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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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들에게 씨앗은 희망의 다른 이름이에요."
이야기인즉 작년에 한정된 구호 자금 때문에 한 마을은 씨를 배분하고 그 옆 마을은 주지 못했단다. 안타깝게 비가 오지 않아서 파종한 씨앗은 싹을 틔우지 못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씨를 나누어준 마을 사람들은 씨를 심어놓았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수확기까지 한 명도 굶어 죽지 않았는데, 옆 마을은 아사자가 속출했다고 한다. 똑같이 비가 오지 않는 조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씨앗을 뿌렸다는 그 사실 하나가 사람들을 살려놓은 것이다. 이곳에서의 씨앗이란 존재만으로도 사람을 살게 하는 힘이 있었다.-76쪽

보통 이스라엘인의 교육열만 뜨겁다고 알고 있지만 팔레스타인인의 교육열은 뜨겁다 못해 끓어오른다. 대부분 하루 2천 원 미만으로 살아가는 가난한 난민촌 사람들이 구호 단체에게 최우선적으로 바라는 것은 식량도 옷도 아닌 학교 건립이다.-234쪽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하늘로 솟아야 할까요, 땅으로 꺼져야 할까요? 우리도 살 땅이 필요하고 가족들과 고향에서 최소한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수백만 사람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드는 이스라엘의 정착촌 역시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1967년에 맺어진 제네바 협약은 점령국이 점령지를 식민지로 만들 목적으로 인구와 군대를 이주시키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240쪽

"우리 오빠를 죽인 이스라엘 군인, 빨리 커서 다 죽여버릴 거예요."
그저 인형놀이나 해야 할 아이의 입에서 그렇게 험한 말이 거침없이 나오는 게 안타까웠다. 단 한 번도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아보지 못한 파티마가 어른이 될 때쯤이면 그 평화라는 것이 찾아올까? 아니, 아이가 그때까지 살 수나 있을까? 운 좋게 어른이 되더라도 이렇게 뼛 속 깊은 증오를 가지고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까?-244쪽

무스타파에게 동생이 떠내려간 건 네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눈앞에서 가족을 잃은 아이들이 마음껏 슬퍼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아픈 마음을 다독여주고, 너는 피해자가 아니라 용감한 생존자라고 알려주는 것이 이 아이가 앞으로 정상적인 삶을 살기 위해 꼭 필요하다. 이 치료는 복잡한 상담이나 비싼 약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섞여 놀거나 그림이나 간이 연극을 하는 등 아주 간단한 과정으로 이루어진다.-2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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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5 

삶이란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이해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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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맘 2010-02-14 0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젤루 필요한 말이네요...마노아님 잘 다녀오셨죠..^^*??

마노아 2010-02-14 01:47   좋아요 0 | URL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말인가봐요. 네, 잘 다녀왔어요. 덕수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2시 넘어 잠들었는데, 3시경부터 줄기차게 문자가 쏟아졌다. 1빠는 알라딘 문자. -_-;;;; 그밖에 각종 카드사 내지 광고 문자 스팸 문자 기타 등등이 줄지어 울리는 거다. 그때마다 한 번씩 깨어서 확인해 주고, 전기장판 끄고, 다음 번 문자에 깨서 전기장판 다시 켜기를 반복. 게다가 그 중에는 잠이 확 깨는 문자도 있었으니 '이승환 '공' 서울 앵콜 콘서트 티켓 오픈' 알림이었다. 내가 예매하지 못하는 시간에 티켓 오픈이라고라고라??? 다행히 3일 공연이라니 한국 돌아가서도 표가 있겠지. (뭐, 돌아와서 좋은 자리 예매했다.^^ ) 

새벽 5시에는 듣도 보도 못한 소리에 화들짝 놀라서 깨어보니, 그게 '아잔'이었다. 하루 다섯 차례 기도 시간을 알려주는 소리. 보통 5시에 울렸지만, 때로는 4시 반에도 울리고 시간이 균일하지가 않았다. 아잔 담당의 기상 시간 따라서 설마 달라지는 건가? 하여간, 이 아잔 소리는 돌아올 때까지 매일 새벽 나를 깨워주었다. 친구는 이제 익숙해져서 아잔 소리는 개의치 않고 잔단다.  

그렇게 뒤척이다가 7시에 눈을 떴다. 사실 8시인줄 알고 잘못 일어난거다. 모스크바는 서울보다 6시간 느린데, 그때 이후 휴대폰을 리부팅 안 해서 내 휴대폰이 8시라고 알려준 거였다. 리부팅 해보니 7시. 도로 잘 수 없으니 그냥 일어났다. 친구는 어제 준비해둔 반찬으로 김밥을 싼다. 역시 내게 부탁했던 재료들은 김밥용이었구나! 근데, 둘이 먹기에는 양이 좀 많아 보인다. 날 고려해서인가????  

그런데, 이 아침부터 누군가 벨을 울리니, 손님이 오셨다. 허걱??? 

친구와 같은 학교(아인샴스 대학) 근무하는 한국학 김 선생님 방문. 배낭을 메고 오셨다. 응? 잘 부탁한단다. 뭘???? 

아뿔싸! 오늘 같이 피라미드로 가기로 한 일행이란다. 어이쿠! 그걸 왜 말을 안 해주고???? 

같이 움직이는 건 사실 별 문제 없으나, 미리 말 안 해준건 좀 언짢았다. 내색은 못했지만..ㅎㅎ 

이집트는 남한 땅의 10배 크기다. 국토의 95%는 사막이고, 나일강이 남북으로 길게 뻗어 있다. 나일강의 동쪽은 사람이 사는 곳이고, 나일강의 서쪽은 죽음의 땅, 무덤의 땅이다. 서쪽에 사람이 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무덤은 다 서쪽에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우리가 가야 하는 피라미드도 모두 서쪽에 있다. 기자 피라미드는 지하철로도 갈수 있지만, 기자 외에 다른 곳도 들를 예정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택시를 하루 빌렸다. 오전 9시에서 오후 5시까지였는데, 이때 택시비를 내가 부담하지 않아서 얼마였는지 모르겠다. 그후 모든 경비는 다 공동부담이었는데, 이때는 어케 놓쳤다. 아마 100기니 내지 150기니 정도였을 것이다. '기니'는 이집트 파운드를 의미한다. 100기니였다면 우리 돈으로 21,000원 정도 되는 금액.  

나일 동안에서 다리를 건너 서안으로 간 우리는 멤피스로 먼저 가자고 했지만 기사님이 못 알아들으시고 '파노라마'로 먼저 이끄셨다. 파노라마는 기자의 유명한 세 피라미드를 멀리서 관찰하며 사진 찍기 좋은 지점인데 관광객이 많이 몰려 있다. 보통 여기서 하는 놀이는 피라미드 들어올리기 정도? 이렇게... 

 

(사진 펑!) 

머리카락 상태를 보면 알겠지만, 이날 바람이 엄청 불었다. 남부 지역은 여름이지만 카이로는 가을 날씨라고 해서 선선하겠거니 했지만 엄청시리 추웠다. 그리고 이렇게 종잡을 수 없는 날씨는 내가 머무는 내내 유지되었다. 현지에서 오래 사신 분들 이야기로는 이제껏 이래본 적이 없는데 이상기온 현상이라 한다. 확실히 지구가 아프긴 많이 아프구나. 덕분에 나 있는 동안에는 내내 옷 맞춰입기 힘들었다. 늘 춥거나, 늘 덥거나. 적당한 때가 없었다. 비극이었다..;;; 

파노라마에서 눈도장 먼저 찍고 가까이 접근했다. 한국에서 국제 교사증을 가져갔는데 친구가 국제 학생증을 빌려두어서 내가 가져간 교사증은 이날 동행하게 된 김샘이 쓰게 해서 우리 모두 50% 할인. 그리하여 30기니에 입장. 피라미드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선 100기니인가 더 내야 했는데, 내부에 들어가봤던 친구 말로는 아주 실망스럽다 하여 관두기로 했다. 나중에 들은 건데, 친구가 들어갔다가 실망한 것은 카프라 왕의 피라미드고, 볼만한 피라미드 내부는 쿠푸왕이란다. 아뿔싸~!  

세 개의 피라미드가 나란히 있는데 가장 큰 것이 쿠푸 왕의 대피라미드, 그 옆으로 카프라, 멘카우라 왕의 피라미드가 이어져 있다. 당연히 쿠푸 왕의 대피라미드가 가장 눈길을 많이 끌고 관광객도 모여 있다.  

멀리서 볼 때는 그냥 큰가보다 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정말, 컸다! 



책에서 볼 때 수치를 확인하며 우와아! 했는데, 오히려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는 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건 어쩐 이유일까. 쿠푸 왕의 피라미드를 쌓는 데 사용한 돌은 높이 1미터, 폭 2미터, 평균 무게 2.5톤짜리 250만 개 정도가 쓰였다고 한다. 일부러 돌 앞에서 사진도 찍어봤다. 



내 턱 높이인 걸 보니 높이 1미터 이상이군! 저 돌 덕분에 내가 좀 왜소해 보이지 않는가??? (그렇다고 해주삼..ㅡ.ㅜ) 

피라미드 건설에 관한 미스터리는 밑줄긋기를 애용해 주세요~ 

수학으로도 과학으로도 납득을 시켜주지 못하니, 차라리 외계인이 지었다고 하는 게 도리어 설득력이 있다고 믿겨지는 진짜 미스테리. 세상엔 미스테리가 많아...ㅎㅎㅎ 



저 구멍은 나폴레옹 때 폭격을 맞아 생긴 거라고 들었다. 입구에서 관리인들이 지키고 있다. 박시시를 주면 들여보내주는 걸까? 여긴 팁 문화가 발달... 했다기 보다 그 자체인데, 뭘 하든 박시시를 요구한다. 화장실 앞에서 휴지 몇쪽 떼어주면서 1기니씩 받는 게 예사다. 돈 받고 들어갈 만큼 깨끗할 리는 절대 없지만.  

피라미드가 워낙 크니 한 바퀴 돌기도 힘들어서 옆의 피라미드까지는 건너가지도 못했다. 멀찍이서 보고는 다음 장소로 이동! 

그런데 택시 타자마자 곧 내렸다. 앗, 여긴 스핑크스 앞이구나! 



뒤에 보이는 피라미드는 카프라 왕의 피라미드. 스핑크스 주변에 관광객과 기념품 상인이 가장 많았다. 그런데 여기가 가장 볼 게 없었다. 사진 찍는 것 말고는 할게 없었다. 

코없는 스핑크스와 입맞춤하기. 원근법이란 놀라워! 

(사진 펑!) 

실은 저 각도 맞추기가 너무 힘들어서 친구가 주문하는 대로 이동하고 이동하고 이동하다가 다리 아파서 확 주저앉았다. 그래서 결국 결정적 각도는 못 맞췄다. 뭐, 굳이 맞출 만큼 애정이 가는 스핑크스도 아니었지만...^^ 

택시를 타고 좀 달렸다. 초기 피라미드 양식이라고 알려진 계단식 피라미드를 보기 위해. 

먼저 임호텝 뮤지엄에 들렀다. 내부 사진 촬영 금지인데 김샘이 그 표시를 못 보고 코브라 사진 한 컷 찍었다가 제재를 받았다. 관리인이 오더니 벌금이 얼마라며, 그거 내기 싫으면 박시시 달라고...;;;;  

몰랐다고, 미안하다고, 사진 지우고 입 씼었다. 어쩔껴.ㅎㅎㅎ  

김샘은 코브라인줄 알았으면 찍지도 않았을 거라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나일강은 남에서 북으로 흐르기 때문에 남쪽의 이집트를 상이집트라 부르고, 북쪽의 이집트를 하이집트라고 부른다. 상이집트의 상징은 '독수리', 하이집트의 상징은 '코브라'. 이곳이 북쪽이어서 코브라 상징이 많았던 게 아닐까? 

암튼, 근데 뭐 별로 볼 거리는 없었다. 미이라가 있긴 했지만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지 않았고 무엇보다 화장실이 급했는데 역시 1기니 받는 화장실. 원래 박물관 내부 화장실은 돈을 안 받게 되어 있지만 돈 받는 사람이 꼭 있단 말이지... 

사카라 피라미드는 입장료를 내면 추가 요금 없이 내부를 볼 수 있었다고 하는데, 우리가 갔을 때는 내부 공사 중이어서 안까지 들어갈 수 없었다.  



고왕국 시대 조세르 왕의 계단식 피라미드. 요렇게 생겼다. 규모나 분위기는 기자의 피라미드보다 떨어져 보이지만 생각외로 정감 있었고, 보기보단 더 컸다. 여기선 주변이 너무 황량해서 모래 바람이 많이 불어서 우리의 일용할 김밥을 먹는 데에 좀 애로사항이.... 



먹을 데가 없어서 언덕 위에서 모래 바람을 등지고 한참 먹다가 뒤늦게 생각나서 인증샷! 저게 시베리아 대륙을 횡단하여 건너간 식재료라네... ㅎㅎㅎ 

예전에 고적답사 갔을 때 아무 것도 없던 만복사지에서 더 큰 감동을 받았던 것처럼, 이번 여행에서도 폐허가 된 곳에서 더 꽉 찬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는데 사카라에서도 그런 기분이었다. (물론 배가 불러와서 만족스러웠을지도...;;;;) 



발굴이 진행되다가 만 흔적이다. 보수 공사하는 인부들도 그랬고, 다른 지역에서도 내내 느꼈지만 참 태평하게 일한다. 더운 지방의 특징인 건지 이집트적인 특징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물건 사라고 관광객 붙잡을 때 외에는 급히 움직이는 걸 보질 못했다. 암튼 그 덕분에 여유있게 사진을 많이 찍었다. 멀리 위쪽으로 피라미드가 몇 개 보인다. 기자 피라미드가 아니라 '굴절' 피라미드 같다. 아주 멀리서 기자 피라미드도 보여서 사진으로 찍기도 했는데 사이즈를 줄이면 여기서는 안 보일 듯하다.

관광객을 태워주는 낙타가 많이 보였는데 어찌나 도도한 표정인지, 한컷 찍었다가는 매섭게 쏘아볼 것 같아서 관뒀다. 그에 비해 옆에 있는 당나귀들은 무척 구슬프게 울어서 안쓰러웠지만, 그네들의 분냄새는 참기 힘들었다. 크흑!! 

주의 듣기를, 여기서 낙타를 탈 때 초기에 흥정을 잘 못하고 먼저 타버리면 박시시 줄 때까지 안 내려준단다. 나중에 낙타를 타보니 이 녀석들이 일어섰을 때의 높이는 꽤 아찔했다. 우리 옆에서 일본인 여자 관광객 둘이서 낙타 타고서 막 소리 지르던데 혹시 그 경우???? 

여기서 방점을 찍고, 제일 먼 고대 이집트의 수도 멤피스로 향했다. 여기에 유명한 람세스 2세의 석상이 있기 때문. 

 

우리네 와불 느낌이라고 하면 너무 안 비슷하지만, 하여간 누워 있어서 정면 얼굴을 제대로 못 보는 게 안타까웠다. 왜 누워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본 책에서는 확인을 못했는데, 원래 세워져 있던 것이 다리가 파괴되면서 눕혀진 건지 어쩐건지... 

람레스 2세는 30세에 파라오로 즉위해서 상 하 이집트를 67년이나 통치하고 96세로 사망했다. 재위 기간 중 수많은 대외전쟁을 치렀고, 이집트에서 가장 많은 관광수입을 벌어주고 있는 인물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내가 가본 곳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유적지는 람세스 2세의 흔적들이었다. 암튼, 석상으로는 잘 생긴 이 인물의 얼굴을 좀 더 자세히 보자. 

(사진 펑!) 

내 얼굴이 방해가 되남?? ^^;;;;  

턱에 붙어 있는 저건 수염이다. 난 설마 수염일 거라고 상상 못했는데...;;;; 

어깨에 보이는 건 상형문자. 아마 람세스 2세의 이름일 듯. 저런 카르투시가 곳곳에 보인다. 



람세스 석상이 누워 있는 저 실내를 빠져나오면 밖에서도 볼거리가 많다. 

(사진 펑!) 

기자의 스핑크스보다 훨씬 착하게 생겼다. 그치만 어쩐지 울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사진 펑!) 

확실히 우리와 생태가 다른 곳에 왔다는 느낌을 팍팍 주는 나무들. 뒤로 람세스 2세의 석상이 보인다. 



기념품 가게. 놀랐던 것이, 이집트에는 유적지 주변에선 음식물을 팔지 않는다. 기념품은 팔아도. 그게 유적을 보호하는 차원인 건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좋아보였다. 갈급한 그대는 직접 먹거리를 챙기시라~ 

저기 걸려있는 양탄자들이 참 예뻐보였다. 그리고 비싸보였다. 비싸지 않더라도 외국인한테는 무지 비싸게 파니까 물어볼 엄두는 안 났다. 들고 가기도 힘들고... 그래서 줌으로 멀찍이서 한컷! 

우리가 9시부터 5시까지 택시를 빌리기로 했지만 카이로 시내로 돌아왔을 때는 3시가 조금 넘을 때였다.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더 갈데도 없었고 피곤도 하여서 기사님과는 바이바이. 물론, 박시시가 얼마간 돌아갔다. 택시비를 내 친구가 부담했고, 국제교사증 때문에 입장료를 많이 절약한 김샘이 저녁을 쏘기로 하셨다. 우리가 간 한인식당은 두 사람이 같이 다니는 한인 교회의 권사님이 운영하시는 곳. 종업원은 이집션인데 한국말로 주문해도 그냥 알아듣는다. 홀에서는 한국 방송이 딱 한 채널 나오던데 천하무적 이평강이던가? 남상미 나오는 그 프로그램을 하고 있었다. 뭐, 재미는 없어 보이더라. 

이집트는 물에 석회질이 많아서 한국 사람들은 모두 생수를 사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식당에서도 물을 따로 주문한다. 현지인들은 그냥 먹는다는데 건강 괜찮으려나? 내가 여기 갈 때 친구 줄 옷을 바리바리 싸들고 갔다. 친구 말이 세탁기를 돌리고 나면 물이 다 빠지고 옷이 다 그지 꼴이 되어 있다고. 가보니까 사실이더라...;;;; 그것도 석회질 물 때문일까? 

식당에서 나왔는데 소문은 빨라가지고... 그곳에서 레스토랑 운영하시는 어느 집사님이 면세점에서 보드카를 사다달라고 하셨다. 입국 3일 안에는 면세점 이용이 가능하다나? 몰랐다. 그런 줄! 인근 면세점에서 보드카 세 병을 들고...(무겁다!) 세탁소에 들러서 친구 코트를 찾고, 마트에서 장을 봤다. 내일 이어질 사막 투어를 위해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환전소에 들러서 돈을 바꿨다. 

한국에서 나올 때 외환은행 말고는 이집트 파운드를 취급하지 않아서 우대 환율 받으려고 하나은행에서 달러로 바꿔왔다. 당시 내 통장을 박박 긁어보니 딱 580불 나왔다. 보충수업비가 안 들어와서리...-_-;;;; 이집트에서는 환전 수수료를 따로 안 받는다고 했다. 혹시 모르게 섞여 있나? 뭐 어쨌든... 나중에 달러로 지불해야 하는 경비가 있어서 일단 300불을 바꿨다. 이날의 환율은 1달러 당 5.43 기니였고 1,626 기니가 내손에 쥐어졌다. 이집트 돈은.... 정말 드~러웠다. 친구와 나의 공통 습관이 돈 만지고 나면 꼭 손을 씻거나 세정제를 쓰거나 물수건을 썼는데, 이건 무슨 걸레보다 더럽다. 너덜너덜...;;;;  

집에 돌아와서 씻기 전에 경비 결산하고... (이것도 우리의 공통 습관인데, 돈 만지면 손 씻어야 해서 외출했다가 돌아오면 돈계산 먼저 했다. ㅎㅎㅎ) 짐을 꾸렸다. 다음 날은 사막으로 일찌감치 출발해야 하기 때문에. 

아, 그런데 한국에서 출발전부터 사흘인가 화장실도 못 갔고... 사막 가면 거기서도 못 갈 것이고... 안 되겠다 싶어서 변비약을 두 알 먹었는데 이게 사단이 났다. 밤 12시가 되기 전부터 토사곽란 시작. 친구는 한 번 잠들면 업어가도 모를만큼 깊이 잠들어서 내가 밤새도록 화장실 드나든 것도 모르고 잤단다. 다행이구나..ㅜ.ㅜ 그렇게 아잔 울릴 때까지 화장실과 씨름하며 잠이 들었으니 거의 잠을 못 잤다고 해야겠다. 이런 화장실 시리즈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 쭈우욱~~~ 

암튼, 그리하여 다음 이야기는, 사막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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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10-02-12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첫빠에요~~~
근데 여행 내내 화장실 땜에 고생하셨다니 우째요 ㅠㅠ
피라밋 올라가 보는게 제 로망이었는데 멕시코에서 한 번 올라가보고 생각 싹 접었다지요;
죽는 줄 알았슴다 -_-;;;; 그런데 기자 피라미드가 전철로도 가능하군요. 아우 이집트 가고싶어 ㅠ

마노아 2010-02-12 02:00   좋아요 0 | URL
여행 내내 가장 경악스러웠던 화장실은 사막 가던 중간 휴게실이었고, 그 다음은 러시아 국제공항 화장실이었어요. 아, 오며 가며 들를 때 물티슈 꺼내서 먼저 닦고, 일반 휴지로 한 번 닦고, 그제서야 앉을 수 있었는데 게다가 턱도 높았답니다ㅠ.ㅠ
기자 역에서 내려서 꽤 걸어야겠지만, 그래도 갈 수는 있다고 하네요. 시도는 못했지만요.^^

순오기 2010-02-12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자 피라미드, 람세스 2세~ 사막의 서쪽은 무덤의 도시라니 관광객만 드나들고 사람이 살지 않으니 좋을 거 같네요. 힌 그들 입장에서 관광객이 귀찮겠지만... ^^ 피라미드 돌 하나가 엄청 크네요.
여행의 환상은 화장실 시리즈로 엇나가는 듯하지만, 그래도 다른 곳도 아니고 이집트니 봐줘야지 어쩌겠어요. 노아님은 고생했지만 여행후기를 보는 우리는 그것도 즐겁다면 미안하고...무튼 님의 고생 덕분에 앉아서 호강해요.^^

마노아 2010-02-12 02:02   좋아요 0 | URL
그들은 영원한 안식을 위해서 엄청난 공을 들여 저리 놀라운 무덤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너무 유명세를 타고 있어요. 참 아이러니하죠.
화장실에 경악할 때마다 친구가 그랬어요. 여기서 많은 걸 바라면 안 된다고요. 아, 세숫비누와 화장지는 너무 큰 바람이었던 겁니다. 제 고생으로 누군가 즐겁다면 그나마 다행이에요.^^;;;;

... 2010-02-12 0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사진 ~~~ 여행자들에 따르면 저 완전 판박이 제스쳐 사진을 저기서도 해주고 인도의 타지마할에서도 한번 더 해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
"잘 부탁합니다, 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저도 이집트에 사는 친구 한명 있었으면 좋겠어요. 자, 이제 사막을 보여주세요, 어서!!

마노아 2010-02-12 02:02   좋아요 0 | URL
아, 전 세계에 제 친구가 막 포진되어 있음 좋겠어요. 덕분에 세계 일주하게요.^^ㅎㅎㅎ
내일은 사막편을 쓰겠습니다~

글샘 2010-02-12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피라미드는 혹시... 트랜스포머에서 고놈들이 싸우다 망친 거 아닐까요??
건강하게... 이미 좀 피곤해 보이지만... 오랜 여행 잘 마치고 오시길... 멀리서 부러워 배아파 죽는 1인...

마노아 2010-02-12 02:35   좋아요 0 | URL
오옷, 설득력 있는 제보입니다! 맞아요, 그놈들이 아주 유력한 후보입니다.
아아, 그러나 저는 이미 여행 마치고 장염 달고 돌아와서 회복 중인 걸요.^^;;;;

turnleft 2010-02-12 0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라미드 만큼이나 생각의 스케일이 커지셨겠는데요? ^^

마노아 2010-02-12 18:16   좋아요 0 | URL
제발 그래줬음 좋겠는데 그래 보이질 않아서 탈이에요.^^;;

후애(厚愛) 2010-02-12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넘넘넘 부럽습니다~~~ 스핑크스와 입맞춤도 하시고...
마노아님 행복한 얼굴 보니까 즐거운 여행이 되신 것 같아서 좋아요.^^
김밥 보니까 배고파 옵니다.ㅜㅜ

설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마노아 2010-02-12 18:16   좋아요 0 | URL
스핑크스 안 이뻐요. 여기 말고 다른 지역 스핑크스가 더 멋졌어요. 요기게 크긴 했지만요.^^;;;
후애님 맛난 것 많이 드시고 다 소화시키셔요~ 새해엔 복복복 받으시고요.^^

hnine 2010-02-12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권까지 읽고 포기한 '람세스' 시리즈를 언젠가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위가 뾰족한 피라미드의 형태가, 멀리서도 눈에 잘 보이는 효과가 있군요.
한동안 그 모습이 눈에 아른아른 거리시겠습니다.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마노아 2010-02-12 18:17   좋아요 0 | URL
제가 다녀와서 람세스 다시 읽으려고 도서관에서 검색했더니 누가 대출 중이더라고요.
그래서 예약하려고 했더니 대출 정지 회원이라고 떠서 뜨악했답니다.
그제서야 울 언니가 늦게 책 반납한 걸 알았지요.^^;;;

무스탕 2010-02-12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에게 이집트를 보여주기 위해 마노아님은 그렇게 울었나(?) 보다.. ㅎㅎ
피라미드의 규모는 정말 직접 보기전엔 상상 금지군요. 말이 1m 2.5톤이지 그게 어느 정도인지.. 어휴~
하여간 즐겁게 읽었습니다. 어여 사막으로 가자구요 :)

마노아 2010-02-12 18:18   좋아요 0 | URL
이집트의 파란만장함을 보여주려고 제 장은 그렇게 울부짖었나 봅니다.^^;;;;
저렇게 커도 달에서는 보이지 않는다고 하니 만리장성은 정말 큰가봐요.
나중에 진시황릉 보면 또 입이 쩍 벌어지지 싶습니다.^^

소나무집 2010-02-12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여행기 열심히 읽고 있어요.
여행기 읽으면서 제가 다 설레네요.
피라미드가 저렇게 클 줄이야~ 입이 딱 벌어졌어요.

마노아 2010-02-12 18:19   좋아요 0 | URL
표면을 벗겨내서 초기 제작 시보다는 몇 미터 줄어든 크기라고 하더라구요.
저걸 수천 년 전에 지어냈다니, 미친 거라고 생각했어요.^^;;;

프레이야 2010-02-12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숨가쁘게, 웃으며, 켁켁 잘 읽었어요.
정말 왜소해보이고 수척해보여요.ㅎㅎ
피라미드를 한 손으로 쳐받쳐든 우리 마노아님^^
사막으로~~ 기대되어요.

마노아 2010-02-12 18:19   좋아요 0 | URL
아앙, 프레이야님! 왜소해 보인다는 말은 태어나서 첨~ 들어요.
피라미드 앞에 서야 들어볼 수 있는 말이었어요.^^ㅎㅎㅎ

이매지 2010-02-12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라미드 정말 크군요!
저도 이집트에는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요 :)
사막도 기대기대!

마노아 2010-02-12 18:20   좋아요 0 | URL
이매지님과 여행 모자, 여행 가방, 너무 잘 어울려요.
나중에 휴가 받아서 제대로 다녀오셔요. 저도 막 기대기대~~~

BRINY 2010-02-12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하셨네요. 그래도 저런 구경 할 기회 평생에 몇번 오겠어요.

마노아 2010-02-12 18:20   좋아요 0 | URL
맞아요. 그래서 사서도 하는 고생인가봐요~^^

다락방 2010-02-12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의 사진들을 보니 아 여행기도 재미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센스쟁이~
음, 말씀하신 람세스 2세는 제가 읽은 책의 그 람세스인걸까요?

이모텝은 영화 미이라에서 나온 그 이모텝일까요? 아낙수나문~을 찾아대던..
재미있어요. 빨리 또또 올려주세요!!

마노아 2010-02-12 18:21   좋아요 0 | URL
그 람세스 맞아요~
영화 미이라를 못 봤는데 맞을 것 같아요.
피라미드 건설 책임자였거든요.
어무이와 이따 하모니 보러 가기로 했는데 다녀와서 다음 편 쓸게요.
또 새벽에 올라갈 것 같아요.^^

Mephistopheles 2010-02-12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까.지.낙.타.가.안.나.오.고.있.어.요.

마노아 2010-02-12 18:21   좋아요 0 | URL
낙타는 앞으로도 한 5일은 더 지나가야 나옵니다. 캬캬캬!!!

마그 2010-02-12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여행이 부러워서.... 창을 닫아버린 1人 T,.T

마노아 2010-02-12 18:21   좋아요 0 | URL
아아아앗, 그저 손 뻗고 기다려 달라고 외쳐봅니다.^^;;;

paviana 2010-02-12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부러워요.부러워요.부러워요.(달리 할 말이 없삼.넘 부러워서..)

마노아 2010-02-12 18:22   좋아요 0 | URL
제 평생 이리 부러움 산 적이 없었어요.^^;;

같은하늘 2010-02-12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라미드를 불끈 들어올리던 씩씩한(?) 그녀...
피라미드 앞에서니 어찌 그리도 작아보이는지...^^
마노아님은 장때문에 여행내내 고생하셨다지만 간접 경험으로나마 즐거워하고 있답니다.
이리 좋은 구경을 하고 다녔는데 그 정도 고생은 감안하실 수 있는거지요? ㅎㅎ
어여 회복하셔서 설날 맛난 음식 많이 드시와요~~~
아~~~ 사막 이야기는 다음주에나 볼 수 있겠네요.
설 연휴동안 잠시 연재를 쉬심이 어떠실런지? ㅋㅋㅋ

마노아 2010-02-13 18:33   좋아요 0 | URL
고생해도 좋을 값어치의 여행을 했으니 고생이랄 게 없지요.
이미 다 회복했나봐요. 너무너무 잘 먹고 있어요.
지금은 식혜가 식기를 기다리고 있답니다.^^
저도 오늘은 정신이 없으니 사막 이야기는 좀 천천히 써야겠어요.
같은하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L.SHIN 2010-02-12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재밌다! 쿠쿠쿠쿳 (>_<)
그 어떤 여행기보담도, 마노님이 써준게 훨씬 읽기도 편하고 재밌습니다.(웃음)
스핑크스와 뽀뽀라니! 나도 담에 가면 꼭 해봐야겠다능!
사진들이 다 잘 나왔어요~ 빨리 다음편 올려주삼~

마노아 2010-02-13 18:34   좋아요 0 | URL
재밌게 읽어주시니 좋아요~
즐겁게 읽어주는 독자들 덕분에 신나게 쓰게 된답니다.
엘신님이 뽀뽀를 하면 외계인과 스핑크스의 조우가 되는 거군요!
세기의 만남이 될 거예요.^^

2010-02-12 2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3 18: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하(紫霞) 2010-02-13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여행은 사진이예요.사진~~
스핑크스 완전 부럽삼~

마노아 2010-02-13 18:37   좋아요 0 | URL
헤헷, 사진 많이 올릴게요~ 역시 사진이 최고예요.^^

꿈꾸는섬 2010-02-15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가보고 싶게 만드는 글이에요.
피라미드, 스핑크스, 정말 거대하군요.ㅎㅎ
구경 잘 했어요.^^

마노아 2010-02-15 22:25   좋아요 0 | URL
보시는 분들이 덩달아 구경할 수 있어서 저도 기뻐요~헤헷^^
 

10여 년 전 처음으로 콘서트를 가게 되었을 때, 콘서트 당일보다 가기 전에 더 설레고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여행 준비도 그랬던 것 같다. 필요로 하는 것들을 준비하고, 가서 할 일들을 생각하고, 가서 보고 겪게 될 것들을 상상하는 일들이 몹시 즐거웠다.  

이 때는 공부도 무척 재밌어질 때인데, 아뿔싸! 여행 직전에 나는 지금 내 이미지를 장식한 저 남자한테 다시 푹 빠지는 우를 범했으니, 이름하여 '보련등전전'. 이집트 관련 책들을 바리바리 쌓아두고서 드라마 보기 바빴다는 슬픈 이야기....;;;;;   

그리하여, 비행기 안에서, 그리고 대기 시간에 보기 위해 넣어둔 쾌도 홍길동 외에도 보련등전전 파일 변환하기에 무척 바빴다. 고백하자면, 집에서 출발하기 직전에야 전체 파일을 다 변환 완료! 

떠나기 일주일 전부터 모니터 고장으로 컴퓨터를 아예 종료도 못 시켰는데, 토요일에 형부가 뭘 봐주다가 컴을 종료하는 바람에 다시 부팅을 못 시키는 일이 생겨버렸다. 나의 싸늘해진 표정을 보며, 형부는 급 복구하기 시작했고, 모니터 안의 망가진 부품을 전자 드라이버 안의 어떤 부품과 맞교환해서 무사히 고쳐주셨다. 하핫, 암튼 다행...-_-;;; 

문제는, 토요일부터 나의 컨디션이 무척 나빠졌다는 거다. 앞서도 말했지만, 몸살이 나버렸다. 이틀 전에 전기장판 코드를 실수로 안 꽂고 잤던 게 제일 큰 원인이었고, 토요일 당일 목욕탕에서 머리 안 말리고 나와서 찬 바람 쐰 게 또 결정타였던 듯. 

게다가 흥분 모드로 잠도 못 잤다. 뭐, 그 바람에 못 보고 있던 이집트 관련 책을 마저 읽고, 도서관 반납은 언니에게 맡긴 채 출발할 수 있었지만. (근데 언니가 이틀 늦게 반납해서 대출 정지 8일 먹었다. 내일 모레 풀린다. 그리고 설 연휴ㅠㅠ) 

 

아, 짐싸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친구네 집에서 보내온 짐이 13kg이었고, 친구의 친구가 부탁해서 우리 집에 온 게 또 1kg이었고, 그밖에 친구가 내게 부탁한 것들이 메일이 오고 갈수록 자꾸 추가되는 것이다. 막판에 성이 좀 날~ 뻔했지만, 잘 넘어갔고... ^^ 

일요일 오전. 8시 반에 출발하는데, 그 시간에 일어날 사람이 없다고 나더러 택시 타고 가란 소리에 경악할 뻔했다. 큰 가방이 20kg, 배낭이랑 크로스 가방이 10kg인데, 이건 너무하잖아! 

결국, 큰언니가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준 덕분에 리무진 버스 타는 곳까지 데려다줬다. 공항 가서 재보니 사실 20이 넘었지만 그냥 봐줬다. 하핫... 땡스! 내가 갖고 탄 짐도 사실 10kg을 넘겼다. 러시아 항공사 에어로 플로트 비행기는 양쪽에 2명씩, 가운데 줄에 세명이 앉는데, 내 좌석은 그 가운데 세 좌석 중 오른쪽 끝자리. 헌데 짐칸에 모두 짐이 차 있어서 난 그 큰 가방 두 개를 내 다리 밑에 깔고서 10시간을 날아가야 했다는 슬픈 이야기. 오, 갓! 

기내식은 예상보다 훌륭했다. 작년에 상해 갈 때 남방항공기에서 겪은 토나오는 기내식을 떠올리며 감사감사... 그런데 양이 너무 많다. 마침 읽고 있던 책이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였는데, 남기자니 미안하고, 다 먹자니 부담스럽고, 적당히 타협...;;; 하며 식사를 마쳤는데 방송이 나온다. 

뭐라뭐라 하는지 러시아 말이라 알 수도 없고, 비행기는 무섭게 흔들리고... 브론테님 말씀이 전 세계에서 가장 노후한 비행기일 거라 하셨는데 아 그 말이 실감나는 순간...ㅜ.ㅜ 

뭐, 오래 가지는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영화 폴라 익스프레스를 보여주는데 영어 자막 없이 러시아 말 더빙... 난 그냥 음악 들었다...;;;; 

내 앞좌석과 옆좌석은 고대 사회봉사단 유니폼을 입은 학생들이 쭈욱 도배를 했는데, 이 녀석들이 시작부터 끝까지 비매너로 일관해서 울컥울컥했지만, 그래도 화 안 내고 무사히 버티며 비행. 시간이 이른 곳에서 덜 이른 곳으로 가자니 계속해서 낮이다. 물론, 모스크바에 도착했을 때는 5시 경이었지만 무척 어둡기는 했다. 암튼, 의자를 조금 뒤로 미는 것만으로 계속해서 석양을 볼 수 있었다던 어린왕자 생각이 잠깐~ 

저녁 기내식엔 간식으로 '오예스'가 나왔다. 어찌나 반갑던지. 인증샷 찍을 생각을 미처 못했구나. 내릴 때 담요랑 쿠션 들고 가지 말라고, 자기들 재산이라는 방송이 나왔다. 이곳 한국말 더빙은 시작할 때 '안녕하십니까'와 마지막의 '감사합니다' 외에는 알아들을 수가 없다. 저게 한국말이긴 한데 해독 불가... 

모스크바 국제 공항은, 우리나라 시골 시외버스 터미널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보안은 너무 철저해서 허리띠, 시계, 신발까지 다 벗고서 통과해야 했다. 분위기 살벌...  

보딩 타임은 아무 방송 없이 가볍게 40분 넘겨주시고(돌아올 때는 1시간 지연..ㅜ.ㅜ), 공항에서 비행기까지 가는 동안 잠시 러시아 칼바람을 맞았다. 춥긴 춥구나. 걱정했던 공항 안은 무척 더웠는데... 

모스크바에서 이집트로 가는 비행기는 비교적 한산했다. 내 옆으로 서양 여자분이 앉았는데 이집트는 처음이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대답하자 그 다음에 빠르게 뭐라뭐라 하는 소리가....  

아, 또 다시 알아먹을 수 없는 소리... 침묵은 도도히 흐르고....ㅜ.ㅜ 

카이로 국제 공항에 도착해서 입국 심사를 받는데, 비자 없다고 퇴짜 맞았다. 친구 말이 도착해서 받음 된다고 했는데 어디서 받는 건지는 모르겠다. 친구한테 전화를 하려던 찰나 비자 사는 곳 발견! 그 자리에서 15달러를 내고 비자를 샀다. 이건 편하구나! 

이쯤 되면, 비행시간 14시간 + 1시간. 대기 시간 3시간 + a 

게다가 짐이 워낙 무거웠으니 거의 초죽음 상태였다. 친구와 감격적인 상봉을 짧게 마치고 대기시켜놓은 택시 타고 친구 집으로 고고씽.  

40분 정도 달렸던가? 친구의 아파트는 6층이지만, 이곳은 1층을 그라운드(G)로 표시하기 때문에 5층을 눌러서 올라간다. 여긴 엘리베이터 바깥에 문이 하나 더 있어서 여닫이로 먼저 열면, 자동으로 미닫이가 닫힌다.  

짐부터 풀고, 전달식을 마치고, 나 씻는 동안 친구는 김밥 재료를 만들고, 그 사이사이 나는 수다 떨고~ 

그리고 그곳 시간으로 새벽 2시 넘어 잠들었다. 한국 시간으로 아침 9시이니, 나로서는 정말 긴 하루를 보낸 셈. 

아파트가 넓어서 방을 각자 썼다. 널찍한 방에 혼자 자면서 침대 떡하지 차지하니 참 편하더라. 전기 장판이 너무 뜨거워서 자다 깨기를 반복한 게 흠이지만...  

그래서 다음 이야기는 본격 첫 여행지, 피라미드 되시겠다. ^^ 

(사진 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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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2-11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출발부터 도착까지로 이집트 여행 맛뵈기~ ^^

마노아 2010-02-11 18:00   좋아요 0 | URL
정말 맛뵈기가 되었네요. 사실 크게 할 얘기가 많은 것도 아닌데 말입지요.^^;;

비로그인 2010-02-11 0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어로 플로트, 세계에서 가장 노후한 비행기 맞아요(제가 항공자료 보는 걸 좋아해서) 어디서 중고 끌어다 쓰고, 비행기가 거의 사망 직전까지 사용하지요. 그러나 대신 조종사들의 실력은 세계 최강.

계속계속 올려주셔요, 여행기!

무스탕 2010-02-11 16:06   좋아요 0 | URL
그 말씀이 맞겠어요. 제일 노후한 비행기를 사고 없이 델꼬 다니는 사람들이니 실력은 세계 최강이겠어요 ^^

마노아 2010-02-11 18:02   좋아요 0 | URL
노후한 비행기인지라 조종사들이 생존을 위해서 세계 최강이 되었을까요? 그 항공사 유명하군요!!!

... 2010-02-11 18:40   좋아요 0 | URL
구소련시절과 그 이후에 전투기 조종사로 강도높은 훈련을 받은 파일럿들이 많아서 그렇데요.

마노아 2010-02-11 19:02   좋아요 0 | URL
크흑, 그런 정치적인 이유가 있었군요. 생존보다 무섭네요...-_-;;;

다락방 2010-02-11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마노아님 안녕안녕! :)

저 읽다가 이부분에서 빵 터졌어요.
[아, 또 다시 알아먹을 수 없는 소리... 침묵은 도도히 흐르고] 아 우째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남의 일이 아니야, 남의 일이 아니야. ㅠㅠ

공부합시다 우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2010-02-11 17:00   좋아요 0 | URL
아, 이 상황 정말 친근해요. 프랑스어를 쓰는 한 도시의 지하철에서 "다음역은 ~~" 이라고 나오는 프랑스어 방송이 나오는데, 딱! 들리는 거예요. 연속해서 세 개의 역을 지나는 동안 계속. 막 기분 업되고 나의 프랑스어는 죽지 않은 거야!! 라고 굳게 믿으며 거리에서 인자해 보이는 아주머니에게 다가가 프랑스어로 "무슨무슨 건물이 어디냐"고 떠듬떠듬 물었어요. 거기까지 좋았는데 아주머니가 뭐라뭐라 쏴라라랄라라 알아먹을 수 없는 소리 해대고 난 후--- 침묵과 정적이 도도히 흐르더군요... 잠시후, 길거리에서 지도 펼치는 거 제일 싫어하는데 아주 확! 펼치고야 말았다죠.

마노아 2010-02-11 18:04   좋아요 0 | URL
기껏해야 해외는 딱 두 번 나가본 거지만, 나가보면 영어가 주는 힘이 팍팍 느껴져요.
완전히 꿀먹은 벙어리...ㅜ.ㅜ
아, 외국어 잘하는 사람 넘흐넘흐 멋져보여요. 완전 섹시 그 자체!!
정말 우리 공부해야 해요...ㅠ.ㅠ

브론테님, 불어라굽쇼??? 아, 불어는 싸봐? 싸봐! 정도밖에 기억이 안 나요. 크흐흑...
전 지도도 못 읽는데...ㅡ.ㅜ

같은하늘 2010-02-11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선 다락방님 의견에 공감하며...ㅠㅠ
이제부터 이집트를 제대로 보여주실꺼죠?
기대 만빵~~~ㅎㅎㅎ

마노아 2010-02-11 18:05   좋아요 0 | URL
이제부턴 내용이 부실하니 사진으로 좀 도배를 해야하지 않을까요.
넘 기대하지 마셔요. 호호홋^^;;;

카스피 2010-02-11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흥미 진진합니다.어서 다음 이야기 해주세요^^

마노아 2010-02-11 18:05   좋아요 0 | URL
네엡~ 오늘 다음 이야기 올릴게요.^^

마그 2010-02-11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지난번에 웬디양님의 집구하기 이후에 다시 등장한. 흥미진진한.. 여행기!
기다리겠습니다.... ^^*

마노아 2010-02-11 18:05   좋아요 0 | URL
하하핫, 제가 바톤 터치한 건가요?
열심히 업하겠습니다~!

비연 2010-02-11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기대 만빵이에요! 그나저나 저 짐! 화 안내시고 잘 넘어가셨다니 다행이긴 하지만..
여행 갈 때마다 이렇게 맡겨지는 짐들이란..좀...ㅜㅜ

마노아 2010-02-11 18:06   좋아요 0 | URL
돌아올 때도 만만치 않았다는 슬픈 전설과, 그리고 오늘 이 눈비오는 날 저 짐 때문에 하일라이트를 찍었답니다. 몬 살아요ㅜ.ㅜ

Kitty 2010-02-11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마나 13kg ㄷㄷ 미노아님 옷이나 제대로 챙길 수 있으셨어요?
저도 처음에는 고생하다가 나중에는 왔다갔다할때 아예 안맡기고 안맡고 그랬답니다.
뭐 이집트랑 미국은 또 다르기는 하지만 ㅋ 여행기 또 안올라오나 들락날락 ㅋㅋ

마노아 2010-02-11 18:06   좋아요 0 | URL
친구 선물로 줄 옷 넘겨주고, 제 옷 중에서 좀 작은 놈(..;;;;)으로 몇 장 더 주고 왔어요.
그래도 돌아올 때 짐도 딱! 20kg이었답니다. 배낭 빼고도요...;;;;;

L.SHIN 2010-02-11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엥~?
이집트 여행기 시작에서 끝이 나다니! ㅜ_ㅡ

마노아 2010-02-11 18:07   좋아요 0 | URL
하핫, 시작하자마자 끝이라니, 그렇게 되었어요.^^;;

레와 2010-02-11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가장 노후하다는 아에로플롯도 좋으니, 나를 모스크바로 데려다만 다오~ 랍니다.ㅎ

다음 이야기 후딱요, 마노아님!^^

마노아 2010-02-11 18:07   좋아요 0 | URL
다음에는 모스크바를 목표로 가고 싶어요. 로망입니다~

gimssim 2010-02-11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을 무지 좋아하는 아줌마라...빨리빨리 올려주세요. 기대하고 있습니다.

마노아 2010-02-11 18:07   좋아요 0 | URL
전 이번에 제가 여행 체질은 아니구나... 느꼈어요. 그래도 후기는 열심히 쓰겠습니다~

무스탕 2010-02-11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몸무게 만큼 짐을 가지고 가셨군요!! 저 어디다 구겨 넣어서 델꼬 가라고 말도 못붙이겠네.. ^^;
출발해서 거쳐서 도착했으니 빨랑빨랑 여행다니자구욧-!! :)

마노아 2010-02-11 18:08   좋아요 0 | URL
저 짐을 다 소화하자니 땅으로 꺼질 것만 같았어요.
저 상자 보이시죠? 저거 도착했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요.^^;;;;

... 2010-02-11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국제선이라고 오예스도 나오고 좋은데요? 국내선은 정말이지... 아흑.
마노아님 출발하시기 전에 겁나 하실까봐 빠뜨린 이야기: (1) 모스크바 국제공항 폐쇄로 기내에서 5시간 가까이 감금 (왜 폐쇄했는지 말 안해줌) (2) 며칠후 국내선 보딩시간은 얼추 맞았으나 비행기 안에서 이륙까지 한시간 가까이 기다림 (왜 기다려야 하는지 말 안해줌) (3) 기내에서 기다리는 동안 미치게 더워 이러다 한여름 찜닭되겠다 싶어 스튜어디스에게 너무 덥다고 이야기함--소심해서 왜 빨리 안 떠나냐고 성질내지 못함 (스튜어디스 담담하게, 뜨면 괜찮아질거라 말하고 스윽 지나감) (4) 착륙시 기술좋다는 아에로플로트 기장, 솜씨 보여주려는듯 거의 직선착륙처럼 쿵쿵쿵쿵! 떨어짐 (이 상황에서 외워둔 쓰파씨~바 (thank you) 외쳐야 할지 잠시 고민함)

비행기 착륙할때 러시아인들 박수 치지 않던가요? 저는 그냥 그런가 보다 했는데, 그런 사람들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빨리 다음 이야기요!

마노아 2010-02-11 18:09   좋아요 0 | URL
허거거거걱! 돌아올 때 같이 탄 한국인이 러시아 항공기에선 맞지나 않으면 다행이란 소리를 들었다더니 정말 그 분위기였네요. 저는 그나마 좀 나았군요. 보딩 시간 계속 늦고, 비행기 탑승해서도 이륙까지 한 시간 걸리고, 시간을 하나도 안 맞춰요. 근데 도착 시간은 그렇게 많이 벌어지지 않아서 역시 실력이 최곤가??? 막 그랬어요.
어휴, 4번 후덜덜입니다. 근데 정말 착륙할 때 박수치더라고요. 한국 도착했을 때 너무 기뻐서 박수 쳤는데 그땐 저 혼자 쳤다능...ㅠ.ㅠ

꿈꾸는섬 2010-02-11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여행기가 드디어 시작되었군요. 요새 몸이 안좋아서 컴도 잘 못했는데, 언제 또 글이 올라오려나 기대만발이에요.ㅎㅎ 근데 설연휴는 어찌 견딜까요?

마노아 2010-02-12 00:31   좋아요 0 | URL
아아앗, 몸이 안 좋아서 우째요. 명절 지내면서 더 힘들어지실까 걱정이에요. 아픈 핑계로 명절을 건너뛸 수 있다면 차라리 낫겠건만...ㅜ.ㅜ

울보 2010-02-11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너무너무 귀여우세요,,
이집트 얼마나 좋았을까 그저 부럽네요,,ㅎㅎ

마노아 2010-02-12 00:34   좋아요 0 | URL
제 평생 이렇게 많은 분들의 부러움을 사본 것은 처음이에요.^^;;;

hnine 2010-02-11 2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정리와 여행기록으로 마무리 되지 않은 여행은 진정한 여행이 아니다' (---> 제가 남편에게 하는 잔소리 중의 하나옵니다 ㅋㅋ)
그러니 천천히라도 여행 얘기 꼭 들려주세요. 저 이런 이야기 진짜 좋아해요^^
사진 속 배경의 돌 하나의 크기가 벌써 예상을 깨는 규모군요.

마노아 2010-02-12 00:35   좋아요 0 | URL
오늘 사진 인화 신청했어요. 연휴 지나서 도착할 거예요. 근데 앨범도 주문해야 한답니다.^^;;;;
아까 전엔 현지에서 사용한 온갖 티켓을 정리했어요. 티켓도 후져서 예쁜 데에 보관 않고 그냥 쓰던 데에 붙여놨답니다. 으캬캬캬...
여행기를 써보니, 생각보다 기억나는 게 많지 않더라구요. 역시 공부 부족이에요...;;;;
 
문명의 안식처, 이집트로 가는 길
정규영 지음 / 르네상스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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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이집트 왕가의 결혼을 살펴보면 근친결혼의 측면 외에 한가지 더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그것은 파라오의 왕권은 왕비 우선 순위 1위와 결혼하고 있는 동안에만 정통성을 가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파라오는 그의 왕비가 생존해 있는 경우에 한해 파라오로서 군림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파라오는 혈족에 상관없이 가족내 왕비 서열에 들어 있는 모든 여자와 미리 결혼하려고 하였다. 그렇게 함으로써 왕비가 먼저 죽을 경우 발생할지도 모를 원치 않는 퇴임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이다.
왕권의 모계 상속을 나타내는 한가지 예가 람세스 2세이다. 람세스 2세는 자기 딸들은 물론, 심지어 자신의 어머니와도 결혼했다. 이와같은 결혼은 왕가의 피를 순수하게 하려는 의도 외에, 왕위의 굳건한 유지라는 측면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에 왕위의 계승이 모계 상속이 아닌 남성 위주로 이루어졌다면, 구태여 여동생이나 자신의 딸,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와 결혼하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41쪽

우리가 잘 아는 클레오파트라의 결혼만 해도 그렇다. 처음에 클레오파트라는 자신의 큰오빠와 결혼한다. 바꾸어 말하면, 클레오파트라의 큰 오빠는 클레오파트라와 결혼함으로써 왕권을 계승한 것이 된다. 오빠가 죽자 클레오파트라는 다시 남동생과 결혼한다. 남동생은 클레오파트라와 결혼함으로써 왕권을 상속받을 수 있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이집트를 침공했을 때, 그가 이집트 왕위를 합법적으로 계승하여 통치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도 역시 클레오파트라와 결혼하는 길이었다. 로마에 결혼한 아내가 있었던 안토니우스 역시 왕권을 이어받기 위해서는 클레오파트라와 결혼할 수밖에 없었다. -42쪽

왕권을 장악한 하트셉수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여자는 파라오가 될 수 없다는 수천 년의 전통을 깨고, 공식석상에서 남장을 했으며 파라오의 가짜수염을 붙였다.
대 이집트 제국의 실질적인 파라오가 된 하트셉수트 여왕은 애절한 사랑을 한 파라오로도 기록을 남기고 있다. 그녀가 파라오 재위기간 중 유일하게 사랑한 사람은 '이집트의 왕관없는 파라오'라고 불렸던 신전 건축가 센무트였다.
...
건축가 센무트는 여왕의 명령에 의해 장제전을 건축하면서 하트셉수트 여왕의 무덤 옆에 자신의 비밀 무덤을 설계하였다고 한다. 비록 그의 비밀 계획이 사전에 누설되어 실패로 끝났지만, 죽어서라도 사랑하는 사람 곁에 가까이 있고 싶어한 그의 소망이 바로 여왕 자신의 소망이었던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43쪽

현대 건축 공학자들은 100년에 15cm 정도가 침강하는 땅이라면 사무 빌딩용 건물 부지로 적합하다고 말하고 있다. 가령, 미국의 국회의사당은 지난 200년 동안 12cm 정도 침강하였다. 그런데 약 63억 kg이나 나가는 대피라미드는 5천년 동안 불과 1.25cm 밖에 가라앉지 않았으며, 더구나 피라미드가 위치한 기초 부분은 지진과 지반운동에 가장 영향을 덜 받는 지역이다.
...
1992년 10월 이집트에 강도 6도의 지진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 약 400명의 사망자와 만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하고 수백 채의 가옥과 콘크리트 건물이 한 순간에 무너진 엄청난 지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피라미드가 입은 피해는 하나도 없었다. 나중에 TV에서 지진 발생 당시 피라미드 속에 들어가 구경을 했던 관광객과 인터뷰하는 장면이 방영되었는데 그 사람들은 피라미드가 약간 흔들리는 것만 느꼈을 뿐이라고 말했다.-152쪽

기원전 2,600년 무렵은 아직 철기 시대 이전이므로 이집트인들이 가진 연장 중에 가장 강한 것은 청동연장이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이집트에는 대피라미드를 건설하기에 적합한 연장이나 도구가 거의 없었다. 청동연장을 사용했다 해도 채석장에서 2.5톤에서 10톤에 이르는 돌을 청동정을 이용해 오차가 없이 자르고 다듬는 일을 하기에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특히 왕묘실에 있는 무게가 40톤까지 나가는 화강암들을 청동 연장을 사용하여 다듬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다.
또 석조 블록 하나를 캐고 다듬고 이동하고 제자리에 놓는 데 평균 1시간이 걸린다고 가정하고, 하루에 10시간을 일한다고 한다면 하루에는 10개의 블록을, 1년에는 3,650개의 블록을 샇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속도라면 쿠푸 왕의 피라미드를 쌓는 데 걸리는 시간은 헤로도토스가 말한 대로 30년이 아니라 약 715년이 되어야 한다.

-153쪽

20년 동안 250만 개의 돌로 대피라미드를 건설하였다는 역사학자 헤로도토스의 말을 여과없이 받아들인다 해도 우리는 여전히 어떻게? 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피라미드 건설에 사용한 돌의 운반 방법으로 많은 학자들이 믿고 있는 것은 이른바 '굴림대론'이다. 굴림대 역할을 하는 통나무 위에 무거운 돌을 올려놓고 앞에서 인부들이 밧줄을 이용하여 끌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경사론'이 있다. 피라미드의 높이가 높아질수록 옆에 제방을 비스듬히 쌓아 그 둑길로 돌을 운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이론들은 무엇보다도 피라미드를 건설하는 데 무한한 인력의 공급을 가정하고 있다는 점을 모순으로 꼽을 수 있다.
-153쪽

현대 공학의 이론을 빌리면 무게 2.5톤~15톤짜리 석조 블럭 하나를 옮기기 위해서는 약 150명 정도의 사람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므로 헤로도토스의 말대로 20년 동안 250만 개의 돌을 운반했다면 하루 평균 1,400개의 돌을 운반해야 했을 것이고, 한 블럭당 150명의 남자가 매일 네 차례 왕복했다고 가정하면 52,500명의 남자가 동시에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러나 52,500명의 장정들이 20미터도 채 되지 않는 넓이의 길 위에 꽉 들어찬 채 돌을 나르는 일이 가능했을까? 이에 대한 답변은 분명 '아니다'이다.
돌을 굴리는 데 필요한 통나무 역시 구하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당시 이집트에서 자라는 나무로 대표적인 것은 대추야자 나무였는데, 이집트인들이 주 식량원이던 이 나무를 단순히 돌을 나르기 위해 잘랐을 리 만무하다. 이 나무들을 레바논 등과 같은 해외에서 수입을 했다고 쳐도 엄청난 무게의 바위에 눌린 나무들이 부서져 버릴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154쪽

지금까지 이야기한 대로 고대 이집트인들은 피라미드 건설 당시 단단한 돌을 다듬을 수 있는 연장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헤로도토스가 말한 기간 안에 피라미드를 완성시킬 수 있는 노동력이 없었으며, 돌을 운반하는 일이 산술적으로나 방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의 세 가지 이유 때문에 "피라미드는 여전히 신비에 싸여 있다"고 말한다.-154쪽

대피라미드의 외계인 건설 주장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증거가 있다. 그것은 방사선 탄소동위원소 측정방법에 의해 대피라미드가 피라미드의 초기 형태라고 알려진 조세르 왕의 계단식 피라미드보다 최소한 450년은 먼저 건설되었음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대피라미드가 이집트에서 건설된 7번째나 8번째 피라미드가 아니고 가장 먼저 세워진 피라미드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 후에 지어진 작은 피라미드들은 대피라미드를 모방한 것들이며, 결국은 피라미드 건설에 실패한 것들이 된다.
그럴 경우 우리는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즉, '외계인(화성이나 기타 행성에서 온)들이 기자에 최초로 대피라미드를 건설했다. 그 후에 이집트인들이 이 피라미드를 모방하려고 90여 차례 시도하였으나 모두가 실패로 끝났다.'라고 말이다. 너무 비약시킨 결론인 듯싶지만 이집트의 수도 이름인 카이로가 '화성(카히라)'과 관계가 있는 것도 새로운 각도에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의구심은 또 다른 의구심을 낳는다.-155쪽

발견 당시 이 태양선은 땅 속에 매장되어 있었는데 무덤에 넣기 위해 완전히 분해되어 있던 상태였다. 나무의 재질은 레바논 삼나무였으며 생전에 실제로 파라오가 사용했던 배를 부장품으로 묻은 것임이 밝혀졌다. 신기한 것은 이 배를 만드는 데 단 하나의 쇠못도 사용하지 않았으며 나무와 나무는 구멍을 뚫은 후 전부 끈으로 묶어 만들었다는 점이다.-156쪽

수천 년 동안 미소를 머금은 스핑크스가 바라보는 방향은 동쪽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의 신앙에서 '동쪽'이 갖는 의미는 단순한 방향의 의미를 훨씬 뛰어 넘는 것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해가 뜨는 동쪽은 흔히 생명과 부활의 세계와 동일시되는 반면 서쪽은 죽음의 세계를 나타낸다. 이집트의 모든 피라미드가 전부 서쪽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159쪽

콥트교의 십자가는 우리의 십자가와는 달리 특이하게도 네 끝 부분이 손가락처럼 세 갈래로 갈라진 모양이다. 세 갈래 갈라진 부분은 각각 성부, 성자, 성신의 성삼위일체를 나타낸다고 한다.-174쪽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일생동안 자신의 이름을 딴 60여 개의 도시를 건설한 것으로 유명한데, 불행하게도 대왕 자신은 살아 생전에 이 알렉산드리아를 보지 못했다.-232쪽

알렉산드리아의 쇠퇴는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알렉산드리아 주민들과 로마의 황제 사이에서 빈번히 불화가 발생함으로써 시작하였다. 콘스탄티노플 대제는 알렉산드리아의 대안으로 급기야 자신의 이름을 딴 새 도시를 건설하는데 이 도시가 지금의 터키 이스탄불, 콘스탄티노플이다. 알렉산드리아는 이제 지중해 연안에 또 하나의 경쟁도시를 갖게 된 것이다. -234쪽

알렉산드리아의 쇠퇴를 가속화시키는 데는 자연도 한몫을 하였다. 세월이 흐르면서 나일강의 흐름에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푸스타트에서 두 갈래로 갈라지는 나일강의 두 지류 중 서쪽 지류는 원래 알렉산드리아를 거쳐 지중해로 흘러갔다. 그러나 이 지류가 물길을 약간 동쪽으로 틀어 알렉산드리아가 아닌 로제타를 통해 바다로 흘러가게 된 것이다.
...
설상가상으로 알렉산드리아는 중세 유럽의 십자군 전쟁 때 공격을 받아, 나폴레옹이 1798년 그의 군대와 함께 도착했을 때는 약 4천 명 정도의 주민이 사는 가난한 어촌으로 전락해 있었다.-235쪽

로제타석의 발견으로 학자들이 가졌던 기대와 흥분은 잠깐, 아부 키르해전에서 영국의 넬슨 함대에게 대패한 나폴레옹은 영국 함대의 포위망을 뚫고 단신으로 본국에 귀환했다.
프랑스군의 패배와 함께 영국은 이집트를 점령하고 프랑스인들이 발견한 로제타석도 전리품으로 획득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프랑스인들은 로제타석의 복사본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상형문자의 해독작업은 그 후 영국은 물론 프랑스와 기타 유럽 국가들에서 행해질 수 있었다. -259쪽

나세르에 따르면 영국은 이집트의 44% 지분마저 빼앗아 갔다. 운하의 소득은 1955년에 3500만 영국 파운드, 즉 1억 달러였는데 그 중에서 이집트가 챙긴 돈은 어이없게도 3백만 달러로 불과 3%에 불과했다.영국은 이집트로부터 매년 1억불을 가져갔지만 향후 5년 동안 이집트에 대한 원조액으로 고작 7천만 달러만을 책정해 놓고 있었다. -2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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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2-11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밑줄긋기만 봐도 굉장한 정보가 들어 있는 책이네요.
마노아님이 이런 곳을 다녀왔다는 얘기고...^^

마노아 2010-02-11 01:38   좋아요 0 | URL
하핫, 결국 그런 얘기가 되네요.^^;;;

카스피 2010-02-11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넘 부럽습니다^^

마노아 2010-02-11 18:10   좋아요 0 | URL
아직 오지 않은 카스피님의 멋진 여행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gimssim 2010-02-11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정 땜에 이집트를 스쳐지나가듯 했는데 책을 보니 좀 꼼꼼히 공부하고 다시 가보고 싶네요.
역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맞아요.

마노아 2010-02-11 18:10   좋아요 0 | URL
저도 더 많이 공부하고 가지 못한 게 후회되었어요.
그래도 모자란대로 만족하려고 해요.^^

2010-02-11 1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1 1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1 2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2 0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2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2 1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