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말에 큰 조카는 열이 좀 있었다 한다. 사실 하루종일 같이 있었는데 몰랐다. 집에 가서 열이 오른 건가?
암튼, 화요일은 정기 검진일이어서 병원을 갔는데, 주말에 열이 좀 있었다는 얘길 하니 바로 신종 플루 검사를 받으라고 하더란다.
검사비가 12만원 넘게 나와서 허걱을 외쳤는데, 그 다음날...
그러니까 어제,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검사 결과 빨리 나오네? 오후 5시 경인가 문자로 알았나 보다.
그런데 아이는 열도 안 오르고 아프지도 않고 잘 놀았다.
학급에 신종플루 세 명이 나와서 5일 간 학교 못 가는지라 뭐하고 지낼 것인가 계획만 창창할 뿐이다.
그리고 좀 전에, 병원에서 완치 판정 나왔다며 문자가 왔다.
이렇게 후다닥 신종플루 걸렸다가 낫기도 하는구나. 병원비는 20만원을 훅 넘었단다. 그래도 아프고 20만원 쓴 것보다는 낫지...;;;;
2. 반면 학교의 고3 학생은 일주일 만에 학교에 나왔다. 녀석은 신종플루 의심 판정만 받고 확진 기다리지 않고 바로 타미플루 먹었다 한다. 너무 아파서 이틀 동안은 물만 먹어도 토를 해야 했고, 일주일 만에 체중 4kg이 빠져서 왔다. 원래도 날카로운 녀석이 반쪽이 되어 나타났네... 그럼에도 여전히 입에는 걸레를 물고 있고...ㅜ.ㅜ 수업 시간에 너무 끔찍한 얘기를 해서 심장이 툭! 내 얼굴이 화끈. 정말, 못 말리겠다...
3. 어제부터 마음이 어지러웠다.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월례 행사처럼 집에선 뭔가 일이 있고, 그때마다 부담은 꼭 나한테 돌아오고, 대체 나는 왜 이러고 사는가 물을 데도 없지만 답도 없고... 오전 내내 마음이 무거웠고 컨디션도 바닥을 기고 있었는데...
4. 5교시 수업은 1학년. 아해들은 평소처럼 절반 이상이 엎드려 자고 있고, 날이 풀려 오늘은 교감샘 복도 순시가 있을 것 같고, 수업 하다가 애들 깨우느라 나는 정신이 없을 뿐이고, 그리고 예상대로 교감샘은 납셔주셨고...
그런데, 복도에 멈춰서서 안 가시는 거다. 보통은 쓰윽 지나쳐 가실 뿐인데 오늘은 요지부동. 애들은 깨워도 안 일어나고, 흔들어 깨우면 손을 뿌리치질 않나... 수업은 진행해야겠고, 교감샘의 눈길은 너무 부담스럽고, 그 민망함과 노여움이 어찌나 북받치던지......
결국, 3분 이상을 내내 지켜보시다가 가셨다. 안 그래도 계속 찍힌 채로 구박 받고 있던 터에 또 이래버리니까 그냥 주저앉아 울고 싶어지는 거다. 차마 아해들 앞에서 울 수도 없고, 이미 눈에는 핏발이 서고, 말은 먹먹해서 잘 나오지도 않고... 그 와중에 수업은 마무리 짓고 나왔는데, 결국 화장실 가서 펑펑 울다가 나왔다. 그나마도 곧 다른 사람들이 들어와서 맘껏 울지도 못했지만...
그냥 그런 기분... 울고 싶은데 뺨 때려주는 것 마냥, 꼭 이렇게 착잡할 때 더 속상한 일이 있어버리고... 사실 아해들이 말 안 듣고 잠만 자는 건 하루 이틀의 일도 아니고, 교감샘께 구박 받는 것도 하루 이틀 일이 아닌데... 임계점을 넘어서는 기분이다. 그냥 한 방울의 물만 더 보탰을 뿐인데 둑이 무너지는 기분.
일부러 달디 단 초콜릿도 먹어보고, 신나는 음악도 들어보았지만 나아지지 않는다. 책을 펼쳐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이리저리 불안한 마음만 계속 서러웠는데, 조카 신종플루 완치 통보 받았다는 소리에 기분이 착 가라앉는다. 태풍을 맞닥뜨린 것도 아니고, 난데 없는 플루 기승에 목숨이 위태로웠던 것도 아닌데 이깟 일로 울면 안 되지... 이런 마음.
조카에게는 맛난 걸 사줘야겠다. 그 얘긴, 우리 가족 회식이란 얘기다. 수능 감독비라도 받음 정말 맛난 것 쏘려고 했는데, 감독 제외됐으니 물 건너갔고, 그래도 뭔가 기념은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