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피스 29
오다 에이이치로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원피스를 안본 지 오래되었다.  마지막으로 본 게 28권이었음을 작년 수첩 뒤져보고서야 알았다. 일반 책과 마찬가지로 만화책도 한 번 안 보게 되면 자꾸 밀리는 경향이 있어서 하루에 한권씩이라도 보아야겠다고 결심, 29권을 펼쳤다.  먼지가 어찌나 쌓였던지 닦아주는 것도 필수..;;;;

꽤 오래 전에 읽고 안 읽어서 기억이 안 날듯 했는데, 다행히 앞 이야기들이 기억이 난다.  여전히 엉뚱한 루피.  여자 앞에선 늘 멋있는 조로, 언제나 계산이 빠른 나미, 모두 멋진 전사들이다.  그런데 로빈도 무슨 열매를 먹은 것일까?

이런 종류의 그림체를 볼 때 난감한 것은, 그림이 너무 복잡해서 잘 이해가 가지 않을 때가 많다.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너무 어지러운 것도 사실이다.  대략 뒤로 넘기면서 짜맞추며 읽게 되는데, 로빈이 전에 무슨 능력자라고 나왔는 지는 지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악당인 것처럼 나왔는데 알고보니 고고학에 목숨을 건 열혈 아가씨라는 것 정도만 떠오른다.

이무기 뱃속에 들어가서도 자신이 동굴 속을 헤매고 있다고 생각하는 루피.  가끔은, 그렇게 대책 없이 낙천적인 사람이 신기할 정도로 부럽다.  현실 속에서 그런 캐릭터란 현실회피형 인간이 될 것 같지만, 작품 속에서의 루피는 그야말로 해피 바이러스 그 자체다.  그들의 꺼질 줄 모르는 용기와 배짱은 언제나 부러움의 대상이다.

스스로를 신이라 자처하는 갓 에넬은 다음 권에서 아마 끝장이 날 거라고 예상하지만, 정말 강한 상대를 만났다는 생각이 든다.  그에 비해 이미 죽은 간폴은 좀 더 비장한 무기를 보여주길 원했는데 안타까운 엔딩이었다.

보통 소년만화로 분류되는 책들은 엄청 빠르게 읽히기 마련인데, 그래도 원피스는 빼곡히 차 있는 그림과 글씨들로 한 권을 읽는 데에 제법 시간이 소요된다.(설마 나만?ㅡ.ㅡ;;;) 스토리 작가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꾸준히 정진하는 그의 작업에 일종의 존경심마저 든다.  책을 읽기 전에는 좀 언짢은 일이 있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  독자를 행복하게 해주는 그의 창작은 박수받을 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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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주세요
헌혈은 사전검사를 통해 정해진 기준에 적합한 사람들만 할 수 있다. 기준으로 연령, 체중(남 50kg 이상, 여 45kg 이상), 혈액비중, 혈압 등이다. 전혈헌혈의 경우 17세~64세의 사람이 4백mL의 헌혈을 할 수 있다. 성분헌혈의 경우 혈장은 17~64세의 사람이, 혈소판은 17~59세의 사람이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체중의 7~8%의 혈액을 갖고 있는데 이중 15%까지는 흘러나와도 건강에 큰 영향이 없다. 단 헌혈 직후에는 무리한 운동을 금하는 것이 좋고, 다음 헌혈까지는 전혈헌혈은 2개월, 성분헌혈은 3일 후에 해야 한다. 최근 헌혈이 심장질환과 뇌졸중을 줄인다는 보고도 있으니 적절한 헌혈은 자신과 다른 사람 모두에게 좋다.

◈연기감지기의 원리가 궁금해요
연기가 발생하는 화재에서 연기를 감지해 경보를 울려주는 연기감지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연기감지기 중에 광선을 이용한 감지기는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보안시스템 감지기와 비슷하다. 광선을 발사하는 장치와 반대쪽에서 광선을 감지하는 센서가 직각 방향으로 위치한다. 평상시에는 발사된 광선이 직각방향에 놓인 센서에 도달하지 않지만 연기가 발생해 광선이 미세한 연기입자에 부딪혀 여러 방향으로 산란되면 센서에 빛이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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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1-26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헌혈,,,아직 한번도 안해봤는대...헌혈차 보면,,늘 무서운 맘이 먼저 들어요...
꼭 필요하단건 알면서도...

마노아 2007-01-26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많이 붙잡혀 갔는데 매번 할 수 없다고 판정이 나서 한 번도 못했어요. 이젠 헌혈하라고 잡으면 너무 민망해요..ㅠ.ㅠ

marine 2007-01-27 0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동생은 헌혈을 너무 좋아해요 시내만 나가면 헌혈하러 간답니다 헌혈하는 게 좋대요 특별히 사명감으로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하여튼 나 대신 많이 하라고 하죠

마노아 2007-01-27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헌혈이 취미군요! 독특해요. ^^ 사회에 좋은 일 하는 건데요, 뭘~ 헌혈증을 소아암센터...이런데다 보내주면 도움 많이 될 텐데 찔러보셔요^^ㅎㅎㅎ
 

개구리가 보는 세상은 온통 회색! [제 555 호/2007-01-26]
흔히 ‘보는 만큼 안다’고 한다. 보는 능력이 생각의 폭을 결정한다는 말이다. 사람이 얻는 정보 중에 눈을 통한 것이 80%라고 하니 사람의 감각기관 중 눈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사람의 눈은 무려 1만7000가지 색을 구분하고 1km 떨어진 거리에서 촛불의 1천분의 1밖에 안 되는 빛까지도 감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대단한 사람의 눈도 0.4~0.75μm 크기 이상의 파장으로 만들어지는 빛이 망막에 맺힌 상을 볼 뿐이다. 즉 보이는 것이 세상의 전부인양 생각하겠지만 이는 세상의 극히 일부일 뿐이라는 것이다. 반면 동물의 눈은 사람과 다르다. 보는 것이 다르니 느끼는 세상도 달라진다. 과연 동물은 어떤 세상을 보며 살고 있을까?

하늘을 날며 세상을 둘러보는 새는 사람보다 색채가 풍부하고, 넓고, 또렷한 세상을 본다. 새의 머리에서 뇌가 차지하는 비율은 작지만 눈이 차지하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매우 크다. 새 중에서 육식조류가 가장 좋은 시력을 갖고 있는데 공중에서 땅을 내려다보며 재빠르게 움직이는 동물을 사냥하려면 날카로운 시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가장 시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매는 사람보다 4~8배나 멀리 볼 수 있다.

매의 눈이 좋은 이유는 물체의 상이 맺히는 ‘황반’이라는 부분에 시세포가 집중적으로 분포하기 때문이다. 매의 황반에는 사람보다 5배 더 많은 시세포가 존재한다. 게다가 매는 황반이 두 개다. 매가 사람보다 훨씬 넓은 영역을 보는데, 정면을 응시할 때 사용하는 황반과 좌우를 폭넓게 볼 때 사용하는 황반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포유류에서 눈이 얼굴의 옆에 달린 초식동물은 넓게 보고, 눈이 얼굴의 정면에 달린 육식동물은 목표물을 집중해서 정확히 보는 장점을 가졌는데 매의 눈은 이 둘의 장점을 모두 가졌다.

하지만 매의 눈에도 단점은 있다. 어두운 곳에서는 거의 아무 것도 볼 수 없다. 시세포 중에 밝은 곳에서 작동하는 ‘원추세포’만 많고 어두운 곳에서 작동하는 ‘간상세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포유류가 바라보는 세상은 어떨까? 영장류를 제외한 대부분의 포유류는 색깔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 대표적으로 사람과 가장 가까운 개가 그렇다. 개가 보는 세상을 이해하려면 지상에서 50cm 정도로 얼굴을 낮추고 특수 안경을 끼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 특수 안경은 색구별이 잘 안 되는 필터를 달고 있고 30~60cm 거리는 초점이 잘 안 맞도록 하는 안경이다. 거의 흑백에 가깝고 가까운 주변은 뿌옇게 보여 물건을 정확히 잡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개가 색을 전혀 구별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빨강-주황-초록’과 ‘파랑-보라’를 함께 인식한다. 즉 빨강과 파랑은 구별하지만 빨강과 노랑은 구별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사실 개가 보는 세계는 시각과 후각이 섞인 세계다. 우리가 생김새로 사람을 구별하듯 개는 냄새로 사람을 구별한다. 시각에 대부분의 감각을 의존하는 사람이 개가 보는 세계를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고양이는 밤에 사람보다 훨씬 밝은 세상을 본다. 밝은 곳에서 본 고양이 눈의 눈동자는 세로로 길쭉하지만 어두운 곳에서는 활짝 열린다. 밤이 되면 카메라의 조리개를 열어 빛을 많이 받아들이듯 고양이 눈은 밤에 사람보다 더 많은 빛을 받아들일 수 있다.

게다가 상이 맺히는 망막 뒤에 거울 같은 반사막이 있다. 미처 흡수하지 못한 빛까지 다시 흡수하기 위해서다. 집에 거울을 많이 달아 놓으면 집이 환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때문에 어둠 속에서 고양이 눈이 빛나는 것이다. 어두운 곳에서 고양이의 시력은 사람보다 수십 배 높다.

고양이처럼 어둠에 특화된 눈을 갖지는 못했지만 다른 방식으로 어둠을 보는 동물도 있다. 바로 초음파로 세상을 보는 박쥐다. 사실 이 능력은 시력이라기보다는 청력이지만 박쥐의 세상에서는 시력 이상의 역할을 차지한다. 놀라운 것은 초음파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초음파를 구별하는 능력이다.

박쥐가 사는 동굴에는 적게는 수백에서 많게는 수천 마리의 박쥐가 있다. 모든 박쥐가 초음파를 내서 어둠 속에서도 사물을 구분하는 가운데 박쥐는 자신이 만든 초음파를 정확히 구별해 낸다. 다른 박쥐가 만든 소리를 듣고 착각하는 일이 없다는 얘기다. 수많은 음파의 반사로 그려진 세상이 바로 박쥐가 보는 세상이다.

포유류 동물보다 하등한 파충류, 양서류 등이 보는 세상은 어떨까? 파충류 중에서 뱀은 아주 특별한 시력을 갖고 있다. 뱀은 사람이 볼 수 없는 적외선까지 본다. TV에서 특수부대가 테러범을 제압하기 위해 적외선 고글을 끼고 작전에 투입되는 장면을 봤을 것이다. 뱀이 보는 세상은 이와 비슷하다. 뱀의 눈 아래 있는 구멍에 ‘골레이세포’(golay cell)이라는 특수한 신경세포가 적외선을 감지한다.

양서류인 개구리가 보는 세상은 더 이채롭다. 개구리는 온통 회색으로 뒤덮인 세상을 본다. 개구리의 눈은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움직이는 사물만 인식한다. 이것은 처음 들어간 빛은 개구리의 시세포를 자극해 인지되지만 계속 비춰지는 빛, 즉 움직이지 않는 것은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코앞에 파리가 앉아 있어도 알아챌 수 없다. 그러나 일단 파리가 움직이면 개구리가 보는 회색 세상에 움직이는 것은 파리뿐이다. 개구리는 꼭 필요한 것만 보는 셈이다.

모든 동물은 각자 자신이 처한 환경에 꼭 맞는 세상을 보는 눈을 갖고 있다. 다른 동물이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 알게 되니 동물의 세상을 인간 세상에 억지로 끼워 맞춰서는 이해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 사는 세상에서도 눈높이를 맞추면 상대방의 생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글 : 김정훈 과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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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1-26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과학향기 재밌다. 기자의 멘트도 멋지다.
 

90만원짜리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적립금이 95만원이 되었다.  게다가 문화상품권으로도 쓸 수 있다.

이걸로 뭘할까? 디카를 살까?(팔던가?)

영화를 봐야지.  뮤지컬은 어때?  콘서트도 볼 수 있어.

이벤트도 거창하게 열어야지.  음하하핫, 책도 줄을 서겠어!!!

마구마구 기뻐했는데,

꿈이었다.ㅡ.ㅡ;;;;;

이런... 적립금은 90만원은커녕 9천원도 없는데 말이다.

체쳇, 김샜다.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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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1-26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웃고 갑니다. 오늘은 아침에 마음 아픈일이 있었는데 웃고 조금은 위안을 받네요. 감사합니다.

물만두 2007-01-26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축하하려다가 저도 김샜습니다^^ㅋㅋㅋ

marine 2007-01-26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예요, 마노아님 저, 너무 흥분해서 우와, 감탄사 막 나왔는데...
그런데 정말 적립금 그 정도 있다면 미치고 팔짝 뛸 것 같아요

씩씩하니 2007-01-26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님...입이 안다물어져서 어쩐다지요?
어쩜 이런 행운이...님.....혹시.고물은 없는거지여???????히...잘 보여야겠당~~
에이...꿈인지 몰랐잖아요,,,실망,,

마노아 2007-01-26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 아픈 일 잘 마무리되길 바랄게요. 에공, 제가 괜히 미안스러워요..;;;;
물만두님^^ 저도 김 팍 샜습니다^^
마린님, 저 당첨된 책이 뭔지도 알아요. 생각의 나무에서 출간된 문명시리즈에서 중남미권이었어요. 꿈도 참 자세하죠^^;;;;
씩씩하나님, 저도 눈뜨자마자 알라딘 확인했어요. 이게 꿈인지 생신진 구분이 안 가더라구요^^ㅋ

마노아 2007-01-26 1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그러게나 말입니다. 꿈에서라도 뭘 좀 질렀어야 했는데...T^T

ceylontea 2007-01-26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헉... 90만원 축하하려 했는데.. 꿈이었다니.. 흑.

마노아 2007-01-26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속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었어요. 크흑..^^;;;;

아영엄마 2007-01-26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궁.. 꿈이었군요. 저도 와~ 축하합니다!! 라고 할려고 했더니만...-.- 현실에서도 이런 일이 생기시길 바랄께요~ ^^

마노아 2007-01-26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헷, 아영엄마님 감사해요^^ 현실에서 이런 일이 생기면 제가 알라딘에서도 쏘겠습니다^0^

무스탕 2007-01-27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약올라.. 그런 꿈 꾸고나면 약올라요.. --;
정말루 현실에서도 그런일이 일어났으면 좋겠어요 ^__^

마노아 2007-01-27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스탕님, 제 말이요! 로또라도 살 걸 그랬을까요^^;;;;

뽀송이 2007-01-29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마노아님^^ 장난꾸러기^^
^______*

마노아 2007-01-29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꿈이 장난꾸러기예요^^ㅎㅎ
 

글 / 듀나(Djuna)djuna01@empal.com
올해 아카데미상 후보작들이 발표되었습니다. 이전엔 뒤늦게 텔레비전이나 신문을 통해서야 접할 수 있는 소식이었지만 그동안 세상이 좋아졌죠. 요샌 CNN 사이트에 들어가 생중계로 후보작 발표를 볼 수 있습니다.

올해는 분위기가 어떤가요? 흠… 일단 마틴 스콜세지가 <디파티드>로 또다시 아카데미에 도전한다는 사실을 덧붙여야겠군요. 수상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인상적인 영화지만 그의 전작들만 한 힘은 없는 것 같거든요. 작은 영화로 선전한 작품으로는 <미스 리틀 선샤인>이 있군요. 엄청나게 신선한 영화는 아니지만 이야기의 느낌이 좋았고 캐릭터들이 무척 사랑스러운 영화였지요. <타이타닉>의 두 주연배우였던 케이트 윈슬렛과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모두 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도 주목할 만합니다. 물론 엄청난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여우주연상은 헬렌 미렌에게 돌아가겠지만요.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올해 미렌에게 상을 주지 않는다면 아카데미는 그 뒤로 몇십 년 동안 욕을 먹겠지요. 그 이외에는?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귀향>이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에서 탈락했군요. 기예르모 델 토로의 <판의 미로>에 밀린 걸까요? 하지만 <판의 미로>는 공식적으로 멕시코 출품작이라고 알고 있는데… 뭐, 사정이 있겠죠.

참, <왕의 남자>는 후보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사실 기대도 안 했어요. 좋은 부분이 많은 영화였지만… 글쎄요. 솔직히 이런 영화상에서 경쟁력이 그렇게까지 높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해당 시기에 만들어진 한국 영화 중 아카데미 회원들의 구미에 가장 맞는 영화였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고요.

하긴 그런 게 좀 있습니다. 한국에서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로 내세우는 영화는 모두 조금씩 어긋나는 부분이 있어요. 당시 만들어진 최고의 영화는 당연히 아니고, 은근히 나들이 옷 입고 서울 구경 온 촌 아가씨 분위기의 선정을 하는 경우가 많죠. 웃기는 건 정작 이런 선정의 대상이 되기 전에 그 영화들이 지녔던 고유의 장점도 선정 과정 중의 정치와 나들이 옷 단장, 눈치 보기 속에서는 은근슬쩍 사라져버린다는 것입니다.

칸이나 베를린과 같은 국제 영화제에 선정되는 영화는 사정이 다릅니다. 그 경우엔 일단 칼자루를 영화제 측에서 쥐고 있으니 이런 식의 눈치 보기가 해당사항이 되지 않으니까요. 그 때문에 무슨 영화가 출품되건 우린 큰 걱정을 하지 않습니다. 영화를 고른 사람들도, 레드 카펫을 타는 영화인들도 자기네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지요. 낯부끄러울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로 내세우는 영화를 보면 사정이 달라요. 괜히 안쓰럽고 보고 있으면 몸 어딘가를 긁고 싶어집니다.

왜 이렇게 어색한 걸까요. 그거야 우리가 아카데미를 보고 거기에 대응하는 관점이 한심할 정도로 촌스럽기 때문입니다. 우린 이 행사를 철저하게 국가주의적인 관점에서 보고 있어요.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도전하는 건 영화 올림픽에 참여하는 것이고 거기에 후보로 오르거나 상을 타는 건 자랑스러운 태극기를 휘날리며 국위선양을 하는 것입니다. 모 은행 광고에 나와서 열심히 국가를 위해 ‘뺑이’를 치는 불쌍한 비보이들이 생각나지 않습니까?

물론 이 모든 건 사정이 다릅니다.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은 할리우드 동네 영화제의 장식에 불과하고 정말로 거기에 신경을 쓰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아카데미 후보에 오르지 않았다고 <귀향>이 <판의 미로>보다 못한 영화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을 거고요. 여기서 상처받는 사람은 시시때때 국위 선양의 기회를 노리는 사람들이죠. 그게 누구건 간에요. 솔직히 우리가 지금까지 계속 후보에 오르지 못했던 것도 그 사람들이 지나치게 힘을 주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아마 한국 영화도 언젠가 이 영화상의 후보에 오르긴 하겠죠. 오르면 ‘국위선양’도 어느 정도 할 수 있을 거고. 하지만 그건 국위선양에 목숨 거는 그 아저씨들이 어깨 힘을 어느 정도 푼 뒤에야 가능할 걸요. 그래야 눈이 뚫리고 정치와 홍보에도 더욱 유연한 태도로 대응할 수 있을 테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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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SF 작가. 하이텔 아이디 듀나(DJUNA)로, 1994년부터 온라인 활동을 시작했다. 1996년 잡지 <이매진>에 판타지, 미스터리, 호러 등 장르가 모호한 단편을 연재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1997년~1998년에는 씨네 21에 칼럼 `듀나의 채팅실`을 연재했다. 현재 `듀나의 영화 낙서판`을 운영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나비 전쟁』,『면세구역』,『스크린 앞에서 투덜대기』,『태평양 횡단특급』, 『대리전』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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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2007-01-26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국위선양, 이제 이런 말에 좀 초연해지면 안 될까 싶어요 머리에 쥐나려고 해요... 그리고 듀나라는 분, 싸이트 들어가 보셨어요? 꽤 재밌더라구요

마노아 2007-01-26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이트로 직접 들어가보진 못했어요. 예술이든, 스포츠든... 암튼 세계에서 이름을 떨치게 되는 어떤 기회에 있어서 우리가 대단히 조급해하는 경향이 있어요.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힘겨웠던 지난 시절과 약소국으로서의 비애같은 것이 겹쳐서 있는 그대로를 즐기기보다 그 이상의 부담을 스스로 지우는 것 같아요. 일종의 신드롬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