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오는 날 - 치히로 아트북 4, 0세부터 100세까지 함께 읽는 그림책
이와사키 치히로 글 그림 / 프로메테우스 / 2003년 7월
절판


치히로 아트북스 네번째 책.
표지를 펼치면 이런 모습이다.
앞쪽 표지가 하얀 느낌이라면,
뒷쪽 표지는 온통 노랗다.
대비되는 두 색의 조화가 앙증스러운 그 자체다.

몇 날 며칠 집을 비운 엄마가 아기와 함께 오기로 한 날.
동생을 기다리는 아이의 설레는 마음이 책 밖으로도 전해진다.
두근두근 두근두근...

아기 때 탔던 유모차.
아이는 저 유모차를 타던 때를 기억하고 있을까?
기억은 나지 않더라도 사진 속 기억으로 꽤 익숙할 테다.

아기한테 무언가 선물을 주고 싶은 마음.
남자 아이니까 좀 더 각별한 선물이 필요했다. 그리하여 당첨된 것은...

바로 곰돌이.
곰돌이와 함께 했던 추억들이 예쁘게 지나간다.
아기였을 때 사용했던 흔들침대,
큰 새는 나,
작은 새는 아기...하며 노래도 불렀고,
나뭇잎도 날리며 놀기도 하였다.
예쁜 추억들이 그야말로 그림처럼 지나간다.
치히로 그림 특유의 경계 없는 그림이 내 마음에서도 물빛으로 번져간다.

아기가 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써 본 아기 모자
이제는 내 것이 아닌 아기의 것이 될 추억과 사랑의 상징.

그리고 마침내 마주한 사랑스러운 아기, 내 동생.
뭐랄까. 치히로 특유의 그림이 아기의 특징과 잘 만났다.
갓 태어났을 때의 아기는 단단하기보다 흐물흐물하고
마치 사람이 아닌 신기한 생물 그 무엇이었다.
만져보고 싶은데 혹시 탈날까 봐 만져보지 못하고,
손가락 하나라도 건드려 보면 그 감촉이 낯설고 오묘해서 감탄이 나오던 그 느낌!

책의 마지막 장에 보너스처럼 들어있는 그림 한장도 정겹다.
9살 조카는 5살 동생과 늘 투닥거리며 싸우기 일쑤였는데 요새는 잘 놀아준다는 기특한 소식을 아까 낮에 들었다.
동생이 동화책 들고 오면 읽어주기도 한단다. 아, 얼마나 예쁘던지...
(물론, 엄마가 '딱지'를 미끼로 던졌다고 한다. 그래도 그게 어디야. ^^'; )

치히로 아트북 시리즈는 책의 판형과 종이 질도 단단하다. 워낙 어린이 책이 좀 더 좋은 재질의 종이를 쓰기도 하지만 이 책은 유독 고급스런 느낌이다.

언제고 기회가 된다면 도쿄의 치히로 미술관에 가보고 싶다. 치히로의 소장 그림이 무려 8500점이라고 하니 엌 소리가 나려고 한다.

치히로 머그컵이 있는데 겨울 느낌이어서 최근엔 예뻐하지 않았는데 다시금 애정이 솟는다.

아무튼...

예쁜 책이다. 선물용으로도 훌륭한 책이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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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10-07-30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 그림을 보니 알라딘 컵이 생각나 버렸다는... ^^;;;

bookJourney 2010-07-30 21:53   좋아요 0 | URL
그 알라딘 컵을 산더미(?)처럼 쟁여둔 저는 몹시 찔렸다는 ... ;;;

마노아 2010-08-01 14:20   좋아요 0 | URL
하하핫, 저도 긴 컵 하나 빼고는 다 모았는데 마구마구 찔려옵니다.ㅎㅎ

비로그인 2010-07-31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너무 예쁜 책이에요. 전 동화책을 읽기는 하면서도 대체 어디서 포인트를 잡아야 할지 그걸 몰라 단 한 권도 쓰지 못하는데, 마노아 님은 어쩜 이렇게 아기자기한 글들을 쓰시는지요!

마노아 2010-08-01 14:21   좋아요 0 | URL
Jude님 표 동화책 리뷰를 보고 싶어요.
어제는 이상하게 Jude님 생각이 많이 났더랍니다.^^

후애(厚愛) 2010-07-31 0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이 무섭게 보입니다.^^;;

마노아 2010-08-01 14:21   좋아요 0 | URL
어떻게 보면 또 무서워 보이기도 해요.
스을쩍 넘어가야 합니다.^^;;

moonnight 2010-07-31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이 따뜻해져요. 수채화 느낌의 그림이 참 좋네요. 제 첫조카가 다섯살인데 이제 오개월된 동생이 있어요. 다행히 샘 안 내고 예뻐한다는데 둘째조카 태어나기 전 이 책을 읽혀줬어도 참 좋았겠어요. ^^

마노아 2010-08-01 14:22   좋아요 0 | URL
지금 읽어도 아마 좋아할 것 같아요. 마음을 따스하게 만들어주는 수채화 그림이 참 좋아요.^^

다락방 2010-08-01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여동생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냈거든요. 어제 만난 친구가 조카 갖다 주라며 책 두권을 선물해 주었다고. 그랬더니 저더러 참 좋은 친구를 두었다고 했어요. 므흣 :)
마노아님은 참 좋은 친구 ♡

마노아 2010-08-01 19:41   좋아요 0 | URL
헤헷, 나 다락방님 댓글 보고서 막 울다가 왔잖아요. 나를 감동시키는 다락방님! ♡
내가 먹은 최고의 삼겹살은 다락방님과 먹은 삼겹살, 내가 먹은 최고의 스테이크도 다락방님과 먹은 스테이크!
다락방님은 내게 고기의 진맛을 알려주었어요. 꺄우~ (>_<)
참 좋은 친구, 다락방님! 덕분에 이 뜨거운 여름 밤에 막 행복해져버렸어요.^^

마녀고양이 2010-08-02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색상 너무 이쁘다... 부옇게 흘러가는 파스텔 톤.

마노아 2010-08-02 13:44   좋아요 0 | URL
부옇게 흘러가는... 아, 표현도 너무 마음에 들어요.^^
 

어제는 보충 수업이 끝나는 날이었다. 나름 유종의 미를 거두고 해피했던 시간이 오전 9시 40분. 

야곱과의 약속은 저녁 6시 반이었다.  

너무 길게 남아있는 시간. 영화 솔트를 보고 싶었지만 오늘 언니랑 보기로 되어 있어서 꾸욱 참고 시원한 교무실에서 버티기 한 판! 

SK이벤트에 당첨되어서 가게 된 퓰리처상 사진전. 

예술의 전당 주변에선 뭘 맛있게 먹어본 적이 없었는데, 어제 들어갔던 소위 맛집도 그냥 그랬다.  

모든 메뉴가 8천원부터 시작을 해서 순두부도 8천원, 내가 고른 콩국수도 8천원. 땅값이 비싸서 그런가 보다...하고 패쓰. 하지만 다시 가진 않으리.  길 건너 곤드레 비빔밥을 눈여겨 보았으니 다음 번엔 여기서 먹어야겠다.

이번 사진전은 목요일과 금요일만 야간 연장 전시를 한다. 보통 8시에 끝나지만 요 이틀은 10시까지 운영.  

게다가 8시엔 도슨트도 있다. 때마침 우리가 들어간 시간이 도슨트 시작할 때.  

사람도 워낙 많았고, 145점으로 무지 많은지라 194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10년 단위로 하나 내지 두 장의 사진만 설명을 듣는데도 모두 40분이 걸렸다. 열심히 해설을 해주신 분께 감사의 박수를 짝짝짝! 

사진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마음의 울림이 컸다. 어떤 사진은 보는 순간 너무 먹먹해서 눈물이 막 글썽거렸다.   

 

전시장 입구의 이벤트 코너에 전시 관람을 쓰게 되어 있었는데 입장 전에 보니 '무서웠다'는 표현이 무척 많았다.  

그 마음이 어떤 마음이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홈페이지에 소개된 사진들 중에서 얼마 간을 옮겨 본다.  

 

전시회 사진 중 유일하게 한국 사진이다. 안타깝게도 전쟁 사진이다. 때는 11월. 다리는 폭격으로 끊어졌고, 사진 아래쪽은 이미 강물이어서, 헤엄쳐서 건너야 하는 긴박한 순간. 기자 자신도 손이 얼어 사진을 찍기 어려웠다고 한다. 아직도 정정한 모습을 하고 계신 기자 분은 사진전 오픈식에도 참여하셨다 한다. 올해 97세. 여전히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는 모습이 근사했다.  

 

트럭의 핸들이 고장이 나버려서 난간을 들이 받고, 뒤따르던 차가 같이 사고가 났다. 매달려 있는 사람을 표시하느라 '하얀 화살표'를 그어놓았다. 저 사람을 구출하자마자 트럭이 다리 아래로 떨어졌다고 한다. 1초의 사이로 생사가 엇갈린 순간.  

이렇게 갑작스러운 사고가 발생했을 때 준비된 상태가 아니라 갑자기 사진을 찍는 일이 발생하는데, 아마추어 사진가 중에서 그렇게 퓰리처 상을 받게 된 경우가 제법 나온 듯하다. 그렇게 순간의 역사가 역사의 순간이 되어버리기도... 

 

퍼레이드 도중 행렬을 빠져나온 어린 아이에게 행렬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해주는 친절한 경찰관. 

그가 굽힌 허리의 각도 이상의 친절이 느껴진다. 저 천진난만한 표정의 아이라니... 

전쟁과 기아와 온갖 사고 사진 속에서 잠시 눈과 마음을 쉬게 해주는 고마운 사진이었다.  

 

참으로 드라마틱한 사진이다.  

감전사고로 전신주에 매달린 채 축 늘어진 동료를 구하기 위해서 올라가 인공호흡을 하고 있는 장면이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그는 살아날 수 있었다.  클림트의 키스보다도 더 아름다운 키스로 보인다.   

 

 

유명한 사진이다. 기자는 우연히 이 장면을 목격했는데 설마하니 쏠 줄은 몰랐다고 한다. 사진을 찍기 무섭게 바로 사내는 머리에 총을 맞은 채 시체가 되어 뒹굴었다 한다. 이 장면만 본다면 인간이 인간을 심판하는 것의 비윤리성을 먼저 떠올리게 되겠지만, 기자는 다시 물었다고 한다. 사진 속의 희생자는 처형자 쪽의 가족 6명을 죽인 사람이었다고 한다. 누가 누구를 먼저 욕하기 힘든 상황. 전쟁은 그렇게 인간을 서로 처참하게 만든다.  

역시 많이 알려진 사진이다. 중앙의 소녀는 네이팜탄이 터지는 바람에 옷도 다 태워먹고 너무 뜨겁다고 살려달라고 외치며 달리는 중이다. 다행스럽게도 소녀는 살아남았고, 지금은 유엔에서 일하고 있다고 들은 것 같다.  

뱅크시가 패러디한 사진이 먼저 떠올라서 이 심각한 순간에 웃을 뻔했다. 야곱에게 이 책을 선물했던 터라 우린 같은 감정에 서로 민망해 했다. 

 

순간 포착을 잘 해낸 클린턴이다. 기자 역시 느꼈다고 한다. 클린턴이 꼬마를 보는 순간, 이 아이와 말을 할 거라는 걸. 

아이의 눈 높이에 맞추어서 친근한 표정을 짓는 대통령 후보. 그것이 계산된 것이든 정치적인 것이든, 혹은 진심이든... 효과는 확실해 보인다.  

 

코소보를 탈출하는 난민들. 제 몸은 빠져나가지 못한 채 어린 아이만은 구출해 내려고 애쓰는 부모의 마음. 아무 것도 모르는 저 아이는 곡예하듯 공중에 떠 버린 채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는 사진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이스라엘 군인을 상대로 힘겨운 바리케이트를 쳐버린 팔레스타인 여인. 그때도 지금도 여전히 역부족인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두시간을 보고 나니 허리가 아파서 환장할 즈음에, 잠시 눈을 정화시켜주는 폭간 등장.  

대통령 후보 시절에 폭우 속에서 선거 유세를 하던 장면이었다고 한다. 공화당 후보는 궂은 날씨를 핑계로 나서지 않았던 그 시간에 묵묵히 비에 젖어 we can do it을 외치는 사나이. 유권자의 마음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퓰리처 상 수상 상금은 1만 달러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1만 달러는 적은 돈은 아니지만, 목숨을 걸기에 충분한 돈은 결코 아닐 것이다. 분쟁이 끊이지 않고 폭약이 터지는 무수한 위험한 현장에 단지 상금이나 명예를 위해서 뛰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 이상의 사명감과 인류애도 분명 저들 기자들에게 깃들어 있었을 것이다.  

당장 눈앞의 사람을 구해주는 것만큼이나, 그 끔찍한 현장들을 전 세계인들에게 알려야 하는 무거운 임무가 그들의 것이었다. 그렇게 역사적 순간을 우리는 공유하게 되었다. 아프고 아름답다.   

 

 

포토존이다. 야곱은 워낙 사진 찍기를 싫어하고, 야곱이 찍어준 내 사진은 눈이 감긴 채 나왔다.ㅜ.ㅜ

전시장을 떠나기 전 언제나 지나칠 수밖에 없는 기념품 샵. 도록을 판다. 가격은 25,000원. 원래 사진집은 비싼 거고, 이 훌륭한 사진들을 두고두고 보는 것에 과한 가격이 아닌데도, 늘 인터넷 서점의 할인과 적립과 기타 등등의 부상에 익숙한 우리는 꽤 열심히 고민했다. 지난 번 세실 비치 전 때처럼 전시 끝날 즈음에 오면 반값이 되어 있진 않을까 기대도 하고, 온라인 서점에서 다른 퓰리처상 관련 사진집이 있지 않을까 마구 머리를 굴렸다.  

계속 미련이 남았는데 일단은 집에 가서 검색부터 하자며 돌아왔는데, 새벽에 확인한 검색 결과는 나를 난감하게 했다.  

12만원. 게다가 절판. 

하하핫...;;;; 

역시 도록을 샀어야 했어! 

다시 검색해 보니 지금 전시 중인 도록을 온라인에서도 팔고 있기는 했다.  

하지만 배송료 2,500원. 

역시, 현장에서 샀어야 했어..ㅜ.ㅜ 

도록만 사러 다시 들르기엔 멀기만 한 예술의 전당.  

아, 터너에서 인상주의 화가까지 - 영국 근대 회화 전을 가야 하는 것일까? 

도록을 사면 평일 관람권을 준다는데 이걸 사야겠다고 결심하고 장바구니에 담았다. 

결제 직전, 스톱! 

이틀만 참으면 1일이다. 그래, 내일 모레 주문해야지...;;;;; 

그렇게 퓰리처상 사진전은 나를 또 다른 지름신으 길로 불러들이고 있다. 새삼스럽지 않은 순환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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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0-07-30 1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공호흡하는 사진이요. 저는, 저는, 두 사람이 연인인 줄 알았다는. 털푸덕. ㅠ_ㅠ;

정말 멋진 사진들이에요. 저도 가보고 싶은데, 기회가 될런지 모르겠어요. 이럴 때 서울에 살고 싶어요. 좋은 감상, 잘 읽었습니다. ^^

마노아 2010-07-30 18:33   좋아요 0 | URL
설명 없이 보면 그렇게도 보일 거예요. 그런데 연인이라고 생각하고 보아도 참 애틋한 장면으로 보여요.
'생명의 키스'라니, 제목도 참 잘 지었어요.
서울의 가장 큰 장점은 문화혜택 같아요.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이런 기회를 누려야 할 텐데요. ^^;;;

루체오페르 2010-07-30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울림과 느낌이 있는 사진들입니다. 마노아님의 문화생활 덕분에 저도 잘 봤습니다.^^
감성이 참 풍부하신것 같아요.

마노아 2010-07-30 18:33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
도록이 아른아른 거렸는데, 다음에 가서 사오겠다고 결심을 해버리니 마음이 편해졌어요. 으하핫^^;;;

saint236 2010-07-30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또 다른 지름신의 길로 불러들이고 있다. 새삼스럽지 않은 순환구조다." 왜 이리 공감이 가지?

마노아 2010-07-30 18:34   좋아요 0 | URL
아, 알라디너들의 숙명이지요. 피해갈 수 없어요.^^ㅎㅎㅎ

pjy 2010-07-30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고도는 지름신....참 여러 알라디너를 굽어살펴주시는--;

마노아 2010-08-01 14:17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참 생명력이 길어요.^^;;;

gimssim 2010-07-30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잘 봤습니다.
꼭 한 번 가보고 싶은데 물리적인 거리가 만만치 않아서 마음을 내지 못하고 있어요.
가슴 먹먹해 옵니다.

마노아 2010-08-01 14:18   좋아요 0 | URL
더 울컥하게 만드는 사진이 많았는데 홈페이지에는 사진이 많이 걸려있질 않네요.
다음에 사진집을 손에 쥐게 되면 더 많이 올려볼게요.^^

무스탕 2010-07-30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 전시회 보고 싶어요. 전시회 시작한다고(했다고?) 뉴스에서 알려줄때부터 보고싶었는데 참 시간 안맞네요. 끝나기 전에 가서 볼수 있으려나.. -_- 근데 가더라도 작정을 하고 가야겠네요. 2시간이 넘는 관람이라니요! @_@

키스하면 전 두가지가 생각나요. 하나는 영화 '시네마 천국'의 마지막 장면이고, 하나는 토모 마츠모토의 'kiss'요^^

마노아 2010-08-01 14:19   좋아요 0 | URL
도슨트를 듣지 않으면 한 시간 반 정도로 볼 수 잇을 거예요.
시네마 천국은 영화를 끝까지 보지 못했어요.
만화 키스는 꽤 재밌었지요.^^

BRINY 2010-07-31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충수업 끝나셨군요. 축하드려요.
저희는 17일간이나 해서, 다다음주 화요일까지 해야해요. 아...

마노아 2010-08-01 14:19   좋아요 0 | URL
저희는 10일 씩 1,2기인데 저는 1기만 참여했어요.
2기까지 하면 방학이 달랑 일주일 남던데 그건 못하겠더라구요. 어휴...
브라이니님 화이팅!!

루체오페르 2010-07-31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첨부해주신 동영상 보고 놀랐습니다.
퓰리처상의 영향으로 퓰리처에 대해 막연히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런 양면성이 있었다니...그야말로 두 얼굴의 사나이네요.
마치 록펠러의 이중성을 보는것 같습니다.
역시 세상은 보이는 것 그대로가 다 진실은 아니네요.

마노아 2010-08-01 14:20   좋아요 0 | URL
지식채널은 그렇게 양면성의 이야기를 담은 주제를 많이 보여줬던 것 같아요.
두 얼굴의 대통령에서 링컨도 그랬거든요.
보이는 것 이상의 진실을 얘기하는 것, 참 소중해요.

마녀고양이 2010-08-01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보고싶은 사진전이예요.
그런데 저희 집에서 예술의 전당은 너무너무너무 멀어요.
진짜 가는데 2시간반~3시간 잡아야 하니. ㅠㅠ

보고오신 마노아님 부러워염~

마노아 2010-08-01 21:21   좋아요 0 | URL
그나마 일산에서 3호선 타고 쭈욱 오면 되긴 하지만 확실히 멀어요.
울 집도 같은 서울 안에서 움직이건만 1시간 반은 잡아야 하거든요.
강남 서초 구민들이 마구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답니다. (>_<)
 
김연아의 7분 드라마 - 스무 살 김연아, 그 열정과 도전의 기록
김연아 지음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10년 1월
절판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스포츠 선수.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피겨 선수 중의 하나일 김연아.
지난 동계 올림픽 때 TV 화면에서 눈을 못 떼게 했던 그녀,
경기를 마치고 눈물을 터트릴 때, 어쩐지 보고 있던 시청자도 뭉클해서 같이 울어버리게 했던 그 연아의 책이다.
바쁜 김연아가 어찌 이런 책을 섰을까 싶은데, 충분히 작가 인터뷰를 하고서 대필을 한 게 아닐까 싶다. 어쨌든 느낌과 경험과 각오 등등은 모두 연아의 것이라고 생각되어진다.
우리 연아 양은 사인도 예쁘다.(스무 살이 넘었건만 '연아 양'이라는 호칭이 익숙하다.)

꼬꼬마 시절부터 주니어를 거쳐 시니어로 성장해 간 연아 양의 모습.
본인의 성격을 무척 단순하다고 표현했는데, 그것이 운동 선수로서의 그녀에게 몹시 장점으로 작용한 듯하다.
승부욕과 오기로 똘똘 뭉쳤지만, 이미 지나간 것에 연연하지 않고 대범하게 털어버리는 모습 등에 말이다.
세번째 사진의 표정이 참 해맑다.
이 책을 보는 가장 큰 재미는 연아의 사진 보기였으며, 가장 아쉬운 점도 사진이 별로 없다는 점이었다.
경기 규칙이나 기술에 대한 안내가 되어 있으면 이해하기 더 쉬웠겠지만, 연아의 다른 책에 그런 내용이 들어있는 게 아닐까 혼자 생각했다. 아님 말고...;;;

연아의 드림팀.
브라이언 오서와 데이비드 윌슨.
분위기 메이커 데이비드. 풍부한 표정을 보면 그에게서 섬세한 안무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고 느껴진다. 연아는 참으로 행운아. 그렇지만 그 행운은 스스로의 노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 분명하다.

졸업 앨범 속의 평범한 연아와 빙판 위에서의 연아는 무척 다르다.
당연한 얘기지만...
표정 연기가 사람들을 많이 매료시키는데, 기본적인 기술 실력이 바탕이 되어야 그도 가능하다고 얘기한다. 역시 지당한 말씀!

선수 전용 링크 하나 없는 한국의 열악한 환경.
선수들이 새벽이나 오밤중에나 대관이 가능하고,
너무 추워서 꽁꽁 옷을 싸매고 연습을 해야 한다니 참으로 심각하다.
연아의 뒤를 이을 좋은 선수가 계속해서 많이 나와야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고 제대로 된 후원과 지원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연아의 부담이 꽤 클 것이다.

숱한 부상과 슬럼프, 그리고 재기.
모두가 거쳐가는 과정이라지만 말처럼 쉽진 않을 것이다.
연아의 치열했던 사춘기 시절 이야기도 그랬다.
평범한 생활과 자유를 속박당한 채 한 우물만 파온 프로의 인생.
글 몇줄로 설명하기 힘든, 벅찬 소회가 있을 것이다.
또한 거기엔 가족들의 희생과 튼튼한 지원이 뒤를 받치고 있다.
두번째 사진의 저 포즈의 유연함에 감탄을 하곤 했었다.

클린 했을 때의 저 자신만만한 표정!
당당하기 그지 없다.
피겨 강국 일본 선수들의 국기를 양 옆으로 내리게 한 뒤 당당하게 태극기를 세우게 한 연아. 굳이 애국심이나 국가라는 이름을 들먹이지 않아도, 저 순간이라면 그 어떤 강심장의 선수라도 벅찬 희열을 느낄 것이다.

2008년 12월, 고양 그랑프리 파이널은 연아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치르는 국제경기였다고 한다. 마치 댄스 가수의 콘서트홀에 온 듯한 관중의 환호성에 집중력을 잃어버렸던 그녀. 어수선한 가운데 6분 웜업을 마쳤고, 경기 결과는 은메달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돌아가는 버스 안. 끊임없이 날아오는 문자들 가운데 수고했다는, 힘내라는 말만 무성하고 누구도 '축하해'라는 말이 없어서 서운했다고 한다. 당연하다. 일등만 축하받고, 아사다 마오를 이겨야만 축하를 받을 수 있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온 국민의 사랑과 시선을 받는 것은 그래서 이렇게 명암을 함께 준다. 그걸 끌어안고 가야 하는 게 또 정상에 선 스타의 숙명이기도 하지만.
여하튼, 그 무수한 고리들을 다 통과하고, 연아는 지금 화려하게 정상을 날고 있다.
총을 빼내는 포즈의 본드걸, 마지막에 총을 쏘고 난 뒤의 엔딩 포즈까지. 이제 그녀가 하면 모두 화제가 된다. 어휴, 왜 이렇게 멋진 거야!

연아의 정직한(?) 스케줄.
오로지 피겨를 위한 하루, 인생이 되어버렸지만 충실하고 성실해 보여서 안심이다.
어릴 때 이후로 간식은 먹어본 적 없다는 그녀. 그래서 야식이 뭔지 몰랐구나...;;;
부츠는 80만원, 날도 80만원. 부츠 두 켤레 신을 때 날은 하나를 쓴다고 한다. 발목이 휘어서 부츠가 더 금방 상하는 것 같다고... 부츠 때문에 고생했다는 이야기는 다큐에서도 본 것 같다.

책은 흥미롭게 읽힌다. 그녀의 연기를 이미 보아온 우리로서는 그때 그때의 경기 장면을 연상하며 읽을 수 있어 좋다. 추억을 더듬고 싶을 때는 해당 동영상을 찾아보면 더 벅찬 느낌이 들었다.

동계 올림픽 전에 나온 책이어서 연아의 최근 연기가 포함되지 않은 게 다소 아쉽지만, 아마도 다음 번 책에 포함될 테니 문제 없다. ^^

워낙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고, CF다 뭐다 행사도 많은지라 안티도 많아지기 쉬운 터.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잘 갔으면 한다. 선수 생명이 길지 않은 피겨인지라, 앞으로의 행보도 걱정스럽고 기대도 된다. 어찌 되었든 연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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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7-29 0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아 참 이뻐요~ ^^

마노아 2010-07-29 12:14   좋아요 0 | URL
연아 참 사랑스러워요. 어휴, 어쩜 이렇게 이쁠까요.^^ㅎㅎㅎ

마녀고양이 2010-07-29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아양,, 참 대단하죠?
노력에 노력..... 누구도 하기 힘든 모습이라 더욱 대단해 보입니다.
요즘 약간 흔들리는듯 하지만,, 사실 그렇게 열심히 달리고 목표에 도달하면 누구나 그렇겠지요.
연아양도 휴식이 필요한 듯...... 참 멋진 사람입니다.

마노아 2010-07-29 12:14   좋아요 0 | URL
확실히 CF보다는 경기장 안에서의 연아가 훨씬, 훨씬 예뻐요.^^
강약을 조절해서 롱런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모습도 계속 기대가 되어요.^^

따라쟁이 2010-07-29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쁘네요. 리뷰도, 연아양도 ^^

마노아 2010-07-29 12:14   좋아요 0 | URL
아아앗, 이렇게 예쁜 리플이라니...^^ㅎㅎㅎ

프레이야 2010-07-30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아는 자기관리와 절제의 힘을 갖고 있는 선수라 더욱 예뻐요.
마노아님 리뷰도^^

마노아 2010-07-30 13:14   좋아요 0 | URL
멋진 연아양 덕분에 저도 묻어서 칭찬 받고 있어요.
하핫, 기분 좋습니다. 절제의 미를 아는 연아양을 계속 응원해요.^^

꿈꾸는섬 2010-07-30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아양 너무 예뻐요.^^ 역시 성공의 비결은 자기 관리, 노력, 절제군요.^^

마노아 2010-07-30 17:13   좋아요 0 | URL
자기 관리, 노력, 절제!
새겨들을 단어들이에요.^^
 


선풍기가 생명을 위협한다? 진실은 무엇? [제 1157 호/2010-07-26]



폭염주의보가 일주일째 계속되고 있다. 낮 기온이 섭씨 35도를 우습게 넘고, 해가 져도 대지는 뜨거운 열기를 품어댔다. 박 형사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의사인 친구를 기다리고 있다. 더운 날씨에도 여전히 활기찬 얼굴의 친구가 나타났다.

“자네, 얼굴색이 좋지 않군. 더워서 잠을 못 잤나?”
“이런 열대야에 잠을 제대로 자는 사람이 있겠나. 하지만 내 고민은 그게 아니라네. 최근 원인 모를 사망사고가 이어지고 있어. 방문과 창문이 모두 닫혀 있고 침입한 흔적도 없는데 아침이면 죽은 사람들이 연일 발견되고 있지.”
“자연사 아닐까?”
“전날까지 멀쩡했던 사람이 갑자기 죽으니 수긍하기 어렵다네.”
“그렇다면 살인이라고 보는 건가?”
“문은 모두 닫혀 있었고, 현장에 있던 건 선풍기뿐이라네.”
“아니 그럼, 선풍기가 사람을 죽였다는 건가?”

사실 경찰 내부에서는 선풍기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는 경향이 많았다. 전국적으로 선풍기 주의보를 내려야 한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도 늘고 있었다.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선풍기를 틀면 산소 부족, 호흡 곤란, 저체온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선풍기가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의견이 많지. 회전 기능이나 타이머를 사용하지 않고, 신체의 특정 부위에 집중적으로 장시간 바람을 쐴 경우에 그 위험이 커진다는 걸세.”

박 형사는 의사인 친구의 견해가 궁금했다.

“글쎄, 공기가 통하지 않는 밀폐된 장소라면 선풍기 때문이 아니라도 산소 부족이 생기겠지만, 선풍기가 산소 부족을 유발할 만큼 공기 압력을 바꾸진 못할 걸세. 난로를 오래 켜둔다면 공기 중의 화학성분이 바뀌기 때문에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선풍기 날개는 그저 바람을 일으키지 공기의 화학성분을 바꾸지는 못하지. 방문이나 창문이 닫혀서 공기의 흐름이 차단된다고 해도 방 안의 산소량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질식하긴 어려워. 첫 번째 원인은 제외해도 좋을 것 같네.”

“그럼 호흡 곤란은 어떤가? 얼굴에 집중적으로 강력한 바람을 쐬면 산소가 희박해지고 의식이 점차 흐려지게 되고 결국 죽을 수도 있지 않겠나?”

사실 박 형사 본인도 잘 때는 선풍기를 절대 얼굴 쪽으로 두지 않는다. 어린 시절에 선풍기 바람을 얼굴 쪽으로 고정해두고 자다가 가위에 눌렸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선풍기를 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신이 몽롱하고 숨을 내쉬는 것마저 곤란해 한참 뒤에야 쿨럭 기침을 하며 간신히 일어났었다. 오래전 일이지만 그 뒤로는 선풍기를 멀리하게 되었다.

선풍기 바람 때문에 호흡기 근처의 압력이 낮아져 공기를 들이쉬기 힘들어진다는 얘기로군. 하지만 이 논리가 성립되려면 오토바이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사람들은 심각한 호흡 곤란을 겪어야 하는데 그런 일은 없지. 달리는 자동차에서 얼굴을 내미는 경우도 마찬가지야. 선풍기 때문에 호흡곤란이 온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네. 하지만 술을 많이 마셨다거나 몸에 병이 있고 허약한 사람이라면 그런 증상을 겪을 수도 있긴 있겠네.”

박 형사는 선풍기 때문이 아니라고 단정하는 친구에게 조심스럽게 저체온증에 대해 물어봤다.

“선풍기 바람이 저체온증을 유발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저체온증이라. 우선 저체온증이 뭔지 설명해주지. 저체온증은 체온이 섭씨 35도 이하로 떨어지는 걸 말하는데, 사망에 이르려면 체온이 27~28도까지 내려가야 하지. 2~3도 정도 체온이 떨어지는 걸로는 죽지 않아. 8도에서 10도는 떨어져야 사망에 이르게 된다네. 사실 저체온증은 추운 겨울에도 잘 일어나지 않는 증상이네.”

하지만 박 형사는 쉽게 수긍이 되지 않았다.

“선풍기를 틀고 바람을 쐬면 몸이 서늘해지는 느낌이 들지 않나. 그걸 좁고 밀폐된 방에서 밤새도록 틀어둔다면 체온이 많이 떨어질 수 있을 것 같아. 밤에는 신체 대사가 더뎌지고, 술을 마신 상태라면 가능성이 더 커지지 않을까?”

“물론 방이 밀폐되어 있고, 술을 많이 마신 상태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지. 저체온증을 유발할 환경이 조성되니까. 하지만 창문과 방문을 닫았다고 방이 밀폐되었다고 보긴 어렵고, 밀폐되는 방은 실제로 거의 존재하지 않을 거야.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더운 방에서 자다가 사망했다면 폐색전증이나, 뇌혈관성 사고, 또는 부정맥 등 여러 가지 다른 원인이 작용했을 수 있어. 그것을 선풍기의 탓으로 돌리긴 어렵지 않겠나.”

의사는 박 형사에게 선풍기가 그렇게 의심스럽다면 간단한 실험을 해보자고 제안했다. 선풍기를 틀어놓고 실내 온도를 측정하는 실험이었다. 선풍기 바람이 실내 온도를 떨어뜨리는지 확인해보자는 뜻이었다.

실험 결과는 의사의 견해에 힘을 실어주었다. 선풍기는 시원하다는 느낌은 줘도 온도 자체를 낮추지는 못했다. 박 형사도 실험 결과에는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긴 더운 날 선풍기를 틀면 더운 바람만 나오지. 선풍기가 자체적으로 차가운 바람을 내뿜지 못하니까 오래 틀어둔다고 체온을 많이 낮추기는 어렵겠군.”

“그래, 이제야 얘기가 좀 되는군. 오히려 좁은 방에서 선풍기를 오래 틀어두면, 선풍기가 과열되면서 실내 온도를 높이는 역할도 하게 될 걸. 선풍기가 과열될 정도로 오래 틀어둔다면 저체온증보다는 선풍기 과열에 의한 화재 사고로 사망할 가능성이 더 크겠지.”

박 형사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실제로 최근 1~2년간 선풍기 과열에 의한 사망사고도 몇 건 보고된 바 있다.

“의학적으로 설명하자면, 이렇다네. 선풍기 바람이 닿는 피부 표면은 혈관이 수축해 체온이 조금 내려갈 수 있지만, 인체의 심부는 온도를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선풍기 바람으로 심혈관계에 영향을 줄 정도로 체온이 떨어지기는 어려워. 인체는 놀라운 자기 체온 조절 기능을 갖고 있다네.

박 형사는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사람들은 자꾸 죽고, 유일하게 방에 있던 선풍기가 범인이 아니라면, 도대체 그들은 왜 죽은 걸까?”

의사는 조용히 답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다고, 선풍기는 우연히 그 자리에 있었던 것뿐이었던 거네. 돌아보게나, 이런 날씨에 선풍기를 켜지 않고 자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간밤에 산 사람이건 죽은 사람이건 누구나 선풍기를 켜고 잤을 걸세. 죽은 사람 중 선풍기를 켜지 않은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렵지 않겠나.”

하지만 박 형사는 의문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지난밤 사망한 사람의 방에 혼자 돌아가던 선풍기가 자꾸만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말하는 자네는 더울 때 밤새 선풍기를 틀어 놓고 자나?”

의사는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물론 나도 그렇게 하진 않는다네. 선풍기에는 타이머 기능이 있지 않나. 사람은 깊은 잠에 빠지기 전인 수면 유도기에 체온이 올라가는데, 이 시간은 30분~1시간 사이라네. 그 시간 동안은 선풍기가 참 유용하지. 아까도 몇 번 말했지만 술을 마셨거나 병이 있는 허약한 사람이라면 선풍기는 독이 될 수 있어. 자네도 몸에 자신이 없다면 선풍기를 밤새 틀어 놓지는 말게.”

형사는 선풍기 타이머를 맞추는 의사를 상상하며 속으로 빙긋이 웃었다.

‘문을 닫은 채로 선풍기를 밤새 틀어 놓고 잔다고 죽지는 않겠지만, 몸에 좋을 리는 없어. 감기라도 걸릴 수 있으니까. 저 친구 말대로 타이머는 한 시간이면 충분하겠군. 참, 창문도 꼭 열어둬야지.’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 과학향기 제786호 ‘열대야 속 의문의 사망사고, 범인은 선풍기?(2008년 7월 8일자)’에서 일부 내용을 발췌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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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7-29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널리 퍼져서 다들 그렇다고 알고 있는게 상식은 아닌거죠^^;
주의사항에 쫌! 주의를 한다면 방심하다가 제대로 당하는 안전사고는 줄어들겠지요~~

마노아 2010-07-29 14:37   좋아요 0 | URL
뉴스에서 보면 차 안에서 에어콘 틀어놓고 잠들면 위험하다고 나오는데, 그것 때문에 선풍기 켜고 잘 때 더 긴장하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해요. 예전에 마태우스님이 이거 관련 글 올렸었는데 그게 생각나서 올려봤어요.^^
 


첨단전시와 4D로 만나는 충무공이야기 [제 1156 호/2010-07-26]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오. 죽고자 하면 반드시 살 것이다(必生則死, 必死則生).”

서울시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지하 2층에서 이런 소리가 흘러나왔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인 것 같아 기억을 더듬어보니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명언 중 하나다. 그런데 세종문화회관에서 왜 이런 소리가 들리는 것일까? 이순신 장군에 관한 전시 공간, ‘충무공이야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충무공이야기는 2010년 4월 28일 문을 열어 다녀간 사람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광화문에 있는 이순신 동상은 알아도 근처에 이런 전시공간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적다. 일반 전시관과 달리 최첨단 매체를 활용해 관람객들을 조선시대 임진왜란 시기로 초대하는 전시공간을 소개한다.

● “필생즉사, 필사즉생”… 4D 체험관에서 만나는 명량해전

이곳은 이순신 장군의 업적과 인간적 면모, 전쟁 이야기를 비롯한 7개의 체험 전시장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4D 체험관’. 영상을 보고 들을 뿐만 아니라 촉각과 후각까지 자극하는 장치를 마련해 관람객들의 오감을 만족시킬 수 있는 첨단 체험관이다.

4D 체험관에서 상영되는 영상은 판옥선을 타고 명량해전에 참가하는 내용이다. 1597년 9월, 명량해협(울돌목)에서 전투를 앞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은 13척의 전선을 가지고 일본 수군이 이끄는 133척의 함대와 맞섰다.

10분의 1의 전력으로 전투에 나서는 그와 조선의 수군은 죽을 각오로 전투에 임했고, 울돌목의 거센 조류를 이용해 대승을 거뒀다. 이 전투로 일본 수군은 전선 31척을 잃었지만, 조선 수군의 전선은 모두 무사했고 사망자도 2명에 그쳤다. 다윗이 골리앗과 벌인 전투에서 완벽하게 이긴 셈이다.

4D 체험관에 설치된 의자는 영상에 맞춰 앞뒤, 좌우로 흔들리는 진동 효과를 줄 수 있고, 공기를 내뿜을 수도 있다. 따라서 관객들은 자신의 귀밑이나 뺨을 스치는 바람을 느끼며, 이순신 장군처럼 파도에 출렁거리는 판옥선을 탄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의자에서 튀어나오는 물과 등받이 맨 위쪽에 마련된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는 전투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현재 이 체험관은 공사를 마치고 시운전에 들어간 상태인데, 2010년 8월 중순이 되면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 앞과 옆에서 동시에 영상이 나온다?… 3면 복합영상



<3면 복합영상관은 정면과 양 측면에 스크린이 설치돼 관람객들이 입체적으로 영상을 볼 수 있게 만들었다.>

전시관 북측에 자리 잡은 3면 복합영상관도 인기다. 여기에서 상영되는 영상에는 임진왜란의 발생부터 이후까지의 역사적 사건을 담은 스토리가 펼쳐진다. 정면에 있는 거대한 스크린에는 주요 사건이 전개되고, 양 측면 스크린에는 조선과 일본의 장수나 각 군의 군사 규모 같은 정보가 나온다.

이순신 장군의 해전술을 역동적인 애니메이션과 영상으로 제작한 3면 복합영상의 원리는 간단하다. 관람객이 이 상영관에 들어서면 센서가 반응해 30초 후에 영상이 시작된다. 이때 정면의 스크린을 향해 3개의 빔 프로젝터가 각각 미리 계산된 영상을 쏘고, 양 측면에도 빔 프로젝터가 설치돼 준비된 영상을 쏘는 것이다.

3개의 빔 프로젝터가 영상을 쏘기 때문에 넓은 바다에서 전개되는 전투상황을 더 실감나게 볼 수 있고, 고개를 돌려 측면에 제시된 정보를 볼 수 있어 입체적인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3면의 복합영상이 꺼지면 정면의 스크린이 양쪽으로 분리된다. 이때 거북선 모형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관람객은 함미부터 볼 수 있다.


<거북선 모형, 오른쪽 위 사진은 내부에 설치된 모형이고, 오른쪽 아래는 3면 복합영상관과 연결된 함미 부분이다.>

중앙에 전시된 이 거북선 모형은 해군사관학교가 복원한 거북선을 모델로 자문 위원들의 고증을 거쳐 완성됐다. 실제 크기를 55%로 줄여서 재현된 이 모형은 관람객이 직접 내부로 들어갈 수 있게 만들어졌다. 늘 겉모습만 봤던 거북선 내부 구조를 살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축소 인형의 모습을 보며 예전 해군의 모습도 짐작할 수 있다.

● 조선시대 화포와 총통을 직접 다뤄볼까?

노 젓기를 체험해보거나 판옥선을 조립해보는 코너는 물론, 조선시대 화포와 총통을 쏘는 게임도 마련돼 있다. 기존의 전시관에서는 유리로 관을 만들고, 그 안에 무기 같은 유물을 전시했다면 이곳에서는 실물 모형을 마련해 직접 다룰 수 있게 했다.

화포와 총통 체험은 정면 스크린과 화포와 총통 각각 1개로 이뤄진 간단한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화포와 총통 중 하나를 선택해 게임 시작을 누른 뒤 스크린 위로 지나가는 적선을 명중시키면 되는 식으로 구성됐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화포와 총통 체험, 노 젓기 체험, 판옥선 조립 체험, 이순신 장군에 얼굴 합성 체험이다.>

이 밖에도 관람객 본인의 사진을 찍어 이순신 장군의 사진에 합성해 보는 체험처럼 다양한 형태의 즐길 거리가 마련됐다. 이런 매력적인 요소 덕분에 충무공이야기를 찾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4D 체험관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8월 중순이 되면 그 숫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 했다. 이순신 장군에 대해 백 번을 듣는 것보다 그에 대한 정보를 입체적으로 전시한 공간을 찾아 한 번 보는 것이 훨씬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4D 체험관이 갖춰지는 8월경에는 첨단전시관, 충무공이야기를 찾아 오감으로 이순신 장군을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글 :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 충무공이야기는 매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오후 10시 30분까지 운영되며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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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7-28 16: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가봐야 하는데 말이죠... ^^
저번에 마노아님 서재에서 보고 가보려고 맘 먹고 있는 녀석인데,,
계획 좀 세워봐야겠어요.

마노아 2010-07-28 23:29   좋아요 0 | URL
저도 요 글을 보니까 가서 영상도 보고 와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설마 어른 입장 불가는 아니겠죠.ㅎㅎㅎ

비로그인 2010-07-29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멋져요. 이것만 보러 세종문화회관까지 가긴 좀 그렇고.. 광화문 교보가 공사 끝나면 겸사겸사 구경가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