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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여우를 단칼에 베다
진병팔 지음 / 더불어책 / 2003년 7월
평점 :
절판
책을 판매하는 곳에서 '리뷰'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되어지는 것은, 나 역시도 전혀 연이 없다가 리뷰를 보고 마음이 동해서 책을 구매하게 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 책이 그 대표적인 예다. 처음 책을 받아들었을 때는 얼라? 기행문이네! 하고 놀랐더랬다. 제목에서 주는 느낌에 명성황후 관련 팩션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 착각 역시도 내가 읽었던 리뷰 탓이리라. ^^ 사실 난 이 책의 리뷰를 내가 쓴 줄 알았다. 어제 자료를 찾다가 이 책을 클릭해 보고는 전혀 리뷰가 없는 것을 보고는 좀 놀라서 기억을 더듬어 지금 쓰고 있는 중이다.
저자는 일본 땅을 답사하면서 우리나라와 관련된 역사적 흔적을 추적하였다. 다분히 감상적일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대단히 냉혹한 서술을 유지하여서 우리나라 사람 맞아? 싶을 만큼 적나라한 부분이 적지 않았다. 이를 테면 삼일운동에 관한 서술이 그랬다. 처음 이 책을 읽을 때에는 너무 충격적이고 열도 받고 씩씩대고 그랬는데, 좀 지나니 저자는 멀쩡한데 나 혼자 흥분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좀 더 자료를 찾고, 좀 더 다른 책들을 참고해 보니, 저자의 시점이 아주 객관적이진 않다고 보였는데, 그렇다 하더라도 이렇게 한발자국 떨어져서 좀 더 냉정하게 우리 역사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절감하였다.
명성황후를 시해했던 그 칼, 그 칼이 보관된 구시다 신사, 칼날에 적혀 있는 이 책의 제목 등등... 그러고 보니 이 내용은 금년에 KBS스페셜... 이 아니라 2580인가 보다. 거기서 李?방영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솔직히 책이 더 잘 보여주었다. 방송보다. ^^
이토 히로부미가 죽으면서 안중근을 향해 "어리석은 놈!"이라고 말했던 배경 등은 꽤 쇼킹했다. 우리가 교과서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얘기들이니까.
저자가 윤동주가 죽은 형무소를 바라보다가 한국 대학생 관광객을 만난 이야기는 자못 씁쓸했다. 길을 묻는 그들에게 이곳에서 윤동주가 죽었다고 말을 하니, "그래요?"라고 한마디 하고는 그냥 가더란다. 헉! 이었다. 설마 윤동주를 모를 리는 없을 테고, 그 정도의 감회 밖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는 거지만, 좀 배신감이 느껴졌던 것은 사실이다.
처음에 일독을 하고 나중에는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추가로 더 읽어보곤 했는데, 지금은 나의 지인이 빌려가 오래도록 보관 중이다. 그녀 역시 너무 좋았던 탓에 한 번 더 읽겠다 하였는데, 그 후 감감 무소식이다...;;;;;;;;
가끔, 누군가 책 추천을 부탁했을 때, 자주는 아니지만 이 책 어떠니... 하고 권해주는 책이 되어버렸다. 제목의 배경을 모른다면 이게 뭐야? 할 책이지만, 제목의 늙은 여우가 누구를 부른 것인 줄 안다면 단번에 끌리지 않을까... 라고 나름 짐작하며... ^^
이런 주제를 가지고서 일본을 답사해 본다면, 그 또한 몹시 의미있는 일이 될 것 같다. 꿈같지만, 정말 꿈 꿔 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