅎㅎㅎ
 

Vol.986 2009-10-23

 
 



 
꿀꺽꿀꺽~ 물 먹는 새 만들기
 
“고무고무, 예전보다 좀 마른 거 같지 않아?"
“아, 물주는 거 깜빡했다. 잠깐만. 금방 가져 올게."

베란다에서 들려오는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짠돌 씨는 속으로 혀를 찼다. 온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고무나무에게 한동안 물을 주지 않은 사실을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고무고무’라는 애칭을 가진 고무나무를 위해 빈 페트병에 물을 담아 베란다로 허겁지겁 달려간 짠돌 씨는 화분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 녀석, 미안하다. 물 많이 먹고 다시 통통해지렴.

“아빠, 고무고무 목 많이 말랐나 봐. 물이 막 사라져."
“응. 너무 오래 내버려둬서 흙까지 바싹 마른 거 같네. 아빠가 제대로 못 챙겨서 미안해."

가뭄에 물 만난 고기마냥 물을 쑥쑥 흡수하는 마른 흙을 보며 짠돌 씨는 또 한 번 혀를 찼다. 별로 춥지 않은 날씨 탓에 건조한 가을이 온 걸 깜빡하고 있었던 게 실수였다. 옆에 같이 쪼그리고 앉아 고무고무의 잎을 만지작거리던 막희가 뭔가를 떠올린 듯 박수를 쳤다. 이럴 땐 십중팔구 짠돌 씨가 ‘귀찮아지는’ 일이 생긴다. 이미 눈치 챈 아내 김 씨는 슬금슬금 베란다 밖으로 나가려는 참이었다.

“아빠, 아빠! 나 되게 신기한 거 깨달았어!"
“음, 막희야…. 아빠 지금 바쁘니까 다음에 얘…기 하면 안 될…? 아냐. 미안해. 마음껏 얘기하렴."
“있잖아, 흙이 고무고무에게 맘마를 주는 거야!"
“엥? 뭐라고?"
“그러니까! 흙이 먼저 물을 먹고 고무고무가 먹을 수 있도록 맛있게 만들어서 다시 고무고무에게 주는 거라고!"
“저…, 막희야. 아빠가 잘 이해를 못 하겠는데, 좀 더 쉽게 말해주면 안 될까?"

막희는 미간을 좁히며 팔짱을 끼고 과장되게 한숨 쉬었다. “이런 바보 아빠를 봤나" 어디선가 들려오는 환청에 짠돌 씨는 조금 울고 싶어졌다. 난! 고무나무에! 물 준! 죄밖에! 없을! 뿐이고!

“아빠가 물주면 흙이 먼저 먹잖아."
“먹…, 응. 쑥쑥 잘 먹지."
“그러면 고무고무가 먹을 게 없잖아."
“…."
“찬 물을 고무고무가 먼저 먹으면 고무고무가 탈나니까, 흙이 먼저 먹고 따뜻하게 데워서 토해내는 거야. 흙 뱃속에 있는 좋은 것도 잔뜩 넣어서 고무고무 많이 먹어라~ 하는 거지. 어때? 나 똑똑하지?"

흙이 무슨 어미새냐…. 아이답게 기발하다면 기발한 생각이고 과학적으로 아주 틀린 말도 아니었지만, 저 미묘한 비틀림은 대체 어쩐다냐. 그렇다고 유치원생 앞에서 모세관 현상이니 반투막이니 하는 어려운 용어를 늘어놓을 군번도 아니었다. 허리에 팔을 올리고 의기양양하게 서 있는 막희를 멍하니 바라보며 짠돌 씨는 안 돌아가는 머리를 억지로 굴렸다. 으으. 생각할수록 머리 아프다. 누가 나 좀 구해 줘~! 이때 김 씨가 달려나와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

“막희 똑똑하네~! 그럼 막희 생각이 진짜 맞는지 어떤지 한 번 실험해 볼까?"

실험을 시작하고 10분 후, 불에 달궈 구부린 피펫 사이로 붉은색 물이 흘러 들어갔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새’를 주시하던 막희가 순간 탄성을 질렀다. 뒤 꽁무니를 푹 숙이며 물을 뱉어낸 새가 다시 앞으로 힘차게 고개를 숙이며 물을 빨아들이기 시작한 것.

“엄마엄마, 얘 정말 물 잘 먹는다! 왜 이런 거야?"
“응, 고무고무가 물 먹는 비결은 ‘모세관 현상’ 때문이야."
“모세관?"
“아주 가는 관을 모세관이라고 해.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고무고무 같은 식물의 뿌리나 줄기 속에는 모세관이 다발을 이루고 있단다. 이런 모세관 속에 물이 들어가서 외부보다 높이 올라가는 현상을 모세관 현상이라고 하지."
“웅, 잘 모르겠어."

“막희에겐 조금 어려울 수도 있겠네. 음, 막희야. 거기 가느다란 빨대를 여기 빨간 물속에 잠깐 담궈 볼래? 잘 봐, 물 끝이 밖의 물보다 더 올라와있지? 이게 모세관 현상이야."
“왜 이렇게 되는 거야?"

“물은 자기들끼리 뭉치는 버릇이 있어. 또 관의 벽에도 잘 달라붙지. 그래서 좁은 관을 통과할 때 똘똘 뭉쳐서 위로 쑥쑥 잘 올라가는 거야. 관이 가늘수록 이런 현상이 잘 일어나. 엄마가 만든 새도 부리가 좁고 가늘잖아? 그래서 물을 꿀꺽꿀꺽 잘 마신단다."

“그런데 왜 이게 고무고무와 관련이 있어? 흙이 물 토해주는 게 아니야?"
“막희 말도 반쯤은 맞아. 고무고무에 물을 주면 흙 속에 있는 빈 공간(공극)에 물이 스며들거든. 흙에 뻗어있던 고무고무의 뿌리가 이 물을 빨아 들이지. 고무고무의 뿌리 속 물이 흙 속의 물보다 이것저것 녹은 게 많아서 더 진해. 이렇게 물의 진하기가 차이 나면 물은 덜 진한 데서 더 진한 곳으로 움직이려 하거든. 왜, 엄마가 김치 담글 때 배추를 소금물 속에 넣으면 배추 숨이 확 죽잖아. 그건 배추 속 물이 바깥의 진한 소금물로 빠져 나가서 그래."

“그렇게 고무고무 속으로 들어간 물이 모세관 현상 때문에 잎이나 줄기로 이동하는 거지?"
“오우, 정답. 과학을 배운 막신이는 더 빨리 이해하는구나."
“자기야. 이노무 새는 언제까지 계속 이렇게 고개를 숙였다 들었다 하는 거야?"
“빨아들일 물이 없을 때까지는 아마. 그리고 ‘이노무’ 같은 단어 붙이지 마! 나름대로 얼마나 열심히 만든 건데…."
“엄마 화났다~. 아빠 나쁘다~."
“막희는 울릴 뻔 하고, 엄마도 화나게 하고. 오늘도 아빠 체면 확 구기네?"
“…나, 가서 고무고무에게 물이나 더 주고 올게."

베란다로 향하는 가장의 처량한 어깨 뒤 거실의 웃음소리는 더욱 도드라졌다. 쓸쓸한 가을 바람에 잎을 떨고 있는 고무나무를 쓰다듬으며 짠돌 씨는 속으로 조용히 주먹을 쥐었다. 내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 실험을 찾고 찾고 또 찾아, 다음 달에는 반드시 체면을 탈환하련다! 사람이 주먹을 쥐든 분루를 삼키든, 고무나무와 피펫 새는 아무 말 없이 물만 꿀꺽꿀꺽 마셔댈 뿐이었다.

글 : 김은영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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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985 2009-10-21

 
 



 
화학적 거세가 성범죄율 낮출 수 있을까?
 
최근 57세 남성이 8살 여자 어린이를 잔혹하게 성폭행해 신체 일부를 훼손시킨 일명 ‘조두순 사건’으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대법원은 조씨에게 징역 12년과 전자발찌 부착 7년, 신상정보 공개 5년을 확정했다. 그러나 국민의 여론은 “형량이 가볍다"는 쪽으로 기울며 인터넷 청원까지 벌어지고 있다. 과연 성범죄자의 구형을 늘리면 범죄율을 낮출 수 있을까.

“개를 묶어 두는 것과 뭐가 다릅니까?" 감금효과에 대해 구치소에 수감 중인 한 성폭행범에게서 돌아온 답변이다. 미쳐 날뛰는 개를 목줄로 묶으면 당장은 조용해지지만 목줄이 풀리는 순간 개는 다시 날뛸 것이다. 성폭행범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죄를 짓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감금은 범행 동기를 없앨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이처럼 구속은 성범죄를 늦출 뿐 근본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최근 국내에서 화학적 거세가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폴란드 의회에서는 아동 성폭행범에게 화학적 거세를 시키는 법안이 통과돼 눈길을 끌고 있다. 과연 화학적 거세는 성범죄율을 낮추는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남성의 음경이나 고환을 제거하는 외과적 거세는 성범죄 예방에 상당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신체 기능이 회복 불가능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화학적 거세가 일반적이다. 1996년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를 시작으로 루이지애나, 몬타나, 위스콘신, 조지아, 플로리다, 콜로라도 등 10여개 주와 캐나다에서 화학적 거세가 실시되고 있다.

화학적 거세란 몸에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차단하는 약물이나 에스트로다이올과 같은 여성호르몬을 주입해 성욕을 억제하는 방법이다. 캐나다에서는 아동 성폭행범에게 1주일에 한 번씩 ‘데포 프로베라’(Depo Provera)와 ‘CPA’(Cyproterone Acetate)라는 여성호르몬 복합물을 주사한다.

미국 제약업체 화이자가 개발한 이 호르몬제는 원래 여성 피임약으로 개발됐지만 남성에게 주사하면 혈중 테스토스테론의 수치를 낮춰 주기 때문에 성욕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몸에 칼을 대지 않고 현대판 내시를 만드는 형벌인 셈이다.

캐나다 교정국은 “화학적 거세는 장기적으로 만성피로, 우울증, 두통, 간기능 장애 등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키지만 단기적으로는 그 효과가 매우 뛰어나다"고 밝혔다. 2006년 3월 대한비뇨기과개원의 협의회가 실시한 ‘화학적 거세 도입에 관한 찬반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전체 응답자 74명 가운데 화학적 거세에 반대한 의사는 31명으로 전체의 43%를 차지했지만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응답자는 3명에 불과했다. 반면 전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43명(57%)이 호르몬 조절을 통한 성욕 억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성욕 억제는 성폭행 재범을 막는 최소한의 방법’이라는 이유가 30명으로 가장 많았다.



<최근 성범죄자들의 성충동을 억제시켜 재범률을 낮추기 위해 ‘화학적 거세’가 유력한 방안으
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캐나다, 독일 등에서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억제
해 성 기능을 감퇴시키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위쪽 화학식은 테스토스테론의 분자구조. 사진
제공. 동아일보.>

그러나 성폭행범의 왜곡된 성의식을 그대로 둔 채 성욕만 줄인다고 성범죄가 감소하지는 않는다. 경기대 이수정 교수(범죄심리학)는 “성폭행범 처벌이 강화되고 화학적 거세를 실시하면 화성 연쇄 성폭행 살인사건과 같은 강력범죄가 늘어날 것이다"고 말한다. 성범죄자들의 특성상 법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법망을 피하기 위해 완전범죄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화학적 거세를 실시하는 곳에서는 약물사용과 심리치료를 병행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형법 제 645조를 살펴보면 재범 이상의 모든 성범죄자에 대해 화학적 거세를 강제로 적용하고, 가석방의 조건으로도 화학적 거세가 설정돼 있다. 또 약물투여를 통한 화학적 거세는 교정국이 교도소위원회에 더 이상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할 때까지 계속된다. 화학적 거세의 효과는 약물 투여 기간에만 발생하고 약물투여를 중단하면 다시 예전의 상태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결국 약물투여는 당사자가 사망할 때까지 평생 이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심리치료가 재범방지 프로그램의 핵심이다.

국내에서는 상습 성폭행범에게 기껏해야 최고 15년의 형량을 구형하고 있다. 성범죄자를 사회에서 영원히 추방할 수 없다면 재범 방지를 위한 치료감호가 필요하다. 현재 수원구치소에서도 성범죄자에게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가령 성폭행범이 폭력적인 장면을 보면서 성충동을 느낄 때 역한 냄새나 전기 자극, 혹은 구토제 같은 외부 자극을 줘 신체의 거부반응을 인위적으로 유도한다. 또 역할극을 통해 자신의 범행으로 고통당한 피해자들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권한다. 한국은 아직 성범죄자 유형에 적합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는 단계다.

놀라운 사실은 심리치료를 시작하기 전 실시한 ‘강간통념 검사’에서 성범죄자 10명 중 단 한 명도 강제로 성관계를 가지지 않았다고 응답한 것이다. 그들은 강간 혐의를 부인했으며, 오히려 억울하다고 말했다. 이는 왜곡된 성의식에 사로잡힌 성범죄자에게 외과적ㆍ화학적 거세만으로 재범률을 낮출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그들은 피해자의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죄의식이 없고, 죄의식이 없기 때문에 개선의 여지가 적은 것이다.

우리사회에 성범죄 사건이 있을 때마다 형량을 높이려는 시도는 많았지만 정작 그들의 심리에 대해선 고민해 보지 못했다. 이제라도 심리치료에 대한 진지한 모색을 통해 성범죄 해결의 근본적인 해답을 찾아가는 것이 어떨까.

글 : 서금영 과학칼럼니스트

 


마라톤하면 젊어진다?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늦게 나이를 먹는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일반적으로 달리기는 몸 안에 활성산소를 만들어 노화를 촉진하다. 활성산소는 세포가 에너지를 생산하는 산화반응과정에서 생기는데, 산소소비량이 약 10~15배 정도 늘면 세포대사과정에 사용되고 남은 2~3% 산소가 반응성이 큰 상태로 남기 때문이다. 이 활성산소는 DNA, 단백질 등에 붙어 상당한 피해를 입힌다.

그러나 미국 스탠포드 연구팀이 1984년부터 달리기를 즐기는 50대 이상 538명을 분석한 결과, 걷고 물체를 집는 것 등의 일상생활능력이 보통사람보다 16년 이상 더 원활하게 유지했다. 물리적인 나이가 같더라도 신체적인 능력이 16년 젊다는 것이다. 또 사망률도 달리기를 즐기지 않은 사람들보다 현저히 낮았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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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09-10-22 0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락웍 오렌지 같군요..

마노아 2009-10-22 08:05   좋아요 0 | URL
그게 뭘까... 잠시 고민하다가 검색. 시계태엽 오렌지를 말한거군요.
갑자기 영화나 책 쪽으로 관심이 또 가네요. 스탠리 큐브릭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