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은 지난해 대학에 입학했다. 봄의 캠퍼스는 너무도 아름다웠다. 대견한 동생이었다. 입학한 지 한달 남짓 지난 그해 4월. 남동생은 어느날 계단을 오르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얼굴도 창백했다. 병원에 갔다. 급성림프성백혈병이었다. 순식간이었다. 20살의 한 대학 신입생의 캠퍼스 생활은 그렇게 한달 남짓 만에 멈춰섰다.
강모씨(23·여)의 남동생은 골수이식을 받아야 건강해질 수 있다. 가족은 물론 국내외 기증자의 유전자형을 살펴봤지만 일치하는 골수가 없었다. 동생의 상태는 날로 악화됐다. 침이 바짝바짝 말랐다. 그러던 중 지난 5월 국내의 한 20대 기증희망자의 유전자가 데이터상 일치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눈 앞이 환해지는 기쁨도 잠시, 그 기증자는 “기증을 못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 강씨는 “서운해 하면 안되는데, 그러면 안되는 것을 아는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강씨 남매는 다른 기증자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희망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백혈병 환자들이 자신에게 맞는 골수를 찾아도 이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기증 의사를 밝혔던 사람들이 ‘기증을 못하겠다’며 뒤늦게 말을 바꾸거나, 아예 연락을 끊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30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기증자와 환자를 연결해주는 기관인 가톨릭조혈모세포은행에서는 지난해 기증자들 가운데 환자들과 적합한 골수를 92건 찾았다. 그러나 실제 수술에 들어간 경우는 단 22건(시술률 22.2%)에 그쳤다. 환자가 어렵게 자신과 골수가 맞는 기증자를 구했어도 5명 중 1명만 수술받은 셈이다. 시술률이 낮은 까닭은 ‘기증자와 연락이 끊겼거나’(23건), ‘기증자가 기증을 거부하거나’(7건), ‘기증자 가족이 반대하는’(10건)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증자측 잘못으로 기증에 실패한 경우는 57.1%로 전체 실패 건수의 절반을 넘는다.
다른 기증기관인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환자에게 이식이 적합한 골수를 모두 420건 찾았으나 시술은 204건(시술률 48.5%)에 그쳤다. 기증 희망자 가운데 48건은 연락이 두절됐으며, 40건은 본인이 거부하고, 24건은 가족의 반대로 수술대에 오르지 못했다.
거부율이 높은 까닭은 기증제도가 부실한 탓도 있다. 기증신청은 본인의 동의만으로 가능하지만, 수술은 가족의 동의까지 받아야 해 차이가 있다. 또 기증자에 대한 정기적 관리가 부실해, 몇년 뒤 골수가 일치한 것이 확인돼도 기증자의 연락처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런 이유 등으로 적합한 골수를 찾아도 수술에 이르지 못한(조정실패한) 비율은 2002~2005년 55.4~56.8%에 이르고 있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의 40%, 일본의 45%에 비해 15∼20%포인트 높은 수치다.
〈황인찬기자 hi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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