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 모두모두 사랑해 I LOVE 그림책
매리언 데인 바우어 지음, 신형건 옮김, 캐롤라인 제인 처치 그림 / 보물창고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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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사랑해 사랑해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는데 후속작이 나왔다. 제목은 '사랑해 모두모두 사랑해' 

같은 작가진이라 생각했는데 그림 작가만 같다.  



부모가 아이에게 쏟는 사랑을, 품고 있는 사랑을 말로 다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말로는 부족할 테지만, 그래도 아이에게 끊임없이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건 몹시 중요한 일이다. 그러지 못한 부모님 세대가 많았지만 요즘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물론, 젊은 부모들 중에도 사랑해라는 말에 인색한 부모가 아직도 있긴 하지만... 

 

이 책은 색감이 아주 좋다. 밝은 칼라를 썼기 때문에 그렇지만, 그 색깔을 어떤 농도로 표현하는 가도 꽤 영향을 주는 듯하다.  

게다가 저 노래하는 새의 앙증맞음이라니! 

저 달은 마치 추석의 보름달을 보는 느낌이다. 대보름달보다 추석 한가위 보름달이 난 더 좋다.^^ 



겨울잠에서 막 깨어난 곰이
봄 냄새를 사랑하듯이
너를 사랑해... 

표현이 마음에 든다. 기나긴 겨울잠 끝의 곰이 갈구하고 있을 봄 내음이란 무척 그리운 느낌일 것이다. 그리고 아주 큰 간절함이 보태어 있을 것이다. 그런 느낌으로 너를 사랑한다는 고백... 멋지다! 



팔랑팔랑 춤추는 눈송이들이
추운 겨울을 사랑하듯이
너를 사랑해. 

눈송이들을 존재하게 만드는 추운 겨울. 존재의 근원으로서 사랑한다고 말한다.
아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예쁜 언어로.  

그리고 저만할 때의 아이들이 얼마나 눈을 좋아하던가. 나도 저 때는 몸서리치게 눈 좋아했다. ^^ 



파도가 바닷가 모래알을
살살 쓰다듬어 주는 것처럼
너를 사랑해 

역시 기막힌 표현이다. 파도가 바닷가 모래알을 살살 쓰다듬어 주는 모습. 거친 손길이 아닌 부드럽고 다정한 손길의 느낌으로 사랑한다고 말을 한다. 무리하지 않고 과장하지 않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아가야, 우리 아가야,
네가 어디에 있든, 무엇이 되든
나는 너를 사랑해, 사랑해,
모두모두 사랑해. 

네가 무엇이든, 어디에 있든, 조건 없이 무조건적으로 사랑해 준다고 말을 해주는 절대 내 아군. 

그런 사람이 우리에게 분명히 있었고, 지금도 있다는 사실이 벅차다.  

그러니, 그런 말을 이어서 해줄 상대도, 꼭 있어야 마땅하다.  

자신의 아이든, 조카든, 혹은 세상의 그 어떤 아이이든... 

사랑 받고 자란 아이가 사랑이 가득한 세상을 더 멋지게 만들어낼 것이다.  

꼭 아이가 아니더라도, 우린 모두 사랑 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사랑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도 역시 가지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그 사람, 그 사람에게, 어떤 마음으로 사랑하는지 손글씨로 적어보면, 사랑하는 마음이 더 폭발하지 않을까? 이 책에 나오는 멋진 표현을 넘어서는 더 뜨겁고 낯 간지러운 표현이라도 좋겠다. 보다 수줍고 보다 평범해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어느 쪽이든 표현하는 그대에게 축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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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1-17 0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해, 봤군요~~ ^^

마노아 2009-11-17 08:50   좋아요 0 | URL
처음에 알사탕 천 개 줄 때 사서 읽고는 뒤늦은 리뷰예요.^^
처음 볼 때보다 다시 보니까 더 좋더라구요.^^

카스피 2009-11-17 0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도 넘 늦게 올리시고 순오기님도 넘 늦게 주무시네요^^
편한 밤 되세요..

마노아 2009-11-17 08:50   좋아요 0 | URL
아악, 평소처럼 자긴 했는데 오늘 늦잠 잤어요..ㅜ.ㅜ

순오기 2009-11-17 10:31   좋아요 0 | URL
저는 초저녁에 자다가 일어난거였어요.
그리곤 4시 30분에 다시 잤고요.^^

마노아 2009-11-17 10:43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은 초저녁 잠을 즐기고 새벽 잠은 없는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09-11-17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현수닮은 아이가 정말 사랑스러운데요.^^

마노아 2009-11-17 08:50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정말 현수랑 닮았어요! 사랑스러워요.(>_<)

메르헨 2009-11-17 0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런 표현이군요.
저는 사랑해사랑해만 생각했는데...이 책이 어쩐지 더 좋은 느낌인걸요.^^

마노아 2009-11-17 08:50   좋아요 0 | URL
저는 좀 더 표현이 간결한 전작이 더 좋긴 했는데, 이 책도 따뜻해서 좋아요.^^
 


윈도7, OS전쟁의 화려한 서막 열다 [제 1009 호/2009-11-16]


10월 22일, 마이크로소프트의 새 윈도 시리즈 ‘윈도7’이 세계에서 동시 발매됐다. 반응은 좋은 편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타트카운터에 따르면 22일 발매 직후 윈도7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1.75%, 이 점유율은 발매 1주일 만인 10월 말 기준으로 2.82%까지 뛰어올랐다. 윈도 시리즈의 직전 제품인 ‘윈도비스타’와는 비교도 안 되는 빠른 속도의 보급률이다.

윈도7이 인기를 끄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속도’다. 지금까지 윈도 시리즈는 새 제품이 등장했을 때 ‘업그레이드’를 하면 컴퓨터의 속도가 느려지는 게 일반적이었다. 다양한 새 기능들이 추가되기 때문에 구형 컴퓨터가 새 운영체제(OS)를 작동시키기 버거워했던 탓이다. 하지만 윈도7을 설치한 뒤에는 속도가 줄어드는 걸 거의 느낄 수 없다. 컴퓨터를 시작하는 속도도 빨라졌다.

부팅 속도는 컴퓨터의 전반적인 속도라곤 할 수는 없지만 ‘첫 인상’을 결정하는 데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때문에 윈도7은 윈도XP보다 더 빠른 운영체제처럼 느껴진다. 과거 똑같은 컴퓨터에 윈도XP 대신 윈도비스타를 설치했을 때, 속도가 느려져 다시 윈도XP로 ‘다운그레이드’했던 경험을 생각하면 확실한 속도 차이를 느낄 수 있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의 자체 비교 결과도 윈도7의 부팅 속도가 같은 사양의 컴퓨터에서 윈도XP보다 빠르다고 나왔다.

시각 효과와 디자인이 윈도XP와 비교할 수 없이 개선된 것도 눈에 띈다. 3차원 입체영상과 투명한 창틀 등 화려한 모양새가 특징인 윈도비스타의 시각효과 ‘에어로’는 윈도7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일부는 더 화려하게 개선되기도 했는데 작업표시줄이 대표적인 예다. 작업표시줄에 실행되고 있는 작업 위로 마우스를 가져가면 현재 실행중인 작업의 모양이 작은 창 모양으로 등장한다.

이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개선하는데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울인 노력의 결과다. 단순히 그래픽만 화려해진 게 아니라 작업을 돕는 세심한 배려를 한 것이다. 예를 들어 ‘노트’라는 프로그램 아이콘에 커서를 올리면 새 메모를 작성하는 메뉴와 기존에 작성한 메모도 함께 열린다. 마우스 클릭을 최대한 줄이고 과거에 하던 작업을 쉽게 이어서 하도록 도운 셈이다.

윈도7은 이런 인터페이스 변화에 잔신경을 많이 썼다. 심지어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7을 만들면서 한국에서 사용하는 마케팅 문구는 “여러분의 아이디어로 만들었습니다”였다.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많이 반영했다는 자부심의 표현이다.



<윈도7은 빨라진 속도와 한층 업그레이드된 기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위
사진은 미디어센터(3번 그림)와 윈도XP와 호환할 수 있는 가상화기술(5번그
림) 등을 표현한 것. 아래 사진은 윈도비스타의 시각효과 ‘에어로’를 따르며
일부는 더 화려하게 개선된 시각효과를 보여준다. 사진제공. 김상훈>


윈도 시리즈에 기본으로 포함된 프로그램도 대폭 업그레이드됐다. 특히 ‘윈도 미디어플레이어’ 등의 멀티미디어 프로그램은 ‘윈도 미디어센터’로 통합됐다. 사진과 동영상, 음악 등을 모두 윈도 미디어센터에서 감상할 수 있다. 마치 TV를 볼 때 리모컨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인터페이스도 인상적이다. 방향키만 움직이면 편리하게 음악과 사진, 동영상 등을 볼 수 있다.

물론 윈도7도 문제를 가지고 있다. 가장 먼저 지적받는 부분이 호환성이다. 윈도XP에서 잘 작동하던 프로그램이 윈도7에서 작동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새 운영체제를 사용하는데 거부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윈도XP 이후 8년 동안 큰 불편 없이 업무를 보던 많은 사용자들이 단지 아름답고 조금 쓰기 편리하다고 해서 비싼 가격을 지불하며 새 운영체제를 설치할 지는 미지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호환성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해왔지만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면 필수적으로 호환성을 포기해야 하기 마련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윈도XP가 윈도7에서 하나의 프로그램처럼 작동하는 기능을 개발했다. 윈도XP를 윈도7에서 프로그램처럼 작동시킨 뒤 그 위에서 윈도XP용 프로그램을 또 작동시키는 것이다. 이런 기능을 ‘가상화’라고 부른다. 컴퓨터 위에서 소프트웨어적으로 별도의 컴퓨터를 한 대 더 작동시키는 것과 같은 환경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라 ‘가상의 컴퓨터’를 쓰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기능이 ‘프로페셔널’과 ‘얼티미트’ 버전에서만 쓸 수 있다는 데 있다. 윈도7은 가장 저렴한 ‘홈프리미엄’과 그보다 고급 버전인 ‘프로페셔널’ ‘얼티미트’ 등으로 나뉘어 판매되는데 홈프리미엄에서는 이 기능이 제외된다.

사실 아쉬움을 말하자면 끝이 없다. 비슷한 시기마다 새 버전을 내놓는 경쟁자 애플의 ‘맥OSX’(맥오에스텐)과 비교하면 윈도7은 디자인에서 상대적으로 덜 매력적이다. 리눅스 운영체제와 비교하면 가격이 너무 비싸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큰 위협이 윈도7 앞에 놓여 있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생각하던 운영체제의 의미가 없어질지 모른다는 사실이다. 컴퓨터를 이용해 우리가 하는 일을 생각해보면 이런 트렌드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윈도7은 홈프리미엄(왼쪽 사진)과 프로페셔널, 얼티미트 등으로 나눠 판매된다. 오른쪽 사진
은 웹에서 서비스되는 프로그램 중 하나, 플리커의 모습이다. 사진제공. 김상훈>


우리는 인터넷익스플로러로 인터넷 정보를 찾고 ‘곰플레이어’로 동영상을 감상하며, ‘MS워드’로 문서를 작성하고 ‘엑셀’로 스프레드시트를 만든다. 회사 시스템에 접속해 전자결재와 e메일을 확인하고 ‘네이트온 메신저’로 친구와 대화도 주고받는다. 포토샵으로 사진을 편집하거나 아이튠즈로 MP3 음악을 듣는다. 이 모든 것들이 과거에는 별개의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미 많은 게 달라졌다.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사진은 플리커에서, 메시지는 트위터로 주고받으며, 웹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포토샵익스프레스로 이미지를 편집하고 구글 문서도구를 이용해 문서와 스프레드시트를 주고받는 세상이 됐다. 운영체제와 프로그램을 다시 설치하지 않아도 웹브라우저로 모든 일을 대신할 수 있는 시대가 성큼 다가온 셈이다.

이런 시대에는 성능 좋은 운영체제가 상대적으로 덜 중요할 수 있다. 윈도XP로도 업그레이드 없이 웹에 접속해 다른 일을 쉽게 할 수 있다. 미국의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윈도7의 인기를 소개하면서 단서 하나를 달기도 했다. “과거와는 달리 새 윈도는 컴퓨터의 교체 수요를 이끌지 못하고 있다. 윈도는 빠르게 교체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컴퓨터 시장은 여전히 정체 상태”라고 한 것이다. 이제 사용자들은 더 이상 자신의 컴퓨터 성능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다만 웹에 얼마나 좋은 서비스가 나와 있는지 살필 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입장을 고려했을 땐 또 다른 문제도 눈에 띈다. 윈도7의 보급은 확실히 빠른 속도로 이뤄지지만 비스타의 운영체제시장 점유율은 급속하게 떨어지고, XP의 점유율도 하락 추세다. 반면 경쟁 제품인 애플의 OSX은 더디지만 꾸준하게 시장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다. 구글이 만드는 ‘크롬운영체제’까지 이 경쟁에 가세한다면 MS는 더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될 수 있다. 어쩌면 윈도7의 화려한 시작은 ‘OS 전쟁’의 서막일지도 모를 일이다.

글 : 김상훈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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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11-16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도 시간이 지나 안정성이 확보되어야 안심하고 쓸수 있을것 같은데요^^

마노아 2009-11-16 11:15   좋아요 0 | URL
전 제가 7.0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읽어 보니 아니더라구요.^^;;; 제가 쓰는 건 익스 7.0인가 봐요.
비스타가 디자인은 참 예뻤는데 결국 못 버티고 XP로 돌아갔어요. 이 녀석도 추이를 지켜봐야죠.^^

2009-11-16 1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6 1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6 14: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6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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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봄방학을 앞둔 종업식 날, 담임 교사는 그날이 자신의 교직 인생 마지막 날이라고 선언하면서 아이들에게 작별 인사를 한다. 그녀는 차분한 목소리로 자신이 어떻게 해서 교직 생활을 하게 되었는지를 얘기했고, 왜 싱글맘으로 살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랬다. 그녀는 싱글맘이었다. 한 달 전까지.  

그녀의 딸은 네 살. 일주일에 단 하루, 회의 때문에 늦게 끝나는 수요일에만 학교 양호실에 아이를 맡긴 채 일을 했는데, 그 날 사고로 아이가 죽어버린다. 수영장에 빠져서 익사했던 것.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고 그녀가 선포한다. 자신의 딸은 살해되었다고. 바로 이 곳, 이 학급의 학생들에 의해서. 

그렇게, 시작했다. 첫번째 고백을 한 사람은 사랑하는 딸을 잃은 가엾은 엄마이기도 한 희생자의 유가족부터였다. 그녀는 범인이 누군지도 알고 있고, 범행도 자백 받았지만 경찰이 발표한 그대로 딸의 죽음은 '사고'로 남겨두겠다고 단언한다. 그녀가 성직자와 같은 경건한 마음으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일까? 잘못된 길로 들어선 중학교 1학년 학생의 앞길을 갱생의 차원으로 인도하고자 하는 교직자의 마음으로 그리 했을까? 아니다. 모두 아니다. 그녀는 법의 심판이 아닌 私적인 심판을 원했던 것이다. 미성년자라는 이유 때문에 법적 제재조차 당하지 않는, 그것을 악용해서 더 사악해지는 어린 범죄자를 향해 그녀 나름의 통렬한 복수를 기획한 것이다.  

마치 짧은 단편처럼 그렇게 한 챕터가 끝이 난다. 이제 다음 화자로 넘어가 보자. 두번째는 학급의 반장이다. 2학년이 되어서 새로운 담임선생님을 만났지만, 초짜이면서 동시에 너무도 열혈 청년인 까닭에, 오히려 긁어부스럼 만들기 일쑤인 이 선생님으로 인해 겪게 된 갈등과, 선생님의 사임 이후 벌어진 학급 내의 일들이 이 소녀의 입을 통해서 전달된다. 그렇지만 이 친구 역시, 정상은 아니다. 상식 수준에서 이해되지 않는 아이들의 언행, 그리고 엄포. 입이 딱 벌어진다.  

세번째 화자는 두 명의 살해자 중 한 녀석의 누나다. 사건의 전개 과정을 얘기하는 건 누나지만, 사실은 그녀의 엄마다. 엄마의 일기장 기록을 통해서 그 사이 벌어졌던 일들의 진행 과정이 다시 적나라하게 설명된다. 자기 자식만을 위하는, 왜곡된 애정을 가진 어머니의 지독한 사랑이 불편하지만 익숙한 구도로 전개된다. 이런 어머니들을, 우리는 곧잘 보게 된다. 우리의 주변에서, 혹은 자신의 집에서도. 

네 번째는 살해자 중 한 녀석, 그리고 다섯 번째는 또 다른 살해자의 차례다. 이들의 관계는 좀 복잡하다. 실제로 살해 계획을 세운 녀석과, 살해 행위의 직접적인 가해자가 어긋났다. 두 사람의 조합이 아니었다면 아이는 죽지 않았을 터인데, 최악의 만남으로 아이는 죽었고, 그 후 또 다른 사람들이 어긋난 인과 관계로 죽게 된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겹치면서 증오와 복수의 악순환이 반복된다.  

마지막 화자는 다시 첫번째 얘기를 꺼냈던 퇴직 선생님으로 돌아간다. 그녀가 준비했던 복수극이 어떻게 망가졌고, 그것을 다시 어떻게 일으켜 세우는 지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이 모든 이야기들은 전부 각 화자들의 '고백'을 통해서 진행된다. 성직자/순교자/자애자/구도자/신봉자/전도자... 라는 소제목을 달고서. 

작품은 독자를 끌어들이는 엄청난 힘을 지녔다. 점점 더 커지는 검은 구멍이 읽고 있는 동안 독자를 삼킬 것만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해서 순간순간 흠칫흠칫 놀라게 만들었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딸 아이, 반성하지 않는 가해자들. 어미된 자로서 느끼는 그 절망감과 분노를 어찌 삭히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녀가 가했던 복수는 일견 통쾌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뒷맛은 씁쓸하다. 누구든 사적인 복수를 자유롭게 할 수 없을 뿐더러, 그 과정에서는 필연적으로 또 다른 희생을 불러오게 한다. 복수 뒤의 허망한 마음 역시 그렇다.  

일본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 이야기는 굳이 국적을 중요한 바탕으로 삼지 않는다. 등장하는 각각의 인물들은 모두 이기심이 극에 달해 있었다. 그들은 자신만 사랑했고, 자신 이외의 사람을 보지 못했다. 자신이 잘못한 일은 생각지 않고 야단 맞은 것에 대한 분노로 엄한 복수극을 준비했고, 자신을 떠난 엄마가 자신을 찾아오게 만들려고 흉악한 범죄의 주인공이 되고자 했고, 자신이 세운 '성공'의 기준에서 너무도 멀어진 아들을 견뎌내지 못하고 서로를 '실패자'로 묶어서 죽으려고 한 못난 어미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들은 모두 자신의 상처만, 자신의 분노만 들춰내고 감당하려고 했지 다른 사람을 보지 못했다. 비정상적으로 뻗은 제 분노로 인해 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일말의 미안함과 사죄가 없다. 진심이 담긴 사죄가 우선했다면, 반성이 먼저 따라왔더라면, 딸을 잃은 선생님이 그렇게 사적인 복수를 계획하고 실행에 옮겼을까.  

괴물같은 이기심들이었다. 처음엔 모두가 가질 법한 못나고 부족한 마음의 한 덩어리였을 뿐인데, 그것들이 공교롭게 뭉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달았다. 그것을 멈춰낼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누구라고 완전한 사람이겠는가. 모두가 부족한 부분들을 안고 그것들을 다듬어가며 채워가며 살아가야 마땅한 것인데, 현대사회의 전형적인 캐릭터로 표현된 이 사람들은 도통 갱생의 여지가 보이질 않는다. 현실에서 일어났다고 해도 하나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의 소설. 그 사실을 인식하는 순간, 소름이 돋는다.  

희생자이자 결과적으로 가해자가 된 그 선생님을 손가락질 하기 힘들면서도, 동의할 수 없는 딜레마가 답답하다. 무엇보다도 복수의 장에 또 다른 학급 아이들을 참가시킨 것에 한숨을 쉬게 된다. 당신은 차분했고, 냉정했고, 또 똑똑하기 그지 없었지만, 그래도 그건 성숙한 선택은 아니었어요... 딸을 잃은 당신에게 '성숙'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만..... 

뉴스를 장식하는 범죄 소식들은 나날이 사악해지고, 범죄자의 연령대는 더 어려지고, 법의 효과는 더 미미해지는 것만 같다. 계속해서 쌓이는 불신의 고리. 범죄를 잉태하고 키워가는 음습한 이 사회. 충분히 재밌고 탁월한 소설을 읽었음에도 뒷맛이 씁쓸한 까닭이 여기에 있다. 어떤 답도 줄 수 없고, 어떤 마무리도 개운할 수 없는 불편함이 계속 남는다. 우리는 참으로 편리하고 놀라운 세상을 살고 있지만, 동시에 지극히 무섭고 불안한 세상을 살고 있다는 자각이...... 2012년이면 인류가 거의 절멸할 것이다... 라는 예언보다도 더 끔찍하다.  

덧글) 이 작품은 작가의 첫번째 소설이라고 한다. 이토록 매끄럽고 유려한, 게다가 긴장감 넘치는 작품이라니... 그야말로 슈퍼 루키가 아닌가! 작가의 다음 작품도 빠르게 번역되어 나올 듯하다. 다시 또 불편해질 수 있지만, 그래도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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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11-15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법이 사실 피해자 가족의 마음을 위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죠.

마노아 2009-11-16 00:09   좋아요 0 | URL
법이 위로해주기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공정하게 적용이라도 된다면 좋겠어요.
웃긴 사례까 너무 많잖아요..;;;;

antitheme 2009-11-17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을 읽고나니 꼭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법이란데서 인간미를 느끼는 걸 포기해야 하는 생각도 듭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인권을 존중하는 방법이 존재하나 하는 회의가 들 때도 있구요...

마노아 2009-11-17 16:24   좋아요 0 | URL
법을 만들고 적용하고 활용하고 악용하는 것 모두가 인간이라고 생각하면, 역시 모든 문제의 시작은 인간인가... 회의가 들기도 하구요. 성선설까진 아니더라도 성악설은 맞지 않다면 좋겠어요.

노이에자이트 2009-11-17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소년 범죄 증가율보다 노인들이 저지르는 강력범죄 증가율이 더 높다네요.저는 어린 소녀만을 강간해 죽이는 노인 연쇄살인범 이야기도 나올 거라고 봅니다.

마노아 2009-11-17 16:49   좋아요 0 | URL
뉴스에서 심심치 않게 나오는 대목들이지요. 분명 이미 나왔거나 앞으로 나올 거예요.ㅜ.ㅜ
 

조조로 영화 2012를 보았다.  

환상의 CG. 더 진화할 데가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오후 스케줄은 좀 고민을 했다.  

EBS 스페에스 공감의 '헬로 루키'가 당첨됐는데, 오후 2시부터 티켓팅이다. 공연 시작은 5시 반이며, 전체 출연진이 다 나오는데 약 5시간이 소요될 예정이라고 했다. 이승환은 아마 거의 끄트머리에 나올 게 분명하고, 티켓팅과 입장 때는 실외에서 기다려야 하는데 오늘은 날씨가 많이 추웠고, 같이 가자고 한 친구는 또 다른 친구가 있어서 표가 한 장 모자랐다.  

표가 한 장 필요하다고 남는 표를 구한다고 어제 게시물을 올렸는데 오늘 오후 2시가 넘어서야 표를 확보했다. 그때 표가 없었으면 날도 추워 신종플루 걱정인데 나도 재껴야지... 했는데 표가 얻어졌다. 친구는 종로에 있었고, 난 충무로에 있었다. 일단 내가 먼저 가서 표를 찾기로 하고 출발. 내 표 찾고 한 시간 정도를 더 기다려 표를 양도 받았을 때가 4시. 4시 반부터 입장이라고 해서 이때부터 줄을 섰는데 펜싱경기장 입구에서부터 올림픽 공원 역까지 줄이 까마득하다. 처음부터 스탠딩이 아니라 좌석으로 갈 생각이어서 늦게 입장하는 건 문제가 안 되지만 이 줄이 줄어들기까지 오들오들 떨어야 한다는 게 문제. 책을 보면서 줄이 줄기를 기다리는데 손이 시려워서 혼났다. 장갑이 필요했는데...ㅜ.ㅜ 

읽고 있던 책이 초긴장 모드로 집중을 시켜줘서 그나마 한 시간이 금방 갔다. 거의 입장 직전에 전화를 해보니 이제사 종로 3가라고 하는 친구 녀석. 버럭이다! 

결국 먼저 입장해서 나중에 친구들 데리러 다시 나왔다.  

오늘 공연은 인디뮤지션발굴 프로젝트 헬로루키 2009 참가 뮤지션 중 최종 후보 7팀의 연말 결선 무대다. 후보에 오른 팀은 노리플라이/데이브레이크/박주원/아폴로18/좋아서하는밴드/텔레파시/흠 

그리고 초청팀은 슈프림팀/검정치마/브로콜리너마저/장기하와얼굴들/한음파/국카스텐/피아/뜨거운감자/이승환/김수철 

이승환은 인디 밴드와 공연을 자주 갖지만, 여전히 이런 이름 속에 섞어놓으면 이질감이 느껴진다. 오버와 언더 사이에 끼어서 늘 애매하다는 게 좀 안스럽기까지...;;;; 

사회는 김C와 장윤주. 김C는 얼굴이 훤해져서 이젠 빈곤해 보이지 않고, 미친 기럭지 장윤주는 여전히 감탄~ 그치만 오늘 패션은 별로 감탄스럽지 않았음... 



루키 후보 팀 중에서는 '좋아서하는밴드'가 가장 좋았다. 목소리가 한국인의 것이 아니다. 저런 울림통은 흑인 뮤지션의 소울 창법을 연상시킨다. 초청팀에서는 '국카스텐'이 유독 좋았다. 시원시원한 노래와 비트... 

피아는 이번 이승환 20주년 기념 앨범에 '붉은 낙타'로 참여했는데 오늘 이 노래를 불렀다. 노래 중간에 이승환 튀어나와 합류.  

이어 피아 들어가고 덩크슛과 'rewind'를 불렀다. 참 잘 노는 우리 팬들. 공장장 공연은 처음 본 내 친구가 확실히 무대 매너가 다르다고 했다. 후후후훗, 좀처럼 칭찬에 인색한 녀석이 해준 말이라 기분 좋다.
그래도 꼭 자긴 이승환 싫다는 얘기도 빼먹지 않는다. (ㅡ.ㅡ;;;;) 

공연 즐겁게 잘 보고 뒤늦은 깨달음 하나. 머리띠가 없다! 아침에 나갈 때는 머리띠를 하고 갔는데, 극장에서 빼고는 무릎 위에 올려놓았던 게 기억난다. 그리고 오래오래 잊고 있었다. 극장에다 흘리고 왔구나..ㅠ.ㅠ 

며칠 전에는 만보계를 잃어버렸는데 우이띠......;;;;;; 

ps. 수상작은 이렇다. 

대상 - '아폴로18' (Warm)
특별상 - '텔레파시' (최고의 게임, 타임머신)
인기상 - '좋아서 하는 밴드' (옥탑방에서, 딸꾹질)  

인기상만 받았구나...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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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11-15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2012를 보고 오셨군요.
저도 꼭 보고싶은 영화라서 DVD 나오면 빌려서 보려고요.
그리고 책으로도 보고싶어서 보관함에 담아 두었어요. ㅎㅎ

머리띠를 잃어 버려셨다고 해서 저도 만보계 생각하고 있었어요.^^ ㅋㅋㅋ
토요일을 즐겁게 보내신 것 같아서 제가 다 기쁘네요.^0^


마노아 2009-11-15 13:38   좋아요 0 | URL
스펙터클이 장관이어서 큰 화면으로 보니 좋더라구요.
아, 머리띠도 몇 번 안 했는데...ㅜ.ㅜ
그래도, 하루의 마무리가 즐거웠으니 됐어요. ^^ㅎㅎㅎㅎ

메르헨 2009-11-15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주말을 좀 춥지만...뭐 좀 잃어버렸지만 즐거이 보내셨군요.^^
저도 즐거이 보내고 있습니다요.^^출근했어요,.ㅋㅋㅋ

마노아 2009-11-16 00:09   좋아요 0 | URL
출근했지만 즐거운 시간 보내셨나봐요. 긍정 에너지가 느껴져요.^^

또치 2009-11-16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저두 바람 피해 딴 건물에 있다가 4시반쯤부터 줄서가지고 들어갔는뎅~
아폴로18은 작년 한음파처럼 특별상 받을 줄 알았는데, 그런 진지한 밴드에 대상을 주기로 한 심사위원들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이승환은 딱 두곡 부르러 나왔으면서도 브라스밴드를 동원한 데 정말 감동 >.<

마노아 2009-11-16 11:49   좋아요 0 | URL
앙~ 안 그래도 또치님 오시지 않았을까 생각했어요.^^
아폴로 18의 메시지가 남달랐지요.^^
아, 울 공장장은 정말 감동 백만 배~! 연말 공연이 더 기다려져요.^^
 

Vol.995 2009-11-13

 
 



 
쫀쫀하게 연결되면 머리 좋아진다!
 

그렇게도 좋아하는 삼겹살이 불판에서 지글지글 익어가지만 태연은 영 먹고 싶지가 않다. 아니, 울고 싶다. 난생 처음으로 밤을 꼴딱 새워가며 시험공부를 했는데 성적은 지난 번과 변치 않은 하위 30%였던 것.

“괜찮아. 시험이야 잘 볼 때도 있고 못 볼 때도 있는 거지."
“정말 열심히 공부했단 말이에요. 전 돌머리인가 봐요. 아빠를 닮은 걸까요?"
“무슨! 아빠는 학교 다닐 때 별명이 ‘일등신’이였어. 마치 신같이 매번 일등만 한다고 말야."
“일등신? 별명이 등신? 와, 짱이다! 깔깔깔~"

아빠의 농담에 태연, 기분이 조금 나아진다.

“태연아, 너무 걱정 마. 언젠가 기억력이 좋아지는 약이 나올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저, 정말요?"
“뇌의 신경계는 신경세포(뉴런)들과 그 사이를 이어 다리 역할을 하는 시냅스로 이뤄져 있단다. 우리가 뭔가를 기억한다는 건, 어떤 자극을 감각기관이 받아들여서 신경세포가 그것을 전달할 때 시냅스의 연결이 강화됐다는 뜻이야."

“시냅스끼리 더 쫀쫀하게 연결이 된다는 뜻이에요?"

“그래 맞아. 그런데 최근 그 연결을 강하게 하는 세포접착단백질(CAM)이라는 것이 있고, 그 안에 기억의 강도를 더욱 높여주는 CAMAP라는 단백질이 또 들어있다는 사실이 발견됐지. 다시 말해, 인류가 이 CAMAP라는 단백질을 맘대로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기억력을 높이는 건 별로 어렵지 않게 된다는 뜻이야."

“와~ 정말 감동적인 과학기술이에요!"

“단순히 기억력만 좋게 하는 게 아니라, 나이가 들어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예방하거나 치매 같은 기억장애를 치료할 수도 있지. 반대로 지워버리고 싶은 끔찍한 기억을 갖고 있는 사람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도 있고."

“도대체 그 사랑스러운 약이 언제쯤 나올까요? 제 전 재산을 털어서라도 꼭 사먹을래요."

“글쎄. 네 전 재산인 3500원으로 살 수 있을까 그건 잘 모르겠다. 그리고 더 큰 문제가 있어. 최근 이 연구는 대부분 2만 여개의 신경세포를 가진 바다달팽이를 통해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천억 개가 넘는 신경세포를 가진 인간의 뇌가 똑같은 결과를 낼 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거지."

“뭐야~ 잔뜩 기대만 하게 해 놓고선. 결국 머리가 좋게 태어나는 거 밖에는 방법이 없단 말이잖아요!"
“아냐, 절대 그렇지 않아. 기억력이 좋아지는 방법이 있어."
“왔다 갔다 하지 마시고 빨리 좀 말씀해 달라구요!"

“인간의 기억은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으로 나뉜단다. 사람은 보통 24시간이 지나면 기억했던 것의 80%를 잊어버리는데, 이 80%를 단기기억이라고 보면 돼. 이건 기억이라기보다는 일시적인 잔상에 가깝지. 그런데 이 가운데 일부가 노력을 하면 장기기억으로 바뀌게 된단다."

“어떤 노력이요?"

“바로 ‘반복’이지.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바뀔 때 뇌세포 속에서 새로운 신경 회로망이 생겨. 그런데 계속해서 자극을 주면 즉, 반복학습을 하면 새로운 회로망이 자꾸 생겨나서 구구단처럼 머리에 콕 박혀서 잊히지 않는 장기기억이 많아진단다. 반면에 자극을 주지 않으면 있던 회로망도 사라져버린다고 해. 제아무리 머리가 좋은 사람도 노력하는 사람을 절대 따라잡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단다. 어때, 반성되는 게 있지?"

“그렇게 꼭 집어서 얘기 안 하셔도 반성하고 있어요. 밤새워 공부를 하긴 했지만 여러 차례 반복해서 공부한 적은 없으니까요. 그런데 아빠, 지금 이 상황에서 예전에 할머니가 주신 쪽지 하나가 기억나는 이유는 뭘까요?"

태연, 무척이나 음흉하면서도 희열에 찬 미소를 머금으며 색 바랜 쪽지 하나를 내민다. 그건 바로 아빠의 초등학교 때 성적표! ‘김태돌’이라는 아빠의 이름 옆으로 양양양가가가로 도배된 성적과 4학년 6반 45명 가운데 45등을 했다는 잔인한 기록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아까 그 일등신이라는 별명. 혹시, 마치 신같이 매번 끝에서 일등만 한다고 지어진 건 아니겠죠?"

아빠, 얼굴이 벌개져서 태연이 들고 있는 성적표를 낚아채듯 빼앗고는 어색하게 웃는다.

“아, 아빠랑 이름이 똑같은 녀석이 있었네! 흔한 이름도 아닌데 말야. 하하하하… 아빤 반복학습을 통해 엄청나게 좋은 성적을 항상 유지했었다고. 믿어줘 제발!!"
“아빠, 선생님이 거짓말은 나쁜 거라고 하셨어요!"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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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9-11-14 0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나쁜 기억은 자꾸 떠올리면 안좋은거죠? ^^

마노아 2009-11-14 13:56   좋아요 0 | URL
나쁜 기억을 반복 학습으로 자꾸 주지시키면 안 되는 거예요.
저는 자주 그래왔는데 덜어내는 연습이 필요해요.^^;;

후애(厚愛) 2009-11-14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항상 끔찍한 기억들을 생각하고 있어요.
생각하고 싶지 않은데 자꾸 떠올라요.
좋은 기억들만 생각하자고 하면서도 그게 잘 안 되네요.ㅠ.ㅠ.

이승환은 어쩌시고...
행복하고 즐거운 주말 되세요~~^^

마노아 2009-11-14 13:57   좋아요 0 | URL
저도 늘 그런 편이었어요.
그게 날 더 힘드게 하는 건데도 해소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았지요.
덜어내고 비워내기 위해서 애써야겠어요.

아, 저의 이승환 사랑은 여전해요~
그 어떤 비쥬얼로도 그 자리는 못 차지하지요.
다만 사진이 넘 이뻐서 잠시 갖다 놨어요.
사실, 요새 바탕화면도 우리 근석군이라능...^^
후애님 주말 즐겁게 보내시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