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 선생님이 다시 찾은 우리 문화 유산 이야기 샘터 솔방울 인물 2
한상남 지음, 김동성 그림, 최완수 감수 / 샘터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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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재벌은 하늘이 내는 거라는 말씀을 하시곤 했는데, 그 말은 듣기 싫었지만 간송 선생님같은 경우는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뜻이 있어도 경제력이 없으면 그 많은 문화재를 다 보호하지 못하셨을 것이고, 돈이 있어도 뜻이 없다면 의미있는 일에 쓰지 못할 테니 말이다.  

제목이 몹시 길어서 입에 착 붙지 않는 단점이 있다. 아무튼 다시 읊어보자. 간송 선생님이 다시 찾은 우리 문화 유산 이야기. 

선생은 일제 강점기 때 누구라도 쉽지 않을 우리 문화 유산 지키기에 혼신의 힘을 기울이신 분이다. 수만석지기인 두 할아버지 집안의 늦둥이로 태어난 그는 집안 어른들과 형제들이 모두 돌아가시는 바람에 아직 어리다할 나이에 엄청난 상속자가 되어버렸다. 그러나 재산을 허투루 쓰지 않고 외국인들에게 넘어간 우리 문화 유산을 되찾아오거나, 값진 유물들을 정당한 대가로 사오기, 그리고 지키기에 온 힘을 기울였다.  

한국사傳 전형필 편에 보면 경매 현장의 분위기를 재현해낸 부분이 있는데 제법 긴장감을 느끼게 하였다. 선생님이 지켜낸 보물들 중에는 이미 국보로 지정되어 우리 눈에도 익은 것들도 꽤 여럿 눈에 띈다. 김홍도와 신윤복의 풍속화가 대표적인데 덕분에 간송 미술관은 지지난 해 신윤복 열풍이 불 때 몸살을 앓다시피 했다. 너무 많은 관람객 때문에 말이다.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은 '고려청자'의 대표 예로 역시 우리 눈에 익숙하다.  

도자기, 그림, 글씨는 물론 탑도 되찾아 오셨다. 가장 유명한 것은 경천사지 십층 석탑인데 103쪽 사진에는 소재지가 '경복궁'으로 되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1층 홀에 모셔진지가 수년인데 옥의 티다. 탑을 해체해서 일본까지 실어간 나아쁜 사기꾼은 일본 측에서도 얼굴 팔리는 일로서 결국 고국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탑조차 가져갈 수 있었던 그들이었으니 좀 더 가벼운 것이라면 무엇인들 못 가져갔을까.  

일제 강점기 때도 살아남았던 보물들이 한국 전쟁 때 유실되거나 파손된 일들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었다. 이때 보물 지키기에 또 목숨을 걸었던 분이 손재형과 최순우. 최순우 씨의 이름을 여기서 만나니 무척 반가웠다. ^^ 

책은 전기로도 읽히고 역사책으로도 읽히고 예술서적으로도 읽힌다. 어느 쪽이든 유의미한 독서가 될 테니 문제 없지만, 126쪽에 보면 조금 걸리는 표현이 있다.  

원자 폭탄이 떨어지고 일본의 패배가 확실해졌을 때, 조선 총독 아베는 일본에 협력할 우리 나라 인사를 물색했습니다. (126쪽)

일본에 협력할 인사를 물색했다고 쓰니까 어쩐지 여운형 선생님의 모양새가 좀 우스워지는 느낌. 읽기에 따라서 사실이 좀 왜곡되어 느껴지지 않을까? 

이 책은 할인률이 꽤 좋았는데 5월되면서 갑자기 할인율이 떨어지면서 값이 올라갔다. 덕분에 사서 보려던 게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신청한 것도 나니까 별 차이는 없지만.. ^^ 

해마다 두차례씩 보름 동안 전시회를 가지는 간송 미술관인데, 지금 때마침 전시 중이다. 입장료도 없고 홈페이지도 없다. 그렇지만 찾아가는 게 어렵지는 않다. 4호선 한성대 입구에서 마을버스를 한 번 타도 좋고 걸어도 그리 멀지 않다. 돌아오는 가을에는 또 어떤 전시회가 열릴 지 자못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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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찌 2010-05-26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송미술관 꼭 가보고 싶었는데 좋은 정보 감사해요~

마노아 2010-05-26 14:59   좋아요 0 | URL
네, 즐겁게 다녀오셔요.^^

순오기 2010-05-26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에 '선생님'만 안 넣었어도 입에 착 붙는데 그랬어요.ㅜㅜ
한국사전에서 전형필 봤어요. 그많은 재산을 의미 있는 일에 썼으니 위인이 따로 없지요.
부정한 방법으로 상속하는 그 인간들과 비교되죠.

마노아 2010-05-26 19:55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제목 센스가 좀 부족했어요.^^;;;
이 책 스타일에서는 김동성 작가님 그림이 빛날 여지가 별로 없더라구요. 아무래도 분위기가요. 그것도 좀 아쉬웠어요.^^
이런 분들이 거부가 되어야 하는데, 참 엄한 사람들이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서 탈이에요..;;;
 
누에가 자라고 자라서 - 곤충아줌마가 들려주는 누에 이야기
정미라 지음, 박지훈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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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규진이가 곤충이나 애벌레 키우는 것을 좋아하는 재진이에게 내민 선물은 바로 누에!
같은 반 동무들의 놀라는 모습이 실감난다. 나라도 그랬을 것 같다.^^

초등학교 3, 4학년 때 옆집의 커다란 나무가 우리집 쪽으로 온통 가지를 드리웠는데 하늘을 바라보면 바로 옷 속으로 송충이가 툭 떨어질 만큼 송충이가 많았다. 당연히 나방도 많았다..;;;;
징그럽고 무서워서 슬리퍼 손에 끼고 무진장 죽였던 기억이 난다. 결국 1년 뒤에 그 집 아저씨가 나무에 석유 뿌려서 아예 나무를 죽였던 기억이 난다. 그 송충이가 누에랑 비슷하게 생겨서, 도저히 누에도 좋아지지가 않는다. 몇 해 전 조카가 어린이 집에서 어린이 날 선물로 누에를 바다왔는데 그거 키우느라고 식겁했던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

아무튼, 우리의 주인공은 엄마와 함께 열심히 누에를 키웠다.
뽕잎을 먹고 열심히 자라는 녀석들.
이 녀석들 먹성이 좋아서 뽕잎도 금세 동이 난다.
우리 집도 뽕잎 다 떨어져서 언니네 집에 도로 가져가라고 했더니, 다음 날 뽕잎을 아예 봉투 째 들고 왔더라는...;;;;;

가족과 친구들을 동원해서 뽕잎을 사수하고 있다.
뽕나무 열매 오디를 따 먹어서 입 주위가 까맣다.
먹어보지 못했는데 정말 맛있을까?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 앞 육교 위에서 번데기를 100원어치 샀는데, 마주오던 친구 하나가 그거 '진짜' 번데기라고 해서 충격 먹고 다 버렸던 기억이 난다. 생긴 것만 번데기 닮은 건 줄 알았지 그게 진짜 번데기인 줄 내가 알았나. 우리집 송충이가 생각나서 도저히 먹을 수 없었다. 그 후 20년 동안 못 먹었다. 앞으로도 별로 먹고 싶진 않다..;;;

옷을 네 번 갈아입고 다섯 살이 된 누에들.
녀석들 똥도 많이 싼다. 하하핫.

하얀 실을 뽑아내고 있는 누에들
우리 집에서 키운 누에 두 마리 중 하나는 고치를 감기도 전에 죽었고,
한 마리는 고치를 다 감아서 번데기 탈피하다가 나방이 된 채 죽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좀 불쌍하단 생각도 아주 조금 든다. 조오금...

멀리서 보면 달걀 상자에 달걀 든 것처럼 보인다.

고치를 뚫고 나온 누에나방
아, 이렇게 확대해서 보니 더 무섭다..ㅜ.ㅜ
'똥떡' 이후 최대의 위기다!

고치에서 시작되어 나방을 거쳐 짝짓기 후 알을 낳아 다시 누에가 되어 실 만들기까지의 일생을 담았다.
조카의 애벌레가 나비가 될 줄 알고 나름 열심히 지켜보다가 결국 나방이 된다는 소리에 화들짝 놀랐던 씁쓸한 기억이...
나방 입장에선 몹시 기분 나쁘게 들리겠지? 그렇지만 나방과 나비는 이름부터 뭔가 감이 확 다르게 다가온다. 미안, 나방!

아이가 곤충이든 애벌레든 나처럼 혐오감 느끼지 않고 맘껏 관찰하고 또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좋은 것 같다. 지난 번 골든벨에서 울 학교 학생은 애완용 뱀을 들고 나왔다. 녀석은 뱀이나 지네, 거북이 등을 키우는데 그 학생보다 그 집 부모님이 더 대단해 보였다. 나같으면 절대로 찬성 못할 것 같다. 아무리 독이 없는 '애완용' 뱀이라 할지라도...;;;;

나는 좀 무서웠지만 어린이 친구들은 좋아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울 언니는 무척 재밌게 읽어서 어여 보라고 울 집에 두고 갔다.

참, 맨 뒤 누에가 사람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 6개로 정리해 두었는데 읽어두면 유용하다.
1. 누에똥은 가축 사료나 연필심 만드는 데 쓰여요.
2. 번데기는 단백질이 풍부한 간식으로 쓰여요. 비누와 식용유를 만드는 원료로도 쓰입니다.
3. 고치에서 나온 실은 비단이라는 섬유의 원료가 되지요.
4. 동충하초(곤충의 시체에서 자라는 버섯)는 약용으로 사용돼요.
5. 누에를 이용해서 다양한 식품을 만들기도 합니다.
6. 어린이들이 쉽게 기를 수 있는 애완곤충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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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5-24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서 시골 살 때, 우리집 누에를 엄청 많이 쳤어요~ 잠사도 아래채에 따로 지어 놓고 살았으니까, 학교 갔다 오면 뽕 따는 게 일이었어요. 오디는 정말 맛있어요~ 달콤하죠.^^

마노아 2010-05-24 00:20   좋아요 0 | URL
와, 제법 규모가 있었군요. 그래서 물레도 돌려보시고...
오디 열매 기회 되면 먹어봐야겠어요. 궁금하네요.^^

bookJourney 2010-05-24 0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보면 싫을 것 같은데 어렸을 때 봤던 누에는 그렇게 이상하지 않았어요. 뽀오얀 고치는 만지작거리며 놀기도 했었는걸요~. 까맣게 익은 오디는 정말 달콤하고 맛있지요.
얼마 전 동학사 가는 길에 오디를 팔기에 어렸을 적 먹었던 오디를 기억하고 사먹었는데 이맛도 저맛도 아닌 밍숭밍숭한 맛이어서 속상했어요. 혹시 오디도 중국산을 수입하는 것이 아니냐며 투덜댔던 기억이 ... --;;

마노아 2010-05-24 17:55   좋아요 0 | URL
뽀오얀 고치라고 발음하니까 어쩐지 막 사랑스러워져요. 실제로 보고서도 그리 말할 지 모르겠지만 상상 속에서는 예쁘기 그지 없네요.^^
아, 오디라고는 모르는 제가 나중에 먹어볼 녀석도 맛이 없다면 일단 중국산을 의심해 보겠어요. 어휴, 오디 맛 더 궁금해요.^^

pjy 2010-05-24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디보단 번데기 올인이었는데요~ 예전만큼 영양가 넘치거나하진 않지만 그 짭조롬한 맛을 좋아합니다^^

마노아 2010-05-24 17:55   좋아요 0 | URL
특히 냄새가 죽여요. 냄새가 폴폴 풍기면 식욕을 자극해요.^^ㅎㅎㅎ

같은하늘 2010-05-25 0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디는 구경도 못해봤지만 번데기는 지금도 즐겨 먹어요.ㅎㅎㅎ

마노아 2010-05-25 08:18   좋아요 0 | URL
번데기를 무서워한 인간은 정녕 저밖에 없는 겁니까! ㅋㅋㅋ

찌찌 2010-05-26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디는 맛나지만 번데기는 질색입니다.

마노아 2010-05-26 15:00   좋아요 0 | URL
오디가 점점 궁금해지고 있어요.^^
 
짜장면 더 주세요! - 중국집 요리사 일과 사람 1
이혜란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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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사람 시리즈 첫번째. 중국집 요리사 편이다.
작가님의 전작에도 중국집을 하시는 부모님이 등장하는데, 이번에도 중국집을 하시는 두 분 부모님이 모델이 되었다.

9칸으로 구성된 각각의 그림에 의성어와 의태어가 식욕을 잔뜩 돋운다.
탁탁탁탁
슥스윽
딱! 화아악
탁, 쭉! 척척척
조물조물
짜아아 쉬익
짜르륵 화르륵
보글보글 짜아아
좌르르륵!

책에서는 글자 크기까지 조절해서 더 생동감 있게 표현되었다.
아, 갑자기 중국 요리가 너무 먹고 싶어진다!

아빠의 하루 일과는 장보기로 시작한다.
강희도 아빠 따라 시장 순례~
양파는 중국 요리엔 모두 들어간다.
대파는 흰 쪽이 반질반질해야 좋고,
홍합, 피조개, 대합 같은 조개들은 입을 꼭 다물고 있는 것으로 산다.
문어는 살아 있는 걸로 사야 한다.

해물이랑 고기는 장바구니에 담아서 집으로 출발하고 나머지는 트럭으로 배달!

엄마가 중국집 사장님이지만 부엌에서는 아빠가 대장!
가득 쌓여 있는 접시더미와 두꺼운 나무로 된 도마가 인상적이다.
공룡을 좋아하는 어린 동생은 놀자고 성화고,
초등학교 3학년인 강희는 부모님 돕기에 열성이다.

한 번에 10인분 분량으로 양념을 미리 만들어둔다.
그리고 주문 들어오면 바로 국수 만들어서 양념을 부어서 내가는 체제
짜장면보다 짜장라면이 더 맛있다고 한 동무의 코를 납작하게 해준 에피소드가 재밌다.
그럼그럼. 짜장라면이 아무리 머리 말고 와서 덤벼도 짜장면을 이길 수 없지. 하하핫!

첫 손님을 마수손님이라고 하는데, '마수'라는 단어에 대한 설명도 같이 해줬으면 좋을 뻔 했다.
가장 반가운 마수손님은 상주와 아기 업은 사람이라고 한다. 상주 손님에겐 밥값을 받지 않는다고 하니 자신들이 내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위로일 것이다.

점심시간이 되어 신흥반점을 가득 채운 손님들.
단무지 더 달라고 성화에, 가장 빨리 되는 게 뭐냐고 묻는 손님들.
한쪽에선 전화 주문 받기 바쁜데 유리문 너머 부엌에서 아버지는 춤을 추고 계신 걸까???

그럴 리가. 바로 수타면 뽑고 계신 중.
TV에서도 곧잘 보곤 했지만 저렇게 치댄 국수 반죽이 여러 가닥으로 갈라지는 건 다시 생각해봐도 참 신기하다.
한 그릇에 128가닥이 들어간다고 한다. 2의 몇 승이더라???

차림표를 가득 메운 메뉴들.
개인적으로 물컹물컹한 해물을 먹지 않으므로 이 중에서 나의 식욕을 당기는 것들은 많지 않다.
그리하여 나의 최고 메뉴는 오래도록 짜장면!(자장면이 아니라!)
요새는 볶짜면도 사랑해 주고 있다. ^^

3분이 넘으면 국수가 불어서 맛이 없다고 하는 아빠.
3분 동안 국수 뽑고, 3분 동안 요리하고, 다시 3분 만에 배달 완료하는 그대는 진정 중국 요리의 달인!
배달 길목 사이사이 이야기들이 숨어 있는데, 웃음과 해학과 따뜻한 정도 깃들어 있다.
내가 이 동네 산다면 이 그림책을 보면서 무척 기분이 좋을 것 같다.
실제로 작가님 동네를 모델로 그린 게 아닐까?

마지막 손님이 가고 설거지도 끝나면 빠르게 하루를 마무리한다.
엄마가 부엌 정리하는 동안 아빠는 가게를 쓸고 닦고,
강희는 방을 닦으면서 잠잘 준비를 한다.
어린 동생은 여전히 공룡놀이 중!
이럴 땐 첫 아이가 누나인 게 부모 입장에서 무척 고마울 것 같다. ^^

3초만에 곯아 떨어지는 아빠. 발바닥의 굳은살이 실감난다.
무거운 팬을 잡아서 오른팔보다 유독 두꺼운 왼팔에 믿음이 간다.
피곤해도 장부 정리는 꼭 마쳐야 하는 엄마의 피곤한 얼굴에도 역시 신뢰가 간다.

이사 가면 제일 먼저 알아둬야 할 첫번째 전화번호가 맛있는 중국집이 아니던가. 우리 동네는 꽤 오랫동안 너무도 맛없는 중국집들만 남아 있어서 힘들었는데 최근엔 제법 괜찮은 중국집이 생겼다. 십여 년간 어찌나 힘들었던지...(그럼에도 아니 먹지는 않았다. ^^ )

하나의 이야기로서도 훌륭한 책이지만 '일과 사람'이라는 주제를 잘 표현해주고 있어서 더 만족스러운 그림책이었다. 다음 번 일과 사람도 몹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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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5-24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가 전에 올린 그림책 '우리는 가족입니다'의 이혜란 작품이네요.
작가의 집이 '신흥반점'이었대요.
우리는 가족입니다, 표지에 신흥반점이라고 커다랗게 써 있는데... 이 책에서도 나오지 않을까요?^^

마노아 2010-05-24 00:1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신흥반점.^^
언니네 집에서 잘 때 그 책을 읽었는데 리뷰는 쓰지 못했어요. 짠하더라구요.
작가님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내용이라 더 울림이 있나봐요.^^

같은하늘 2010-05-25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과 사람 시리즈에 앞으로 어떤 직업들이 소개될지 기대되요.

마노아 2010-05-25 08:17   좋아요 0 | URL
저도 무척 기대되고 있어요. 기획이 아주 훌륭해요.^^

희망찬샘 2010-05-26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한 게 있어요. 마노아님은 이 많은 책 다 사서 보시나요? 빌려서 보시나요? 갑자기 막 궁금합니다. 사계절에서 신간 나왔다는 소식 들었는데, 리뷰 올리는 속도가 빠릅니다. 잘 지내시지요? 인사하러 들어 왔어요. 잊을만 할 때 한 번 인사 해 주는 센스~

마노아 2010-05-27 00:14   좋아요 0 | URL
오랜만이에요, 희망찬샘님, 반갑습니다.^0^
요 책은 언니가 사서 제가 빌려 읽은 책이에요.
저는 중고샵에서 책을 많이 사는 편이에요.
학교 도서관이랑 지역 도서관도 병행해서 빌리고 있고요.
사는 속도가 읽는 속도보다 빨라서 책이 늘 쌓여요.(>_<)
 
D에게 보낸 편지 - 어느 사랑의 역사
앙드레 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학고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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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편지 글이다. 'D'란 이 글을 쓴 앙드레 고르의 부인 도린을 가리킨다. 이 책을 관심갖게 만들었던 어느 리뷰의 제목 때문이었다. '당신을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지 않던'...으로 진행되던 제목. 직접 지은 것이라 생각했는데 본문 중에 그 대목이 나온다. 여전히 가슴을 울리는 통증을 주었다. 당신을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라니... 

지은이 이력이 놀랍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사상가이자 언론인.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대인으로 독일군 징집을 피하기 위해 스위스로 갔고 다시 파리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영국인 아내를 만나 2년 뒤 결혼했다. 아내는 고르의 협력자이면서 위로자였고 경제적 후원자이기도 했다. 유능하고 우아하고 검소하기까지 했던 부인. 그 아내가 불치병에 걸리자 사르트르로 하여금 '유럽에서 가장 날카로운 지성'이라 평가받았던 이 사상가는 모든 공적인 활동을 접고 20여 년간 아내를 간호했다. 그러다가 2007년 9월 22일에 자택에서 아내와 동반자살했다. 이 책은 그가 죽기 1년 전에 아내를 향해 썼던 편지글을 모아 출판한 것이다.(출판은 그들이 살아있을 때 이뤄졌다.) 

존댓말로 진행되는 이 편지는 그들의 첫 만남부터 인생의 황혼에 이르기까지의 긴 여정을 담고 있다. 그들은 거의 60년 동안 삶을 함께 나눴다.  그런 아내에게 바치는 연서는 그 자체로 고품격이었다.

당신은 이제 곧 여든 두 살이 됩니다. 키는 예전보다 6센티미터 줄었고, 몸무게는 겨우 45킬로그램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자연스러운 문장의 매끄러움은 번역자의 공도 상당 부분 차지할 것이다. 이런 존댓말 어투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고르의 편지 곳곳에서는 아내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가득 묻어난다.  

   
 

 직관도 감동도 없다면 지성도 없고 의미도 없음을 당신은 인지과학을 공부하지 않고도 알았던 것입니다. 당신의 판단은 전달될 수 있지만 증명해 보일 수는 없는, 그러나 당신이 몸소 겪어 얻은 확신의 토대 위에 서 있었습니다. 이런 판단의 권위-그것을 '윤리'라고 합시다-는 논쟁할 필요도 없이 저절로 생기는 것입니다. 반면 이론적 판단의 권위는 논쟁으로 설득시키지 못하면 무너지고 맙니다. "왜 당신은 항상 옳은 거지"라는 내 말에 다른 의미는 없었습니다. 당신에게 내 판단이 필요하기보다는, 내게 당신의 판단이 더 절실하게 필요했던 것이죠. – 53쪽

 
   


어려서 이미 어른을 믿지 않는 아이로 성장했던 아내는 상처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을 어루만져 주는 평온함을 지녔다. 독일어를 배우고 싶어했던 그녀가 남편을 생각해서 포기하는 모습은 희생이라는 말보다 사랑이라는 말이 더 어울려 보였다. 

   
 

 당신은 베케트, 사로트, 뷔토르, 칼비노, 파베제를 읽었습니다.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강의도 들었어요. 독일어를 배우고 싶어해서 필요한 책을 사기도 했지요. 나는 말렸습니다. "나는 당신이 독일어를 한마디라도 배우는 게 싫소. 난 다시는 독일어를 하지 않을 거요." 당신은 '오스트리아 출신 유대인'의 이런 태도를 이해해주었습니다. – 50쪽

 
   


남편이 논문을 완성하고 여러 권의 책을 완성하는 동안에는 그녀가 그 시간들을 뒷받침해주고 견뎠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아내가 불치병에 걸려 고통스러워할 때는 남편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그녀만 바라보며 헌신했다. 이렇게 이상적인 부부가 있을 수 있을까.  

당신 없는 나를 상상하지 못하고, 나 없는 당신을 견뎌내지 못했던 그들이 선택한 것은 결국 동반자살이었다. 여든 둘, 여든 셋에 이른 나이였으니 단명은 아니건만, 그럼에도 스스로 택한 죽음은 분명 안타까움을 동반한다. 그렇지만 이들에게 있어서 죽음은 단절이 아닌 영원한 동행으로 느껴진다.  

문득 넬의 '멀어지다'란 노래가 떠올랐다. 노래 가사에 보면 어쩌면 우린 사랑이 아닌 집착, 욕심, 운명이 아닌 우연, 영원이 아닌 여기까지인가 보다란 읊조림으로 마무리된다. 씁쓸하고 쓸쓸한 노래다. 그래서 더 오래 남기도 하지만. 

반면 이들의 사랑은 집착이 아닌, 욕심이 아닌, 우연이 아닌, 영원의 사랑인 것이 아닐까. 90쪽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책, 그러나 편지라고 한다면 무척 길 이 연서의 마지막 사진이 그들의 분위기를 대변한다.  



책 표지의 젊었을 적 모습보다 황혼의 이들이 더 빛나고 아름답게 보인다. 서로의 깡마른 어깨에 기댄 우정과 연민과 사랑의 감정의 진하게 전해온다.  

그들의 삶을 대변한 이 한 문장을 오래오래 기억해야겠다.  

There is no wealth but life. 

서로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준 오랜 연인에게 경의의 박수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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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에게 보낸 편지 - 어느 사랑의 역사
앙드레 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학고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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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에 이미 당신은 그 어떤 어른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던 것입니다. 대부가 바보 취급했던 담임선생도, 당신을 인질로 잡은 셈이었던 부모도, 어느 날 대부의 집으로 찾아와 유대인에 대해 독설을 퍼붓던 목사도 믿을 수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당신이 목사에게 "하지만 예수님도 유대인이었어요!"라고 하자 목사가 이렇게 대꾸했다지요. "얘야,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시란다."-20쪽

어른들의 세계에 당신의 자리는 없었습니다. 당신은 강하게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습니다. 당신의 세계 전체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태였으니까요. 난 항상 당신의 힘을 느끼면서 동시에 그 밑에 숨은 당신의 연약함도 느끼곤 했습니다. 당신이 극복해낸 그 연약함을 난 사랑했고, 당신의 연약한 힘에 놀라곤 했습니다. 우리는 둘 다 불안과 갈등의 자식이었습니다. 우리는 함께, 서로가 서로에게 힘입어, 이 세상에서 있을 자리를 만들어야만 했습니다. 애초부터 우리에겐 없던 자리를 말입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우리의 사랑이 사랑일 뿐만 아니라 일생 불변하는 계약이 되어야 했습니다.-20-21쪽

나는 궁지에 몰리고 말았습니다. 당신의 신뢰는 내게 위안은 될망정 안심은 되지 못했습니다.-42쪽

당신은 베케트, 사로트, 뷔토르, 칼비노, 파베제를 읽었습니다.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강의도 들었어요. 독일어를 배우고 싶어해서 필요한 책을 사기도 했지요. 나는 말렸습니다. "나는 당신이 독일어를 한마디라도 배우는 게 싫소. 난 다시는 독일어를 하지 않을 거요." 당신은 '오스트리아 출신 유대인'의 이런 태도를 이해해주었습니다.-50쪽

직관도 감동도 없다면 지성도 없고 의미도 없음을 당신은 인지과학을 공부하지 않고도 알았던 것입니다. 당신의 판단은 전달될 수 있지만 증명해 보일 수는 없는, 그러나 당신이 몸소 겪어 얻은 확신의 토대 위에 서 있었습니다. 이런 판단의 권위-그것을 '윤리'라고 합시다-는 논쟁할 필요도 없이 저절로 생기는 것입니다. 반면 이론적 판단의 권위는 논쟁으로 설득시키지 못하면 무너지고 맙니다. "왜 당신은 항상 옳은 거지"라는 내 말에 다른 의미는 없었습니다. 당신에게 내 판단이 필요하기보다는, 내게 당신의 판단이 더 절실하게 필요했던 것이죠.-53쪽

당신은 '다른 세상'을 보고 온 사람입니다. 한 번 가면 아무도 못 돌아오는 나라에서 돌아온 사람입니다. 그 때문에 당신의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우리는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낭만적 영어로 하면 이렇게 요약되지요.

There is no wealth but life.
"삶이 없는 한 풍요도 없다." 존 러스킨이 한 말.-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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