쭈욱 보니까 욕심껏 담아놨지만 결코 보기 쉽지 않은 책들을 과감히(?) 지웠어요.

그래도 360권 담겨 있네요....;;;;;;

욕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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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1-10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욕심을 더 가져도 됩니다. 더욱 더 무럭무럭 욕심가지세요. 화이팅

마노아 2007-01-10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게, 검색할 때 불편하더라구요. 보관함에 너무 많이 차 있어서요.
이래놓고도 좋은 리뷰를 보면 일단 담아놓고 볼 테죠^^ 헤헷..

마노아 2007-01-10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대단해요! 지극히 계획적인 독서인생을 살고 계신 건가요? ^^

마노아 2007-01-10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핫, 그렇군요. 전 제가 지를 수 있는 범위를 너무 넘어섰어요..;ㅠ.ㅠ

marine 2007-01-10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만만치 않으시군요 저도 지운다고 지웠는데 대략 250여권의 책이 있네요 그래도 보관함에 있는 책들은 결국 읽게 되더라구요

마노아 2007-01-10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마린님, 대단해요^^ 저도 계속 버티면 결국엔 읽을까요? 일단 집에 있는 책부터 어케....;;;;;
 
캐비닛 -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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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호 캐비닛'에 대해 굉장한 상상을 할 필요는 없다.
혹시라도 이 책을 끝까지 읽어볼 생각이라면
'13호 캐비닛'에 대해 우아하고 낭만적인 상상을 떠올리는 짓은
일찌감치 집어치우기를 권한다.
그런 상상을 한다면
당신이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를 보게 될 것이다.

프롤로그 부분의 이 내용이, 나를 처음부터 깔깔대고 웃게 만든 부분이다.  이 작가, 신선한데? 라는 마음으로.

처음엔 어리둥절하게 시작한다.  "루저 실바리스는 왜?"라는 소제목에서 화산 폭발로 온 마을이 몰살당했음에도 높은 곳에 갇혀있던 루저 실바리스만 살아남았다는 데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루저 실바리스의 엉뚱한 행적을 얘기하며 짧은 에피소드가 끝난다.  아니 왜??

이어 이 작품에서 계속 등장하는 '심토머'에 대해서 짧게 설명한다.  아니 그들은 누구?

다음, 작품 속 주인공의 평이한 일상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그의 일상이다. 아니 대체 왜?

이유는 간단했다. 지나치게 심심했으므로. 힘들게 공무원 시험을 패스했지만, 도무지 하루 온종일 하는 일이 없다.  기껏 있는 일거리도 오전 중 10분이면 다 끝난다.  오전의 일거리 중에서가 아니라, 하루 온종일 일이라고는 그것 밖에 없다.  창 밖 너머 붕어빵 장사가 붕어빵을 몇 봉지를 파느냐를 하루 종일 세어본 적도 있다.  그의 무료함이 느껴지는가.  그래서, 사건은 시작된다.

금지구역으로 분류된 4층의, 삐걱거리는 13호 캐비닛, 그 캐비닛 안에 들어있는 서류. 심심한 나머지 1부터 9999까지 다 열쇠를 돌려가며 번호를 맞춘 주인공.  다행히 7863번째로 숫자가 맞아 떨어졌다.  그 안에 있는 서류들에는 우리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있다고 상상하지도 못한 온갖 기이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들이 심토머이다.

이를 테면, 새끼 손가락에서 은행나무가 자라는 사람, 잠을 자다가 시간을 뛰어넘는 사람, 고양이가 되고 싶어하는 사람, 유리를 먹는 사람, 자신의 도플갱어를 보는 사람, 기억을 멋대로 이어붙이는 사람 등등등.

이 캐비닛을 40년 동안이나 관리하던 권박사는, 주인공을 조수로 삼는다. 반강제적으로.  주인공 공대리는 얼떨결에, 어처구니 없이 13호 캐비닛을 관리하는 사람이 되어버렸고, 온갖 다양한 심토머들을 만나고 그들의 상담을 들어주고, 때로 뭔가 도움이 되려고 애쓰기도 하면서 7년이라는 시간을 보낸다.

이제 권박사는 간암으로 사망 직전이고, 그는 정체 모를 검은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제시 받으며 기밀 문서의 유출을 요구받는데...

소설은 줄기차게 온갖 특이하고 특별한 심토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다가 갑자기 첩보 스릴러로 변신한다.  마지막에 나오는 고문씬은 엽기적이다 못해 무섭기까지 했다.

작가는 무슨 얘기들을 하고 싶었던 것일가?  자본주의의 폐해?  현대인의 외로움과 강박 관념?  시간에 쫓기는 우리의 불안정한 생활?  그 모든 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건 단지 작가의 주장처럼 흔하디 흔한 '캐비닛'에 관한 이야기니까.

주인공 공대리가 캐비닛의 관리인인 줄 알고 살았는데, 알고 보니 그 자신이 서류의 보관용으로 캐비닛이 되어가더라! 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다.  맨 처음에 등장한 루저 실바리스가 자신의 고향 마을을 누구도 확인할 수 없는데 그리 엉뚱하게 기술해 놓았을까...라는 의문을 품었는데, 공대리가 곧 루저 실바리스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누구도 확인할 수 없을 테니까.

사실, 매우 재밌게 시작했는데, 너무 많은 심토머들을 다루는 바람에 책이 지나치게 길어져서 어느 순간부터는 헤매기 시작했다.  작가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일까? 라는 궁금증.

끝까지 궁금해!를 외치며 책을 마칠 수도 있었는데, 작가의 인터뷰를 보면서 많은 부분 시원해졌다.  비밀 이야기를 엿들은 기분으로.  작가는 힘주어 얘기한다.  이 저열한 자본주의 세상에서 힘들고 어렵게 번 돈으로 한 권의 책을 샀는데 그 책이 당신의 마음을 호빵 하나만큼도, 붕어빵 하나만큼도 풍요롭고 맛있게 해주지 못한다면 작가의 귀싸대기를 걷어올리라고.  자신은 귀싸대기 맞을 각오가 되어있다고 말했다.

그 잔뜩 힘들어간 모습을 떠올려 보며, 빙그레 미소 짓는다. 귀싸대기 대신 붕어빵을 사주고 싶네.  작가의 씩씩한 출발에 박수를 보낸다.  심사위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등당한 작품.  한 번 읽어보시랏. 재밌다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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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7-01-09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마노아님도 이 책 읽으셨구나!!
저도 읽고 싶었는데...
리뷰를 보니 재미있겠어요!!

마노아 2007-01-09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송이님, 이 책 재밌어요. 작가의 상상력이 발칙해요^^

짱꿀라 2007-01-10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다들 캐비닛 아주 재미 있게 읽으신 분들이 많이 있네요. 여우님의 리뷰는 아주 환상적이고 마노아님도 아주 재미 있게 읽으시고 리뷰 써 주시고 그라면 나도 한번 읽어볼까나. 바로 주문합니다.

마노아 2007-01-10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산타님도 재밌게 읽으실 거예요. 신선했답니다. ^^

씩씩하니 2007-01-10 1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님의 리뷰가 참 환상적여요~~~

마노아 2007-01-10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니님 별 말씀을요~ 고맙습니다. ^^

비로그인 2007-01-10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멋진 리뷰에요~^^;;

마노아 2007-01-10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엣, 감사해요, 정군님^^
 
캐비닛 -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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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병원에서 일한다고 모두가 의사는 아니며, 공군에 근무한다고 모두가 전투기 조종사는 아니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조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조종사와 비행기만으로는 하늘을 날 수 없다는 것,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폼나지 않는 일을 해줘야만 비행기는 논두렁이나 하수구에 처박히지 않고 하늘을 제대로 날 수 있다는 것, 그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이해해주길 바라는 거다.-56쪽

현대인은 아무도 깊은 잠을 자지 못해요. 전기가 발명되고 매머드 도시가 등장한 이후로 현대의 밤은 일종의 교란상태에 빠져 있죠. 게다가 자본주의가 선물한 최고의 유산은 바로 불안이에요. 보험, 증권, 부동산, 주식...... 현대 경제는 불안을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알다시피 불안은 숙면의 최고의 적이에요. 그리고 불면은 다시 불안을 만드는 악순환이 진행되는 거죠.-78쪽

하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가 견딜 수 없는 시절은 없어요.
그런 시절이 있었다면 나는 지금까지 살아 있지도 않을 거예요.
우리는 행복한 기억으로 살죠.
하지만 우리는 불행한 기억으로도 살아요.
상실과 폐허의 힘으로 말입니다.-107쪽

우리나라에서 고양이로 변했다는 이야기는 아직 못 들어봤어. 아무래도 곰이나 호랑이가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이고 전통적이지.

그게 일반적이고 전통적이에요?

단군신화에 나와 있잖아. 그러니까 단군신화에 따르면 그 시대 사람들은 모두 곰이나 호랑이로 변하려고 했단 말이잖아? 지금은 모두 연예인이 되려고 하지만.-147쪽

불행은 결코 할부로 오지 않아. 불행은 반드시 일시불로 오지. 그래서 항상 처리하기가 곤란한 거야.-164쪽

우리는 불안 때문에 삶을 규칙적으로 만든다. 면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삶을 맞춘다. 우리는 삶을 반복적이고 규칙적으로 움직이게 해서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게 만든다. 습관과 규칙의 힘으로 살아가는 삶 말이다. 하지만 효율적인 삶이라니 그런 삶이 세상에 있을까. 혹시 효율적인 삶이라는 건 늘 똑같이 살고 있기 때문에 죽기 전에 기억할 만한 멋진 날이 몇 개 되지 않는 삶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182쪽

자신의 무덤을 보는 사람은 드물어요.
하지만 저는 사람들이 자신이 살 집을 짓기 전에
먼저 자신의 무덤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무덤을 본 사람은
삶을 고귀하게 여길 줄 알거든요.-264쪽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한센 브라운의 딸이 잔뜩 상기된 얼굴로 물었다.
"사람들 말로는 아빠가 세상에서 가장 큰 폭탄을 만든다는데 그게 사실이에요?"
한센 브라운은 창백한 얼굴로 오랫동안 생각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그래, 아빠는 날마다 거대한 불행을 제작하지. 하지만 아빠가 지구 반대편에서 터질 불행을 제작하지 않는다면 그 불행은 우리집 응접실이나 너의 예금통장 같은 데서 터지겠지."-2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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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7-01-09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이 책 읽고 싶었는데... 재미난가봐요!!

마노아 2007-01-09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입담이 보통이 아니에요^^ 성석제와 박민규 스타일 조금 나더랍니다. ^^

짱꿀라 2007-01-10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지르고 갑니다.

마노아 2007-01-10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의 장바구니가 꽉꽉! ^^
 

학동역까지 가야 했는데, 최단 거리는 3호선 타고 가다가 7호선으로 환승하는 거였다.

버스 타고 종로3가에서 하차, 3호선을 탔는데...

습관이란 무서워서, 무심코 충무로에서 내려 4호선을 탈뻔 하다가 멈췄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도로 내려가서 3호선으로 재환승...

미쳐미쳐... 앉아가다가 내려서 서서 가는 꼴이라니...;;;;;

머리 속에서 나사 하나 빠진 기분이닷.

카메라는 일단 맡기고 왔다. 3일 정도 걸린다고 하고, 뭐가 문제인지, 견적은 얼마나 나올 지도 모른다.

왜 문제가 생겼지요? 라고 물었을 때, 내 실수라고 하면 견적이 더 나올 것 같긴 했지만 사실이 그러니 어쩌랴.

떨어뜨렸는데요ㅡ.ㅡ;;;;;

쿨럭, 결과가 빨리 나왔음 좋겠다.  울 언니 무섭단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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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7-01-09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어제 떨어뜨린 카메라가 말썽이군요.

마노아 2007-01-09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발 견적이 별로 안 나오길 바라고 있어요...;;;
 



지금 40대 초반부터 20대 후반의 세대는 어느 점에서 이승환 노래와 함께 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환제네레이션’이다.
방송국의 한 여성PD는 “고등학교 때 이승환의 새 앨범을 듣지 않고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우리 성장기의 민감한 감성 모두를 ‘승환오빠’가 지배했다”고 털어놓는다.
우리 음악계의 절대강자 중 한 사람인 이승환은 ‘90년대 왕 별들인 서태지와 아이들, 김건모는 물론이고 신승훈 보다도 데뷔(89년)가 1년 빠르다.
해를 넘기면 활동이력이 18년에 달하는 고참이지만 지금도 신보가 나오면 누구보다도 즉각시장이 반응할 만큼 강한 존재감을 과시한다.


Q) 신보를 만들면서 이전 8집 때까지와는 마음가짐이 달랐을 것 같은데.


이전에는 오염물이 많이 있었다.
이 물질들이 머리 속에 가득 있었던 것 같다.
대중적인 것에 많이 집착했었고..
특히 ‘심장병’이 들어있었던 8집은 대중성을 많이 살려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더 그랬다.
이번에는 그런 욕심에서 많이 자유로워졌다.
운동의 효과인 것 같다.
사고를 긍정적으로 하게 되고 모든 것을 놓게 되는 계기가 됐다.
그래서 편안하게 작업을 했다. 진실을 표현하는데 있어 주저함이 없었다.
이번은 시간 스케줄에도 드라마틱하게 잘 맞물렸다.
사실 녹음하러 미국 가기 전 세션 섭외가 취소가 돼버렸다.
8집에서도 함께 했던 마음에 드는 연주자들과 작업을 못하는 아쉬움이 굉장히 컸다.
그런 상태로 미국을 가서 새로운 세션을 만났는데 예상 밖으로 정말 맘에 드는 연주가 나왔다.
그들과 즐겁게 녹음했다.


Q) 타이틀 곡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만 들었을때는 지금까지 이승환이 해왔던 스타일에서 그다지 변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렇지는 않다.
7집에서 ‘잘못’으로 변화를 준 적이 있다.
라이트(light)하게 가봤다.
하지만 결국 대중들은 ‘잘못’의 스타일을 원하지 않았다.
사실 ‘잘못’은 나 자신도 별로 맘에 안 들어서 공연에서는 잘 안 부르게 된다.
대중이 나에게 원하는 것이 좀 스케일이 큰 것, 질러주는 것.. 그런 것인 것 같다.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를 부르고 나면 후회가 없는 그런 기분이다.


Q) 초창기에 이승환 공연을 갔을 때는 예상 외로 발라드가 아닌 록 스타일의 음악을 하는, 즉 로커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발라드 팬들은 공연장에서 어떤 간극을 느끼지 않을까. .


아니,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나의 팬은 ‘나의 영웅’, ‘위험한 낙원’ 등 대중들에게 많이 안 알려진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앨범 전체를 듣기 때문에 발라드적인 것, 록적인 것을 다 알고 공연장에 온다.
하지만 중심은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같은 스타일이다.
그래서 팬과 비(非)팬의 차이는 거의 없다.


Q) 타이틀 곡에 대해 설명을 한다면?


[너는 내 운명]이란 MBC 다큐멘터리를 보고 20분 만에 썼다.
멜로디는 거의 손보지 않았고 그래서 진심이 훼손되지 않았다고 본다.
슬픈 곡을 쓰고 싶었다.
[너는 내 운명]도 그러기 위해 작정하고 본 것이다.
난 원래 곡의 분위기에 따라 의지가 간다.
슬픈 곡을 만들 때는 내 자신이 슬퍼야 하고, 밝은 곡을 쓸 때는 어떻게 해서든지 날 기쁜 상태로 만들려고 한다.
현재 반응은 괜찮은 것 같다.
‘심장병’ 보다는 빠르게 반응이 온다.


Q) 기념비적인 곡인 ‘천일동안’을 듣고 팬들은 당시에 떠돌던 한 여자 연기자와의 열애설을 생각했던 것으로 안다.
이번에도 어쩔 수 없이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를 들으면서 팬들은 이혼 상황을 떠올리는 것 같다. 그런 점이 반응을 가져오는 것 같기도 하고...


다른 곡들은 주로 하루 만에 가사를 쓴다.
그런데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는 멜로디를 빨리 썼지만 가사를 쓰는 데는 4개월 걸렸다.
그런 표피적인 느낌에는 동의한다.
그런 연상을 피하고 싶었던 것이 사실이다.
부담이 되었다.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 하는 게 무섭고..
내 상황이 그랬기 때문에 앨범 전체가 슬픔을 기조로 가진다.
하지만 그것 이상은 아닌 것 같다.
7, 8집때는 ‘사랑하나요!?’ 등등 기쁜 곡이 많았다.
수록곡 가운데 하나인 ‘건전화합가요’는 웃기기 위해 만든 곡이다.
모든 장르를 믹스하면 얼마나 웃길까.
사실 난 웃기는 것이 삶의 목표이기도 하다.
가사도 웃기려고 쓴 건데, 아무래도 내가 슬프니깐 그렇게까지 안 웃기게 들리는 것 같다.


Q) 후속곡은 무엇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울다’를 생각하고 있다.
주변에서 권하는 ‘Pray For Me’는 조금 위험한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는 록적인 곡들을 아예 10번부터 배치했다.
9번까지는 편하게 들으라는 마음에서..


Q) 앨범 디자인이나 장정을 비롯해서 늘 음악 외적인 부분에서도 팬들에게 많은 것을 주려고 하는데.


그래서 좀 손해가 많다.
어느 순간 뒤를 돌아보는데 돈이 없더라(웃음).
앨범 장정뿐 아니라 나 같은 경우는 미국에서도 녹음을 많이 하니까 음악 면에서도 더욱 그렇다. 이 앨범을 마지막이라고 한 것은 사회적인 환기의 의미다.
소속사에 들어가면서 소속사가 나에게 원했던 것이 ‘가요계에 대해서 강성 발언을 많이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mp3를 듣는 것이, 음원을 다운받아 듣는 것이 제대로 된 음악이 없어서라고 하지만, 정작 그것 때문에 제일 많이 피해본 사람은 내 주위에서 제일 음악 잘 만든다고 하는 사람들이었다.
음악을 산업적으로만 보는 사람들 때문에 이런 문제가 일어났다.


Q) 그래도 신보의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다.


내 음반이 많이 팔렸다고 해도, 강세라고 해도 형편없다.
정말 놀랄만한 일이다.
많이 나가는 뮤지션들이 하루에 백장, 이백장이라니..


Q) 개인적으로 신보에서 가장 잘 만들었다고 여기는 곡은?


‘남편’이다. 애절하게 만들고 싶었는데 정말 내가 들어도 슬프다.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대로 곡이 나왔다.
막내 엔지니어(장지복)가 믹싱을 했는데 그가 일취월장한 것을 보는 것도 기쁘고.


Q) 이번 앨범을 통해서 팬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여태까지 발라드가 아닌, 혹은 귀에 쏙쏙 들어오지 않는 음악들을 접하면서 발라드로 번 돈 록에다가 쓴다는 비판도 많이 받았다.
어떤 것이든 그저 모두 다 내 음악이라고 생각해달라.
나도 원했고 팬들도 원했던 슬픈 발라드를 많이 실은 것은 많은 팬들을 염두에 둔 것이다.
감을 잃었다는 사람이 많았다.
특히 8집은 팬들 사이에서도 졸작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감을 잃었던 게 아니라고 본다.
감은 언제나 있었다.
하지만 분명 열심히는 안 했다.
이번에는 정말 열심히 했다.
나는 늘 어리다.
갈수록 더 어려지고 있다.


Q) 그러고 보니 이제 언론에서도 ‘어린 왕자’라는 수식어는 붙이지 않는 것 같다.


내가 빼달라고 했다.
그런 표현은 극구 사양한다.
이제 난 순수하지 않다.
그렇게 부르면 내가 미안하다.


Q) 록 앨범을 낼 생각은 없는지..


홍대에서 내 밴드 외에 다른 밴드와 공연하려는 계획을 잡아 놓았다.
대전제는 내가 아닌 것처럼 하는 것이다.
가수 이승환이라는 것을 숨기고, 기타리스트는 이미 구해 놓은 상태다.
그는 23살이다.
그렇게 했는데 잘 돼서 인기가 올라가면 같이 음반을 하자는 거다.


이승환의 히트 퍼레이드는 다른 예를 찾기 어려울 만큼 거창하다.
89년 1집에서 ‘텅빈 마음’, ‘눈물로 시를 써도’, ‘좋은 날’ 등이 크게 히트했고,
2집 [Always]에서는 ‘너를 향한 마음’,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하숙생’ 등이 순차적으로 사랑을 받았다.
오태호와 함께 한 [이오공감]으로는 ‘프란다스의 개’, ‘한 사람을 위한 마음’이 전파를 덮었고
‘내게’, ‘덩크슛’이 나온 93년 3집
그리고 특유의 장대한 발라드 스타일의 시작점인 ‘천일동안’을 비롯해 ‘다만’, ‘흑백영화처럼’이 줄줄이 차트 상위권을 점령한 95년 4집 [Human]은 전설로 남아있다.


Q) ‘텅빈 마음’, ’너를 향한 마음’ 등 초기 작품들이 히트했던 시기는 우리나라 워크맨의 인기와 궤를 같이 했다고 본다.
그들은 TV를 안보고도 음악을 느끼고 앨범을 구입했다.



예전에는 음악을 듣는 팬들의 스펙트럼이 넓었다고 생각했다.
내 노래를 듣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서 이미지를 만들고 상상의 나래를 만든 것 같다.
마치 자기들의 얘기인 것 처럼.. 자신에게 더욱 소중했기 때문에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은 음악이 나오면 아이들이 가수에게 기대하는 건 자기에게 던져주는 이미지인 것 같다. ‘의상은 어때? 춤은?’ 이런 것들.
음악에 이미지 하나만 대입시키는 것 같다.
음악은 이미 그들에게 재미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Q) 그럼 어떻게 해야 되는가.


이미 늦었다고 생각한다.
2~3년 전에 했어야 했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를 보면 공연장 가는 것이 하나의 여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컴퓨터에 몇만 곡 있어!’ 뭐 이런 식인 것 같다.
새로운 문법(mp3)이 나오더라도 미국과 같은 나라는 기존의 것들과 공존한다.
그러나 우리는 새로운 것이 나오면 이전의 것들을 다 파괴한다.


Q) 본인이 생각하기에 앨범 가운데 하이라이트는?
내 인생의 곡을 꼽는다면.


그런 게 없다.
다 내 새끼 같아서 하나만 대답하기에는 너무 힘들다.
창피한 것이 몇 곡 있긴 하지만..


Q) 어른들이 이승환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2집에서 최희준의 ‘하숙생’을 리메이크한 것이 한몫을 했다.
선곡이 파격적이었는데.


내 세대는 팝을 우선시하는 세대였다.
솔직히 기요는 경시했다.
아버지는 음악 하는 것을 엄청 많이 반대하셨다.
때문에 2개월간 우울증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힘들었다.
어느 날 우연히 ‘하숙생’을 들었는데 스윙 빅밴드 식의 편곡부터 놀라웠다.
발라드 맞춤형이라고 할까.
맘에 들어서 불렀다.


Q) [드림팩토리]를 통해 지누, 하루, 이소은, 휴(정지찬) 등 키워낸 신인들이 많다.


(웃으며)얼굴 안 되서 판 못 내는 애들을 키우고 싶었다.
대신 조건은 “음악은 무조건 아주 잘해야 한다”는 것이고.


Q) 음악을 하게 만든 뮤지션은 누구인가.


들국화다.
음악으로 소름이 돋는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84년 겨울에 공연 하는 것을 보고 굉장히 감명을 받았다.
그 때 음악을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외국 뮤지션은 메탈 밴드 키스(Kiss)다.
쇼킹한 것을 무대에서 보여주는 그런 그룹을 보고 자란 탓인지 (웃으면서) 쇼적으로 공연하고 피 흘리고 그런 거 한번 해보고 싶다.



글) 임진모(www.izm.co.kr) / 사진) 임민철


글쓴 이 임진모(www.izm.co.kr)는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경향신문 출판국 및 내외 경제신문 문화부 기자, 음반 기획자 등으로 활동했고,
현재 대중 음악 칼럼니스트로 신문 및 잡지 그리고 방송 등을 통해 활동 중이며,
[우리 대중음악의 큰별들], [팝 리얼리즘 팝 아티스트] 등 다수의 저서를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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