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담배 피우시겠습니까?
[오마이뉴스 이명옥 기자]
▲ 금연 홍보 포스터
ⓒ2006 이명옥
년초에 '금연'을 결심하지 않는 흡연자는 드물 것이다. 그러나 대단한 의지와 인내심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대부분 '작심삼일'에 머물고 '금연에 실패한 씁쓸한 기억 또한 실패감'만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금연. 과연 오르지 못할 나무요, 정복할 수 없는 산일까? 오르지 못할 나무도 째려보다 기어이 올라가고,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던 나폴레옹과 같은 의지로 초지일관한다면 정복되지 않는 일이란 없다.

기자가 살고 있는 지역에 있는 노원보건소는 각 대학과 병원에서 금연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 홍보 현장을 통해 금연에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정보들을 알아보기로 한다.

"우리는 보건소 자체에서 계획을 세워 대학교, 병원, 사업장 방문 등을 통해 대상자들을 모아 금연할 수 있도록 도와 드리고 있어요. 처음엔 매주 한 번씩 사업장을 방문해서 직원들을 대상으로 금연클리닉을 실시했는데 주변 지역 분들까지 확대해 금연 클리닉을 실시하고 있지요. 보통 한 사업장에 10주 정도 나가고 있는데 원자력 병원은 반응이 좋아 18주째 환자, 보호자, 주변 지역 분들을 대상으로 금연클리닉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노원보건소 상담사 문복순씨의 말이다. 금연클리닉에 참여하면 기본적으로 6주 동안 금연용 패치를 지급받을 수 있고 여러 가지 심리 상담도 할 수 있다. 노원구 보건소뿐만 아니라 가까운 보건소에서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금연을 결심한 김아무개씨와 문복순 상담원의 상담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 보자.

금연, 본인 의지와 가족·주변 도움이 필수

김: 담배를 끊으려고 노력을 엄청나게 많이 했어요. 하루에 한 갑씩 피울 때는 끊기 쉽겠다고 생각했는데 하루에 3갑씩 피우면서 금연이 힘들어지더라고요. 하지만, 아이들이 크면서 담배를 끊으라고 하니 은근히 부담스럽더라고요. 그래서 금연을 결심하게 됐어요. 애들하고 있으면 눈치가 보여 담배를 안 피우게 되더라고요. 금연 3주째 되니 정말 힘들더군요. 떨리고 식은땀도 나고…. 그 고비를 넘기고 한 달쯤 되니 괜찮아지고 주변에서도 더는 담배를 권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자영업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다시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어요. 다시 피우다가 끊으려니까 정말 어렵고 보조제를 사용해 봤는데 일시적인 것 같더라고요. 애들하고 같이 있으면 경각심을 가져 금연이 쉬운데 요즘은 아이들하고 떨어져 있다 보니 흡연량이 좀 늘었어요.

 
▲ 문복순 상담사
ⓒ2006 이명옥
문: 정말 노력을 많이 하셨네요. 어떤 스트레스가 오더라도 재흡연을 안 하겠다는 철학만 가지시면 금연을 아주 잘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금연은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문제를 통해서 금연을 하려는 시작점을 스스로 정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도 그 것이고요. 이 프로그램은 6주 프로그램입니다. 6주 후가 되면 흡연 효과가 현저히 줄어들어 개인의 의지로 극복해 나갈 수 있어 그 지점까지 패치와 상담으로 도움을 드리는 거예요.

니코틴은 중독성이 있어 의지만으로는 벗어나기 어렵지요. 그래서 니코틴 패치를 일정 기간 제공해 드리면서 금연을 유도하고 있는데 2주 간격으로 패치의 크기를 줄여 가도록 프로그램되어 있어요. 하지만, 패치에 의존적이 되면 100% 실패합니다. 일차적으로 결단을 하고 마음에 준비를 단단히 하면서 6주 동안 담배를 한 개비도 안 피우려는 노력이 꼭 필요하지요.

김: 요즘은 애들이 없으니 금연이 무척 힘이 들어요. 하지만, 이번엔 꼭 성공해서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어요. 담배 생각이 날까 봐 술집에도 안 가고 집에 일찍 들어오려고 하고 있습니다.

▲ 금연에 도움을 주는 패치
ⓒ2006 이명옥
문: 좋은 생각이시네요. 담배 생각이 나면 산책을 하든지 물을 마시든지 의식을 다른 곳으로 전환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세요. 계획을 잘 세워야 해요. 담배는 사람의 감정과 함께 가기 때문에 금연이 힘든 것입니다. 감정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안 받도록 노력하세요. 다시 말씀드리지만 니코틴 패치에 너무 의존적이 되면 안 됩니다. 담배 생각이 나면 '패치를 붙이지, 뭐'라고 생각한다면 금연에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담배 생각이 나면 심호흡 크게 하시고 물을 자주 마시세요.

금연 실패를 막는 최우선 전략

- 금연 동기를 잊지 마십시오

- 단 한 개비의 담배도 피우지 마십시오

- 성공이 실패로 돌아갈 수 있으니 자만하지 마십시오

- 만일 실수로 답배를 피웠다면 비상 대책을 따르십시오

-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기억해 두십시오

- 금연 축하 이벤트를 자주 가지십시오

- 충분한 휴식과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십시오

- 다른 사람의 금연을 위해 활동하십시오 / 금연 홍보책자 참고
김: 전에도 미지근한 물을 지속적으로 마시라고 권해 주더라고요.

문: 네, 그게 일반적으로 권하는 방법입니다. 저희 패치는 3가지 크기로 되어 있어요. 1단계는 편안하시도록 니코틴량이 좀 많은 패치를, 그 다음엔 좀 더 작은 패치를, 3단계 때는 더 작은 패치를 드립니다. 시험해 보려고 떼었다 붙였다 하지 마시고요, 그냥 하루에 한 장 붙이시고 아침에 교환하는데 양쪽 팔, 배꼽 양쪽, 엉덩이 양쪽을 번갈아 가며 붙이세요. 가렵거나 빨갛게 되거나 부어오르는 부작용이 올 수도 있으니 도움이 필요하면 전화하세요. 상담원이 도움을 드릴 거예요.

김: 혈압도 올라가는 것 같아요. 금연 때문인가요?

문: 신경을 쓰면 혈압이 올라가는 경우가 있으니 스트레스를 줄이도록 노력하시고 2주 후에 오세요. 이번 기회에 금연에 꼭 성공하시기 바랍니다.

세계는 지금 담배와 전쟁 중

▲ 말초신경 장애로 발가락을 자른 사람
Smoking is death

흡연은 죽음입니다. - 홍콩

Smoking may reduce the blood flow and causes impotence

흡연은 혈액의 흐름을 줄여 성 불능을 가져올지도 모릅니다.

Smoking causes ageing of the skin

흡연은 피부 노화의 원인이 됩니다. - EU연합

▲ 담배갑에 쓰여진 경고문
Smoking causes peripheral vascular disease.

흡연은 말초혈관 질환의 원인이 됩니다.

Cigarettea cause lung cancer.

흡연은 폐암의 원인이 됩니다.

Smoking harms unborn babies

흡연은 태아에게 해롭습니다. - 미국

흡연은 폐암 등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며 특히 임신부와 청소년의 건강에 해롭습니다. - 한국


▲ 경고 포스터
위와 같은 무시무시한 경고문이 아니더라도 경제적, 신체적, 정신적 손실을 가져오는 흡연은 백해무익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전 세계적으로 담배와의 전쟁을 선포하여 흡연율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으며 공공 매체와 미디어를 통한 담배 광고를 전면 금지하는 등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탈리아의 경우 정부에서 담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금지 시킨 것은 물론, 각종 매체에서 담배 광고를 금지 시켜 흡연율이 현저하게 감소했다.

흡연에티켓

- 담배는 흡연 구역에서만 피운다

- 흡연시 타인의 양해를 구한다

- 담배꽁초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다

- 보행 중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 흡연 중 아무데나 침을 뱉지 않는다

- 외출 시 휴대용 재떨이를 휴대한다

- 비흡연자를 배려한다

- 화재 예방에 앞장선다 / 금연홍보책자 참고
홍콩은 '흡연은 죽음입니다(Smoking is death)'라는 강력한 경고를 비롯한 6개의 경고 중 하나를 의무적으로 담뱃갑에 기록하게 되어 있다.

선진국은 타르와 니코틴 함량 표시를 83% 이상 하고 있지만 개발도상국은 48%밖에 표시하지 않고 있다. 흡연의 폐해에 대한 경고문도 선진국이 59% 표시하고 있지만 개발도상국은 절반 수준인 26%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어쨌거나 간접 흡연자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흡연에 대해서는 좀 더 강력한 대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 흡연 경고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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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1-12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허... 너무 끔찍하다. 헌데, 이렇게 위험한 것을, 만들지 말고 팔지 않는 게 우선 아닌가? 담배는 아직도 국가 전매품일 텐데..ㅡ.ㅡ;;;;
 
바다에 간 마녀 위니 비룡소의 그림동화 155
코키 폴 그림, 밸러리 토머스 글, 조세현 옮김 / 비룡소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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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편에서는 너무 추워를 외쳤던 위니가, 여름 편에서는 너무 더워를 외치고 있다.  원래 마음에 품은 것은 바로 실행하고 마는 성미의 위니!  기다릴 필요 없이 당장 출동했다.  어디로?  바로 바다!

빗자루를 타고 휘잉 날아간 마녀 위니!  바다를 보자 마자 풍덩! 뛰어들었다.  같이 간 윌버는 그녀에게서 멀찍이 떨어진 채 구경한다.  물이 튀는 것은 절대 질색이니까.

신이 난 위니는 마구 물장구를 치며 헤엄치기에 바쁘다.  윌버는 역시 그녀를 피하기에 바쁘다.  위니가 물장구를 과하게 치자 그녀가 모래 위에 펴놓은 수건과 가방도 젖어버리고 빗자루마저 파도에 떠내려 가버렸다.  서둘러 주문을 외어 빗자루를 불러들이는데, 수상스키 타는 사람과 부딪쳐 버린다.   그 다음엔 고래 등에 떨어져서 고래를 화나게 만들고 이래저래 우여곡절이 많다.  빗자루는 겨우 찾았지만 주변에 있던 사람들과 윌버까지 모두 흠뻑 젖어 위니는 졸지에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다.  

도망치듯 서둘로 집으로 돌아온 위니와 윌버.  그렇지만 여름은 여전히 진행중이고 위니는 더위를 참을 수가 없다.  그러나 위니가 누군가?  바로 마녀가 아닌가!

요술봉을 휘익 휘두르며 주문을 외우니... 짠!  집 마당에 풀장이 짠!하고 생긴다.  이제 위니는 여름을 즐길 수 있다!

음.............. 위니 시리즈를 다섯 개 읽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약하다.  엔딩도 좀 맘에 안 들고....
어린이 동화책인지라 내가 오버하는 거겠지만 어쩐지 부르주아의 어깨 으쓱이 떠올라서 말이다...;;;;;

그리고 물을 싫어하는 윌버가 집안에 있는 풀장은 기꺼워 하는 이유는 뭐란 말인가?  원래 고양이는 물을 싫어하는 동물이지 않던가?  차라리 교훈을 원했다면, 바닷가에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 주지 않고 나름 즐겁게 여름을 보내는 위니의 모습을 그렸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이제껏은 별 다섯의 행진이었지만 모처럼 별 셋으로 간다.  만약 여름에 이 책을 보았더라면 개인 풀장이 있는 위니를 부러워했을까?  뭐, 지금도 살짝 부럽긴 하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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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6-11-13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유진이 엄청 좋아하는대...

마노아 2006-11-13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니 시리즈 저도 좋아하는데 요것만 별로였어요^^;;;
 
마녀 위니의 새 컴퓨터 비룡소의 그림동화 128
코키 폴 그림, 밸러리 토머스 글,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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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동화책의 소재도 최첨단을 달릴 수밖에 없나 보다.  지극히 고전적인 인물-마녀를 다루고 있는 이 책에서도, 마녀 위니가 컴퓨터를 구입했으니^^

그래도 그녀의 컴퓨터 사용 용도는 좀 더 특별하다.  그녀가 가는 쇼핑몰은 마법 서적과 마술 지팡이를 팔고 있으니까.  아마 무료 배송도 될 것이다^^

위니는 컴퓨터를 만지느라 신이 났지만 윌버는 그 옆에서 말썽부리기 일쑤다.  얼마나 심심하겠는가.  귀찮아진 위니가 윌버를 밖으로 내보냈는데 하필 비가 오고 있다.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공교롭게 되어버렸다.   비를 맞으면서 창너머 위니를 바라보는 윌버.  컴퓨터가 대체 무엇이길래 그녀의 혼을 빼놓았는가... 심통이 나버렸다.

위니는 마법서적의 주문 내용을 모조리 컴퓨터에 입력해 놓았다.  이제 마술봉과 주문 서적은 불필요한 짐이 되어버렸으니 과감하게 버려버린다.  시험 삼아 마우스를 클릭해 보니 윌버가 파란 고양이가 되어버렸다.  다시 클릭하니 원래의 검은 고양이로 돌아온다.  만족해 하며 잠이 들어버린 위니.  윌버가 슬그머니 나와버린다.  컴퓨터를 노려보며 이것저것 마구 눌러버린 윌버.  으앗!  갑자기 파란 고양이가 되어버렸다.  취소하기 위해 또 만지작 거리다가 앗!  사고를 쳐버렸네.

위니가 아침에 깨어보니 윌버도 보이지 않고 컴퓨터도 보이지 않는다.  다시 불러오는 마법 주문을 외우려고 했지만 생각이 나지 않는 위니!  그래서 마법 책을 찾아보니, 아뿔싸!  본인이 전날 버린 게 생각난다.  으앗!  창을 열어보니 때마침 쓰레기 차가 밖으로 빠져나간다.  헐레벌떡 따라가려 했으나 놓쳐버렸다.  머리 속이 하얘진 위니!  그러나 구원군 도착!  바로 어제 주문한 마술봉이 막 도착한 것이다.(빠른 배송을 책임짐!)

마술봉을 휘둘로 컴퓨터도 윌버도 모두 제자리로, 윌버의 털 색깔도 모두 제자리로 돌린 위니.  이제 위급 상황을 고려해서 마법 책과 마술봉을 버리지는 않는다. 

굳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새롭고 편리한 것이 등장하여도 옛것이 좋고 필요할 때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교훈이 있다고 하겠다. ^^  더불어 컴퓨터에 너무 빠지면 일상에 지장이 있다는 교훈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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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1-12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이리뷰가 모두 네개라는데 보이지 않는다. 나 혼자 별 다섯인데 저 형편없는 별점은 뭘까? 어제 올린 리뷰도 그러더만...;;;;
 
 전출처 : 마태우스 > 가스노트

 

 

 

 

* 데스노트를 엄청나게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걸 리메이크해 오랜만에 3류소설을 써봤습니다. 음...이거 읽으시면 영화가 덜 재미있지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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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슬라이드 부탁합니다.”

11월 10일 오후 두시반, 유성관광호텔, 가정의학 추계학회장. 연단에 선 가을산은 레이져포인터로 사진 속의 환자를 가리켰다. 그때였다.

“뽀오오옹.”

사람들의 얼굴이 충격으로 굳어졌고, 졸던 사람도 잠에서 일어났다. 5초가량의 맹렬한 방귀가 끝나자 잠시 멍해 있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폭소를 터뜨렸다. 그 웃음은 한동안 계속되었다.


“가을산 선생, 그럴 수도 있지요. 기운 내세요.”

학회장 밖으로 뛰쳐나간 가을산을 배꽃이 위로했다.

“당신이 내 심정을 이해나 해요? 전 생전 이렇게 큰 방귀를 뀌어 본 적이 없어요. 이건, 음모라구요!”


비슷한 시각. 공사계약을 따내기 위해 입찰에 들어간 메피스토는 갑자기 속이 부글부글 끓는 걸 느꼈다.

‘이러면 안되는데...’

최악의 사태를 피해 보려고 엉덩이를 드는 순간, 메피스토는 자신의 몸에서 “뽀옹” 하는 소리가 나는 걸 들었다. 모두의 시선이 메피스토 쪽으로 몰린 것도 잠시, 사람들은 일제히 코를 막고 흩어졌다. 그 자리에 있던 클리오는 이틀 후 그 사건을 이렇게 회고한다.

“내가 겪은 최악의 방귀였어. 인간의 방귀가 그렇게 냄새가 독할 수 있다니 놀라운 일이야.”


마태우스의 일기.

[난 세 살 때부터 방귀를 잃고 살았다.

친구로부터 똥침을 당한 뒤다.

그 뒤 난 방귀 뀌는 사람이 부러웠다.

그러다 이런 생각을 했다.

니들이 뀌는 그 방귀가 결정적인 곳에서 터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다 그 노트를 주웠다.

술을 먹고 집에 가다가 범상치 않은 노트가 떨어져 있는 걸 봤고

이상한 생각이 들어 집에 가져온 것.

다음날 술이 깬 뒤 노트를 열어봤더니 첫 페이지에 이런 문구가 있었다.

“이 노트에 얼굴을 아는 사람의 본명을 쓰면 40초 내에 방귀를 뀐다. 방귀를 뀌는 상황, 방귀의 종류와 지속시간도 조정할 수 있으며, 다른 설명이 없을 때는 5초간 냄새가 그다지 심하지 않는 방귀를 뀐다.”

피식 웃었다.

그러다 장난기가 발동해 어머니의 이름을 적어넣었다.

1분이 채 못되어 엄마 방에서 뽀옹 하는 방귀소리가 났다.

생전 처음 듣는 큰 소리의 방귀가.

내가 아는 우리 엄마는 절대 그런 방귀를 뀌는 분이 아니셨다.

.....


난 그 노트의 안내문이 사실인 걸 깨달았고

그 이후부터 알라딘 서재인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가을산. 본명 간미연. 11월 10일 오후 두시반, 학회 발표 도중.


난 학회가 열리는 유성에 가서 가을산을 지켜봤다.

아니나다를까, 가을산은 5초간 방귀를 뀐 뒤 울면서 뛰쳐나갔다.


-메피스토, 본명 장동건. 11월 10일 오후 두시 40분, 입찰 장소에서. 냄새가 아주 독하게.

그날 밤, 메피스토의 페이퍼가 올라왔다.

“방귀 뀌는 바람에 입찰에서 탈락했다. 내 생전 이런 일이 없었는데.”


-moonnight, 본명 문근영. 11월 11일 오후 세시 반, 극장에서 <프레스티지> 보다가 10초간. 냄새 살짝.

그날 인터넷 신문들은 대구시내 모 극장에서 한 여인이 방귀를 뀌는 바람에 관객들이 놀라 대피하는 소동을 겪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제 세상은 방귀를 뀌는 게 더 이상 특권이 아닌 곳이 될 것이다.

니들의 방귀는 내가 지배한다. ]


“이건 뭔가 이상합니다.”

평범한 여대생이 준비한 자료를 가리키며 말했다.

“방귀를 뀐 사람들은 모두 착실하고 평소 샤워도 잘 하는, 즉 방귀와 거리가 먼 사람들입니다. 분명 누군가가 이 사태를 조정하고 있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브리니가 손을 들었다.

“무슨 방귀 바이러스 같은 건 아닐까요?”

여대생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대형 방귀를 뀐 사람들이 모두 알라디너라는 점을 보면, 범인은 알라디너거나 알라딘에 대해 잘 아는 자입니다.”

마노아가 입을 열었다.

“그래 스물넷 측의 음모는 아닐까요?”

여대생은 잠시 생각한 끝에 고개를 저었다.

“제 육감이긴 하지만 이번 사건의 범인은 한명일 확률이 높습니다. 뭔가 방귀에 얽힌 사연을 가진 사람....”

마노아가 이의를 제기했다.

“말도 안됩니다. 메피스토와 가을산은 서로 다른 장소에서 방귀를 뀌었다고요. 범인이 한명이라면 그게 어떻게 가능하죠?”

여대생이 대답했다.

“놈은 아마도...사람을 만나지 않고도 방귀를 뀌게 하는 재주를 가진 것 같습니다. 지금으로선 모든 게 추측이지만요.”


청주도서관. 사람들이 한가롭게 책을 읽고 있었다. 도서관 안은 책장 넘기는 소리만 간간이 들렸다. 그때 엄청난 방귀 소리가 들려왔다.

“뽀오오오오옹.”

사람들은 경악한 표정으로 소리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세실이 놀란 표정으로 방귀를 뀌고 있었다. 방귀는 15초나 지속되었다. 방귀가 끝난 후 거기서 책을 읽던 로쟈가 중얼거렸다.

“젊은 사람이 참 대단도 하지.”


날개는 배드민턴을 치다가 냄새나는 방귀를 뀌었고, 산사춘은 대형 방귀로 <황소곱창>을 쑥밭으로 만들었다. 체셔고양이는 33초간 방귀를 뀌어 사람들의 혼을 빼놓았다. 하이드는 외국 투자가들 앞에서 마늘냄새가 나는 방귀를, 바람구두는 구두를 신다가 말똥냄새가 나는 방귀를 뀌었다. 다시 수사본부.

“이거이거, 범인 잡는 게 가능이나 하겠어요? 때와 장소를 안가리고 방귀를 뀌어대니...”

마노아의 푸념에 브리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를 좀 봐주십시오.”

여대생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표는 방귀를 뀐 시각입니다. 오후 두시반, 오후 네시, 오전 8시... 모두 오후 6시 이전이지요? 이 얘기는 범인은 밤마다 무슨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밤마다 해야 하는 일이 과연 뭐가 있을까요?”

주드가 손을 들었다. “불꽃놀이요.”

여대생이 얼굴을 찌푸리자 주드는 머쓱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음주운전?”

울보가 괜한 말을 했다 싶어 자리에 앉는 순간 여대생이 손가락으로 울보를 가리켰다.

“바로 그겁니다. 제 생각에 범인은 술을 아주 즐겨 마시는 자입니다.”

사람들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달콤한책이 말했다.

“그렇다면 용의자가 많이 축소되네요? 매일 술을 마시는 사람이라면 딱 한사람 떠오르는데...”

여기저기서 두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도나도! 그런 사람이라면 딱 한명밖에 없지.”

“브라보!”

여대생은 넓은 손바닥으로 박수를 쳤다.

“저 역시 마태우스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일단 그를 좀 감시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여대생은 잠시 트림을 한 뒤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 방귀를 뀐 사람들은 모두 마태우스와 한번 이상 만난 적이 있습니다. 즉 마태우스가 얼굴을 아는 사람들이란 거죠. 반면 로드무비나 치카, 이매지처럼 신비주의 컨셉을 가져가는 사람들은 방귀 목록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마태우스와 만났더라도 stella09처럼 본명을 가르쳐 주지 않은 경우에는 방귀를 뀌지 않았어요. 그러니 우리끼리라도 절대 본명을 부르지 맙시다. 전 만약을 대비해 이름을 콸츠로 바꾸겠습니다.”


물만두는 점심을 먹다가, 조선인은 국정감사를 받다가 대형 방귀를 뀌었다. 파란여우는 염소 사료를 사러 하나로마트에 갔다가 냄새가 지독한 방귀를 뀌어야 했다. 인터라겐은 시댁 제사 때 절을 하다 큰 방귀를 뀌었다. 수니나라는 재진이 학교에서 학부모 간담회를 하다가 뀌었다.

“제가 조사한 바로는 물만두가 마태우스를 만난 적은 없답니다. 그런데도 방귀를 뀌었거든요.”

브리니의 지적에 콸츠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어쩌면....직접 보지 않아도 얼굴을 아는 것만으로도 방귀가 가능한지 모르겠군요. 물만두는 서재에 자기 사진을 잘 올렸고, 마태우스한테 연말 카드를 보내며 본명을 썼다고 하니까요. 우리 모두 정신 똑바로 차립시다.”


11월 13일 월요일, 오후 3시 33분. 학생들한테 유전학을 가르치던 마태우스가 오초간 방귀를 뀌었다. 학생들은 대피소동을 벌이느라 난리였다.


마태우스의 일기.

[놈들이 눈치를 챈 것 같다.

엊그제도 어떤 놈이 날 미행했다.

집안 분위기도 좀 이상하다.

감시카메라가 설치된 것 같다.

놈들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오늘 난 방귀소리가 나는 고무공을 가지고 가

수업 중에 방귀소리를 냈다.

아쉬운 건 그 고무공이 5초밖에 소리를 못낸다는 것이지만

놈들의 의심을 거두기엔 충분할 듯하다.]


수사본부는 혼란에 빠져 있었다. 콸츠 역시 머리를 싸매고 앉아 환타만 마셔댔다. 그때 주드가 전화가 왔음을 알려왔다.

“콸츠님이세요?”

전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내 이름은 딸기다, 마냐하고도 잘 아는 사이다, 어릴 적부터 마태우스 집 근처에 살아서 그를 잘 안다, 마태우스는 수암으로부터 세 살 때 똥침을 당한 이래 방귀를 뀌지 못한다, 그런데 이번에 방귀를 뀐 게 이상하다...

콸츠는 딸기에게 고맙다고 한 뒤 전화를 끊었다.

“놈은 머리는 나쁘지만 잔머리에 능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자신을 용의선상에서 제외하기 위해 자신 스스로 방귀의 대상이 된 것일지 모르죠. 알면 알수록 더 수상하네요.”

콸츠는 실비를 불러 귓속말을 했다.


천안 기차역. 기차에서 내려 개찰구를 나오던 마태우스 앞에 미모의 여인이 서 있었다.

“마태우스 씨죠? 전 실비라고 합니다. 본명은 보아죠.”

마태우스는 만나서 반가운데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잠깐이면 됩니다.”

실비는 최대한 뜸을 들이며 마태우스를 초조하게 만들었다.

“저...제가 좀 바빠서요. 급한 게 아니면 다음에...”

“전 당신이 이번 방귀사건의 범인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어서 자백하시죠.”

마태우스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가 주세요.”

실비가 소리쳤다.

“자, 내 본명도 말했잖아! 여기서 내가 방귀를 뀌게 만들어봐! 어-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실비의 몸에서 뽀옹 하고 방귀 소리가 났다. 마태우스의 얼굴에 놀라움의 빛이 스쳤다. 시원하게 방귀를 뀐 실비는 마태우스를 향해 돌진했다.

“내 본명은 보아가 아니야! 이효리라고! 그런데도 네놈은 내게 방귀를 뀌게 했어. 도대체 정체가 뭐야, 넌?”

마태우스는 죽을 힘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마태우스의 일기.

[오늘 정말 황당한 일이 있었다.

실비님을 만났는데 내가 범인이라는 걸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하는데 실비가 갑자기 방귀를 뀌었다.

기껏해야 3초 정도였고 냄새도 강했다.

그건 내가 한 짓이 분명 아니다.

하지만 운이 나쁘게도 그 순간에 실비가 방귀를 뀜으로써 나에 대한 의심은 더 깊어질 것이다.

이왕 의심받는다면....할 수 없다.


-실비. 본명 이효리. 5분 간격으로 10초씩. 지금부터 시작해서 내일까지 24시간.]

 

다음날 아침.

“네...저 실비인데요....죄송합니다. 사정이 안좋아서 출근을 못하게 되었..뽀오오오옹...”

전화기에 귀를 대고 있던 콸츠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실비가 당했어. 그것도 혹독하게. 더 기다릴 수 없어. 마태우스를 급습하게.”

마태우스의 집을 뒤지던 브리니는 책상서랍에서 방귀 소리가 나는 고무공을 발견했다. 다른 수상한 건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마태우스의 일기.

[우리 집을 놈들이 뒤진 것 같다.

서랍에 넣어둔 고무공이 없어졌다.

하지만 그걸로는 날 어떻게 하지 못할 거다.

방귀노트는 이미 다른 사람에게 줘 버렸으니까

내가 어떻게 방귀를 뀌게 했는지 평생 알아내지 못할 걸?

음하하하하. ]


Kel은 떨리는 손으로 노트의 안내문을 읽었다.

그리고는 결심한 듯, 사람들의 이름을 적기 시작했다.

-낡은구두. 본명 고소영. 사흘 후 이집트로 출장가는 비행기 안. 15초.

-클라인수선. 본명 이영애. 회사 창립 기념일날 상받는 자리에서 냄새나는 걸로 6초.

-플레져. 본명 이소라. 싱가포르에서 10초(참고로 싱가포르는 3초 이상 방귀뀌면 과태료를 낸다)

-야클. 본명 최민식. 맞선 보다가 냄새 지독한 걸로.

-아프락사스. 본명 안성기. 학생들한테 빼빼로 받다가 36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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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06-11-11 09:51]

한국철도공사 직원이 1억원이 든 돈가방을 주워 경찰에 신고했다.

가방을 돌려준 직원은 40대 계약직 역무원이었다.

서울역에서 개표 직원으로 일하는 이수옥씨(43)가 돈가방을 발견한 건 9일 오후 10시쯤. 3층 대합실 의자에 검정색 서류가방이 덩그렇게 놓여 있었다.

동대구행 막차가 떠난 직후라 대합실에 승객은 거의 없었다. 직감적으로 승객이 분실한 가방이라고 판단한 이씨는 그래도 가방을 30분간 지켜봤다. 화장실에서 나온 승객 가운데 누구도 가방 쪽으로 가지 않았다. 확실한 분실물이었다. 이씨는 가방을 유실물센터에 맡겼다.

다음날인 10일 오전 9시쯤 유실물센터의 연락을 받고 찾아온 경찰과 함께 가방을 확인한 이씨는 깜짝 놀랐다. 현금 1천5백만원과 수표 9천5백만원 등 총 1억1천만원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가방에 있던 명함을 통해 확인한 주인은 대구에 있는 섬유회사 직원인 곽모씨(44)였다. 곽씨는 9일 서울의 거래처에서 수금한 뒤 대구로 내려가다가 서울역 내에 가방을 놓고 열차에 탔다. 10일 아침 가방을 분실한 사실을 안 곽씨는 눈 앞이 캄캄해졌다. 꼼짝없이 가방을 잃은 줄 알았다. 곽씨는 “집을 팔아 1억원을 메우고 사표도 낼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경찰 연락을 받고 서울로 다시 올라와 가방을 찾은 곽씨는 이날 이씨를 만나 “생명의 은인”이라며 이씨의 손을 꼭 잡았다. 이씨는 “책임감을 갖고 일하는 직원이라면 누구나 이렇게 할 것”이라며 “가방 하나 돌려줬을 뿐인데 이렇게 고마워하니 부끄럽다”고 말했다.

5년째 서울역에서 근무 중인 이씨는 고교생 아들과 중학생 딸을 둔 단란한 가정의 엄마이기도 하다. 이씨는 “우리 가족 누구라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이씨는 “서울역에서 물건을 잃어버리면 대체로 누군가가 가져가기 때문에 찾기 힘들다”며 “곽씨는 정말 운이 좋았다. 승객분들이 조금만 주의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로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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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1-12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연한 건데도 참 멋지고 대단해 보인다. 헌데.... 그러면 혹시 10% 포상금 주나???...;;;;;;;

세실 2006-11-12 0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남자분이 아니고 여자분이셨군요. 역쉬~~~ 회사 공금인데 10% 주겠어요? 천만원인데...ㅋㅋ. 혹시 100분의 1은 주지 않을까요?

마노아 2006-11-12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금은 해당 없을까요? 대단히 고마운 일인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