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군의 외손녀'' 위연홍씨 국적회복 못해 ''쪽방'' 전전
[세계일보 2006-11-21 20:09]    
21일 오후 서울 도심의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부근 한 고시원에서 중년 여성이 가파른 계단을 힘겹게 오르내리며 이삿짐을 나르고 있었다. “이런 모습을 보이려고 외할아버지 나라에 온 게 아닌데….” 긴 한숨을 토해낸 이 여성은 국가보훈처 권유로 지난해 12월 말 중국에서 영구 귀국한 백야 김좌진 장군의 외손녀인 위연홍(57·여)씨였다.

1995년 광복 50주년 사업의 일환으로 고국 땅을 처음 밟았던 위씨에게 외할아버지의 나라는 반드시 돌아가야만 할 ‘정신적 고향’이었다. 비록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중국에선 ‘비적(도적떼)’쯤으로 치부됐던 외할아버지이지만 위씨에게는 한없는 숭배의 대상이었다.

그랬기에 지난해 보훈처로부터 영구 귀국 권유를 받았을 때 ‘드디어 할아버지 나라에서 살 수 있다’는 기쁨에 밤잠을 설쳤다. 중국 정부로부터 백야의 외손녀임을 입증할 공증서류를 받는 데만 수개월이 걸렸지만 조금도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나 그로부터 1년이 지난 현재 위씨는 1평짜리 쪽방에서 이번 겨울을 나야 할 처지로 전락했다.

딸까지 중국에 남겨두고 홀몸으로 귀국했지만 고국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쉬울 것이라 믿었던 국적 회복이 자꾸 늦춰졌다. 정작 국적 회복 신청서를 나눠 주며 귀국을 권유했던 보훈처는 “조금만 더 기다려라” “추가 증빙서류가 필요하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때부터 위씨에겐 겨울 추위보다 매서운 시련이 찾아왔다. 한국 정부의 요구대로 추가 서류를 갖추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귀국 때 임시로 받은 F-1(방문동거)비자로는 정상적인 취업이 막혀 있어 아는 이의 집에 거처하며 하루하루 생계를 해결했다.

“의료보험이 되지 않아 몸이 아픈데도 병원에 가지 못하고 약으로 버티기 일쑤였다”는 위씨는 “그래서 심하게 아플 때는 보험 혜택이 되는 중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까지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요즘 주변에서 국적 회복 신청에 지쳐 중국으로 되돌아가는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볼 때마다 자신도 포기하고 싶다는 유혹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장군의 후손으로서 위엄을 지키며 나라를 사랑하라”는 어머니(김강자 여사·2003년 작고)의 유언을 지키기 위해서도 여기서 포기할 수 없다는 일념으로 지난 1년을 버텨냈다고 말했다.

“보상금이나 금전적 혜택을 바라는 게 아니에요. 그저 국적을 되찾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보람찬 일을 하고 싶을 뿐입니다. 최소한 불법 이주노동자 취급만은 하지 말아줬으면 해요.”

감정이 북받치는지 위씨는 이삿짐 보따리에서 백야의 초상화를 꺼내 매만지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위씨의 국적 회복 지연에 대해 보훈처 관계자는 “위씨를 초청한 것은 김좌진 장군의 후손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있어서가 아니라 중국 현지에서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위씨가 김 장군의 후손이 맞다는 증거자료를 찾는 과정이므로 언제 신청이 받아들여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장원주 기자 stru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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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1-22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럽다...
 
화가 나는 건 당연해! 마음과 생각이 크는 책 1
미셸린느 먼디 지음, R. W. 앨리 그림,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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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플 때도 있는 거야!를 먼저 읽었는데, "화가 나는 건 당연해!"가 1번 시리즈였다.  3번은 스트레스에 관해 나오는 것을 보니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에 관한 이야기를 시리즈의 앞 이야기로 만든 것 같다.

공교롭게도, 오늘 인생수업을 읽으면서 '화'와 '분노'에 관한 이야기를 읽으며 공감을 많이 했는데,이어서 보게 된 책에서도 '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다만 그 대상이 아이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는 게 조금 다르지만.^^

어른과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화를 낸다.  배고파서 화가 나기도 하고, 아파서 화가 나기도 하며, 뭔가 뜻대로 되지 않아, 혹은 감정이 다쳐서 화를 낼 때가 있다.  어려서는 그러한 감정에 대해 꾹 참거나 억눌러야 한다고 배우기도 한다.  사실, 화가 난다고 다 해소를 해버리면 그 뒷감당을 어찌 하랴.

그러나 이 책은 그러한 단계에 대해서 순서를 밟을 것을 얘기한다.  왜 화가 나는지, 그때에 어찌 해야 하는지, 보다 생상적인 '해결'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화' 자체가 꼭 나쁜 것은 아니다.  그건 갈등의 해결을 위한 일종의 기폭제가 되기도 하니깐.  마음에, 감정에 솔직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더 해로울 수가 있다.  중요한 것은 화를 푸는 것이고, 그것을 어떻게 긍정적인 에너지로 돌리는가이다.

화가 나는 건 당연해!
화는 약이 될 수도 있어.
무엇이 너를 화나게 하는 걸까?
화가 나면 어떤 기분이 들까?
화는 꼭 풀어야 하는 걸까?
너는 무엇을 할지 '선택'할 수 있어.
화가 나거든, 그렇다고 말해!
화가 날 땐 이렇게 해 봐!
아무리 화가 나도 이렇게 하는 건 곤란해!
화가 났니? 이런 방법도 괜찮아!
어른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괜찮아, 하느님께 다 털어놔.
'너' 때문에 화가 났다고?
다른 사람을 용서하고 너를 용서해!

각각의 소제목들을 보고서도 우리는 이 책의 대강의 흐름을  파악할 수가 있다.  머리로는 확실히 알되 감정적으로 잘 용인이 안 되는 명제들도 물론 많지만, 차분하게 그림과 함께 글을 읽다 보면 '그래, 그래...'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소제목이 참 마음에 든다.  "너를 용서해"

남을 용서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고 또 그렇게 교육을 받아오면서, 정작 자신에게는 용서에 인색할 때가 있다.  진정한 자유를 찾는 방법에 '용서' 이상의 것이 있을까.  그러나 거기에도 '화'의 해소가 전제된다.  일단 응어리진 것을 푸는 작업이 필요하니까.

그림은 대체로 밝은 톤을 유지한다.  여러 색깔을 한결같이 밝은 톤으로 유지시키는 게 다소 신기해 보였다.  아이들을 위한 책이기 때문에 신경을 썼겠지만, 책의 내용을 생각할 때에도 밝은 색깔을 선택한 것은 탁월했다고 본다.  시리즈가 앞으로 많이 남았다.  천천히 볼 생각을 하니 즐겁다.  이상하게도, 유독 4-6세 아이용 동화책이 참 좋더란 말이다.  유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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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 Green 2 - 농촌 총각에게 시집갈래요
니노미야 토모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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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나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  책 도착하고서 바로 보았는데, 역시나 니노미야 토모코!

1권보다 이야기도 더 촘촘해졌고, 유머도 더 깊어졌다.  농사 이야기도 무르익었고,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도 많이 진행되었다.  한권의 이야기 속에 많은 내용이 담겨 있어 알찬 한권의 작품이 만들어졌다.

몰래 보느라 웃음 참느라 혼이 났는데, 그녀의 유머 감각은 너무 탁월해서 신기할 정도.  안 그래도 노다메 칸타빌레가 드라마로 만들어졌다고 해서 검색을 해 보니 1분짜리 동영상을 볼 수 있었다.  거기서도 웃겼던 장면들이 재현되어 내심 기대중이었는데, 그 후 이 책을 보니 즐거움이 더 배가 된 듯.

학교 졸업을 앞두고 취업 생각을 않고 있는 와코에게 마코토의 일침이 날카로웠다.  "내 남자의 로맨스"에서 김상경이 김정은에게 주는 메시지처럼.

마코토가 실은 수련의였으며 도쿄의 병원 후계자였다라는 '배경'은 이 작품에서도 진지함과 코믹함으로 자리했다.  흔하디 흔한 트랜디 드라마처럼 전락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다행..^^;;;)

농사 이야기가 깊어지면서 '흙'을 생각해 보니, 그 속에 묻혀 청춘을 바칠 각오를 한 마코토의 마음이 이해가 간다.  물론, 내가 그렇게 살 자신은 전혀 없지만, '의사'를 포기해도 좋을 그의 마음은 그대로 전해진다.  의사 사모님이 아니라 농사꾼으로 함께 늙고 싶어하는 와코의 마음도.  물론, 현실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지만, 전혀 낭만적이지 않으란 법도 없지 않은가. ^^

작품이 완결되어 있다는 것도 기대치를 높여준다.  두권 남아 아쉽기는 하지만, 끝을 볼 수 있다는 거니까... 작가의 작품이 노다메-와 이것... 두가지만 있던가?  좀 더 찾아봐야겠다.  아주 좋아하는 작가로 등극했으니.

그나저나... 그렇다 해도 이름이 참 입에 안 붙는다... 니노미야 토모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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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wnetwork.hani.co.kr/songil/4591  
 
  원문 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7316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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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1-21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로 선생님 두분께서 오늘 신문을 보시며 '내전' 표현에 침튀기며 분개하시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답답했다. 대체 무엇을 향해 분노하십니까? ....

마노아 2006-11-21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통령이 쓴 말이긴 한데, 또 말꼬리잡기 좋아하는 언론들이 아주 들쑤셔놔서요. 거기에 부화뇌동하는 인간들이 좀 많아야지요. 이거야 원 닭이 먼저냐 알이 먼저냐도 아니고...ㅡ.ㅡ;;;;

짱꿀라 2006-11-22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겨레 신문 주필로 있는 손석춘 선생님의 글을 참으로 오랫만에 읽습니다. 소개해 주셔서 감사해요. 내일 하루도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하시기를 바랍니다.

마노아 2006-11-22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도 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을 만끽하셔요^^
 
아이 달콤해 - 사탕.초콜릿.껌.캐러멜의 역사 지식 다다익선 2
루스 프리먼 스웨인 지음, 고정아 옮김 / 비룡소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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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함의 역사'라고 쓰려다가 바꿨다.  달콤하다고 얘기하면 보이지 않는 쪽으로 먼저 상상이 되어버려서.

이 책은 다다익선 시리즈 두번째인데, 이전에 접해보지 못했지만, 이 시리즈는 '지식전달'을 목표로한 교양 서적인가 보다.  책의 스타일이 딱!  그렇다.

초콜릿, 껌, 캬라멜 등등 단 것들의 역사를 짚어주며 이야기를 꾸려나가는데, 그 전달 방법은 거의 '주입식'이다.  그래서 솔직히 아이들 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치와 발칙한 상상력은 구경하기 힘들다.  그저, '백과사전'이 떠오를 뿐이다.

어쨌든, 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그것인 것 같으니 의도한 바는 비켜가지 않았다.  세밀한 그림은 치밀하게 조합되어 있어서 "내 이름은 빨강"에나 나올 법한 그림들이 연상된다.

단풍나무에서 설탕을 얻을 수 있었다 하여 놀랐는데, 생각해 보니 메이플 시럽은 꽤나 달았던 기억이 난다.  1500년대에서 1600년대에는 식탁 자체를 설탕으로 꾸미는데, 식후 후식으로 접시를 먹었다고 하니 재미있다. 그밖에 초콜릿은 원ㄹ래 음료수였다는 것... '카카오'는 '신들의 음식'이라는 뜻이라는 것도 새롭게 알았다.

이 책은 단 것들의 화려한 역사만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폐해도 제대로 알려준다.  너무 단 것을 먹으면 충치가 생기고 영양의 불균형으로 병에 걸릴 수도 있다라는 경고!

그렇다고 무섭게 끝낼 수는 없는 노릇!ㅓ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요리법도 제시해 주고, 견학을 갈 수 있는 곳을  소개한 페이지도 뒷장에 있다. 

종이가 얇고 글씨는 작고 많이 담겨 있어서 첫인상이 지루하다.  '교양서적'인 것은 맞는데 과연 아이들의 흥미를 얼마나 끌어당길 지는 의문이다.  내가 어른이어서 재미가 덜했는 지도... 제목은 정말 달콤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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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1-21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에 코코아가 일품이죠. 초콜릿... 피곤할 때 먹으면 각성효과가 우수하죵^^

짱꿀라 2006-11-22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겨울에 단 식품으로는 코코아가 제일이지요. 근데 걱정은 여은이가 코코아를 너무 좋아해서 이가 성하지 않습니다.

마노아 2006-11-22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양치질에 심혈을 기울여야겠군요. 치아는 유전적 요인이 많이 작용한다던데 산타님은 이가 건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