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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1
김진명 지음 / 해냄 / 200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고등학교 때, 친구가 이 책을 보고 와서 호들갑을 떨었었다. 비명횡사한 천재 물리학자 이야기. 그가 뜻을 이루었다면 세계의 판도가 어떻게 바뀌었을 지 알 수 없는 일이라고, 참으로 안타까운 사건이었다고... 친구는 마치 사극 속 안타까운 영웅의 일화를 이야기하듯 흥분을 했었다. 잘 모르지만 듣는 나도 그럴싸해 보였고, 어쩐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깊이 동조했었다.
그랬던 작품을, 나는 거의 십년이나 지나서 읽게 되었다. 어느날 갑자기, 우연히, 문득, 보고 싶어져서...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았는데, 사실 솔직히 얘기하면 재밌었다. 너무 재밌어서 두려울 정도로..;;;;;;
재미라는 그 함정에 퐁당 빠져서 허우적 대는 내 모습, 아마도 많은 사람이 그러지 않았을까, 여기에 낚이지 않았을까.... 라는 마음에 잠시나마 식은땀이 날 정도였다.
보고 나면, 박정희는 구국 영웅이다. 그의 '큰 뜻'을 미국이 꺾어버렸다. 그가 살아서 뜻을 이루었다면 우리는 핵무기를 가졌을 것이고 어쩌면 통일도 되었을 지도 모른다. 이휘소 박사의 죽음은 그만큼 대한민국의 절망이었다...... 로 정리된다.
진짜... 소설이다. 픽션도 초특급 픽션이다. 박정희의 진면목을 모르고 이 책을 본다면 그의 팬이 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생각하기를, 김진명의 정체는 대체 뭐지? 였다.
최근에 나온 일련의 책들은 아예 들추지 않았다. 꼭, 세뇌될 것만 같아서. 그런 위험한 책은 가까이 가지 말아야지.. 하고 중얼거렸다.
책 속의 주인공 기자는 또 하루 아침에 영웅이 되어버리니, 그는 마치 007의 본드처럼 마초적 기질을 보이고, 등장하는 여인네는 단숨에 본드걸로 전락한다. 남자의 향락을 위해 내내 순결을 지켰다가 갑자기 속살을 드러내며 편히 쉬세요~ 모드의 모습이라니...(ㅡㅡ;;;;)
한마디로 어이 상실이다.
반드시 죽이겠다고 다가선 킬러는 뜬금 없는 이야기에 홀려서 돌아가질 않나...
재밌게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곰곰히 짚어보면 어딘가 기분 나쁘고, 어딘가 불쾌하고, 어딘가 무섭다.
같은 과 친구한테 너는 어땠느냐 물으니, 감상이 비슷하다. 자신도 두려웠다고.
사극 한편이, 국민들의 역사에 대한 선입견이나 잘못된 상식을 주입할 수 있는 것처럼, 소설 역시 그만큼의 충분한 위력을 갖고 있다. 게다가 베스트 셀러 작가라니....
모르겠다. 북한 이야기만 나오면 빨갱이라고 몰아세우는 사람들처럼, 나도 이승만이나 박정희, 전두환 이름만 나오면 눈꼬리부터 올라가는 지도.
그렇지만 이 책은 정말 수상하다니까.ㅡ.ㅡ;;;; 그건 사실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