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없는 날 동화 보물창고 3
A. 노르덴 지음, 정진희 그림, 배정희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공부해라, 양치질해라, 동생과 싸우지 마라, 방 치워라 등등등.... 온갖 잔소리에 시달리는 아이들은 하루라도 잔소리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것이다. 여기, 그 '잔소리 없는 날'을 직접 체험한 한 소년이 있다.  

엄마 아빠의 잔소리에 지친 푸셀은 월요일 하루를 잔소리 없는 날로 만드는 걸 부모님께 허락 받는다. 우려가 많았지만 푸셀의 뜻을 따라준 놀라운 부모님. 그리고 예상했던 대로 푸셀은 양치질도 않고 세수도 않고 자두쨈만 잔뜩 먹은 채 학교로 가버린다. 입냄새 난다는 짝꿍의 퉁박은 무시한 채 자신이 오늘 얻은 잔소리 없는 날의 특권을 자랑하기 바쁜 푸셀. 친구 올레는 그 정도로 자랑하는 건 시시한 일이라며 돈 없이 오디오 사기 같은, 좀 더 거창한 경험을 소개한다. 잔소리 없는 날의 특권을 이용해서 부모님이 정말 잔소리 없이 지나갈지를 시험해 보고자 하는 푸셀. 하지만 초딩생에게 아빠 앞으로 영수증 달아달라는 말로 오디오를 팔 주인이 어디 있겠는가.  

학교도 땡땡이 친 채 집으로 돌아온 푸셀은 갑작스레 파티를 열겠다고 해서 엄마를 난감하게 만든다. 하지만 약속은 약속! 기꺼이 파티 준비를 해주시는 엄마. 그렇지만 푸셀과 달리 하루 일정이 바쁜 친구들은 파티에 초대할 수가 없고, 기껏해야 푸셀이 데려올 수 있는 사람은 거리에서 술을 먹던 왠 아저씨 한 분. 더군다나 술에 잔뜩 취해 집에 도착해서는 바로 뻗어버리는 이 아저씨. 대략 난감일세.  

하지만 현명하고 성숙한 엄마는 파티의 초대 인물로 자신을 추천하고, 푸셀은 엄마와 함께 소중한 파티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약국 일을 마치고 퇴근하신 아빠도 화를 내지 않고 술에서 깬 아저씨를 부축해서 집까지 차로 데려다주기까지. 정말 놀라운 인품의 부부랄까... 본의는 아니었지만 나름 사고에 가까운 걸 쳐버린 푸셀. 이쯤 되면 뭔가 깨달을 법도 하지만, 겨우 얻은 소중한 하루를 그대로 마무리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공원 숲에서 텐트 치고 11시 반까지 자다가 오겠다는 푸셀. 이번에도 두분 부모님은 위험하다고 반대는 했지만 결국 아들의 요구를 들어주신다. 친구 올레와 함께 텐트 속에서 모험의 나래를 펼치던 푸셀. 하지만 그곳이 공동묘지 근처라는 소리에 놀란 올레가 떠나려 하고, 두 아이들은 벤치에 앉아 있는 귀신 형상에 놀라고 마는데...... 

한바탕의 해프닝을 거친 뒤 푸셀의 잔소리 없는 하루는 무사히 끝나버린다. 두 분 부모님의 섬세한 배려와 따뜻한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푸셀 역시 잔소리가 늘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걸, 그것이 자신을 안전하게 지켜주기도 하고, 해야 할 일을 마땅히 수행함으로써 더 괜찮은 자신으로 만들어갈 수 있단든 것도 알아차린다. 이 정도라면 잔소리 없는 하루의 대가로 괜찮지 않은가.  

이 책은 나아가 우리나라 학부모님과 어린이들로부터 어떤 잔소리를 가장 많이 하고/듣고, 어떤 잔소리를 가장 싫어하는지, 그리고 잔소리를 했을 때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를 조사해서 그 결과를 같이 실었다. 편집의 정성과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부분이다.  

결과는 예상한 대로 '공부해'가 가장 많았고, 또 가장 듣기 싫은 소리로 나왔다. 부모님들은 잔소리를 하면서 미안해하시고, 또 속상해 하는 마음을 가졌다. 그리고 잔소리 없는 날을 아이에게 줄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가장 많이 나온 답변이 '그렇다'라는 것이 매우 신선했다. 위험한 일이 너무도 많이 예상되는 우리네의 일상 생활이지만, 일년에 하루 정도 이런 특별한 이벤트를 만든다면 아이의 마음과 부모님의 마음이 서로 어떻게 전달되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책 속의 엄마 아빠처럼 아이를 뒤에서 지켜주고 응원해주는 이중 배려가 필요하지만, 그 정도의 귀찮음은 사랑으로 치환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도 잔소리 없는 날은 특별한 날이 되겠지만, 엄마나 아빠에게도 잔소리 하지 않는 날은 놀라운 날이 될 듯하다. 아이가 너무 어릴 때는 곤란하겠지만 초등 중학년 이상이라면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서로에게 자유와 구속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게 될 테니까. 그렇지만 잔소리 하지 않는 것과 무관심한 것은 당연히 다르다. 무플보다 악플을 원하는 유명인들이 있는 것처럼, 무관심보다는 잔소리가 차라리 낫겠다.

비단 아이들 뿐아니라, 어른들도 그런 꿈같은 날들을 사모할 것이다. 직장인이라면 아무 제재 없는 꿀같은 휴가가 그런 예가 되겠다. 실제로 그렇게 쉴수 있는 직장인들도 제법 되겠지만, 그게 좀처럼 힘든 사람이라면 얼마나 달콤한 꿈일까. 최근에 나온 이승환 20주년 기념 앨범에 '좋은날2'라는 곡이 있다. tv를 끄고, 침대에서 마구 뒹굴며 맘껏 게으름을 피우며 열심히 산 자신에게 주는 선물같은 하루를 노래하고 있다. 휴식을 취할 때도 불안감을 안고서 제대로 쉬지 못하는 현대인들을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이승환은 노래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런 하루를 만들어내서 온전히 누려보는 상상, 정말 원더풀 데이가 아니고 뭔가!  

이 책은 시리즈로 나왔나 보다. 잔소리 없는 날에 이어 '아주 특별한 날'과 '동생 잃어버린 날'도 같은 작가의 작품들이다. 개인적으로는 '동생 잃어버린 날'이 좀 더 궁금하다. 찾아서 더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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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영어사전 ing - EBS 3분 영어
EBS 3분 영어 제작팀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지식e에 워낙 반했던지라 이 책도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짐작했다. 짐작은 맞아 떨어졌다. 이 책은 지식e의 거의 복사판이었던 것이다. 시사적이고 인문학적인 이야기를 영어 단어를 통해서 설명해준다는 게 다를 뿐. 그래서 '영어사전'이란 타이틀을 들고서 나타났지만, 이 책은 사전보다 인문 교양 도서에 더 적합해 보인다. 그렇다고 영어 사전으로서의 기능을 아주 무시하지는 않는다. 영어 단어의 어원을 살피며 단어에 얽혀 있는 이야기, 단어가 들어간 연설이나 문장 등을 통해서 더 다양한 표현들을 적극적으로 싣고 있다. 다만 인용된 문장들과 책에서 선별된 단어가 주는 묵직한 느낌들로 인해 영어 공부보다 역사, 시사 공부를 하는 느낌을 더 준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한다.  



책에는 총 30개의 단어가 수록되어 있다. 그 단어들을 설명하기 위해서 각각의 표지를 장식한 인물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은 사진이다. 저 유명한 인물들을 통해서 어떤 단어를 설명할지 궁금해지지 않는가? 

하나만 예를 들어보자. 



시작은 은은하고 조용히 시작한다.
'흰 옷을 입은 자만이 자격을 얻는다'라고 되어 있다.
그림은 무엇을 표현한 것일까?
유세장이 떠오르는가? 



저 귀엽고 앙증맞은 인형 뒤로 힌트가 되어주는 단어가 보인다. 'toga'  

고대 로마 지배계급의 공식복장 '토가'. 뭔가 정치적인 단어가 나올 것으로 짐작될 것이다.  

책에서는 더 많은 힌트를 내어준다.  

소중한 한 표를 얻기 위해 열심인 자들...
그리고 소중한 한 표를 누구에게 던질까 고민인 자들... 

자, 주인공을 만나보자.



candidate 

후보자, 지원자 a politician who is running for public office 

주인공을 공개했으니, 굳히기 작업이 필요하다. 저 단어가 사용된 예시문. 그리고 그 문장이 포함된 전체 글이 주는 감동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사용된 인용문은 오바마의 2008년 대통령 선거 당선 기념 시카고 연설이다. 우리말 문장 자체로도 명연설이 되는 글에 주요 숙어를 아래 쪽으로 정리해 주었다. 그리고 그 숙어의 다른 예시문도 제시한다.  

영어를 공부하는 색다른 접근이 신선하고, 영어 단어 공부하면서 그 단어에서 파생할 수 있는, 혹은 유추할 수 있는 인문학적 지식으로의 만남도 군침이 돈다. 'jeopardy'라는 단어를 설명하면서 1999년에 개봉된 영화 '더블크라임(Double Jeopardy)'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일사부재리의 원칙'과 '일사부재의의 원칙'을 같이 설명해 주었는데, 읽으면서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이 책이 좀 더 늦게 나왔다면 헌법재판소의 어처구니 없는 판결 내용도 같이 실렸을 테니 말이다.  

'카리스마(karisma)'도 인상 깊었다. 

   
  기적, 영(靈)의 식별이나 예언 등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초자연적, 초인간적, 비일상적인 능력을 의미하는 그리스어다. 기독교에서는 '위에서 내린다'라는 의미로 신이 내린 은혜, 은총 또는 '성령의 은사'라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인간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신의 주권인 셈이다. 히브리어로는 '투브'다. 은혜, 은총이라는 의미에서 '카리스charis'는 로마서 25회, 고린도후서 18회, 사도행전 17회, 에베소서 12회, 기타 복음서 5회 등 신약성경 속에 총 156회 등장하며, 은사라는 의미에서 '카리스마charisma'는 총 17회 쓰였다. 초기 기독교가 세계화되는 데 초석을 쌓은 인물로 평가되는 사도 바울은 "은사는 그리스도를 통하여 죄인에게 값 없이 주어지는 하느님의 선물"이라고 했다. 즉, 그리스도의 존재야말로 원죄적 존재들에게는 가장 큰 은사(카리스마)라는 의미다. 막스 베버 이후 '자발적 복종을 유발하는 비이성적인 권위'를 의미하는 관용어가 되었다. (212쪽)  
   

 그러나 이 책은 '사전'으로 기획된 책이고, 때문에 영어공부의 '효율성' 자체도 무시할 수 없는데, 그 점에 있어서는 좀 회의적이다. 이 책에 수록된 단어는 모두 30개에 불과하다. 30개의 단어를 공부하기 위해서 한 권의 책을 몇 시간에 걸쳐 읽었다고 한다면, 그 단어를 기억하기 위해서 투자한 시간이 너무 길다. 때문에 수험생이 단순히 영어 공부를 목적으로 이 책을 고른다면 별로 좋은 선택이라고 추천하지는 못하겠다. 그렇지만 영어공부와 더불어 인문 교양적 지식을 함께 흡수하기 위한 것이라면 더할 수 없이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청소년 이상의 나이라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다양한 방면으로의 지성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   

책을 다 읽은 뒤 ebs 홈페이지에 가 보았다. 90개의 영어 단어를 대략 3분 정도에 해당하는 동영상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이 책의 컨셉과 같은 느낌으로 영상이 나오지만 수시로 해당 단어가 원어민 발음으로 읽혀지며 눈을 자극하니 기억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2차원 종이로 만나는 것과 3차원 영상으로 만나는 것 사이의 차이도 확 느껴진다. 애석하게도 90개의 단어가 끝이라는 게 아쉽지만. 시험 삼아 2개의 단어만 골라서 보았는데 지식채널을 볼 때처럼 좋은 느낌을 받았다. 틈틈이 다른 단어들도 더 찾아보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사소해 보이지만 사실은 중요한 오점.
내가 갖고 있는 책은 초판 인쇄인데 오타가 제법 눈에 띈다.  

35쪽 마지막 줄에 고흐의 그림 <파이프를 문 귀를 자른 자화상>의 제작 시기를 1899년이라고 적었다. 고흐는 1890년에 사망했다. 해당 작품은 1889년일 것이다.   

53쪽의 예시문 중, do our bit 본분을 다하다 
                         Do you think you're doing your big as a student? 라고 적었다. bit의 오타다.                     

179쪽 밑에서 두번째 줄, '구도에 있어 수학적인 계산을 동원했을 정도 감정을 배제하고'라고 적혀 있는데 '동원했을 정도로' 고쳐야 문장이 매끄러울 듯하다. 

248쪽에서 '이이령 전 문화부장관'이라고 적었는데 '이어령'으로 고쳐야겠다.

책을 더 찍으면서 수정이 됐는지는 모르겠다. 아니라면 이제라도 반영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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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1-23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추천하지 않을 수 없는 리뷰!!

마노아 2009-11-23 09:57   좋아요 0 | URL
헤엣, 감사합니다. 다락방님! 와락!(>_<)

다락방 2009-11-23 10:09   좋아요 0 | URL
더 세게 안아줘요, 마노아님 ㅠㅠ

마노아 2009-11-23 11:11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오래오래 안아줄게요. 포옹의 위로를 전하고 싶어요!ㅠㅠ

메르헨 2009-11-23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와락 안아주세요...^^
멋진 리뷰에요..오호호호 저도 추천했답니다.

마노아 2009-11-23 11:12   좋아요 0 | URL
헤헤, 메르헨님, 와라라락! 이리오세요, 제 품은 넓어요.(>_<)

hnine 2009-11-23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가 관심가지고 있던 책이었어요. 영어를 가르치시는 선생님들이 가지고 계시면 좋을 것 같군요.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지루해할때 이렇게 단어에 얽힌 얘기를 하나씩 들려주면 좋을 것 같아서요.

마노아 2009-11-23 15:35   좋아요 0 | URL
오,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껜 정말 좋은 도우미가 되겠어요. 때로 재밌고, 때로 심오해지는 이야깃거리를 제공해줄 테니까요.^^

같은하늘 2009-11-24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외계어 같은 영어를 이런 느낌으로~~~ ㅎㅎ

마노아 2009-11-25 00:06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이런 느낌으로 전달하네요.^^
 

 

 
 



 
니크롬선이 칼이 된다고?
 
이른 눈이 왔다. 뽀얗게 내려앉은 작은 알갱이가 고왔다. 바닥을 덮은 하얀 풍경에 잠시 넋을 놓고 있다가 돌린 시선 끝에 아직 공중을 맴도는 작은 싸라기들이 있었다. 휘날리는 하얀 점에 절로 손이 갔다. 땅에 떨어지기 전에 잡으면 어쩐지 소원이 이루어질 것만 같은 환상.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멍하니 손을 움직이던 짠돌씨는 손끝에 닿은 싸라기 조각을 꾹 누르며 한숨을 쉬었다. 현실 도피는 여기까지.

이른 눈이 왔다. 짠돌 씨네 집 안에. 동글동글한 스티로폼 눈이 펑펑 쏟아져 내린 거실은 눈물 나게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집 꼬라지가 왜 이런지 설명해줄 사~람? 이왕이면 육하원칙 맞춰서 100자 이내로."

정전기 때문에 통통 튀며 굴러 온 스티로폼 알갱이를 발로 쳐내며 짠돌씨는 심드렁하게 입을 열었다. 스티로폼을 마구 뿜어내는 괴물이 집에 쳐들어온 게 아닌 이상 범인은 어차피 뻔하다. 바닥을 덮은 하얀 알갱이들 위에서 괴성을 지르며 뒹굴던 막희를 억지로 붙잡고 머리카락을 애써 털어내던 아내 김씨가 힘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막신이가 자유탐구 과제가 필요하대서 같이 스티로폼을 자르다가 이 꼴이 됐어. 좀 큰 알갱이는 막희가 1인용 소파 터뜨렸을 때 튀어 나온 거야. 내일이 토요일이라 다행이지."
“요구사항에 맞춘 깔끔한 답변 고마워 자기야. 왜 터뜨렸는지는 굳이 안 물을게."
“내 잘못이야 아빠. 막희가 스티로폼 알갱이를 너무 좋아하길래 그만 소파 안에 많다고 불어 버렸어…."
“굳이 안 들어도 될 말까지 억지로 해줘서 정말 고맙다 아들아."

발끝을 바닥에 문질러 알갱이를 떼어내려 애를 쓰던 짠돌씨는 결국 양말을 벗어 던졌다. 마음 같아서는 다른 옷가지도 벗어 던지고 싶었지만 - 하필이면 정전기의 산실인 울 소재였다 - 아무리 그래도 어린 아들 딸 앞에서 그런 비교육적인 짓을 할 수는 없었다. 짠돌 씨는 알갱이를 털어낸 양말을 화장실에 던져 넣고 돌아와 아들의 어깨를 툭 쳤다. 바닥에 주저앉아 정신줄을 반쯤 놓은 채 스티로폼 알갱이를 손톱으로 꾹꾹 누르고 있던 막신이 놀라 고개를 들었다.

“자유탐구 과제는 아직 못 했지? 일단 그것부터 처리하자."
“아빠…."
“자기야. 칼날이 나갔는지 스티로폼이 잘 안 잘려. 이 꼴 보면 알잖아~. 알갱이 한 두 개 더 늘린다고 죽지는 않겠지만 지금은 좀…."
“깨끗하게 잘 잘리는 칼만 있으면 되는 거 아냐? 걱정 마. 내가 만들어 줄게."

모처럼 온 활약 기회를 공으로 놓칠 순 없지! 주먹을 불끈 쥐고 자리에서 일어난 짠돌 씨는 다리를 탈탈 털며 현관으로 향했다. 신발장 윗서랍에는 필요한 공구가 분명히 있을 터였다. 분명히 필요할 거라고 본인이 우겨 모아놓은 아이스크림 막대들도.

“이게 정말 쓰일 날이 있구나. 난 우리집 신발장이 아이스크림 막대에 눌려 무너지는 줄만 알았지."
“…자기야, 맺힌 한은 나중에 풀고 지금은 실험에 집중하자? 응?"
“그런 의미에서 질문! 아빠, 이 선이 뭐야?"
“알아서 분위기 파악까지 하다니, 장하다 우리 아들! 이건 니크롬선이야. 니켈과 크롬의 합금이고 다리미나 헤어드라이어 안에 들어 있어. 왜 그런지 한 번 맞혀 볼래? 힌트는 지금 아빠가 하는 실험!"
“음…, 열이 잘 난다?"

“오, 정답! 니크롬선 같은 금속 안에는 원자에 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전자들이 있는데, 금속 양쪽에 전압을 걸어 주면 이 전자가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이게 전류야. 그런데 전기가 흐를 때는 거의 대부분 이 흐름을 방해하는 힘이 작용한단다. 전기저항이라고 하지. 전기저항이 큰 금속일수록 작은 양의 전류로도 많은 열이나 빛을 낼 수 있단다. 니크롬선도 전기저항이 커서 전류가 그대로 흐르지 않고 열이나 빛으로 잘 바뀌어. 단 이번 실험에서는 1.5v 건전지 두 개만 사용했기 때문에 빛은 나지 않아."

“그럼 지금 스티로폼이 잘 잘리는 것도 저항 때문이야?"
“응. 아까 니크롬선이 열을 잘 낸다고 했지?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건전지가 연결된 니크롬선은 뜨겁게 달궈져 있어. 앗! 자기야, 막희 좀 말려! 아주 뜨겁지는 않지만 손으로 만지면 위험하다고!"

오랜만의 등장에 심취한 탓일까. 어느새 다가와 전지에 연결된 니크롬선을 만지려 드는 막내둥이의 손에 기겁한 채 짠돌씨는 펄쩍 뛰었다.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깨끗하게 잘려 나가는 스티로폼을 보고 있던 김씨도 함께 펄쩍 뛰며 막희를 꼭 안았다. 품에서 버둥대던 막희는 “저거 만지면 손 다쳐서 너 좋아하는 물놀이 못 해"라는 김씨의 말에 헛된 저항을 멈췄다. 짠돌씨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스위치를 내렸다. 스티로폼도 다 잘랐겠다, 더 이상 위험한 짓은 그만 두는 게 좋을 것 같다.

“뭐, 어디 불붙을 정도로 아주 위험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열이 나고 있어서 화상을 입거나 살을 베일 가능성은 크니까 독자 여러분도 절대 맨손으로 만지지 마세요~!"
“아빠, 그런데 스티로폼이 왜 잘리는지는 설명 안 해줬잖아."

“아, 미안! 음, 그러니까 스티로폼의 주성분은 발포 플라스틱인데 얘들은 열에 약하거든. 그래서 뜨거운 니크롬선이 지나가면 그 부분이 녹아서 잘려 나가는 거야. 니크롬선이 가늘고 팽팽할수록 깨끗하게 잘린단다. 단 한 자리에 너무 오래 대고 있으면 주변의 스티로폼까지 다 녹아 버리니까, 한 번에 쫙~ 하고 잘라야 해."

“그렇구나~! 설명도 멋지고, 실험도 잘 하고 아빠 최고! 그럼 난 과제하러 갈게!"
“아니 그럴 것까지야~. …가 아니라, 어디 가?! 아빠 혼자 이걸 다 치우라고?!"

가지런히 잘린 스티로폼 조각을 안으며 벌떡 일어난 막신은 방으로 사라졌다. 협박에 입은 다물었지만 여전히 부루퉁하게 입을 내밀고 있는 막희를 달래느라 아내 김씨도 안방으로 들어간 지 오래다. 거실에 남은 건 정전기 댄스를 추며 어지럽게 널린 하얀 알갱이들과 역할을 다 한 전기칼과 짠돌씨뿐. 대체 이놈의 글쓴이는 내게 무슨 원한이 있길래 매 번 나만 골탕 먹이는 거야? 투덜대는 짠돌 씨의 움직임에 따라 바짓단에 들러붙은 스티로폼들만 요리조리 흔들거렸다.

글 : 김은영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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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문화홀에서 오늘 4시 이승환 미니 콘서트가 있었다.  본점 오픈 1000일 기념 행사에 '천일동안'의 가수 이승환을 초청했다는 것. ^^

스케줄이 확정된 것은 어제 오후 7시 10분이었고, 12분에 스케줄 확정 게시물이 떴다.  

그리고 신세계 티켓을 내가 거머쥔 것은 열흘 전의 일. 친구 와이프가 신세계 매장에서 일을 한다능...ㅎㅎㅎ 

신세계 구매 고객 중심으로 표를 뿌린 터라 팬들 중에선 가고 싶어도 못 간 사람이 많았겠지만 나는 전혀 팬이 아닌 내 친구와 함께 가기로 했다. 평소 귀차니즘의 화신이며 무대뽀의 전설인 이 친구는 너 혼자 줄 서라 하고는 공연 시간 맞춰서 오겠다고 했다. 공연은 4시 시작이지만 3시 반부터 입장이고, 적어도 3시까지는 와야 안전하다고 강조했건만, 녀석은 4시 직전에 도착했고, 2시부터 줄 선 나는 결국 맨 뒤로 가서 끝으로 입장해야 했다는 이야기...ㅜ.ㅜ 

신세계 쪽에서는 1500장의 표를 뿌렸다고 한다. 내 생각에 1500명이 온 것 같지는 않았다. 공짜표의 한계란...;;; 

공연장이 그닥 크지 않았기 때문에 끝으로 입장한다고 가수가 안 보이진 않았지만, 일찍 가서 줄 선 게 참 억울하긴 했다. 물론, 10시부터 와서 줄 선 사람들은 일빠로 들어가서 땀구멍까지 봤겠지만...;;; 

게다가 백화점이라고 사람들 이목이 있으니 앉아서 기다리지 말라고 해서 내내 뻣뻣하게 서 있어야 했는데 무지 힘들었다. 같이 줄 서서 수다 떨 친구도 없었고...;;;;; 

나으 친구는 특징이 절대로 미안하단 말과 고맙단 말을 하지 않는다. 몰라도 안다고 하고 우기기 대장이고 갖다 붙이기의 명수다. 온갖 에피소드를 말로 표현하면 뭐 이런 애가 다 있냐... 싶은 녀석인데, 놀랍게도 밉지가 않다.  

입장 직전에 전화를 해보니 이제 종로 2가라고 해서 스트레스가 확 뻗쳤는데, 막상 도착한 녀석을 보니 하나도 안 밉고 그냥 반갑다. 일주일 전에도 봤는데도 말이지... 신기한 녀석.  

최근엔 주로 말랑말랑한 곡들 위주로 부르고 있었고, 한 시간 짜리 미니 콘서트에 팬들이 모인 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감상(구경)을 하러 온 까닭에 지극히 대중적인 곡들로 채워졌다. 내 주변엔 연세 지긋한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꽤 있었다. 이분들 무척 재밌게 즐기시는데 엄청 멋져 보였다. ^^ 

내 친구 녀석도 신곡 하나 빼고는 다 아는 노래라고 한다. 절대로 칭찬하지 않는 성미답게 "괜찮더만~"이런 한 마디로 일축해 버리는데, 그 정도면 녀석에겐 제법 칭찬인거다.ㅋㅋ  

사실 4시 공연은, 가수에게는 일어나자마자 노래 부르라고 하는 시각과 마찬가지. 게다가 음향 안 받쳐주고 조명도 성에 안 차는 문화홀 행사. 그래도 최선을 다해주는 울 멋진 공장장님! 

낮에 본 기사 하나 고재열 독설닷컴 

부딪히되 흔들리지 않고, 조용하되 침묵하지 않겠다... 라고 말을 하는 멋진 공장장님.  

저 말이 너무 마음에 사무쳐서 서재 글귀로 써볼까 하다가, 그렇게 살 자신이 도무지 없어서 패쓰...-_-;;;; 

무튼, 연말 공연의 준비운동으로 신나게 뛰고 왔다. 옆에 계시던 어느 할머니가 나더러 저 가수 정말 좋아하나 보네? 하고 말 거셨다. ㅎㅎㅎ 더불어 저 가수 몇 살이냐고... 마흔 다섯이요~ (흑...ㅠ.ㅠ) 




공연장에서 마주친 어떤 처자가 "안녕, 마노아!"하고 아는 척을 했는데, 누군지 모르겠어서 급 당황! '마노아'라고 부르는 걸 보니 '이사늙' 사람인 것 같긴 한데 그럼 나보다 언니인지 갑인지도 모르겠고, 어색한 인사로 마무리! 그런데 끝나고 나오면서 또 마주쳤다. 어이쿠!!  다시 생각해 보니 누군지 알 것 같기도 한데 혹 머리 스타일이 바뀌어서 내가 못 알아차렸나? 이놈의 눈썰미는...ㅡ.ㅡ;;;;;

그리고 6층이었던가? 신사복 전문 매장이 있는 층이었는데, 사람이 없을 것 같아서 화장실을 찾아보니 보이질 않는다. 남자 화장실만 있다나? 이럴 수가! 신사복 매장에 오는 손님은 여성 손님이 더 많을 것 같은데 여자 화장실이 없다니, 신세계 네 이놈!

명동에서 영풍문고에 들려 친구 녀석의 작사 스승님 새로 나온 책을 구입하고, 밥 먹으러 인사동으로 고고씽. 그렇지만 두 길치가 인사동 길바닥을 마구 헤매다가 결국엔 다시 종로로 나와서 콩나물 국밥을 먹었다. 다리가 넘흐 아파서 눈에 띄는 곳으로 들어간 건데... 여기 메뉴... 왜 이렇게 맵니... 철판 김치 치즈 볶음밥은 기름에 쩔어서 나오고...;;;; 

마지막 후식으로 롯데리아 캬라멜 마끼아또랑 아메리카노 한 잔씩. 그런데 머그 잔 이쁘다고 나중에 슬쩍 가져가야겠다고 말하는 내 친구..... ㅠ.ㅠ 

참, 엊그제 usb를 잃어버린 걸 어제 알아차렸고, 집에도 직장에도 보이지 않는다는 걸 오늘 알아차렸다.  

엉엉엉... 만보계에, 머리띠에, 이젠 usb까지.... 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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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Journey 2009-11-21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흔 다섯 ... 어느새 그렇게, ... =3=3=3

마노아 2009-11-21 23:18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이젠 팬들이 같이 늙어가요...ㅜ.ㅜ

순오기 2009-11-22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서재 들락거리다보니 '이사늙'이 뭔지도 알아 들었어요.^^
노년에 부부가 같이 공연보러 오는 거 너무 멋져요~ 나도 그렇게 늙고 싶구만요!
아~ 조용필 공연하던데~~ 이번엔 광주만 빠졌어요.ㅜㅜ

마노아 2009-11-22 00:23   좋아요 0 | URL
전문 용어도 척척 알아들어주시는 순오기님^^
부부가 함께 문화생활 하는 모습 참 로맨틱해요~
아, 저도 조용필 공연 보고 싶어요. 얼마나 감동일까요...(>_<)

hnine 2009-11-22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마흔 넷 아니었나요? (나랑 동갑인줄 알았는뎅~ ^^)
롯데리아 머그가 그렇게 예쁜가요? 머그 보기 위해서 한번 방문 해보고 싶어지네요. 저는 머그가 너무 맘에 들어 주인에게 얘기해서 얻어 온 적이...그러니까 지금까지 세번 있네요. 까페 이름 새겨진 머그가 그래서 저희 집에 세개가 있답니다.

마노아 2009-11-22 00:23   좋아요 0 | URL
65년생이에요. 65년 12월 13일~
우리나이로 마흔 다섯이고, 만으로 하면 마흔 셋이고 그래요~ ^^
롯데리아 머그 생각보다 별로였어요. 이 친구가 스타벅스나 빕스나 커피빈 등등... 골고루 머그를 갖추고 있답니다. 절대 주인한테 얻어온 게 아니지요.ㅎㅎㅎ

웽스북스 2009-11-22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저 요즘 이승환의 그대는 모릅니다가 너무 좋아서 계속 흥얼흥얼
그러다가 마노아님 생각도 하고. ㅎㅎㅎ

마노아 2009-11-22 00:24   좋아요 0 | URL
아아악! 십 년 전에 제가 그 노래에 꽂혀서 이승환 팬생활 10년차잖아요.(>_<)
저 그 노래 오리지널 버전 완전 사랑해요. 뮤직비디오에 꽂혀서 처음 보고 막 울었어요...T^T

후애(厚愛) 2009-11-22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승환이 마흔 다섯으로 절대로 안 보여요.
부끄럽게도 이승환 노래 아는 게 없어요.^^;;;
맨 마지막 글에서 웃었어요.
usb를 잃어버려셨다는 글 보자마자 만보계와 머리띠가 떠올라거든요.^^

마노아 2009-11-22 12:38   좋아요 0 | URL
마흔 다섯으로는 안 보이지만 그래도 세월의 힘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기는 해요.^^
아, 꿈에서 usb를 찾는 꿈을 꾸었어요. 어느 선생님 노트북에 꽂혀 있었다능...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별로 없어요. 어흑... 내가 이렇게 칠칠치 못한 애인줄 몰랐어요..ㅜ.ㅜ

노이에자이트 2009-11-23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승환 님이 만약 평소 목소리가 같은 나이 또래 아저씨같다면 얼굴이 아무리 동안이라도 해맑아 보이지는 않겠지요.김구라보다 다섯살이 많다던가...

마노아 2009-11-23 21:56   좋아요 0 | URL
아핫, 미성도 나이보다 젊게 보이게 하는 한 역할이군요! 김구라가 마흔 밖에 안 됐나요? -_-;;;;

노이에자이트 2009-11-24 16:54   좋아요 0 | URL
윤종신한테 형이라고 하는 거 보니까 서른 아홉 아니면 마흔이겠죠.손석희와 노회찬도 동갑이래요.역시 나이가 들수록 같은 또래라도 젊어보이는 사람과 나이들어 보이는 사람의 차이가 크지요.

마노아 2009-11-24 17:07   좋아요 0 | URL
검색해 보니 김구라는 마흔이네요.
지난 주 손석희, 노화찬, 그리고 박원순 씨 동갑이라는 게 화제였죠.
손석희 씨도 정말 동안이에요. ^^

꿈꾸는섬 2009-11-24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건을 자꾸 잃어버리면 너무 속상하죠. 전 요새 자꾸 책을 잃어버려요.ㅠ.ㅠ
도대체 어디다 두고오는질 모르겠어요.

마노아 2009-11-24 00:52   좋아요 0 | URL
아앗, 책이라니, 그것도 엄청 속상한 일이네요. 이 부주의함과 깜박깜박을 어쩜 좋아요..ㅜ.ㅜ

같은하늘 2009-11-25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콘서트 보고오셨군요? 그래 재미난 친구분과 기분전환좀 하셨나요?ㅎㅎ
어째 마무리가 좀 어설퍼 보이기는 하지만 즐거운 시간이셨으리라~~~

마노아 2009-11-25 21:12   좋아요 0 | URL
시작이 좀 열 뻗쳤지만, 재밌게 하루를 마감했어요. 공연은 당연히 즐거웠구요.^^ㅎㅎㅎ
 
Wink 윙크 2009.12.01 - No.23
윙크 편집부 엮음 / 서울문화사(잡지)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제9회 만화의 날 행사에서 탐나는도다의 정혜나 작가님이 '2009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받았다. 더불어 수상한 '남한산성'의 권가야, '100도C'의 최규석 작가님도 한 자리에 모였다. 



1999년에 레드문과 오디션이, 2002년에는 야야, 2004년에는 궁, 2006년에는 천일야화, 2007년에 하백의 신부가 수상한 이래 윙크 작품으로는 7번째 수상작이다. 윙크 가족과 애독자들에게는 참으로 기쁜 일.  

그러나 개인적으로 탐나는도다를 재밌고, 흥미롭게 보고 있지만 2009년을 대표하는 만화로서는 좀 아쉽다는 느낌이다. 물론 '궁'에 비할 바가 아니지만, 두 작품 모두 드라마의 영향이 크지 싶다. 권가야 작가의 남한산성이 궁금하다. 익숙한 얼굴 최규석 작가님. 수염을 너무 사랑하신다.ㅎㅎㅎ 

국가에 도움이 되는 일을 제공하면 평생 먹을 것을 보장해 주고, 살 집도 마련해 주고, 도망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에 굳이 배 타고 돌아가야겠냐는 말을 하자 굳어버린 윌리엄의 표정이다.  

윌리엄의 입장에선 고향이 그립고, 당연히 돌아가야 할 곳이지만, 마찬가지로 버진에게도 이곳은 떠나기 힘든 곳이다. 아무리 버진이 제주 잠녀로서 억압받는 계층의 또 소외된 여성이라고 할지라도.  

윌리엄은 버진을 고향으로 데리고 갔을 때 버진이 겪을 혼란과 향수병은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내가 너무 앞서가는 것일 수 있지만, 서로가 서로의 입장에서 좀 더 생각해 봤으면 한다. 문득, 한국사 傳에서 '리진' 편이 생각난다. 조선의 궁녀로선 상상도 못할 바깥 세상, 새로운 세상을 겪었지만, 거기서 살아남지 못하고 고국으로 돌아와 끝내 죽어버렸던 여인.  

아무튼, 벨테브레가 등장했는데 캐릭터가 몹시 웃겼다. 왠지 호감형 인물이 될 듯! 

표지는 박희도리 작가 박희정 님이 담당하셨다. 컴으로 작업한 원고라고 하는데 다시 수채로 돌아가야겠다고 울부짖으셨다.  

내 보기에는 여전히 훌륭하다만, 작가님 성에는 안 차신가 보다. 사진을 워낙 못 찍어서 잘 표현이 안 됐지만 실물은 훨씬 훌륭하다. 송년을 앞두고 이 어둑칙칙한 분위기라니, 뉴 문의 개봉을 앞두고 심히 반갑다능! 



오른쪽은 마틴 앤 존의 본문 한 장면이다. 세로로 쭉쭉 뻗은 배치 구도가 마음에 든다. 워낙 늘씬하게 그리는 편인데 그래서 때로는 요롱으로도 보이지만, 그래도 내 눈엔 근사하기만 하다. 그런데 소년이 맛있게 먹은 사과. 손에 들고 있는데 마치 피망처럼 보인다. 서양 사과는 저렇게 생겼단 말인가.... 아님 말라 비틀어져서 맛이 없는 사과를 맛있는 척 먹었던 것일까? 알 수 없도다..;;;; 



하이힐을 신은 소녀의 일부 그림이 칼라로 실렸다. 김밥의 저 리얼함이라니, 사진을 갖다 썼나 보다. 신선하다! 

하.신.소는 이제 연재 10회가 남았고, 예쁜 남자는 이 달 말에 단행본으로 나온다고 한다. 정말 작가님 표현대로 살인적인 스케줄이다. 개인적으로 힘든 일도 있었는데 그 모든 걸 워커홀릭으로 극복해 나가신 듯... 안쓰럽고 멋지다. 작가님 파이팅!!! 



요새 격하게 아끼는 디아이와이 걸의 책 속 표지. 귀여운 종이 인형 버전이다. 오려서 갖고 놀고 싶구나.  

내용도 늘 흥미진진하고 다음 호를 기대하게 만든다. 2009 내가 발견한 최고의 작가 중 한 명. 또 다른 작가는 서윤영 작가님~ 

그리고 윙크 공모전에 입상해서 아직도 신인 타이틀을 쥐고 있지만 작품 연재 속도가 가히 기성 작가를 넘보는 허윤미 님의 '기림하'. 눈이 오는 것을 아주 멋드러진 컬러 스토리로 표현했다. 창작 의욕이 마구마구 솟구치시는 듯. 앞으로 계속계속 기대하고 있겠다.  

김의정 작가의 단편 헤븐스 도어도 훌륭했다. 요새 윙크는 신인 작가들의 단편이 아주 훌륭하다. 요즘은 예전보다 윙크 보는 재미도 떨어지고, 윙크로 이미 보았기 때문에 단행본을 다시 구입해도 랩핑도 안 뜯기 일쑤여서, 다시금 윙크를 보지 말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렇게 새로운 보석들을 발견하는 재미로 끊을 수가 없다.  

윙크 다음 호는 송년호다. 한 해가 그렇게 가고 있다. 힘내자!(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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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1-22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가 중에 아는 얼굴이 오직 최규석 뿐이군요.ㅋㅋ
그래도 마노아님 덕분에 만화가 이름도 여럿 알았어요.^^

마노아 2009-11-22 00:25   좋아요 0 | URL
우헤헷, 저 사진은 사실 순오기님을 위해서 찍었어요~ 반가워하실 것 같아서요.^^
은근 슬쩍 넌지시 알아가는 것도 재밌어요. 헤헷^^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