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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순이 어디 가니 - 봄 ㅣ 도토리 계절 그림책
윤구병 글, 이태수 그림 / 보리 / 1999년 4월
평점 :
도토리 계절 그림책의 "봄"편이다.
표지에서부터 봄 기운이 도드라지는 가운데 소박하고 따뜻한, 자연미 넘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순이네 집은 평범한 농가다. 마당은 야트막한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어 담이 없다고 해도 좋을 높이이고, 그 너머로 보이는 대청마루는 낮고도 길어서 볕을 받아들이기 아주 좋은 구조다.
넉넉한 살림은 아니어도 아늑한 살림을 꾸려나가는 어머니가 밭일 하시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께 새참 심부름을 가자고 하신다.
할머니는 어린 동생을 돌보시고, 순이는 엄마를 따라 막걸리 주전자를 들고 타박타박 걸어나간다.
가는 길목마다 순이를 붙잡는 친구들이 있다. 돌담 위에서 다람쥐가 말을 걸어왔고, 뽕나무에서는 들쥐가 속삭였다. 보리밭에서는 청개구리가 "우리 순이 어디 가니?"라고 궁금증을 드러냈고, 당산나무 옆의 장승들은 구수한 표정으로 순이의 행보에 관심을 가졌다. 뿐이던가. 무논에서 백로들은 날개를 펼치며 순이를 향해 퍼덕여 보였고, 그 모습을 흉내내는 순이 역시 한발로 서서 두 팔을 펼쳐 보인다. 산기슭을 지나니 뻐꾸기가 숲 속에서 어디 가냐고 노래를 부른다. 마지막 고개를 넘을 때에는 참나무에서 딱따구리가 순이의 발목을 붙잡았다.
자꾸만 지체되는 바람에 어머니는 허리에 손을 얹으시고 한숨을 내쉬지만, 순이를 나무라지 않는다. 어머니는 순이가 봄친구들과 즐겁게 노는 모습이 흡족하실 듯.
드디어 잣나무 숲을 지나 밭에 도착했다. 순이네 밭은 집에서 참 멀리 떨어진 듯하다. 할아버지는 긴팔 옷을 입고 굽은 허리로 일을 하시고, 아버지는 반팔 옷을 입은 채 쟁기를 잡고 계시다. 두분 모두 고된 노동에 새참이 반가우셨을 게다.
맛있게 드시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곁에서 어린 송아지가 어미 젖을 빨면서 맛있다고 운다. 순이는 노란 꽃을 보며 신기해 하고, 꽃 주변에는 나비가 노닥인다.
빈 함지박 이고, 빈 주전자 들고 돌아오는 길, 두 사람의 발걸음은 가볍다. 엄마와 순이의 얼굴에서 동시에 미소가 퍼진다. 하늘은 푸르고 분홍꽃 피운 봄나무는 자태를 뽐낸다. 봄철 나들이는 순이의 호기심 천국. 숲과 동물과 자연이 모두 순이의 친구들이다.
아이의 시선을 따라서 이동하는 봄나들이, 함께 하는 동안 내내 즐거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