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 - 마음을 담은 그릇
호연 지음 / 애니북스 / 2008년 5월
품절


참 예쁜 책이다. 제목도 예쁘다. '도자기, 마음을 담은 그릇'
마음을 담아서 바라보는 도자기이니 아름답지 않을 수가 없다.
저자는 한국 도자기 역사를 공부하는 고고미술사학과 학생이었다.

작품의 스타일은 대체로 이렇다.
무언가 이야기를 하나 끄집어낸다. 소소한 에피소드, 혹은 상상력을 발휘하는 이야기들.

이야기들은 가끔 기막히게 이어지기도 하고
때로 뜬금 없는 전개로 나가기도 하지만
마지막에는 모티브로 잡은 도자기를 직접 그린 그림을 보여준다.

서울 사람 같게 외롭다는 말이 공감이 갔는데, 실은 모두가 외롭다는 말에 더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표현도 어쩜 이렇게 문학적인지...

그리고 그 옆장에는 그 도자기의 진본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웹에 연재 당시에도 진본 사진을 보여주었는지 직접 연재본으로 보질 않아서 모르겠다.
이렇게 도자기 사진을 보고 있자니 당장 미술관으로 달려가야 될 것 같은 충동을 느낀다.
실제로 저자와 그 친구들은 가장 흔하게 잡는 약속 장소가 국립중앙박물관인듯 보였다. 아주 훌륭하다.

고등학교 때 가사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어쩐 일인지 청화백자 사진을 잔뜩 보여주신 일이 있었다. 역사 수업도 아니었고 미술 수업도 아니었는데 왜 청화백자를 보여주셨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때 하얀 그릇에 파랗게 새겨진 그 무늬들이 소름 돋게 예뻤던 것은 분명히 기억한다. 사실 그때까지 청화백자를 실물로 본적도 없는데도 사진 속의 청화백자에 홀딱 반해서 난 고려청자보다 청화백자가 더 좋아!라고 괜히 중얼거렸었다.
내가 본 사진 속의 청화백자들은 푸르른 그림이 더 많았고, 이 책 속의 사진보다 훨씬 더 선명했는데, 어쩌면 보정이 가해진 사진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간혹 쉬어가는 페이지처럼 도자기의 각 명칭을 읽는 법, 왜 그런 이름이 붙는지에 대한 쉬운 설명이 덧붙여지기도 했다.
그것도 스타일을 달리 해가면서.
제법 코믹함도 갖추고 있는 작가다.

청화백자가 최고라고 외치던 나였지만, 이 책을 보다보면 고려 청자가 또 너무 아름다운 것이다.
저 고아한 자태라니, 저리 신비로운 빛깔이라니,
나는 또 급 흥분해서 당장 박물관에 달려갈 것처럼 서두른다.

아아 그렇지만, 작년에 국립중앙박물관에 갔을 때 발걸음을 자꾸 멈추게 했던 것은 내가 짝사랑했던 청화백자도 아니고, 모두가 찬탄해 마지 않는 고려 청자도 아니었고, 바로 저 질박하게 생긴 분청사기들이었다.
지금 이 사진의 도자기는 리움박물관 소장으로 내가 보지 못한 것이지만,
이런 자연스러운 멋이 더 근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나의 친한 지인은 시집가면서 그릇을 일부러 이런 느낌의 질그릇으로 준비해 갔는데, 설거지 하다가 손목 부러지는 줄 알았다는 뒷 얘기를 전했다. 내 생각에 평소에 쓰긴 힘들고 손님 접대할 때나 가끔 내놓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나저나 이 도자기, 너무 운치있지 않은가.
한 점 구름이 저 안에 담겨 있어 술이라도 담는다면 그대로 신선이 될 것만 같다.

그렇지만 청화백자가 나오면 다시 또 사랑에 빠질 것 같은 기분.
저 속에서 당장 전우치가 강동원의 얼굴을 하고서 튀어나올 것 같다.
소개된 것들 중에는 개인 소장품도 꽤 여럿 되던데,
저런 도자기를 갖고 있으면 집안 대대로 가보가 되겠다.
더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있게 박물관에 기증을 해준다면 자자손손 복 받을 게다!!

참 유명한 청자 상감 구름 학무늬 매병.
원래 뚜껑이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없이도 완벽하게 아름답다.
원 안의 학은 위를 향하고, 원밖의 학은 아래를 향하고 있는 대치 상황도 균형을 잘 이루어 더 멋지다.
간송미술관 소장인데 이제 곧 5월이면 간송미술관도 개장할 것이고, 이렇게 멋진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좋겠다.

'도자기'란 일반 대중과 그리 친하지 않은 대상인 것 같은데 무척 쉽고 친숙하게, 그리고 소박하게 접근해서 소개해주는 멋이 일품이었다. 아마츄어의 프로다운 소개라고나 할까.

아직 학생일 때 이 작품을 썼다고 알고 있는데 지금은 졸업을 했는지 모르겠다.
한때 무척 크게 아파서 수술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부디 지금은 건강을 되찾아서 공부 많이 하고 더 좋은 작품으로 찾아와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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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0-04-26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좋은데요.^^

마노아 2010-04-26 12:25   좋아요 0 | URL
지성과 감성을 같이 만족시켜주는 책이에요.^^

순오기 2010-04-26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자기가 이런 내용이었군요. 책따세 추천도서였던거로 기억하거든요.

마노아 2010-04-26 12:25   좋아요 0 | URL
무엇보다 시각이 참 따스해서 온기가 느껴져요.^^

같은하늘 2010-04-27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흥미로운 책인데요.

마노아 2010-04-27 09:34   좋아요 0 | URL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책이에요.^^ㅎㅎㅎ
 
내 남자친구는 왕자님 - The Prince & M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남다른 신분을 감춘 채(속인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감춘 것!) 평범한 생활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다가 신분이 들통 나 위기를 겪게 되는 이야기는 참으로 많았다. 제목에서 이미 내용의 거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이 뻔할 것 같은 영화도 다르지 않았다. 그러니 핵심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를 얼마나 더 환상을 심어서 멋지게 로맨스를 보여주는 가에 있었다. 그리고 그 지점을 영화는 센스 있게 잘 지나갔다. 

여주인공 모건 페이지는 위스콘신 대학에서 존스 홉킨스 의대로 진학하고자 하는 성실한 고학생이고, 남주인공 에드워드(에디)는 덴마크의 황태자로서 차기 국왕 승계자이다. 늘 스캔들을 몰고 다니는 그가 어느 날 충동적으로 정해버린 미국행. 전통과 의무와 카메라의 세례로부터 잠시 피신한 철없는 황태자의 하루 일과는 재밌었다. 첫눈에 끌렸던 페이지에게 되도 않는 희롱을 던져서 얼굴을 익히고(왕자님, 그건 명백한 성희롱이었어요, 떽!) 화학 실험실에서는 파트너가 되고, 구내 식당 알바자리에선 동료가 되어버린 그.  

처음엔 민폐대마왕이었던 이 왕자님이 때로 쓸모 있어질 때가 있으니 바로 문학 시간. 유독 셰익스피어에 약했던 페이지는 급기야 C등급을 받으면서 의대 진학에 적신호가 들어오자 바로 sos를 쳤다. 그러고 보니 햄릿의 왕자님은 덴마크의 왕자님이 아니었던가. 이런 기막힌 설정을 쓰고자 굳이 유럽의 여러 왕자님들 중 덴마크 왕자님을 가져온 것일까? 덴마크의 현 국왕은 여왕님이라고 하던데...^^ 

고전 문학 속에 깃들어 있는 은유의 표현들을 감미롭게 풀어주는 왕자님, 그야말로 그림이 되는 순간이었다. 철부지 왕자님이 정신만 차리면 제대로 완소 훈남이었기 때문에 뭇 여성들이 노리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페이지는 순발력도 있는 여자였다. 추수감사제 방학을 이용해서 낙농업을 하는 자신의 시골 집으로 초대를 한 것. 덴마크는 낙농업으로 유명한 나라인데 그녀의 집안 일이 왕자님께는 또 하나의 힌트가 되어주는 건 당연한 수순! 

대학생이긴 했지만 남자친구를 집으로 초대해서 며칠 동안 그 집 식구들과 함께 지낸다는 설정이 얼마나 부럽던지. 무척 자유분방하고 자연스럽고 낭만적이지 않던가. 여기서 또 평소 속도광이었던 왕자님이 한 건 해주신다. 털털거리는 경운기...는 아니지만 그 비슷하게 생긴 그 차 이름이 뭔지 모르겠다. 트랙터라고 해야 하나??? 



추수감사제를 지나면서 급속도로 뜨거워진 두 사람. 도서관에서 공부를 해보지만 책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같은 문장을 15차례를 반복해서 읽다가 마침내 책을 덮은 페이지! 그리하여 남친 손 이끌고 어둡고 깊숙한 서가로 들어가는데...... 

이 엄청난 서적의 숲에서 남녀상열지사를 찍을 셈이냐고, 책에 대한 모독이라고 거품을 물고 싶었지만 사실은 무척 부러웠노라고, 조금 더 진행하라고 열렬히 응원을 하고 싶었는데 아뿔싸, 왕자님 쫓아다니는 파파라치가 때.마.침 등장하는 게 아닌가! (버럭!)

그저 왕자병 끼가 있는 엄친아 정도로만 알았는데 정말 한 나라의 황태자라는 동화같은 설정에 여주인공 페이지 양 식겁하는 건 당연했다. 학업과 꿈을 위해서는 연예도 거절하고 살았던 현실주의자 그녀였지만, 그래도 사랑의 감정은 뜨겁기만 해서 비행기 타고 바다를 건너가게 만드는 열정도 거뜬히 심어주었다. 친구의 사랑을 위해서 카드를 탈탈 털어 (심지어 아빠 카드에 손까지 대어) 비행기 삯을 마련해준 페이지의 열혈 친구들. 위험하지만 멋지더라. ㅎㅎㅎ 

아, 그리고 덴마크에서 맞닥뜨린 황태자님!



직접 캡쳐를 한 게 아니어서 이 사진으로 대체했지만, 군중 속에서 페이지를 발견하고 손 내밀어 말에 태운 이 장면이 이 영화 전체에서 가장 멋있었다. 정말로 반갑고 기쁘고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표정이 에디에게 있었다.  

페이지 역을 맡은 줄리아 스타일즈는 빼어난 미인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무척 지적인 매력이 있다. 본 시리즈에서 그녀를 처음 보았는데 처음엔 주근깨 투성이의 그녀가 너무 못나 보였는데 시리즈 3탄 쯤에 이르니 제이슨 본과의 어떤 과거를 상상하면서 말하지 못하는 그녀의 입장을 되새기며 무척 눈길을 끌었었다. 영화의 제작 년도를 살피니 줄리아가 24세 때 쯤에 (남주인공은 29세) 찍은 영화인데 딱 그 나이 또래의 젊음과 생기가 반짝였다.  비록 저 사진으로 보면 뒤에 앉았음에도 얼굴이 더 커보인다는 애로사항이 있기는 하지만...  



21세기에도 유지되고 있는 왕족 일가라니, 그 로열 패밀리에 진입하기 위해서 외국인인, 그것도 미국인인 그녀가 치러야 할 관문은 무척 많을 것이다. 국왕 일가와 국민들의 승인(?)도 고난이고, 그녀가 지금껏 성실하게 가꾸어온 소중한 꿈과의 결별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의 외교관 황태자비처럼 신분과 직업이 잘 조화를 이루었다면 좋았겠지만, 국경없는 의사회 같은 활동을 꿈꾸어온 페이지에게 한 나라의 사랑받는 왕비 역할은 아무래도 힘들어 보였다.  (비록 삽질(!)에서 호감을 보여주긴 했지만.)

지금이야 죽고 못 살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으니 모든 고난과 시련을 다 이겨낼 것 같지만, 결국엔 포기했던 꿈과 열망들이 다시금 발목을 잡을 때가 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 참 조마조마했다. 그녀가 단숨에 프로포즈를 걷어찰까 초조했고, 또 너무 쉽게 왕비 자리에 주저앉을까 염려되었다.  

지혜롭고 현명한 페이지는 좀 더 현실적이고 좀 더 멋진 선택을 할 테지만. 



황태자의 여동생이다. 아직 12살이 채 되지 않은 어여쁜 소녀. 기다리고 기다리는 그녀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서 황태자는 어린 동생이 좀 더 자라면 왕위를 양보하는 것은 어떨까? 드라마 판 '궁'의 결말이 그랬는데 개인적으로는 원작보다 훨씬 더 맘에 드는 설정이었다.  

이름도 멋지구리 왕족다운 '에드워드'가 과거엔 여자 문제로 스캔들 꽤나 물고 다니던 인물이긴 했지만, 그건 그저 유명세로 인한 통과의례였다고 봐주자. 신혼여행으로 스페인으로 가자고 하면서 스페인 국왕이 섬을 빌려줄 거라고 말을 할 수 있는 남친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그쯤은 애교로 봐줘야 한다.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서 청소 시간에 틀어놓은 음악이 참 좋았는데 제목을 모르겠다. 그 노래가 혹시 나중에 무도회 때 특별히 요청한 그 노래였을까?  

저예산 로맨틱 영화인 이 작품은 처음부터 얼마나 말랑말랑 살랑살랑 왈랑왈랑 마음을 움직여주는 가가 관건이었는데 나로서는 그 지점을 제법 잘 채워주었다. 봄처녀의 가슴은 뛰는구나.

내 남자친구는 왕자님2도 있는데 남주인공만 같고 줄거리조차 소개되질 않는 걸 보니 아주 별로인 영화였나보다. 궁금했는데 1편으로만 만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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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4-26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봄처녀의 가슴을 설레게 할만한 영화였군요.^^

마노아 2010-04-26 12:26   좋아요 0 | URL
가끔은 이렇게 마약같은 환상도 필요해요. ^^ㅎㅎㅎ

turnleft 2010-04-26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맨 위에서 영화 이미지 보자마자, "아이고.. 도서관 장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ㅋ

마노아 2010-04-26 12:26   좋아요 0 | URL
명장면으로 꼽히고 있었군요.^^ㅎㅎㅎ

다락방 2010-04-26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도서관 장면이 제일 좋았어요. 서가에서 키스하는 장면 바로 그 전에, 책을 펴 놓고 같은 문장을 몇번이나 읽어대는 바로 그 장면요. 손을 놓을줄 모르던 그 장면. 아 생각하니까 또 미치겠네요. ㅎㅎㅎㅎㅎ

마노아님의 이런 엄청나게 흥분된(?)리뷰를 보니 디비디를 빌려드린 보람이 세차게 밀려와요!! >.<

마노아 2010-04-26 12:27   좋아요 0 | URL
두 사람의 달뜬 감정이, 주체할 수 없는 흥분과 열정이 아주 잘 표현되었어요.
그 순간에 멈출 수 있다면 인간이 아닌 거죠.ㅎㅎㅎ
다락방님께 보람도 주었다니 더 기뻐요. 아하핫...^^

구단씨 2010-04-26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아요. 다락방님 말씀처럼 도서관 서가 사이에서의 장면...너무 이뻤어요. 그리고나서 플래쉬가 막 터졌지만..ㅎㅎ 몇년전에 이 영화 보고 많이 설레였었어요. 물론 판타지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두근거림을 주는 것이 로맨스영화나 로맨스소설의 임무(?)가 아니겠어요? ^^
이 영화에서 남자배우 여자배우 처음 봤는데, 다른 영화나 미드에서도 살짝씩 보이더군요.
아,,,,,,,다시 또 보고 싶다. 가끔 케이블에서 해줄때 봤는데도 또 보게 되더라구요...

마노아 2010-04-26 12:27   좋아요 0 | URL
이 영화는 그야말로 로맨스 영화의 규칙을 다 지키면서도 식상함 대신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어요.
남주인공은 전에 본 적이 없는데 다른 데서 만나면 또 반가울 것 같아요.^^
 

요새는 커피를 열심히 마시고 있다. 진하게 못 먹는 나는 여러차례 우려내며 아주아주 옅게 마시고 있는데, 그날 먹은 커피가루는 다음 날 따로 통에 보관을 했다. 커피 향이 방향제 역할을 해줄 것 같아서. 

그런데 방금 어제 커피를 다시 옮기려고 통을 보니, 예쁘게, 예쁘게.... 

  

 

 

 

곰팡이가 피었다. -_-;;;; 

 

 

 

 

쏟아질까 봐 테이프 붙여서 갖다 버렸다. 덜 마른 걸 넣었나보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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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4-21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커피메이커로 커피 내리고 갖다 버리질 않아서 다음에 커피 마시려고 보면 곰팡이 핀 커피를 한두번 본게 아니에요. 엄마한테 항상 지청구 들어요. 대체 애가 왜 그렇게 드럽냐면서 ㅋㅋㅋㅋㅋ

마노아님은 아직 멀었어요. 그깟 곰팡이 한번 따위!

아, 나는 내 콘택트렌즈에 곰팡이 핀적도 있어요. 심지어 맨날 끼는데도!

마노아 2010-04-21 16:25   좋아요 0 | URL
헉, 맨날 끼는 렌즈에도 곰팡이가 피었어요? 단백질이 다락방님을 너무 사랑하는 것 같아요.ㅜㅜ

메르헨 2010-04-21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지난 주에 멀리까지 가서 사온 빵을 아끼다가...곰팡이 펴서 못 먹었어요.ㅜㅜ
슬펐어요. 아주 많이..ㅡㅡ아끼다...*된다는 옛말이 생각 나더이다.
그래도 커피..다 드시고 곰팡이 폈으니 얼마나 다행입니까요....^^

마노아 2010-04-21 16:26   좋아요 0 | URL
아, 아끼다가 버리게 되는 모든 것들, 넘흐 아까워요.
정말 커피 다 마시고 이리 된 거니 참으로 다행이에요. 으으으....

stella.K 2010-04-21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아깝습니다. 저도 커피 좋아해요. 하지만 인스턴트로 먹고 있죠.
커피는 역시 수프리모가 끝내줘요.ㅋㅋ

마노아 2010-04-21 16:26   좋아요 0 | URL
아직은 믹스 커피를 더 좋아하지만, 하루에 여러 잔 마실 수 없으니 믹스는 한 번만, 원두를 옅게 내려서 물처럼 마시고 있어요.^^;;

saint236 2010-04-21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하루에 거의 5~7잔 정도를 마시기 때문에 원두를 마십니다. 전 그냥 가져다 버리는데, 사용하고 난 원두를 재활용하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신문에 곱게 펴서 말려서 방향제로 사용하든지(마노아 님처럼 말리지 않고 락앤락 같은 곳에 넣어두면 곰팡이가 아주 예브게 핍니다. 필히 말려서) 아니면 화분에 넣을 흙과 섞어서 사용하던지요. 커피 찌꺼기가 꽤 좋은 거름이 된다고 하네요. 이것도 가급적이면 말렸다가 섞는 것이...이상 커피를 물처럼 마시는 사람의 경험에서 우러난 잡담이었습니다.

마노아 2010-04-21 17:04   좋아요 0 | URL
저도 말린다고 말린건데 어제 부은 게 덜 말랐던 것 같아요. 직장에서 커피 말리기는 힘들 터이니 이젠 그냥 버려야겠어요.^^;;;;
커피를 저랑 비슷한 맛으로 마시군요. 헤헷^^

무해한모리군 2010-04-21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벌레가 생긴적도 있어요 ㅎㅎㅎ

마노아 2010-04-21 17:04   좋아요 0 | URL
아아, 이 다양한 사례들....ㅎㅎㅎ

건조기후 2010-04-21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자그마한 접시에 살살 펴서 놔두면 마르면서 향도 나고 좋던데요^^ 곰팡이 핀 적은 없었어요.ㅎ

마노아 2010-04-21 18:58   좋아요 0 | URL
컵 받침대로 작은 접시가 하나 있기는 한데 잘못 건드리면 쏟을까봐서요.^^;;;
커피향 나는 방향제를 갖다 놓을까봐요. 저번에 비싸게 주고 산...ㅜ.ㅜ 게 집에 하나 있는데 말입지요.ㅎㅎㅎ

이매지 2010-04-21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즈도 곰팡이의 습격을 받은 커피메이커를 보고 기겁했던 기억이;;;
정말 일부러 배양을 해도 그렇게는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ㅋㅋㅋㅋ

직장에서 커피 말리기는 정말 좀 힘들죠^^;

마노아 2010-04-21 18:59   좋아요 0 | URL
아아, 이런 경험들이 드문 건 아니군요. 다행이라는 생각이...ㅋㅋㅋ
그렇지만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곰팡이였어요..ㅜ.ㅜ

카스피 2010-04-21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곰팡이 넘 무섭습니다.아 곰팡이 없는 집에서 살고 싶어요 ㅡ.ㅜ

마노아 2010-04-21 20:24   좋아요 0 | URL
커피에 핀 곰팡이는 버리면 되지만 집에 피는 곰팡이는 공포스러워요.ㅜ.ㅜ

개인주의 2010-04-21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말 하면 좀 실례되려나..
마노아님 참 귀여워요. 히히

마노아 2010-04-24 23:26   좋아요 0 | URL
곰팡이 덕분에 귀여워진 마노아였어요. 아하핫..ㅋㅋㅋ

L.SHIN 2010-04-21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곰팡이를 보았을 때의 마노님 얼굴이 상상되요.ㅎㅎ
그래서 방향제로 쓰려는 커피 가루는 구멍이 숭숭 뚫린 망 같은 것에 넣고 통풍 시키면서 해야돼요 ^^
나도 전에 투명 플라스틱 컵에 커피 가루 놓고 화장실에 놓았다가...그만 처참한 꼴을...-_-

마노아 2010-04-24 23:27   좋아요 0 | URL
통풍이 핵심이라는 걸 몰랐어요. 두번 도전할 엄두가...;;;;;
그치만 커피 향은 참 매력적이에요.
오늘 선물 받은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참 좋아요.^^ㅎㅎㅎ

세실 2010-04-25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곰팡이가 피었다가 왜 꽃이 피었다로 연상될까요~~
금요일 사무실에서 원두커피 내려 마신뒤 그대로 두고 월요일 출근했을때 곰팡이 피었던적 있었어요.
그날은 커피 마실 기분 안났지요.
아 말려서 두어야 하는군요. 가끔 커피 찌꺼기 냉장고에 넣어 두는데 그곳은 안전하더라구요.

마노아 2010-04-25 13:08   좋아요 0 | URL
근데 진짜 민들레 꽃씨처럼 예뻤어요. 막 곰팡이가 피기 시작한 무렵이었고 심하게 부패한 뒤가 아니어서 그랬나봐요.^^;;;;
냉장고는 온도가 낮아서 안전한가봐요. 앙, 직장에선 역시 여러모로 커피 방향제가 힘들어요.ㅎㅎㅎ
 

내 친구의 친구 짐을 한국에서 택배로 받아서 가져갔는데, 고맙다고 과자를 보내왔다. 가장 달지 않은 걸로 골라서 보내왔다고 했는데 던킨 도너츠를 꿀찍어 먹는 기분이랄까.... 암튼 이 과자와 우유로 아침 식사를 하고 부랴부랴 교회로 향했다. 

친구가 다니는 교회는 애굽 한인 교회. 내 친구는 머리가 엄청 긴 편인데 평소 머리카락에 대한 환상이 좀 과한 편이건만 본인 머리를 잘 꾸미지 못하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학창 시절에는 주로 내가 머리를 땋아주거나 묶어주거나 했는데 오랜만에 실력 발휘! 지하철 안에서 양쪽으로 디스코 머리를 땋았다. 최강 동안인 내 친구는 완전히 갈래 머리 소녀가 되었는데 조금 과장해서 빨강 머리앤 포스랄까... 

머리를 다 땋고 나서 시선을 돌리니 지하철 안에 있는 모든 이슬람 여성들이 다 우리를 주시하고 있는 거다. 어찌나 뚫어져라 보는지 얼굴이 화끈화끈. 이국 땅에서 머리 땋아주고 있는 동양 여인은 시선을 끌수 있다는 걸, 뒤늦게 인정했다. 나라도 쳐다봤을 거다.ㅎㅎㅎ 

볕이 따뜻했는데 예배드리는 장소는 실내라는 걸 깜박했다. 이날 나는 칠부 소매의 상의와 하의를 입었는데 아아아, 너무 추웠다. 준비 찬양 하는 내내 코를 훌쩍이다가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고, 돌아와서 찬양 몇 곡 부르다가 너무 추워서 소매 없는 목폴라를 다시 입으려고 화장실 다녀오기를 반복.  

교회의 내부는 마치 성당 같은 분위기였는데 때마침 실내 공사 중이어서 폐허가 된 건물 내에서 예배드리는 기분이었다. 이러다가 무너지는 것 아닐까 막 걱정까지 해버리고... 

오랜만에 코러스가 있고 멋진 반주가 있는 찬양을 들으니 참 좋았다. 이집트에 도착하고 여러 날이 지난 게 아님에도, 내가 가본 곳이 아주 많았던 게 아님에도, 단연코 이날의 찬양이 가장 감동적이었다고, 생각했다. 사막의 일몰과 일출보다도, 사막여우와의 조우보다도 더 뭉클한 무엇. 살짝 눈물이 났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내 영혼이 무척 갈급하구나... 엄마는 돌아오면 반드시 기도원도 다녀와야 한다고 여러 차례 못을 박았는데, 그런 소리 들으면 늘 싫기만 했는데, 이번엔 괜찮다고 느껴졌다. 더 많은 찬양과 기도와 말씀이 있는 곳에서 좀 쉬어야겠다고...... 

예배 마치고 환영의 인사 시간. 졸지에 일어나서 박수 받고 꽃도 받았다. 인증샷! 



교회 안에서의 일정을 다 맞추고 난 다음에는 간식 타임이 이어졌다. 빵과 커피를 나눠주는데 배고팠던 우리는 빵과 커피를 들고서 햇볕 아래에서 요기를 했다. 그야말로 광합성하며 배채우기! 사막에 같이 다녀왔던 두 분 자매님과 수다를 좀 떨고, 사모님이 대신 구입해주신 깍두기용 무를 들고서 귀가했다. 바람 잔뜩 먹은 이 무는 무지 무겁기만 하고 맛은 없었다는 후문이다. 그렇지만 무를 구입할 수 있는 마지막 시즌이었다고. 

친구는 한국에 있을 때는 차려주는 밥만 먹고 살았는데 이집트 가서는 장금이가 되어 있었다. 모든 김치 종류를 다 섭렵하고 많은 수의 손님을 한꺼번에 다 치를 능력을 갖추었으니 잡채 정도는 감탄 측에 속할 수가 없었다. 식혜가루도 들고갔는데 나 떠나고 난 뒤에는 식혜도 해먹었을 것이다.  

집에 돌아오니 시간이 애매하다. 우리는 오늘 모스크 투어를 하기로 했는데 이집트는 관광지에서 먹거리를 팔지 않아서 저녁 먹을 때까지는 공백이 너무 길었다. 그래서 간단히 라면을 끓여먹기로 했다. 컵라면은 좀 아끼기로 하고 삼양라면을 뜯어서 계란도 넣고, 한국에서 물어물어 사간 가쓰오부시도 집어넣었다. 심야식당만 생각했지 그게 그렇게 짜리라곤 예상을 못했던 게 큰 낭패. 겁나 짰다. 가쓰오부시를 넣으려면 스프는 1/3만 넣어야 한다는 짜디짠 체험을 얻었다나 뭐라나. 

점심을 해결하고 2시부터는 다시 모스크 투어에 돌입했다. 메트로에서 내려서는 꽤 걸었다. 햇볕이 좋았지만 거리가 너무 지저분했고, 오토바이들은 모두 곡예하듯 질주했고, 낯선 동양인이 지나가니 청소년들은 떼지어 몰려다니며 우리를 향해 고함을 친다. 뭐 별 얘기 없다. 치니(중국인?)? 자이니(일본인)? 

첫번째 모스크. 가마 사이이다 자이나브. 움 하시무(무하마드 손녀)로서 민중에게 공경받았다고, 가이드 북에 써 있었다.

이곳은 남녀의 예배공간이 구분되어 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데 신발 맡기면서 박시시를 건넨다. 가방도 검사했다. 전날 17년 가이드 집사님의 조언으로 목 마를 땐 물보다 오이!라는 명언을 실천하고자 들고 갔던 오이는 압수당했다..;;;; 



가끔 기회가 되어서 절에 가게 되면 뭔가 달뜬 기분이 되곤 했다. 향냄새를 좋아하진 않지만 향냄새가 나고 오래된 나무 냄새도 나고 새소리도 들리고, 아무튼 도시적인 것과 너무 다른 그 분위기에 도취되어 몹시 두근거리곤 했었다. 이곳 모스크에서도 꼭 그런 기분. 넓은 내부는 조용했고, 드문드문 사람이 있었지만 우리와는 너무도 다른 공간의 세계 사람들. 그럼에도 낯설거나 신기하기보다는 어쩐지 편안하고 친숙한 느낌이 들어서 그 기묘한 부조화의 조화가 즐거웠다. 



천장 무늬와 샹데리아가 특히 마음에 들었다. 저 천장을 배경으로 우리 사진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나오게 된 게 바로 요 사진! 

(사진 펑!) 

너무 어두워서 밝음 효과 두 번 줬더니 이리 환해졌다. 실제 내부는 훨씬 어두웠다. 

 

저 공간 너머가 남자들의 예배 공간이었다. 똑같겠지만 그래도 궁금해서 카메라를 바짝 대고서 찍어봤다. 

 

역시 똑같군!

이 안에 있는 동안 종교가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크리스트교라고 말하기가 조금 민망했는데 그네들의 반응은 아 그래요? 수준. 오래된 꾸란도 구경을 해보았지만 역시나 눈에 보이는 것은 온통 외계어 뿐. 내가 듣기로 모음이 없다고 하던데, 그래서 친구는 여전히 아랍어로 단어를 쓰려고 하면 힘들다고 했다.   



여기서 그림이 되는 건 역시 천장과 조명들! 





창문이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와 비슷했지만 일단 사이즈가 작고 생각외로 덜 예뻐보였다. 역시 천장이 짱!!

아아, 그나저나 아뿔싸. 모스크를 나오고 나니 친구 카메라도 먹통이 되어버렸다. 이 무슨 불상사란 말인가. 

우리가 기념 사진을 찍는 것을 누가 그리도 배아파하는 것인지...ㅜ.ㅜ 

그리하여 이때부터 우리에게 남은 건 오로지 내 핸드폰의 카메라뿐이건만. 피라미드와 사막에서 찍은 사진으로 이미 꽉 차서 저장 공간이 없었다. 부득불 덜 잘 나온 사진들을 지워서 공간을 만들었다. 이리 될 줄 알았더라면 연결잭을 가져왔을 텐데, 잭이 없으니 친구 컴이나 내 usb에 옮기지도 못했다. 아아, 안타까운 우리의 기념 사진들! 





아랍어는 연이어 써놓으면 도무지 알 수 없는 외계어지만, 저렇게 한 글자만 떼어놓으면 디자인적으로 참 예쁘다. 저게 모스크를 상징하는 어떤 표식인지 아랍어인지도 사실 구분할 재간이 없긴 하지만... 

발길 닿는 대로 쭈우욱 걷던 우리는, 너무 폐허로 변해버려서 도무지 모스크 같아 보이지 않던 어떤 건물을 발견했다. 여기는 뭐꼬? 



council이라고 적혀 있다. 의회? 뭐 그런 뜻?? 1200년 정도 된 건물이란 소린겨? 

호기심이 일어 안으로 들어가봤다. 쓰러지기 직전의 건물을 나무로 힘겹게 받쳐놓았고, 안은 예배의 공간으로 쓰이고 있었다. 역시 모스크인가? 

아아, 그런데 신발을 벗으라고 했다. 예배당이니 당연한 요구겠지만 인간적으로 정말이지, 너무 지저분했다. 여기서 신발을 벗는 순간 내 발을 통해 백만 스물 하나의 세균의 젖어들 것 같았고, 다시 신발을 신는 순간 그 신발도 똑같이 오염될 것 같았다. 안에 양탄자가 깔려있긴 했는데 천 년 동안 한 번도 안 빤 것처럼 때가 타있고 무엇보다도 축축했다. 오 갓! 그렇다고 도로 나가는 것은 또 예의가 아니지 않는가. 우린 울며 겨자먹기로 신발을 벗었는데 그 순간 머리 속이 마비. 빨리 나가야만 했다....;;;;; 

시간 관계상 많은 곳을 갈 수 없었던 우리는 목적지를 하나 정하고서 물어물어 그곳에 도착했다. 책자에서 말하는 설명을 알아듣지 못해 뱅뱅 돌다가 겨우겨우 도착한 가마 아흐마드 이븐 툴룬. 이블 툴룬 모스크는 카이로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모스크였다. 876년에서 879년에 완공되었다고, 역시 책은 말하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역시 신발부터 벗어야 했는데, 여긴 신발 위에 덧신을 신겨주는 체제였다. 당연히 공짜는 아니었고 박시시 요구한다. ㅎㅎㅎ 

신기하게도, 문 안으로 들어서자 온 주변에 고요가 내려앉았다. 외부 소음이 모조리 차단된 이공간. 여기선 오로지 신을 향한 경배만 해야할 것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는게 아닌가. 



사각형으로 회랑이 있고 그 안은 이렇게 밝은 햇볕 안에 노출되어 있었다. 이곳이 무대라는 듯, 내가 주인공이라는 듯.  

한 가운데에는 커다란 우물도 있었는데 워낙 넓어서 거기까지 가보는 데도 꽤 시간이 걸렸다. 물론, 지금은 물이 없었지만. 

책에는 위로 올라가는 공간이 있다고 했는데 아무리 둘러보아도 위로 올라가는 길이 보이지 않았다. 이때 등장한 한 무리의 서양 외국인 관광객들. 그 뒤꽁무니를 따라가다가 드디어 성채로 오르는 나선 계단을 발견했다. 올라가보니 완전 장관이다. 카이로 구시가지가 한 눈에 보이는 게 아닌가. 



곳곳에 모스크의 탑도 보이고 채 완성하지 못한 집들도 눈에 띈다. 카이로에서는 옥상이 모두 중단된 공사 현장처럼 철골이 드러나 있는 곳이 많았는데 돈이 되는 대로 수시로 건물을 올린다고 한다. 그래서 완성된 집의 형태를 보기가 어려웠다.  

(사진 펑!)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사진을 찍었다. 지금 내 핸드폰 바탕화면을 차지하고 있는 사진. 구도가 맘에 들었달까. 

여기에 올라와 보니 카메라의 부재가 더더욱 아쉽다. 다음 주에 남부 이집트를 다녀와서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한 번 더 오자고 친구랑 약속했다. 그때는 원없이 사진을 찍어보자고. 설마하니 그때도 카메라가 정신줄을 놓고 있다면 빌리던가 일회용 카메라를 살 생각이었다. 근데 일회용 카메라 파나? 팔겠지??? 



옥상 한 바퀴를 다 도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우린 여유를 잔뜩 부리며 저기를 걸었다. 아까 압수당했다가 되찾아 온 오이로 해갈을 하며 이렇게 사진도 찍어가면서. 



마치 1층에서 찍은 것처럼 나왔는데 나는 엄연히 2층에 올라와 있다. 아래 사람의 크기가 우리의 거리를 증명해주는구나. 

그런데, 옥상 회랑을 거의 반바퀴 돌았을 때 뒤에서 누군가 고함치는 소리가 들렸다.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어가 울리는데 설마하니 우리를 부르는 거겠어? 하고 무시하며 걷는데 계속해서 같은 목소리가 울린다. 혹시나 싶어서 돌아보니 우리를 부르는 게 맞았다. 4시가 넘어서 문 닫아야 하니 도로 나오란 소리였다. 아아, 이 한 바퀴를 다 돌수가 없다니... 역시 다음 주에 다시 와야만 해!!! 

돌아가려고 하니 다리가 엄청 무거워졌다는 걸 깨달았으나, 여기서 택시를 타면 비용이 어마어마하고, 메트로(지하철)는 너무나 멀어서 결국 거리 구경을 하면서 천천히 걸었다. 그때 발견한 웨딩샾. 



음, 뭐랄까... 어릴 적 갖고 놀던 미미 인형 같달까... 솔까말, 엄청 촌스러.....;;;;;; 

쿨럭, 그때 우리 맞은 편에서 오던 중년의 이집션이 자일리톨 비슷한 것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주워서 후후 불어서 털기에 먹으려나 보다 했는데, 그 사람 지나치고 나서 친구가 말한다. 자기가 계속 쳐다보았더니 '에잇!'하고선 땅에 버렸다고...  

아아,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 지못미!!! 

집에 돌아온 우리는 뒤늦게 양말의 공포에 다시 젖어들었다. 맨발로 밟았던 그 축축했던 카펫을 떠올리면서 현관에서부터 탈의!!! 

더운 물이 나오기를 학수고대해서 샤워를 하고 빨래도 했다. 왜 그런지 이유를 모르겠지만 더운 물이 나오기까지 한참이 걸렸고, 한 명 샤워하고 나면 또 한참 있다가 더운 물이 나와서 때로 우리는 찬물로 샤워하거나 머리를 감아야 했다. 이집트는 실내 난방이 되질 않아서 실내가 더 춥기 때문에 감기 걸리기 딱 좋은 상황이다.  

시간은 밤 10시를 향해 다가갈 때 오뎅국과 김치와 김, 그리고 파프리카를 고추장에 찍어서 맛있게 밥을 먹었다. 배를 채우고 나니 에너지가 생겨서 빨래를 좀 더하고 짐 정리를 했다. 막간을 이용해 친구는 깍두기를 담갔고, 나는 사진을 컴퓨터에 옮기기로 했는데 이번엔 친구의 노트북이 말썽이다. 오 갓...ㅜ.ㅜ 다행히 친구의 카메라는 다시금 작동이 됐다. 휴우... 그러나 여전히 꿈쩍도 않는 내 카메라... 너는 나를 끝끝내 배신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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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4-20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여행중이시구나?
멋진걸요. 배경도 주인공도^^*

마노아 2010-04-20 23:45   좋아요 0 | URL
거의 석 달 전 여행기를 뒤늦게 쓰고 있어요. 요번 것은 지난 1월 29일의 일이랍니다.^^

비로그인 2010-04-20 23:52   좋아요 0 | URL
어케 하면 이런 멋진 여행을 할 수 있는 거예요?
마노아님 아직 싱글?

마노아 2010-04-20 23:54   좋아요 0 | URL
아직 싱글이라는 것과, 이집트에서 근무하고 있는 친구를 둔 덕분이었죠.^^

순오기 2010-04-21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 여기를 가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니까 마노아님 여행기로 대신해요.^^
모스크는 참 멋지네요~ 천장도 예술스럽고!^^

마노아 2010-04-21 08:04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데이비드 맥컬레이의 '모스크'를 사놓고 못 읽었네요. 가기 전에 샀는지 다녀와서 샀는지...
아, 다녀와서 샀나보다...그거 읽고 후기를 썼으면 좀 더 내용이 풍성해졌을지도 모르는데...^^;;;

hnine 2010-04-21 0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끝에서 두번째 사진, 저도 깜빡 속았습니다. 모형 옆에서 찍으셨나 했어요 ㅋㅋ

마노아 2010-04-21 08:05   좋아요 0 | URL
어제 사진 올리면서 뒤늦게 너무 가짜 같아서 화들짝 놀랐어요.
피라미드도 스핑크스도 마치 합성 사진 같았는데 저기도 그러네요.^^ㅋㅋㅋ

메르헨 2010-04-21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기 하나씩 올리고 계시는군요.^^마노아님 덕분에 이집트 구경 하네요.^^

마노아 2010-04-21 13:34   좋아요 0 | URL
우리 같이 사진으로나마 감상해요.^^ㅎㅎㅎ

카스피 2010-04-21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스크는 여성은 못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여성들이 들어가는 사원도 있었나 보네요^^
웨딩샵이 화려하네요.근데 결혼식을 이슬람식으로 올리지 않고 서양식으로 올리나 보네요.

마노아 2010-04-21 13:35   좋아요 0 | URL
그래서 남녀 공간을 나눠놓은 걸까요?
신발 벗는 정도만 제약을 하더라고요.
여자 신도도 많을 테니 다른 모스크도 저러지 싶어요.
사진관에 걸려 있는 사진을 보더라도 화려하고 과감하게 어깨도 드러낸 신부들이 꽤 있었어요.

비로그인 2010-04-21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크티 빛깔의 도시로군요. 떠나게 하고픈 바람을 일으키는 페이퍼여요.

마노아 2010-04-21 13:35   좋아요 0 | URL
Jude님의 마음에 바람을 일으키다니, 제가 다 설레어요.^^

L.SHIN 2010-04-21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천장의 그림과 샹들리에가 너무 예뻐요. 특히, 샹들리에는 마치 우주선의 밑바닥을 보는 듯..ㅎㅎ
2. 마노님이 순간 거인이 된 줄 알았어요. 알고보니 이층 담 끝자락에 앉아서 찍는 바람에 1층의 건물이
작아 보이는 착시효과!
3. 아,정말 바비인형 옷 파는줄 알았다능...-_- 평소 아랍인들 수수하게 입는 거 같은데, 결혼할 때는 인형이 되..;;

마노아 2010-04-21 13:36   좋아요 0 | URL
우주선의 밑바닥! 역시 관심사가 남달라요.^^
일순 거인이 되어버린 마노아였어요. 사실은 어제 알아차린 거지만요.
카이로는 그래도 수도인지라 옷차림이 꽤 화려했구요, 더운 남부지방으로 가니까 옷차림이 아주 간단했어요. 통으로 된 원피스형 옷이 다였지요.
저들도 결혼식은 특별하게 진행하고 싶을 거예요.^^;;;

pjy 2010-04-21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부러운 여행~이집트~ 저도 꼭! 가볼랍니다..

마노아 2010-04-24 23:27   좋아요 0 | URL
헤헷, 꼭 다녀오셔요. 영감을 주는 나라였어요^^

세실 2010-04-25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집트를 언제 다녀오신거예요. 소리 소문없이 잉...
카이로 시가지 참으로 고풍스러워요. 아 멋지다!

마노아 2010-04-25 13:10   좋아요 0 | URL
앙, 소문 잔뜩 내고 다녀왔는데...ㅎㅎㅎ
눈으로 보는 것보다 사진이 좀 더 분위기 있게 나왔어요.^^ㅎㅎㅎ

같은하늘 2010-04-27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잉~~ 이 재미난걸 이제사 봤어요.ㅎㅎ 전 2층에서 찍은 마노아님 사진보고 갑자기 거인이 된줄 알았다는...

마노아 2010-04-27 09:35   좋아요 0 | URL
제가 졸지에 걸리버가 되었답니다. ㅎㅎㅎ
 

그림책 보는 걸 참 좋아합니다.  

그림이 좋은 그림책, 글이 좋은 그림책 모두 좋지요. 

각별히 모으는 책으로는 '전쟁'에 관한 것이에요. 전쟁을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평화'를 지향하지요.  

다음으로는 '통과의례'에 관한 책을 좋아합니다.   

짧은 페이지 안에서 함축적으로 말하기 힘든 내용이라고 생각하는데, 여기 그 어려운 이야기를 쉽고도 인상적으로 해주는 책들을 모아봤습니다. 모두 나의 완소 책들이에요.


17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모치모치 나무
다키다이라 지로 그림, 사이토 류스케 글, 김영애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12월
9,500원 → 8,550원(10%할인) / 마일리지 470원(5% 적립)
2010년 11월 07일에 저장
구판절판
한밤중의 나무 귀신보다 더 무섭고 두려운 건 유일한 가족인 할아버지와의 이별!
공포를 이겨내고 맞닥뜨린 건 산신령의 축제.
더 이상 한밤중의 나무 귀신을 만날 일이 없다.
달빛 별빛 찬란한 나무 등을 볼 것이다.
그래도 한밤 중 뒷간에는 할아버지와 함께!
부엉이와 보름달
제인 욜런 지음, 존 쉰헤르 그림 / 시공주니어 / 1997년 1월
8,000원 → 7,200원(10%할인) / 마일리지 400원(5% 적립)
2010년 04월 19일에 저장
구판절판
얼어붙을 것 같은 추운 날씨.
그러나 걸어야 하는 숲길.
필요한 것은 오로지 침묵.
마침내 다다른 정상에서 불러들이는 부엉이.
해냈다는 만족감과 자부심이 너를 더 키워줄 터.
아빠와 함께 걸었던 그 길을,
언젠가 너도 너의 아이와 걸을 테지.
네가 만났던 그 벅찬 감동을 다시 또 전달하면서...
매듭을 묶으며
테드 랜드 그림, 빌 마틴 주니어 외 글, 김장성 옮김 / 사계절 / 2003년 5월
10,500원 → 9,450원(10%할인) / 마일리지 520원(5% 적립)
2010년 04월 19일에 저장
절판

인생의 앞자락에는 더 많은 시련과 방해가 있을 터.
두려움을 벗겨내고 터오는 동의 찬란함을 온 몸으로 맞닥뜨릴 것.
푸른 색의 기쁨을, 그 강렬한 선망을 온 마음으로 받아낼 것.
어둠과 경주를 해서 이겨낸 그 강인한 용기에 갈채를!
숲 속에서
클레어 A. 니볼라 글 그림, 김기택 옮김 / 비룡소 / 2004년 8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0년 04월 19일에 저장
절판

따뜻한 집 밖으로 나가면 고생길이 훤하다.
그렇지만 두려움과 선망의 대상이 숲 속 저 너머에는 미지의 세계와 모험의 세계, 그리고 갈망의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가기 전에는 무섭지만 일단 다다르고 나면 평안과 안식도 만날 수 있다는 것.
도착하기 전에는 모르지만, 모르기에 더 도전할 가치가 있는 세계.


17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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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04-20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들만 고르셨어요.^^

마노아 2010-04-20 08:16   좋아요 0 | URL
헤헷, 완소 책들이에요~

순오기 2010-04-20 0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스트 제목이 멋져요~
읽은 책은 아홉 권~
알라디너의 리스트 찾아다니며 내가 읽은 책을 헤아려보는 것도 재밌네요.^^

마노아 2010-04-20 08:16   좋아요 0 | URL
그치요? 리스트 보다보면 꼭 세어보게 되어요. 단 한 권도 없을 때는 안타까워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