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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끼리 가자 - 겨울 ㅣ 도토리 계절 그림책
윤구병 글, 이태수 그림 / 보리 / 1997년 4월
평점 :
동물 마을에 겨울이 왔다. 하루는 아기 토끼가 동무들을 불러 모으더니 산양 할아버지에게 옛날 이야기 들으러 가자고 한다. 곰이랑 다람쥐랑 멧돼지랑 너구리랑 족제비랑 노루랑 모두모두 좋아했다. 이들은 나란히 산꼭대기를 향해 올라가기 시작한다. 이를테면, 산양 할아버지께 이야기 들으러 가는 로드무비, 아니 로드 동화가 되겠다.
그런데 산양 할아버지께 모두 다 같이 도착하진 못한다. 이들은 하나둘 대열에서 이탈하기 시작한다. 곰은 겨울잠을 잔다고 중간에서 빠져버렸고, 아기 다람쥐는 도토리를 모아서 겨울날 준비를 한다고 하고, 아기 멧돼지는 칡뿌리에 정신이 팔렸다. 아기 너구리는 시냇물을 건너다가 물고기에 넋이 나갔고, 아기 족제비는 들쥐를 따라 멀리 가버렸다. 아기 노루는 늑대에게 쫓기어 멀리 달아났고, 결국 기 토끼 혼자만이 산양 할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길을 가고 있다.
이때 아기 토끼 뒤를 몰래 따라가는 이가 있었는데, 토끼를 잡아 먹으려던 여우였다. 산양 할아버지의 도움으로 위기를 넘긴 토끼는 할아버지 옛 이야기를 들으며 새록새록 잠이 든다.
여러 동물들이 차례로 등장했다가 차례로 사라지는데, 그 모습들을 세밀화로 정겹게 그렸고, 그때마다 "우리끼리 가자"라며 씩씩하게 말하는 아기 토끼가 귀엽기 그지 없다.
온통 눈쌓인 산길을 걷는 짐승들, 그들의 각기 다른 발자국, 나무 위에 소복하게 쌓인 눈송이, 앙상한 가지만 남은 겨울 나무들이 인상 깊다.
동물들의 움직임을 의성어로 재밌게 표현해 주었고, 각자의 생태에 대해서 관찰할 수 있는 기회도 넉넉히 제공해 준다.
도토리 계절 그림책은 각각의 '계절'에 충실하여 주제를 잡고 그 계절을 이해할 수 있는 재미난 스토리를 보여주었다. 봄, 여름, 가을의 다채로웠던 색깔들도 인상깊었지만, 무채색으로 일관한 겨울 책의 풍경도 아스라이 가슴에 내려앉는다. 세트로 묶어서 선물하기에 좋은 책이지 싶다. ^^