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동물의 보험금타기 대작전 [제 561 호/2007-02-09]
햇살이 환한 오후. 반달가슴곰이 앞마당에서 세차를 하고 있다. 즐겁게 거품을 닦아내는 반달가슴곰의 환한 얼굴이 점점 클로즈업된다. 감미로운 음악과 함께 성우의 멘트가 흘러나온다. “10억을 받았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남편과의 약속을 지키는 거라고 합니다.”

이 광고는 전파를 타고 세계 곳곳으로 퍼졌다. 10억의 꿈(?)을 안은 신규가입요청과 이미 가입한 보험을 확인해주길 바라는 서류가 파도처럼 보험회사로 밀려 들어왔다. 담당자 김 대리는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서류더미를 보며 ‘에잇~사표 쓸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이내 현실로 돌아와 확인요청서류부터 하나씩 살펴보기로 마음먹었다.

발신] 안경가마우지(Phalacrocorax perspicillatus)
제목] 1억이라도 받고 싶습니다.
내용] 저는 안경가마우지입니다. 멸종된 새 가운데 하나죠. 멸종됐다면서 넌 뭐냐고요? 제가 아마 최후의 안경가마우지일 겁니다. 제가 죽으면 우리 종은 완전히 멸종을 당하는 것이죠. 유서를 쓰는 심정으로 이 편지를 남깁니다. 제가 죽기 전에 꼭 답장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우리 종이 멸종을 당한 이유는 안경가마우지 고기라면 사족을 못 쓰는 인간들 때문이죠. 1741년 저의 고향인 알류산 열도에 비투스 베링이 이끄는 탐험가들이 도착하면서 멸종사건은 시작됐어요. 인간들은 배가 고프다며 해달과 물개를 잡아먹기 시작하더니 스텔러바다소까지 손을 뻗었습니다. 그 뒤가 문제였죠. 우리 안경가마우지는 날개가 작아서 날지 못한다는 점을 알아낸 인간들이 우리 일족을 몰살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인간들은 사악하게도 “한 마리를 죽이면 배고픈 세 명이 먹기에 충분하다”라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고 “고기의 맛이 일품”이라고 평까지 했습니다. 제가 알기론 조부모님께서 인간에 의해서 우리 일족이 만약 멸종을 당한다면 내가 그 보험금을 지급받기로 귀사와 계약을 했습니다. 확인하시고 연락주세요. (추신: 여행비둘기도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확인해주세요.)

김 대리는 ‘한참 전에 온 편지네. 아쉽게도 확인이 너무 늦었군’이라고 중얼거리며 휴지통으로 서류를 던져 넣었다. 그 다음은 자이언트 팬더(Ailuropoda melanoleuca)가 보낸 서류였다.

발신] 자이언트 팬더
제목] 대나무 숲이 파괴돼 못 살겠습니다.
내용] 저는 중국에 살고 있는 자이언트 팬더입니다. 현재 팬더는 중국 스촨(四川) 분지 등 지역에 약 1000마리 있고 동물원에 160마리 정도가 있습니다. 하지만 멸종돼 가는 중이죠. 그 이유는 바로 인간들 때문입니다. 저희들은 대나무 말고는 아무것도 먹지 않습니다. 저희들이 번성할 시절에는 산마다 대나무가 가득했는데, 빌딩을 짓고 터널을 뚫는다면서 산을 다 밀어버렸죠. 그래서 점점 굶어 죽어 지금은 멸종 위기에 처했답니다.

김 대리는 한참을 고민하더니 답장을 쓰기 시작했다.

수신] 자이언트 팬더
제목] 팬더의 멸종은 까다로운 성욕 때문이라는데….
내용] 물론 귀하의 말씀도 맞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자이언트 팬더는 스스로가 자신의 멸종을 더욱 가속화 시키고 있다고 하는군요. 대부분의 자이언트 팬더는 혼자 있기를 좋아해 교미를 할 생각을 당최 하지 않는다고 하는군요. 게다가 새끼 팬더는 태어난 뒤 10일 동안에는 꼭 어미의 젖을 먹어야 하는데, 어미가 새끼를 잘 돌보지 못해 새끼의 생존율이 아주 낮다고 하네요. 이런 점으로 보아 인간 때문에 멸종했다는 계약 건을 들어주기 어렵겠습니다.
게다가 중국 워룽(臥龍) 자이언트 팬더 연구 센터가 팬더의 교미 시간을 늘려 멸종을 막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 등 인간도 팬더의 멸종을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어요. 이 센터는 새끼 팬더의 활동량을 일정 수준에 맞추는 체력 강화 프로그램과 특별 사료 처방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고, 사춘기로 들어서는 4세부터는 암컷을 옆 우리에 키워 관찰하게 하고, 교미 비디오를 틀어 주는 등 성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귀하의 요청을 거절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다음 서류의 발신자는 해달(Enhydra lutris)이었다.

발신] 해달
제목] 고양이의 기생충 때문에….
내용] 우리 해달의 멸종 원인 가운데 하나는 털이에요. 물에서 살아 털 밀도가 높아 부드럽다나 어쨌다나. 털은 크게 두 가지 층으로 구분되는데 바깥쪽은 길고 단단하며, 광택 있는 흑갈색 털이예요. 안쪽의 털은 짧고, 부드러우며, 속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우 조밀하게 난 솜털이고요. 그래서 잠수를 할 경우 바깥쪽 털이 솜털 위를 덮어버리게 되는데, 이로 인해 솜털 아랫부분의 공기는 물속에서도 쉽게 빠져나가지 않아 털이 물에 젖는 시간을 늦춰 준답니다. 또 체온을 따뜻하게 유지시켜주는 중요한 역할도 해요. 이만하면 인간들이 제 털을 노릴만하겠죠?
그런데 최근에는 다른 걱정거리가 생겼어요. 홍합, 굴, 대합을 먹고 난 동료들이 뇌염을 일으켜 자꾸 죽는 거예요.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 야생동물보건센터의 패트리셔 콘래드 교수가 1998년부터 2001년까지 4년 동안 캘리포니아 해안에 서식하는 해달의 사망 요인을 분석한 결과 톡소플라스마 곤디(Toxoplasma gondii)라는 기생충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냈어요. 톡소플라스마 곤디는 고양이의 배설물에 존재하는 기생충으로 배설물이 지상에 누적되고 비를 통해 바다로 흘러가 우리의 먹이에 쌓이게 돼요. 미국에만 7800만 이라는 엄청난 수의 고양이가 살고 있어요. 고양이를 키우는 것은 인간이니, 우리의 멸종도 결국 인간 때문이 아니겠어요? 보상금을 넉넉하게 주시기 바래요. 그럼 전 이만.

시계를 보니 벌써 밤 10시.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 가운데 겨우 3장 읽었을 뿐인데…. 남아있는 서류의 목록 파일에는 고기와 깃털을 인간에게 뺏긴 알바트로스(Diomedea albatrus)와 지구 온난화로 멸종 위기에 놓인 북극곰(Ursus maritimus), 산업화 때문에 서식지가 파괴되어 멸종 위기에 놓인 인도 야생 바나나 등이 있다. 스크롤을 하다가 눈에 번쩍 띠는 제목이 보였다. ‘저는 페스트균(Pasteurella pestis)인데요. 인간들 때문에 멸종당했어요’ 김 대리는 조용히 긁어서 휴지통에 버렸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내일은 꼭 사표 써야지…” (글 : 김맑아 과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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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2-09 1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스트균....아, 압권이다...ㅋ
 
식객 4 - 잊을 수 없는 맛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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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국장에는 천연효소가 듬뿍 들어 있고 요구르트보다 100배 많은 유산균이 들어 있다. 장내 젖산균의 활동을 도와 암 예방 효과도 있다. -61쪽

소금의 중요성을 모르는 걸 보니 십중팔구 음식 맛을 모르는 사람들일 게다.-77쪽

짠맛이 전부가 아니에요. 진짜 좋은 소금은 끝맛이 달아야 돼요. 은은하고 깊은 맛이 있어야 그게 소금이지요. 짠맛하고 쓴맛 많이 나는 소금은 질이 형편 없어서 음식 맛 버립니다.

조사에 따르면 중국산 소금은 마그네슘과 칼슘 등 필수 영양소 함유량이 국산의 30-50% 수준이라고 한다. 우리와 달리 중국의 해안은 대부분 모래로 이루어져 있는데 중국산 소금의 질이 낮은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97쪽

제철음식은 그 때 그 지역에 가야 제대로 맛볼 수 있다. 제철음식은 결코 '특별한 음식'이 아니었다. 그 시절, 산과 들, 강과 바다에서 나는 먹을거리가 곧 제철음식이었다. 그러니 제철음식은 자연의 선물이고, 자연의 시계이다.

비닐하우스 안이 일년 내내 여름이고, 그 여름을 냉동 냉장 장치가 지속시켜 주는 요즘, 그만큼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멀어져 있다. 우리는 계절로부터 단절되어 있다. 도시는 계절을 추방했다. -1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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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4 - 잊을 수 없는 맛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3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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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연재를 하는 작품들을 볼 때, 일관성 있는 그 흐름을 유지하면서 독자에게 지루함을 주지 않고 계속해서 신선한 재미를 주는 것이 신기했다.  창작의 고통이 뒤따르기에 가능하겠지만,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작가의 감각과 함께 작업하는 사람과의 호흡, 그리고 발로 뛰는 현장 취재의 땀이 모두 작품을 완성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지난 번 이야기에는 전체 책 한 권을 "소고기 전쟁"이라는 타이틀 아래 유기적으로 엮었는데, 이번 이야기는 청국장, 소금 이야기, 콩국수, 천렵, 삼계탕이라는 소제목으로 묶었다.

청국장의 진한 맛을 꽤 좋아하는데, 어릴 적 TV나 책 등을 보면 '청국장'에 관한 에피소드는 늘 챙피한 일을 겪거나 무시를 당하는 등의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청국장의 맛을 알기도 전에 '선입관'부터 갖기 일쑤였다.  하지만 실제로 맛을 보았을 때의 청국장은 냄새가 진하긴 했지만, 그토록 야멸찬 대접을 받을 음식이 아니었다.  깊고 짙은 그 맛을 못 즐기는 사람이 안타까울 만큼.  "청국장"편의 모델이 된 그 집은 언니의 가게에서 가까운 곳이다.  직접 먹어보진 못했지만, 지나가다가 본 적은 있다.  괜히 내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  청국장으로 인해 한이 맺힌 딸이 청국장집을 결국 다시 이어가는 이야기 구조는 어찌 보면 충분히 예상되는 전개였지만, 그 자연스러움과 주고자 하는 메시지의 힘으로 감동도 함께 전해준다.  1400년 전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역사 깊은 우리 음식이라는 것에도 자부심이 느껴진다.

소금 이야기는 할아버지의 독백으로 전개되는데, 글자의 폰트마저도 다르게 표기하여 더 옛스러운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승용차를 타고 다니며 얼마든지 가볍게 돈을 쓰던 사람들이 진짜 소금을 못 알아보고 몇 천원 아끼겠다고 나 몰라라 가버리는 장면은 답답하면서도 남 얘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중요한 것에서 써야 할 것을 알지 못하고 외면하는 우를 범하지 않는 지 돌아볼 일이다.

콩국수 편에서는 목욕탕 씬이 인상적이었는데, 성찬이 이 닦을 동안은 물 잠그는 게 어떻겠냐고 말을 붙이는 장면에서 뜨끔했다.  물 아껴 쓸 생각하지 않고 댐만 만들면 뭐하냐는 그의 일침도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반성과 변화를 촉구할 일.

천렵에서는 맛있는 술이 등장하는데, 수박의 꼭지를 도려내고 숟가락으로 속살을 저민 뒤 소주와 꿀을 넣어 계곡물에 담갔다가 먹는 것이라고 한다.  술을 먹지 못하는 나지만, 대단히 군침이 돌았다.  수박화채보다 톡 쏘는 맛이 나지 않을까^^;;;;

삼계탕에서도 새로운 지식을 얻었는데, 흔히 "영계"라고 하는 말이 잘못된 표기이고 "軟鷄(연계)"라고 써야 맞단다.  부드러운 닭이라는 뜻.  알을 낳기 전까지 키운 닭이라고 자운 선생님이 설명해 주셨다^^

재미와 감동과 교훈을 어느 것도 놓치지 않고 작품을 이어나가는 작가의 노고에 두루두루 고마움을 느낀다.  앞으로 볼 거리가 아직 많이 남아서 더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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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7-11-08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며칠전에 4권만 절판이라 못 사고 우선 10권까지 질렀더니 어제 왔어요.
오늘 다시 4권 추천하고 찜합니다!

마노아 2007-11-08 10:59   좋아요 0 | URL
호곡, 벌써 절판되었어요? 영화도 나왔는데 탄력받아서 다시 나왔음 좋겠습니당^^전 아직 7권인가까지밖에 못 읽었어요. 저도 어여 읽어야겠습니당^^
 



[중앙일보]

동지섣달 꽃 보는 기쁨이 크기는 해도 마음 한쪽이 영 불편하다. 이상 온난화로 겨울은 한 달 이상 줄어들었다. 8일 한겨울에 봄비까지 머금은 홍매화가 행인의 시선을 붙잡는다.

순천=최금복 대학생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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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7-02-09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아^^
보기 좋아요.^^* 이뻐요.

마노아 2007-02-09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른 봄이 반갑기만 할 순 없는데, 그래도 너무 고와요^^

짱꿀라 2007-02-09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천이라면 우리 어마니 계신 곳.......
활짝핀 홍매화의 자태가 아름답네요.

마노아 2007-02-09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향생각 나게 하는 사진이었군요. 홍매화 너무 고와요^^

전호인 2007-02-09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화의 아름다움과 같이 꽃봉우리에 힘들게 매달려서 반짝이는 빗방울도 너무 아름답습니다.

마노아 2007-02-09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폭의 그림보다 더 그림같아요. 참 멋진 절경이죠^^
 

베스트&베스트    제1176호 2007년 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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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2-09 0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한민국도 가능할까? 음.......

라로 2007-02-09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한민국도 머지 않아 가능하리라 사료되옵니다~.

마노아 2007-02-09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비님^^대한민국도 머잖아 가능해졌음 해요^^

프레이야 2007-02-09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아침 이 글을보고, 기본에 우선 충실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마노아 2007-02-09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본에 충실할 것! 언제든 잊지 말아야 할 진리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