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 노트 Death Note 8
오바 츠구미 지음, 오바타 다케시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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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을 발견했을 때 몹시 흥분한 기억이 난다.  친구가 '압권'이라는 단어를 써가며 추천을 했고, 이 책을 보고 난 뒤 그 친구 생일 선물로 나온 데까지 모두를 사주기도 했다.

그리고 뒷 권 나오기를 계속 기대하며 지켜봐오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5권에서 6권 넘어갈 때가 가장 재밌었고, 7권은 섬짓했고, 이제 8권을 보니 조금 씁쓸하다.

뭐랄까. 놀랍고 치밀한, 뛰어난 두뇌 싸움이 있긴 한데... 거기까지다.  이건 취향 문제지만, 감탄은 시키지만 감동은 없다는 이야기이다.

오히려 아버지와 여동생마저도 희생시킬 생각을 떠올릴 만큼 냉혹한 주인공이라는 게 이전과는 다른 놀라운 변화랄까.

그래서인지, 나는 어제 읽은 피아노의 숲이 더 가슴에 와 닿는다.

집에 있는 클래식 씨디를 모드 꺼내놓고, 차분히 하나씩 듣고 있는데, 클래식 교양을 쌓기 위한 책도 찾아보고 있을 만큼 사람을 움직이는 힘이 거기엔 있었다.

허나 이 책은, 감탄사를 연발시키긴 해도, 앞으로도 감동을 주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건 작가의 역량 문제가 아니라, 작품의 소재 선택에서 이미 갈라진 부분일 것이다.  작가 역시 누군가를 감동시키려고 이 글을 쓰고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작가의 의중에 맞게, 책이 쓰여진 의도에 맞게 독자는 재밌게 보고 감탄하고, 머리 좋네! 한마디하면 될 것 같다.

아무튼... 이러니 저러니 해도 그래도 뒷부분이 궁금한 것은 사실이다.

일본에선 완결이 되었다고 하니 차분히 기다리면 여기서도 완결편을 곧 볼 수 있겠지. 일단 7권은 7월 출간 예정... 느긋이 기다리자^^

이건 사족이지만, 이렇게 세상을 좌지우지할 만큼의 무섭게 명석한 두뇌는... 무섭다..ㅠ.ㅠ 내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을 것 같지도 않지만, 그걸 지켜보는 것도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음.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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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HIN 2008-04-03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맞습니다. 이 만화는 애초에 감동같은건 양념으로 넣지 않았어요. 있어봤자 감탄 뿐이죠.^^;
(하지만 그 감탄마저 못 느낀 외계인 한 마리 여기 하나 ㅋㅋ 전 오로지 '흥미'만 있었습니다.웃음)

마노아 2008-04-03 14:30   좋아요 0 | URL
대체 외계인을 감탄, 그리고 감동까지 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보통 일이 아닐 텐데 말예요^^

L.SHIN 2008-04-03 14:40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외계인을 감탄/감동 시키는 것은 어렵습니다.
아, 어쩌면, 누군가 거대한 토토로(실제 만화에서 나왔던 크기만큼)를 숲 속에 숨겨 놓았는데,
내가 발견했다면, 그 때는 엄청나게 감탄할거 같아요. 후훗.

마노아 2008-04-03 15:53   좋아요 0 | URL
아아, 거대 토토로로도 감탄 이상은 힘들군요. 감동이 문제예요^^;;;
 
열두 띠 이야기 - 개정판 전통문화 그림책 솔거나라 12
정하섭 지음, 이춘길 그림 / 보림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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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두개의 띠를 내가 언제 익혔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동물보다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와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를 먼저 익혔었던 지라, 난 지금도 가끔씩 개와 돼지에서 헷갈린다.  그런데 요새 중고생들은 열두 띠를 아주 잘 알고 있다.  신기해서 이유를 물으니 만화영화 주제곡으로 알고 있단다.  그래서 노래로 불렀던 까닭에 잊지도 않고 잘도 대답한다.  아주 좋은 학습 효과였다. ^^

이 책은, 어린 아이들에게 열 두 띠를 효과적으로 가르쳐주기 위한 일종의 학습서이다.  그렇지만 아이의 연령대를 고려하여 전래동화 들려주듯이 설명해주고 있다.

먼 옛날 하늘님이 이 세상을 만들고 인간들을 다스리게 하기 위해서 열두 동물들의 신을 불렀는데, 각자의 특성에 맞게 임무를 맡기셨다.  부지런한 쥐, 힘좋은 소, 용감한 호랑이, 사리 분별 잘하는 토끼, 물을 다스리는 용, 인내와 끈기를 가진 뱀, 넓게 멀리  씩씩한 말, 양보 잘하는 양, 꾀많은 원숭이, 시간을 알려주는 닭, 믿음을 지키는 개, 느긋함을 보여주는 돼지까지...

그런데 뒤늦게 도착한 고양이는 설 자리가 없다. 하늘님은 열둘이면 충분하니 네 차례를 기다리라고 한다.  그래서 열두 신이 제대로 일을 하는가 밤거리를 돌며 지켜보라고 시킨다.(도둑 고양이의 존재를 그렇게 설명했다.)

설정을 보면 완전 후루츠 바스켓이다.  그 만화에서보다 고양이가 덜 불쌍하긴 하지만 여전히 찬밥이다..;;;;

생각해 보면, 아이에게 그 아이의 이해 수준에 맞는 언어로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조산으로 태어난 나는 어린 시절, 팔삭둥이가 뭐냐고 물었었다. 어무이 왈, 좋은 것에서 세번째 것이라고... 난 그 말을 듣고 무지 기뻐했다. 무려 3등이라지 않은가.  그래서 친구들한테도 자랑했었다.  그 아이들 대부분은 우리 엄마의 표현대로라면 1등으로 태어난 아이들인 것을 모르고...;;;;

나중에 진실을 알고 몹시 배신감도 느꼈는데, 생각해 보니, 그 대답의 문제점은 어린 아이에게 순위 우선으로 가치관을 주었다는 것이었다.  그냥, 세상이 궁금해서 일찍 나왔다던가,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서 일찍 낳았다던가... 이런 식의 답변도 가능했을 터인데, 엄마의 설명은 지극히 어른스러운 것이었다.(어린 왕자에서 묘사하기를 어른들은 모든 것을 숫자로 표현하기를 좋아한다고 했다.  어른이 되고 보니, 정말 공감이 간다..ㅠ.ㅠ)

딱히 우리 어머니만의 일이 아니라, 내게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범하기 쉬운 실수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어찌 보면 허술해 보이기까지 한 이 동화가, 나는 아이의 연령대를 고려한다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다 못해 게으름의 상징으로 알고 있는 돼지조차도 느긋한 마음의 여유를 가진 동물이라고 말하지 않는가.(ㅡㅡ;;)

책 맨 뒤에는 12간지를 이용한 시간과 계절 계산하는 시간표(?)가 부록으로 달려 있다.  벽에 붙여놓고 보면 제법 눈에 들어오겠지만... 글쎄... 어린 아이들이 그 시간표를 어찌 알아볼꼬...^^;;;; 그건 어른용이었다. ;;;;

그림이 대부분이고 글은 몹시 짧은 편인데 정가는 9.000원이다.  학습효과는 있지만, 역시 너무 비싸다.  엄마가 되면 동화책에 들어가는 돈이 덜 아까울까?  지금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거품이 많아 보인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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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빛나는 1%를 믿어준 사람 - Stories of Teachers Making a Difference
제인 블루스틴 지음, 도솔 옮김 / 푸른숲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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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필요한, 누구든 원하는 행복이 아닐까 싶다.  생각해 보면, 학창시절에 새학기가 되기 전 열심히 기도했었다.  좋은 선생님, 좋은 급우, 좋은 단짝 친구를 만들어 달라고... 내 바람대로 언제나 멋진 선생님과 멋진 친구들을 만나기만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인상적인 선생님과 인상적인 친구들이 분명 있었다.

그렇지만, 교육 에세이에서 보게 되는... 이를 테면 창가의 토토에서의 교장 선생님 같은 분을, 개인적으로 만난 일은 없다.  그냥 모두에게 좋은 선생님이지, 내게만 특별한 선생님이었던 분을 나는 가져본 적이 없다. (문학 작품에서 흔히 등장하는 천재를 알아보는, 천재를 키워주는 과거의 천재였던 선생님... 내가 그런 천재가 아니었기에 못 만난 것일까^^;;;;)

이 책은, 내 안의 빛나는 1%를 믿어준 사람... 그 1%를 끌어내주는 선생님, 그 빛에 이끌려 나온 학생들의 이야기를 원고로 받아서 그 사례들을 엮은 책이다. 

각자 다른 상황에서 다른 선생님들을 만났기 때문에 경험의 다양성과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그러나, 동시에, 다양한 사람들의 글이 담겨 있기 때문에 고른 느낌이 없고 들쑥날쑥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본인에겐  최고의 경험과 축복이었을 만남도, 그것이 글로 어떻게 표현되느냐에 따라서 독자는 그에 못 미치는 감동을 받을 수가 있다.

그래서, 이 부분이 아쉬웠다.  별 셋을 주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 이 책이 별 셋을 받은 것은, 상당히 지루하게 읽혔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건 원서의 감동이 아니어서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그 정도는 모두가 짐작할 수 있는.... 평범한... 혹은 너무 흔한 이야기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아주 튀고 특별한 것만 최고의 감동을 주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빛나는 제목에 비해서 책 속에서 얻은 감동과 기대치에 대한 만족은 그냥 그런 수준이었다. 

물론, 누군가는 별 다섯으로 감동에 빠져서 이 책을 감상했을 수도 있다.  다만 내게선 그냥 그랬다는 것...

하지만, 그 빛나는 1%를 끌어내주는 훌륭한 선생님에 대한 갈망은 나 역시 언제나 갖고 있다.  그런 선생님을 갖는 축복과, 그런 선생님이 되어주는 축복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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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9-01 19: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선물 받았는데 아직 못 읽었네요.. 좋은 책 같아요. ^^

마노아 2006-09-01 1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학교 도서관에 신청해서 읽었는데 금세 읽은 편이었어요. ^^
 
반 고흐, 영혼의 편지 (반양장) 반 고흐, 영혼의 편지 1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 예담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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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길은 외롭다.  재능을 키우는 것도 어렵고, 재능을 인정받는 길도 어렵다.  시대의 인정을 받아 당대에 유명세를 타고 명예와 부를 같이 얻는 예술가도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예술가가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 중에는, 당대에 인정받지 못했어도, 후대에 와서... 역사의, 시대의, 대중의 사랑을 온 몸에 받는 예술가들도 등장한다.  이 사람... 반 고흐가 그러했다.

사실, 미술에 대해서 그닥 알지 못하고, 몸소 체험할 기회도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고흐의 그림은 참 좋아했었다.  그의 강렬한 노란 해바라기도, 삐뚤삐뚤한 그의 작업실도, 붕대로 칭칭 감아놓은 자화상도... 모두모두 좋아하는 그림이었다.

이 책은, 빈센트를 후원해준... 그가 예술의 길을 걸을 수 있게 끝없이 격려해주고 경제적 지원도 온 몸 바쳐 다했던 그의 동생과 빈센트의 편지를 옮긴 글이다.

빈센트의 삶을 돌아보건대, 결코 행복하거나 여유있거나, 만족의 순간이 많았을 거라고는 보이지 않지만, 이토록 자신을 알아주고, 격려해주고, 후원해 주는 가족, 팬이 있다는 것은 그의 예술이 지속될 수 있는 강한 힘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나는, 그런 동생을 가진 빈센트도 참으로 복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사람이 되어준 그 동생의 존재가 더 대단하고 고맙게 느껴진다.  동생이 아니었다면, 우린 빈센트의 그 명화들을 지금처럼 감상하지 못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일까, 달과 6펜스를 읽으면서 고갱이 싫어졌다(ㅡㅡ;;;)  작가가 그리 의도하지 않았을 진 몰라도, 작품 속에서 그려진 얼간이 네덜란드 화가가 꼭 빈센트로 느껴져서....(아니라고 박박 우기고 싶다) 괜시리 애꿎은 고갱이 싫어졌다. (더불어 고갱 그림도 난 별로다.  흥!)

이 단순한 독자의 한계란...;;;;;;

제목에 영혼의 편지라고 적혀 있는데, 글의 솜씨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나눈 편지에는 영혼이 담긴 것과 같은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것이 독자에게는 감동을, 또 그림에 혼을 실어준 것이 아닐까...

오래 전에 텔레비전에서 빈센트를 기차 안에서 만나 과거로 여행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영화로 해주었는데, 너무 어릴 때 얼핏 본 거라서 제목까지는 기억이 안 난다. 문득, 그 영화의 제목을 알 수 있다면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그를 따라, 그가 그리 노란 밀밭을 같이 거닐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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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부리말 아이들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양장본
김중미 지음, 송진헌 그림 / 창비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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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을 소재로 한 글들은 참으로 아팠다.  그 대상이 아이일 때는 더욱 아팠다.  가난 구제는 나랏님도 못한다지만, 그들을 그토록 가난하게 살게 만드는 이 세상의 야박함이 싫어질 때가 참으로 많았다.  그것이 단지 허구속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 현실을 반영하고 있음을 알기에 더욱 가혹하게 느껴질 때도 많았다.  그것은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보여졌으니...

아마도 현실은, 모든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나진 않을 것이다.  지독히 가난한 집 아이들이 그래도 마음만은 곱고 다부져서 오뚝이 기질을 갖고 억척스럽게 살고 또 거기에 효녀 효자이기까지 한 경우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적을 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희망'을 이야기해주는 결말을 선호한다.

그것이 환상일지라도, 짧은 위안일 지라도, 현실은 이리 고되고 지독한 것일 뿐이야!라고 적나라하게 말해주는 책보다는 더 사랑한다.  이 책이.. 그러했다.

그랬기에, 느낌표 선정 추천 도서가 됐을 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면, 느낌표에서 추천했던 책 치고 교육적이지 않은 것이 없었고, 또 따스하지 않은 책이 없었다.

성인은 물론 중학생을 대상으로 읽게 한대도 부담이 없는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또 생각해 보면, 좋은 책은 연령에 관계 없이 두루 마음을 움직이고 기쁨과 감동을 주는 것이 기본 덕목인 것처럼 보인다. 

이상을 꿈꾸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내가 바라는 것은... 그 가혹한 가난의 무게를 가까스로 이겨내고 씨익 웃는 고난의 땀보다, 나는 그들이 남들만큼의 평범한 행복과 안일함을 가질 수 있는 약간의 사치를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  이 땅을 사는 모든 가난한 민중이 지금보다는 덜 가혹하게 살기를 바란다.  모두가 조금씩 더 잘 살 수 있는 세상...

오늘 내가, 좋은 책 한권을 읽고 마음이 부자가 된 것 같은 뿌듯함과 같은 종류의 기쁨이, 그들에게도 일상으로 다가올 수 있기를 바란다. 

으, 유랑가족 봉순이 언니 기타 등등... 가난한 사람들이 나오는 이야기를 당분간 피해 읽으려고 했건만, 오늘 읽은 피아노의 숲도 그렇고, 피해갈 길이 없다.  그게 현실 속 거울이니까...

그래도 '희망'이 있다면 아주 우울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그렇게 믿고 살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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