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 오누이 원숭이 오누이
채인선 글, 배현주 그림 / 한림출판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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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감있는 글과 그림의 채인선 배현주 작가님들의 작품이다.  

오빠 손이와 여동생 온이. 동생 온이는 오빠 손이를 너무 좋아해서 오빠 하는 건 뭐든 다  따라한다.



오빠가 옷을 갈아입으면 온이도, 오빠가 화장실에 가도 똑같이~  

남자 팬티를 들고서 쳐다보는 모양새가 재밌고, 호수로 물을 뿌리는 모습은 귀엽기 짝이 없다.  

내 조카들도 오빠와 여동생의 결합인데 여동생 다현이가 오빠 세현이 하는 모습을 고대로 따라하기 일쑤다. 그래서 뭔가 위험한 짓을 하거나 바람직해 보이지 않은 일까지 같이 할 때면 덩달아 혼이 나기 마련이다.  



오빠 손이는 자꾸만 자길 따라오는 온이가 귀찮기만 하다. 친구들은 원숭이 동생이라고 마구 놀리고 있다. 

투덜대면서도 자전거 따라 타다가 넘어진 동생을 업어서 집으로 데려가는 믿음직한 손이! 

아직 우리 집 세현이는 책 속 손이만큼은 못하는 것 같긴 한데...^^;;; 

암튼, 늘 손이를 따라다니고 따라하는 온이는 손이 태권도 학원에서 놀러가는 바닷가까지 기어이 쫓아가고 만다.  

잔뜩 뿔이 난 손이는 엄마가 손을 흔들어주는 것도 보지 못했다.  



귀엽고 깜찍한 모자를 쓴 온이에게 일장연설을 하는 손이. 꼼짝 말고 여기 있으라고 으름을 놓고 있다. 돌아다니다가 길 잃어버림 안 된다고... 

그렇지만 사실은 귀찮아서 떼놓고 놀고 싶은 마음이라는 걸, 누군들 모를까...  

그렇게 말해 놓아도 껌딱지처럼 뒤를 졸졸 따라올 게 뻔하다고 생각한 손이. 

근데, 그게 그렇지가 않았으니 문제지... 



어느 순간 동생이 보이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놀란 마음에 온이 찾아 바닷가를 헤매보지만...

이 사람 많은 해변에서, 조그마한 온이를 찾는 게 보통 일이 아닌 것이다.  

울며불며 동생 찾는 손이. 오빠 찾는 온이. 두 오누이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제목처럼, 원숭이 오누이로 다시 거듭날 수 있을까?  

누나와 남동생의 결합이라면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의 이야기가 탄생하기 쉽고, 자매 이야기라면 또 동생 돌보는 언니 이야기가 나오기 쉬울 것 같은데, 오빠와 여동생의 결합은 이같은 이야기가 지극히 자연스럽게 튀어나온다. 주변에서 이런 오누이는 쉽게 만날 수 있으니까. 간혹 드물게, 너무 조숙하게 어린 여동생을 기막히게 잘 보살피는 오빠가 나오기도 한다. 세현이 친구 중에 있다. ㅎㅎㅎ 

오빠가 없는 여자애들은 자라면서 오빠가 있는 친구를 무척 부러워한다. 그런데 막상 오누이로 자란 친구들 이야기 들어보면 자라면서 오빠랑 엄청 싸웠고 맞기도 많이 맞았다고 이야기 한다. 역시, 동생 귀찮아하는 오빠 이야기가 대중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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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09-11-09 0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빠와 여동생은 나이 먹어도 서먹해서 안좋아요.
오히려 누나와 남동생이 나아요.

마노아 2009-11-09 10:05   좋아요 0 | URL
아앗, 나이 먹어도 서먹한가요? 누나와 남동생 조합은 최고예요.^^

카스피 2009-11-09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동생 귀찮아하는 오빠 이야기가 대중적이다 이말이 정답같은데요^^
예전에는 오빠가 있으면 여동생들이 오빠 뒷바라지를 다했고,또 누나가 남동생들 뒷바라지를 다했다고 하지요.요즘은 모두 외동 아들,외동딸이라 그럴일은 없겠지만요.


마노아 2009-11-10 09:12   좋아요 0 | URL
오빠라기 보다 '아들' 뒷바라지가 온 가족의 숙원 사업이 되던 때가 있었지요.
간혹 지금도 그 비슷한 집들이 보이기도 하구요.
드라마 보면 그런 사고 가진 시엄씨들이 자주 나와서 짜증이 나요.
엄마가 즐겨보시는 프로에는 꼭 그런 아지메가 나온다는..ㅜ.ㅜ

꿈꾸는섬 2009-11-09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치 우리 아이들을 보는 것 같아요.ㅎㅎㅎ

마노아 2009-11-10 09:12   좋아요 0 | URL
우리집과 남매 구성이 같지요.^^ㅎㅎㅎ
 
Wink 윙크 2009.11.15 - No.22
윙크 편집부 엮음 / 서울문화사(잡지)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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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위에서 즐겁게 놀고 있는 강특고 아이들이 표지를 장식했다. 무심코 지나쳤는데 표지 후기를 보니 '수건 돌리기' 하는 중이라고.... 추억의 놀이다. 어릴 적에 해보고 못 해봤다. 그때는 맘에 드는 남학생 뒤에다가 수건 살며시 놓아두고 뛰었던 것 같기도 하고... 

하이힐을 신은 소녀. 격정적이었다. 작가님 후기를 보더라도 그리는 동안 감정적으로 무척 힘이 드셨다고 한다. 이 책의 부제가 '그 누구도 상상 못할 10대들의 지독한 사랑'이었는데, 그 과하다 싶은 제목의 의미가 이제 실감이 난다. 지금까지는 너무 극단적으로 치닫기만 하고 그 마음을 공감하기 힘들었는데, 큰 윤곽이 드러나고 보니 절절하게 느껴진다. 이토록 위험하고 지독한 사랑이라니... 작가님은 첫 회를 시베리아에 가 있는 경희의 모습에서 시작하고 싶었지만, 과연 그 아이를 정말로 시베리아로 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어서 그 연출을 포기했다고 하셨다. 쓰는 동안 내용이 많이 바뀌는 스타일이신가 보다. 10여회 정도의 연재 뒤에 작품이 끝이 난다고 하니 실제 단행본은 약 두 권 분량이면 끝나지 않을까. 그래도 10권을 훌쩍 넘기니 장편이다. 십대들의 사랑 속에서도 사랑해서 헤어지는 이들이 있다. 얼마든지... 

디아이 와이 걸. 이번 호는 특히 연출이 맘에 들었다. 코믹 담당하는 모식이는 여전히 웃기고, 한 인상하는 동해도 간지 좔좔~ 



끼이익 소리가 나면서 문이 열린다. 모식이가 쳐다본다. 다음 컷에선 닥터의 얼굴이 보이고, 한 장 넘기면 동해가 문을 연 것은 모식이가 있는 곳이 아니라 늘씬 미녀 앞에서였다. 시간과 공간감이 느껴지는 연출. 맘에 든다! 

마틴앤 존은 표지부터 긴장감이 주르륵! 



어린 소년이 저만큼 자랐다. 아직 십 대의 나이지만 무시하기 어려운 포스가 느껴진다.  

처음으로 내용 중 '뱀파이어'란 단어가 나왔다. 그들만의 약속, 그들만의 규율, 그리고 외도까지... 

흥미진진하다. 여전히 모호하게 지나치는 부분들이 있지만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넘어가진다.  

그러고 보니 '뉴문'의 개봉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유후~! 

 

장래 꿈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하던 지문이. 그리고 누가 주는 거 얻어먹고 살고 싶다고 얘기하던 세나. 

그 세나가 잠결에 배가 고프자 물고기로 변신해서 낚시밥을 먹고는 유유히 도망치곤 했다는 게 밝혀졌다. 동물로 변신 가능하며, 동물을 사랑하는 세나. 장래 희망이 생겼단다. 동물원으로 출퇴근해서 남이 주는 거 받아 먹고 살겠다고..ㅋㅋㅋ 

세나답고, 그래서 더 귀엽고 유쾌하다. 드라마 '얼렁뚱땅 흥신소'에서 고종 황제의 숨겨진 황금을 찾던 주인공들이 서로에게 황금 찾으면 뭐할 거냐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그들은 말했다. '게으르게 살 거라고' 아, 그 표현이 어찌나 맘에 드는지. 그런 욕망은 갖고 있어도 입밖에 내는 게 부끄럽거나 남우세스러울 수 있는데 그 당당함이라니. 아, 실은 나도 게으르게 살고 싶다.ㅎㅎㅎ 

이번 호는 격하게 재밌거나 가슴 쓸어내릴 만큼의 역작은 크게 눈에 띄지 않고 대체로 무난하게 지나갔다. 11월 15일자 윙크로 적당(?)하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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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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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 어떤 에세이 집을 읽었는데, 역시 나는 에세이랑은 좀 안 맞아...라고 중얼거렸다. 모든 글은 작가 개인의 글이니까 다분이 개인적일 수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개인적이고 사적인 건 역시 에세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생각을 독자에게 강요하는 건 아니지만, 그 자신의 사적인 영역 안에 내가 들어서지 못하면서 느끼는 어떤 벽같은 게 장애로 느껴졌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에세이를 좋아하지 않는 내가 어떤 종류의 소설을 좋아하는 것인가 어렴풋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나는, '스토리' 중심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문장이 훌륭한 책도 좋지만, 문장만 훌륭하고 이야기가 없다면, 그 소설은 내게 좋은 소설이 아닌 것이다. 김연수의 글은, 내게 이야기를 하기 전에 문장부터 자랑하는 글이었다. 그의 문장은 아름답고 매력적이지만, 그 안으로 깊이 들어가기가 힘이 들었다. 그런데도 이 책은, 저릿하게 읽히는 구석이 있었다. 문장만 예쁜 건 아니었다고, 끝까지 읽어보라고, 다 읽고 얘기하라고 계속해서 내게 주문을 걸고 있었다. 그리하여 책을 다 덮은 지금은, 뭐랄까...... 뭔가 뭉클한 게 잡히는 느낌이다. 김연수의 문장은, 예쁘기만 한 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기도 하는 것이다. 역시 이른 속단은 금물이었다. 이 책, 참 좋다. 

9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다. 마지막에 실린 달로 간 코미디언만 중편 규모이고 나머지는 단편으로 보면 될 듯하다. 감각적인 문체를 자랑하듯 단편들의 제목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
-기억할 만한 지나침
-세계의 끝 여자친구
-당신들 모두 서른 살이 됐을 때
-모두에게 복된 새해-레이먼드 카버에게
-내겐 휴가가 필요해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웃는 듯 우는 듯, 알렉스, 알렉스
-달로 간 코미디언 

처음에 '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를 읽을 때는 좀처럼 몰입이 되지 않아 읽은 문장을 읽고 또 읽고 헤매고 말았다. 전반적으로 작품이 몰입해서 읽어야 파악이 되는 피곤함을 주기는 하는데, 작중 화자가 누구인지를 신경 써서 읽어야 놓치지 않고 따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작품 속에서 내내 얘기하던 '소통'이 작가와 독자 사이에도 이렇게 걸려버린다. 작가는 의도한 게 아니라고 하지만, 어쩌다 보니 작품집에는 다른 나라, 다른 언어, 다른 시간대를 사는 사람들의 통하지 못한 이야기, 통하고자 하는 마음, 이해받고 싶은 욕구, 이해하고 싶은 열망 등이 공통적으로 깔려버렸다. 작가가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주로 외국에 많이 있을 때 썼던 작품이어서 정말 그런 특징들이 잡힌 것일지도 모르겠다. 재미있는 공통점들이다.  

그리고 또 하나. 거의 대부분, 죽는 사람들이 나온다. 케이케이가 죽었고, 김희선 할머니가 사랑했던 제자가 죽었고, 서른 살 생일 날 헤어진 연인을 만난 그녀의 이야기에선 용산 참사에서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전직 형사가 자살을 했고, 사진 작가가 죽었고, 문화혁명 때 사랑하는 여인의 아버지를 죽게 한 노인이 나오고, 권투 시합 도중에 죽은 선수와, 가족을 버리고 미국에 갔다가 죽어버린 아버지도 나온다.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들, 살아있는 사람들은 죽은 사람들의 무엇을 이해하고자 애쓴다. 사랑했던 그 사람의 추억의 장소를 찾아보려고 애를 쓰고, 그가 보내고자 했던 편지의 수신자를 찾기도 하고, 가족을 버린 아버지가 무엇 때문에 그리 모질게 살았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남은 사람뿐 아니라, 당사자들도 찾고 싶어한다. 전직 형사라 칭하던 고문기술자는, 자신이 죽게 했던 운동권 학생의 마지막 시선을 덜어내고 싶었고, 자신이 했던 행위의 당위성을 어떡해서든 찾고 싶었다. 혁명이라는 광풍 앞에서 사랑하는 이의 가족을 죽게 한 남자는 노인이 되어 자신의 이야기를 반복해서 얘기하고 쓰게 한다. 같은 이야기를 다르게 포장하며 스스로를 구원하고 싶어하지만 그 길은 쉽지 않다.  

또 작품은 실존 인물이나 실제 있었던 사건, 실제 장소를 이용해서 무언가를 말하고자 애쓴다. 메타세콰이어 길이 나온 세계의 끝 여자 친구는, 심지어 작품 제목이 일본의 1인 밴드의 이름이라고 한다. 지난 1월에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 그 억울함이 날마다 켜켜이 쌓여가 커지는 용산참사의 불길이 유가족의 편지와 함께 등장했고, 물고문으로 사망해버린 학생 운동가도 나왔다. 시합 도중 죽은 권투 선수의 얘기처럼 굳이 실명을 밝히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작가님은 실제 사건을 소설 속에 녹여내는 일에 대해선 스스로도 그다지 만족스러워하지 않는 듯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나도 동감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사건이 소설 속에 지나칠 만큼 똑같이 등장해야 할 의무 따위는 물론 없지만. 

어쩌면, 그 까닭은 역시 '소통'의 문제일까? 후기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나는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에 회의적이다. 우리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오해한다. 네 마음을 내가 알아, 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네가 하는 말의 뜻도 나는 모른다, 라고 말해야만 한다. 내가 희망을 느끼는 건 인간의 이런 한계를 발견할 때다. 우린 노력하지 않는 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세상에 사랑이라는 게 존재한다. 따라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이 행위 자체가 우리 인생을 살아볼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으로 만든다. 그러므로 쉽게 위로하지 않는 대신에 쉽게 절망하지 않는 것, 그게 핵심이다. – 316쪽  
   

애초에 이해한다는 것에 회의를 갖고, 다만 이해하려고 노력할 뿐이니 말이다. 혹, 작가는 열심히 독자와 소통을 하려고 했는데, 독자인 내가 작가의 의도를, 목소리를 잘 못 알아차리고 있는 것일까? 그럴 가능성도 사실 크다.  

대체적으로 작품들이 좋았고, '세계의 끝 여자친구'와 '당신들 모두 서른 살이 됐을 때', '내겐 휴가가 필요해'는 특히 더 좋았다. 그렇지만 잘 나가던 작품이 마무리 부분에 가서는 지나치게 모호하게 끝내는 느낌이 들어서 좀 아쉬웠고, 어떤 작품들은 무척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기억할 만한 지나침'의 여고생과, 느닷없이 남편에게 이혼을 요구했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의 작가가 그랬다.  그리고 문장이 아름답게 가꿔져 있고 다듬어져 있지만 때로 너무 몽롱하고 난해하기까지 하고, 영어문장을 번역한 듯한 느낌을 자주 받았다. 그게 작가의 스타일이라고 한다면 역시 나와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거겠지만. 

나로서는 첫만남이 별로였다면, 두번째 만남이 그다지 기대가 되지 않는 법이기에 어느 정도 마음 속에서 기대치를 접고 들어간 작품이기는 했다. 그래도 역시 다시 만난 것은 다행이었고, 독자들이 왜 김연수를 사랑하는지 조금은 감잡을 수 있었던 것도 일종의 수확이었다. 그걸 설명하는 건 무척 힘이 들지만 말이다.  

매력적인 문장에 여러 차례 마음을 사로잡혔지만 줄거리를 옮겨 전달하기는 무척 힘들었던 독서. 먹먹한 감동도 느꼈지만, 오히려 읽고 나서 더 외로워지는 그런 작품이었다. 다행히 감수하고 싶은 고통이었지만.  

소통하지 못하지만 소통하고 싶어하는 작가의 목소리에, 다시 또 귀를 기울일 수 있을 듯하다. 소통하지 못하는 세상에 나 역시 귀 기울이려 노력해야 하는 것처럼...... 

덧) 사소한 이야기 하나. 181쪽 중간에 -그가 마음속에 담아두려고 했던 것들은 결국 그가 찍지 않은 것이 아닐까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문장이 어색하다. 아닐까 하는...이 되어야 하지 않나?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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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1-08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늙었는지 젊은 작가들 소설은 별로 본 게 없어요.
김연수 작품도 안 읽었어요.ㅜㅜ

마노아 2009-11-08 17:13   좋아요 0 | URL
김연수 작가 책은 이제 달랑 두 개 읽었어요. 최소 세 권은 읽고서 더 좋아할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하려고 해요.^^ㅎㅎㅎ

꿈꾸는섬 2009-11-09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세권 딱 읽고 팬이 되었어요. 마노아님도 아마 그리 되실 것 같은데요.ㅎㅎㅎ

마노아 2009-11-10 09:14   좋아요 1 | URL
세 번째 읽어보고 꿈섬님의 얘기를 기억하겠어요.^^ㅎㅎㅎ
 

Vol.992 2009-11-06

 
 



 
내 카메라에 ‘생태계’를 담자!
 
최근 큰마음 먹고 최신 DSLR 카메라를 구입한 직장인 김모 씨. 평소 사진에 대한 관심이 많았을 뿐 아니라 친구들 대부분이 DSLR 카메라를 구입한 터라 멋진 사진을 찍어서 자랑하려는 의욕이 대단하다.

그런데 사진을 찍다 보니 김 씨를 당황하게 만드는 고민거리가 한 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큰 고민거리는 카메라를 사고 보니 막상 찍을 거리가 안 보인다는 것. 일상에서 마주치는 풍경이나 정물들을 찍어보니 밋밋한 사진만 나올 뿐 주제도 소재도 명확하지 않아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런 사진을 사진동호회에 올리려니 부끄럽기도 하고 답답하다. 어떻게 무엇을 찍어야 할지 통 감이 안 오는데….

김씨 같은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촬영 대상이 있으니 바로 가을철의 자연과 생명이다. 사실 가을은 아마추어 사진가들에게 촬영하기 좋은 계절이다. 겨울을 대비해 생태계가 다양한 변신을 하기 때문이다. 뷰파인더를 통해 몰랐던 생물의 생김새를 관찰하다 보면 평소 관심이 없던 생태계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생태사진 찍기가 생각보다 녹록치 않다.

종마다 다른 생물의 습성이나 행태를 알아야 하고, 오랜 촬영 시간을 견딜 수 있는 인내와 체력도 필요하다. 촬영 기술이나 장비 역시 다른 사진 분야에 비해 높은 수준을 요구한다. 곤충 같은 작은 생명체를 크게 찍기 위해서는 접사를 할 수 있는 매크로 렌즈가 필요하며, 새처럼 접근이 힘든 생명체를 찍을 때는 멀리서도 촬영이 가능한 망원렌즈가 필요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기후와 뱀, 독충 등 위협요소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옷과 신발도 갖춰야 하는 생태사진이야말로 수많은 사진의 영역 중 가장 찍기 힘든 분야일 것이다. 그런 만큼 좋은 생태 사진을 찍었을 때의 성취감도 크다. 더 추워지기 전에 야외로 나가 자연과의 조우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여기 생태사진 잘 찍는 5가지 노하우를 공개한다.

TIP 1. 삼각대를 꼭 지참하자!
삼각대는 사진 촬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주변장비 중 하나다. 삼각대를 쓰는 이유는 그냥 손으로 사진기를 잡고 사진을 찍을 때보다 흔들림이 적기 때문이다. 자주 움직이는 곤충, 바람에 흔들리는 꽃, 멀리 있는 새를 찍을 때 삼각대 없이 초점이 잘 맞은 사진을 찍기란 불가능하다. 비용이나 무게 때문에 삼각대 구입이 부담스럽다면 모래주머니나 콩주머니를 만들어 사진기를 고정시키는 받침대로 활용해도 된다. 단 초점거리가 긴 망원렌즈를 사용할 때 삼각대는 필수다.



<삼각대는 안정된 촬영을 위해 필수적인 장비다. 가능하면 짓조나 맨프로토 등 튼튼한 삼각대
를 쓰는 게 좋다.>

TIP 2. 물이나 태양 등 부피사체를 활용하자!
물기가 없는 꽃보다는 물방울이 아롱아롱 매달려있는 꽃이 더 생동감이 있다. 사진가들이 새벽에 꽃이나 식물을 촬영하는 이유도 바로 이슬이 맺히기 때문. 낮에 촬영을 한다면 의도적으로 물뿌리개를 지참해 찍으려는 대상에 물을 뿌려주면 된다. 식물뿐 아니라 청개구리 등의 양서류 촬영에도 유용한 기법이다. 새처럼 멀리 있는 큰 생명체를 찍을 땐 일출이나 일몰 때의 태양을 부피사체로 활용하면 좋다. 하늘을 불게 물들이는 태양을 배경으로 새의 실루엣을 표현해보자. 생명이 주는 신비함과 자연의 장엄함은 극대화할 수 있다.



<일출과 물안개를 배경으로 왜가리의 실루엣을 찍은 모습. 자연의 신비를 부각시킬 수 있다.>

TIP 3. 반사판, 배경지 등 소품을 활용하자!
생태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피사체는 당연히 살아있는 생물이다. 주피사체인 생물을 부각시키기 위해 반사판이나 배경지를 활용하면 좋다. 먼저 반사판의 사용법. 은색으로 된 반사판은 빛이 닿지 않는 그늘이나 역광 촬영시 빛을 반사시켜 찍고자 하는 대상에 비춰주면 유용하다. 빛이 닿는 각도를 잘 조절해 피사체를 부각시킬 수 있다.

반사판과 반대로 배경지는 배경을 어둡게 해서 피사체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생태촬영은 배경이 단순할수록 좋다. 그러나 인공적인 촬영준비를 하기 어려운 야외에는 나뭇가지, 풀, 돌 등 시선을 분산시키는 저해 요소들이 많다. 이럴 때 검정색이나 어두운 톤의 배경지를 미리 준비해서 촬영 대상의 뒤편에 대고 촬영하면 촬영하려는 대상을 확실히 부각시킬 수 있다. 반사판과 배경지 둘 다 크기가 작으므로 휴대하기에도 불편함이 없다.



<배경이 어두울수록 피사체는 부각된다. 꿀벌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어두운 배경을 활용한 예.>

TIP 4. 초점거리보다는 심도에 신경을 쓰자!
생태사진은 다른 분야에 비해 렌즈의 기능이 중요하다. 곤충이나 꽃 같은 접사 영역은 매크로렌즈가, 새나 포유류처럼 멀리서 찍어야 하는 피사체는 망원 렌즈가 필요하다. 그러나 렌즈의 초점거리에만 신경 쓰다 보면 정작 더 중요한 심도를 놓치게 된다. 심도는 사진에서 초점이 맞은 영역을 뜻한다. 심도가 깊은 사진은 초점의 영역이 넓다는 의미이며, 심도가 얕은 사진은 초점의 영역이 좁다는 의미다. 보통 피사체를 부각시키기 위해 렌즈의 조리개를 확 개방해서 심도가 얕은 사진을 찍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특정 부위만 클로즈업된다. 생물의 전체적인 특징이나 생김새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조리개를 조여 심도를 확보하는 게 좋다.



<작은 곤충을 조리개를 지나치게 열고 찍으면 눈이나 특정부위에만 초점이 맞게 된다. 4.5f 이
상의 조리개값을 확보하는 게 좋다. 위 파리매 사진은 심도 확보에 실패한 사례.>

TIP 5. 고성능 렌즈가 없다면 접사 기능을 이용하자!
앞서 언급했듯이 생태사진은 특수 기능이 있는 좋은 DSLR 바디와 렌즈가 필요하다. 당연히 수백 만 원이 넘는 고가의 렌즈가 허다하다. 전문적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이 아니라면 당연히 부담스러울 터. 그러나 꼭 비싼 DSLR 카메라가 없다 해도 멋진 생태사진을 찍기에는 무리가 없다. 요즘 나오는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에는 필수적으로 접사 기능이 있는데 제조사와 상관없이 공통적으로 튤립 모양의 아이콘을 선택하고 촬영을 하면 꽃이나 곤충을 찍을 때 근접 촬영을 할 수 있다.



<저렴한 콤팩트카메라의 접사기능으로도 생태사진을 찍기 무리없다. 사진은 콤팩트카메라
인 니콘 쿨픽스5700의 접사기능을 이용해 찍었다.>

녹록치 않던 생태사진 찍기도 다섯 가지 팁을 알고 있다면 크게 걱정할 것이 없다. 자연의 신비가 살아 숨 쉬는 장소를 찾아 떠나자. 삼각대와 반사판, 배경지 정도만 챙겨도 훌륭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 조금 더 욕심을 부려 심도 조절과 접사까지 시도한다면 전문가 못지 않은 사진을 찍게 될지도 모른다. 이 가을, 생태사진과 함께 자연의 신비를 만끽하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 : 김경우 동아사이언스 기자 ichufs@donga.com

* 관련 이벤트 : 동아사이언스 생태사진 공모전 [공모전 바로가기]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살아있는 생명과 자연을 찍은 사진이라면 응모가 가능. 공모전 참가시 과학향기 독자임을 밝힐 경우 특별한 혜택도 주어짐.
 

‘미네랄’은 어떤 성분인가요?
미네랄은 생명체를 구성하는 원소 가운데 탄소, 수소, 산소 3가지를 제외한 나머지를 말한다. 즉, 칼슘과 칼륨, 인, 마그네슘, 철 등의 무기염류를 이르는 것이다. 미네랄은 사람이나 동물이 흡수할 수 없는 무기 미네랄 성분과 동식물이 섭취할 수 있는 유기 미네랄로 나뉜다. 전체 미네랄 성분 가운데 1%를 차지하는 유기 미네랄은 몸속에서 삼투압을 조절하거나 효소의 기능을 도와 물질 대사에 관여한다.

이렇게 미네랄은 여러 생리 활동에 참여하므로 없어서는 안 되는 요소이고, 부족하면 결핍증이 생긴다. 예를 들어 칼슘이 부족하면 뼈가 변형되고 성장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미네랄은 음식물을 통해서 충분히 섭취되기 때문에 끼니를 거르지 않는다면 미네랄 섭취에 특별히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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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11-07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태 사진을 찍는것은 좋은데 너무 어려운 dslr위주네요.요즘 똑딱이 디카도 좋은것이 많이 나오니 가벼운 마음으로 나가서 찍는것이 더 좋은 방법 같은데요^^

마노아 2009-11-07 22:38   좋아요 0 | URL
전문적인 얘기는 어렵고, 따라할 마음도 별로 안 들지만, 물 뿌려서 사진 찍으면 효과가 좋다는 얘기는 귀가 솔깃했어요. 저의 카메라는 포토리뷰 쓸 때만 열심히 돌아가고 있지만요.^^
 
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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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을 피하려는 건 인간의 본능이다. 그러므로 때로는 고통을 피하려고 스스로 죽기도 한다. 해피에게는 아이 없이 살아가는 삶이 가장 큰 고통이었다. 그럼에도 계속 살아가겠다고 마음먹게 된 건, 희망을 찾은 게 아니라 희망을 버렸다는 뜻이었다. 그 사실만은 남편과도 공유할 수 없었다. 희망이라기보다는 살아가야만 하는 최소한의 근거를 찾은 건 그로부터 사 개월 뒤의 일이었다. -27쪽

입안으로 들어온 바닷물은 짜고도 압도적이었다. 순식간에 고통이 그녀의 몸으로 밀려들었다. 언제라도 그녀를 매혹시켰던 고통이었건만 맛보는 바로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이 견딜 수 있는 고통이 아니었기에 그토록 끌렸던 것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59쪽

맞다. 나는 연필이었고, 그래서 흑심을 품고 있었다. 혹시 그 시를 매개로 누군가를, 아마도 내 땅의 말로는 도저히 부를 수 없는 무명씨라도 만나지 않을까고 기대했던 것이다. 그 무명씨는 이제 머리가 희끗희끗하고 커다란 눈 옆에 주름이 자글자글한, 처음 보는 순간 미스 마플이라고 부르면 딱이라는 느낌이 드는 할머니로 밝혀졌다. -75쪽

요즘 들어서, 살아오는 동안 안 하고 넘어간 일들이 자꾸 생각나는 거예요. 청년은 아직 이게 무슨 기분일지 모를 거야. 한 일들은, 그게 죽이 됐든 밥이 됐든 마음에 남는 게 하나도 없는데, 안 한 일들은 해봤자였다고 생각하는데도 잊히질 않아요. 왜, 하지도 않은 일이 잊히지 않는다니까 우스워요? 그러게.-79쪽

우리는 모두 헛똑똑이들이다. 많은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대부분의 사실들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간다. 우리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들 대부분은 '우리 쪽에서' 아는 것들이다. 다른 사람들이 아는 것들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런 처지인데도 우리가 오래도록 살아 노인이 되어 죽을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어리석다는 이유만으로도 당장 죽을 수 있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이 삶에 감사해야만 한다. 그건 전적으로 우리가 사랑했던 나날들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이해 되기만을 기다리며 어리석은 우리들을 견디고 오랜 세월을 버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맞다, 좋고 좋고 좋기만 한 시절들도 결국에는 다 지나가게 돼 있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 나날들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우리가 노인이 될 때까지 살아야만 하는 이유는 어쩌면 우리 모두가 일생에 단 한 번은 35미터에 달하는 신의 나무를 마주한 나무학자 왕잔의 처지가 되어야만 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공룡과 함께 살았다는, 화석으로만 남은, 하지만 우리 눈앞에서 기적처럼 살아 숨쉬는 그 나무.-81쪽

어느 날, 잠에서 깨어봤더니 아빠가 내 시안을 다 보고 나서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광고주처럼 느껴진다면 회사를 그만둬야만 할까, 아빠와 절연해야만 할까? 아무튼 그 아침에 나는 무척 슬펐다. 서른번째 생일을 그런 식으로 시작했다는 사실보다도 아침부터 생일이라는 걸 스스로 발설했으니 이제 내 인생에 멋진 남자와 근사한 저녁을 먹다가 '아, 그러고 보니 오늘이 내 서른번째 생일이었는데'라고 중얼거릴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이 서러워서.-95쪽

그 시절에 우린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바로 그 이유로 우린 세상 모든 사람인 양 행동할 수 있었다. 언젠가 종현이 말한 것처럼 우린 하루 스물네 시간을 1440개의 아름다운 일 분들로 채울 수 있을 것 같았다. 대학 입학선물로 받은 캐논 디지털 카메라를 늘 들고 다니던 종현에게 그 일 분이란 숨겨진 빛을 찾아내는 60초에서 세계를 가장 또렷하게 바라볼 수 있는 1000분의 1초 사이를 오가는, 우주만큼이나 광활한 시간이었다. -98쪽

"그건 그 남자의 말이 맞아, 누나. 이 세상을 지배하는 건 우연이야. 시골이라면 자연이겠지만, 도시에서는 우연이야."-104쪽

그 다음에는 종현이 얘기했다. 택시를 운전하기 시작하면서 자신을 얼마나 하찮은 존재로 여겼는지, 그럼에도 이 세상에는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확인하는 일이 어떻게 자신을 위로했는지, 또 옆좌석이나 뒷좌석에 앉아 있는 동안 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는지, 어떤 경우에도 앞만 바라보면서 그저 냄새만으로 그 사람들이 먹은 식사와 그 사람들의 경제적인 상황과 그 사람들의 직업을 짐작하는 일이 얼마나 고독한 것인지, 그러다가 어느 날 새벽에 본 그 불길은 얼마나 무시무시했는지, 얼마나 참혹했는지, 또 자신의 미래는 얼마나 어두운지에 대해서. -114쪽

오타루에서 2박 3일 동안 머물면서 우리는 원없이 떨어지는 눈송이들을 바라봤다. 2월의 눈은 무척이나 가벼워, 내리다가는 다시 하늘로 솟구쳤고 나뭇가지에 쌓였다가도 바람에 날렸다. 그런 눈이 내리는 동안, 낮은 더욱 낮답게 환했고 밤은 더욱 밤답게 어두웠다. 거기 오타루에서 내리던 눈은 이미 내린 눈 위에 착하게 쌓여만 갔으므로 이제쯤 돌이켜보면 오타루의 겨울은 단 한 톨의 눈송이도 버리지 않을 정도로 검소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123쪽

이상한 일이기도 하지, 그때 나는 용서라는 말을 떠올렸다. 먼 훗날의 누군가를, 혹은 나 자신을 지금의 내가 용서하는 일이 가능할까? 그렇다면 지금의 나의 경우는 어떨까? 먼 훗날의 나라면 지금의 나를 용서할 것인가?-124쪽

엄마는 고통 속에서 죽어갔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럽다고 했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엄마와 고통을 함께한 것은 주기적으로 엄마의 몸속으로 들어가던 진통제뿐이었다. 고통 앞에서는 평생 가졌던 신앙마저도 진통제가 먼저 몸속으로 들어가기를 기다려야만 했다. 나는 엄마 덕분에 삶과 죽음 사이에는 고통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177쪽

알래스카 코르도바에 마리 스미스라는 에야크 인디언이 살아. 이 지구상에서 에야크어를 사용하는 마지막 인간이야. 사람들이 그 소감을 묻자,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대. '그게 왜 나인지, 그리고 왜 내가 그런 사람이 된 건지 나는 몰라요. 분명한 건 마음이 아프다는 거죠. 정말 마음이 아파요.' 듣는 사람이 없으면 말하는 사람도 없어. 세계는 침묵이야. 암흑이고.-249쪽

안구를 적출한 뒤에는 전에 한번 가본 곳일수록 다시 가지 않으려는 성향이 생기는데, 그건 혹시라도 제 기억과 다른 부분을 발견할까 두려워서죠. 그건 아마도 성장을 두려워하는 일과 비슷할 테죠. 완강하게 과거의 시각적 잔영만 붙들고 있는 셈입니다.-277쪽

나는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에 회의적이다. 우리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오해한다. 네 마음을 내가 알아, 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네가 하는 말의 뜻도 나는 모른다, 라고 말해야만 한다. 내가 희망을 느끼는 건 인간의 이런 한계를 발견할 때다. 우린 노력하지 않는 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세상에 사랑이라는 게 존재한다. 따라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이 행위 자체가 우리 인생을 살아볼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으로 만든다. 그러므로 쉽게 위로하지 않는 대신에 쉽게 절망하지 않는 것, 그게 핵심이다. -3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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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9-11-05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건 전적으로 우리가 사랑했던 나날들이 이 세상 어딘가에서 이해 되기만을 기다리며 어리석은 우리들을 견디고 오랜 세월을 버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저는 이 문장이 너무 좋아요. 김연수 낭독회에서 읽어줬는데. 아. 너무 귀여웠어요. ㅎㅎㅎ

마노아 2009-11-05 18:36   좋아요 0 | URL
멋있었다가 아니라 귀여웠단 말이지요? 김연수씨의 얼굴과 목소리를 떠올려 보면 그게 더 어울리긴 해요.^^

Kitty 2009-11-05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진짜 전 취향이 아닌 듯 ㅡㅡ;;
김연수씨 문장을 보면 진지하게 제 국어실력과 이해능력을 의심하게 되어요.
세 번쯤 읽어도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ㅡㅡ;;;

다락방 2009-11-05 21:49   좋아요 0 | URL
Kitty님 저도 그 말이 하고 싶어요.
분명 아름다운 글인것 같은데 뭐랄까 묘하게 신경에 거슬려요. 아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그러니까 그냥 충분히 아름다운 글을 쓸 수 있는데 더 아름답게 쓰기 위해서 한번쯤 비틀거나 더하거나 꼬았다거나 하는 그런 느낌이 말이죠. 저도 며칠전에 알라딘에서 책을 샀더니 이 책의 미니 단편이라고 해야 하나 암튼 그걸 주더라구요. 그래서 [세계의 끝 여자친구]라는 단편 한편만 읽어보게 됐는데, 어려운 단어를 쓴것도 아닌데 다시 읽고 다시 읽고 했어요. 뭔지 알겠는데 또 뭔지 모르겠는 느낌, 뭔가 확 다가오지 않고 공중에 붕붕 떠다니는 느낌이에요. 어려운 단어들은 아닌데 왜 어려운 문장이 되버리는지 모르겠어요. 전 그 단편 읽고 단편집 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마노아 2009-11-05 23:52   좋아요 0 | URL
두 분 얘기 공감해요. 첫번째와 두번째 단편을 읽고 나서 역시 나랑은 안 맞아...이랬거든요. 그런데 표제작 세계의 끝 여자친구는 좋았어요. 그렇지만 확실히 이렇게 말을 꼬고 꼬는 것보다는 스토리 중심이 더 좋아요. 읽어도 머리에 잘 안 들어와서 다시 읽게 만드는 건 피곤해요. 좀 멋부리는 것 같기도 하구요.^^;;;;

꿈꾸는섬 2009-11-05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연수, 너무 사랑스러워요.^^

마노아 2009-11-05 23:52   좋아요 0 | URL
하핫, 호불호가 확 갈리고 있어요.^^

같은하늘 2009-11-06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독해능력(?)이 안좋아 이책 구입하고도 못읽고 있잖아요.^^
처음에 좋다는 얘기와 예쁜표지(?)에 덥썩 구입했는데 여러분들이 난해하다는 평을 하셔서...ㅜㅜ

마노아 2009-11-06 10:14   좋아요 0 | URL
책이 확실히 예쁘지요? 전 천천히 읽고 있어요. 도무지 모르겠는 것들은 그냥 스윽 넘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