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렝켄의 비밀 - 미하엘 엔데 동화전집 1 ㅣ 동화 보물창고 1
미하엘 엔데 지음, 베른하르트 오버딕 그림, 유혜자 옮김 / 보물창고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기발한 상상력으로 늘 독자를 놀래키는 미하엘 엔데의 동화전집 1권이다. 11편의 작품이 실려있는데 머리말에 해당하는 내용도 하나의 동화이기 때문에 모두 12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고 보아도 좋겠다. 각자 분리해서 보아도 한편 한편의 훌륭한 동화가 될 수 있는 내용인데(실제로 따로 분리되어 동화책으로 나온 것들이 상당수다.) 이것들을 전부 한 자리에 모아주니 아주 튼실한 책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
한편 한편씩 읽는다면 어린이용으로 적합해 보이는데, 어쩐지 이 속에 들어있는 많은 풍자와 해학이 어린아이에게는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암튼 장점이 참 많은 책인데 유일한 단점은 표지의 보라색이 너무 어둡고, 마법사 역시 칙칙한 파랑색으로 그려놓아서 너무 밝은 느낌이 거의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불어 폰트도 촌스럽다...;;;;)
그렇지만 책 속에 나오는 삽화들은 고즈넉한 느낌의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하여서 책의 분위기와 잘 맞아 떨어진다. ^^
"마법 학교"에서는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마법 운영의 원리가 몹시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그 소원은 꼭 이루고 싶은 것만 빌어야 한다는 조건도. 욕심쟁이 어른들은 결코 이 마법을 배우지 못하리라.
"끈기 최고 트랑퀼라 거북이"는 오래 전에 유행했던 거북이 시리즈의 원조 격의 이야기 같다. 그가 포기하지 않고 사자왕의 결혼식에 가는 동안, 사자왕은 결투에서 져서 새 왕이 등극하고 말지만, 어쨌든 끈기 최고 거북이는 자신이 장담한 대로 무사히 결혼식에 도착한다. 정말 대단하다^^
"렝켄의 비밀"은 철없는 딸의 소원 빌기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나는데, 소녀를 현혹한 마법사의 집이 몹시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이런 집을 지을 수 있는 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그럴싸해 보여서 한 번 올라가보고 싶은 마음마저도 들었다. 철없고 미련하기까지 했던 어린 딸의 막무가내 투정에도 불구하고 엄마 아빠는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을 포기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들에게 닥친 위기를 현명하게 풀어나가는 모습이 멋졌다.
"가장 소중한 소원"은 뭐든지 이루어지는 소원 때문에 지루해져 버린 아주 배부른 아이들의 이야기였다^^;;;
결국 더 이상 소원이 이뤄지지 않게 하는 것으로 마지막 소원을 완성하는데, 뭐든 들어주는 소원이 성취된다면 난 어떤 소원을 빌 것인가 머리를 굴려보니, 너무 세속적인 것들만 떠올라서 잠시 머쓱해졌다..;;;;
"벌거벗은 코뿔소"에서는 단단한 갑각을 벗어버리고 연약한 몸체만 빠져나와 자신의 외형을 쳐다보는 코뿔소가 나오는데, 그 발상이 신선하고 재밌었다.
"괜찮아요"는 정말 복장 터지는 이야기였는데, 미련한 할아버지는 소년의 '괜찮아요'에 질리도록 놀아나면서도 어른으로서 아이 걱정에 여념이 없다. 두번 더 걱정해 주다가는 독자가 성격 버릴 것 같았다..;;;
"니젤프림과 나젤큐스"는 갸우뚱하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왜냐하면 어디선가 읽은 듯한 내용이었기에. 기억을 더듬어 보니 미하엘 엔데의 "달을 쫓다 달이 된 사람"의 '따분이'와 '익살이' 편과 내용 구조가 똑같았기 때문이다. 코미디언과 만담가 정도로 직업이 약간 바뀌었을 뿐. 그렇다고 내용이 진부하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비슷한 설정과 컨셉인데도 여전히 독특했다. 작가의 상상력은 역시 무궁무진했던 것이다. ^^
"혀꼬이는 이야기"는 있는 그대로 문자를 읽었다가는 한 페이지 읽는데 십여분을 소요해야 하는 고난이도의 독서를 요구한다. 왜 그런지는 직접 읽어보면 안다. 정말로 혀가 꼬일 테니까..;;;;
그밖에 얘기하지 않은 몇몇 이야기들이 더 있는데 하나같이 '독특' 그 자체였다. 전 세계를 사로잡은 동화 작가로서의 진면목을 유감 없이 보여주었달까. 이 책이 표지만 좀 더 고급스럽고 화사한 색깔로 양장본이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는데, 그래도 이야기와 그림은 역시 훌륭하다. 미하엘 엔데 동화전집 2권도 나중에 꼭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