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에는 집주인이 다녀갔다. 내내 전화 연락이 안 되다가 공사 다 끝날 무렵 나타나서는 기암을 했다. 당신이 생각해도 이건 막장공사였으니까. 버럭버럭 성을 내셨다고 전해들었다. 감독을 맡으신 소장님은 그저 죄송하다고만 할 뿐 별다른 대책이 없다. 이분들이 상당히 일을 못하시긴 했지만 온전히 당신들 책임은 아니었다. 내가 듣기로 3층은 공사 규모가 우리집보다 훨씬 적었지만 1800만원 견적이었고, 우리 집은 첫번째 업자로부터 천만원 깎아서 지금 업자에게 1200에 낙찰된 거라고 한다. 첫 업자가 좀 세게 불렀을 수는 있지만, 무려 천만원의 차이가 나는데 이번 업자는 당연히 싼 자재를 썼을 것이다. 비전문가인 내가 봐도 싼 게... 눈에 보인다.ㅎㅎㅎ
현관문 거꾸로 단 것도 모자라서 열쇠 잘못 돌려서 열쇠 부러뜨리면서 문도 같이 고장났다. 그래서 잠가놓지 않으면 문이 자동으로 열린다. 문을 교체할 거라서 열쇠를 복사 못했다. 아침에 출근하는데 문 열어놓고 나가자니 영 거시기하다..;;;;
암튼, 그리하여 금요일 밤에 한숨도 못잤다는 집주인은 토요일 아침부터 납시어서 이것저것 참견을 했다. 가장 맘에 안 들어하신 건 '색깔'이었는데 이분이 '빨강' 매니아다. 금요일은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빨강으로, 토요일은 온통 파랑으로 입고 오셨는데, 현관문 빨강으로 바꿔 달고, 욕실 타일도 빨강으로 교체하고 문고리도 교체하라는 엄명을 내리신 거다. 아니, 빨간 대문에 빨간 타일은 너무 아니지 않나요?
20만원짜리 각방 문짝에 2500원짜리 손잡이 달았다고 노발대발, 울 엄니랑 소장님 데리고 을지로로 납셔주셨다. 거기서 힐스테이트 문고리를 찾으셨다는데 못 찾고 빈 손으로 돌아오셨단다. 아니, 집이 힐스테이트가 아니건만 손잡이에 왜 그리 집착을...;;;;
그리하여, 토요일은 모친의 생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엄니는 그 난리통에 아침을 오후 2시에 드시는 기염을 토하셨다. 안타까워라...;;;;
그래서 오전 중에 장판 작업이 다 끝날 줄 알았는데 저녁 8시 쯤 끝났다. 그나마도 강대상 바닥에 융을 까는 건 원래 해주기로 되어 있었던 건데 못하겠다고 버텨서 웃돈 5만원 얹어주고 맡겼다. 재료 다 사다 놓고 맡기는 건데도 아주 상전이 따로 없다. 이렇게 진을 빼고 나니 그 때쯤엔 모두 배가 고파서 하늘이 노래진 상태고, 언니가 쏘겠다는 말에 해물 뷔페를 갔는데 결국 계산은 내가 하고 나오고....(나 해물 싫어하는...;;;;)
그리고 새벽 3시까지 짐 정리를 했는데 다음날 아침 엄마의 비명 소리.
아, 막장 공사의 끝은 어디인가.
도대체 제대로 해놓은 게 하나도 없는데 그래도 완제품으로 들어온 싱크대만은 깔끔하니 좋았건만, 싱크대 배수구가 센다.
짝을 맞추려는지 욕실 바닥 하수구가 막혀버렸네. 타일 위에 타일을 또 깔아서 공간도 좁아지고 바닥도 높아졌는데 그래서 문 밖으로 물이 넘치기 쉽다. 그거야 조심하면서 산다 치고... 자세히 보니 새로 붙인 거울은 모서리가 깨져 있고, 새로 간 세면대의 수도 꼭지들은 기존 것을 갖다 써서 물을 틀면 위로 물이 막 솟구친다. 허헛....
문짝 안쪽엔 페인트 칠이 되어 있지 않고 피스 박힌 자국이 다 드러난 것까지는 참겠는데 문짝 방향을 잘못 달아서 문 뒤에 전기 스위치가 있는 건 사용하기 아주 불편하다. 거기에 주방과 욕실 베란다까지 스위치 세 개나 달려 있는데....ㅡ.ㅜ
성전 쪽에 바닥 장판을 제거하지 않고 깔아서 장판이 많이 울었다. 기존에 모노륨 쓰다가 제일 싸구려로 갈아버려서 울어버린 바닥에 내 맘도 울고 싶구나... 시간 지나면 펴지겠지? 아니라면 큰일이다. 피아노며 엠프며 가구 다 들어내고 다시 작업할 엄두가 안 난다.
그.리.고.
컴이 말을 안 듣는다. 공사가 가장 커진 날 컴퓨터가 먼지를 많이 먹었을 것 같아서 언니네 집으로 옮겨가서 한 번 점검을 받고 왔더랬다. 무사한 것 확인하고 가져왔는데 집에 오니 CMOS화면으로 부팅 된다. 일요일과 월요일 밤에 형부가 와서 손을 봐줬는데 다음 날 아침 다시 켜보면 여전히 파란 화면이 나를 보고 있구나. 하드에 문제가 있다고 메시지가 뜬다는데, 게다가 시디롬도 이상이 생겨서 아예 떼버렸다고 하던데... 아주, 환장하겠다. 어쩜 좋으냐... 컴 바꾸고 1년 반 조금 더 지난 것 같은데 아주 돈 덩어리다. 이 참에 넷북을... 사자니 돈이 없구나.
드라이가 어디 갔는지 못 찾아서 어제 오늘은 출근 길에 머리도 못 말리고 나갔는데, 오늘은 잠이 들어서 정거장을 지나쳐버렸다. 찬 바람을 많이 쐬어서 그런지 으슬으슬 춥다. 더운 차를 두 잔째 들이키고 있지만 여전히 오들오들... 컨디션 완전 꽝이다.
어제는 부서 회식이 있었는데 홍어 정식... 아, 회도 먹지 않는 나에게 홍어는 너무 큰 시련...ㅜ.ㅜ 나같은 동지가 많아서 그나마 다행이었달까...^^;;;;
집주인이 바닥 타일과 현관문 색깔에 어제도 집착성 전화를 했지만 어무이께서 도저히 힘들어 못 견디겠다고, 색깔은 이대로 가겠다고 주장하셨다. 다행이다!
아직 정리 안 된 게 많아서 불편한 것도 많고, 막장 공사의 끝을 보느라 피곤은 극에 달했지만, 이 모든 것들은 그냥 해프닝 내지 추억이 될 것이다. 어쨌든 집은 더 편리해질 것이고 더 깨끗해졌으니까.
그런데 우리 장병들은 우짤 것인지... 뉴스 보는 게 무서울 지경이다. 어제 최진영 씨 자살 건도 덜컹!해버렸고...
참으로, 춥다. 봄이 너무 멀게 느껴진다. 마음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