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 남은 달력이 애처롭다.  

한 해를 달리다 보면 연말 즈음엔 너무 지쳐서 그냥 시간이 빨리 흐르는 것도 나쁘지 않단 생각을 한다.  

우야튼, 남은 한 달의 시간을 더욱 소중하게 보내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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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개구리- 아동용
이와무라 카즈오 글.그림, 김창원 옮김 / 진선아이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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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31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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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니아 이야기 11
토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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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주문하면 "1월 7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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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1반 34번- 종잡을 수 없는 사춘기 아이들의 마음을 잡아주는 이야기
언줘 지음, 김하나 옮김 / 명진출판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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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개의 모자로 남은 당신
박완서 외 지음 / 도서출판 호암 / 199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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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09-12-02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12월...올해는 병원에 다니느라고 시간을 다 보냈어요.ㅜㅜ
남은 한달은 독서에 푹 빠져 보려고 노력중이에요.^^
마노아님 남은 한달 보람차고 행복하게 보내세요~~~

마노아 2009-12-02 11:30   좋아요 0 | URL
내년엔 꼭 건강한 한 해를 보내셔야 해요. 몸 튼튼 마음 튼튼 기원이에요!!!
남은 한 달은 책과 함께 사랑을~(>_<)

다락방 2009-12-07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야행 1권 읽으셨군요! ㅠㅠ

마노아 2009-12-07 14:01   좋아요 0 | URL
영화랑 분위기가 완전 달라요. 아직 1/3밖에 못 본 거라 속단하긴 이르지만 좀 더 지켜봐야겠어요.
일본스러운 분위기와 한국스런 분위기가 확 다르구나 느꼈어요. 다 읽고 더 얘기할게요.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상 - 비밀 노트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199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표지만 본다면 심리 철학 에세이스러워 보이건만, 이 책은 소설이다. 세 권으로 구성된. 아직 1권밖에 보지 못했기 때문에 2권과 3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1권만 본 소감을 얘기한다면 몹시 충격적이다.  

배경은 2차 세계대전 중으로 보인다. 대도시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던 쌍둥이는 시골에 있는 할머니 집에 맡겨진다. 온 동네 사람들이 '마녀'라고 수근대는 할머니. 남편을 독살했다는 소문이 자자하고, 어머니도 그 이유로 그곳을 떠나서 10년 동안 소식이 없다가 전쟁으로 인해 도시에서는 도저히 먹을 걸 구할 수가 없어서 이곳에 온 것이다. 어머니는 아이들의 옷가지와 필요로 하는 물건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와서 함께 맡겼지만 곧 할머니에 의해 모두 팔려버린다. 심지어 어머니가 부치는 편지도 모두 없애버리는 할머니. 모녀 사이의 골은 생각 이상으로 깊다. 지독하기만 한 할머니의 행동은 상식 밖으로 보이고 대체 왜 이렇게 꼬이고 꼬였을까 싶건만, 작품을 다 읽다 보면 어느 정도 그 노파의 심사가 이해가 간다.  

화자는 쌍둥이 소년들이지만, 그들은 자신들을 '개인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우리'나 '하나'로 구분되어 지칭되는 그들. 어린 소년들의 눈과 귀와 입을 통해서 모든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그 서술은 지극히 건조하기 짝이 없다. 애어른으로 보이는 이 아이들은 단지 조숙하다는 말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의 반응 말이다. 

   
 

  우리가 '잘했음'이나 '잘 못했음'을 결정하는 데에는 아주 간단한 기준이 있다. 그 작문이 진실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것들, 우리가 본 것들, 우리가 들은 것들, 우리가 한 일들만을 적어야 한다.
  예를 들면 '할머니는 마녀를 닮았다'라고 써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람들이 할머니를 마녀라고 부른다'라고 써야 한다. '이 소도시는 아름답다'라는 표현도 금지되어 있다. 왜냐하면 이 소도시는 우리에게는 아름다울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추하게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당번병은 친절하다'라고 쓴다면,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당번병이 우리가 모르는 심술궂은 면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렇게만 써야 한다. '당번병은 우리에게 이불을 가져다주었다.'
  우리는 또한 '호두를 많이 먹는다'라고 쓰지, '호두를 좋아한다'라고 쓰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좋아한다'는 단어는 막연한 단어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정확성과 객관성이 부족하다. (......)
  감정을 나타내는 말들은 매우 모호하다. 그러므로 그런 단어의 사용은 될 수 있는 대로 피하고, 사물, 인간, 자기 자신에 대한 묘사, 즉 사실에 충실한 묘사로 만족해야 한다. (33-34쪽)

 
   

아직 젖니가 다 빠지지도 않은 어린 녀석들인데 사용하는 단어도 남다르지만, 감정을 나타내는 단어들의 모호함을 파악하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기 위해 거르는 작업을 해낸다. 아이들은 자신들을 훈련시키기도 하는데, 아픔을 참아내기 위해서 부러 때리기도 하고, 배고픔을 참아내는 법을 익히기 위해서 단식을 하고, 심지어는 구걸을 연습해보기도 한다.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황 속에서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생존 본능이라고 하기엔 그 치밀함에 섬뜩함마저 느껴진다. 

그런데 또 아이러니하게도, 이 아이들은 나름의 동정심을 갖고 있다. 이웃집 소녀와 그 어머니를 도울 때 그랬고, 탈주병을 도울 때도 그랬다. 동정심은 아이들이 가진 순수한 감정이기도 하지만 복수심 또한 그 못지 않다. 자신들이 생각하기에 정의에 어긋난다면 몇 갑절의 심판을 돌려주는 아이들. 단지 어리기 때문에 판단력이 미숙하다고 보기엔 아이들은 놀라우리만치 이성적이다.  

   
 

 -아저씨도 아다시피, 우는 건 소용없는 짓이에요. 우리는 절대로 울지 않아요. 우리는 아직 아저씨처럼 어른이 아니라두요. (50쪽)

 
   

아이들은 혈육이라는 이유만으로 휘둘리지 않는다. 가족이니까 꼭 함께 살아야 한다고 여기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목표에 도움이 된다면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다. 어떤 사람이라도 미끼로 사용할 수 있고 무엇에도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묘사되진 않았지만, 예쁜 아이라는 강점을 스스로 활용하는 교활함마저 보인다.  

이 건조하고 살벌한 가운데에도 주변 인물들을 통해서 외롭고 두려운 인생들이 비쳐진다. 남편을 독살하고 딸을 증오하고, 돈을 갈취하기 위해서 맡겨진 소녀를 죽일 결심까지 하는 피도 눈물도 없는 할머니도 어느덧 이 아이들에게 의지하고 잔잔한 정을 느낀다. 인간이라면 당연히 갖게 되는 마음이건만 할머니의 변화가 놀랍다. 어린 소년들은 전쟁이 깊어지면서 더 잔인해지교 치밀해지지만, 할머니는 오히려 혼자서는 단단했던 마음이 함께 살면서 더 약한 모습으로 변해간다. 그렇지만 읽으면서 느껴지는 건, 이들이 전쟁 때문에 그런 성정을 갖게 된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이다. 주어진 환경이 보다 독해지게는 만들겠지만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어떤 인성을 무시하긴 어려워 보인다.  

이 책 (상)권의 제목은 '비밀노트'이지만 시리즈 전 권의 총 제목은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이다. 세 가지 거짓말. 어떤 거짓말일까? 실존에 관한 질문일까? 인간의 본성에 관한 물음일까?  

이토록 담담한 목소리로, 단 한 번도 흥분하지 않은 채 이 정도로 독자를 뒤흔들 하드코어를 보여주다니, 작가의 역량이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약간의 소름과 함께 어찔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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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1 2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01 2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같은하늘 2009-12-02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표지와 제목만 보고 철학책인줄 알았다는...

마노아 2009-12-02 06:57   좋아요 0 | URL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이 책을 잘 이해 못한 것 같아요. 더 읽어야 제목을 파악할 수 있겠어요.^^;;;

무해한모리군 2009-12-02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스산하지요. 저도 저 말에 대한 대목이 생각이 납니다.

마노아 2009-12-02 13:41   좋아요 0 | URL
예, 맞아요. 스산하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네요. 읽으면서 내내 움찔했어요....
 
Banksy Wall and Piece 뱅크시 월 앤 피스 - 거리로 뛰쳐나간 예술가, 벽을 통해 세상에 말을 건네다
뱅크시 지음, 리경 옮김, 이태호 해제, 임진평 기획 / 위즈덤피플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만화 이키가미 5권에서는 국가번영유지법에 의해서 사망 예고장을 받은 한 청년이 마지막 남은 하루를 국가번영법을 조롱하는 그래피티를 그리는데 소비하는 장면이 나온다. 당국에 의해서 빠르게 지워지긴 했지만 그 작품을 마주친 많은 사람들이 받았을 충격을 충분히 상상해볼 수 있었다.  

여기, 세상을 조롱하며 세상의 부조리함과 부덕함을 맘껏 풍자하는 거리의 예술가가 있다. 얼굴없는 작가 뱅크시가 바로 그다. 영국 출신의 그래피티 아티스트인 그의 이름은 낯설 수 있다. 그렇지만 다음과 같은 그의 작품들과 마주친다면 어디선가 언뜻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지 모르겠다. 인터넷의 경계 없는 바다는 그와 같은 작가에게는 더 없이 좋은 만남의 장을 제공해 주니 말이다. 



로켓 발사하는 모나리자. 2001년도 작품으로 작업시간은 단 15분. 누군가에 의해 오사마 빈 라덴으로 바뀐 이 그림은 이틀 후에 지워져 버리고 만다. 그래피티의 속성 상 불법, 범법 행위로 찍혀 쓰레기로 구분되기도 하고 작품이 사라지기도 하지만 뱅크시는 멈추지 않는다. 그의 궁극적 관심은 '개인의 드러냄'이 아닌 공동체의 변화라고, 해제를 맡은 이태호 교수는 설명한다. 알듯 모를듯 신비로운 미소(를 지녔다고 화자되는)의 모나리자가 로켓포를 들고 씨익 웃는 모습이라니,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 세계의 이면에 그런 폭력의 얼굴이 스며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다. 뱅크시는 그런 추악한 얼굴들을 까발림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의 이름이 회자될수록, 그의 작품이 관심을 가질수록 사람들은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일 것이고, 미술관은 그의 작품을 영구 보관하기까지에 이르렀다. 그러나 유명세는 양날의 검. 그의 작품이 고가로 매매되는 실정에 이르른 지금 그의 초심이 흔들리지는 않을지 때이른 염려가 들기도 한다. 그의 예술혼이 의심되기보다 자본주의의 무서운 힘이 공포스러워서 말이다.    

   
 

도시를 경영하며 관리하는 사람들은 그래피티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은 이윤을 내지 못하는 것이라면 그 어떤 것도 존재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 진정으로 우리 이웃들의 외관을 더럽히고 손상시키는 사람들은, 자기들의 거대한 슬로건들을 버스와 건물들 사이에 되는 대로 마구 휘갈려 쓰고는 마치 우리가 자기 회사의 물건을 사지 않으면 뭔가 부족한 것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회사들이다. -28쪽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범죄들은 법을 어기는 사람들에 의해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법을 따르는 정치가들에 의해 행해진다. 그들은 바로 폭탄을 떨어뜨리고 명령을 내리는 사람들, 마을을 학살하라고 명령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악한 행동을 예방하는 방법은 우리가 듣고 배운 대로 행동하지 않는 것이며 이것이 우리의 막중한 임무이다. 이것만이 우리가 확실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다. -73쪽

 
   

그의 조롱의 대상이 되는 인물들은 대개 공권력을 지닌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정치가, 경찰, 자본가 등등등... 경찰과 경호원들이 눈 아래까지 내려오는 뾰족한 모양의 모자를 쓰는데, 이는 눈썹을 가림으로써 감정을 감추고 그로 인해 권위를 강조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경찰들은 6피트 이상 높이에 있는 것들은 보기 어렵고, 그 점을 노려서 일정 높이 이상의 건물 위쪽이나 다리 위에 그래피티를 그리는데, 이건 놀라운 장점으로 작용한다. 권위의 전복을 이용한 통쾌한 조롱!

그런데 그의 조롱의 대상이 꼭 사람일 필요는 없다. 동물과 곤충이 대상이 되기도 하고, 이렇게 천사가 주인공일 수도 있다.  



 한껏 불량스런 포즈를 취하고 있는 천사의 고뇌는 무엇일까? 천사 계급에게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나눠져 있고 학벌에 따른 차별이 난무하는 것일까? 

   
 

사랑의 시 

서로의 눈을 마주 보는 것을 넘어
달콤하고 부드러운 키스와 함께
우리의 영혼은 숨을 죽이며
경이로움으로 서로에게 도달한다. 

드넓게 미소 짓는 평화로부터 깨어났을때,
나는 아침 햇살 속에 목욕하고 있는 당신을 본다.
내 전화기 안에 있는 모든 메시지를
조용히 살피고 있는 당신을 

-89쪽

 
   

 (본문에서는 '햇살'이 '했살'로 표기되어 있다. ;;;;;)

그의 관심은 인간을 넘어 지구 자체로 확장된다. 환경 파괴에 대한 경고도 그의 단골 메뉴다. 

   
 

 마지막 나무가 잘려 나가고
마지막 남은 강물마저도 말라서 졸졸 흐르게 되어서야
사람들은 겨우 돈은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또 우리를 얼간이 취급하던 충고를 새겨들을 것인가... -125쪽

 
   

박물관에 들어가서 자신의 작품을 걸어놓고 나오는 그의 대담성은 짜릿한 즐거움을 주기까지 한다. 어떤 때는 단 몇 시간만에 들켜서 철수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며칠이고 제자리에 놓여 있기도 하며 때로는 박물관에서 그 가치를 인정하고 영구 보관을 결정하기도 한다.  

어릴 때 누나가 뱅크시의 드로잉들을 많이 버렸는데, 그때 누나가 하던 소리는 이거였다. "그 그림들이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될 것들은 아니잖아."라고. 그러나 그의 작품은 2004년 루브르 박물관에 설치되었다. 모나리자의 얼굴을 미키마우스 얼굴로 덮어버린 채. 아마도 금세 치워졌을 테지만 충격적인 반전이 아니던가. 



폭약을 안고 있는 아기 예수와 엠피쓰리를 듣고 착용한 마리아라니, 아찔한 통쾌함이 지나간다. 종교인이라면 불쾌해하거나 심히 불편해할 수 있는 불경이겠지만, 신성을 모독하려는 게 아니라, 신성에 기대어 파렴치함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인간 자체를 비웃는 작품일 것이다.  

 

2005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2시간 동안 전시되었다고 한다. 느낌 탓인지 첫번째 그림이 우수에 젖어 보인다고 한다면 두번째 그림은 슬픔에 빠져 있는 듯 보인다. 이곳에선 숨을 쉴수가 없어요...라고 말하는 것처럼. 



항공 무기가 장착된 얼룩무늬 딱정벌레. 뉴욕 자연사 박물관에서 무려 12일 동안 전시되었다고 한다. 12일동안 누구도 이 그림을 눈여겨보며 이 자리에 있을 게 못된다고 여기지 못했던 거다. 누군가 보았다 하더라도 이 자리에 어울릴 그림이라고 판단한 것은 아닐까.  

왼쪽의 사진을 보면 작업 중인 뱅크시의 모습이 보인다. 후다닥 움직이고 있다. 사진을 찍어준 이는 그의 대변인 노릇을 하는 친구가 아닐까 싶다. 설마 CCTV의 화면을 얻어낸 건 아니겠지... ^^ 



돌에 유성펜으로 작업했다고 한다. 대영박물관에 8일 씩이나 전시되었고 현재 대영박물관에서 영구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알타미라 동굴 벽화에나 나올 법한 구성인데, 정면을 차지한 것은 다름 아닌 쇼핑 카트다. 마치 쇼핑이 태곳적 인간의 기억에 각인된 본능인 것인양 선전하고 길들여지는 이 거대한 자본의 세계에 대한 뱅크시 식의 통렬한 풍자로 보인다.  

미적 가치는 물론 메시지까지도 알아들은 거라면 대영박물관은 센스쟁이. 그걸 수용할 마음이야 알 수 없지만. 



조롱을 한껏 담은 작품이건만, 웃을 수가 없다. 폭발하는 네이팜 속에서 울며 뛰쳐나온 저 베트남 소녀의 양손을 잡고 해맑게 인사하는 미키마우스와 맥도널드의 마스코트들. 전쟁의 참상이든, 폭력의 비극이든, 무엇이든 돈으로 환전해낼 수 있는 놀라운 신의 손. 그 마이다스의 손을 꿈꾸며 가장 소중한 것도 움직일 수 없는 죽은 생명의 황금과 바꾸고 있다는 것을 우리들은 언제쯤 알아차릴까.  

그의 작업은 '예술'이라고 불리지만 동시에 '문화 파괴자'란 이름도 같이 얻었다. 양 극단을 오가는 그 이름 속에서 그가 벽을 통해 세상에 건네는 말에 귀를 기울여 보자. 그 메시지를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는 그대라면 뱅크시가 꿈꾸는 정의로운 세상을 같이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책의 맨 뒤에는 국내에서 그래피티 작가로 활동 중인 두 명의 아티스트와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록'의 정신과 '힙합'의 정신에 대해서 얘기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압구정 굴다리, 신도림역 주변, 영등호 파자 센터, 홍대 주변이나 강촌 등등에서 그래피티작품을 마주치게 된다면 전보다 더 반가울 듯하다.

이 책은 한국 간행물 윤리위원회의 청소년 권장 도서다. 이 책에서 배울 점은 반항이 아니라 저항, 방탕이 아니라 자유라는 걸, 소수를 위한 세상이 아닌 다수가 함께 누리는 건강한 삶이라는 걸, 우리의 청소년들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덧글) 228쪽에 '빨간 입술들. 잠옷을 입지도 못한 채 어깨까지 담요를 덥고'라고 적혀 있다. '덮고'로 고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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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12-01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너무 멋집니다.

마노아 2009-12-01 00:27   좋아요 0 | URL
현장에서 직접 보면 짜릿할 것 같아요.^^

희망찬샘 2009-12-01 0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서재에 들어오면 항상 느끼는 것. 알라딘에 글 잘 쓰시는 분 무지 많지만 우찌 이리 잘 쓰시는지... 리뷰에 항상 감동하면서 물러갑니다.

마노아 2009-12-01 09:12   좋아요 0 | URL
희망찬샘님, 그 무슨 과찬의 말씀이세요.^^;;;; 무튼, 고맙습니다.^^

후애(厚愛) 2009-12-01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멋진 리뷰에 감동받았어요! 잘 읽었어요. 고맙습니다.^^
그림들도 너무 멋져요.

마노아 2009-12-01 23:41   좋아요 0 | URL
후애님 감사해요.^^ 웹사이트에는 더 많은 사진이 있을 거예요. 시원하고도 씁슬한 그림들이 어마어마해요.^^

같은하늘 2009-12-02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방면의 책을 섭렵하시는 마노아님...
글을 보니 작품들을 직접 보고싶어지는데요~~

마노아 2009-12-02 06:57   좋아요 0 | URL
현장에서 보면 더 통렬함을 느낄 것 같아요. 메시지도 강렬하고 감각도 빼어난 것 같아요.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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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맘 2009-12-30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같은 이모가 제게도 있었으면 좋겠에요..ㅋㅋㅋㅌ

마노아 2009-12-30 22:35   좋아요 0 | URL
선물 많이 주는 이모를 저도 갖고 싶어요.^^
 
백야행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태동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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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먼저 접하고 원작을 나중에 읽을 경우, 영상의 이미지가 강해서 영화가 더 재밌었던 적이 많았다. 반지의 제왕이 그랬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그랬고, 트와일라잇이 그랬다.  

그런데 이 작품은 원작을 먼저 읽기 위해서 책을 미리 구입해놨는데, 뜻하지 않게 영화를 먼저 보게 되었다. 상영 날짜가 잡혔으면 부랴부랴 책을 읽었겠지만, 편집이 아직 안 끝난 영화의 시사회에 초대받은 것은 처음이라서 그야말로 불시에 보게 된 것이다. 그러니까 3개월도 더 전에 말이다. 

영화는 충격적이었다. 대단히 슬픈 내용일 거란 얘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알았지만, 그야말로 비극 그 자체. 그들의 아픔과 고통도 이해하고, 그래서 그들에게 일방적인 비난도 쏟을 수 없지만, 그렇다 하여도 또 합리화할 수 없는 그들의 다른 죄에 대해서 불편하게 마음이 쓰였다. 

그리고 지금은 영화가 이미 개봉한 상태. 편집이 완성된 영화는 아직 보지 못했다. 원작을 먼저 읽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읽어 나가다 보니, 내가 본 영화와는 무척 분위기가 다르다. 일본판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손예진 고수 주연의 우리나라 영화 '백야행'은 내용을 상당히 바꾼 듯 보인다. 아무래도 영화화 시키면서 세 권에 달하는 긴 내용을 좀 줄일 필요가 있었을 것이고, 원작은 배경이 70년대 초에서 후반으로 넘어가는 이야기이다 보니 설정들도 상당수 바꿔줘야 했을 것이다. 

나를 가장 충격으로 몰아넣은 건, 일본 학교의 70년대 현실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요즈음에 들어서야 나올 법한 끔찍한 이야기들이 거기서는 이미 30년 전에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해방 이후의 우리나라 상황은 많은 부분 일본이 이미 거쳐온 과정을 답습하고 있고, 사회 문제 역시 그렇게 반복되고 있었다. 우리가 선진국이라며 선망해하며 추켜세우는 그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가 손에 잡히는 것 같아 아찔한 공포를 느끼게 된다.  

어제는 좋은 부모와 나쁜 부모에 대해서 학생들과 잠시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좋은 부모의 기준을 '돈'의 유무로 판단해 버리는 아이들의 상처가 보이는 것 같아 많이 아팠다. 이 사회가 아이들을 이렇게 비정하게, 삐딱하게 만들어버리는구나 싶어서... 그게 아니라는 증거를 믿게 해주기 힘들어서...... 

이 작품 속 두 주인공은 서로 깊은 상처를 갖고 있다. 남자 아이는 아버지가 죽었고, 여자 아이는 엄마가 죽었다. 그 죽음에는 어떤 연관이 있고, 거기에 그들이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 묻어 있다. 그리고 그 강렬한 기억은 이 아이들이 성장하는 내내 꼬리표처럼 따라올 것이고, 이 아이들이 진정으로 행복해질 어떤 순간은, 너무도 멀게만 보인다.  

감정을 말살시켜 버린 아이들. 제 목표를 위해서 무엇이든 수단화할 수 있는 아이들. 마땅히 누려야 했을 순수한 기억과 사랑에 대한 추억을 갖지 못한 아이들.  

괴롭다. 비록 소설이라 할지라도, 그 끝을 향해 같이 달려나가는 게 숨이 차다. 더군다나 이미 결말을 알고 있는 상태라면 더욱. 

내가 갖고 있는 책은 구판 버전인데 영화 개봉에 맞추어 새로이 책이 나왔다. 처음에 책장에 꽂혀 있는 노란 책등과 빨간 책띠를 볼 때는 표지가 마음에 안 들었는데, 전면 표지의 그 희끄무레한 하얀 빛이, 이 책의 제목처럼 느껴져서 마음에 든다. 반면 새로 나온 책의 표지는 그닥 내 마음에는 들지 않는다.  

미스테리 소설을 많이 읽은 편은 아니지만, 이런 종류의 책을 읽을 때는 작가의 마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다. 이렇게 어둡고 아픈 이야기, 혹은 잔인한 이야기를 쓸 때, 작가는 어떤 표정을 짓게 될까. 다 쓰고 난 다음에 그 마음은 얼마나 지치게 될까. 그럼에도 또 쓰게 되는 동력은 어떻게 얻을까? 아님, 소설은 소설일 뿐~ 하면서 훌훌 털어버릴까. 어느 쪽도 분명하게 똑 떨어지는 기분은 아니겠지만, 이렇게 아픈 이야기를 쓰고 나면 진이 빠질 것 같다. 독자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말이다.  

영화와 달리 원작 소설은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서의 이야기들이 풍성하다. 시간을 보채지 않고, 기억을 서두르지 않고 차분히 쌓아간다. 그 호흡에 벌써부터 힘 빠져하면 안 되겠다. 아직 두 권의 이야기를 더 만나야 하니까. 연민을 느끼되, 그로 인해 억눌리지는 말자. 그것도 독자의 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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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9-12-04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영화 나오니까 표지갈이 했구만. 난 좀 밋밋한 표지의 책으로 읽었는데. -_-

마노아 2009-12-04 11:50   좋아요 0 | URL
제 책도 그거예요~ 바뀐 표지는 별로예요. 근데 예전 책은 검색도 안 뜨더라구요.-_-;;;

다락방 2009-12-07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붉은 손가락]도 엄청 힘들게 읽었어요. 눈물 흘리면서 말이죠. 그런데 백야행은 붉은손가락보다 더 힘들것 같아서 차마 도전을 못하겠어요. 영화로도 힘들었는데 말이지요..

어휴...

마노아 2009-12-07 14:02   좋아요 0 | URL
붉은 손가락도 마음을 지치게 하는 내용인가봐요. 그런걸 보면 용의자 x의 헌신은 그의 작품 중 꽤 소프트한 편이었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