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휴관일인 까닭에 퇴짜를 맞은(?) 도서관에 다시 갔다. 내가 구입 신청한 '윤미네집'이 도착했다는 문자로 인해 가벼워진 마음으로.
앞서 예약해 놓은 책은 할머니의 할머니의 할머니의 옷이다.
엄마 방에서 엄마 옷을 입으며 놀던 아이가 할머니의 초미니 스커트를 발견하며 화들짝 놀라게 되고, 그 옷의 조신함을 야단치며 유관순 누나 패션을 자랑하는 그 위의 할머니, 그 조차도 종아리는 보인다고 조선시대 한복을 보여주는 할머니, 그 활동의 불편함을 타박 놓으며 바쁜 일과에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활동성을 강조한 조선 초의 한복을 보여준 할머니, 더 나아가 고려시대, 삼국시대, 청동기시대, 신석기 시대, 구석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니까 이 책은, 재밌는 컨셉을 이용해서 우리나라 여자 옷의 역사를 보여준 것이다. 마지막에 가서는 시간 순서로 옷들의 특징을 정리해서 한 화면으로 보여준다. 재밌고 유익한 책. 시리즈로 남자 옷이나 신분별 옷, 직업별 옷도 볼 수 있다면 좋겠다. 저 무거운 가체를 얹고 있는 아이의 표정이 재밌다. ㅎㅎㅎ
윤미네 집을 기다리긴 했지만, 후르륵 펼쳐보니 거의 사진이고 글은 별로 없어서 도서관에서 읽고 반납하고 가고 싶었다. 책이 무거운데 내 경우 출근할 때 들고 갔다가 다시 도서관 가서 반납해야 하니 짐을 이중으로 들어야 하니까.
근데 읽다 보니 너무 매력적인 것이다. 특히나 뒷쪽에 나온 엄마 사진을 보니 더 짠해지는 것이 그냥 들고가야겠다 싶었다.
시간을 보니 버스 환승 시간 30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는 듯했고, 지난 번에 읽으려고 골라놓고 채 보지 못했던 동화책 몇 권을 더 빌려가기로 결심했다.
'상상이상'은 그 사이 대출이 됐는지 보이지 않았고(어쩌면 여유가 없어서 내 눈에 안 띈 건지도... 검색대에 누가 앉아 있어서 다시 검색은 못했다.)
앞의 한장을 읽고 나니 뒷 이야기가 환하게 그려지는 동화였다. 그래서 재미가 없었냐 하면, 그건 아니고... 재밌고 유쾌하게 읽었다. 그림도 재밌다.
마지막에 온통 캄캄해져서 적막해져버린 풍경과 아이가 받는 충격의 깊이가 잘 그려진 듯하다.
이어서 고른 책은 '커다란 질문'
'내가 곁에 있을게'로 큰 감동을 준 볼프 에를브루흐의 작품이다.
제목이 좀 의미심장해 보였는데 글밥은 역시 적은 편.
앉은 자리에서 후루룩 보았는데 메시지가 좋다.
내가 곁에 있을게... 만큼은 아니었어도 나름!
존재 이유에 대해서, 존재의 가치에 대해서 아주 간략하게 답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내가 좋아했던 사신 캐릭터가 죽음의 이유를 삶이라고 말해주는 것도 역시 압권!
기회가 되면 구입해서 가졌으면 좋겠다고 여겼다.
시간은 이제 5분 정도 남은 때.
지난 번에 빌려놓고 대출 순서 기다리다가 버스 환승 시간이 너무 촉박해 던져두고 갔던 책을 빠르게 찾아 들었다.
건축 관련 책으로 더 유명한 데이비드 맥컬레이의 '안젤로'
언젠가 교보에서 스쳐가듯 잠깐 보고는 인상적이어서 기억해 두었던 책이다.
이 녀석을 한 권 더 빌리는데, 이번에도 대출대에서 조금 지체.
부랴부랴 버스 정거장으로 뛰었는데, 이럴 수가!
좀처럼 버스가 오지 않는 게 아닌가.
날은 춥고, 버스는 아니 오고....
결국, 환승 시간을 넘겼다. 제길슨!
기왕 이렇게 된 것...
다시 도서관에 들어갔다. 역시 윤미네 집은 너무 무거워... 다시 책을 보았다. 그런데 읽다 보니 또 짠해지네.
그래서 역시 집에 가져가는 게 옳아... 하고 집어넣고, 안젤로는 그 자리에서 읽고 반납했다. 그럭저럭 좋았지만 아주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유아실 너무 어린이실에서 이 책도 찾아보았다.
생각보다 평범한 내용이었다.
향수가 물씬 나는 정경의 내용이었지만, 그 향수가 나로서는 관념적일 뿐 전혀 직접적이지 않아서 아주 깊은 인상을 주지는 못했다.
1인당 4권까지 빌릴 수 있는 도서관인데 한 권만 찍었으니 다른 걸 더 찾아볼까... 싶었지만 가방은 무겁고 문 닫을 시간이라고 노래가 나와서 여기까지만 하기로 했다.
집에 돌아와 하이킥과 함께 저녁을 먹고 나니 불현듯 머리를 스치고 가는 문자 한 통이 떠올랐다.
'알라딘에서 주문하신 택배가 편의점에 도착했습니다.'
두둥!!
아아, 밖은 이미 비가 짓눈깨비가 되어서 온 땅을 적시고 있고 바람은 휘몰아치고 있고, 내가 주문한 상자에는 맥심 믹스 커피 150개 들이 한 상자가 포함되어 있고....!!!
아, 날이 이렇게 궂을 줄 알았다면 편의점 배송 500원을 포기하고 집으로 받는 건데...ㅜ.ㅜ
원래 배송 날짜는 어제였지만 하루 늦게 도착한 게 하필 이런 날씨!
허나, 내일은 이 땅바닥마저 얼어붙을 거라니 별 수 있나... 주섬주섬 완전무장을 하고 커다란 비닐 봉투를 하나 챙겨들고 편의점으로 나섰다.
박스를 안고서 우산까지 쓰고 오기는 힘이 드니 박스를 봉투에 담아올 생각이었다.
편의점 총각이 절대 그 봉투에 안 들어갈 거라고 웃는다. 흥! 콧방귀를 뀌며 봉투에 담아보니 제법 큰 상자가 들어가지는 게 아닌가!
앗싸~ 편의점 총각을 향해 여유있는 미소를 지어주려고 했는데, 이럴 수가! 상자가 들어가기는 했는데 끈이 짧아서 한 손에 잡혀지질 않는다. 제길슨! -_-;;;;
결국 끌어안고 왔다. 우산까지 쓰고. 흑....;;;;
게다가 집에 와보니 같이 주문한 중고책은 '최상'인 척 해놓고는 잔뜩 지저분하다. 중고샵 최상은 언제나 복불복!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