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임종업 기자
» 여승구 관장이 보여준 프랑스어 번역본 <춘향전>. 김옥균을 암살한 홍종우(1850∼1913)가 1892년 프랑스 체류중 동양학자인 로니와 함께 번역한 것으로 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여 관장은 근대 문학자료도 국가에서 문화재로 지정해 관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의 책쟁이들/(18)여승구 화봉책박물관 관장

“나는 고서를 사다가 망한 사람이오.”

화봉문고 대표 겸 화봉책박물관 관장인 여승구(71)씨는 책을 빼고는 사실상 빈손이다.

1963년 사업을 시작해 1979~1988년 ‘한국출판판매주식회사’로 서점을 겸한 것을 빼고는 외국 학술잡지와 일반도서 수입판매를 해온 그는 2003년부터는 고서 판매로 전업해 자신의 호를 따서 화봉문고를 만들었다. 1982년부터 수집해온 10만여점의 고서와 각종자료를 바탕으로 한 것. 2005년 10월에는 화봉책박물관을 열었다. 하지만 인터넷 판매와 경매대행을 하는 화봉문고는 개점휴업 상태이고 화봉책박물관 역시 1년 남짓 존재하다가 창고와 사이버공간으로 사라졌다.

“그의 방은 매우 작았지만 그래도 동, 서, 남쪽 삼면에 창이 있어, 동에서 서쪽으로 해 가는 방향을 따라 빛을 받아가며 책을 읽었다. 행여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책을 대하게 되면 번번이 기뻐서 웃고는 했기에, 집안 사람들 누구나 그가 웃는 모습을 보면 기이한 책을 얻은 줄 알았다. … 사람들이 그를 가리켜 ‘책에 미친 바보’라고 불렀지만 그 또한 기쁘게 받아들였다.” 옛문헌에 전하는 책바보 이덕무(1741~1793)의 모습이다.

종로구 신문로 2가 ‘화봉책박물관’ 이름이 붙은 300평 건물. 여승구씨는 볕이 잘 들지 않는 뒤쪽방 한칸을 1만여권의 ‘책에 관한 책’ 창고를 겸해 사무실과 인터넷 쇼핑몰 작업공간으로 쓰고 있다. 재개발로 헐린 서린동 서점 건물을 팔아 대토한 자리. 한 대기업이 건물을 지어 구내식당으로 이용케 하다가 박물관으로 리모델링한 곳이다. 하지만 이제 대부분의 공간을 다시 임대하고 자신은 뒤로 물러앉았다. 박스에 싸여 사직동 100여평의 창고로 옮겨간 고서들은 아직도 ‘분류중’이다.

반짝 책박물관 기억은 씁쓸하다.

“방문자는 주로 단체관람 어린이들이었지요. 부모 손잡고 온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들…. 조건은 관장이 나와서 안내하라는 것이었지요. 아이들한테 어떻게 설명하겠어요? ‘민족과 영토’ 전시회를 할 때였어요. 아이들을 이끌고 전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우리나라를 처음 연 할아버지가 누구죠? 단군 할아버지요. 나라 땅을 가장 많이 넓힌 임금님은? 광개토대왕이요. 한글은 누가 만들었나요? 세종대왕이요. 그리고 고지도 앞에 가서는 ‘독도는 우리땅’이란 노래를 같이 부르는 식이었지요. 전문가들은 거의 오지 않았어요. 어쩌다 대학교 문헌정보학과 학생들이 레포트 쓰기 위해 왔을 뿐입니다.”


공짜 도록만 바라는 시민들에 실망

박물관을 연 동안 ‘민족과 영토’ ‘세상에서 가장 큰책 작은 책’ 등 몇 차례 주목할 만한 전시회를 열었다. 하지만 주로 어린 손님만 들었을 뿐 일반인들의 관심은 냉담했다. 전시회 도록을 비싼 돈을 들여 만들었지만 다들 공짜로 얻어갈 생각만 할 뿐이었다.

“희생을 무릅 쓸 이유는 충분하지만 파리만 날리니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박물관을 창고와 사이버로 옮겨간 이유다. 앞으로 전시회는 계속 열 생각이다. 다만 수익자 부담의 원칙. 책은 얼마든지 빌려주겠다. 하지만 공간임대와 관리 반환 등은 주최쪽에서 감당하라는 거다. “문화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말에 짙은 회한이 묻어났다.

책 수집가의 도착점은 ‘행복한 박물관’이라는데 책바보 여씨의 26년 도착점은 무척이나 쓸쓸하다.

“새책을 팔아 헌책과 고서를 사들였으니 쟁여놨으니 망할 수밖에 더 있겠어요? 건물 판 돈 40억이 고스란히 책에 들어갔다고 봐야죠.” 주변에서는 가치있는 일 한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하기좋은 말일 뿐 실제 짐은 오로지 여씨 몫이었다. 박물관에 이르려다 실패한채 책만 끌어안고 있는 모양새다.

나라에서 떠맡아주면 좋으련만. 한번은 문화부 장관을 만나 국립 책박물관을 만든다면 자신이 수집한 책을 조건없이 바치겠다고 말했다. 자신의 일생을 건 일이니 그렇게 해도 승리한 삶이 되지 않겠는가. 하지만 국립중앙도서관에 기증하라는 말을 듣고는 두말없이 돌아섰다. 도서관은 콘텐츠 중심으로 운영하는 곳이지 유물로서 가치가 있는 책을 보관하는 곳이 아니다. 도서관 대부분은 고서구입 예산이 없고, 있다고 해도 규모가 적어 싸구려 문집을 구입하는 정도라고 한다. 또 그가 서점을 운영할 때 언뜻 보았던 사서들의 다른 얼굴이 생생하다. 좋은 책을 갖추기보다 책 구입에 따른 떡고물에 관심을 더 쏟던.

국립박물관도 마뜩찮다. 문화재로 지정하는 책들은 불경에 치우쳐 나머지 가치있는 책들을 홀대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텬로역뎡>을 꺼내왔다. 푸른색 겉포갑을 열자 녹색 비단 안포감이 나오고 다시 그것을 열자 거의 완벽하게 보존된 한적 두 권이 나왔다. 1983년께 일본 오사카역 앞 지하상가의 한 고서점에서 96만엔을 주고 구입한 것이다. 1895년 서울 삼문출판사에서 인쇄한 것으로 존 번연 원작을 선교사인 게일 부부가 번역 출판한 목판인쇄본이다. 삽화는 기산 김준근이 그렸다. 단원 삽화의 정리자본 <오륜행실도>, 역시 단원 그림이 든 목판본 <불셜대보부모은듕경>(1795, 화산 용주사 간행)과 더불어 한국의 3대 미서에 속한다. 김포세관에서 밀수품으로 분류돼 반송되었다가 두달 뒤 직접 가지고 들여와 품에 안은 것이다. 아름다운 문화유산으로서 보전가치가 있는데도 연대가 오래된 것 위주로 지정하는 문화재 대열에 끼지 못하고 있다. 여씨가 보여주는 <화사집> 역시 그렇다. 현대문학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그렇지만, 미당이 직접 제본한 것 가운데 세번째이고 표지의 제목에는 시인 정지용의 묵적이 어렸다.

나라에 기증하는 것도 쉽지 않아

그가 수집한 책들은 고활자본, 문학(고전문학, 신문학), 개화기 교과서, 고지도, 고판화 등 다섯가지 테마. 콘텐츠도 중요하지만 물건으로서 값을 동시에 가지는 것들이다. 역설적이게도 그런 까닭에 도서관에서도 박물관에서도 관심을 두지 않아 개인 소장으로 관리되고 있다. 별도의 수입이 없는 여씨는 다섯 테마 외의 고서를 판 돈과 건물 임대료를 고서 보관료로 충당하고 있다.

그가 가진 두번째 꿈. 문화에 뜻이 있는 대기업에서 일괄 인수해 박물관을 만드는 것이다. 적당한 값을 쳐주면 넘길 생각이다. 그래도 절반의 성공일 테다. 하지만 미련이 남아 그런 의사를 대놓고 공표하지 않고 있다.

그가 고서 덫에 걸린 것은 26년전 술자리에서다. 1982년 윤석창씨 소유의 책으로 두달간의 한국문학작품초판본 전시회를 마치나서의 뒤풀이. 한 일간지의 문화부장이 꺼낸 말이 씨가 됐다. 그 책들을 경매에 붙여 팔지 말고 여사장이 사들여 문학박물관을 만드는 게 어떻겠는가? 여씨는 자신을 무심코 던진 돌에 맞은 개구리에 비유했다. 그로부터 2, 3년간 강아지가 주인 따르듯 서지학자인 안춘근씨의 뒤를 따라 헌책방을 다니며 책 보는 눈을 키웠다. 그렇게, 초판본 전시회에서 만난 이광수의 <일설 춘향전>은 320여종의 다른 판본으로 확대되었고, 일본에서 만난 <텬로역뎡>은 100여종의 다른 판본까지 인연이 넓어졌다.

“책 모으는 재미가 엄청 났지요. 예상치 못한 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만나는 책은 운명처럼 느껴졌어요. 전광석화같은 순간에 인연이 아니면 그곳에 내가 그자리에 있었겠어요. 하지만 그것이 블랙홀이라는 걸 깨닫지 못했던 거죠. 그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돌이키기 힘든 지경이었어요.”

1986년인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출판판매업자모임인 ‘디스트리프레스’ 국제회의가 열렸을 때. 프라도박물관 옆 고서점에서 그레고리안성가집을 발견했다. 수집가들이면 누구나 탐내는 물건. 7천달러라는 값도 문제려니와 문화재 반출이 금지된 탓에 만지작거리다 나왔다. 돌아오는 길 택시에 지갑을 두고내리는 통에 나머지 기간동안 쫄쫄 굶고 걸어다녔던 기억이 있다.

책 소식지·전시회에도 숱한 ‘바보짓’

바보짓은 책에서 책에 관한 것으로 확대되었다. 1976년에는 잡지 <월간독서>를 창간해 1980년 강제 폐간되기까지 ‘이달의 좋은 책’ ‘독서대상’ 등을 선정해 시상했다. 1982~88년에는 <책방소식>을 49호까지 냈고 <고서통신>은 1987~2000년 모두 17호를 냈다. 1982년 한국문학작품초판본 전시회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40여회의 책관련 전시회를 주최 또는 후원했다. 모두 돈쏟아붓기였다.

“한류는 잠시지만 문화유산은 유구합니다. 구텐베르그보다 100여년 앞선 우리의 금속활자보다 더 좋은 한류아이템이 어디 있습니까.” 여씨는 아직 인생역전을 꿈꾼다. 광개토대왕비문 탁본을 실물크기로 전시하고 그 가운데 우리의 금속활자본 책을 전시하는 꿈.

글·사진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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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2-03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화는 공짜가 아닌 것을.... ㅠ.ㅠ

씩씩하니 2007-02-03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 아픈 글이네요...문헌정보학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참,,책임감도 느껴지구요...
이렇게 돈 안되는 부분의 사업을 나라에서 안아주는 것 그게 진짜 우리 문화를 지켜나가는 길일텐데....

마노아 2007-02-03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개인의 사명감과 희생 정신만 이용해 먹는 거잖아요. 정작 힘써야 할 부분들은 나몰라라 하구요... 안타까워요....
 

고속버스터미널역에서 저녁에 약속이 있었다. 그래서 영화를 먼저 보고 영풍문고에 들렸다가 약속장소로 가는 것이 나의 계획이었다.

집에서 나올 때 시간이 빠듯했다. 부랴부랴 버스 타고 지하철을 갈아타기 위해서 내렸는데....

헉.. . 한정거장 먼저 내렸다..ㅠ.ㅠ
다시 뒤에 온 버스 타고 지하철로 환승!

10분 정도의 여유를 남기고 시너스 센트럴에 도착했는데 무인발급기에서 표가 안 찾아지는 것이다.  예매내역이 없다는 것.

황당했다.  그래서 창구로 가서 출력이 안 된다고 조회해 달라고 했더니 몇 시 영화냔다. 그래서 3시 반이요! 했더니, 아포칼립토 자기네는 3시 반 게 없다는 거다.

그 순간 아뿔싸.... 내가 단성사에서 예매를 했나보다... 싶었다.  종로3가에서 영화보고 3호선 타고 쭈욱 내려갈 생각이었나 보다... 했던 것.

하여간 직원의 도움으로 인터파크에서 예매 내역을 조회하는데 컴이 어찌나 좋던지 두 번 다운되어주시고...;;;;;

암튼, 예매내역을 확인한 순간 뒤로 넘어갔다.  내가 예매한 곳은 "대한극장"이었던 것...

럴수럴수럴수, 이런 망신이....T^T

고맙습니다!하고는 부랴부랴 뛰었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대한극장에 도착하니 20분이 좀 지나 있었다.



헥헥... 내가 입장했을 때 주인공의 부족이 공격을 받는 장면이 시작되었는데, 대체 쟈들이 왜 싸우는지 나는 도대체 알 수가 없다는 거지...ㅡ.ㅜ

처음엔 이해가 안 가서 몰입이 안 되었지만, 보다보니 엄청 흡인력이 있는 것이다.
이들이 약탈을 당하고 산재물로 바쳐지는 등 눈뜨고 못 볼 잔인한 장면이 많았건만, 그럼에도 영화에서 시선을 돌릴 수가 없었다.

난 마야 문명에 대해서 나온다길래 에스파냐 약탈자에게 난도질 당하는 그런 영화? 라고 짐작했는데 전혀 뜻밖이었다.

어느 순간 표범발의 싸움에 응원하며 그의 운명을 더 이상 시험하지 말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내게서 나왔다.  우물 속에서 그를 기다리는 만삭의 아내와 어린 아들의 싸움을 지켜보는 일도 엄청 긴장된 순간이었다.  그녀가 만삭의 몸이라는 것이 그들의 운명에 희망을 던져주는 일일 거라고 짐작은 했지만, 영화의 마지막 반전은 그 희망이 절대적으로 희망일 수 없다는 암시도 던져 준다.

캐스팅은 철저히 오디션을 통해서 했다고 했는데, 주인공과 그의 아내, 그리고 그 아들까지... 어쩜 그리 한 세트로 이쁘던지...;;;;;



다 보고 나서, 멜깁슨에게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 때도 그랬지만 그의 철저한 고증 정신은 거의 결벽에 가까웠는데, 호불호를 떠나서 그의 영화가 대단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 내가 앞에 놓친 내용들이 영화의 전체를 이해하는 데에 큰 방해가 될 것 같지는 않지만, 아무래도 DVD로 나오면 다시 한 번 봐야겠다.  마야인들이 걸치고 있는 장신구와 몸에 장식한 온갖 문신, 옷차림, 그들의 무기 등등 놀라운 것들이 참으로 많았다. 

어느 순간,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 왜 저렇게 살지? 라고 판단하는 스스로가 놀랍고 무서웠다.  로빈슨과 방드르디를 읽을 때의 다짐을 그새 잊었던가...;;;;

참으로 잔인한 것이 인간인데, 저 마야인들의 폭력이, 과연 지금 인간이 퍼붓고 있는 폭력보다 더 잔인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니, 그렇다라는 말이 나오지를 않는다.

인간은, 왜 그렇게 싸우며 사는 것일까...

그나저나... 나는 왜 맨날 이모양일까...흑흑...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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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2-03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 진짜 힘들게 보게 되셨네요. 20분이나 잘리구요 ㅎㅎ
이 영화 보러 가려면 심장은 집에 두고 가라고 로*님이 그러시던데요.
마노아님 심장 괜찮으신지요?^^

마노아 2007-02-03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심장 걱정을 했는데, 맘의 각오를 하고 가서 괜찮았어요^^;;;;
 
딸은 좋다
채인선 지음, 김은정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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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남아 선호사상이 팽배했던 시절에는 딸 낳은 것이 죄였고, 딸 셋을 낳으면 미개인 소리를 들었고, 줄줄이 딸이면 아들 낳으려고 그랬구나! 소리 듣고, 막내가 아들이면 아들만 이뻐하겠네~ 소리를 들어야 했다.

지금도 그런 태도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요즘처럼 출산율이 떨어지는 시대에는 "하나"라도 '제대로' 낳아서 기르자가 대세가 되어버렸고, 하나밖에 낳지 않을 바에는 기왕이면 '딸'을 선호하는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이러다가 어느 시점에 가서는 남아가 더 많은 것이 아니라 여초현상이 벌어질 지도...

하여간, 딸을 선호하는 마음은 나로서도 마찬가지다.  큰조카가 아들인데, 첫조카인지라 온 집안의 보배가 되었던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런데 둘째를 언니가 임신하자 막달까지 그 아이가 딸이 되기를 계속 기도한 것은 나밖에 없었다.  언니는, "있잖아, 이미 성별은 결정되었거든?  바뀌지 않아!"라고 했는데, 그래도 나는 계속해서 둘째가 딸이기를 바랬다.  그리고 정말 여자 조카가 태어났을 때 정작 축하를 받은 것은 나였다. "여자 조카 생긴 것 축하해~"라고.

그래서, 나처럼 여자 아이를 더 이뻐하는 사람에게는 이 책의 구구절절 딸이 좋은 이유는 사족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 책은 참으로 포근한 마음을 갖게 해 준다.

딸이 출생하고, 그 아이가 성장하고, 결혼을 하여 다시 출산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파노라마 형식으로 쭈르륵 보여준다.  같은 얼굴의 꼬맹이가 성숙해져 가는 과정을 그림으로 보고 있으면 뭔가 묘한 기분이 든다.

어른들은 종종 "너도 자식 낳아 길러봐라"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딸이 출산을 경험하고 '엄마'가 되었을 때 진정 부모를 이해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든다.  엄마의 가장 좋은 동지가 될 수 있고, 또 친구가 될 수 있는 것도 결국은 딸이 아닐까. 

엄마가 될 수 있어 딸이 좋다는 작가의 말이 이 책에서 내가 본 가장 아름다운 메시지였다.  부모로서도 그렇지만, '인간'으로서도 가장 성숙하게 만들어주는 '열매'의 과정이 아닐까 싶다.

갓 엄마가된, 혹은 엄마가 될 이에게 주고 싶은 예쁜 책이다.  생명의 숭고함과 오묘함을 느끼길 원하는 모든 이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

혹, 아들들이 섭섭함을 느낄까?  아버지와 아들을 위한 이런 책도 있는지 모르겠다.  마찬가지의 반응을 얻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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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7-02-02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막내딸 3학년 선물로,,,,당첨입니다,,추천 & 땡스투 ㅋㅋㅋ

딸기 2007-02-02 2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으로! 추천 꾸욱~
리뷰 잘 읽었어요, 마노아님. :)

마노아 2007-02-02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니님, 따님도 기뻐할 거예요^^ 감사합니다~
딸기님, 부끄럽사와요. 감사해요^^

비로그인 2008-07-17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인선 작가의 <시카고에 간 김파리>가 새로 출간되었습니다.

마노아 2008-07-18 07:11   좋아요 0 | URL
아핫,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베스트&베스트    제1171호 2007년 2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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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02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7-02-02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만한 배짱과 용기, 자신감.. 너무 부럽고 멋져요. 역시 난사람은 다르달까... 본받을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짱꿀라 2007-02-02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감과 배짱은 오히려 용기를 주는 도구인것 같습니다. 무모함 보다는 도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기도 하구요.

마노아 2007-02-02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전'할 수 있는 힘을 주는 자신감과 배짱. 정말 모두에게 필요한 것 같아요. 아름다운 당당함을 주네요. ^^

가을산 2007-02-04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 학교니까 가능했던 일일 듯 합니다만...... ㅡ,ㅡa

마노아 2007-02-04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산님, 아마도 그럴 테지요? ^^;;;;;
 

빙빙 돌며 나는 3D 입체연 [제 558 호/2007-02-02]
“아빠! 엄마 언제 와요?”
“엄마는 내일 오셔. 이모랑 같이 외할머니 모시고 제주도 가셨잖니.”
“우린 왜 안 데리고 갔어요?”
“음. 엄마의 엄마인 외할머니가 올해 환갑이시거든. 그래서 설날 연휴에 외가의 여자 분들끼리만 제주도로 여행가신거야.”
“나도 데리고 가지. 심심한데…. 아빠, 나 심심해요.”
“심심해? 그럼 뭐하고 놀까?”
“나도 친구들처럼 연날리기 하고 싶어요.”
“연? 오늘은 설날이라 상가도 전부 문을 닫았잖아. 어떻게 연을 만드니?”
“아빤 과학자잖아요. 엄마가 아빠는 뭐든지 다 만들 수 있다고 그랬단 말이에요.”
“그래? 엄마가 그랬단 말이지? 그럼 연우를 위해 조금 독특한 연을 만들어볼까?”
“독특한 연?”
“우리 연우 축구 좋아하지?”
“네!”
“축구의 바나나킥처럼 빙글빙글 회전하면서 날아오르는 연이야. 3D 입체연이라고 부르지.”
“우와! 아빠, 빨리 만들어주세요! 빨리!”
“그럼 연우는 폐지 모아놓은 데 가서 얇고 깨끗한 박스 좀 찾아올래? 아빠는 실이랑 빨대랑 클립을 찾아볼게.”
“네! 와~ 입체연이다. 입체연!”

전개도 다운받기
새로 뜬 창에서 바로 인쇄하시면 됩니다.


[실험방법]
준비물 : 전개도, 단단한 종이(마분지, 얇은 박스지), 클립(2개), 굵은 빨대, 실, 실패, 칼
1. 전개도를 A4 크기에 출력한 후 A4→A3 확대 복사를 2번 반복한다.
2. 확대한 전개도를 단단한 종이 위에 올려 칼로 본을 뜬다.
3. 회전날개를 접어 올리고 직각블록을 끼운다.
4. 회전날개를 회전바퀴에 끼운다.
5. 빨대를 2cm 길이로 2개 자르고 각각 한쪽 끝에 0.5cm정도 칼집을 내 회전날개에 끼워 고정한 후 회전날개의 끝을 접어 빨대가 빠지지 않게 한다.
6. 실을 1m정도 잘라 양 끝에 클립을 묶고, 클립을 빨대에 연결한다.
7. 입체연의 균형이 맞도록 실의 길이를 조절해 실패에 연결한다.

“아빠! 이게 연이에요?”
“이게 바로 3D 입체연이야. 날려 볼까?”
“네!”
“그럼 저쪽으로 스무 걸음 가서 연을 머리 위로 들고 있어볼래? 회전할 수 있게 양 끝을 살짝 잡고.”
“우와~ 연이 빙글빙글 돌면서 떠오르려고 해요.”
“신기하지? 자 바람이 충분히 센 것 같으니 손을 놓아봐”
“연이 빙글빙글 돌면서 떠올라요~!”

연우와 아빠는 운동장에서 신나게 연을 날리며 놀았다. 실을 감고 있는데 호기심 많은 연우가 묻는다.
“아빠, 연이 어떻게 빙글빙글 돌면서 떠오르는 거에요?”
“음…. 그건 베르누이의 정리와 마그누스 효과 때문이야.”
“베르누이의 정리와 마그누스 효과? 그게 뭔데요?”
“먼저 베르누이의 정리부터 설명해 줄게. 자~ 다 감았다. 이리오렴. 여기 아빠가 땅바닥에 그리는 그림을 잘 봐.”
“네.”
“아까 연우가 들고 있던 연처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공기가 흐르면 회전날개의 모양 때문에 공기의 저항을 받아 시계방향으로 날개가 회전하지? 그럼 윗부분은 공기의 흐름과 같은 방향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공기의 흐름은 빨라지고 압력은 낮아져. 반대로 아래쪽은 공기의 흐름과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저항이 생겨 공기의 흐름은 느려지고 압력은 높아지지. 이걸 바로 베르누이의 정리라고 해. 자, 그럼 마그누스 효과에 대해 알아보자. 이 연은 압력이 높은 데로 움직일까, 낮은 데로 움직일까?”


“아까 연이 위로 떠오르려고 했으니까 압력이 낮은 위요.”
“왜?”
“음~ 몰라요.”
“어…. 그럼 조금 쉽게 생각해보자. 연우랑 친구들이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고 싶어. 한 운동장에는 사람이 바글바글 많고 다른 운동장에는 사람이 없어서 한산해. 그럼 연우는 사람이 많은 데서 막 이리저리 부딪기며 하고 싶어, 적은데서 맘껏 뛰고 싶어?”
“당연히 적은 데서 하고 싶죠.”
“자연 현상도 마찬가지야. 연도 압력이 높은 데보다는 낮은 데로 움직이고 싶어 해. 그래서 연은 압력이 낮은 위쪽으로 힘을 받아 떠오르게 되는 거야. 이런 현상을 마그누스 효과라고 하고. 이제 알겠어?”
“와~ 신기하다. 나도 이제 아빠처럼 책 많이 보고 공부 많이 해서 이렇게 신기한 연도 만들어야지. 저도 과학자 될래요.”
“그래? 그럼 아빠가 많이 도와줄게.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봐.”
“근데 아빤 일하느라 바쁘시잖아요.”
“아유~ 아니야. 아빠가 아무리 바빠도 연우가 물어보는 질문에 대답해줄 시간은 있어. 또 아빠는 일보다 연우가 훨씬 더 좋단 말이야.”
“정말요? 나도 아빠가 좋아요!”
“그럼 연우는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어… 우엥~ 몰라요~! 아빤 맨날 어려운 것만 물어봐!” (글 : 전동혁 과학전문 기자)



연날리기 Tip
3D 입체연은 초속 4m/sec 이상(깃발이 펼쳐져 펄럭거릴 정도)의 강한 바람에서 날 수 있습니다. 일반 연과 달리 사람이 달리는 속도로는 연이 떠오르지 않고, 오히려 망가집니다. 2인 1조가 되어 한 사람이 20m 정도 떨어져 바람 방향에 맞게 연을 들고 바람의 힘으로 자연스럽게 연이 떠오르게 합시다. 일단 연이 바람을 타고 15m 정도 올라가면 상승기류를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갑니다. 입체연 제품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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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2-02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과학쇼핑몰을 발견한 것도 큰 수확이다!!!

향기로운 2007-02-02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과학의 향기를 보면 신기한 것도 많아요^^;; 저도 애기들이랑 같이 볼만한게 있으면 프린트해서 스크랩해두거든요^^ 이것도 멋지네요^^ 직접 만들어 볼 수 있게 만드는 방법도 나오다니^^ 퍼가요~

마노아 2007-02-02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메일로 오는 정보 중에 과학향기가 가장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