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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 좀 들어 주세요 ㅣ 속 깊은 그림책 3
윤영선 지음, 전금하 그림 / 문학동네 / 2007년 1월
평점 :
내 말 좀 들어주세요-
라는 말을, 살면서 하고 싶을 때가 얼마나 많았던가. 외톨이가 아니라고 항변하고 싶을 때가 있었고, 응석을 부리는 것은 친구들과 잘 어울려 노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를 때가 있었다. 언니들은 내가 굼뜨다고 잘 상대해 주지 않았다. 조금만 기다려주면 나도 잘 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지금도 화가 나거나 속상한 일이 있으면 눈물부터 핑 돈다. 내 맘 속에 있는 말을 또박또박 흥분하지 않고 눈물도 쏟지 않고 전달하는 일은 아직도 까마득하다.
싸운다는 게 언제나 나쁘기만 한 걸까.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때로 싸워야 할 때도 있지 않을까? 가끔 판단하기 어려울 때가 분명히 있다. 무엇을 처음 시도할 때는 겁이날 때가 많다. 척척 잘해내는 사람이 참 부럽고 신기하고 배가 아프기도 하다. ^^
편식하지 말라고 지금도 잔소리를 듣지만, 정말 못 먹는 것들이 있다. 내가 아니라 내 속에서 거부하는 음식들... 오징어, 낙지, 문어 기타 등등... 물컹거리는 해물들 모두 싫다. 우린 궁합이 안 맞아.;;;
내 말을 들어줘서 고마워요.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라고 책은 끝맺는다.
처음 읽었을 때는, 이게 뭐지? 명상록인가? 이렇게 뜨아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곱씹어 보니 책이 전달해 주는 메시지가 너무 좋은 것이다.
어른이 된 나도 이런 감정을 아직까지도 느끼고 있는데, 하물며 아이들의 마음은 오죽할까. 다그치고 야단치고 가르치려고만 드는 어른들에게, "내 얘기를 들어주세요"라는 간곡한 부탁을 하고 싶을 때가 보통 많은 것이 아닐 게다.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 관계를 발전시키고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첫 단추이지 않을까. 아이와 엄마, 아이와 교사, 친구와 친구,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모두 적용시킬 수 있는 명제이지 싶다.
고급스런 양장에 동양풍 그림과 여백의 미를 잘 살린 메시지가 참 인상적인 책이다. 내 얘기에 귀 기울이고 있는 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