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일요일, 내가 자주 가던 집앞 목욕탕에 불이 나서 뉴스에까지 나왔다 한다. 밖에서는 별 티가 안 나는데 안에서 불이 난 건지, 새벽 시간이어서 인명 피해는 없었으니까 그나마 다행이다. 그날 목욕탕 가려다가 말았는데 갔어도 못 하고 나왔겠구나.
2. 그저께 보일러가 고장 났다. 오들오들 떨며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은 출근해서 세수하고 양치해야지... 했는데, 가서 보니 얼까봐 수도 잠가놨다고 한다. 정수기 물로 양치만 하고 수업했다. -_-;;;;
3. 집에 돌아와보니, 그러니까 어제 A/S하러 오신 기사님이 아예 갈아야 한다고, 그것 내일 된다고 해서, 어제도 냉방에서 오들오들 떨며 잤다. 자꾸 기침 나는 게 감기 왔나?
4. 오늘 보일러 갈았다. 60만원이란다. 제길슨! 여름 곰팡이와 겨울 보일러는 세트로 해마다 찾아온다. 이젠 그만 만나고 싶다.
5. 그래도, 더운 물 나오고 방바닥에 불 들어오니 살 것 같다. 컴 쓰는 방엔 불이 안 들어오지만...;;;;
6. 유네스코에서 우편물을 보내왔다. 기부 영수증인가 했더니 내년에는 후원금 2배로 올려주십사 하는 안내문. 조만간 전화주시겠다고... 나 실직 상태인데...ㅡ.ㅜ
7. 그래서 내일은 실업급여 신청하러 갈 생각. 그나마 실업급여라도 나와서 백만 번 다행. 노동부 지원으로 우리 교무실에 배정받은 두 분 기사님의 급여를 오늘 듣고, 기암 했다. 최저생계비가 안 되는 듯했다. 그나마 그 일자리도 내년엔 장담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내일 모레가 내년인데...
8. 번민이 가득한 시간이 째깍째깍 지나간다. 대학 때 현대사 수업 교수님은 어른이 된다는 건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가 하나씩 늘어가는 거라고 했는데, 그 말이 실감나는 요 며칠이었다. 부끄러운 나에게 따뜻한 위로와 고마운 조언을 해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를... 그분들 중 한 분이 주셨던 시 두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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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자리 - 도종환
맨 앞에 서진 못하였지만
맨 나중까지 남을 수는 있어요
남보다 뛰어난 논리를 갖추지도 못했고
몇마디 말로 대중을 휘어잡는 능력 또한 없지만
한번 먹은 마음만은 버리지 않아요
함께 가는 길 뒷자리에 소리없이 섞여 있지만
옳다고 선택한 길이면 끝까지 가려 해요
꽃 지던 그 봄에 이 길에 발디뎌
그 꽃 다시 살려내고 데려가던 바람이
어느새 앞머리 하얗게 표백해버렸는데
앞에 서서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이들이
참을성 없이 말을 갈아타고
옷 바꿔 입는 것 여러번 보았지요
따라갈 수 없는 가장 가파른 목소리
내는 사람들 이젠 믿지 않아요
아직도 맨 앞에 설 수 있는 사람 못된다는 걸
잘 알지만 이 세월 속에
드릴 수 있는 말씀은 한가지예요
맨 나중까지 남을 수 있다는...
식사법 - 김경미
콩나물처럼 끝까지 익힌 마음일 것
쌀알빛 고요 한 톨도 흘리지 말 것
인내 속 아무 설탕의 경지 없어도 묵묵히 다 먹을 것
고통, 식빵처럼 가장자리 떼어버리지 말 것
성실의 딱 한가지 반찬만일 것
새삼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닌지
제명에나 못 죽는 건 아닌지
두려움과 후회들의 돌들이 우두둑 깨물리곤 해도
그깟것 마져 다 낭비해버리고픈 멸치똥 같은 날들이어도
야채처럼 유순한 눈빛을 보다 많이 섭취할 것
생의 규칙적인 좌절에도 생선처럼 미끈하게 빠져나와
한 벌의 수저처럼 몸과 마음을 가지런히 할 것
한 모금 식후 물처럼 또 한 번의 삶,을
잘 넘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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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많이 배우고 깨닫는 시간. 부끄러움도 값진 교훈. 그리하여 또 미안하고 고마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