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7
시미즈 레이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이야기가 점점 지능화되어 가는 느낌이다. 이런 이야기를 짜낼 수 있는 작가의 상상력이 늘 경이롭고 두렵다.  

이번 이야기는 좀 섬뜩했다.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보는 기분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한 남자가 있다. 말기 암 진단을 받았고, 그에게 남은 시간은 1년, 길어야 2년이었다. 남은 시간 동안 그는 필생의 한으로 남은 어떤 복수를 하려고 한다. 제 생명과, 또 다른 누군가의 생명을 담보로 걸고.  

2062년. 센도 외무 대신의 열 네살 딸이 납치 되었다. 그리고 납치 용의자는 자신의 경동맥을 잘라 자살하면서 법의 제9 연구소에 본인의 뇌를 증거로 남겼다. 반드시 뇌 영상 기록을 스캔해서 볼 거라는 것을 알았기에 감행한 행동이었다. 기억을 스캔하면서 센도 대신의 딸 사키 양으로 추정되는 소녀가 화물선 컨테이너에 실린 채 비교류 국가로 항해 중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벌써 시간이 일주일이 흘렀고, 소녀가 살아남을 수 있는 생존 시간은 기껏해야 열흘이었다. 법의 제9 연구소는 바쁘게 움직이지만 정작 일을 망치는 건 외무 대신 센도였다.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서 무례하고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는 센도 앞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우리의 마키 경시정. 

그의 카리스마는 이번 편에서도 오싹하면서도 동시에 모성본능을 자극시키는 가녀린 면이 있다. 그런 양 극성을 동시에 충족시키려면 저런 외모여야 되는 게 아닐까 싶기도... 물론 작가님의 그림 스타일이 전형적으로 저렇기도 하지만..^^  

범행 동기는 분명히 잡혔다. 20년 전 외무 대신이 납치 인질범을 구출해 내는 과정에서 국익을 앞세워 교섭에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것. 그리하여 범행을 일으킨 자들의 딸이 희생되었던 것. 그들은 비슷한 사례를 만들어 놓고 센도 대신이 내놓을 카드를 짐작하며 그가 스스로 떨어질 지옥 구덩이를 보고자 했다. 물론, 부부였었던 그들 중 한 명은 말기 암 환자로 생명의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고, 다른 한 명은 뇌영상을 남기기 위해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죽은 사람의 뇌를 스캔해내는 이 놀라운 기술이 악용될 때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를 온 몸으로 겪었던 마키. 생명 앞에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덤비는 까닭에 '아직' 경시정이라는 그. 그렇지만 남들 보기에는 '벌써' 혹은 '세상에' 경시정이라는... (하지만 '경시정'이 얼마만큼 높은 직책인지 잘 모름....)

가장 감동 깊었던 장면은 저 속물 덩어리 센도 대신의 철면피 결정 앞에 아오키가 맞불을 놓은 순수한 박애 정신이었다. 그의 따뜻한 마음씨를 현실화 시킬 수 있었던 건 그의 특별한 능력 때문이기도 했는데, 이럴 때는 이 엘리트 집단의 우수성이 정말 마음에 든다. 불처럼 뜨겁지만 동시에 얼음보다 더 차가운 마키 경시정은 필요한 때에 가장 적절한 판단력을 보인다.  



내 사람을 지켜내려는 그의 의지, 그리고 확실한 실력까지 흐뭇하다. 이 작품이 진행되는 동안 정말로 더 이상의 '순직자'는 나오지 않기를...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모든 이야기는 늘 끝까지 보아야만 확실히 진.맛.을 알 수 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센도 대신은 그가 저질렀던, 혹은 저지를 뻔 했던 돌이킬 수 없는 모든 과오와 똑바로 마주서게 되었다. 그가 감당해야 할 벌은 그가 지은 죄에 비해서 너무 작다는 생각이 든다.  

놀라운 팀웍과 훌륭한 박애 정신으로 사건을 잘 마무리하기는 했지만, 돌이키지 못하는 목숨 몇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이 작품처럼 뇌를 스캔해서 기억을 읽어내는 기술이야 아직 없지만(설마 없겠지.) 이번 이야기와 같은 소재의 사건은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는, 자국민의 안전과 안녕을 위해서 얼마만큼의 외교력을 보여왔던가. 어떤 마인드를 갖고서 접근했던가. 자국민을, 사랑하기는 하던가... 이런 질문들을 던지면서 씁쓸해진다. 뉴스가, 가장 무서운 장르가 되어버린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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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6-25 0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키 경시정 너무 멋지고 너무 잘 생겼어요.^^
한순간에 반해버린 나.. ㅎㅎ

마노아 2010-06-25 06:34   좋아요 0 | URL
무척 매력적인 캐릭터예요. 게다가 비밀도 많아요. 아름다워서 가시도 있어요.ㅎㅎㅎ

BRINY 2010-06-25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달 1일에 책을 사는데 이 책은 어째서 19일에 나와주시는건가요 흑흑.

마노아 2010-06-25 13:59   좋아요 0 | URL
매달 1일에만 책을 사는 건가요? 아아, 도를 닦으십니다. 기나긴 한 달이에요. 저도 좀 배워야 하는데..ㅜ.ㅜ

BRINY 2010-06-25 19:18   좋아요 0 | URL
그렇다고 책을 덜 사는 건 아니구요^^;; 신한카드 할인받으려고 몰아서 사는 거에요.

마노아 2010-06-25 22:52   좋아요 0 | URL
저는 중고책을 많이 사서 책이 새로 떴을 때 바로바로 구입을 해야 해서 1일까지 기다리기가 힘들어요.
그래놓고 1일 되면 할인 많이 된다고 또 지르고 막 그래요. ^^ㅎㅎㅎ

pjy 2010-06-25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는 양성적인 그림체도 우아하게 이쁘지만, 무서운 상상력이 화려한 스토리가 더 멋져요~
집에 소장본?이라 주장하지만 너무 봐서 많이 너덜해진 용이 잠드는 밤이랑..또 뭐있었는데?? 요새는 기억력이 영--;

마노아 2010-06-25 13:59   좋아요 0 | URL
시미즈 레이코 너무 좋아요. 전 그림보다 혀를 내두르는 스토리에 더 반한 것 같아요.
그림은 뭐랄까, 한승원 느낌의 지나치게 '만화'스러워요.^^ㅎㅎㅎ

무해한모리군 2010-06-25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가끔 등장인물들이 너무 비슷해서 누가 누군지 헷갈릴때가 ㅎㅎㅎ

마노아 2010-06-25 14:00   좋아요 0 | URL
펜선이 지나치게 깔끔해요. 저도 가끔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몰아서 보면 그나마 나은데 띄엄띄엄 보면 정말 생각이 안 나요..;;;;;

마녀고양이 2010-06-25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밀도 봐야 하는데...
저 요즘 <하늘은 붉은 강가> 애장판에 필 꽂혀서 내내 고민 중이예요, 살까 말까.
아직 8권까지 밖에 안 나온데다, 보아하니 8000원짜리 만화책이 완결되려면 적어도 16권은 가야할 듯 해서.
에휴............................

마노아 2010-06-25 14:00   좋아요 0 | URL
하늘은 붉은 강가는 그 옛날에 해적판으로 보고 말았는데 애장판 때문에 갈등이 생겨요.
보고 싶은데 비싸고, 좀 참아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눈길 힐끔힐끔이에요.^^;;;

stella.K 2010-06-25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엘신님 서재 이미지가 이 만화였군요.
저도 이 만화 보면 엘신님은 쳐다도 보지 않을지도 모르겠군요.ㅋㅋ

마노아 2010-06-25 14:00   좋아요 0 | URL
으하하핫, 전 이 만화 보면서 엘신님이 떠올랐는데...ㅋㅋㅋ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100622092904764&p=ohmynews 

아, 착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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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10-06-22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딩, 대딩에 다시 교련과목과 군사훈련이 부활되는 것이 아닐런지 모르겠네요ㅜㅜ
전쟁을 피해가도 시원찮은데 전쟁을 부추기는 더러운 세상ㅜㅜ

마노아 2010-06-22 18:01   좋아요 0 | URL
학생들과 북한 관련 얘기를 해보면 섬뜩할 때가 있어요. 정말 거꾸로 가는 세상이에요.
통일 교육이 아니라 안보 교육이라니...;;;

순오기 2010-06-22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개념없는 정부와 개념없는 군대, 개념없는 학교까지 총체적이네요.ㅠㅠ

2010-06-22 1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0-06-25 02:36   좋아요 0 | URL
아으윽~~~~~~~~~럴수가!!

같은하늘 2010-06-23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혹시 내 학창시절의 교련시간?!? ㅜㅜ

마노아 2010-06-23 12:43   좋아요 0 | URL
타임머신을 탄 것도 아니고 점점 과거로 돌아가고 있어요.;;;;

마녀고양이 2010-06-23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착잡해2

마노아 2010-06-23 15:27   좋아요 0 | URL
그죠? 아아아...ㅜ.ㅜ

2010-06-23 2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3 2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4 0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4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분녀네 선물가게 5
이은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12월
평점 :
품절


에피소드 두 개가 실렸다. 앞의 것은 지난 이야기에 걸쳐진 이야기로 반전에 반전을 주는 사실은 오싹한 이야기였다. 호러 분위기의 집안 식구들이 대놓고 따 시키는, 사실은 엄청 두려워하는 어느 아이의 이야기. 그 아이를 집에서 보내주려고 했던 어느 참견꾼 나그네가 발목 잡히는 이야기. 내용 자체는 좀 익숙한 패턴이었는데 그래도 오싹한 느낌은 제대로 전해졌다.  

'스노우 볼'에서 시작된 이야기라고 상상한다면 더욱 더. 

두번째 에피소드가 꽤 마음에 들었다. 주인공 분녀의 엄마 이야기가 잠시 나왔는데, 자세한 사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죽어버린 미친 엄마. 그 엄마에 대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는 분녀는 비오는 날을 못 견뎌 한다. 또 그런 사정을 못 참아하는 친구 하이랑이 수술을 받으려다 말고 분녀를 구출(?)하러 오지만, 사실은 그날이 자기 제삿날이었던 것! 

이야기가 재밌어지는 건 저승사자  도박꾼들이 나오면서부터다. 도벽을 버리지 못해 사고친 저승사자들을 삥(?) 뜯은 분녀. 그리하여 대빵 저승사자와 딜을 거는데, 그녀가 원한 것은 꿈에서라도 엄마와 만나는 것이었다.  

그런데 다 이긴 도박을 어이 없게 엎어야 했다. 누구라도 그럴 수밖에 없는 선택 앞이었지만 아쉬웠다. 그녀가 꿀 수 있었던 어느 아름다웠던 꿈을 놓쳐버려서. 그렇지만 그녀가 이미 충분히 아름다운 꿈을 꾸었다는 것을 독자들은 알고 있다. 주인공 본인만 모를 뿐. 



대를 이어 신기가 내려왔을 테니, 엄마도 어떤 사연이 있었을 거라고 짐작된다. 정확한 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이은 작가는 스모키 화장 느낌의 그림이 몹시 매력적이어서 호러 가족도, 저승사자들도 무척 멋있게 표현되었다. 비록 늘 코믹을 양면에 달고 다니지만, 그게 더 재밌고 좋다.  

윙크를 안 본지 한참인데 디.아이.와이.걸은 연재가 잘 되고 있는지 궁금하다. 나중에 몰아서 보는 재미를 톡톡히 누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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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06-22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덕분에 이런 만화책도 구경해 보아요.^^

마노아 2010-06-22 08:43   좋아요 0 | URL
'영'을 읽어내는 기운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참 많이 유행하는 것 같아요.
직접 겪으면 오싹하지만 이런 이야기로는 재밌어요.^^

후애(厚愛) 2010-06-22 0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에 있었더라면 만화책 많이 구매했을텐데...^^
나중에 많이많이 만화책 구매해서 볼겁니다. ㅎㅎ

마노아 2010-06-22 08:44   좋아요 0 | URL
나중에 해야할 일 목록에 당당히 한 칸 끼는 거지요?
후애님의 나중 서재가 무척 기대되어요.^^

마녀고양이 2010-06-22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녀네 선물가게는 워낙 띄엄띄엄 나왔고, 매니아만 좋아하는 만화였더랬죠. ^^

마노아 2010-06-22 11:52   좋아요 0 | URL
좀 매니아스럽나요? 백귀야행이나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도 비슷한 소재를 썼는데 그래도 제법 대중적이었던 것 같아요. 확실히 인지도면에서 이 작품이 많이 밀리네요.^^

마녀고양이 2010-06-22 15:30   좋아요 0 | URL
백귀야행은 진짜 잼났죠... ㅋㅋ
아...... 40대가 되어서 만화를 이리 잘 아는게 자랑일꼬 창피일꼬. ^^

마노아님 서재만 오면, 만화가 더 읽고 싶단 말이예욧ㅅㅅㅅ. 대여점도 없는데! (버럭버럭~)
요즘 필 받아서 <세븐 시즈>도 중고로 주문해놨습니다, 아놔~

마노아 2010-06-22 16:05   좋아요 0 | URL
백귀야행은 요새 애정이 조금 떨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완소 작품이에요.
세븐시즈는 그야말로 감동의 눈물 주르륵! 타무라 유미가 제일 좋아요.(>_<)
 


분노의 눈물은 더 짜다고? [제 1130 호/2010-06-21]


눈물에 관한 몇 가지 흥미로운 얘기를 들려드리려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제 직업은,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눈물 평가사가 되겠군요. 미국드라마 중에는 얼굴의 표정만으로 사람의 속마음을 알아내는 수사물이 있습니다. 눈가 주름의 움직임이나 입이 삐죽이는 모습 등 표정만으로 진범인지 아닌지를 가려내지요. 당연히 거짓말은 통하지 않습니다.

제 작업 방식도 그와 비슷합니다. 대신 저는 눈물을 이용합니다. 감정을 분석할 대상의 눈물을 모아서 성분을 분석해 그 눈물이 자극적인 물질 때문에 나온 반사적 눈물인지, 화가 나서 나오는 눈물인지, 기뻐서 나오는 눈물인지를 파악합니다. 실험할 눈물만 모을 수 있다면 언제나 정확한 결과를 드립니다. 눈물은 거짓말을 하지 않지요.

제가 했던 눈물 분석 중 몇 가지를 들려드리겠습니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여배우 J양은 눈물 연기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그 커다란 눈동자에 순식간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고 쉴 새 없이 흘러내리지요. 눈물연기의 비결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연하다는 듯이, “배역에 몰입하면 자연스럽게 눈물이 흘러요.”라고 대답하곤 하죠.

진실을 알려면 먼저 여러분께 눈물의 종류에 대해 말씀 드려야 합니다. 우리가 흘리는 눈물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평소 아무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입니다. 흰자위에 있는 60여 개의 덧눈물샘에서 1분에 1.2µl씩 나오는 눈물이죠. 사람은 보통 2~3초에 한번씩 눈을 깜빡거려 눈물을 배출시킵니다.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섭니다. 극소량이기 때문에 우리가 느끼지 못하지만 눈물이 없다면 눈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둘째는 양파 껍질을 까는 등 자극적인 물질을 접했을 때나 눈에 이물질이 들어갔을 때 등 자극에 의해 반사적으로 나오는 눈물입니다. 셋째는 감정의 눈물입니다. 기쁠 때, 슬플 때, 화가 났을 때, 감동했을 때 인간은 눈물을 흘립니다. 감정에 따라 눈물을 흘리는 것은 인간뿐입니다. 그러기에 감정을 연기하는 사람이 쏟아내는 눈물에 우리는 공감하고 감동할 수밖에 없는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여배우 J양의 눈물은 위의 3가지 눈물 중 어떤 것일까요? 셋째 감정의 눈물일까요? 아닙니다. 아쉽게도, 그녀의 눈물은 둘째로 말씀 드린 반사적 눈물이었습니다. 사실 그녀는 카메라가 돌기 전 남몰래 특수 제작된 양파액을 눈 밑에 발라왔습니다. 전 운 좋게도 그녀가 흘리는 눈물을 모아 분석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J양이 상당한 양의 눈물을 흘렸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죠.

일반적으로 감정의 눈물인 경우 반사적 눈물에 비해 단백질 성분이 많은데, J양의 눈물 성분은 반사적 눈물에 가까웠습니다. 또 그 눈물에는 ‘카테콜라민’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 성분이 적었습니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감정이 북받쳐 나오는 눈물에는 카테콜라민의 함량이 높아지지요. 양파 깔 때 자연적으로 나오는 눈물에 비해 2배 가량 높은 함량을 보입니다. 그러나 여배우 J양의 눈물에는 카테콜라민의 함량이 현저히 낮았습니다. 그녀의 눈물은 감정 몰입의 결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J양의 연기가 눈물의 성분과는 상관없이 일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눈물 연기를 보면서 울컥하는 마음에 따라서 눈물을 흘린 적도 있었습니다. J양의 눈물이 양파액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걸 알고 난 뒤에도 감동은 그대로랍니다. 그러니 J양, 앞으로는 힘들게 눈물의 성분을 속이지 않아도 될 거랍니다.

다음 사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기업가 L씨와 P씨는 같은 지역 출신으로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같은 동문입니다. 두 사람은 같은 업계에서 기업을 경영하면서 경쟁자이자 친구라는 쉽지 않은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최근 L씨의 기업이 사활을 걸고 매달린 해외 입찰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L씨의 기업은 입찰에 성공했지요. P씨는 L의 성공을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눈물까지 흘렸습니다. 그 눈물은 진정 기쁨의 눈물이었을까요?

기뻐서 흘리는 눈물, 슬퍼서 흘리는 눈물, 분노하거나 화가 나서 흘리는 눈물은 성분에는 큰 차이가 없으나 농도에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화가 났을 때 흘리는 눈물은 다른 감정에서 흘리는 눈물보다 짭니다. 교감신경이 흥분해 수분은 적고 염화나트륨은 많은 눈물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교감 신경이 자극을 받아 흥분하게 되면 눈을 평소보다 크게 뜨고 눈의 깜박임은 줄기 때문에 눈물이 포함하는 수분의 증발량이 많아집니다. 그러니 눈물이 짜지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P씨의 눈물은 상당히 짰다는 것만 밝혀두겠습니다.

다음 사례는 현대판 카사노바라 불리던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수많은 여성들을 웃고 울게 했던 그의 무기는 바로 눈물이었습니다. 남자는 평생 세 번 운다는 말을 믿고 자란 대한민국 남자라면 그게 바람둥이의 무기가 되겠냐고 의아해하시겠지만, 그의 눈물 앞에 콧대 높은 여자들도 모두 애틋한 마음으로 돌아섰다지요. 각설하고, 그는 많은 눈물을 뿌렸습니다. 하지만 그건 눈물이 아니었습니다. 분명 짠맛이 돌지만, 그저 식염수 나부랭이였지요.

눈물의 98.5%는 물이고 나머지 1.5%는 염화나트륨, 염화칼륨 등의 염류와 알부민 등의 단백질과 지방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짠맛이 나는 물이라면 대략 눈물과 비슷하기는 하겠지요. 그러나 눈물의 1.5%에는 작지만 특별한 성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리소자임(lysozyme)입니다.

1921년 알렉산더 플레밍은 눈물과 침에서 마이크로코커스 레이소데이크티쿠스 균을 죽일 수 있는 리소자임을 발견했습니다. 눈물에는 리스테리아와 스타필로코커스 같은 미생물을 죽일 수 있는 항생물질도 있지요. 그의 눈물에는 그런 천연의 항생물질이 전혀 발견되지 않더군요.

자, 그가 신이 내린 묘약을 흉내낸 것에 대한 벌을 받았을지 궁금하신가요? 물론입니다. 식염수나 눈물이나 그게 그거라며 마구 눈에 집어넣고 가짜 눈물을 흘린 끝에, 그의 눈은 일찌감치 망가졌습니다. 식염수로 늘 눈을 세척한 꼴이니 눈에 좋은 항균물질도 씻겨 내려가 버렸기 때문이지요. 여러분도 눈의 청결을 유지하겠다고 손을 닦는 것처럼 물로 눈알을 ‘뽀드득’ 닦는다면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꼴이 된다는 걸 명심하십시오. 눈에는 눈물이 보약이니까요.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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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06-22 0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어디서 들었는데 어느것이 짠지는 까먹어 버렸다는 슬픈야그.
나의 기억력이 점점 노쇠되어 가는구나. ㅜㅜ

마노아 2010-06-22 08:44   좋아요 0 | URL
기뻐서 흘리는 눈물엔 좀 더 좋은 성분이 들어있을 테지요.
아, 기억력은 점점 쇠퇴해가고, 저도 요새 장난이 아니랍니다.ㅜ.ㅜ
 


자외선 피해, 누가 더 클까? [제 1129 호/2010-06-21]


“날씨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일 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긴 하지인 오늘.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무더운 날씨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태양의 세기만큼 자외선도 강력해질 것으로 예상되니 주의하셔야겠습니다. 하지를 전후로 2개월 동안은 자외선의 강도가 무척 강하니까 자외선 차단제품 준비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아침 뉴스에서 기상캐스터가 이렇게 당부했다. 그러고 보니 이제 햇볕이 제법 따갑게 느껴진다. 어느덧 여름에 들어선 모양이다. 그런데 자외선 무서운 줄 모르고 햇볕에 몸을 태우겠다고 나서는 사람들도 있다. 여기에도 한 명 있으니 바로 김 여사의 아들, 한택연이다.

“이제 곧 여름 휴가가 시작될텐데 하얀 피부로 바닷가에 들어가면 촌스럽잖아요. 구릿빛 피부를 만들어놔야 여자들이 좋아한다고요! 저 이번 주말에 옥상에 올라가서 좀 태워야겠어요. 섹시한 몸을 준비해야죠~”

택연의 말을 듣고 있던 김 여사는 기가 막힌다. 아무리 고슴도치도 자기 자식은 예뻐한다지만, 자기가 생각해도 아들이 외모로 여자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스타일이 아니다. 속으로는 ‘아들아, 피부색만 바뀐다고 인기가 많아지는 게 아니란다’라고 여러 번 외쳤지만 차마 입이 안 떨어진다. 이때 좋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저, 택연아. 구릿빛 피부도 좋지만 피부 건강도 생각해야 하지 않겠니? 엄마가 어디서 보니까 검게 피부를 그을리는 건 ‘무지가 나은 용기’라고 하던데….”
“엥?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무식해서 선텐을 한다고요?”

슬슬 먹혀들기 시작한 모양새. 김 여사는 지난번 과학다큐멘터리에서 봤던 내용을 아들에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응. 피부가 검게 타는 건 피부가 자외선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려는 자구책이래. 햇빛이 피부에 닿으면, 피부는 자외선이 진피까지 들어오는 걸 막으려고 한단다. 이때 표피에서 분비되는 멜라닌의 양이 늘어나지. 이런 피부의 보호작용 때문에 피부가 구리빛이 되는 거야.

“자외선이 피부에 닿는 게 왜 위험한데요? 난 구릿빛 피부가 좋기만 하던데~”

“자외선은 피부의 탄력을 유지하는 성분인 콜라겐과 엘라스틴이라는 단백질을 파괴하지. 피부가 자외선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이런 단백질이 분해돼. 결국 피부가 늘어지고 주름이 깊어지는 거지. 햇빛 때문에 피부가 늙어버리는 거야. 이런 현상을 ‘광노화’라고도 한단다.”

평소 어려보이는 동안 피부에도 관심이 많던 택연의 귀가 쫑긋 섰다. ‘자외선 때문에 피부가 늙는 구나’라는 큰 깨달음을 얻은 표정이다. 김 여사가 말을 잇는다.

“그뿐인 줄 아니? 자외선 때문에 시력이 손상되거나 백내장이나 피부암 같은 질병에 걸리기도 해. 또 자외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백혈구의 기능과 분포가 변경돼 면역력이 떨어지기도 하지.

“헉. 피, 피부암에 시력 손상까지요? 자외선 엄청 무서운 것이군요. 저 이제 흐린 날에만 돌아다녀야겠어요.”
“아쉽게도 구름 낀 날도 안전하지 않단다. 옅은 구름일 경우 자외선의 투과율은 80%나 된다고 해. 햇볕이 따갑게 느껴지지 않아도 자외선의 영향을 받는 셈이지. 참, 그리고 자외선은 여자보다 남자에게 더 위험하다고 하더구나.”

눈이 동그래진 택연. 남자에게 더 위험하다는 건 또 무슨 소리일까.

“남자 피부는 여자 피부보다 햇빛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단다. 그래서 광노화 현상이 더 많이 생기는 셈이지. 햇빛에 손상되면 재생도 잘 되지 않는단다. 남자들이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를 막는 힘인 항산화력이 떨어져서 그렇대. 게다가 면도도 자주 하니까 피부 손상도 많고. 또 남자들은 자외선 차단제도 잘 안 바르잖니.”
“자외선 차단제? 선크림이요? 저도 당장 사서 발라야겠어요. 어떤 걸 사면 좋은지 알려주세요.”

몸을 태워 섹시한 구릿빛 피부를 만들겠다던 택연은 온데간데 없고, 피부 건강을 지키겠다는 택연만 남았다. 김 여사의 작전이 완벽하게 성공한 셈이다. 미소를 띤 김 여사의 설명이 어어진다.

“자외선 차단제에 보면 ‘자외선 차단지수(SPF : Sun Protection Factor)’가 표시돼 있단다. SPF 뒤에 적힌 숫자는 자외선을 차단하는 시간을 뜻해. SPF1이 15분이니까 SPF15라고 쓰여 있으면 225분 동안 효과가 유지되는 거지.”
“아~ 그럼 SPF 숫자가 큰 걸 사면 좋겠네요.”

“아니야. 그 숫치가 크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란다. 적당한 수치의 제품을 수시로 발라주는 게 더 효과적이지. 눈을 보호하려면 자외선 차단용 안경이나 선글라스도 써야하고 말이야. 기상청에서 예보하는 자외선지수를 살피는 것도 좋겠지? 자외선지수는 태양 고도가 최대일 때 지표에 도달하는 자외선 양이라는 걸 참고하려므나.”

“네! 엄마가 아니었으면 전 피부노인이 될 뻔 했어요. 이제 자외선을 피해 다니면서 피부를 가꿔야겠어요. 요즘엔 뽀얀 피부의 꽃미남들도 인기가 많으니까. 그럼 전 이제 화장품 가게에 다녀올게요. 엄마, 고마워요!”

즐거운 발걸음으로 집을 나서는 택연. 김 여사는 차마 ‘피부만 좋아진다고 모든 게 해결되는 게 아니다’라고 말하지 못했다. 저 녀석은 언제쯤 본인의 경쟁력은 외모가 아니라는 걸 깨달을지….

글 : 과학향기 편집부

※ 과학향기 제156호 ‘자외선이 피부를 공격한다(2004년 7월 9일자)’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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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06-22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웅~~ 뜨거운 태양이 있는 여름은 정말 시러요~~~

마노아 2010-06-22 08:45   좋아요 0 | URL
제가 환상의 S라인이었다면 여름을 사랑했을 거예요.
전 여름 싫어요. 주르륵...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