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난 지쳤어요.  이젠 쉬고 싶어요.
엄마의 품에서 잠들게 해 주세요.
그 전에 먼저 약속해 줘요. 울지 않겠다고...
엄마의 눈물이 내 뺨을 달구거든요.
이곳은 차디차요.  바깥에서는 폭풍이 으르렁대고 있어요.
그렇지만, 꿈속에서는 모든 것이 아주 아름다워요.
사랑스러운 아기 천사들도 보여요
피곤한 눈꺼풀을 그만 꼭 닫고 말았어요.

엄마, 내곁에 천사가 있는 것이 보여요?
이 고운 음악이 들리시나요?
아기 천사들에게는 새하얗고 고운 두 날개가 있어요.
분명히 하나님께서 주신 걸 거예요.
눈앞에서 하얗고 노랗고 빨간 꽃송이들이 흩날리고 있어요.
살아 있는 동안에,
나는 날개를 얻을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으면 엄마, 이제 나는 죽을 거예요.
엄마, 어째서
내손을 그렇게 꼭 쥐어요?
엄마, 왜 볼을 비벼요?
엄마의 뺨은 젖어있네요.
그런데도 불같이 타고 있어요.
엄마, 나는 언제라도 엄마의 것!
그러니까, 이제 한숨일랑 거두세요.

울고 계신 건가요, 엄마?
그럼, 나도 같이 울어요.
아아, 나는 이제 너무 지쳐서
눈이 절로 감겨요.
엄마!  보세요!
천사가 내게 키스해 주고 있어요.


-----------21살의 가을에 H.C. 안데르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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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1-06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데, 안데르센 일대기... 같은 책이었다. 그 속에서 발견하고 인상 깊어서 적어두었던 것을 오랜만에 꺼내본다. 그 책을 찾게 된 계기는 대학 1학년 때 국어관련 수업을 듣다가 안데르센을 과제 주제로 삼아서였는데, 그러고 보니 참 오랫동안 내 수첩에 묵혀있던 시다. 아프고, 아름다운 시.
 
눈의 여왕 안데르센 걸작그림책 1
한스 크리스찬 안데르센 지음, 키릴 첼루슈킨 그림, 김서정 옮김 / 웅진주니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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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의 여왕을 처음 읽은 것은 초등학교 때였다.

그때는 그 유명한 안데르센이 썼다는 것은 인식하지 못하고 그저 참 슬프고 또 예쁜 이야기다...라고 생각했더랬다.

눈의 여왕을 내가 다시 인식하게 된 것은 이미라 만화 "겔다를 찾아서" 때문이었다.

원작의 이야기는 악마가 천사들을 놀래켜주려고 뭐든 반대로 보이는 거울을 들고 가다가 신의 노여움을 받아 거울을 떨어뜨리는데, 그 거울의 파편이 가이(이 책에서는 '카이') 의 눈과 심장에 박혀 아이는 차갑게 변해 버린다.  함께 놀던 동무 겔다가 그 가이를 구해내기 위해서 힘겨운 모험을 거치고 끝내 눈의 여왕으로부터 가이를 돌려받는 게 이야기의 줄거리이다.  만화에서는 그 가이가, 아무리 기다려도 겔다가 오지 않아서 직접 찾으러 나서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쯤 되면 흥미 진진해지니, 다시 원작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당시 다시 책을 찾아보면서 오래 전에 내가 읽었던 눈의 여왕이 안데르센의 작품이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며 역시... 하고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난다.

이 작품이 다시 뜨고 있는 게 혹 드라마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드라마를 전혀 보지 못해서 어떤 연관이 있는 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신비롭고 이질적인 저 그림 때문에 많이들 호감을 가지는 것 같다.

난 나름대로 '나니아 연대기'의 그 하얀마녀를 떠올리며 책을 펼쳤는데, 그 하얀 마녀만큼은 차가울지 몰라도, 그녀만큼 예쁘지는 않아서 쬐매 실망했다. 6^^;;;

뭐랄까.  하얀 눈의 세계가 마냥 예쁘고 신비로울 것처럼 여겼는데, 작품 속의 이미지는 "음산한" 편이다.  그래서 비교육적이란 소리는 아닌데, 또 생각해 보면 저토록 춥고 서러운 여정의 길을 가는데 그 길이 마냥 예쁘고 빛날 리가 없으니 작품은 오히려 현실적인 그림이라 할 수 있겠다.

이미 어른인 내 눈은 선입견을 가지고서 작품을 보기 때문에 지레 짐작하기 때문인 듯 싶다.  아이의 눈으로는 또 어찌 볼 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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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7-01-06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얀 마녀만큼은 차가울지 몰라도, 그녀만큼 예쁘지는 않아서 쬐매 실망->
맞아요! 맞아요!

마노아 2007-01-06 0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크.... 공감대가 형성되죠^^;;;
 

전 날 야근으로 집에 들어오지 못한 아부지께, 조카가 편지를 썼다.

방금 막 들어온 형부가 편지 봉투를 개봉하니,

"아빠 사랑해"라고 적힌 메모지가 쏟아진다.

더 재밌는 것은, 아빠 선물이라며 10000.20000.30000....

이런 식으로 주욱 올라가는 숫자들이 마구 적혀 있더라는 것이다.

아, 이게 녀석의 개념에 '돈'인가 보다.

아직 금전 개념이 없는 지라 이마트에 가면 짜장면을 절로 먹을 수 있다고 여기는 녀석.

비디오 가게에 가면 공짜로 비디오 테잎을 빌려온다고 믿는 녀석,

이제 여섯 살이 된 녀석답다.

근데 말이지... 녀석은 우리들도 모르는 특수문자를 이용해서 핸드폰에 문자를 보낸다.

식구들이 애니콜, 싸이온, KTF등등 기종이 다 달라서 사용법이 모두 다른데도 잘도 보낸다.

아까는 엑셀 창을 열어놓고 친구들 이름을 적어놓고 있었다.

녀석이 우리 집에 오면 바탕화면 사진이 자기 사진으로 바뀌어 있다.

이런 건 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하여간, 버찌씨 여섯 개로 사탕을 사려고 했던 소년이 떠오르는 밤이다.

추천도서 "이해의 선물"

단행본은 없어요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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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7-01-06 0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우리애보다 조금 작은 것 같은데, 벌써 그런 단계로군요 +.+

마노아 2007-01-06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기해요. 작년... 아니다 재작년이구나. 2005년까지는 말도 참 어눌하고 걸음걸이도 이상했는데, 다섯 살 되면서 뭐든지 확 빨라졌어요^^;;;; 요샌 한자 영어 한글 섞어서 문장을 써 놔요...;;;;(조카 자랑질^^ㅎㅎㅎ)
 
너도 보이니? 4 - 크리스마스 전날 밤 달리 지식 그림책 8
월터 윅 지음, 황윤정 옮김 / 달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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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것 중에 "월리를 찾아라"가 있었다.  매직 아이 같은 현란한 그림 속에서 월리를 찾아내는 게 목표인데, 이게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자칫하다간 성질 버리기 딱! 좋았더랬다.

이 작품은, "너도 보이니?"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다시피 숨은그림 찾기 책이다.  그렇지만 월리를 생각하면 안 된다.  아주 예쁘고 귀여운 소품들이 속삭이듯 숨어 있으니까.

실물 모형들을 사진으로 찍은 것들이 있고, 그림으로 채색된 것도 있다.  그림자 속에도, 굴뚝 속에도, 저 멀리 하늘을 날으는 산타의 표정까지도 찾아야 하는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

두 페이지에 걸쳐 그려진 그림 속에 함께 찾아야 할 보물이 어마어마하게 숨어 있다.

아이와 함께 누가 먼저 찾나! 놀이를 해도 좋을 듯 싶다.

아쉬운 게 있다면 이 책을 미리 찾았어야 했는데 크리스마스가 이미 지나버려 쬐매 늦은 감이 있다.  그렇지만 다른 시리즈들도 있으니 지레 실망할 필요는 없다. ^^

책의 뒷편에는 '정답' 코너가 있다.

미처 찾지 못한 것들이 있으면 살짝 정답을 참고한 뒤 다시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찾은 자리를 따로 체크하지 않으면 나중에 또 찾아볼 수 있고, 점차 찾는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그 속에 숨어 있는 그림들이 모두 나의 선물같아지는 책.  진짜 예쁜 선물이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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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의 이야기꾼 미래그림책 49
테드 르윈 글.그림, 양녕자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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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표지만 보고서는 '진흙거인 골렘'을 떠올렸다.  아니면 판화 기법을 사용하지 않았을까 막연히 짐작했는데, 실제로 책장을 열어보니 채색된 그림이었다.

책의 맨 앞에는 이 책에서 사용된 이슬람에 관련된 용어가 몇 개 소개되고 바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할아버지와 함께 시장을 활보하며 구경에 여념이 없는 소년 압둘.  시원한 공기를 맘껏 들이키고, 맑은 하늘을 양껏 바라볼 수 있는, 어찌 보면 사소하다고 할 수 있으나 또 달리 보면 너무나 감사해야 할 것들의 소중함을 압둘은 온 몸으로 깨닫는다.

비둘기를 하늘 높이 올려보내면 하강하는 비둘기는 이야기 하나를 구해 온다.  그러면 할아버지가 먼 옛날 이야기를 시작하시고, 구경꾼들은 이내 그 이야기에 빠져든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그들은 이야기값을 지불한 정중한 청중들이다.

도시 전체가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는 모로코의 아름다운 도시 페즈를 무대로 한 이야기.  실제로 이야기를 쓴 작가 부부는 그 도시를 여행하고 난 다음에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이슬람권 문화에 대해선 많이 알지 못하지만, 이야기를 보다 보면 아라비안 나이트 속에 들어간 듯 신비롭고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 맘껏 젖어들게 된다.

우리의 옛날 옛적 이야기들에는 이렇게 이야기꽃을 피워주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가득했는데, 요새 사람들의 정서에도 이런 일이 가능할지 싶었다.  그렇게 상상을 해 보니 어쩐지 슬퍼진다.  도시에서만 산 나의 삭막한 정서 탓인지, 정말로 이야기가 사라져버린 세상을 내가 살고 있는 것인지...

우리의 아이들이 더 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더 다양한 꿈을 키울 수 있게 해주는 것은 결국 어른들의 몫인 것 같다.  좋은 책을 골라서 사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함께 읽어주고 아름다운 꿈을 같이 꾸어주는 것도 우리가 책임져야 할 몫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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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2007-01-06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페즈를 무대로 한 이야기라니! 기필코 봐야하겠는걸요.

마노아 2007-01-06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으면서 딸기님 생각이 났어요. ^^ 직접 다녀오신 거죠?

딸기 2007-01-08 14: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요~ 직접 다녀왔으면 오죽이나 좋았겠어요
꿈만 꾸고 있는 거랍니다. 좀 멀어서 말이죠 ^^;;

마노아 2007-01-08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헷, 많이 멀죠^^ 상상으로도 너무 멋진 도시일 것 같아요. ^^

딸기 2007-01-11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는 언니가 갔다왔대요. 정말 멋지대요 ㅠ.ㅠ

마노아 2007-01-11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와방 부러워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