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확히 열흘을 기다렸고, 어제부터 전기 공사에 들어갔다. 방안에 남아있던 책상을 빼면서 컴퓨터 사용을 못하게 되었고, 공사 와중에 인터넷 선을 정리해서 인터넷 전화를 쓰는 집전화도 못 끄게 되었다. 전기 공사는 오늘도 진행되었고, 월요일날 마감 예정이다. 전기 공사가 끝나면 벽 공사에 들어가고, 집에 들어갈 날은 아직도 멀지만 그나마 가까워지고 있는 중이다. 

2. 어제 화이트 데이라고, 식당에서 영양사 샘이 준비해준 깜짝 선물은 츄파춥스 2개! 예쁘게 포장해서 하나씩 가져가게 쟁반에 담아두었는데 그거 보고나서야 화이트데이라는 게 생각났다. 포장하느라 힘드셨겠다. 



그리고 오후에는 학생 교감샘이 여교사한테만 도너츠를 돌렸다. 아휴, 센스쟁이 교감샘! 두분 교감샘은 늘 서로 비교된다니까....ㅎㅎㅎ 

3. 우리 집에서 잘 수가 없어서 언니네 집에서 자게 되었는데, 역시 내집이 아니니 불편하다. 스스로는 별로 예민한 사람이 아니라고 여기건만 잠잘 때만 신경 쓰이는 게 많다. 6시부터 줄기차게 울리는 알람. 시계만 3개인지 4개인지 울렸고(이번에 내가 생일선물로 시계만 세개 줬는데 그 중 하나가 불량..;;;) 핸드폰 알람도 10분 간격으로 울리는데 도통 일어나서 끄질 않는 거다. 그때마다 내가 나가서 알람 확인을 했더니 아 피곤피곤... 언니는 언니대로 나 때문에 신경 쓰였을 거다..ㅎㅎㅎ 

4. 위즈덤하우스 평가단 활동을 했는데 6개월 중 마지막 달은 선물도서를 직접 고르게 되어 있었다. 바쁜 2월 일정에 선물 책 고르는 걸 깜박했더니 '알아서' 책을 보내주셨다.  

캔들 플라워는 내가 골랐어도 후보 중에서 골랐을 책이니 아주 흡족하지만 '오케이 아웃도어닷컴에 ok는 없다'는 너무 내 취향이 아니시다.ㅠ.ㅠ 

성공학이라니... 멀고도 멀다.  

음, 오케이 이 책은 혹시라도 원하시는 분 있으면 제가 보내드립니다. 배송비는 제가 부담합니다. ㅎㅎㅎ 

원래 이어서 2기까지 할 수 있게 되어있는데 다음 분기는 좀 생각을 해봐야겠다. 서평 관련 책은 가급적 줄이고 공부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아서 말이다. 

 

5. 그리고 선물로 도착한 또 다른 고마운 책... 직접 만든 책을 보내주셔서 더 감동! 제게 꼭 필요한 책이었어요. 잘 읽을게요~ 꾸벅~! 

6. 앞머리를 내린 다음에는 머리 자라는 속도가 피부로 느껴졌다. 뒷머리야 잘 티가 안 나지만 앞머리는 수시로 눈을 찔러서 내가 자르든 엄마가 잘라주시든, 미용실을 가든 해야 했다. 이번엔 작년에 커트친 머리가 단발 수준으로 자라면서 너무 덥수룩해졌다. 머리 숱을 쳐주자니 커트비가 만원이어서, 그냥 퍼머를 하고 싶었다. 내가 오래 전부터 하고 싶었던 머리는 예전 휘모리님 스타일! 그리하여 그 사진 출력해서 미용실로 출동! 

7. 사진을 내미니 미용실에서 잠시 당황해하는 거다. 누구냐고! 아, 연옌인줄 알았나? 친구예요~ 했더니 '우정파마'를 하느냐고 한다. 호곡? 그런 단어도 있나? 그건 아니고... 그 친구는 지금쯤 머리카락 많이 자랐을 거예요! 그랬더니 남자냐고.... 헉! 휘모리님 먄!! ㅎㅎㅎ 

8. 컷을 먼저 했는데 자꾸 묻는다. 안 아깝냐고, 후회 안 하겠냐고. 왜 자꾸 불안하게 되묻지? 그냥 해주세요! 아, 이 말의 책임은 역시 나의 몫!!! 

9. 한참 책 보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웬 아줌마 하나가 거울 속에서 나를 쳐다본다. 너무 웃겨서 거울을 봐줄 수가 없었다. 아, 이러다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큰 웃음 선물하겠구나... 싶은 불길한 느낌! 내 표정이 가관이었나보다. 일주일이면 많이 풀릴 거라고 나를 위로해주신다. 트허....! 아무튼 이 머리 하는데 무려 4시간 걸렸다. 한나절이 다 지나가버림... 돌아오면서 생각이 났는데 내가 하고 싶었던 머리가 미남이시네요에서 박신혜 머리였구나. 그치만 그건 연예인 머리잖아....

10. 그리하여 (언니네) 집에 돌아와 보니 온 식구들이 경악해 주신다. 큰 조카는 나더러 44살 같아 보인단다. 형부는 미용실 가서 한 게 맞냐고 했고, 큰 언니는 어디 아프냐고....;;;; 엄마는 머리가 더 커보인다고 했다. 모두가 그렇게 반응을 해주니 오기가 생기는구나. 난 맘에 든다고!(그리고 운다..ㅜ.ㅜ) 

>> 접힌 부분 펼치기 >>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0-03-14 0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4살같지 않아요, 마노아님! 그런데 사진이 어두워서 머리가 웨이브가 잘 들어간건지 확실하게 보이진 않네요. 만나서 직접 확인해볼래요!! 일단 사진으로 보는것 만으로는 생머리컷트보다는 더 여성적으로 보여요!!

마노아 2010-03-14 20:31   좋아요 0 | URL
사진이 너무 어둡죠? 실내에서 찍어서 그런가봐요.
자고 일어나니 머리가 눌려서 더 웃겨졌어요.
사실 거울 볼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고 있답니다. 웬 아줌마가 있어요...;;;;
그래도 주문을 외우고 있어요. 난 맘에 든다, 맘에 든다!!!

후애(厚愛) 2010-03-14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쁜 마노아님~ 사진으로 뵈니 너무너무 반가워요.^^
그리고 여전히 이쁘세요~!!

마노아 2010-03-14 20:31   좋아요 0 | URL
늘 좋은 말씀만 해주시는 후애님!
덕분에 용기백배해서 용감하게 사진도 올려요.^^ㅎㅎ

L.SHIN 2010-03-14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어두워서 잘 안 보입니다! 다시 올려달라! 다시 올려달라! (12:23)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깜박해서 다시 날아온..ㅋㅋ
제목을 [나의 아들]로 읽어서 깜짝 놀랐다는 말과,( -_-);
츄파춥스 사진 찍은 거 보니까, 색조 조합이 너무 잘 되었어요! 라는 말..
아,,쓰고보니 쓸데없는 말들 뿐....ㅡ_ㅡa

마노아 2010-03-14 20:32   좋아요 0 | URL
우리집이 아니어서 사진 올리기가 힘들어요. 환하게 나온 사진 있음 나중에 다시 올릴게요.^^;;;
츄파춥스 종류가 여러 개였는데 이쁜 색으로 골랐어요~
먹기는 조카들이 다 먹었지만요.^^

L.SHIN 2010-03-14 21:23   좋아요 0 | URL
아니, 나는 츄파춥스 사탕을 말한 것이 아니라, 사진 전체를 말한...^^;
구도로 보나 색 조합으로 보나 완벽한 사진입니다.
상품 홍보 사진으로 써먹어도 될 정도로 말이죠.(웃음)

마노아 2010-03-15 09:08   좋아요 0 | URL
아하핫, 그런 얘기군요!
하지만 최고의 홍보 사진은 지금 엘신님이 들고 있는 막대 사탕만한 게 없어요.
안경조차도 사탕처럼 보여요.ㅎㅎㅎ

순오기 2010-03-14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기 좋은데요~ 마노아님은 어떤 헤어스타일이라도 내 눈에 다 이뻐보여요.^^

마노아 2010-03-14 20:33   좋아요 0 | URL
아, 고슴도치 애인님! 고마워요. 용기가 불쑥 나요.
그런데 내일 출근이 좀 고민되어요. 학생들이 얼마나 웃을지 상상이 가요.
거뜬히 이겨내겠어요!!

꿈꾸는섬 2010-03-14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은 이목구비가 뚜렷해서 너무 예뻐요.^^
공사가 드디어 진행되는군요.
잠은 역시 내집에서 자야 편해요.^^

마노아 2010-03-14 20:34   좋아요 0 | URL
캄사합니다.^^ㅎㅎㅎ
오늘은 집에서 버티려고 했는데 결국 너무 지루하고 힘들어서 언니네 마실 나와서 급하게 컴 쓰고 있어요. 그래도 잠은 집에 가서 자야죠.ㅎㅎㅎ

행복희망꿈 2010-03-14 1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성이 담긴 선물을 받으셨네요.^^
제가 너무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죄송~~~
잘 지내시지요? 집공사를 하시나봐요?
잠자리가 바뀌면 불편하지요.
마노아님 사진으로 뵈니 반갑네요.^^

마노아 2010-03-14 20:34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 저도 마실 잘 못 다니고 있는 걸요.^^;;;;
집이 여러모로 문제가 많아서 대대적인 수리에 들어갔어요.
3월 말까진 정신이 없을 것 같아요.
그래도 새 봄 새 단장한다고 생각하면 기운 나요.^^

마그 2010-03-15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억. 제친구랑너무 닮으셨다 생각했는데..설마 40대 신거에요? 와우~ 최강 동안 자랑 페이퍼였군요! ^^

마노아 2010-03-15 15:07   좋아요 0 | URL
아아, 이 댓글을 어쩌면 좋은가요.... 주르륵....ㅜ.ㅜ

다락방 2010-03-16 12:48   좋아요 0 | URL
아 이 댓글을 어쩌면 좋은가요....주르륵.....ㅜ.ㅜ 2

무스탕 2010-03-16 12:57   좋아요 0 | URL
아 이 댓글을 어쩌면 좋은가요....주르륵.....ㅠㅠㅠㅠㅠ 3

마노아 2010-03-16 16:17   좋아요 0 | URL
마그님 놀라시겠당.^^;;;;
 
윤미네 집 -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
전몽각 지음 / 포토넷 / 2010년 1월
장바구니담기


20년 만에 복간된 사진집 '윤미네 집'
89년도에 시집을 가자마자 미국으로 간 큰 딸 윤미.
그 딸을 그리워하며 90년에 이 책이 만들어졌다.
지금은 고인이 된 전몽각 교수님의 가족들 이야기,
거기에는 윤미네 집뿐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가장 평범하고 특별한 가족들의 이야기가 녹아 있다.

신생아를 씻길 때, 저렇게 옷을 입힌 채 씻긴다는 걸 다시금 떠올렸다.
얼굴을 찡그리지만 저 아이를 보는 가족들은 얼마나 행복하게 웃었을까?

아가는 엄마를 어루만지며 장난도 치고 놀았을 것이다.
엄마는 피곤에 지쳐 틈을 노려 잠이 들고도 싶었을 것이다.
사진 찍는 사람을 의식하지 않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사진들.
그게 이 사진집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다.

언니들 공기놀이하는 데 끼었다가 눈총만 받은 윤미다.
땡그란 눈이 '나도 잘 할 수 있어, 볼래?'라고 말하는 듯하다.
공기, 정말 추억의 놀이다.

저도 아이면서, 더 아가인 동생을 바라보는 눈길이 재밌다.
어린 동생도 뭐가 그리 궁금한지 고개를 빠끔히 내놓았다.
접사로 찍었어야 했는데 무심코 그냥 찍었더니 사진이 선명하지 않다..ㅜㅜ

저 타일 깔린 높다란 개수대!
내가 태어났던 시민 아파트의 주방도 저랬다.
내가 기억했을 리는 만무고, 나도 사진으로 본 건데, 그게 익숙해져서 이제는 정말 내가 그렇게 기억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니, 정말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양은 냄비에 솥단지에 쌀 씻는 양푼까지... 정말 소시민스러운 살림이 아닌가.
아이들 손에 쥔 것은 혹시 수제비???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나란히 걷는 게 예쁘다.
똑같은 옷. 물려입었거나 물려줄 그 옷들에서 또 추억을 본다.
언니의 초등학교 입학식 외투와 나의 초등학교 입학식 옷이 같았다.
같은 학교였고 같은 장소에서 찍었으니 구도도 비슷하다.
생김새는 말할 것도 없고...
이 친구들도 그랬을 것이다.

이 사진 참 마음에 들었다.
엄마가 머리를 빗겨주는 정갈한 시간.
아이는 조는 듯 조용히 자신의 머리를 맡기고 있다.
엄마의 그 손길, 참 따스하고 정겨웠을 것이다.
내 머리는 늘 둘째 언니가 만져줬는데, 머릿살이 다 뽑힐 것처럼 아팠다. 실제로 머리를 푸르고 나면 살 부분이 다 튀어나와서 아렸더랬다. 그래도 언니가 해준 머리 하고 학교 가면 다들 부러워했는데...^^

대공원 등에서 신나게 놀고 돌아오는 택시 안.
곯아 떨어진 식구들을 찍는 개구진 아버지.^^

마음이 동해 온 가족이 베란다에서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구도가 참 좋다.
저리 사진을 찍으려고 모인 가족애는 더 좋다.

새 교복을 입어보며 들뜬 딸의 얼굴을 바라보는 흐뭇한 아버지의 얼굴이 거울에 같이 찍혔다.
그림자까지 모두 사랑스러운 사진!

그렇게 고이고이 키운 딸내미 시집보낼 때,
얼마나 서운했을까.
게다가 머나먼 이국 땅으로 보내야 했으니...
아버지의 걸음이 얼마나 더디 떼어졌을지 상상이 간다.

췌장암 선고를 받고 아내를 위한 사진집을 만드셨더랬다.
그 사진들을 복간본에 같이 추가했다.
나이를 먹었지만 여전히 소녀적 모습이 남아 계신 윤미의 어머님.
꽃조차도 무색케 하는 아름다운 엄마의 모습이다.

그리고 이젠 다 커버려 섭섭한 자식들 대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손주들 재롱에 산다.
손주보다 더 큰 재롱도 아낌없이 펼쳐주는 할머니가 되어...

아름다운 책을 만나서 기쁘다.
소중한 추억을 같이 공유하게 되어서 고맙다.
이야기가 무수히 담겨 있어서 벅차다.
우리네 삶 이야기이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같은하늘 2010-03-11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스러운 가족들의 모습이 아름답네요. 찜하고 갑니다.^^

마노아 2010-03-12 09:08   좋아요 0 | URL
사진으로 직접 보면 더 멋질 거예요.^^

후애(厚愛) 2010-03-12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하나하나가 모두 아름답습니다.
가족들이 모두 행복해 보여요..

마노아 2010-03-13 08:50   좋아요 0 | URL
따뜻한 가족애가 물씬 느껴져요. 보고 있는 사람도 미소 짓게 하는 사진들이에요.^^

hnine 2010-03-12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사진 찍는 것을 업으로 하고 있는 동생에게 '가난한 이의 살림집' 사서 보냈는데 그때 이 책도 같이 사서 보낸다는 것을 깜빡 잊었어요.
저 돌로 하는 공기 놀이, 저도 하고 놀았어요. 저를 찍으시는 아버지 모습이 함께 나온 사진, 저도 있고요. 아, 정말 이 책 보면 옛날 생각 많이 날것 같네요.

마노아 2010-03-13 08:50   좋아요 0 | URL
우리도 공유하고 있는 추억들을 많이 생각나게 해요.
우리의 사진들도 나중에 다른 이들에게 그런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어줄 거예요.^^

2010-03-13 1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3 1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0-03-14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생각이 간간이 나게 하는 책이네요. 가족의 사랑이 물씬 느껴져요. 너무 따뜻하고 정겹고 그러네요.

마노아 2010-03-14 20:35   좋아요 0 | URL
가족들에게 어마어마한 큰 선물이 되어준 책일 거예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도 선물이 되어주고 있네요.^^
 
딸에게 보내는 편지
마야 안젤루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힘든가요, 지쳤나요... 

지금 용기가 필요한가요? 

오바마, 오프라 윈프리의 멘토 마야 안젤루가 전하는 긍정의 메시지! 

멋진 카피다. 읽기도 전에 호감을 주는 문구들이다. 표지의 디자인도, 제목의 글씨체도 모두 예쁘다.  스물 여덟 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160쪽의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까지,마음에 들었다. 작가 소개를 책을 다 읽은 뒤에 읽었는데 본문 속에는 그녀가 어린 시절 엄마의 남자친구에게 성폭행을 당한 충격으로 몇 년 동안 침묵 속에서 지낸 얘기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런 어려움을 극복해냈는지는 알지 못했다. 알고서 읽었더라면 그녀의 목소리가 아마도 조금은 더 진중하게 들렸을 것 같다.

세번째 편지에서 그녀의 아이 이야기가 나온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첫 성관계를 가진 남자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갖게 되었고, 그 아이를 출산 직전까지 숨겼다가 새아빠와 엄마에게 그 사실을 밝히는 장면은 꽤 충격적이었다. 

   
 

 "아이 아빠가 누구니?" 어머니가 물었다.
나는 사실대로 말했다.
"그애를 사랑하니?" 어머니가 물었다.
"아뇨."
"그애는 너를 사랑하니?"
"아뇨. 같이 잔 남자는 그애뿐이었고, 그것도 딱 한 번뿐이었어요."
"세 사람의 인생을 망칠 필요가 뭐 있겠니? 우리 집안에 아주 예쁜 아기가 태어나겠구나." – 31쪽

 
   

문화가 다르고 사고관이 다르고 또 경제 능력까지 모든 게 다 다르지만, 우리나라에서 딸이 학생 신분으로 아이를 출산하게 된 것을 알았을 때 저런 반응을 보일 엄마가 있을까 싶다. 어느 쪽 손을 들어줄 수는 없지만, 정말 놀라웠다.  

더 대단한 것은, 대단한 부자인 엄마에게 전혀 기대지 않고 독립적으로 살기 위해 무한 애를 쓴 마야 안젤루의 노력들이었다. 시련이 없거나 좌절이 없었던 게 당연히 아니건만 꿋꿋함 그 자체로 억세게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나간 그 열정에 감탄하게 된다. 게다가 재능과 영감은 또 얼마나 출중했던지... 

그러나 그녀의 사회적 성공과 그를 바탕으로 한 충고와 조언은 그렇게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다만 그녀가 곳곳에서 저지른 실수로 인해 얻게 된 깨달음은 독자도 함께 큰 울림을 받았다. 모로코에서 길가의 촌로에게 대접받은 커피 한 잔. 그 속에서 나온 바퀴벌레 네 마리. 차마 그 앞에서 뱉어내지 못하고 삼켰다가 그들 앞을 벗어난 뒤에 다 게워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건 건포도였단다. 가난한 그들이 선사한 최고의 성의였다는 것에 미안함을 느끼고, 그들 앞에서 뱉어내지 않았음을 다행으로 여기게 된 극적인 순간. 독자도 함께 경악했다가 같이 미안해지고 고마워지고 안도감을 느꼈다.  

그밖에 흑인에게만 식사를 늦게 준비해주는 걸로 여기고 경찰을 부를 각오로 따졌는데 그저 식재료가 준비되지 못해서 지연된 것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녀가 갖게 된 민망함에서도 교훈을 갖게 된다. 지나친 피해의식과 선입견으로 인해 상대에 대한 불신을 미리 심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그렇게 몇몇 꼭지들이 꽤 감동적이었지만 대체로 평이했다. 에세이 형식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더더욱. 게다가 제목의 '딸에게 보내는 편지'는 좀 겉도는 기분이다. 그냥 흔한 자기 계발서 느낌인데 저자의 유명세와 매끄러운 컨셉과 홍보로 좀 몰아가는 듯 보인다. 저자에 대한 감동과 놀라움과는 별개로 책에 대한 감상은 좀 낚인 기분이다. 나로서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딸에게 보내는 편지
마야 안젤루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2월
장바구니담기


자선사업에 해당되는 영어 단어 'philanthropy'는 사랑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philo'와 인류라는 뜻의 그리스어 'anthro'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니까 자선사업가는 결국 인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19쪽

"아이 아빠가 누구니?" 어머니가 물었다.
나는 사실대로 말했다.
"그애를 사랑하니?" 어머니가 물었다.
"아뇨."
"그애는 너를 사랑하니?"
"아뇨. 같이 잔 남자는 그애뿐이었고, 그것도 딱 한 번뿐이었어요."
"세 사람의 인생을 망칠 필요가 뭐 있겠니? 우리 집안에 아주 예쁜 아기가 태어나겠구나."-31쪽

천박한 문화를 묵인하면 무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우리의 미래가 흔들리고 무너진다. 그래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는 미래를 용감하게 직면할 수 있는 현명한 머리와 용기가 있다. 지금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시대, 이 공간에 대해 책임을 지자.-12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제 휴관일인 까닭에 퇴짜를 맞은(?) 도서관에 다시 갔다. 내가 구입 신청한 '윤미네집'이 도착했다는 문자로 인해 가벼워진 마음으로. 

앞서 예약해 놓은 책은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의 옷이다. 

엄마 방에서 엄마 옷을 입으며 놀던 아이가 할머니의 초미니 스커트를 발견하며 화들짝 놀라게 되고, 그 옷의 조신함을 야단치며 유관순 누나 패션을 자랑하는 그 위의 할머니, 그 조차도 종아리는 보인다고 조선시대 한복을 보여주는 할머니, 그 활동의 불편함을 타박 놓으며 바쁜 일과에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활동성을 강조한 조선 초의 한복을 보여준 할머니, 더 나아가 고려시대, 삼국시대, 청동기시대, 신석기 시대, 구석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니까 이 책은, 재밌는 컨셉을 이용해서 우리나라 여자 옷의 역사를 보여준 것이다. 마지막에 가서는 시간 순서로 옷들의 특징을 정리해서 한 화면으로 보여준다. 재밌고 유익한 책. 시리즈로 남자 옷이나 신분별 옷, 직업별 옷도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저 무거운 가체를 얹고 있는 아이의 표정이 재밌다. ㅎㅎㅎ 

윤미네 집을 기다리긴 했지만, 후르륵 펼쳐보니 거의 사진이고 글은 별로 없어서 도서관에서 읽고 반납하고 가고 싶었다. 책이 무거운데 내 경우 출근할 때 들고 갔다가 다시 도서관 가서 반납해야 하니 짐을 이중으로 들어야 하니까. 

근데 읽다 보니 너무 매력적인 것이다. 특히나 뒷쪽에 나온 엄마 사진을 보니 더 짠해지는 것이 그냥 들고가야겠다 싶었다.  

시간을 보니 버스 환승 시간 30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는 듯했고, 지난 번에 읽으려고 골라놓고 채 보지 못했던 동화책 몇 권을 더 빌려가기로 결심했다.  

'상상이상'은 그 사이 대출이 됐는지 보이지 않았고(어쩌면 여유가 없어서 내 눈에 안 띈 건지도... 검색대에 누가 앉아 있어서 다시 검색은 못했다.)  

 앞의 한장을 읽고 나니 뒷 이야기가 환하게 그려지는 동화였다. 그래서 재미가 없었냐 하면, 그건 아니고... 재밌고 유쾌하게 읽었다. 그림도 재밌다. 

마지막에 온통 캄캄해져서 적막해져버린 풍경과 아이가 받는 충격의 깊이가 잘 그려진 듯하다. 

이어서 고른 책은 '커다란 질문'

'내가 곁에 있을게'로 큰 감동을 준 볼프 에를브루흐의 작품이다.  

제목이 좀 의미심장해 보였는데 글밥은 역시 적은 편. 

앉은 자리에서 후루룩 보았는데 메시지가 좋다.  

내가 곁에 있을게... 만큼은 아니었어도 나름! 

존재 이유에 대해서, 존재의 가치에 대해서 아주 간략하게 답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내가 좋아했던 사신 캐릭터가 죽음의 이유를 삶이라고 말해주는 것도 역시 압권! 

기회가 되면 구입해서 가졌으면 좋겠다고 여겼다.  

시간은 이제 5분 정도 남은 때. 

지난 번에 빌려놓고 대출 순서 기다리다가 버스 환승 시간이 너무 촉박해 던져두고 갔던 책을 빠르게 찾아 들었다.  

건축 관련 책으로 더 유명한 데이비드 맥컬레이의 '안젤로' 

언젠가 교보에서 스쳐가듯 잠깐 보고는 인상적이어서 기억해 두었던 책이다.  

이 녀석을 한 권 더 빌리는데, 이번에도 대출대에서 조금 지체. 

부랴부랴 버스 정거장으로 뛰었는데, 이럴 수가! 

좀처럼 버스가 오지 않는 게 아닌가. 

날은 춥고, 버스는 아니 오고.... 

결국, 환승 시간을 넘겼다. 제길슨! 

기왕 이렇게 된 것... 

다시 도서관에 들어갔다. 역시 윤미네 집은 너무 무거워... 다시 책을 보았다. 그런데 읽다 보니 또 짠해지네.  

그래서 역시 집에 가져가는 게 옳아... 하고 집어넣고, 안젤로는 그 자리에서 읽고 반납했다. 그럭저럭 좋았지만 아주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유아실 너무 어린이실에서 이 책도 찾아보았다. 

생각보다 평범한 내용이었다.  

향수가 물씬 나는 정경의 내용이었지만, 그 향수가 나로서는 관념적일 뿐 전혀 직접적이지 않아서 아주 깊은 인상을 주지는 못했다.  

1인당 4권까지 빌릴 수 있는 도서관인데 한 권만 찍었으니 다른 걸 더 찾아볼까... 싶었지만 가방은 무겁고 문 닫을 시간이라고 노래가 나와서 여기까지만 하기로 했다.  

집에 돌아와 하이킥과 함께 저녁을 먹고 나니 불현듯 머리를 스치고 가는 문자 한 통이 떠올랐다.  

'알라딘에서 주문하신 택배가 편의점에 도착했습니다.' 

두둥!! 

아아, 밖은 이미 비가 짓눈깨비가 되어서 온 땅을 적시고 있고 바람은 휘몰아치고 있고, 내가 주문한 상자에는 맥심 믹스 커피 150개 들이 한 상자가 포함되어 있고....!!! 

아, 날이 이렇게 궂을 줄 알았다면 편의점 배송 500원을 포기하고 집으로 받는 건데...ㅜ.ㅜ 

원래 배송 날짜는 어제였지만 하루 늦게 도착한 게 하필 이런 날씨! 

허나, 내일은 이 땅바닥마저 얼어붙을 거라니 별 수 있나... 주섬주섬 완전무장을 하고 커다란 비닐 봉투를 하나 챙겨들고 편의점으로 나섰다.  

박스를 안고서 우산까지 쓰고 오기는 힘이 드니 박스를 봉투에 담아올 생각이었다.  

편의점 총각이 절대 그 봉투에 안 들어갈 거라고 웃는다. 흥! 콧방귀를 뀌며 봉투에 담아보니 제법 큰 상자가 들어가지는 게 아닌가! 

앗싸~ 편의점 총각을 향해 여유있는 미소를 지어주려고 했는데, 이럴 수가! 상자가 들어가기는 했는데 끈이 짧아서 한 손에 잡혀지질 않는다. 제길슨! -_-;;;; 

결국 끌어안고 왔다. 우산까지 쓰고. 흑....;;;; 

게다가 집에 와보니 같이 주문한 중고책은 '최상'인 척 해놓고는 잔뜩 지저분하다. 중고샵 최상은 언제나 복불복! -_-;;;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로 2010-03-09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도 짓눈깨비가 아직도 기승을 부려요,,,내일은 땅바닥마저 얼어붙을거라고요??ㅠㅠ
아침마다 운전을 해서 아이를 데려다주는 전 그런거 무서워요~.
저는 오늘 책을 두권이나 잃어버려 속이 엄청 상해요~.ㅠㅠ
왜 이리 칠칠치못한지,,,ㅠㅠ
그나저나 올려주신 책 중에서 [윤미네집] 너무 보고싶네요~. 도서관에 있군요!!

마노아 2010-03-10 13:30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는 눈이 일찍 멈췄어요. 오늘 아침 운전할 때 괜찮으셨는지 모르겠어요.
어이쿠, 하루에 책을 두 권이나 잃어버리다니,
가슴이 쓰라려요. 토닥토닥... 힘내셔요.
윤미네 집은 제가 도서관에 신청한 책이어서 제일 먼저 제게 대출을 해준 거예요.^^

무스탕 2010-03-10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동네 도서관이 다음주에 개장(?)해요. 작년에 리모델링 들어갔거든요.
그동안 책을 잘 사 뒀나 모르겠네.. 반납만 받고 대여를 안했기에 어찌했는지 궁금하군요.
윤미네집을 찾아보고 저도 신청해야겠어요.

마노아 2010-03-10 13:30   좋아요 0 | URL
울 동네는 방학 동안에 책정리가 엉켜버렸다고 다담주에 월/화 임시 휴업하고 책정리한대요.
무스탕님 도서관을 새단장 모습이 기대가 되어요. 제가 볼 수는 없지만요.^^

2010-03-10 17: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0 18: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1 15: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1 2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저절로 2010-03-11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미네 집 업어갑니다~

마노아 2010-03-11 20:22   좋아요 0 | URL
네~ 좋은 책이어요.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