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세 마리’는 한 집에 없다? [제 552 호/2007-01-19]
동요는 어린이를 위한 노래다. 동시에 어린이가 부르는 노래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가요가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동요가 어린이를 위한 ‘맞춤형 노래’인 건 지금도 분명해 보인다.

남녀간의 사랑을 주요한 소재로 삼는 가요와는 달리 동요에는 과학 원리가 스며들 만한 소재가 많다. 동물을 통한 의인화, 기상 현상 등이 노랫말의 소재가 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국민 동요’ 몇 개를 살펴보며 그 안에 숨은 과학 원리를 살펴보자.

먼저 동물은 동요에 가장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다. 노랫말에는 대개 가족을 서로 보듬고 사는 동물이 등장한다. 대표적으로 ‘곰 세 마리’가 그렇다. ‘곰 세 마리가 한 집에 있어 아빠곰 엄마곰 아기곰’로 시작하는 이 노래는 지난해 한 방송사가 실시한 조사에서 전국의 3~7세 유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동요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럼 실제로도 곰이 이런 단란한 생활을 할까? 안타깝게도 실제 곰의 생활은 동요와는 달리 외롭기 그지없다. 번식기 외엔 단독생활을 하기 때문이다. 곰은 우두머리를 정점으로 사회를 형성하는 일이 없다. 집단생활은 곰에 대단히 거추장스러운 일일 뿐이다. 이 같은 생물학적 습성은 세계 모든 종류의 곰이 공유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곰 세 마리’는 단란한 가정을 그리고 싶은 인간의 바람일 뿐 실제 곰의 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또 다른 동요 ‘송아지’에서 묻어나는 가족애는 다른 방향의 과학적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송아지 송아지 얼룩 송아지 엄마 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라는 가사는 DNA를 통한 유전을 웅변한다. 생물의 세포 안에는 생물의 정보를 모두 담고 있는 DNA가 있다. 엄마 소와 아빠 소가 교배해서 송아지가 탄생할 때 송아지의 DNA의 절반은 엄마 소로부터 받는다. 때문에 송아지가 엄마 소를 닮는 건 당연하다. 물론 아빠 소가 얼룩소가 아니라 황소라면 얘기가 복잡해진다.

동요라고 부르기 힘들지만 아이들을 위한 노래 ‘검은 고양이 네로’를 보면 고양이의 습성을 엿볼 수 있다. 노랫말 ‘검은 고양이 네로 네로 네로 이랬다 저랬다 장난꾸러기’는 잘 길들여지지 않는 고양이의 습성을 보여준다. 고양이를 기를 때 생기는 가장 큰 골칫거리는 시도 때도 없이 집안 여기저기에 새겨지는 발톱 자국이다.

고양이는 왜 발톱 자국을 만들까? 바로 활동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서다. 강한 세력을 지닌 고양이일수록 더 높은 자리에 더 깊은 상처를 낸다. 다른 고양이에 힘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니 눈에 잘 띄는 장소에 있는 대형 물체가 목표물이 된다. 거실 한 가운데 자리 잡은 소파, 방 천장까지 솟아 있는 장롱이 발톱 자국의 재물이 된다.

동물만큼은 아니지만 바다, 산, 강, 바람 역시 빠질 수 없는 동요의 소재다. 가령 ‘초록바다’의 노랫말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 초록빛 바닷물에 두 손을 담그면’에는 좀 더 복잡한 과학원리가 배어 있다.

잘 알려져 있는 대로 바닷물은 파장이 긴 붉은색과 노란색 등은 처음에 바로 흡수하고 파장이 짧은 파란색이 가장 나중에 흡수한다. 바다 속 깊은 곳으로 스며든 파란색은 미립자에 의해 반사되고 이것이 바다의 고유한 색깔을 만든다.

그렇다면 파란 바다를 ‘초록빛’이라고 말한 동요는 틀린 건가. 그렇지 않다. 연안에는 식물 플랑크톤이 번성하는데 이것이 바다를 초록색으로 만든다. 반면 식물 플랑크톤이 적은 먼 바다는 짙푸른 색이 된다. 바다의 기본 색깔은 파란색이지만 외적 요인에 따라 다른 빛을 띠는 것이다. 해조류가 확산돼 붉은색을 띠는 홍해나 산소 부족으로 인해 검정색 퇴적물이 쌓인 흑해도 비슷한 맥락이다.

냇물을 소재로 한 ‘퐁당 퐁당’에는 파동물리학이 담겨있다. 우선 ‘퐁당 퐁당’의 가사를 보면 다음과 같다.
‘퐁당 퐁당 돌을 던지자/누나 몰래 돌을 던지자/냇물아 퍼져라 널리널리 퍼져라/건너편에 앉아서 나물을 씻는/우리 누나 손등을 간질여 주어라’

돌이 냇물에 떨어지면 잔잔하던 수면에 ‘교란’ 현상이 일어난다. 물 분자 하나하나에 에너지가 전달되며 수면파가 발생한다. 수면파가 생긴다고 물이 이동하지는 않는다. 단지 파동의 에너지를 옆으로 전달해 파동이 퍼지도록 할 뿐이다. 파동의 이런 성질을 생각할 때 돌이 떨어진 곳에서 멀리 있는 누나의 손등을 간질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럼 ‘누나 몰래’하는 것은 가능할까? 정확히 계산할 수는 없겠지만 냇물의 폭이 20m 넘어야 건너편에 있는 누나에게 들키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파동에너지가 거리가 멀어질수록 감쇄한다는 데 있다. 게다가 돌을 던지는 곳이 연못이 아닌 냇물이라는 점은 감쇄현상이 더욱 강하게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갈돌 정도가 아니라 상당히 큰 돌을 힘껏 던져야 한다. 이쯤 되면 누나 몰래 던지기는 힘들 것 같다.

동요는 정서적 감동뿐만 아니라 이처럼 다양한 과학적 원리를 머금고 있다. 어른들이 모인 자리에서 어린 나이에 가요를 부르며 춤추는 내 아이를 ‘자랑’으로 삼고 싶을지 모르나 아이들의 정서에는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너무 일찍 가요를 알게 하기보다 아이들과 함께 동요를 부르고 그 속에 담긴 자연과 과학에 대해 알려주는 것이 어떨까? (글 : 이정호 과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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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1-19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이집에서 재롱잔치를 하면, 2/3가 가요다. 문제있는 것 아냐? ㅡ.ㅡ;;;

2007-01-19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7-01-19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요라도 가삿말이 아이들 정서에 좋다면 정말 문제가 없겠는데, 네다섯 살 아이들이 맞추어 춤 추기에는 전혀 적절하지 않은 곡이 많았어요. 정말 거시기 하더라고요^^;;;; 근데 '검정고무신' 노래는 저도 어떤 노래인지 떠오르질 않네요. ㅜ,ㅜ
 
플라이트 플랜 + 싸인
로베르트 슈벤트게 감독, 조디 포스터 외 출연 / 브에나비스타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이 영화가 언제 개봉했는 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예고편을 보고 몹시 흥미로워했던 것은 기억이 난다.

비행기 안에서 딸이 실종되었는데, 딸 아이의 탑승 기록도 사라지고, 딸은 이미 죽은 사람으로 처리되어 딸을 찾언 어머니는 정신 이상자로 취급된다.  딸은 정말로 실종된 것일까, 그들의 주장대로 이미 죽은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일까.

아마도 내가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보지 못한 것은, 결말을 미리 알았기 때문이었을 지도 모른다.  극장에서 보고 온 사람에게 그래서 뭐가 진실이야? 누구 말이 맞아? 하고 물었을 것이고, 그 답을 알았기에 굳이 극장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도, 계속 궁금하긴 했었다.  더군다나 조디 퍼스트 주연이지 않은가.

원래 공포 영화는 못 보지만 가끔 스릴러 영화는 아주 재밌게 보기도 한다.  식스 센스야 정말 최고의 반전이었고, 그밖에 재밌게 본 영화들이 몇몇 있었다.  이제 이 작품도 괜찮게 본 스릴러 영화에 포함시켜야겠다.

연기야 두말할 것도 없고, 비행기의 묘사라던가, 효과음 등이 아주 현실감 있게 보여졌다.

무엇보다, 이 작품에서 인상깊었던 것은 911 이후 사람들에게 만연해진 공포와 의심, 그리고 집단심리, 비겁함 등을 잘 묘사했다는 점이다.

승객 중에 아랍인이 있는 것을 보자 딸을 잃은 어머니는 바로 그들부터 의심한다.  승객들도 마찬가지다.  조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는 것.

하지만 그 승객들은 딸을 잃었다는, 애타는 마음으로 딸을 찾는 어머니의 편이 되어주지도 않는다.  말썽쟁이 아이들이 그 여자아이를 보았다고 했지만 믿지 않았고, '처음부터' 없었다고 강조하던 그들이니까.

그래서 영화 마지막에 조디퍼스트가 아이를 안고 지나갈 때에 승객들은 모두 시선을 피하지만 선뜻 나서서 위로를 해주거나 사과를 하는 이는 없었다.  제일 막중한 책임을 지녔던 기장만이 공개사과를 했고, 오히려 의심을 샀던 아랍인이 그녀의 가방을 들어주는 장면은 의미 심장하다.

뉴욕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의 사건.  비단, 그 비행기 안에 있는 사람들만이 그런 행동을 보일 것 같지는 않다.  우리라고 다를 것인가... 싶어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하나 더, 여자일 때보다 '어머니'일 때의 여성은 얼마나 강하고 또 지혜로워지는가 새삼 깨닫는다.  기대 이상으로 작품 좋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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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1-19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라이트 플랜, 점점 조디 포스터의 연기에 압도되었던 기억이 나네요.
아랍인에 대한 편견을 꼬집고 있는 대목, 인사이드맨이랑 비슷했어요.
반전이 아찔했던 기억도 나네요. 집단공포와 비겁함의 추악함도 보게 되었지요.
이 영화에서 나온 테라피스트 역할의 배우가 '겨울여행'에서 작가의 부인으로 나왔는데 플라이트 플랜에서보다 훨씬 괜찮더란 느낌을 받았답니다.
마노아님, 금요일 하루가 저물어가네요. 편안한 시간 보내시길...^^

마노아 2007-01-19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사이드맨, 제목만 들어본 것 같아요. 저도 궁금해지네요. 테라피스트 역할의 배우가 저는 낯설더라고요. 마지막에 그 분의 그 민망한 표정도 기억에 남아요. 금요일도 이제 저물어가네요. 행복한 주말 시간, 우리 함께 보내요^^

마노아 2007-01-19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맛, 인사이드맨에도 조디 포스터가 나오네요. 게다가 악역이라니! 엄청 궁금해져요^^
 

병원정치극 ‘하얀 거탑’에 메스 대보니
[조선일보 2007-01-19 05:42]    

의사 세계, 실제로도 그런가?

MBC 주말 드라마 ‘하얀 거탑’. 대학병원 외과 과장 자리를 두고 정치판 못지않은 권력 암투를 벌이는 내용으로 극을 끌어가고 있다. 마이니치 신문 기자 출신 작가 야마자키 도요코가 1969년에 발표한 동명의 소설이 원작으로, 일본에선 78년과 2003년 드라마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끌었다. 60년대 일본과 2000년대 한국을 동일시하긴 어렵다는 전제를 염두에 두고, 그 허구와 실제의 사이를 엿본다.


1.대학병원 외과 과장이 뭐가 좋길래!

과장의 가장 큰 권한은 인사·재정권. 스태프나 레지던트 등을 뽑는데 최종 권한은 임상 과장이 갖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각 과가 쓰는 약품 선택도 좌지우지(물론 약품선정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하는 등 전반적인 살림을 결정하기 때문에 권한이 비교적 막강하다. 아주대학병원 관계자는 “세브란스 등 국내 대형 대학 병원 외과는 교수, 펠로우(fellow), 수련의 등이 100여명 가까이 되는데 그들을 책임지는 수장이라는 건 대단한 자리”라며 “다른 과와의 협진 등에서도 주요 결정권을 갖기 때문에 상당한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또 과장이라는 자리는 신뢰도의 상징. 개원을 하게 되면, 환자들이 ‘과장님’을 따라가기 때문에 간접적 ‘환금 가치’도 적잖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그러나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과장님’은 우리 실정과는 많이 다르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60년대 일본에서 과장직은 보통 주임 교수를 겸임했는데, 딱 한 명뿐인 데다 종신직이었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권한을 가졌던 게 사실”이라며 “우리나라에는 전임강사, 조교수, 부교수 등 여럿인 데다, 대부분 임기제로 전환해 과장도 4~6년 정도면 교체되기 때문에 ‘절대 권력자’로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예전엔 정형외과, 흉부외과, 성형외과 등이 다 외과에 포함돼 대단한 권력을 지녔지만, 현재는 여럿으로 분과돼 예전보다 파워가 약해졌다는 설명. 게다가 외과가 대표적인 ‘기피과’로 꼽히면서 최근 들어 국립대 외과 전공의 지원자가 정원의 10%도 채우지 못하는 경우까지 발생하는 실정이다.

2.베이터가 열리는 순간, 대기하고 있던 20명이 꾸벅?

절대 없는 일. 영동 세브란스 관계자는 “진짜 웃긴다”며 “그렇게 몰려 다니면서 회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현재 전반적으로 외과 인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고 갑상선, 유방, 췌장 등 분야별로 나눠져 있는 터라, 과장이라도 보통 자기 분야만 맡아서 회진을 한다”고 말했다. “보통 한 교수에(과장도 포함) 레지던트 1년차 주치의와 4년차 치프(chief) 등 3~4명만 회진을 돈다”는 것. “바빠 죽겠는데 누가 엘리베이터에서 앞에서 기다리고 있겠느냐”는 게 일반적 반응. 단, 학생들이 파견 나오면 한 과당 8명 정도 배분돼, 회진마다 학생 4~5명이 붙어 다니긴 한다.

3.의사는 가족을 수술하지 않는다?

불문율이다. 이대 목동 병원의 한 교수는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자기 자식에게 칼을 대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냉정해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객관적으로 진단 내리기 어렵다는 설명도 있다. 신촌 세브란스의 한 외과 교수는 “가족 중에 암환자가 있을 경우 원리 원칙대로 하면 다 도려내야 할 것도 마음이 약해서 절반밖에 못 도려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사실상 자기 판단력이 흐려질 텐데 일부러 일을 망칠 필요없다”고 말했다.

4.‘부인회’의 존재 유무는? 학연과 뇌물은?

드라마 자문을 맡고 있는 순천향대 부천병원 외과 주종우 교수는 “부교수 장준혁(김명민)이 부인을 통해 부원장 우용길(김창완)에게 그림을 보낸 것처럼 뇌물과 각종 비리의 온상이 되는 ‘부인회’ 역시 우리나라엔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과장이 대학 후배 노민국(차인표)을 외과 과장으로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된 것처럼 “다른 업계처럼, 학연을 끌어들이는 사람은 있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이주완(이정길)이 후배 노민국의 방 문 앞에서 무릎을 꿇는 장면, 부원장과 합세해 장준혁 같은 에이스를 지방으로 보내려는 구도 등은 현실에선 무리한 설정이라는 설명이다.

그 외에 드라마에서처럼 우리나라엔 천장에서 수술 장면을 참관할 수 있는 시설은 아직 없다. 이 장면은 15억원을 들여 경기도 이천에 지은 1200평짜리 세트장에서 촬영된다.




[최보윤기자 spic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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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1-19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장도 있고, 리얼한 면면도 있을 테지. 아무튼 흥미진진하다. 내일 방송이네. 모처럼 본방사수를???

marine 2007-01-19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적인 특성 같아요 원작 드라마 몇 번 봤는데 일본은 도제식 교육 같더라구요 하여튼 절대 복종, 절대 권위 이런 분위기... 요즘 우리나라야 뭐, 일반외과 지원자가 없어서 모셔올 판인데요

마노아 2007-01-19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새 우리나라는 피부과 성형외과 쪽으로만 많이 몰리고 있던가요? 그러고 보니 블루마리님, 병원쪽 관련 일을 하시나봐요. 그쪽 일에 대해서 종종 얘기하시는 것 같아요. 뭔가 전문적인 이야기들.^^;;;

짱꿀라 2007-01-19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드라마 정치적인 요소가 너무 들어가 보기 싫던데...... 제 누나가 지금 서울대학병원 신경외과 전담의사로 있는데 이 드라마를 보면 실제 병원실정하고 많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이렇게 심하면 그곳은 병원 문닫아야 한다고 하네요.

마노아 2007-01-19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아는 치과의사분도 말도 안 된다며 역정 내시더라고요. 저라도 나쁘게 포장되어 묘사된다면 많이 싫을 것 같아요. 그냥 모르는 사람인 저로서는 '드라마'로 재밌네요. ^^;;
 

글 / 듀나(Djuna)djuna01@empal.com
요새 DVD로 <미션 임파서블>(한국 방영 제목: <제 5전선>) 1시즌을 보고 있어요. 텔레비전으로 이전에도 가끔 봤던 시리즈지만 1시즌부터 차근차근 마스터하기 시작한 건 이번이 처음이죠. 피터 그레이브스가 아닌 스티븐 힐이 리더로 나오는 것도 처음 보았고요. 정통파 유대교 신자였던 스티븐 힐은 유대인 축일을 지키고자 1시즌 이후로 시리즈에서 빠졌는데, 보고 있노라니 좀 아쉽더라고요. 피터 그레이브스도 괜찮았지만 스티븐 힐이 시리즈를 끝까지 끌어도 괜찮았을 텐데. 하긴 종교와 직업이 충돌하면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할 때가 있죠.

<미션 임파서블> 포스터
<미션 임파서블> 1시즌을 보면서 느끼는 건, 이 시리즈가 무척 쿨하다는 것입니다. 60년대 중반에 만들어진 작품이고 그 당시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지만 스타일이나 액션이 낡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단지 그건 60년대 식일 뿐입니다. 양식화된 액션 장면이나 핵심만 쏙 빼낸 건조한 연기 스타일은 지금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덜 효과적이라는 건 아니죠.

그건 80년대에 잠시 리메이크되었던 속편과 비교해보면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리메이크 버전은 거의 같은 형식으로 이전에 하던 이야기를 그대로 반복했지만 60년대 오리지널 시리즈의 쿨함은 거의 놓치고 있었어요. 심지어 90년대 이후 톰 크루즈 주연으로 만든 영화 시리즈도 뭔가 심하게 어색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크루즈와 같은 슈퍼스타의 명성을 이용해 3편까지 끌어왔지만, 지금까지 시리즈의 성격이 무엇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건 심각한 문제인 거죠.

여기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무엇일까요? 그건 한 시대의 스타일이 성공적이라면 그것은 결코 낡지 않는다는 거죠. 물론 그 스타일이 다음 세대에도 계속 사용되라는 법은 없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설정을 모방해 자신만의 언어에 이식한 리메이크작이 원작보다 계속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 과거의 스타일은 일단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80년대 한국에서 방영되었던 <미션 임파서블> 등장인물
물론 시대의 한계는 엄연히 존재합니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에도 자기만의 한계는 있었죠. 가장 노골적인 것은 그 정치성입니다. 격동의 60년대를 시대 배경으로 한 시리즈지만 그 정치적 인식은 어이가 없을 정도로 단순해요. 그리고 어느 정도 위험하다고도 할 수 있지요. <미션 임파서블>의 내용이라는 건 미국의 첩보원들이 당시 동구권이나 중남미의 국가에 몰래 잠입해 고도의 사기를 친 뒤 그 나라의 정세를 미국에 유리하게 돌리는 것이니까요. 냉전이 서방 세계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난 지금 와서도 이 시리즈가 그리는 ‘동구권’ 국가의 모습은 좀 괴상하기까지 해요. 분명 헝가리가 모델인 나라에서 미국을 쑥대밭으로 만들 세균전을 계획하는 식이죠. 끝까지 조국에 남아 연구를 돕겠다는 충성스러운 과학자를 비밀 감옥에 집어넣어 고국의 끔찍한 현실을 보게 한 뒤 망명으로 이끄는 에피소드 같은 건 너무나도 순진해서 오히려 귀엽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이 역시 지금 와서 보면 하나의 매력입니다. 당시 관객들처럼 완벽하게 몰입해서 볼 수는 없지만 냉전 시대의 그 날카로운 긴장감과 적개심을 당시의 관점에서 즐기는 건 그 나름대로 재미있는 거죠.

이런 재미는 우리의 옛 영화에서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반공영화’라는 장르는 따분하고 진부하게 들리지만, 그래도 그 틀 안에서 우리의 옛 영화장이들이 쌓았던 성취는 은근히 흥미로운 구석이 있거든요. 당시 관객들처럼 일관된 증오와 충성으로 영화를 볼 수는 없어도 그들이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차원의 즐거움을 제공해 줄 수 있는 겁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미션 임파서블>은 코드 1번으로나마 DVD로 나와 침실에서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고, 우리의 영화는 감상 기회가 별로 없다는 거겠죠. EBS나 영상자료원의 상영을 참을성 있게 기다리지 않는다면요.

라인
저자소개
SF 작가. 하이텔 아이디 듀나(DJUNA)로, 1994년부터 온라인 활동을 시작했다. 1996년 잡지 <이매진>에 판타지, 미스터리, 호러 등 장르가 모호한 단편을 연재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1997년~1998년에는 씨네 21에 칼럼 `듀나의 채팅실`을 연재했다. 현재 `듀나의 영화 낙서판`을 운영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나비 전쟁』,『면세구역』,『스크린 앞에서 투덜대기』,『태평양 횡단특급』, 『대리전』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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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1-19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아온 제5 전선 나도 재밌게 보았는데, 그럼 내가 본 것은 80년대 시리즈인가??
 
평양프로젝트 - 얼렁뚱땅 오공식의 만화 북한기행
오영진 지음 / 창비 / 2006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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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오영진은 실제로 북한에서 1년 반 동안 체류한 경험이 있다.  그때의 경험을 살려 가상의 인물 오공식이라는 인물을 내세워 '평양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평양 프로젝트란, 남과 북의 교류 협력 증진을 위해 서울과 평양에 설치한 협력단에 각각 남과 북의 젊은 작가를 파견해 그곳의 생활을 직접 취재하여 보내오는 것이다.

거창한 제목처럼 거창한 이야기가 쏟아질 것 같은 분위기를 내심 예상했지만, 작품은 뜻밖에도 대단히 수수하게 진행된다.  거창한 이야기, 획기적인, 놀라운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는 세상과 비슷한 그곳 사는 사람들의 삶의 단면들을 들여다 보는 이야기가 쏟아진다.

몹시도 같고, 또 몹시도 다른 우리네 남과 북, 그래도 아직은 이리 닮은 꼴로 살고 있어서 다행이었고, 그렇지만 여전히 이렇게 다른 모습들이 조금은 아팠고, 어찌 됐든 아직도 머나 먼 우리가 서러웠다.

작품 속에서, 남으로 파견된 북측 작가가 잠시 평양에 돌아왔을 때, 그에게 쏟아진 질문 중 하나는 남측의 사람들이 '통일'에 대해서 어찌 생각하느냐였다.  이에 대해 서울에 다녀온 배동무는 '먹고 사는 거이 바빠서 기런지 좀체로 관심이 없어 보입네다.'라고 대답했다.  정말, 맞는 말이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통일'이라는 말은 연례 행사처럼 떠올리고 다시 잊곤 하는 무언가가 되고 말았다.  배동무가 남조선 인민들이 '총력투쟁'하고 있는 것이라며 남조선을 알아볼 수 있는 책을 제시한다.  그 책들의 제목은 '10억 만들기', '땅', '부자 아빠 되기' 등등이었다.  아, 피해갈 수도, 부인할 수도 없는 우리네 현실...

친근한 그림체에 친근한 이야기들.  이 책은 정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북쪽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였다.  전혀 몰랐던 새로운 지식을 준다던지, 눈물이 왈칵 솟을 슬프고 아픈 얘기가 쏟아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극히 자연스럽고 평범한 우리네 이야기를 넌지시 들려주는 솜씨가 꽤 일품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으면 좋을 책, 그렇지만 가볍게 '잊지는 말아야 할'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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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1-20 0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한 동포들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되죠. 그들을 품안으로 이끌어야 하지 않을까요. 언능 통일이 하루 속히 이루어져야 할텐데 말이죠.

마노아 2007-01-20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그래야죠. 어서 빨리 통일의 날이 다가왔으면 좋겠어요. 모두가 그것을 바랬으면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