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오늘 점심은 뭘 먹지? 어디를 가야 여유롭게 먹을 수 있을까?” 12시 점심시간이 되면 직장인들의 고민이 시작된다. 밖에서 사먹는 음식을 여러 번 먹으면 물리게 돼 있는 법. 365일 다른 식당을 찾아가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북적거리는 식당, 비슷한 메뉴가 질린 직장인들이 ‘도시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도시락은 매일 점심을 식당에서 해결해야만 하는 직장인들의 가장 큰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데다 비용과 시간을 절약해 준다는 평가다.
◇ 3개월만에 5kg 감량 …‘다이어트’ 따로 필요 없어요
8월부터 ‘도시락 족’이 된 신은경(22·여)씨는 다이어트를 위해 ‘도시락’을 선택했다.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기 시작한 뒤로 ‘식당밥’을 먹지 않았다.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5㎏ 이상의 체중이 빠졌다.
신씨는 “간소한 식단 때문에 다이어트에 성공한 것 같다”며 “지각을 해도 도시락은 챙겨 나온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식당음식은 아무래도 조미료가 많이 들어가 있으니까 쉽게 물리는 것 같다”며 “집밥이 최고라는 말을 요즘 실감한다”고 했다.
도시락 반찬은 멸치볶음, 계란말이, 구운 김 등 간단한 밑반찬이 전부. 동료들 4명과 함께 도시락을 먹고 있다. 각자 싸온 반찬이 한자리에 모이니 식탁은 금세 푸짐해진다고. 시끄럽고 북적거리는 식당이 아닌 휴게실에서 먹기 때문에 이런 저런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오고간다.
그는 “하루에 5000원만 따져도 한 달에 10∼20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며 “동료들과 어울리며 학창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여러 정보를 나누는 것은 덤”이라고 덧붙였다.
◇ ‘돈도 아끼고 시간도 절약되는’ 실속만점 도시락
가톨릭대학교에서 근무 중인 문모(25·여)씨는 매일 점심도시락을 챙겨 출근한다. 새로 지은 밥을 작은 플라스틱 용기에 담으면 도시락 준비 끝. 일주일치 밑반찬을 한꺼번에 싸와 냉장고에 보관해 두기 때문에 매일 반찬을 챙기지 않아도 된다. 사무실 냉장고엔 콩자반, 깻잎, 멸치볶음, 김치 등이 항상 놓여있다. 점심시간이 되면 도시락을 챙겨온 2∼3명의 직원들과 휴게실에 모여앉아 저마다 싸온 도시락을 펼쳐놓고 즐겁게 식사를 한다.
문씨는 지난해부터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동안 주변 식당에서 매번 점심을 사 먹다보니 질리기도 하고 건강도 많이 나빠졌다. 식사메뉴를 정하는 것도 어려웠고 식사비용 또한 만만치 않았다. 문씨는 도시락 먹기를 시작하고 나서 한 끼에 5000∼6000원 지출했던 식비를 줄일 수 있었고 몸도 한결 가벼워졌다.
같은 학교에 일하는 김모(40·여)씨도 3월부터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기 시작했다. 전쟁을 치르듯 점심식사를 하는 것이 지겨워 도시락족에 합류했다. 김씨는 “간단하게 점심을 해결하고 나면 30분정도 여유시간이 남는다”며 “그 시간에 동료들과 산책을 하거나 책을 보며 느긋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다”며 말했다.
◇ 건강연대 “건강은 스스로 지켜야…한달 27만원 절약”
한국건강연대(건강연대)는 2004년부터 유해 먹거리(농약, 약품 등) 추방운동 일환으로 ‘도시락 싸 다니며 먹기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8월11일부터 다음 아고라 게시판에서 ‘도시락 먹기’ 운동에 대한 온라인 서명을 시작했다. 7일 현재 684명의 네티즌이 지지를 보냈다.
건강연대는 ‘자신의 건강은 스스로 지키자’는 취지로 도시락 캠페인을 시작했다. 식당 음식을 만드는 과정과 식재료를 일일이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식당이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대부분의 식당들이 조금 더 싼 식재료를 쓰거나 조미료를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건강연대는 또 한 달간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면 대학생의 경우 17만원, 직장인은 27만원의 외식비를 절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건강연대 나 은 간사는 “안전한 먹거리를 스스로 확인 할 수 있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는 ‘도시락 먹기’ 문화가 빨리 정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