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의 불빛 (양장)
셸 실버스타인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아마 이 책의 표지가 징그럽게 보이지만 않았어도 진작에 구입했을 것이다.  다락방의 불빛이란 제목의 글에 해당하는 삽화인데, 머리 위의 그림이 무섭게 보여져서 책을 보기 망설여졌다.  익히 좋아하는 작가 '쉘 실버스타인'임에도 불구하고.

워낙에 유명한 사람이어서인지, 익히 보아왔던 글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어린 시절 공책 표지에 적혀 있던 글들, 엽서에 실린 글들, 어느 만화가의 그림에 인용되었던 글까지.  아니, 순서가 틀렸네.  글이 좋았기에 유명했던 것이고, 그래서 익히 보아올 수 있었던 것이었다.

특히나 '누군가가 올라가서 별들을 닦아줘야 해. 좀 침침해 졌거든."으로 시작하는 글은, 중1 시절, 일기장에 옮겨적었던 글이었던 게 생각난다.  당시 나로서는 글이 예뻐서 옮겨 적은 건데, 담임샘은 자작시인 줄 알고 잘 썼다고 칭찬까지 해주시는 거다.  이거 공책 보고 쓴 거야요~ 했더니 머쓱해 하셨던 선생님 생각이 난다.(전 더 머쓱했다구요..;;;;;)

작품은 순수함을 담고 있고, 교훈도 담고 있고, 유머도 담고 있지만, 기발함과 엉뚱함도 놓치지 않고 있다.  어떤 글들은 나의 이 빈약한 상상력과 자잘한 재치로는 영 이해가 안 되기도 했다.   또 어떤 그림들은 순수함 그 자체로도 보이지만 역시 나의 모자란 감각엔 영 고개를 갸우뚱 하게도 만든다.

외국 작품은 번역에 의해서 글의 느낌이 상당히 다르게 다가오는 듯하다.  익숙한 글들은 조금씩 다른 번역에서 분위기 차이가 조금씩 난다.  번역가가 참 신경을 많이 쓴 것이, 발음에 의해서 뜻의 의미가 조금씩 다르게 느껴지는 글을 아주 맛깔스럽게 표현했다는 것이다.  아마 번역가도 그 부분을 작업할 때는 신경 꽤나 썼을 듯하다.  영어 본문에선 어떤 차이점이 있을 지 궁금하다.

아이들은 가끔 어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엉뚱한 표현을 하거나 기발한 생각들을 하는데, 쉘 실버스타인은 그런 감성으로 이런 글을 쓴 것이 아닐까 싶다.  예쁘고, 재밌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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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2007-05-26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이 책 꼭 보고 싶은데..
아직 못 읽고 있네요 -ㅁ-;;
좋은 책인 듯해요~

마노아 2007-05-27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작가여서 좋은 책이 나오나봐요~ 희님, 내일 보아요~^^

비로그인 2007-05-27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째서 나는 영화배우 '실버스터'로 읽은 것일까요....으하하하하핫...;;;;

마노아 2007-05-27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핫, 노익장을 과시하고 계신 그 분~^^ㅎㅎㅎ
 
다락방의 불빛 (양장)
셸 실버스타인 글.그림,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1월
절판


다락방의 불빛

다락방에 불빛이 켜져 있네.
집은 깜깜하고 덧문은 닫혀 있지만
깜박거리는 불빛이 보이네.
그 불빛이 무얼 얘기하려는 건지 난 알지.
다락방에 불빛이 켜져 있네.
내가 밖에서 그 불빛을 바라보는 동안
네가 안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다는 것도 난 알지-7쪽

얼마나 많이, 얼마나 크게

얼마나 크게 네 방 문은 쾅쾅거릴 수 있을까?
얼마나 세게 닫느냐에 달려 있지.
얼마나 많이 네 빵은 조각날 수 있을까?
얼마나 잘게 쪼개느냐에 달려 있지.
얼마나 큰 행운이 하루 안에 들어 있을까?
얼마나 열심히 사느냐에 달려 있지.
얼마나 큰 사랑이 친구 마음 속에 들어 있을까?
얼마나 많이 네가 마음을 주느냐에 달려 있지.-8쪽

달 따는 그물

달 따는 그물을 만들었지.
오늘 밤에 달을 따러 갈 테야.
달 따는 그물을 치켜들고 하늘을 휘저으며 달려가
저 커다란 빛 덩어리를 잡고 말 테야.

내일 밤에 하늘을 한번 쳐다보렴.
만일 달이 보이지 않거들랑
마침내 내가 달을 따거 달 따는 그물 속에 꼭꼭 넣어 두었을 거라고 생각하면 돼.

하지만 달이 여전히 빛나고 있거들랑
그 아래를 찬찬히 살펴보렴.
달 따는 그물이 별에 걸리는 바람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나를 보게 될 거야.-9쪽

내가 만난 괴물들

유령을 만났는데, 내 머리통은 필요 없대.
그저 삼천포 가는 길이 어디냐고만 묻더라.
악마를 만났는데, 내 영혼 따윈 관심 없대.
그저 자전거를 며칠 동안만 빌려 달라고 하더라.
흡혈귀를 만났는데, 내 피를 빨아 먹진 않겠대.
그저 동전을 바꿔 달라고만 하더라.
나는 늘 나무랄 데 없는 사람들만 마주치곤 하는데
글쎄, 번번이 때가 안 좋지 뭐야.-23쪽

누군가 해야만 해

누군가 하늘에 올라가 별들을 닦아야 해.
별들이 좀 침침해 보이잖니.
누군가 하늘에 올라가 별들을 닦아야 해.
독수리와 찌르레기와 갈매기가
빛 바래고 낡아빠진 별들에 불만이 많다잖니.
모두들 새 것을 달아 달라지만
우리에게 통 여유가 있어야 말이지.
그러니까 네가 걸레 조각이랑 광약 한 통이랑
좀 가져오지 않을래.
누군가 하늘에 올라가 별들을 닦아야 해.-28쪽

물그림자

물 속에 거꾸로 뒤집혀 서 있는 사람을
마주볼 때마다
실실 웃음이 나오려고 해.
이러면 안 되는데 말이야.
딴 세상
딴 시대
딴 마을에서는
그가 똑바로 선 사람이고
난 거꾸로 뒤집힌 사람일지도 모르잖아.-29쪽

내가 만지는 것마다

마이더스 왕은 만지는 것마다
모조리 금으로 변했다는군. 참 복도 많지.
내가 만지는 건, 오, 이런
깡그리 산딸기 젤리로 변하지 뭐야.
오늘 부엌 벽을 만졌더니(흐늘흐늘)
동생 폴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더니(철퍽)
지난 주엔 자전거 수리를 하려고 했더니(끈적끈적)
그리고 엄마 볼에 뽀뽀를 했더니(척척)
덧신을 신었더니(찔컥찔컥)
석간신문을 보려고 펼쳤더니(푸작푸작)
안락의자에 앉았더니(껍진껍진)
곱슬머리를 빗으려고 했더니(찐득찐득)
바닷속으로 다이빙을 했더니(질퍼덕질퍼덕)
이봐요, 나랑 악수하지 않을래요?(쩍)-53쪽

하기

우리가 만나 "안녕"하고 말하면,
그건 인사하기야.
기분이 어떠냐고 물으면,
그건 배려하기야.
우리가 잠시 멈추어 이야기를 나누면,
그건 대화하기야.
우리가 서로서로 이해하면,
그건 소통하기야.
우리가 따지고 소리지르며 싸우면,
그건 언쟁하기야.
나중에 서로 사과하면,
그건 화해하기야.
우리가 서로 다른 집을 도우면,
그건 협동하기야.
이 모든 하기들을 다 보태면
문명사회를 이루는 거야.

(만일 내가 이걸 멋진 시라고 말하면, 그건 과장하기일까?)-59쪽

음악 경력

그 여자는 피아노를 치고 싶어했지만
손이 건반에 잘 닿지 않았지.
드디어 손이 건반에 닿았을 때는
발이 바닥에 닿지 않았지.
마침내 손도 건반에 닿고
발도 바닥에 닿게 되었을 때는
그 낡아 빠진 피아노 따윈 치고 싶지 않았어.-60쪽

손톱 물어뜯는 사람

어떤 사람은 손토에 매니큐어를 칠하고
어떤 사람은 말끔히 손질을 하고
어떤 사람은 줄로 살살 갈기도 하지만
나는 잘근잘근 물어뜯지.
그래, 나쁜 버릇이란 건 나도 알아.
하지만 네가 나를 흉보기 전에
알아야 할 게 있어. 난 지금껏
누구의 마음도 할퀴어 본 적이 없단다.-99쪽

화살

하늘을 향해 화살을 쏘았지.
화살은 두둥실 떠가는 구름에 맞았어.
구름이 바닷가에 쓰러져 죽어 가네.
다시는 화살을 쏘지 않을 거야.-1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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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Ritournelle > * 성대 앞 인문-사회과학 전문 서점 풀무질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21179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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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시즈 7SEEDS 9
타무라 유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7년 5월
구판절판


표지를 펼친 모양. 7명에 들어가기 위해서 훈련을 받았던 학생들과 그들의 교관이 보인다.

니지코는 냉정하다. 그의 주변에서 누가 도움을 청하건 듣지 않는다. 그의 옆으로 해골이 지나가는 상황에서도 태연히 차를 마실 수 있는 성품. 그의 차가운 이미지를 표현해 주는 그림이지만, 그렇다 해도 여전히 슬프다.

직접 키운 호랑이 당고를 제 손으로 죽여야 했던 겐고로. 어린 시절의 당고의 모습이 스쳐 지나간다. 그 슬픈 눈동자라니...

한 명은 살려야 하고, 한명은 죽어야 한다. 그들은 서로를 죽이지 못하고 서로를 살리려 한다. 할 수 있는 것은 나의 몫. 그것이 내가 이 자리에 있게 된 이유. 료의 운명이 애처롭다.

17년 동안 '생존'만을 목표로 훈련을 받아왔다. '생존'은 했지만, 잃어버린 것이 너무 많다. 피폐한 영혼으로, 그들은 '미래'로 가야 한다. 또 다시 생존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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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시즈 7SEEDS 9
타무라 유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여름  A팀이 드디어 정해졌다.  단 7명의 생존자만 미래로 갈 수 있는 처절한 싸움의 끝.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네 사람과, 의연한 듯 보이지만 나름의 상처를 숨겨놓은 세 사람이 정해졌다.  그들이 도착할 미래가 어떤 곳인지 모른다.  이 힘겨운 싸움은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니고, 지고도 진 싸움이 아니었다.

안고에게 늘 짐이 된다고 생각했던 시게루는 안고와 크게 다툰 후 헤어지지만, 그가 위험에 처한 것을 알게 되었을 때에 처음으로 주도적인 생각과 결단으로 그의 생명을 보듬는다.  안고는, 둘 중 한 사람 밖에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부를 수 있었고 잡을 수 있었던 시게루를 잡지 않았다.  그것이, 그의 평생에 씻을 수 없는 수치와 모멸, 자괴감으로 남을 것이다.  료는, 누구에게도 생존권을 양보할 마음이 없었지만, 안고가 생존싸움에서 탈락하는 것을 두고볼 수 없었다.  그에게 주어진 역할은, 누구도 하지 못하는 순간에 가차 없이 정을 떼어버리는 것, 그것이 생명일지라도 포기하는 것, 그리하여 그 마음의 짐까지 온전히 다 이고 가는 것이었다.  표현하지 않아도, 그의 사명 역시 가엾고 서러울 뿐이다.

이들이 떠나고 난 뒤에 봄팀의 생존자로 키워지는 하나.  각자 살았던 시대가 다르고, 주어진 역할이 다르고, 헤쳐나가야 할 미래의 모습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그 정교하게 엮어지는 미로같은 길이 숨막히는 진행으로 독자들을 밀어버린다. 

제 손으로 키운 호랑이 당고가 광견병에 걸리자, 겐고로는 제 손으로 당고를 보내주어야 했다.  함께 해온 시간들을 추억하며, 그는 눈물을 삼키며 당고와 이별을 한다.  그가 최종 선발대로 뽑혔을 때 어느 선생은 그를 향해 짐승들도 살고 싶었다고, 스스로 죽인 것도 자기 만족이라고 다그치지만, 최종 생존자를 뽑는다는 과제 아래 살육의 현장을 방관하고 있었던 그들의 입에서 나올 소리는 아니었다.

그러니, 그들이 미래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이 이전 시대에서 같이 온 교관을 살해하게 된 것.

과거의 시간 속에서도, 미래의 시간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한 인간들의 몸부림은 처절했다.  죽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컸던 만큼, 살아남은 자의 고통도 컸다.  계속 살아가기 위한 고통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몹시 스케일이 큰 작품이지만, 이들의 활약을 '모험'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너무 아프고, 너무 서러운 까닭이다.  다만 '픽션'이라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리얼한 지구의 모습들.  우리는, 이 불행한 지구를 만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두려워진다.  우리의 뒷세대들보다 먼저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우리가 이렇게 살고 있어도 되는 것일까 의문이 든다.  인류 멸망의 위기에 씨앗이 되기 위해 가장 비참한 지구 위에 떨어진 그들.  그들이, 지구의 마지막 희망의 싹이 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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