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 홍철이의 침으로 본 과학 [제 567 호/2007-02-23]
간만에 여유로운 휴일을 맞아 피자와 비디오를 싸들고 친구 홍철이를 찾아갔다. 예쁜 여배우가 나오면 을 질질 흘리는 녀석은 정말 비호감이다. 영화를 보며 군침이 도는 맛있는 피자에 손을 뻗자 얄밉게 “야~ 이거 내가 이미 발라 놨다!”고 말하는 녀석. 웃는 낯에 을 뱉을 수도 없고. 게다가 모기 물린 자리를 긁적이며 “이런 건 바르면 돼”라고 을 튀기며 천연덕스럽게 말하면 정말 ‘이건 아니잖아!’라는 생각이 든다니까.

녀석이 말할 때 마다 엄청나게 튀어나오는 침은 어디서 생길까? 침을 만드는 큰 침샘은 귀 아래, 턱뼈 아래, 혀 앞쪽의 아래에 있다. 작은 침샘은 입술, 혀, 볼 안쪽, 입천장 등에 있다. 침은 분당 0.5mL씩 나와 하루에 무려 1~1.5L나 나온다. 하루에 1000mL 우유 한 통씩 침이 나오는 셈. 신 김치나 레몬 등의 자극이 생기면 분당 4mL까지 늘어난다. 이렇게 침이 계속 분비 되는 이유는 침이 하는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홍철이와 가장 먼 쪽의 피자 한 쪽을 떼어냈다. 오물오물 씹다보니 단맛이 느껴진다. 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소화 작용이다. 침 속에는 알파-아밀라아제(α-amylase)라는 소화효소가 있어 녹말을 분해해 단맛이 나는 맥아당으로 만든다. 재미있는 건 침의 pH가 외부 자극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 평소 pH6.0 정도의 약산성이지만 음식이 들어오면 pH가 7.0~7.3까지 증가한다. 이 산도가 바로 소화를 돕는 아밀라아제가 가장 활발하게 작용할 수 있는 환경이다.

피자를 먹으면서도 홍철이는 끊임없이 떠들어댄다. 먹을 것 다 먹으면서도 할 말 다하는 녀석의 스킬이 놀랍다. 이 역시 침의 윤활작용 때문이다. 침이 살짝 점성을 가지는 이유는 당과 단백질이 결합된 뮤신(mucin)이라는 물질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음식이 들어가 pH가 달라지면 침은 더욱 점성이 높아진다. 뮤신은 침 속의 수분과 함께 입안을 적셔 촉촉함을 유지시키고 음식물을 쉽게 삼키게 하면서 말을 하기 쉽게 도와준다.

모기 물린데 침을 바르며 긁적이는 홍철이를 보니 든 생각. 정말 가렵거나 아픈 곳에 침을 바르면 효과가 있을까? 침의 기능 중의 하나가 항균작용으로 침에는 라이소짐, 감마글로블린, 시안화항 등이 들어있다. 라이소짐은 세균을 녹여 파괴하는 단백질 분해효소이며 감마글로블린은 항체기능이 있어 몸속에 세균이 침투하는 것을 막아준다. 침은 진통 작용도 한다.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 연구팀은 모르핀보다 최대 6배까지 진통 효과가 있는 오피오르핀이라는 물질이 침 속에 들어있다고 밝혔다.

영화에 키스신이 나오자 녀석은 ‘꿀꺽’ 침을 삼킨다. 성적으로 흥분하면 자율신경계통이 자극돼 침이 나온다. 침을 흘리는 걸 보니 바로 자율신경이 흥분했나 보다. 또 맛있는 음식을 보고 군침이 도는 이유는 부교감 신경이 자극돼 침 분비가 촉진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건 음식 없이 상상만으로도 침이 나온다는 사실. 이것은 과거의 기억이 뇌에 저장되어 반응하는 조건반사 때문이다. 아마도 녀석은 밥 먹을 때만 되면 자동으로 ‘파블로프의 개’처럼 침을 흘릴 것이 틀림없다.

“너 또 흥분했지”라고 추궁하자 홍철이가 당황하며 무슨 소리냐고 따진다. 긴장하면 교감신경이 활발해져 침의 분비가 줄어들며 입이 바싹바싹 마르고 뻑뻑해진다. 그래서 거짓말을 긴장하지도 않고 천연덕스럽게 하는 사람을 ‘입술에 침이나 바르지’라며 비꼬기도 한다.

녀석은 기분 나쁜 일이 있을 때 ‘퉷!’ 하고 침을 뱉기도 한다. 침을 뱉으면 입 안에 살고 있는 수많은 세균이 함께 섞여 나간다. 심지어 납, 아연, 수은 등 중금속도 침에 섞어 있을 수 있다. 때문에 감기에 걸린 사람이 기침을 하면 병원균이 섞인 작은 침방울이 튀어 감기에 옮을 수 있다. ‘웃는 낯에 침 못 뱉는다’는 말처럼 차마 세균이 섞인 침을 뱉기 힘들 것 같다. 하물며 ‘제 얼굴에 침 뱉기’는 정말 안 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침은 우리 몸 상태를 알려주는 블랙박스와 같다. AIDS에 감염되면 항체가 침으로 분비돼 이 항체로 간편하게 AIDS를 검사할 수 있다. 침으로 혈액형 검사도 가능하다. 범인이 버리고 간 담배꽁초에 묻은 침에서 DNA를 검사해 범인을 식별할 수도 있다.

캘리포니아대 종합암센터에서는 구강암, 설암, 후두암 등 두경부암 같은 암을 진단하는데 91%의 정확도를 가진 효과적인 침 검사법도 개발했다. 지난해 12월 워싱턴 의대의 폴 쇼 교수는 “잠이 부족할수록 침 속에 아밀라아제라는 소화효소가 증가한다”고 미국국립과학회보(PNAS)에 발표했다. 앞으로는 음주측정기처럼 침으로 졸음측정을 하게 될 지도 모른다. 개가 오줌으로 자기 영역을 표시하듯 ‘침 발라’ 놓으면 자신의 생물학적 특징과 몸 상태에 대한 정보를 고스란히 남겨놓는 셈이다.

홍철이와 함께 영화를 다 본 지금도 입 속에는 침이 분비되고 있다. 말 할 때, 밥 먹을 때, 사랑하는 연인과 키스할 때도 침은 분비된다. 하는 일도 많고 담고 있는 정보도 많은 침. 친구로서 조언하건데 녀석이 여자친구를 만날 땐 ‘침 관리’ 좀 하는 센스를 발휘하길 바란다. (글 : 남연정 과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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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2-23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양한 침의 능력이랄까..^^
 
전쟁중독 - 미국이 군사주의를 차버리지 못하는 진정한 이유
조엘 안드레아스 지음, 평화네트워크 엮음 / 창해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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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중독"이라는 제목 자체는 나를 크게 사로잡지 못했다.  그렇지만 부제를 보는 순간 이 책을 꼭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미국이 군사주의를 차버리지 못하는 진정한 이유"

아마도, 크게 신선하진 않을 거라고 짐작은 했다.  어쩌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일지도 몰랐다. 그래도, 통계적으로, 눈으로 선명하게 보여주는 '수치'로 나는 그 진상을 알고 싶었다.  비록 한없이 역겹다 할지라도.

"볼링 포 컬럼바인" 을 보았다면 이 책이 더 실감나게 느껴질 것이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미국이 얼마만큼 전쟁에 중독되어 있으며, 또 얼마나 절절히 전쟁을 사모하고, 전쟁이 아니면 나에게 죽음을 달라~~라고 외치는 지를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근거는 정부가 공개한 비밀 문서라던가, 언론자료, 논문, 통계학적 수치로 뒷받침한다.  미국이 전쟁을 온리 원츄하는 이유?  한마디로 이다!  전쟁 이상으로 돈이 되는 사업이 없기 때문이다.  가진 자는 더 배불리 채우고, 없는 자는 더 배를 곯게 만드는 그 자본주의의 구조를 400%활용하여 증명해낸 것이 바로 전쟁이니까.

책이 쓰여진 때가 시간이 좀 지났으니, 그때로부터 미국의 광적인 전쟁 집착은 더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덜해졌을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나는, 미국이 이토록 다른 나라 사람의 피를 흘려가면서 제 나라의 부와 안녕을 착취할 거라고는 여겼어도, 자국민의 피도 그토록 많이 흘리며 살고 있을 거라고는 짐작 못했다.   임산부의 1/5이 정기검진을 받을 수가 없다니... 자뻑 미국이란 나라가? 빈곤이나 기아 때문에 50분에 한명씩 어린이가 사망을 한다고?  자칭타칭 선진국 미국이?

세상에, 놀랄 노자다.  책을 읽다 보면 미국 내에서도 희생되어지는 가엾은 사람들 때문에 한숨을 아니 지을 수가 없다.  그들 나라에서 군인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빈곤층이거나 흑인들이다.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용병 출신인데 사회 가장 밑바닥 인생을 살아왔다.-다이아몬드에 집착한 그의 말로를 미국정부와 부시는 죽기 전에 깨달을 수 있을까...;;;;;;) 국민들은 군사비에 지출되는 막대한 비용을 감당하느라 마땅히 받아야 할 복지적 혜택은 꿈도 꿀수 없고, 핵무기 개발로 인한 환경오염은 그들의 숨통을 조이다 못해 전 세계의 안녕을 위협한다.  단순히 미국 미친XX만 외친다고 끝날 일이 전혀 아닌 것이다.

이 책은 몹시 심각한 얘기를 하고 있는데, 그 심각함을 비틀어 풍자하느라 해학적인 그림과 대사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그 이면에 자리한 무서운 진실엔 치를 떨지 않을 수가 없다.



미국의 전쟁 중독에 희생된 대표적인 나라로는 우리나라도 비켜갈 수가 없으니 정말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작품의 말미에는 독자들을 향한 저자의 질문이 등장한다.  우리 누구에게라도 던질 수 있는, 우리 모두가 대답해야 하는 그 질문을 말이다.

전쟁으로 부자가 되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 돈을 지불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죽어가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보자. 그리고 당신이 할 수 있는 뭔가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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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중독 - 미국이 군사주의를 차버리지 못하는 진정한 이유
조엘 안드레아스 지음, 평화네트워크 엮음 / 창해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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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전쟁을 기다리고 있는 거지."

"미국은 아주 약한 적을 상대로 전쟁을 할 때에는 단지 적을 패배시키는 것에 만족해서는 안 되고, 더욱 신속하고 철저하게 패배시켜야 한다."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문서, 1989년)

미국이 군함외교로 파나마라는 나라를 만든 이래로, 미군은 정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마다 이 작은 나라에 군대를 보냈다. 조지H.부시 대통령은 이 전통을 계승하여 1989년에도 2만 5천 명의 병사를 보냈다.

"그게 아마 마약 밀매인 한 명을 체포하기 위해서였다지요."

"내가 쓰라고 하는 데에만 사용해."

"지진이나 허리케인, 산업재해도 나쁘지 않지만, 전쟁만큼 구미가 당기는 건 없지."

"이번 주는 F-16이 정말 싸요. 100대를 사면 덤으로 네이팜탄 1,000상자를 줄게요."

FREE! 네이팜 무료 제공! 재고처리 걸프전 시험 완료! 무엇보다 살상능력 있음!
우리 무기의 멋진 살상력...
-보다 많이
-보다 좋게
-보다 빨리

"1분마다 1백만 달러가 넘는 돈을 쓰고 있군요."

보험가입자>>>접수!
보험 비가입자>>>출구!

그 돈이면... 할 수 있어요!

군사비 때문에 세금은 높아지고 사회복지는 빈약해질 뿐이지만,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다. 미국은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 유례없이 지독한 환경파괴를 일으키고 있다.

"출입금지구역! 국가의 안전보장, 말해봤자 소용없음!"

국방부를 축복하며 건배! 한 개에 13센트하는 볼트를 2,043달러에 팔 수 있는 유일한 곳이지!

"전쟁중독 환자를 몰아내라!"

"하지만 어떻게요?"

"그건 지금부터 함께 생각해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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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2-22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릿하게 나온 사진이 있어 안습...;;;
 
전쟁중독 - 미국이 군사주의를 차버리지 못하는 진정한 이유
조엘 안드레아스 지음, 평화네트워크 엮음 / 창해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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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거둬들인 세금의 대부분은 군대를 위해 사용됩니다. 미국 연방정부의 자유재량 예산 중에서 군사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절반이 넘습니다(부시 정권은 2004년 군사비 예산안으로 3.991억 달러를 책정했다.)-11쪽

1898년부터 1934년 사이에 미국 해병대는 쿠바를 네번, 니카라과를 다섯 번, 온두라스를 일곱 번, 도미니카 공화국을 네 번, 아이티를 두 번, 과테말라를 한 번, 파나마를 두 번, 멕시코를 세 번, 콜롬비아를 네 번 침략했어요.-17쪽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주재 미국 대사는 미국이 독일에 선전포고한 이유를 비교적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선전포고는) 무역상의 이권을 지키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19쪽

냉전 기간 동안 새로운 '대주주(미국)'는 사람들의 불복종이나 반항, 폭동을 누르기 위해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였고, 그런 이유로 외국에 대해 200번도 넘게 군사적으로 개입했다. -22쪽

한국 전쟁 당시, 미국의 군함, 폭격기, 대포는 한반도 전역을 폐허로 만들었다. 450만 명 이상의 한국인이 죽었는데, 네 명 중 세 명은 민간인이었다. 그리고 약 3만 2천 명의 미국 병사가 관에 누운 채 돌아왔다. 그러나 군사기술에서 우위를 갖고 있었음에도, 미국은 완전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23쪽

미국은 10년에 걸쳐 가능한 병력을 총동원해 베트남을 침공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프랑스 식민지 시대부터 이어져 오던 부패한 남베트남 정권을 그대로 존속시키려고 했다. 미국인 인도차이나(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에서 사용한 폭탄, 총탄, 포탄은 인류 역사상 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전쟁에서 적과 아군이 사용한 양을 합친 것보다 많을지도 모른다고들 이야기 한다.-24쪽

미국의 폭격기는 베트남에 700만 톤이나 되는 폭탄을 투하했어요. 베트남 사람 한 명당 0.25톤의 폭탄이 사용된 셈이죠.

그처럼 미국은 베트남에 처참한 총격을 가했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변변한 무기 하나 없이 오직 신념으로 무장한 농민군에게 완패했다. -24쪽

또한 미국 정부는 이른바 친구들(그 중에는 자국민을 억압하는 독재정권도 포함되어 있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고 있다. 1970년대, 1980년대에는 중앙아메리카에서 부패한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민중들이 들고 일어났다. 미 국방부와 CIA는 그들 국가의 군대나 살인부대에 무기를 주며 군사훈련까지 시켰다. 이 살인부대는 니카라과, 엘살바도르, 과테말라에서 수십만 명이나 되는, 더구나 거의 비무장 상태에 있던 농민들을 무참히 죽였다.-26쪽

실제로 미국이 이라크를 자극함으로써 쿠웨이트 침공을 유도해놓고는 오히려 그것을 군사 개입의 구실로 삼았다는 증거가 있다. 이라크가 쿠웨이트 침공을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가 자신들에게 혹독한 경제적 압력을 가했기 때문이었다.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쿠웨이트 침공 결의를 미국에 전했을 때, 미국 정부는 후세인에게 사실상의 승인의사를 전달했다. -33쪽

걸프전에서 15만 명의 이라크인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뒤에도 이라크 국민의 비극은 계속되고 있다. 전쟁에서 죽은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오염된 물을 먹고 병에 걸려 죽어가고 있다. 미군이 전기, 수도, 하수처리시설을 모조리 파괴했기 때문이다.-34쪽

미국의 무기 수출은 1989년 80억 달러에서 1991년 400억 달러로 껑충 뛰어올랐다. 미국은 어느 나라와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다량의 무기를 외국에 판매하고 있다. '샘 아저씨(미국을 가리킴)'는 자국민에게 충분한 식량조차 확보해주지 못하는 외국 정부에 대해서도, 록히드 마틴 사가 전투기를 판매할 수 있도록 군사 원조와 대여보증을 해주고 있다. -37쪽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빈 라덴이 유죄라면 그 증거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만약 그 요구에 미국이 답했다면, 아프간 정부는 미국에 협력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부시의 대답은......

"협상의 여지는 없다! 지금 당장 빈 라덴ㄴ을 내놓든가 그와 함께 죽음을 택하라."-41쪽

하지만 잊어서는 안 될 게 있어. 미국 정부로부터 '적'이라든지 '테러리스트'로 지목된 사람들 명단에는 종종 자국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이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말야.

예를 들면 누구요?

넬슨 만델라가 대표적이지.-45쪽

냉전시대 미국에는 군사대국 소련이라는 경쟁상대가 있었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그러한 라이벌이 사라졌는데도 미국은 많은 군사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 한 나라의 군사비는 현재 미국을 제외한 군사비 지출 상위 25개국의 비용을 더한 것보다 많다. 전세계 군사비의 36%를 한 나라가 지출하고 있는 것이다.

연간 순사비 지출(세계 4대 지출국)
미국:3.960억 달러
러시아:600억 달러
중국:420억 달러
일본:400억 달러-47쪽

1948년 이래로 미국은 군사력을 구축하기 위해 15조 달러 이상을 써왔다.
다시 말해서, 미국의 모든 공장, 기계, 도로, 다리, 상하수도, 공항, 철도, 발전소, 빌딩, 쇼핑센터, 학교, 병원, 호텔, 주택 등을 합친 것보다 많은 금액을 지난 40년에 걸쳐 군사비로 사용해온 것이다.-48쪽

임산부의 5분의 1은 임신 중 정기검진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이것이 선진국 가운데 미국의 유아사망률이 가장 높은(일본의 2배) 원인 가운데 하나가 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빈곤이나 기아 때문에 50분마다 한 명의 어린이가 사망한다. 그러나 의회는 母子의 건강의료제도 확충 문제에 지독한 구두쇠 노릇을 하고 있다. -50쪽

미국 국민이 대부분 군사주의를 위해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희생을 강요당하는 대상은 바로 해외 전쟁에 파견된 수백 만 명의 일반 병사들이다.

게다가 살아남은 병사들조차도 머릿속에서 전쟁의 악몽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50만 명에 이르는 베트남전 귀환병들은 무서운 전쟁의 기억으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전쟁이 끝난 후 자살한 미군의 숫자가 베트남 전쟁에서 사망한 미군보다 많다. -54-55쪽

전쟁이 한창 진행 중인 전선에 서는 사람들은 대개 일자리를 찾지 못하고 대학에 갈 돈도 없는 청년들이다. 그들 대부분은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이다. 그리고 소수민족의 비율이 이상하리만치 높다. 그 결과 전쟁에서 죽는 사람은 거의 절반 정도가 빈곤층 출신이다.
"베트남에서 사망한 미군 중 22%가 흑인 병사였습니다."
"흑인은 미국 인구의 12%밖에 안 되는데 말입니다."-56쪽

최대의 불평등은 전쟁을 시작한 사람이 전쟁터에 서거나 전사하는 일이 결코 없다는 것이다.-57쪽

전쟁으로 부자가 되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 돈을 지불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그리고 죽어가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보자. 그리고 당신이 할 수 있는 뭔가를 하자.-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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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07-02-22 21:30]    

시청률이 방송 프로그램의 성적표로 인식되면서 시청률이 낮은 프로그램은 퇴출되기 일쑤다. 프로그램의 생사여탈권을 쥔 시청률에 대한 오해와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닥본사’ 소용없다=MBC 수목드라마 ‘궁S’는 많은 마니아를 확보했지만 현재 시청률이 5%대로 낮다. 이를 안타까워하는 팬들은 드라마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닥본사’해서 시청률을 끌어올리자”고 서로 독려한다. ‘닥본사’(닥치고 본방 사수)란 “(재방송 아닌) 본방송 시청에 열중하자”는 의미를 담은 은어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시청해도 이들이 ‘조사대상자’가 아니라면 헛수고일 뿐이다. 시청률은 ‘선택받은’ 사람들의 시청 행위만 집계할 뿐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국내의 시청률 조사업체 2곳은 전국에서 각각 2000가구 안팎의 표본(패널)을 선정해 이들의 TV 시청량을 조사한다.

양사는 통계청의 인구조사 자료, 자사의 시청가구 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패널을 선정한다.

업체들은 선정된 사람에게 ‘조사 대상에 참여할 것인지’를 전화로 물어 동의를 얻은 뒤, 그 집 TV에 피플미터(시청률 측정기)를 부착해 시청률을 구한다.

양사에 따르면 패널은 수시로 교체된다. 대상자 스스로 중단 의사를 밝히는 경우뿐 아니라 불성실한 조사 참여로 퇴출되는 일도 있다. 방송사 및 관련 기관, 광고대행사 등에 종사하는 가족이 있는 경우 패널이 될 수 없다. 시청률 조사 대상이 되겠다고 자원하는 사람 역시 배제된다.

특정 의도를 가지고 시청하는 경우 시청률이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논란=케이블 채널들은 자신들에 대한 시청률 산정이 불공평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지상파 채널에 비해 케이블 채널의 시청률은 최고 1%대로 현저히 낮은 까닭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최근 이 문제에 대해 아예 전담팀까지 구성해 시청률 조사업체를 압박하고 나섰다.

협회가 최근 작성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지상파 대비 케이블 채널의 시청점유율은 2004년 40.4%, 2005년 44.0%에 이어 지난해 상반기 45.8%로 상승 추세다.

또 현재 1400만가구에 달하는 케이블TV 가입자 수에 비춰, 조사 패널에서 케이블 시청자들의 비중이 더 커져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협회는 ▲케이블 시청가구 패널을 90%대로 올리고 ▲수도권 시청자 및 고소득층 가구의 패널 비중을 더 높여야 실제 방송환경이 시청률에 반영된다고 주장한다.

‘2000가구가 국민 전체를 대표하기에는 너무 적다’는 문제 제기도 있지만, 인구 3억명의 미국이 5000가구를 패널로 둔 점에 비춰 큰 문제는 아니라는 게 업체와 학계의 입장이다.

고려대 언론학부 마동훈 교수는 “‘무작위 표집’을 통해 조사하면 일부 오차를 감안해도 상당히 신뢰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하지만 시청률 조사의 경우 엄밀한 무작위 표집이라기보다 쌍방간의 합의에 따라 조사가 진행된다”고 말했다.

시청률로 프로그램의 품질을 평가하는 현실에 대한 지적도 이어진다.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김언경 부장은 “방송이 시청률이란 양적 평가만을 성적표로 여기면서 질 낮은 오락 프로그램들이라도 시청률만 높으면 용서하는 게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시청률 조사업체 AGB닐슨의 하순철 국장은 “케이블TV가 활성화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이 혼재한 상황에서 케이블 업체 측의 주장만 일방적으로 수용할 수는 없다”며 “또 사생활 침해 우려로 인해 날이 갈수록 패널 섭외가 어려워지는 현실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시청률은 기본적으로 광고주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며 “프로그램의 품질에 대한 평가라기보다 시청 선호도가 평가된 자료로 보는 게 옳다”고 덧붙였다.

◇20%면 ‘대박’=MBC의 간판 오락프로그램 ‘무한도전’은 현재 2개 조사업체에서 각각 17%대와 20%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방영 초기엔 4%대로 시청률이 낮았다. 한 제작 관계자는 “계속 시청률이 저조했다면 프로그램 폐지 위협에 시달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광고가 지속적으로 붙고, 다른 채널과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는 시청률을 15% 이상으로 보고 있다. 한국방송광고공사 이승호 차장은 “시청률 15%대면 ‘구매력 있는’ 프로그램, 20% 이상이면 ‘대박’ 프로그램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수천개의 방송 채널이 있는 미국에서는 한 프로그램이 시청률 20%를 넘기는 일은 거의 없다. 이달초 집계된 자료에 따르면 쇼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이 18.4%로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인기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15.2%), CSI(13.8%) 등도 5위권 안에 들었다.

〈장관순기자 @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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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7-02-22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위 KBS2  첫사랑 (1997) 65.8%

2위 MBC  사랑이 뭐길래 (1992) 64.9%

3위 SBS  모래시계 (1995) 64.5%

4위 MBC  허준 (2000) 63.7%

5위 KBS2  젊은이의 양지 (1995) 62.7%

6위 MBC  그대 그리고 나 (1998) 62.4%

7위 MBC  아들과 딸 (1993) 61.1%

8위 KBS1  태조왕건 (2001) 60.2%

9위 MBC  여명의 눈동자 (1992) 58.4%

10위 MBC  대장금 (2004) 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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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난 저 순위를 절대 믿을 수 없다.  특히 1위. 고인이 된 작가에겐 다소 미안하지만 그 정도 시청률이 나올 법한 작품이 아니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