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머니 속의 귀뚜라미 초등학생이 보는 그림책 6
레베카 커딜 지음, 에벌린 네스 그림, 이상희 옮김 / 사계절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꼬마 소년 제이는 아버지 어머니와 함께 골짜기에 있는 낡은 농가에서 살고 있었다. 제이의 나이는 여섯 살. 학교에 들어가기 직전이다.   



벽에 기대어 나뭇가지를 다듬고 있는 포스가 허클베리 핀을 연상시키는 악동의 모습이다. 그렇지만 제이는 호기심 많고 관찰력이 뛰어난 아이지만 못 말리는 악동은 아니었다.  



여느 때처럼 소떼를 데리러 목초지로 향하는 제이. 시선이 닿는 곳마다 온통 관심을 끄는 것들 뿐이다.  

흙먼지에 찍히는 자기 발자국과 거미줄 사이에서 잠들어 있는 잿빛 거미, 연분홍 꽃에서 꿀을 팔고 있는 노랑 나비까지...  

(이 그림이 있는 옆 페이지의 마지막 줄에 오타가 있다. '펼쳤다간'>>>'펼쳤다가')



언덕 아래 오솔길을 가로지르는 시냇물. 발목에 부딪쳐 잔물결을 일으키는 맑은 물에 흙먼지가 깨끗하게 씻겨나간다. 

물을 표현한 색깔이 황토색이어서 맑은 느낌은 덜하지만, 잔잔한 물결이 주는 느낌은 실감난다.  

물 속에서 주운 납작한 돌멩이 하나. 뒤쪽에 고사리무늬가 찍혀 있다. 돌멩이도 제이의 호주머니 속으로 풍덩~ 

잿빛 거위 깃털도 제이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신세~  

콩꼬투리에서 떨어진 서늘한 콩도 제이의 호주머니를 비켜가지 않는다.



아삭아삭 사과를 먹으며 골짜기를 내려다보는 제이. 길 끝에 하얀 학교 건물이 보인다. 아마도 제이가 곧 입학할 학교일 테지. 

암소들이 먼저 앞서 걷고 제이도 그 뒤를 따른다. 길게 이어진 길의 원근감이 멋지다.  

많은 색을 쓰지도 않았고, 복잡한 그림도 아니건만, 이 단순하고 명쾌한 그림이 주는 여운과 감동이 깊다. 

아마도 판화기법을 쓴 것 같은데 그래서 더 깔끔하게 느껴지나보다.  



돌아오는 길에 친구가 된 귀뚜라미. 당장 내버리라고 하지 않고 귀뚜라미를 기를 집이 필요할 거라며 차 거르는 망을 주신 멋진 어머니. 

제이는 바지 호주머니에다가 차 망 손잡이를 꽂았다. 불쑥 튀어나온 귀뚜라미 집이 보이는가. 



귀뚜라미는 제이가 준비해준 저녁을 손도 대지 않다가, 제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야금야금 먹어치운다. 귀여운 녀석! 

밤이 깊었다. 주변이 캄캄해지자 귀뚜라미가 노래를 한다. 귀뚤! 귀뚤! 귀뚤! 

문득 미야자와 켄지의 첼로 켜는 고수가 떠올랐다. 나도 같이 연주하고 노래를 불러주고 싶은 마음~ 



제이도 마찬가지였나보다. 귀뚜라미처럼 폴짝폴짝 뛰는 얼굴의 저 웃음이라니! 괴물들이 사는 나라의 그 꼬맹이 임금같은 표정이 아닌가! 



며칠 뒤 제이는 드디어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주머니 속의 온갖 예비 보물들을 다 내려놓고 귀뚜라미 친구를 넣어 왔는데, 이 녀석이 어두운 주머니 속에서 자꾸 노래를 부르니 모두의 시선은 쏠리고, 난감한 제이는 저리 위축된 모습이다. 얼마나 애가 타고 긴장이 될까.  



선생님은 당연히 귀뚜라미를 밖에 내다 놓으라고 하신다. 그럴 수 없다고 말하는 제이. 

선생님의 뒷태와 포스만 생각하면 B사감과 러브레터를 떠올릴 법하건만, 이 선생님 정말 멋진 분이시다.  

제이가 귀뚜라미와 함께 수업을 할 수 있는 묘안을 제시하신 것!  

졸지에 제이는 수업의 주인공이 되었다. 귀뚜라미 친구도 더불어서. 

만약 나였다면, 일단 귀뚜라미가 무서워서 비명을 질렀을 테고, 반경 3미터 내로 다가오지 말라고 경계부터 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고3 무렵 살던 집이 아주 낡고 벌레가 많았는데, 화장실 변기에 늘 귀뚜라미 한가족이 풍덩 빠져서 비키질 않았다. 볼일 볼 때 그 녀석들이 튀어오를까 봐 날마다 얼마나 긴장을 했던지... 물을 아무리 내려도 떠내려가지도 않던 왕귀뚜라미! 그때의 공포가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른다. 이 책 속의 귀뚜라미처럼 절대 귀엽지 않았단 말이다... 

그래도 귀뚜라미 동요는 지금도 좋아한다. 귀뚜라미~ 귀뚤귀뚤. 찌으르 찌으르 찌르르르....



뭐 암튼! 그건 나의 경험일 뿐이고...  

귀뚜라미가 아니라 그 무엇이라 하더라도,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학생과 교사, 그리고 다른 친구들이 다 함께 만족할 만한 묘책을 끌어내준 선생님의 지혜가, 무엇보다도 그 마음씀이에 깊은 감동을 느꼈다. 더불어 반성도...  

마지막 사진은 제이의 다음 번 수업 주제가 되겠다. 저게 뭘까? ^^

글도 그림도 모두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전혀 모르던 작가였는데 이 책을 내 눈에 번쩍 뜨이게 만들어준 광주 애인님께 감사를~ 

작가의 다른 책들이 더 있는지 찾아봐야겠다. 몹시 기대된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10-06-16 0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광주애인은 요거로 포토리뷰 먹었지요.^^
사계절 마인드가 잘 나타난 좋은 책들이 많아요.

마노아 2010-06-16 09:34   좋아요 0 | URL
두루두루 효자 책이에요.^^
사계절의 책들이 참 좋아요. 여운이 깊어요~

같은하늘 2010-06-17 15:46   좋아요 0 | URL
어쩐지... 이거 어디서 보았는데 했다는...
그러고도 기억 못하는 이를 어쩌나...ㅜㅜ

마노아 2010-06-17 20:12   좋아요 0 | URL
프헤헤헷, 책 제목을 클릭하면 순오기님 리뷰가 뜰 테니 함 보셔요.
그럼 기억이 확 살아날 거예요.^^ㅎㅎㅎ
 

핸드폰을 네 번이나 집에 두고 왔다. 지난 주 화요일에 이어 오늘도! 

아아, 어쩜 이렇게 자주 잊고 오는지... 오늘은 꼭 필요한데...ㅜ.ㅜ 

 


댓글(26)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pjy 2010-06-15 08: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화를 받아야되면 힘든데요--;
저야말로 요 일주일동안 안경을 3번이나 집에 두고 출근했는데요~뭐~
어젯밤엔 잠자기전에 머리 맡에 가방을 쌌습니다~캬캬캬

마노아 2010-06-15 08:19   좋아요 0 | URL
그야말로 칼퇴근을 해야겠습니다. ㅎㅎㅎ
아, 안경을 두고 가시다니, 상상이상이에요.ㅎㅎㅎ
저도 머리맡에 전화를 두고 자지만 잘 까먹습니다..;;;;

다락방 2010-06-15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마노아님! orz

마노아 2010-06-15 08:40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주르륵... T^T

후애(厚愛) 2010-06-15 0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핸드폰을 잃어버리신 줄 알고..^^;;
저도 자주 까먹고해서 메모를 해 두는 저에요.ㅜ.ㅜ

마노아 2010-06-15 09:05   좋아요 0 | URL
다행히 아직까지 잃어버린 적은 없어요. 화장실 변기에 빠뜨린 채 물을 내린 적은 있어요.
바로 쓸려내려가더라고요....;;;;;;;

루체오페르 2010-06-15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괜히 불편하고 찝찝한 그 기분 압니다.^^;

ps : 헉; 변기; 그대로 사라진 거군요? ㅎㄷㄷ

마노아 2010-06-15 09:28   좋아요 0 | URL
지금은 사라진 대학로 버거킹이었어요.ㅎㅎㅎ
혹시라도 변기 막힐까 봐 아래층 내려가서 신고(?)했더니 못 찾아준다고 했어요.
찾아달란 얘기가 아니었는데...^^ㅎㅎㅎ

Mephistopheles 2010-06-15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습니다. 냉장고 냉동실에서 발견만 안되면 됩니다...

마노아 2010-06-15 09:53   좋아요 0 | URL
아직 그 경지까진 도달하지 못했습니다.(그렇지만 식은땀...;;;;)

순오기 2010-06-15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지난주 목욜에 핸폰 두고 출근...
예전엔 학교 화장실에 두고 퇴근한 적도 있었고...
뭐, 사노라면 그런 날도 있는 거죠.ㅋㅋ

마노아 2010-06-15 11:33   좋아요 0 | URL
결국 집에 전화해서 꺼두라고 했어요.
중고 알림 설정이 많이 되어 있어서 하루종일 딩동 거리거든요.ㅋㅋㅋ
자기 전에 아예 가방에 담아둘까봐요. 알람 때문에 머리 맡에 뒀는데 말이죠.6^^

2010-06-15 1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15 11: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06-15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핸드폰 없던 시절도 있었는걸요~ 전 오히려 가끔 핸드폰 며칠 쓰지 말아볼까 할때도 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는 일이 있을 것 같아 아직 그렇게 해보진 못하고 있습니다.

마노아 2010-06-15 20:35   좋아요 0 | URL
정말 받고 싶지 않은 전화를 계속 받아야 할 때 꼭 그랬어요. 핸드폰 없애고 싶다고...^^;;;
주변에 핸드폰 쓰지 않는 사람이 있는데 정말 본인은 전혀 안 불편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 해요.^^

전호인 2010-06-15 1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깜빡깜빡하긴 하죠.ㅎ
저는 뭐 핸펀을 두고오는 일은 지금껏 없었습니다.
다만 밧데리를 잃어버렸네요
분명 어디에서 충전을 한 것 같은데 그곳이 어디인지 생각이 나질 않아요. ㅠㅠ
그나마 밧데리라서 천만다행이죠. ㅜㅜ

마노아 2010-06-15 20:35   좋아요 0 | URL
하핫, 밧데리가 그나마 낫네요.
그런데 충전기 잃어버리면 이것도 참 난감해요. ^^ㅎㅎㅎ

건조기후 2010-06-15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화도 잘 안 오는데 꼬박꼬박 챙겨다니는 저는 뭘까요.ㅎㅎㅎ
심지어 간혹 오는 전화조차도 잘 안 받는데 말입니다.ㅋ

아 오늘 배철수의 음악캠프에 이승환이 나왔었어요.
어린왕자라는 별명 이제 부담스럽다고 한 마디 하고 싶다며 "개나 줘버려" 이러더군요.ㅋㅋㅋㅋㅋ

마노아 2010-06-15 23:48   좋아요 0 | URL
깜박 졸다가 노래 소리 들으면서 깼어요. 어린왕자라는 별명 싫다고 말한지 십 수년인데, 아무도 귀담아 안 듣더라구요. 전에 어느 인터뷰에선 '내다 버려!' 이랬어요. ㅋㅋㅋ

건조기후 2010-06-17 12:46   좋아요 0 | URL
음 그 말을 되게 싫어했던 거군요. 전 그 때 라디오듣고 알았어요. 아하하.
아 근데 그런 말 싫어하는 사람이 이번 앨범 자켓은 그렇게 어린왕자처럼 나오고 말이에요. 뭐예요.ㅎ

마노아 2010-06-17 20:09   좋아요 0 | URL
ㅋㅋㅋ이번 앨범 자켓은 어느 팝아트 작가의 작품에 이승환 얼굴을 매치시킨 거예요.
그분이 원래 그런 작품을 만들거든요. 작가분 이름은 까먹었어요. ^^ㅎㅎㅎ
저는 왕자보다 텔레토비를 떠올렸답니다.ㅋㅋㅋ

L.SHIN 2010-06-15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계속 집 안에서 핸폰을 잊어버리는데요...ㅡ.,ㅡ

마노아 2010-06-16 00:33   좋아요 0 | URL
우리 집은 가끔 이불 속에서 핸드폰과 리모콘이 나옵니다.^^ㅎㅎㅎ

카스피 2010-06-16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핸드폰들이 작아서 목에도 걸었는데 요즘은 다시 커져서 그런지 목에다 거는 분이 안계시더군요.물론 목에 걸면 디스크 걸립니다용^^

마노아 2010-06-16 09:35   좋아요 0 | URL
해드폰이 더 작을 때도 목에 걸면 너무 무겁게 느껴졌어요. 목걸이도 조금만 무거우면 불편하더라고요.
핸드폰은 그냥 손아귀에~ (응?)
 
하지만 하지만 할머니 마음을 살찌우는 좋은 그림책 10
사노 요코 글 그림, 정근 옮김 / 사파리 / 2002년 10월
구판절판


딱 사노 요코스런 작고 귀여운 집.
아담한 채소밭과 문 앞에 기대어진 낚싯대와 장화가 정겹고, 약간은 기운 듯한 의자도 소소하게 예쁜, 굴뚝의 연기마저도 개성이 넘치는 그런 사노 요코 표 예쁜 집.

그 집에 살고 있는 할머니와 수컷 고양이 한 마리.
할머니는 무려 아흔 여덟 살이지만 아주 건강했다.

고양이는 매일 모자를 쓰고 장화를 신고 낚싯대를 들고 물고기를 잡으러 갔다.
할머니와 함께 가길 원했지만 할머니는 늘 고개를 젓기 일쑤다.
"하지만 난 아흔 여덟 살인걸. 이렇게 늙은 할머니가 낚시를 하면 사람들이 웃을 거야!"
할머니는 늘 '하지만'을 핑계로 대면서 같이 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른다.
하지만... 난 늙은 할머니인걸.
하지만 난 할머니인걸. 내가 잘 하는 건 케이크 만드는 거 뿐이란다.... 이런 식으로.

그렇게 아흔 아홉 번째 생일날, 케이크에 꽂을 초 99자루를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는데 고양이는 그만 냇물에 초를 빠뜨려서 겨우 5자루 밖에 가져오질 못했다.
엉엉 아이처럼 우는 고양이와 나무라지는 못하지만 몹시 서운해 보이는 할머니의 난감한 표정.

그렇지만 다섯 개의 초만으로도 두 사람이 함께 하는 생일은 너무도 근사했다.
"1살, 2살, 3살, 4살, 5살. 생일 축하합니다!"
이렇게 세어보니 할머니와 고양이는 동갑내기가 되어버린 셈.
할머니는 마음까지 다섯 살이 된 것처럼 정말 그늘 없이 신나게 웃으신다.
저 해맑은 미소, 참 곱다!

그렇게 다섯 살이 된 할머니. 이젠 '하지만'을 내뱉어도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다.
5살이니까 낚시하러 가도 되고, 5살이 되니 나비가 된 것 같고, 5살이니 냇물을 껑충 뛰어넘기도 했다. 할머니는 5살이 되어 아예 새가 되어버리신 모습!
휘날리는 앞치마가 마치 활짝 편 날개 같기만 하다.
장화를 벗고 냇물에 첨벙 뛰어드는 일도 전혀 어렵지 않은 일!
그렇지만 다섯 살이 되어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솜씨!
케이크 굽는 기술은 '하지만' 할머니의 그것 그대로일 것!

사노 요코의 책은 작고 소박하게 예쁘다. 푸싯 웃게 만드는 유머가 있다.
그리고 뭔가 뭉클한 감동도 있다.
그래서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사랑 받는 작가인 모양이다.
아, 어른인 나는 몹시 좋은데 아이들도 좋아하는 것... 맞겠지? ^^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오기 2010-06-15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노 요코 '100만번 산 고양이'의 작가 맞죠??
장화 신은 고양이와, 호호 아줌마가 떠오르긴 하지만...뭉클한 감동은 느껴지네요.^^

마노아 2010-06-15 11:32   좋아요 0 | URL
100만 번 산 고양이의 그 작가 맞아요.
그림이 정말 호호아줌마를 연상시켜요. 이 작가는 고양이를 무척 사랑하는 것 같아요.^^

같은하늘 2010-06-17 15:48   좋아요 0 | URL
일본 작가의 책에 고양이가 자주 등장하더라구요.
혹시 일본과 고양이가 무슨 연관이 있는지...

마노아 2010-06-17 20:12   좋아요 0 | URL
일본은 개보다 고양이를 더 선호하는 문화일까요?
우리나란 아직까진 개를 훨씬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마틴 앤 존 Martin & Jhon 11
박희정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0년 5월
평점 :
품절


앞에 2회 분량은 윙크 연재분으로 본 것이고 그 뒤쪽은 보지 못한 내용이다. 낯선 내용과 마주치니 더 반갑다.   

 

내지 속 표지인데 윙크 어느 연재분에서 표지를 장식한 게 아닐까 싶다. 마틴 잘 자랐다. 지극히 고독한 표정으로, 초절정 섹시함으로. 

내용으로 가보자. 여장을 하고 붉은 가발을 쓴 채 오페라를 구경한 것까진 좋았는데, 거기서 몹쓸 악연을 만났으니, 제 아비를 개돼지 취급하는 가스파 신부와 마주친 것.  

마틴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오래도록 가라앉혀 놓았던 울분과 증오가 한번에 폭발하니, 당장 사고라도 칠 기세다.  하지만 그가 패륜의 죄를 쓰기 전에 그가 도착했다. 그것이 마틴을 더 자극했다. 그가 말했다. 당신을, 떠나겠노라고.



강인한 뱀파이어답게, 숲길을 날듯이 돌아간다. 마틴의 어미에게 지금 본 것을 발설한다면, 그땐 본인이 직접 오겠다는 엄포를 남기고. 

이제 마틴은 한꺼풀 더 성장해 버렸다. 그 마음 속에 자리잡은 증오와 분노의 불꽃이 그렇게 그를 삼켰다. 반대로, 존은 더 약해졌다. 그는 이제 마틴 없이는 살지 못할 것처럼 더 외로워져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마담들과 헤어지게 된 그들. 

서로의 길을 고이 간다면 좋겠지만, 그 발걸음 막는 구차한 인간이 생겨버렸다. 이 사내. 



빵 한덩어리와 한 병 포도주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내다 팔 준비가 되어 있는 모진 아버지. 한 번 팔아치운 아들을 두번 팔지 못할 이유가 그에겐 없었다. 그리하여 다시금 이어지는 악연들...... 



브뉴엘 백작 부인이 처음으로 애처로웠던 순간. 마리의 죄업까지도 모두 지고 가겠다는 그녀. 하늘 위 그 어떤 신이라도 부정할 그녀이지만, 그런 그녀도 '희생'을 알고 있다는 게 경이로웠다. 표독스러운 저 얼굴 너머 그녀에게도 어떤 상처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피를 갈망하며 살게 된 또 다른 사연도. 

이번 편을 읽으면서 존이 브뉴엘 백작 부인의 남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가 마틴과 처음 마주쳤을 때 백작 부인의 남편 얘기를 했던 건 본인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줄곧 그림자와 뒷모습으로만 나와서 정체를 알 수 없는 그 사람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듯하다. 혹시 이 사람이 마담 마리의 피에르일까? 



마틴에게 '가스통'의 존재를 알려준 사람. 가스통은 존에게 있어 천형이 되어버린 이름. 이제 나온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다음 권이 너무도 궁금해지게 되어버렸다. 이럴 땐 다시금 윙크를 구독해야 하나 갈등이 생길 만큼. 그렇지만 단행본은 또 단행본만의 매력이 있는 법이니까 나는 기다리는 걸 즐기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L.SHIN 2010-06-15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잉..'마틴 & 존' 시리즈가 벌써 저렇게나 됏..;;
색다른 내용이군요. 급 땡깁니다. +_+ (기쁘다~ 지금까지 안 본 권수를 따져보면..한 번에 많이 볼 수 있어서 ㅎㅎ)

마노아 2010-06-16 00:33   좋아요 0 | URL
저도 한 번에 두 권 보니까 기쁘더라구요. 그만큼 다음 권에 대한 갈증도 깊어졌지만요.^^ㅎㅎㅎ
 
마틴 앤 존 Martin & Jhon 10
박희정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윙크 연재본으로 이미 읽었던 터라, 단행본은 사두고 랩핑도 뜯지 않았다. 오늘 무심코 11권을 읽으려고 보니, 앞쪽에 조금 걸쳐져 있는 것이 신경쓰여서 결국 10권부터 다시 읽기로 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윙크를 사볼 때 연재되던 그 시리즈가 아직도 진행중인 모양이다. 적어도 11권에서도 끝난 것 같지 않으니. 

뱀파이어 이야기였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걸쳐진 이야기. 지독히 가난한 어느 부부. 가난하되 마음은 부자여서 자식을 사랑으로 키우는 훈훈한 이야기... 일 기가 없다. 술 한 병을 살 돈에 자식을 바로 팔아치우던 부부. 마틴이 열두 살이었을 때, 누이 클로에는 고작 열 여섯이었다. 열 여섯에 식구들 생계를 다 책임지고 있든 그녀가 죽었다. 바로 뱀파이어에게.  

소문은 무성했고, 그녀의 죽음에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마틴은 알 수 있었다. 누가 그랬는지. 그리고 마틴 역시 똑같이 더러운 성직자에게 팔려가던 그 길에서 그의 도움을 받는다. 그의 이름은 존. 이번 이야기에서 마틴과 존의 이름을 가진 이들은 그렇게 만났다.  

그리고 또 다른 뱀파이어 둘. 마담 마리와 마담 브뉴엘. 천사같은 얼굴에 상냥함까지 갖췄지만 어린 아들을 잃은 충격에서 오랫동안 헤어나지 못하는 마리. 무덤의 비석 글씨가 아무래도 1300년대 같다. 내가 제대로 본 거라면 그녀는 500년 이상을 죽은 아들을 그리워하며 현실과 꿈 속을 오가며 괴로워하는 중일 것이다. 그리고 독설에 천박함까지 갖춘 아름답고 돈많지만 외롭고 표독스러운 브뉴엘까지.  

처음 연재본으로 읽을 때는 인물 관계와 사건 진행이 잘 이해가 안 갔다. 여러 사건과 시간이 중첩되고 왔다갔다 진행되어서 말이다. 그래도 두 버째 읽으니 좀 낫다. 여전히 다 풀려지지 않은 의문들이 있지만 그것들은 11권을 보면서 마저 해결되기를 기다릴 뿐. 

이제 마틴은 16세가 되었다. 클로에가 죽을 때의 나이다. 내일은 집에 데려다 주겠다고 했던 그 존이, 4년 동안 마틴과 함께 했다. 그의 외로움 탓이었을까? 아님 이 책의 모든 마틴과 존처럼 사랑이 생긴 것일까.  

어느 쪽이든 마틴과 존의 이야기는 늘 스산하고 묵직한 감동을 준다. 외롭고 아프고 무겁기까지 하지만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유키 카오리가 문득 떠오른다. 지나치게 탐미적이어서 스토리가 함몰되어가던. 물론 박희정의 작품은 그렇게 스토리가 먹혀들어가지 않지만. ^^


댓글(2)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와 2010-06-15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기다리고 있던 책이었는데! ^^
빵빵해지는 저의 장바구니입니다.;;

마노아 2010-06-15 11:32   좋아요 0 | URL
헤헷, 요번에 기다리던 만화가 많이 나와서 아주 행복했어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